띠지의 어쩌다 어른이 된 당신이 잠시 머물며 행복할 것이란 문구에 눈이 간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만화 중쇄를 찍자를 드라마화한 작품에서, 이십여년간 만화가의 어시스턴트를 하던 남자가 결국 만화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가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는 만화가 좋고 그것만 생각하며 살고 싶었고 그럴수 있어 행복했다. 프로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또 그대로 나쁘지않은 삶이다 싶다. 다나쁜 사람도 없고 다좋은 인생도 없다. 심야식당은 어떤 인간에게라도 한그릇 음식을 먹는 동안의 쉼을 주고자한다.

나는 삶이라는 끊없이 고단한 등반 중, 잠시잠깐 부는 바람같은 책속 세상에 행복해한다. 내가 끊없이 만화를 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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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출근길엔 존버거의 킹을 들고나왔다. 유기견의 눈에 비친 노숙인들의 삶을 그린다고 한다. 아마도 그답게 누추하지 않게 그렸을 것이다. 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올해 나온 일드 중에 '이 거리의 생명에'라는 작품이 있다. 유기동물관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유기된 동물들의 이야기다. 유기된 개의 눈에 비친 흑백의 살풍경한 세상속에, 인간은 그 생명을 죽이는 끔찍함에 신경안정제를 먹고 버틴다.. 안락사 문제는 나자신 안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예방을 위한 노력이야 당연하지만, 지금 유기된 생명들을 갈 곳이 없다는 것만으로 죽이는 것 외의 방법을, 그들이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환경에 데려온 인간들이 고민해야할 문제다. 어렵다..


 멀고도 가까운을 읽을까 몇 일째 만지작 거리기만 하고 있다. 요즘 엄마에 대한 내 심사가 가히 곱지 않기 때문이다... 뭐랄까 심경이 복잡하다. 늙은 어미가 안쓰럽다가도 답답하기도 한 뭐 그런 마음이다. 음.


오늘 많은 신문에서 구의동 사고로 죽은 청년의 이야기가 실렸다. 열아홉살, 입사 7개월 월급 144만원에서 백만원씩 떼어내 다섯번 저축을 했고, 밥먹을 시간도 없이 사발면을 먹으며 주말에도 일했다고 한다. 2인 1조로 들어가야 하는 현장을 왜 혼자 안전장치도 없이 들어가 변을 당했는지 알 바는 없지만, 입사 7개월인 저 청년의 탓일리 만무하지 않은가. 144만원을 받는 사원은 그런걸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늘 또 다른 사람은 내게 GDP 이야기를 하며 각 나라사람들의 '격'을 이야기 하는데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린다. 나는 의전에 그렇게 연연한다는 반사무총장보다 햄버거먹고 노점에서 국수먹는 오바마대통령의 '격'이 떨어져 보인적이 없고, 내게 손을 뻗어 구걸하는 누군가가 나와 '격'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미안하다 내가 무슨 격이 있겠는가... 예시가 적절하지 않다.)


불분명한 세월호 특조위 예산과 144만원짜리 일자리와 2만원짜리 어버이연합 알바비와 5만원 구제역 백신비와 키로에 만원짜리 강아지 사료를 생각한다. 내가 사는 세상의 생명의 값은 무섭도록 싸다. 그래서 이 놈의 나라의 격이 바닥이고, 박근혜가 대통령이고, 200만명을 수용소에 가둔 우간다 대통령과 친구 먹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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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5-31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월급이 적을 수록 결정권은 비례해서 없는 사회입니다.
저도 오늘 그 어머니의 절절한 절규를 읽고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6-05-31 16:12   좋아요 0 | URL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제 조카랑 동갑인데 그 녀석 친구중에도 배달 알바하다 머리가 조각이 났는데 어떤 배보상도 없이 쫓겨난 아이가 있어요... 언제 머리가 문제를 일으킬줄 모르고 후유증이 어디까지 나타날지 모르는데요... 터무니가 없는 일자리들이 너무 많은데 아프리카로 가라고 이 나라는 말할려는 걸까요?

다락방 2016-05-3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4만원을 받는 사원은 그런걸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그렇죠. 그렇습니다. 그래요, 휘모리님.

무해한모리군 2016-05-31 18:03   좋아요 0 | URL
오늘 이천원짜리 편의점 김밥을 먹으며 내 비만의 5할은 이 회사가 책임져야된다는 주장이 하고 싶군요. 아......

감은빛 2016-06-01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그 청년 어머니의 말씀을 읽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아 괜히 담배만 축냈네요.

정보공개센터가 정리한 글에 따르면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1~4호선은 해마다 안전문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2013년부터는 해마다 1명씩 사람이 죽었구요.
그런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얘기죠.

반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5~8호선은 2012년부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 이유는 정직원들이 자체 메뉴얼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정규직과 하청, 하도급이 사라져야 할 이유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6-02 11:37   좋아요 0 | URL
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종사하는 건설업의 경우는 관리직까지 싹다 계약직으로 바뀌는 형국입니다. 적정기술이니 하면서 철근등 재료도 줄이고, 사람도 줄이고... 오죽하면 업계에서 10년전 아파트가 더 튼튼하다는 말이 돌 지경입니다. 어제또 남양주 건설현장에 사고가 났더군요. 사기업은 물론이고 국민의 생명, 안전과 관련된 부분마저 민간에 외주하청하는 형태가 날로 심해지니 정말 걱정입니다.
 

중학교 동창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가에 둘어앉아 동무들의 넋두리를 듣는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인 스토너는 농사에 보탬이 될까하는 아버지 바램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처음 올라오던 날 그와 상관없이 보이는 웅장한 건물과 간신히 도착한 친척집의 창고방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당연하게도 십여년전 내눈에 보였던 앙상한 나무들과 넓은 도로와 좁고 텅비어있던 자취방이 떠올랐다. 부모의 세계에서 떨어져나와 가난하고 외롭고 두려워 웅크리던 그 시기가 떠올라 과연 열페이지쯤 읽었을때 눈물이 났다. 


 대부분 제법 자리잡은 우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어딘가 몰려있다. 그녀는 대단한 중앙부처 공무원인데 왜때문인지 신혼초부터 그녀를 미워하는 시댁에 끊임없이 정신적 학대를 당한 끝에 십년만에 연을 끊었고, 또다른 그녀는 아직 자신이 이반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에게도 말하지 못해 바로 곁에 그의 연인을 소개하지 못한다. 나는 육아휴직 끝에 승진 누락을 받아든대다 죽거나 혼자살고 싶다는 상념과 싸우고 있다.


스토너는 별 성과를 내지 못한 학자고, 인정받지 못했던 교육자다. 행복하지 못한 가정생활을 했고, 단 한번 찾아온 사랑을 웅켜잡지 못했다. 그는 첫사랑에 빠졌던 일을 하며 살다 죽고, 죽는 순간 그리워할 사람 몇도 가진 삶을 산다.  


그대 내게서 계절을 보리

추위에 떠는 나뭇가지에 

노란 이파리들이 몇 잎 또는 하나도 없는 계절

얼마 전 예쁜 새들이 노래했으나 살풍경한 폐허가 된 성가대석을 

내게서 그대 그 날의 황혼을 보리

석양이 서쪽에서 희미해졌을 때처럼

머지않아 암흑의 밤이 가져갈 황혼

모든 것을 안식에 봉인하는 죽음의 두 번째 자아

그 암흑의 밤이 닥쳐올 황혼을.

내게서 그대 그렇게 타는 불꽃의 빛을 보리.

양분이 되었던 것과 함께 소진되어

반드시 목숨을 다해야 할 죽음의 침상처럼

젊음이 타고 남은 재 위에 놓은 불꽃.

    그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대의 사랑이 더욱 강해져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 윌리엄 세익스피어


 이 소네트를 읽고 우는 서른몇이 되어서 나쁘지 않다. 중고교 시절에 봤던 동경했던 동무들의 반짝임을 여전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저무는 것이 아프지만 모두에게 던져진 이 숙제를 담담히 견뎌보려는 자신이 싫지 않다. 물론 꼴은 사납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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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5-3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무해한모리군 2016-05-30 09:52   좋아요 0 | URL
꽤나 전에 읽었는데 왠지 상가에 다녀온 날 이 리뷰가 쓰고 싶었어요.
 

 눈길을 사로잡는 모습이 있다. 꼬부랑 할머니의 고운 레이스스타킹, 자기마한 아기를 안은 커다란 남자, 여리디여린 여성의 배에 세겨진 복근. 


 <파기환송>은 재미있다. 이 작품은 법정공방이 주는 압박감을 잘그려내는 변호사 미키할러 시리즈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거기에 작가의 또다른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할러의 의붓형인 해리보슈가 협연한다. 천하의 양아치 변호사일거 같은 할러는 법정내외의 권모술수를 능숙하게 다루며, 권위주의가 판치는 법정에서 한 없이 약자인 약간 나쁜놈들을 돕고(돈을 왕창번다) 진짜 나쁜놈은 쳐넣는 일하나는 똑부러지게 하는 남자다. 해리는 거칠고 끈질기며 범죄에 대한 상상력마저 있어 나쁜놈들을 끝까지 잡고마는 형사다. 이 덩치큰 사내들은 딸이 있고, 헐리웃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렇듯 여자와 아이에 약하다. 일에는 불도저 같은 이들이 살짝살짝 보이는 인간적 면모가 매력적이다. 그들은 이번 케이스에서 아이에게 못된 짓을 한 쓰레기를 감옥 밖으로 나가게 하고 싶지 않다. 할러는 임시검사가 되어 생명을 빼앗긴 아이의 유일한 대변인으로서의 무게를 느낀다. 


이십년전 아동살해범으로 판결받고 형을 살고 있던 죄수는 새로운 증거의 발견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된다. 할러는 재판중 그의 보석을 허가한다. 내가 무죄인 사람을 쳐넣은 것은 아닌지? 내가 보석을 허가해서 이 미친놈이 누군가를 해치는건 아닌지? 저 미친놈이 진범인데 그의 변호사가 심은 사소한 의심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서 미친놈을 세상에 풀어놓는건 아닌지? 


두 남자가 스스로의 끊임없는 의심과 싸우며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나는 언제나 옳다>에서 길리언 플린은 단편이란 어떻게 쓰는 건지 제대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간단하고 전형적으로 보이는데, 단숨에 전복되고 독자를 혼란에 빠트린다. 얇은 두께와 큰 글씨의 불만스러운 첫인상을 단숨에 만회한다. 길리언 플린은 언제나 옳다.


 점점 겁쟁이가 되고 있다. 의사나 검찰같은 사소한 결정이나 실수가 다른 사람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노무현 전대통령 7주기다. 당시 노전대통령 수사팀 검사는 오피스텔을 오십채가 넘게 사서 임대사업중이란다. 2년만에 저런 돈을 벌 수 있어도,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아 다행이다. 최소한 그런 인간은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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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일 청소를 매일하고
써봐야 아무 것도 바뀌지않을 글을 끝없이 끄적이는 것
내 삶은 이처럼 무용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용한가 여부로
무언가를 판단하지 못하겠다
그럴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무가치하다며 버려지는 것이
때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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