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예약구매한 기사단장죽이기가 도착해 '참 하루키스러운 소설이네' 하며 퇴근후 몇 챕터쯤 읽고 있는데, JTBC뉴스에서 기사단장죽이기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데 박장대소 했다. '우리나라 소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부분이었는데, 둘 사이에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하루키책을 사느라 우리나라 소설을 못산다 이런 뜻일까? 하루키책 사는김에 다른책을 왕창 산 나로서는 글쎄, 잘모르는 이야기. 


그러고 보니 나로서는 드물게도 유행하는걸 또하나 했다. 무려 3D 상영관에서 스파이더맨 : 홈커밍 을 봤다. 영화를 보고나니 '스파이더맨 피터가 귀엽다(그전 스파이더맨인 앤드류도 귀엽지만, 무려 빌리엘리어트 출신인 톰 홀랜드도 귀엽다)' '음악이 좋다' 음... 그리고... 그리고... 여러 인종이 나오고 피터는 이민자가정(미국은 모두 이민자 출신인가????) 노동계급출신이라는 거 정도. 그러나 오락영화와 B급영화에 대한 애정이 넘치며, 철컹철컹 소리말고는 남는게 없다던 퍼스픽림도 재밌게 본 나조차 재미가 없었다. 딱히 볼거리도 이렇다할 줄거리도 없이,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팀에 합류합니다라는 선언 끝. 그래도 시리즈를 한번더 볼 의향이 있다, 피터가 귀여우니까.









스파이더맨: 홈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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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re 2017-09-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장대소! ㅎㅎ 1권 막 읽었어요. 1권은 빌려 읽었는데 읽은 김에 읽고파서 2권 살까 하는데 어쩔까 싶어요.
 

동무의 아이가 세상을 떠난날

울지도 못하는 동무를 붙잡고 꺼이꺼이 내가 운다


차마 아이의 영정사진을 보지도 못하고

독하디 독한 항암치료에 안지도 눕지도 못하며 괴로웠던 아이보다

그걸 보던 어미의 마음이 부서진 것에

산다는게 너무 잔인하구나 생각한다.


 사는 건 끊임없이 잃는 과정이다. 나날이 시들어가는 스스로도 매일 봐야한다. 시력말고는 모든 감각을 잃고, 가족을 잃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남들의 적의마저 봐가며 살아가던 타비토가 6권에 이르러 이 모든 것을 잃은 끝에도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다.


 죽고 싶던 많은 순간에 함께 있어준 동무에게 머저리처럼 아무말도 못하고 서성이는데, 동무가 내게 "맨날 잠수타고"라고 다정히 등을 쓸어준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 사내는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삼십년 해왔다. 검열의 시대엔 엄청난 책들이 그의 작업장에 밀려왔고, 그속에서 그는 지혜를 발견했다. 우연히 소중한 책들을 만나고, 구출해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 그것만이 그의 삶에 유일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의 압축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속도와 능력을 자랑하는 엄청난 기계와 산뜻한 유니폼과 미소를 지닌 청년들의 등장과 함께, 그는 더이상 책을 만날수도 구출할수도 없다. 


문자를 혐오하던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펼친 집을 만드는 동안, 집이 내려앉게 책을 싾아온 이 사내는 새로운 작업장인 백지 작업장에서 빼돌린 종이에 자기 세계를 그리기보다, 오래된 압축기 속에 자신의 역사를 마감한다.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만큼 딱떨어지는 단편인데 리뷰를 쓰기는 쉽지 않다.


그저, 나도 싾아둔 책은 버리고, 우리는 살자 살자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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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28일 한겨레 14면

질문: 동성애자들의 생각이나 삶을 다룬 책, 영화, 연극을 본 적이 있는지? 그들의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회창


: 본 적은 없다. 동성애자들의 사생활도 인정받고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가는 점도 있다. 그러나 동성애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사회운동화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김대중


: 특별히 접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지만, 동성애도 이성애와 같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이단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활동 역시 인권보장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인제


: 동성애는 아주 미묘한 문제다. 사회에 저항하고 자신의 성아이덴티티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인간다운 삶이 과연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화 ‘필라델피아’에 나타난 것처럼 동성애자를 하나의 신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권영길


: 영화 ‘필라델피아’를 보았다. 나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 운동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여건을 갖추었고, 당국 역시 이러한 사회 조류에 발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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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7-04-27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려 20년 전 대선후보들의 발언이군요.

어제 연행당한 분들 소식 접하고 진짜 열 받았어요.

게다가 문빠들의 행태는 더더욱 열받게 만들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7-04-27 21:39   좋아요 0 | URL
저는 친구가 둘이나 연행되서 진짜 열받더라구요.
농담삼아 군부대나 4차선 이상되는 도로도 아닌데 왜 연행이 됐냐고 웃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연행자들보고 폭력범 운운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라는 사람들의 행태는 기가 차더군요. 무지개기 들고 그만 퍼포먼스도 못한단 말입니까.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를 낚아채고 누가 쓴 것이 분명히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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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가 결국 나의 감성을 다 망춰놨다. 내 이럴줄 알았다.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가 있다. 그걸 어제 보는데 심장이 쿵쿵 뛰는게 아니겠는가. 요즘 내 심장은 로맨스엔 꿈쩍도 안하는데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지배층의 민중에 대한 수탈이 날로 심해지고 외세의 침약도 거세지는 고려말, 토지의 균등분배(정전제), 왕이 아닌 제도적 사대부간 상호견제와 법에 의한 지배를 꿈꾸는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를 건설키로 한다. 여기 그에 사상에 심취한 이방원과 오직 먹고살만큼의 땅만을 원하는 분이가 함께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내가 슬펐던 순간은 민중이 웃는 나라를 꿈꾸던 이방원이, 새로운 나라 건설에 자기자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정치가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낭만과 청춘이 사라지는 순간이 보는 것은 이렇게 슬픈 것이다. 


딕타토르의 한장면이 떠오른다. 키케로는 알고있다. 곡물구매권을 폼페이우스에게 넘긴다는 것은 로마민중의 목숨줄을 넘기는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적당히 노회한 이 정치가는 알면서도 받아들인다. 그래서 정치란 인간을 믿고 하는 것이 아니며, 당, 법, 제도 라는 것들로 꽁꽁 싸매고 그것도 모잘라 직접 감시기관들도 두고 하는 것이다. 최순실이 등장할 수 있는 '제도'를 고칠 수 있는 세력이 누군지를 잘 가려내야 할때다. 


 다른 이야기로, 배우 유아인은 보는 눈이 좋다. (프로에게 이런말을 하는건 실례겠지만) 완득이, 깡철이, 육룡이나르샤, 밀회, 패션왕, 사도, 시카고타자기 까지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좋았다. 청춘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고, 이제 어른남자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로 가고 있다. 어딘지 천진하며 나른한 오다기리조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시작한 시카고 타자기를 주목해본다. 진짜 멋진 엔틱타자기가 일단 등장하고, 천재작가도 나오고 슬럼프에 빠진 그의 유령작가도 등장하며, 당연하게도 로맨스를 담당할 탈덕한 독서광도 나온다. 그런데 작가가 할 말은 현대가 아닌 1930년대에 모두 두고 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 있고, 순정과 우정의 가치를 높이사던 시대말이다. 아마도 주인공을 벼랑끝에 몰아세우며, 빌어먹을 세상일수록 저런 것들의 가치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지도. 


그들이 가는 카페이름 카르페디엠. 미래가 두려워서 일만 해서는 답이 없다는거, 데모도 좀 하고, 단체도 좀 가입하고, 투표도 하자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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