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산다는 것 - 숨어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
박영택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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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폭식을 하듯 책읽기의 속도에 빠져 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속도에 대한 열망에 제동을 거는 책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이다. 숨어사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기행한다기에 나에게는 고가의 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게 된 책이다. 그리고 정말 사치스럽게 느껴질만큼 깔끔한 제본과 사진으로 열 사람 예술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보여 주고, 그들의 작품에 해설까지 엮어서 될 수 있으면 예술가 개개인의 고뇌까지 읽어내려는 지은이의 흔적이 역력한 책이기도 하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던 말은 여기에도 적용이 되듯이, 다루는 작가들 모두에게 고른 애정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은 큐레이터이자, 미술평론가인 작자가 만난 예술가들 중에서 상처와 같은 커다란 기억을 남긴 작가 열 명을 골라 그들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작품과 삶에 대한 감상들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이들은 대체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자신의 화업을 위해 가족과 집을 떠나 홀로 갚은 산 속이나 외진 곳에 들어가 손수 지어 먹는 등의 고독한 시골 생활을 버티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을 소설 읽듯 스무장 남짓 읽어내리다가 나는 그만 다음과 같은 푸념을 늘어놓고 말았다. '지금껏 뭘 읽었지?' 결국은 그런 식으로 끝까지 다 읽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 중에 가장 난해한 분야이다. 결론은 그게 아닐까, 이렇게 줄글이나, 작업실을 엿보게 하는 사진으로, 실린 몇편의 작품으로, 작자와 얽힌 예술가의 에피소드 몇 토막만으로는 가난한 예술가의 한과 삶, 그들의 예술가 정신을 다 헤아리기에 독자인 내가 소양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아직은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여운이 많이 남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단 생각이 들게끔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 습득 중심으로, 뭐든 빠르게 읽어 내려 하는 나의 속도 지향적 사고에 대해 조용히 경고를 하고 있는 책이기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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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0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어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죠?^^

히피드림~ 2005-09-0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무슨 소리세요. 거짓말 안보태고 저보다 100배는 잘 쓰셨는데요.^^;; 님의 리뷰를 읽고나니 내가 느꼈던 것과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이 책 좀 어렵죠? 읽을때는 그냥 끄덕끄덕 하는데 잠깐 쉬려고 덮고 나면 뭘 읽었지? 하게 되요.

히피드림~ 2005-09-08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2002년에 쓰신 리뷰네요. 우와~~ 위에 무비님의 댓글은 최근 것이구요. 아마 무비님이 리뷰쓰면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썼나 구경하셨나봐요.^^
 
일상생활의 모험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영표 옮김 / 하문사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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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일상 생활을 살아간다.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에서였던가, 삶은 때로 우리를 속일지라도 일상 생활은 우리를 속이는 법이 없다고 했다. 때맞춰 먹여주고 문지르고 닦아주기만 하면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일상 생활의 와중에 모험을 꿈꾸는 한 청년이 이 소설 속에 나온다.

일상 생활의 모험이라는 제목 자체에 아주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이 소설. 일상 생활에서 모험이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공 청년은 일상 생활에서 모험을 꿈꾸었던 죄(?)로 좌충우돌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상처를 입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소설의 첫 문구는 이렇게 시작된다. '당신은 소중한 친구가 자살했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의 고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 여기서의 친구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즉, 주인공은 등장할 때부터 이미 죽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구성은 살아남은 '나'라는 존재가 죽어버린 모험가 친구와 얽힌 일담을 회상하는 구성 방식이다.

주인공 청년에 대해 좀더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청년 사이키치는 '20세기 후반의 철학적 명상가'라 할 수 있다. 특히 노인과 동물들에게는 자상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범죄자적 소질도 가지고 있었다.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주인공의 모습은 바로 '모랄리스트'의 면모였다. 말그대로, '도덕주의자'라는 말은 아니다. 여기서의 모랄리스트는 '인간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유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이키치는 이렇게 '나'에게 말하곤 했다. '나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하지. 본질적인 문제는 모두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기만의 해답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즉, 그는 백과사전적인 지식에 의존하고 모든 사유에 있어서 역할 분담을 체계가 확실한 현대 사회와는 괴리되는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머리만으로 생각해 낸 원칙과 도덕은 두 가지 성격을 갖곤 한다. 먼저, '반사회적인 성격'이 그것이다.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비인간적인 지배 원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많은 일탈 행위들을 저지른다. 둘째는 '행동적인 성격'이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도덕 원칙은 글자로 나타낼 수가 없다고 한다. 왜냐 하면 궁극적인 삶의 모랄은 인간의 근본적인 삶에 대한 방식이지, 글자로 나타낸 어떤 지식이 그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란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사이키치는 소설가인 '나'의 소설을 '갑옷과 투구를 걸친 무거운 글자들'이라고 폄하하고, '나'인 소설가가 자기 기만에 빠져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사이키치는 사상의 실천을 보이기 위해, 연극계에 투신하려 하며, 억지로 외운 대사를 앵무새처럼 외치는 연극을 타개하고 스스로 연극의 혁신을 구하기 위해, 재벌의 딸과 결혼을 감행한다. 성적으로 완벽한 결합을 이루었던 열여덟 살의 아내 히미코를 버리고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모험을 꿈꾸었던 한 청년은 결국 스물다섯살의 나이에 죽음으로 삶을 완결지었다. 사상은 행동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천하고 싶었던 치기어린 그 인물은 자신이 그토록 외치던 몸으로 보여 주는 혁신적인 연극 한 편을 끝마친 것이다. 이 소설은, 방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나에게 다음과의 질문을 던져 주고 있는 것 같다. '모험의 끝은 죽음이었다. 그렇다면 죽음이 두려워 당신은 모험을 포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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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베스트 콜렉션
아름출판사 편집부 지음 / 아름출판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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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는 일본의 엔리오 모리꼬네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류이치 사카모토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고 난 후일 것이다. 그는 마지막 황제의 사운드 트랙을 맡기도 하였고 출연하기도 하였다. 그의 음악적 행로는 무척 기이하면서도 다양하다. 첨엔 동경예대에서 클래식 작곡을 공부함으로써 음악에 입문한 그는 전자 음악과 민속 음악에까지 손을 뻗어 학위를 수여받는다. 그의 관심사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재즈, 보사노바, 모던 클래식 등 다양한 방면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간다.

그리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개막식 음악을 만들고 지휘까지하는 영광을 안게 된다. 그렇지만 그의 위치가 무엇보다도 확고한 방면은 영화 음악 쪽이라고 해야 겠다.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를 비롯, <리틀 부다>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었고, 올리버스톤도 그에게 유수의 영화 음악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나이도 이제 오십줄에 들어섰다. 지난 2000년 4월 28일 그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가졌을 때를 기억한다. 히끗히끗한 파마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그는 그의 잘 알려진 영화 음악 1996년 앨범에 수록되었으며, 마지막 황제의 영화 사운드 트랙이자, 그의 영화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와 그가 일본에서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올렸다는 의 곡들을 들려 주었다.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계속 주목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로 행보해 나가는 그의 정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이 악보집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이 책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베스트 앨범 악보 수록집이지만, 그의 앨범 중, <1996>과 -back to the basic에 앨범 수록곡들이 빠짐없이 이 악보집에 담겨 있어, 의미가 깊다. 특히 인터메조(인터메조는 브람스가 많은 피아노 소품을 작곡했고, 여기서도 특유의 낭만파 분위기로 감미로운 느낌이 흐른다.), 마지막 황제 테마곡(6분 동안 갖가지 음악적 기교가 응축된 장대한 곡이다. 강약 기호를 바탕으로 풍부하고 깊게 연주하면 웅장한 맛이 나는 대곡이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류이치의 가장 사랑 받는 곡으로, 나또한 이 곡을 맨처음 듣고 류이치의 존재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메인테마가 반복되지만, 이 곡은 플랫이 다섯개나 붙은 곡으로 왼손의 저음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무겁게 연주하는 것이 이 곡의 맛을 살려 줄 것이다.)이 좋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 악보집에서, -back to the basic에 앨범 수록곡 중 세 곡을 가장 좋아한다. 그 세곡은 다음과 같다. , , <철도원-영화 철도원 삽입곡>이 그것으로 이 세곡은 일본 전통 민속 색채가 매력적으로 담긴 곡이며, 차분하고 잔잔하며, 기법이 난해하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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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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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러 이야기를 우리는 알고 있다. 저 멀리, 장화홍련전으로 가면 두 자매를 사악하게 괴롭히던 계모가 허씨였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장돌뱅이 생활의 애환을 노래하던, 그 주인공 생원이 허씨였고,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백면서생으로 글만 읽다가 갑자기 돈모으는 재주를 부리는 위인으로 뒤바뀌어, 지상 낙원을 꿈꾸는 주인공 양반도 허씨다. 인생의 중요한 국면마다 피를 팔아 해결을 보는 이 소설의 주인공 허삼관도 허씨이다. 그래서? 그냥 그렇다는 거다. 참 허허롭다. 이렇게 싱거운 소리로 이 글을 시작하는 건 뭘까, 이건, 이 소설, 내내 삼관이네 가족에게 닥치는 모진 인생 역정 속에서도 유유하게 흐르던 해학을 내가 전수받고자 애썼던 결과인가보다.

이 책의 유난한, 처절함 속에서 나오는 희극미와 해학의 압권은 여러 주인공의 행태를 통해 나타나지만, 그 중에 백미는 바로 삼관이이다. 그가, 친자식이 아님이 밝혀진 일락이만 뺀 온 식구를 데리고 국수를 먹으러 가는 장면이나,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임분방과 바람을 피는 장면에서는 '허삼관 참 소갈머리 없다,' 하기도 했지만 다음에 벌어지는 사건에서, 일테면 일락이를 따스하게 감싸고, 아내 허옥란의 결혼 전 일을, 당신도 잘못(하소용과의 일) 나도 잘못(임분방과의 일)이라고 덮어주는 일 등등, 그의 희극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서 '사람살이가 다 이렇지 뭐.'하게 된다.

내가 정말 박장대소하며 읽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은 부분이었다. 결혼전 하소용과의 일로 곤란함을 겪던 허삼관 마누라 허옥란이, 길거리에서 하소용의 부인과 대판 싸움이 붙는다. 동네 사람들이 이 사실을 허삼관에게 알리는데 허삼관이 동네 사람들의 반응에 응수하는 말이 아주 가관이다. '삶은 돼지가 뜨거운 물 무서워하는 거 봤수'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하는 부분이었다. 삶은 본래 싸움터처럼 질펀한 것. 여간한 일이 아니라면 일일이 핏대를 올리고, 충격을 받거나, 당황할 것까진 없다는 듯한 뉘앙스가 이 삶은 돼지~ 운운에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소설을 읽다보면 대개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 거 같다. 약간의 억지(?)의 요소를 보이는 이 내맘대로의 구분은 이렇다. 작가가 머리로 쓴 소설과, 몸으로 쓴 소설. 이 소설을 굳이 껴 넣자면 어디에 넣을 수 있을까. 작가의 체험을 토대로한 육성이 녹아 흐른 작품인지는 내 수준에서 감별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머리로 쓴 관념 소설이 아니기에, 주인공들의 삶의 극한적인 고통에서 유발되는 웃음과 울음이 독자로 하여금 더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 <살아간다는 것>과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를 얼른 수소문하여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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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3-2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독서 일기를 읽다보니 그런 말이 나온다. 모국어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중국 사람들은 축복받은 느낌이었을 거라는... 모든 여타의 찬사와 칭찬의 말을 짧고 간결하게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

icaru 2005-08-2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신용의 <고백>1994에도 밥을 사먹기 위해 혈액원에 피를 팔러 가는 장면이 마지막에 나온다.
눈 내리는 겨울날 주인공이 피를 팔려 갔는데 의사가 "당신은 이제 피를 뽑으면 죽어요"라며 체혈을 거부한다.
주인공은 혈액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흰눈을 미사포처럼 쓰고 있는 지게를 발견하고, 지게에 묻은 눈을 턴 후 삐그럭거리는 지게에 돌멩이로 못질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제 어깨에 둘러메고 청계천 쪽으로 사라진다. 바이러스에겐 고단위 항생제가 생존의 위협이자 그 상황이 곧 새로운 종의 기원이 되듯, 즉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주인공을 지게꾼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얼트 문화와 록 음악 1
신현준 외 / 한나래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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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가 락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난 이후일거다. 대학 시절은 그 이전, 그러니까 중,고교 시절보다 더 처절하게 앞날의 '전망 없음'에 대해 절망했던 것 같다. 졸업을 하고 뭘 해 먹고 살아야 할까라는 점에서도 회의적이었고, 소위 대학의 '노는 문화'라는 테두리에서도 항상 겉돌았고, 자뭇 위화감마저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와중에 듣기 시작했던 (얼트) 락 음악은 이전의 '대중 매체에 의해 강요된' 음악 문화 듣기에서 벗어나 내 스스로 주체적인 취향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런 음악들을 통해서 나는 많은 위로와 힘을 얻어 왔다. 게다가 1998년에 구입한 이 책은, 너바나를 필두로 해서, 스물 한두세살시절 당시에 많이 듣던 (펄잼, 알이엠,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유투, 메탈리카, 메가데스)음악에 대한 어떤 해석적인 지평을 내려 주고 있었다.

이 책은 얼터너티브를 주류 팝에 반대하는 음악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평범한 것이지만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내포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얼터너티브가 기성의 규칙과 지배적 취향을 따르니 않는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언더그라운드의 비쥬류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고 오버그라운드에 잠입하여 게임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얼터너티브 문화의 파생과 발전 양상을 다음과 같이 1부와 2부를 두어 설명한다. 제 1부는 너바나의 폭발의 해인 1991년부터 그 파장이 시들해진 1994년까지의 기간에 얼터너티브의 주요 흐름을 형성한 밴드들에 대해 고찰한다. 주로 다룬 대상은 이른바 ' 시애틀 그런지-펄잼, 너바나, 사운드 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인데, 이를 통해 하위 문화와 반문화, 예술과 상업에 관련된 부분들에 대해 설명한다.

제 2부는 1980년대 초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말이 아직 없던 시절 언더그라운드의 인디 씬에서 얼터너티브를 개척해 온 밴드들을 소개한다. 영국의 유투나 미국의 알이엠의 경우에는 이례적이게도(대중 음악 시장에서의 상업주의와 얼트 문화가 지향하는 가치 사이에는 충돌과 모순이 상존하며, 대다수의 음악 청년들은, 자본과 자신의 음악이라는 이 둘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에 빠지기 십상이다.) 자국에서 짧게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생활을 한 다음 주류에 진입해 일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그룹인데, 주류 안에 진입했음에도 그 안에서 어떻게 주류와 싸워 나가는지를 보여 준다.

우리는 최근, 락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많이 증폭되어 있음을 본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혹자들은 '다국적 음악 자본의 한국 시장 침투'라는 찜찜한 시각으로 읽으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너무나 배타적 네트웍과 획일적 취향이 지배하고 있는 주류 대중 음악계(아무리 한류 열풍이라고 하지만...)에서 '대안'의 역할을 수행할 음악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존재한다. 그리고 록 음악은 대안들 가운데 하나로서 가능성을 타진받고 있는 중이다. 이 책에서 나온 일련의 얼트 문화의 파생을 지켜보면서, 한국 록 음악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나아갈 바를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을 엮은 신현준은 서론에서, 음악에 대한 글쓰기 작업 즉, 이 책을 쓰는 일을 '건축물을 보고 그 영감을 춤으로 표현하는 일'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 만큼 이 작업은 많은 사전적 제약이 뒤따랐으리라. 그래서 다분히 분류나 체계가 잡히지 않거나, 번역이 조악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설픈(외국의 자료를 보고 간접적으로 연구 전하는 것이다보니) 편집자(?)의 잡음이 들어가지 않게 얼트 음악 본 바닥의 지평을 연구한 이들의 견해를 그대로 전하다보니 생겨난 한계인 거 같아서, 눈감고 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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