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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High line park.

한때 기차길이 있었고 기차가 다니면서 인근 첼시 마켓의 상점에 식료품을 비롯한 물건을 대주던 곳.

트럭이 그 일을 대신하면서 기차와 기차길의 필요성이 점차 상실되어 가자 이곳 주민 중 몇사람이 주축이 되어 이곳을 되살리자는 취지를 살렸고 뉴욕 시장이 동의하고 도와주었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제2의 공간 High line park. 이제 도시민들의 휴식 공간, 산책로 기능을 멋지게 해내고 있다.

시간과 함께 기능이 사라져 가는 시설이나 공간이 그대로 사라지거나 버려지지 않고 이렇게 재생되어 살아남아 있다. 기존의 기차길을 군데 군데 남겨 놓아 기억을 되살려주고, 현존하는 빌딩들 속에 불쑥 끼여들거나 단절하지도 단절되지도 않고 유기적으로 잘 어울려 존재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되고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 그 길을 따라 주욱 걸었다. 나처럼 그곳을 일부러 보러 온 사람도 있고, 조깅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타이치 같은 운동을 하고 아시아인도 있었다. 기차길이었던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 옆으로 가지각색의 건물들을 볼 수 있고 건물들 사이를 이 길이 통과해지나간다. 건물들 사이로 멀리 허드슨 강이 보이고. 길 끝까지 걸어오면 그 자리에 휘트니 뮤지엄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달에 느티나무 보러 가던 길에 들렀던 가수원역.

이제는 더이상 쓰이지 않는 곳이다.

 

 

 

 

 

 

 

 

 

 

 

 

 

 

 

 

 

 

 

 

 

 

 

 

 

 

 

건물도, 공간도, 그리고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재생이 필요한 시기가 온다.

거듭날 수도 있고 쇠퇴해버릴수도 있는 그 시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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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8-25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여행 중이신가 봅니다.

저 사진 속 벤치의 파격적인 아이디어!!!

hnine 2019-08-25 21:57   좋아요 1 | URL
엊그제 돌아왔습니다.
다녀오니 더위가 많이 누그러져 있네요.
우리나라 서울역 고가 공원이 이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다녀왔는데 우리 나라 서울역 고가 공원은 아직 못가봤어요.

Nussbaum 2019-08-2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일지.. 뭔가 어딘가에 쓰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제 오늘 음악 하나를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참 이 사진들이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hnine님. 좋은 여행 되셨길 바랍니다 ^^

hnine 2019-08-28 20:28   좋아요 1 | URL
네, 아날로그 세대라서 아직도 노트에 펜으로 적는게 편해요.
걷다가 다리도 쉴겸 앉아서 노트에 메모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어제 오늘 이틀 씩이나 어떤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셨는지 궁금하네요. Nussbaum님 서재 가보면 올리셨을지 모르니 얼른 가봐야겠습니다. 저도 마음에 들어오는 음악이 있으면 한번으로 끝내지 않고 하루 종일 듣게 되더군요.
한국에 돌아오니 더위가 한풀 꺾여 얼마나 좋던지요.

Nussbaum 2019-08-28 20:41   좋아요 0 | URL
방금 만년필로 노트에 라디오에서 녹음해 둔 소리를 듣고 문장 하나를 적었습니다.
조금 촉촉한 것이, 타자로 뭔가 적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으네요.

여름이 아스라이 멀어져 갑니다.
누군가에게는 여름이 용서할 수 없이 많이 미웠겠지만, 저는 또 나이가 먹어갈수록 여름이 조금은 애처롭게 보이기만 하네요 ^^

 

 

 

 

 

 

 

 

 

 

 

 

 

 

 

 

 

 

 

 

 

 

 

 

건축가 Frank Loyd Wright 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 사진을 보게 되었을때였다. 숫자 천구백으로 시작하던 옛날 옛적. 어떻게 이런 디자인의 건물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전무후무할 것 같은 디자인의 건물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몇년 후, 진짜 뉴욕땅을 처음으로 밟았을때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이 구겐하임이었다. 실제 가보니 건물 디자인도 획기적이지만 그 디자인이 건물의 미술관이라는 목적에 맞도록, 잘 기능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진으로 볼때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안에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구경하면서 받은 놀람과 벅참은 또 다른 얘기이다.

 

Frank Loyd Wright 라는 건축가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또다른 건축물 Falling water도 사진과 글로만 보고 알고 있다가 이번에 직접 눈 앞에서 보고 왔다. Pennsylvania 주의 Pittsburgh 시내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간 Mill Run 이라는 시골 마을 숲속. 거기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와 함께 발견한 그곳.

1935년에 설계되었고 미국 건축가 협회에서 Best all-time work of American architecture로 지정되었으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얻은 걸작물이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폭포수와 어울리게 설계된 이 집은 유기적 건축 (Organic architecture)이라는 Frank Loyd Wright의 평소 철학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집 내부로도 들어갈 수 있는데 그걸 못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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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8-28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낙수장 다녀오셨군요 !

저 사진 볼 때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거 참 많은데, 하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리고 실제로 가보면 다를지 모르지만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그것이 어쩌면 우리나라에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네요.

오랜만 들러 서재 기웃거리고 있는데 여행가서 찍으신 사진 보니 이상하게 참 정겹습니다. ^^


hnine 2019-08-28 21:35   좋아요 0 | URL
네, 그 전설의 낙수장을 다녀왔습니다.
맞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울게 없을지도 모르는데 미국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면 꼬불꼬불 산길 따라 올라가다가 폭포에 지은 집이 나타나는 것을 보며 정말 새로왔을 것 같아요. 집의 형태는 우리 나라에서 보는 집의 디자인과 전혀 다른데도 자연 속에서 참 어울리더라고요. 그게 전 놀라왔고요.
 

 

 

 

 

 

 

새로운 코스도 아니었고 

늘 다니던 산책 코스였는데

이렇게 다양한 버섯을 발견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비가 온 후.

 

 

 

 

 

 

 

 

 

 

 

 

 

 

 

↑ 꽃이 피어있는 줄 알았어요.

 

 

 

 

 

 

 

 

 

 

 

 

 

↑ 두 종류의 버섯이 보이시나요? 위에 깜장 버섯

 

 

 

 

 

 

 

 

↑ 벽돌 틈에서 저렇게 자라 나왔네요. 이것 역시 버섯인지 못 알아봤어요. 쓰다버린 휴지인줄.

 

 

 

 

 

 

 

 

↑ 이 날 본 제일 신기한 버섯으로 뽑혔습니다.

 

 

 

 

 

 

 

 

 

 

 

 

 

 

 

 

 

 

 

 

 

 

 

 

 

 

 

 

 

 

 

 

 

 

 

 

앞으로는

비 온다고 집에 있을게 아니라

비 오니까 나가봐야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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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6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8-06 12:32   좋아요 0 | URL
사진 찍을줄 모르던 어린 시절에도 일기 쓰기 배울때 글만 쓰지 않고 그림도 함께 그리는 그림일기라는 것으로 시작했잖아요. 말씀해주신대로 사진을 보면 사진이 보여주는 장면도 기억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사진을 찍을 당시의 제 자신과 상황까지 연상작용이 일어나 일파 만파 추억의 놀이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못 찍은 사진이지만 열심히 찍어놓고 있어요. 주로 자연을 찍은 것들이니 관찰일기라고나 할까요. 생각은 덜고, 보이는 것만 찍고 쓰고 싶네요.

Nussbaum 2019-08-1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너무 집에만 있는 것 같아서 밖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꽤나 더웠습니다.

그런데 또 사람은 바깥 바람을 좀 쐬어야 활력이 생긴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얘기해놓고서 다음주면 개학하고 또 매일 일터에 나가야 할텐데 그러면 또 지금 집에 이렇게 있는, 자유를 그리워하겠지요.

˝사진으로 쓰는 일기˝ 이 제목이 오늘따라 참 마음에 드네요

아 참 ! 내일 모레가 벌써 입추입니다. 11일이 말복이니, 이제 더위도 끝무렵이네요 ^^

hnine 2019-08-06 12:25   좋아요 1 | URL
더위에 허덕이면서도 저 역시 하루에 한번은 꼭 바깥에 나갔다와요. 어제는 저녁 먹고 해 진 후에 나갔는데도 밤9시까지 30도를 꿋꿋이 지키는 기온때문에, 돌아오는 길엔 제 몸 배터리에 빨간 불이 들어왔더랬습니다.
다음 주가 벌써 개학인가요? 와, 너무 이른거 아닌가요?
작년에 그 더울 때도 한번 더위가 푹 꺾이니까 급속하게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반갑기도 하지만 허무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언제 더웠냐는 듯이. 말복, 입추, 끝무렵 더위. 제게 기운을 북돋아주시는 말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9-08-0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스머프 마을이었나봐요?^^
숲이 우거져 산책로가 예쁘네요.
저희 동네는 하천따라 둑방길을 만들어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나무가 많질 않아 햇빛 피할길이 없거든요~또 나무가 많은 곳은 너무 짧고요....그래서 5월 한 달동안 썬크림 안바르고 오전에 산책했더니 양팔이 음야~~6월부텀 보는 사람들마다 어디 밭을 메고 왔느냐 그러더니 7월부터는 해변가 다녀왔느냐고....팔 다리,목,얼굴 까맣게 다 구워졌거든요.ㅜ
6월부터는 썬크림 꼬박 바르고,팔토시 끼고,챙 넓은 모자 쓰고 중무장 하고 산책했어요.
지금은 너무 더워서....야밤에나 잠깐하곤 합니다.
hnine님 산책하시는 사진일기를 읽을때면 늘 저의 산책하는 시간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hnine 2019-08-07 04:26   좋아요 0 | URL
하하, 스머프.
예, 제가 잠시 스머프가 된 기분이었어요. 좀 거대한 스머프요 ^^
저도 산책할때 결코 모자, 선크림, 선글래스, 이런거 안데리고 안바르고 가요. 거추장스러워서요. 그런데 아무래도 필요하겠지요?
책읽는나무님도 산책 좋아하시나봐요. 예전에 20대 때에는 일부러 산책을 목적으로 걷는다는게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네요.
지금도 비가 오고 있으니 버섯이 쑥쑥 자라오르고 있을거예요. 상상하고 있답니다 이 새벽에.

stella.K 2019-08-0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섯 자연도감이군요! 잘 봤습니다.^^

hnine 2019-08-07 04:29   좋아요 0 | URL
자연도감 맞아요. 가끔 이런 사진 올릴때 내가 일기를 올리고 있는거야 도감용 사진을 올리고 있는거야 혼자 물을때가 있답니다.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요. 이제 더위 좀 주춤하려나 기대하지만 아직은 8월 초입이니까 큰 기대말아야죠.
건강하게 더위를 잘 나시기를 바랍니다.

수이 2019-08-0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비가 내릴 거 같은데 빗속으로 성큼 걸어가고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

hnine 2019-08-07 04:32   좋아요 0 | URL
예, 지금 비가 좍좍 내리고 있네요 ^^
비가 오면 일단 집안에만 머무르게 된다는게 제가 비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한가지였는데 그냥 모른척 나가보면 또 맑은 날 못보던 것들을 보게 되네요. 저 날은 버섯에 한번 눈이 가니까 산책 내내 버섯만 찾아보게 되었는데 버섯 말고도 또 어떤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말씀하신대로 빗속으로 또 걸어보고 싶어지는 새벽입니다.
수연님은 비를 보며 어떤 책에, 어떤 문장에 밑줄을 긋고 계실까...
 

 

 

 

 

 

 

 

 

 

 

 

 

 

 

 

 

 

 

 

광역시라고 하지만, 아파트 단지 속에서 파묻혀 살고 있긴 하지만,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논이 나오고 밭이 나옵니다.

집에서 차로 20분 쯤 갔을 뿐인데 아마도 제 기억으론 지금까지 가까이서 본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가 아닐까 싶은 큰 나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무 전체를 다 담기 위해서 뒤로 좀 물러나서 사진을 찍어야했어요.

7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201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는데, 높이가 16m, 둘레가 9.2m 라고 안내표지판에 써있습니다. 700년이라. 700년을 한 자리에서 이어온 생명체를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나무가 보기에 나는 애기구나 애기.'

라는 생각이 들어 든든한 마음이 생기고 안심도 되고 그랬답니다. 나이들어 자꾸 늙어간다고 툴툴거리던 평소 생각은 잠시 도망갔어요. 

 

우리 나라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 느티나무, 소나무, 아니면 은행나무인것 같아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에 있는 수령 1,000년 이상된 나무 60여 그루중 25그루가 느티나무랍니다.

 

느티나무 주위엔 배롱나무가 보라색으로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고 밤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옥수수밭, 포도밭, 가지, 오이, 수박, 참외 등 열매가 열린 밭, 잘자라고 있는 벼 등 많이 많이 구경하고 왔습니다.

 

 

 

 

 

 

 

 

 

 

 

 

 

 

 

 

 

 

 

 

 

 

 

 

 

 

 

 

 

 

 

 

 

 

 

 

 

 

 

 

 

 

 

 

 

 

 

 

 

 

 

 

 

흐리고 습하고 더운 날이었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열매 맺고 자라고 있는 나무들과 70년이 아닌 700년을 한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느티나무를 보고 온 감상으로 가슴이 꽉 채워진 날이기도 했습니다.

 

생명은 치열하고,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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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2019-07-22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좋은 사진들이네요. 느티나무, 감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포도나무, 도라지, 연초록으로 펼쳐진 논과 야산, 이런 사진들 보니까 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정말 너무 좋습니다.

hnine 2019-07-22 12:04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제 눈에도 이렇게 푸근하고 든든한 느낌이었는데, 정말 이런 곳을 고향으로 두신 분들이 도시에서 살면 고향 생각이 자주 날 것 같아요. 열매, 과실들이 익어가는 것을 보니 이 더위가 결국 가을을 향해서 갈것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 위안도 되었고요.
함께 느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댓글을 다셨지만 누구신지 알것도 같은데...^^)
 

 

 

 

 

 

 

 

 

 

 

 

햇빛이 아주 뜨겁지 않다면 이 용감한 아줌마는 모자, 양산 없이 산책을 한다.

얼굴 좀 타는 것에 대해 대범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차라리 얼굴 타는 것, 기미, 주근깨보다는 비타민 D 와 세로토닌이 더 절실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예방, 우울증 예방. 햇빛 받아 부디 내게 부족함이 없는 비타민 D 와 세로토닌이 합성되기를 바라는 마음.

낮에 이렇게 돌아다니고 나서도 요즘은 저녁 때 또 한번 동네 산책 하는 버릇이 생겼다. 저녁 먹고 설겆이까지 하고 난 후. 해가 길어 아직 어두워지기 전, 저런 하늘을 보며 어제도 걸었다.

 

 

 

 

 

 

 

 

 

 

 

공작 단풍의 꽃.

저 볼록한 속에 씨앗을 담고 멀리 멀리 날아갈 것 같은 날개.

색깔이 예뻐서 찍어놓았다.

 

 

 

 

 

 

 

 

 

어릴 때 일이다. 나무를 좋아하시던 아버지. 엄마와 나무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았는데 자꾸 목빼기롱이 어떻고 저떻고 하시는거다.

'나무 이름이 일본 이름인가?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나무구나'

그날 일기장에 난 '우리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나무는 목빼기롱'이라고 썼다.

나중에 엄마께서 보시더니 '목백일홍'이라고 고쳐주셨다.

요즘은 '배롱나무'라고 더 많이 부르는 것 같다.

연분홍, 진분홍, 연보라 색의 꽃을 흔히 보는데 흰색꽃이 피는 것도 있다.

 

 

 

 

 

 

 

 

안그래도 산책길에 배롱나무꽃을 보며 아버지 생각을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과일 가게에 들러 체리를 보니 아버지 생각이 또 났다. 나무도 좋아하셨지만 과일도 좋아하셨던 아버지. 예전에는 지금보다  체리 가격이 더 비싸서 일부러 사다 먹은 기억이 없다.

언젠가 나 미국에 있을때 아버지께서 오셨다가 마트에 가서 체리를 보시더니 여긴 체리가 싸다고 하시며 거의 매일 즐겨 드셨었는데.

이번 달 24일이면 아버지 돌아가신지 벌써 4주기. 이번엔 아버지 산소에 가서 체리도 한 접시 올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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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3 0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7-13 21:03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더 친해지지 못했던게 아쉬워요. 이렇게 종종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도 좋긴 하지만요.
기분이 가라앉아있다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기운이 나기도 해요. 저도 제 본성을 잘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