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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어렵고 하기 싫은 공부하다
몸이 지쳤을 때도
동무들과 말다툼하다
마음이 상했을 때도 


집으로 돌아와
대문 손잡이만 잡으면
기분이 좋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터에 가신 어머니가
차려놓은 밥상이 있고,
어린이날에 아버지가 사 주신
동화책 <몽실 언니>와
깍쟁이 누나가 사준 장난감도 있다 


'인교야, 오늘 내내 힘들었지.
자,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어라.' 


벽에 걸린 가족사진도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우리집은 이런 집
좀 비좁고 궁색할지라도

내가 꿈꾸는 집
바로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집
쉬워보이지만 해보면 쉽지 않은 집

 

작은 꿈 

 

-옆집에 사는 원근이 아저씨는 공장 천장에서 떨어져 평생 일어나지 못하는 깊은 병을 얻어 누워 있습니다.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내 손으로 밥 먹고
하루 한번 이 닦는 것 


방에서 똥오줌 누지 않고
변소 가서 누는 것 


그리고
햇볕 잘 드는 창문을
내 손으로 여는 것



나는 다 할 수 있는 것들
그 누군가에겐 꿈으로만 바랄 수 있는 것들...  

 

어버이날 

 

점심밥 먹는둥 마는둥
바쁘게 산밭에 가서
어둑어둑 해가 다 지고 나서야
돌아온 어머니 

 
"야야, 오늘 피곤하다.
말도 시키지 마라." 


말하기도 귀찮은 어머니 


'어머니,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몇번이나 속에서 말이 나왔지만
쏙 들어가고, 쏙 들어갔습니다. 


씻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
금세 잠이 든 어머니 머리 맡에
빨간 카네이션도 잠들었습니다 

 

 

   

  

 

 

 

 

 

 

 

 

  

 

 

 

호숫물 

 

뒤에 처지는 이 없이
혼자 먼저 가는 이 없이 


뽐내어 솟아나는 이 없이
넘어져 밟히는 이 없이 


맑고 따스하게
우리는 모여서 ...... 

 

 

눈치 

 

마당에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내 동생
새 크레파스 사 달라고
엄마를 조르는거다 


고양이가 다가가
발 하나를 내밀자
동생도 손을 내밀어 장난치며
살짝 웃고 만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다시 울기 시작하는 녀석
엄마 어디 계시나 두리번거리며
더 크게 우는 내 동생 

 

 

 

풍 선 

 

새끼 손가락에만 닿아도
동동 뜨지요 


다정한 마음
따스한 마음을
후- 후 불어 넣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무언가가
날카롭게 덤벼든다면
그때는 달라져야지요 


뻥!
깜짝 놀랄 힘을 보여줄 거예요  

 

 

 

 

 

 

 

 

 

 

 

 

시가 좋다. 군더더기 다 떨치고 할 말만 하고 마는 시가 좋다.

동시는 더 좋다. 눈에 보이는 군더더기 뿐 아니라 마음의 군더더기까지 깨끗이 청소해주는 느낌이 들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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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비결




김치 맛의 비결은
좋은 배추가 아니라
갖가지 양념 재료가 아니라
버무리는 과정이 아니라
익기까지 기다리는 기간이 아니라

배추를 절일 때 결정된다는 것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의 소금으로
길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절이는 동안
김치의 맛은 거의 결정됨을
배추, 양념, 버무림
이렇게 저렇게 다 바꿔본 후

알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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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0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엄마가 김치 담글 때 보면, 눈대중으로 소금을 아무렇게나 뿌리는 것 같아서 중요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조 역할만 해봤으니 알리가 있나요 ( '')~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아무렇게 소금 뿌리고 뚝딱 만든 것 같은 김치가 맛있어요.
보이지 않는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거겠죠? 먹는 거야 간편하고 쉽지만 ㅎㅎ

hnine 2011-10-06 12:14   좋아요 0 | URL
저도 부엌이 저의 무대가 되기 전 까진 몰랐지요.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먹을 줄만 알았지 어떻게 하면 이런 맛이 나나 궁금해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음식이 그냥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요. 금방 배워지지도 않고요. 이 세상에 '눈대중'이라는 저울만큼 값비싼 저울은 없을거예요 ㅠㅠ

순오기 2011-10-0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체험으로 확실히 깨달으셨군요.
맞아요~ 절임이 잘못되면 제 아무리 갖은 양념으로 해도 맛이 날 리 없지요.
어머니들이 눈대중으로 척척 해내던 건 오랜동안 노하우에서 나왔으니 우리도 자꾸자꾸 해보는 수밖에요. 그러다 보면 어머니의 손맛이 나더라고요.^^
지난주에 배추김치와 총각김치 담궜는데, 간을 딱 맞게 해서 성공했어요~ 날마다 맛난 김치 때문에 밥을 많이 먹게 된다는 부작용이 따르지만...

hnine 2011-10-06 12:17   좋아요 0 | URL
성공하셨다니 부럽습니다 ㅠㅠ 계속 실패하면서도 무슨 고집인지 사 먹는 김치를 거부하고 또 담그고 또 담그고. 이번에 담근 김치는 너무 짜서 이 김치 계속 먹다가는 혈압만 올라가겠다 싶어 어제는 물에 마구 헹궈 김치 찌개 했어요. 그랬더니 좀 먹을만 하더군요. 맛난 김치 먹을 수 있는 순오기님댁 식구들은 좋겠다...

stella.K 2011-10-0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김치하기 참 어렵죠?
저의 언니도 결혼하고 내내 실패만하다 요근래 2,3년만에
김치를 제대로 담가 먹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러니까 결혼 17,8년만에.
저는 물론 언감생심이구요.ㅋㅋ

hnine 2011-10-06 16:16   좋아요 0 | URL
손에 좀 익기까지는 어느 정도 레시피를 따라서 해야할 것 같아요. 처음부터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하니까 실패하고, 어쩌다 성공해도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도 모르겠고.
결혼 17,8년 만에 성공하셨다니, 와, 한국 음식이 이렇게 성공률이 낮은 거네요.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무스탕 2011-10-0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18년이 다 되어 가도록 김치 한 번 담궈본적 없는 탕이는 할 말이 없어요;;;
시어머니께서 친정엄마가 김치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담궈주시니 전 정말 복받은 김치인생이에요. ㅎㅎㅎ

hnine 2011-10-06 21:03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마께서 설마 제가 올린 이 페이퍼를 보셨을리는 없는데 오늘 택배로 김치를 보내오셨네요. 감사하고 또 죄송하고...
담궈 주실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다른 것으로 보답하지요 우리 ^^

yamoo 2011-10-0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렸을 적에 할머니 한테 들었어요. 김장에서 김치의 맛은 배추를 절일 때 결정된다구요..^^ 어린 마음에 김장하는 할머니께 여줘보았거든요~ㅎㅎ

hnine 2011-10-07 04:57   좋아요 0 | URL
할머니 옆에서 요것 조것 물어보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집니다 ^^
yamoo님 할머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니 제가 틀린 것 아니네요, 그렇지요?
정말 절이는 게 관건. 그래서 요즘 아예 절여진 배추를 파는가봐요.

세실 2011-10-0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도 담그시는구나.
전 양쪽 엄니께 얻어먹고, 먼훗날이 되면 그냥 사먹으려구요.
절임이구나...절임. ㅎ

hnine 2011-10-07 04:59   좋아요 0 | URL
사먹기는 돈이 너무 아깝고 (저희 집은 김치를 많이 먹거든요 ^^) 김치 없이 밥을 먹자니 뭔가 빠진 듯 하고, 어쩔 수 없이 담궈야 하는데 성공율이 참 낮아서 문제이지요. 그래도 별 말 없이 먹어주는 식구들이 고마와요.

차좋아 2011-10-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장은 원래 남자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김장날은 저도 많이 바쁘고 피곤한 날이에요.ㅋㅋ
그리고 아쉬운건 저도 재밌는거 하고 싶은데 엄마는 그런건 본인이 다하시고 배추 나르고 다라이 옮기고 소금 가져와라 젓갈 더사와라, 돼지고기 삷아라, 뭐 이런것만 시키니 입이 나올 밖에요 ㅋㅋㅋㅋ

무 채치는 일은 그나마 재일 신나는 제 일입니다.^^ 아 버무리고 싶은데....

hnine 2011-10-07 14:43   좋아요 0 | URL
와, 차좋아님 진짜 가정적인 분이시구나...^^
맞아요. 김장할 때 남자 꼭 필요해요. 특히 배추 절이면 엄청 무거워지잖아요. 그거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물에 여러 번 잘 헹궈서 물빼기 할 때가 제일 힘들어요. 그런데 그건 재미있는 파트는 아니군요. 말씀하신대로 역시 제일 신나는 대목은 마구 마구 버무리는 대목! ^^

차좋아 2011-10-07 16:0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가정적이란 말 제겐 안 어울려요 ㅎㅎ
가정적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재밌어서 ㅎㅎㅎㅎ 재밌는거만 해요.ㅋ
역시 버무리느게 재밌는거 맞구나 ㅜㅜ 한번도 못해봤어요. 딱 그 떄가 고기 삶을 타임이라....

비로그인 2011-10-16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지도 모잘라지도 않게.
이게 참 어려운거죠..? ㅎ

2011-11-20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0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전자 재조합 

 

 

조증 유전자를 넣어주세요.
전 아마도 선천적으로 그 유전자에 
부분적 결실이 일어났는가봐요.
가능하다고요?
좋아요.
다른 유전자까지 같이 들어오지 않게
말끔하게
조증 유전자만 넣어주셔야해요
서약서에 서명하지요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가요?
여기 주의 사항이라고 깨알만하게 적혀있는
이 말 말이어요
이 유전자가 들어가고 나면
울증에서 벗어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울증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고요?
하필 조증 유전자 삽입 위치가
정서 공감 유전자 중의 하나를 비집고 들어가야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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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2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하필 그 위치인거죠? ㅠ_ㅠ
둘 다 사이좋게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유전자 조합을 하기보다는 그대로 두는게 낫겠어요 ( '')~

hnine 2011-09-27 20:51   좋아요 0 | URL
똑같진 않아도 곧 저런 시대가 올거라고 예상하고 써봤어요.
유토피아가 될지, 케이오스가 될지, 지금은 예측만 난무하지만 실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예측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는게 아이러니 아닐까 해요.
만약 신이 있다면 저런 함정을 만들어놓지 않았을까,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하는...그런 생각을 했지요.

비로그인 2011-09-27 21:59   좋아요 0 | URL
아, 직접 쓰신 거에요? 저는 어디 시집에서 옮겨온 건 줄 알았어요 ㅎㅎ

hnine 2011-09-28 16:37   좋아요 0 | URL
따로 저자 이름을 안 쓴 저런 글들은 다 hnine이라는 사람의 졸작입니다 ^^

bookJourney 2011-09-2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만이 쓰실 수 있는 시에요~! ^^
정서 공감 유전자가 없이 조증 유전자만 있으면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쵸?

hnine 2011-09-28 16:36   좋아요 0 | URL
저는 비유적으로 썼지만 저런 종류의 함정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거든요.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잡념이 많은 저 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일지도 ^^

세실 2011-09-2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울 옆지기가 절 이기적이라고 합니다.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 아픈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요......조울증도 비슷할듯.
한때 울증을 이해하지 못한적도 있었거든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좋겠지요.

hnine 2011-09-28 16:38   좋아요 0 | URL
울증을 이해못하신다는 말씀에는 저는 갸우뚱인걸요?
제가 가끔 울적해서 올린 글에 세실님의 따뜻한 위로가 많이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세실 2011-09-29 00:36   좋아요 0 | URL
제가 초긍정이었거든요. 한때.....ㅎㅎ

hnine 2011-09-29 14:32   좋아요 0 | URL
초긍정! 와, 그 기운을 저에게도 조금만...^^

하늘바람 2011-09-2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증과 울증이 하루에도 수시로 오가는 전 ^^

hnine 2011-09-28 16:39   좋아요 0 | URL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거예요.

차좋아 2011-09-2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맘에 들어요 무척 맘에 드는 글에에요. 아쉽지만 그런 조증유전자는 사양할 밖에요.
세상에 공짜는 없군요.ㅎ

hnine 2011-09-29 14:26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마음에 드신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너무 직접적인 비유를 했지만 실제로도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를 저는 종종 보거든요.
울증, 조증 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우리가 한 일이고 저런 생각을 하는 것도 우리 인간들이 하는 일이고요.
실제로 조증유전자를 후천적으로 삽입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저 역시 그대신 무엇이 달라지나 살펴볼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꿈꾸는섬 2011-09-3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섬뜩한 시에요.
조증유전자로 인해 다른 사람의 울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정말 그럴 거란 생각을 하니 섬뜩해요. 그래서 잘 쓴 시라고 생각해요.

hnine 2011-10-01 00:03   좋아요 0 | URL
섬뜩하지요. 미래 시대에도 과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는 것때문에 자신의 조증유전자를 포기할까요? 저는 자꾸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같은하늘 2011-10-0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얻는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거지요?
어느것이 나를 위한 것인지 선택은 스스로...

hnine 2011-10-01 20:26   좋아요 0 | URL
그 선택이라는 것이 늘 쉽지많은 않지요. 더구나 다 비슷비슷하게 중요한 것 중에서 선택을 해야한다면.
 

 

몇주 동안이나 책상에만 매달려있다
마침내 밖으로 걸어나간다
달은 지고, 터덜대는 발걸음에 별 하나 없다
빛이라곤 흔적조차 없다!
만일 이 허허 벌판에 말 한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 온다면?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은 낭비였다

- 로버트 블라이 '오랫동안의 바쁜 일이 끝나고' -

 

 

먼저 미안하단 말 건네고
햇살 좋은 남쪽 가지를 얻어오너라
원추리꽃이 피기 전에 몸 추스를 수 있도록
마침 이별주를 마친 밑가지라면 좋으련만
잔물 위에 흙 한줌 문지르고 이끼옷도 입혀주고
도려낸 나무그늘, 네 그림자로 둥글게 기워보아라
남은 나무 밑동이 몽둥이가 되지 않도록
끌고온 나뭇가지가 채찍이 되지 않도록 

- 이 정록 '나뭇가지를 얻어 쓰려거든' -

  

  

오 후
 


하늘은 하늘색
저리 푸르고

가는 여름 뒤통수 보면서도
매미 저리 열심히
울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서는 아파트 장터
팔던 배추 무우 옆에
배추 무우로 앉아
그새 손님 오나
한 술 뜨고 뒤돌아보고
또 한 술 뜨고 뒤돌아보는
노인네의 점심 짬


우울 하나
우울 둘
우울 셋
할 일 없이 맘 적시고 있던 내가
부끄럽고 염치없어


얼른
그늘 거두어야 했던
오후가 있었다 


  

 

 

 

 

당신을 향해 달려오는 말은 끝내 없었을 것입니다 블라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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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hnine님의 서재는 제게 시를 읽는 공간이 되어버렸네요 ㅎㅎ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이 낭비였다니, 이거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데요. 바쁜 일이라는 게 예술을 말하는 걸까요. 흠... 역시 시는 그저 읽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저 읽다보면 실낱 같이 반짝이는 의미들이 날아오기도 하고... 그게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

hnine 2011-09-09 12:41   좋아요 0 | URL
말없는 수다쟁이님, 전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은 낭비였다는 그 문장에 꽂혔는데요? ^^

숲노래 2011-09-0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롭게 보냈다는 날이란
참 많은 이야기를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날이라고 느껴요.

hnine 2011-09-10 06:00   좋아요 0 | URL
외로움의 댓가가 깨달음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군요.
끄덕끄덕...
그런데 인간의 특징이자 약점이기도 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외로움에 취약하다는 것 같아요. '외로워서 그랬어요.'라는 말이 변명처럼 쓰일 때가 참 많지요. 위의 시인은 지내고 보니 그 고독 속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당시로는 참 견디기 어려운 일 같아요.
외로움을 못 견디는 것이 인간이라면, 참고 견디며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초'인간적이라고 할까요?
저는 아무래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 같네요 ^^
 

 

상추쌈이나 한 상 

 

눈물 마른 날에는 상추쌈이나 한 상
먹어야겠다 시들부들 말라가다가도
물에 담그기만 하면 징그럽게
다시 살아나는 상추에 밥을 싸서
한입 가득 먹으며 지금
눈에서 나오는 물은 상추 때문이라
말하며 목이 메게 상추쌈이나
먹어야겠다 세월이 약이란 새빨간
거짓말에도 아물지 않는 상처에
된장을 척 발라
꾸역꾸역 삼켜봐야겠다
주먹으로 가슴패기를 팍팍 쳐가며
섬겨봐야겠다 상추를 자를 때 나오는
하얗고 끈끈한 진액이 불면증엔
특효약이라니 상추쌈이나 한 상
가득 먹고 뿌리까지 시들게 하는
오래된 상처일랑은 그만 이겨버리고
뉘엿뉘엿 날이 저물 때까지
낮잠이나 자는 척해야겠다 

 

 

 

 

 

 

 

 

성 미정 시인이 즐기는 언어 놀이 

- 동음이의어, 또는 비슷한 철자이지만 완전 다른 뜻의 단어를 그 자리에 대입해보기 

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딸의) 온 수저 : 은수저
기억빵 : 기억 방(房) 
인상 창의 : 인상 착의
늙가을 : 늦가을
동전심 (銅錢心) : 동정심
말구멍 : 맘구멍
時時때때 : 詩詩때때
뱉을 : 배틀 (battle)
 

주어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다음과 같은 시도 있다.
 

더럽게 왔다
혼자만 있을 때 왔다
살짝 기울어진 하얀 히아신스처럼 왔다
필통 위에 반짝이는 노란 별처럼 왔다
고인 물에 입맞춤하는 금붕어처럼 왔다 

찌무룩한 루카씨가 혼자서
창과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왔다 

('봄비가 왔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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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9-0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에 저도 다시 시가 그리워지네요 성미정 시인 참 정감가는 시를 쓰네요

hnine 2011-09-05 13:44   좋아요 0 | URL
무지 솔직하고 소탈하고 꾸미지 않은, 요즘 시 같지 않은 시를 쓰지요. 하지만 소재가 그럴 뿐 자꾸 읽어보면 뼈있는 내용들이고 시인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가 분명하더라고요. '분명하다'라는 것이 왠지 시라는 쟝르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말이지요.

2011-09-05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5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9-0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시인이네요. (두 번째 보면서 반갑다고 하는 ㅎㅎ)
루카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막 상상해보면... 히아신스처럼 맑고 별처럼 반짝이고 금붕어처럼 부드러운 사람일 것 같아요. 혹시 루카씨가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닐지도? -ㅅ-..

ps. 저도 요즘 시 읽어요! 잠 자기 전에 아주 잠깐이지만~

hnine 2011-09-06 19:21   좋아요 0 | URL
반가운 수다쟁이님, 제가 알려드릴께요. '루카'씨의 정체는 그 앞의 '찌무룩한'이라는 단어의 발음 속에 들어있답니다. [찌무루칸]...아셨을까?? 그러니까 특별한 인물을 칭했다기 보다 성미정 시인이 또 새로운 언어 조합을 한 것이지요 ^^

비로그인 2011-09-06 19:26   좋아요 0 | URL
아.... 아하!! 재밌네요 ㅎㅎ
요 시집도 읽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