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적인 시
일년 석달 아흐레
혼자가 아니어 행복했네
다시 혼자가 되어
일년 석달 치 빚을 갚는 중
삼천 원 짜리 백반을 먹고
삼백 원 짜리 커피를 마셨어
나의 허기는 삼천 삼백원 어치
천원 짜리 한장으로
버스를 탔지
눈만 열고 전부 닫으니
버스는 다른 세상을 향해 가네
난 가만 있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것이 계속 바뀌는 거야
그것도 어디쯤에선 내려야했어
다시 천원 짜리 버스를 타고
갔던 길을 되돌아오니
나의 소풍은 이천원
집까지 까마득한 언덕
바람 맞으며 혼자 오르기 싫어
맥주를 샀지
이천 오백원
달과 함께 맥주를 마셨으니
이천 오백원 어치 위안
빚을 갚아야 하는데
빚이 자꾸 늘어가는 기분
나는
나머지 인생을
일년 석달 아흐레
그 빚을 갚는데 쓰게 될까
그래서 행복할까
계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