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자서전

 

 

 

 

 

움직이는 모든 것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자전거 경주도 그랬다.

누가 빨리 타나 해볼까?

네가 그 말을 다 마치기도 전

내 가슴은 쿵쾅거렸지만

기특하게도 나는

피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홉 살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리 없다.

아니, 나라면 그럴 수 도 있을 것이다.

자전거 손잡이를 잡은 손은

출발하기도 전에 파열해버릴 것 같았다.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의 아찔함, 아득함은

나를 구름 위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인간은 살면서 얼마나 자주 이런 순간을 견뎌야 하는거지?

그 생각이 더 나를 아득하게 하는데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빨리 달릴 수도 없었다

더 천천히 달릴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숨을 멈추고
자전거에 몸을 맡기는 것
자전거야
나를 너무 무섭게 하지마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것
나는 그날 자전거 시합에서 이겼던가

아니, 졌던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긴 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을 수 밖에

자전거 경주는 아직도 계속 되고 있는걸

자전거야
나를 너무 무섭게 하지마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것
손잡이 잡은 손에
한번 더 힘을 꽉 주는 것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1-12-2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 타고 달려라와 좀 비슷한 내용인데요. 물론 의미는 다르겠지만요

hnine 2011-12-26 11:3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서재에서 본 책이네요? 임정자 작가의.
위의 시는 혼자 꽤 심각한 내용을 담아서 썼답니다 ㅋㅋ

마녀고양이 2011-12-2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너무 꽉 잡지 마시기를,,,
지난번 양철나무꾼 양처럼 꽈당 자전거 넘어집니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은, 언니도 잘 아시겠지만,
적당하게 잡고 적당하게 풀어주며 즐기는 거랍니다. 저는 그 연습 중이예요! ^^

hnine 2011-12-26 13:07   좋아요 0 | URL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재치있게 풀어주시는 마녀고양이님 ^^
적당하게 잡고 적당하게 풀어주는것, 삶의 지혜이겠지요.
저도 여러번 넘어지고 깨지면서 연습 중이네요.

달사르 2011-12-2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제목을 까먹었더랬어요. 자전거 배우는 누군가야, 힘내! 아자아자! 말을 건네느라 말이죠.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더랬지, 생각에 젖기도 했구요. 그러다가 다시 올라가서 제목을 보면서 무릎을 탁, 하고 쳤답니다. 제목이 참 근사해요!

hnine 2011-12-27 14:23   좋아요 0 | URL
저 정말 자전거 힘들게 배웠어요. 서른 다 되어서, 하마터면 옆의 강물로 빠질 뻔 했다지요. 어깨, 얼굴 다 깨지고...ㅋㅋ
피할수만은 없다! 이런 비장한 각오 아니었다면 아마 아직도 자전거 탈 줄 몰랐을거예요. 살다보면 이렇게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것들이 계속 나오더군요.
 

 

 

 

 

 

꺼진 불을 보며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혹시

다시

살아나 줄 수 있을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1-12-20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꺼진 불씨도 오래도록 따스해요..

hnine 2011-12-20 08:47   좋아요 0 | URL
역시 된장님의 댓글 답습니다 ^^

하늘바람 2011-12-2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조심 표어.
잘지내시나요?
인사도 잘 못 전해드릴만큼 요즘 제가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내요

hnine 2011-12-20 08:4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요즘 서재에 자주 못들어오시는 서재지기님들 생각이 종종 납니다.
하늘바람님, 바쁘셔서 못들어오신다는 말씀은 어디가 아프셔서 못들어오신다는 말씀보다 얼마나 다행이고 좋은 일인지요. 곧 휴식의 시간도 오겠지요.

2011-12-20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12-20 11:50   좋아요 0 | URL
그것때문에 쓴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오늘 새벽에 보냈어요...
 

 

 

계산적인 시

 

 


 

 

일년 석달 아흐레
혼자가 아니어 행복했네
다시 혼자가 되어
일년 석달 치 빚을 갚는 중

 


삼천 원 짜리 백반을 먹고
삼백 원 짜리 커피를 마셨어
나의 허기는 삼천 삼백원 어치


 


천원 짜리 한장으로
버스를 탔지

눈만 열고 전부 닫으니
버스는 다른 세상을 향해 가네
난 가만 있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것이 계속 바뀌는 거야




그것도 어디쯤에선 내려야했어
다시 천원 짜리 버스를 타고
갔던 길을 되돌아오니
나의 소풍은 이천원



 

집까지 까마득한 언덕
바람 맞으며 혼자 오르기 싫어

맥주를 샀지

이천 오백원
달과 함께 맥주를 마셨으니
이천 오백원 어치 위안 




빚을 갚아야 하는데
빚이 자꾸 늘어가는 기분
나는

나머지 인생을
일년 석달 아흐레
그 빚을 갚는데 쓰게 될까
그래서 행복할까
계산 중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1-12-12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를 두 병 샀군요
500들이로
셈(계산)을 하는 시이니까
살작 셈을 해 보았습니다..

hnine 2011-12-12 05:19   좋아요 0 | URL
(저, 솔직히 제가 직접 맥주를 사본 적이 없어요. 맥주 하나에 얼마나 하냐고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역시 술 별로 즐기지않는 남편이 이천원 정도 하지 않냐고 하길래...ㅋㅋ)

숲노래 2011-12-13 07:55   좋아요 0 | URL
가게마다 맥주값이 다 달라요.. @.@
대형할인마트부터 시골 구멍가게까지...

줄잡아서 말한다면,
640들이는 1650~2000원쯤,
500들이는 1150~1600원쯤,
330들이는 950~1500원쯤 해요.

관광지에서는 500들이를 2000원에 팔기도 한답니다 @,.@
제가 살아가는 전라남도 고흥 면소재지에서는
500들이만 파는데 1250~1400원 사이를 받더라고요.
가게마다 50원이나 100원씩 값이 벌어져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1-12-1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다.............
나인언니, 이거 너무 행복하고 따스하고 달빛같은 시잖아요.
부비부비....아우, 다사로운 빚을 저도 지고 갑니다. 이렇게 갚아야할 빚을 주시다니!

hnine 2011-12-12 21:5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읽어주는 마녀고양이님때문에 저는 지금 시리던 등이 다시 따땃해지고 있어요.
저 혼자 끄적거리고 자신없어서 즐찾에만 공개해놓았는데 ^^
이 곳에 마녀고양이님이 안계시다면 무척 적적할거예요.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요.
 

 

 

   
 

얼굴  


바탕색은 우울색
눈썹은 흩날리는 노염색
코는 고집스런 좌절색
입술은 굳어버린 꿈색으로
팔랑색 귀는 지나치게 크게 그렸나?
눈은 그냥 무색으로 남겨두고 


내 물감상자엔
어째 이런 색깔 물감만 들어있나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 얼굴을
그리고 있다

 
   

  

 

언제 내 얼굴이 이렇게 변했나
모르는 새 조금씩 굳어가고 있었나보다
주름이 슬픈게 아니라
허망해보이는 표정이 슬프다

    

좋은 시를 많이 읽고 싶은 겨울
눈은 오지 않지만
밤이 눈처럼 가만가만 내려앉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1-12-05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하고 긴긴 겨우내
서로서로 좋은 시를 써서
함께 읽고 들으며
좋은 나날 누리시기를 빌어요~

hnine 2011-12-05 05:37   좋아요 0 | URL
긴 겨울의 시작이지요.
1층에서만 살다가 이번에 이사온 집은 4층이랍니다. 비가 오고 있는 느낌, 밤이 내리고 있는 느낌, 아침이 밝아오고 있는 느낌이 1층에서와 다르게 느껴져요.
시에는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아해요. 물론 잘 쓴 시의 경우이지만요.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만들수 있도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습니다.
된장님도 따뜻하게 보내세요.

이진 2011-12-06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정말 멋져요..
제가 아는 시는 '타는 목마름'이나.. 그런 강렬한 시가 많아서
잔잔한 시를 읽고싶은데,
뭐 좋은거 없을까요 ㅎㅎ

hnine 2011-12-07 05:54   좋아요 0 | URL
음... 정현종, 나태주, 심보선, 김소연 시인의 시를 우선 추천드립니다.
 

 

길 

 

 

김 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江)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낳은지를 모른다는 동구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꼭 길어야 좋은 글은 아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이 몇 줄로 시인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끌어내게 한다. 

푸른 새벽처럼, 서늘하게 아름답구나.
'길'
그 한 글자로 이미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11-12-0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가 너무나도 선명히 새겨지는 그림같은 시네요.

hnine 2011-12-01 11:3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요란한 꾸밈말 없이도 읽는 사람의 눈길, 마음길을 잡아 놓아요.
말씀하신 것 처럼 줄 마다 하나의 장면의 눈 앞에 그려지고요.
제가 그럴 자격도 없지만 흠잡을데가 없는 완벽한 글이 아닌가해요.

비로그인 2011-12-0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다운 시에요. 자줏빛으로 함뿍 젖은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게 되요.
오늘은 멜랑꼴리 덕분에 시가 내게로 더 가까이 오는 느낌이에요.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는데... hnine님 프로필 사진처럼 ㅎㅎ

hnine 2011-12-01 15:13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글이지요?
쓰여진 지 꽤 지난 시인데 지금 읽어도 어느 한 구절 식상한 곳이 없어요.
자줏빛으로 젖는 대신 오늘 여기 날씨는 회백색. 회백색으로 젖을 것 같네요.
'봄' 말씀하시니 생각나는데 이 시인의 '봄'이라는 시도 있어요. 한번 검색해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1-12-0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길은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까 머릿속에 한번 그려보게 되네요.
잘 떠오르진 않지만요.

hnine 2011-12-02 06:39   좋아요 0 | URL
그 길 위에 서있을 때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다 지나고 난 후에 돌아보면 그때 보이는 길. 과거로서, 추억으로서만 존재하는 길. 그게 우리가 사는 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서 있는 길, 앞으로 걸어갈 길도 눈에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더 안 좋을까요?

전호인 2011-12-0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속에 고향의 아련한 추억과 인생을 살아온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있군요.
나의 길은 어떤 길로 표현될지......

hnine 2011-12-02 14:24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만의 문체로 한번 표현해보세요. 저도 제가 지나온 길이 궁금한데 아마도 곧장 걸어온 길은 아닐 것 같고 이리 비뚤 저리 비뚤, 방향 전환이 여러 번 있었던 길이 아닐까 짐작만 합니다.

춤추는인생. 2011-12-0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저 수능볼때 늘 문제집에 나오던 시에요. 아스라한 이미지가 오랫동안 남던. 정말 아름답고 슬픈 시같아요.
전 길하면 늘 가지 않을 수 없던길 도종환의 시가 생각나요. 한밤중에 나인님의 음성으로 귓가에 들려주세요. 전 자주 울곤했지만.덕분에 많이 위로받았어요

hnine 2011-12-03 05:42   좋아요 0 | URL
앗, 아무리 좋은 시라도 시험 문제로 자주 만나던 시라면 정이 덜 갈 것 같은데요? (좋은 시는 시험에 출제하지 맙시다!! ^^)
자꾸 읽으니 생각이 더 많아지네요.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잃어버렸다는 뜻은 무엇일까. 은빛 바다 라고 하면 푸른 바다라고 할 때와 어떻게 다른 느낌이 오나, 눈물 흘렸다는 말을 직접 하지 않고도 울었다는 표현을 저리 멋지게 하는구나 (마지막 연) 등등.
소설도 그렇듯이 시에서도 우리는 참 많은 위로를 받아요.
춤추는 인생님,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