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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모르는 일이면

나무가 알고 있을테지

바람이 알고 있을거야

 

 

 

 

 

나를 비워내 생긴 자리

나무 숨결 들어올수 있으라고

바람 손길 들어올수 있으라고

 

 

 

 

 

그것도 욕심이라면

 

 

 

 

 

그 말도 왜 아니 맞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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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3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3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5-23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도 바람도 모두 나일 테니까,
나를 비운 자리에 들어오는 나무나 바람이 아니라,
내 모습이 나무나 바람으로 바뀐 셈일 테지요.

hnine 2012-05-23 19:37   좋아요 0 | URL
그 경지까지 오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글쎄요. 많이 모자라서요.

프레이야 2012-05-2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좋은 시로 아침을 맞이하네요.^^

hnine 2012-05-23 19:3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좋은 시로 읽어주시니 제 맘도 좋습니다.
어제부터 장석주님의 '고독의 권유' 읽고 있는데,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을 끄적거려봤어요. 쓰고 다시 읽어보니 비우는 것 또한 다른 것으로 채우기 위한 욕심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하늘바람 2012-05-2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정말 좋네요

hnine 2012-05-23 19:4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덜어내고 비우고, 그것이 제 스스로도 더 편해요. 다 저를 위한 이기심의 또 한 모습일지도 모르지요. 그냥 바람에, 나무에, 시간에, 나를 맡기고 살고 싶어요.
 

 

시 한 편 받아 적고

담배 한 가치 피워 물었다

천장을 보고 누웠는데

십 년 혼자 산 방구석 책 더미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책을 밀고 들여다보니

원고지 위로 돌아다니던

병이 헤벌쭉 웃고 있었다

실없이 왜 웃냐 물었더니

내 등골 뭐 더 파먹을 거 없나 궁리하는

질통의 수작이 야비해 웃었다나

맞는 말이다, 더러운 정까지 들고 만

질통의 야비함에 나도 자주 웃는다

웃음을 술에 섞어 마시면 안주가 따로 필요 없다

술 고파하는 병을 앉혀 놓고

서창을 기웃거리는 봄빛도 불러들여

질펀한 낮술이나 나눠야겠다

두주불사되어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인간적인

병에게 오랜만에 술주정을 해야겠다

사나운 주사를 번번이 받아냈지만

남은 정 다 떨어지면

내 방구석에서 서둘러 이사 갈 것이다

 

< 유영금 '퇴치법' 전문>

 

 

 

 

 

 

 

 

 

 

 

 

 

 

 

 

 

 

 

 

봄이 시작되기 전에 사놓은 시집

 

죽음의 문턱을 몇번이나 넘었다는 시인의 표정과 목소리는

아직도 투쟁중이었다.

 

시집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외롭고 질긴 사투가 느껴져

읽는 내내 뜨끔거렸다.

섬뜩한 시어 속에서

살고 싶어하는 시인의 질긴 의지를 발견한 후엔

더 읽을 수도

멈출 수도

없었다

 

오늘

무슨 마음이 들어 다시 이 시집을 꺼내들었다

봄이 가기 전에 마저 훑어봐야 했나

봄이 곧 가버릴 것 같아서였나

 

 

 

 

 

짐승 같은 통증아,

 

땅거미 지는 쑥밭에 앉아 아편 한 대 피워 봐

 

까마귀 누이가 따르는 독주 한 잔 받아 봐

 

취하거든 저녁달의 살을 깎아

토악질 나는 시를 써 봐

 

< '처방전' 전문 >

 

 

숲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혹스럽게 부드럽게

휘감아오는 누가 있어 돌아보니

하늘가 수런거리는 햇살이더군

귓부리를 물고 속삭였지

 

하늘 귀퉁이 한 뼘 내줘, 죽도록 필게

 

<'나도 꽃으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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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4-2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하거든 저녁달의 살을 깎아
토악질 나는 시를 써 봐.

딱 이러고 싶은 저녁이에요, 나인님^^

hnine 2012-04-24 22:14   좋아요 0 | URL
음...내일 프레이야님 서재에 또 한편의 시가 올라오는건가요? ^^

2012-04-25 0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5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4-25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나아질 수 있도록
좋은 햇살 바람 소리 누리는 곳으로
삶터를 옮겨
좋은 삶 이어가는 시인이 되시기를 빌어요 (시집 글쓴이한테)

hnine 2012-04-25 06:57   좋아요 0 | URL
서울에 사시는 것 같지는 않아요.
교통사고를 시작으로 해서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일까지, 몸도 마음도 많이 고통을 당하셨더라고요.
지금은 아이들 글쓰기 지도를 하고 계신다는데 저 시집이 2007년에 나왔고 이후 작품은 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달사르 2012-04-2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짠해지네요. 아파하는 느낌이 있는데도 (독자에게) 담담하게 전달되는 걸로 봐서 시인의 고운 심성이 짐작됩니다.

..

친구에게 선물해주고픈 시집이네요.

hnine 2012-04-25 15:41   좋아요 0 | URL
전 이 시인을 TV에서 봤는데요, 인상은 문정희 시인과 비슷했어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랄까. 오히려 단단해지고 강인해보였답니다. 그렇겠지요.

이 시집을 주고 싶은 친구가 있으신가봐요 ^^
봄이라면 봄이라서, 가을이라면 가을이라서...시는 늘 마음에 위안을 줘요.

글샘 2012-04-25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인갑다... 사람들이 시집을 읽고픈 걸 보면요...

하늘 귀퉁이 한 뼘 내줘, 죽도록 필게

이 구절 읽으면서 괜히 미안해 지네요. 열심히 안 사는 게...

hnine 2012-04-25 20:29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네요, 요즘 서재에 시집 리뷰나 페이퍼가 많이 올라와요.
읽는 사람마다 마음에 꽂히는(!)구절이 다를 수 있겠지만 또 어떤 부분은 똑같이 와닿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 귀퉁이만 내어줘도 죽도록 필텐데 하는 시인의 소망과 안타까움, 절실함이 그대로 느껴지지요.

카스피 2012-04-2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우울하고 괴로운일로 술을 마시면 금방 대취하지만,즐거운 마음으로 술을 마시면 절로 술이 술술 넘어가지요^^

hnine 2012-04-26 07:1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술은 괴로울때보다 즐거울때 마셔야겠네요 ^^
마음이 우울하고 괴로울때는 무엇에 대해서도 취약한가봐요 ㅠㅠ

2012-04-26 0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을 버렸다

해묵은 영수증 쪼가리 버리듯이

유행지난 그릇을 버리듯이

케케 먼지 덮인 사랑을 끌고 나와

분리수거통에 넣어버렸다


 

소리가 들린다

훌쩍훌쩍

때로는 꺽꺽

분리수거통속에서

버려진 사랑이 운다

이제 난 어떻게 되는거냐고

서럽게

사랑이 운다


 

우는 것은 내가 아니라

저 분리수거통 속의 사랑이라고

난 중얼거린다

자꾸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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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2-2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앓는 소리도
좋은 사랑
소리일 테지요

hnine 2012-02-26 10:16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

2012-02-26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6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02-2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그깟 사랑이 뭐라고 사랑한 적이라도 있었나 싶을만큼 늙었나봐요
영수증 쪼가리버리듯.
그렇게 울고 속상해 하던 사랑인데
2월이 가는 길에 쓰신 시네요.

hnine 2012-02-26 11:3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울고 속상해 하던 사랑인데'...
그게 그렇더라고요...

2012-02-2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6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2-2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쩍훌쩍 때로는 꺽꺽.
이 문구에서 지나치지 못 하고 서성대고 있습니다.

분리수거통 안에서 들리는 흐느낌, 어떤 흐느낌보다 그냥 지나치기 힘이 드네요.

hnine 2012-02-27 14:00   좋아요 0 | URL
다시 주워올까요? ^^

2012-02-27 1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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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7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2-03-0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야..제 마음과 꼭같은 시네요.
저는..분리수거통에서 다시 주워왔어요.ㅠ.ㅠ
근데 또 버리고 싶어지도록 자존심 팍 상해서..
오늘 하루 우울한데..

이 시가 저를 위로하네요. hnine님. ^^

hnine 2012-03-04 08:12   좋아요 0 | URL
음...달사르님. 무슨 일이 있으시군요 ^^
우울과 희열을 몇번씩 왔다갔다, 버렸다 주웠다를 몇번씩 왔다갔다, 그렇지 않을까요?
사실은 저도 참 우울한 마음에 끄적거렸답니다. 어딘가 비슷한 심정을 경험하신 분이 계실거라 생각하면서요.
 

 

 

화암사 가는 길

 

 

 

그기 뭐 볼끼 있다고 가니껴?

당신은 물었지

볼 것이 없어서 간다오

벗겨진 치장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을지 모르지

그 무심한

나무 기둥으로

휘어질 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수백년 버티고 서 있는

그 마음 얻으러 간다오

 

 

 

 

 

 

 

블루데이지님 서재에서 오랜만에 화암사를 다시 보고

몇년 전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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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찰로 가는 길
    from Value Investing 2012-01-14 02:29 
    그기 뭐 볼끼 있다고 가니껴?당신은 물었지볼 것이 없어서 간다오hnine님께서 올려주신 '화암사 가는 길'이라는 시 가운데 일부이다.나이를 차츰 먹을수록 (일상생활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무슨 풍경을 찍을라치면) 주위로부터 '그기 뭐 볼끼 있다고' 라는 말을 좀 더 자주 듣다 보니, 저 짧은 시구절이 참으로 나에게는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과 하루하루의 풍경들이 어쩌면
 
 
숲노래 2012-01-13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안부인사 같은 말로
"뭐 볼끼 있다고" 하며 여쭈시지들 않으랴 싶어요..

hnine 2012-01-13 05:27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안부 인사 하는 방법이 참 여러가지이지요.

블루데이지 2012-01-13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hnine님 정말...딱이예요~~
화암사 가는길을 더이상 잘 표현할수 없을 것 같아요...
그 마음 저도 얻어 왔다고 하면 건방질까요?ㅋ

hnine 2012-01-13 05:28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덕분에 가물가물 잊고 있던 기억을 붙잡을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조만간 다시 한번 가보려고요. 예전엔 혼자 갔지만 이번엔 가족과 함께 가게 되겠지요.
 

 

 

낙타를 살린 건
앞서 길 잃은 다른 낙타의 발자국

방향 없는 세월에 같이 헤매자는 연대감이었다

별도 뜨지 않는 세월에 같이 헤맨다는 물적 증거였다

헤매며, 건너야 하는 것을 사막이라 하므로 낙타는
모래 속에 처박은 코를 꺼내 황혼 쪽으로 킁킁거린다 침을 탁탁 뱉아낸다

서늘한 얼굴로

영하 사십 도의 오밤중에 체중 실어 걷는다

깊은 족적을 남기려고

산발적인 일렬 종대의 낙타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자기 살과 피를 빨아먹으며

별 없는 하늘의 무게까지 실은 채 걷는다

걸을수록

그렇다

낙타를 두 번 죽인 건 같이 헤매자는 연대감이었다

 

너무 꼬이고 허무주의 일색이라서

나도 외면하고 싶던 중이었다.

포기, 파기 (破棄), 음습함, 어두움,

그러나 여전히 꿈틀거리는 욕망은 살아있는.

완전히 포기하고 내어주는 달관의 경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로 몸을 대신하려는 퇴행으로 해석되려 한다.

 

그런데 끝내 내치지 못하겠는 시들, 일색이다 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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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11-12-30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농도의 시집이었죠.
다시 이렇게 읽어보니
명궁의 화살처럼 심장에 팍팍 꽂히네요.

hnine 2011-12-30 16:44   좋아요 0 | URL
고농도 ^^ 거의 결정이 생기려고 해요.
위의 시에서 '같이 헤매자는 연대감'을 원망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나마 고마와 하는 것을까, 한두번 읽어서는 잘 파악이 안되더라고요.
싯구가 화살이 되어 심장에 팍 꽂히는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