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분노가 차고 있을까? 어제 아이를 나무라면서 계속 그런생각을 했다..
피아노학원에 갈 아이들과 은행에 들려야 하는 나는 어제 그사이의 오거리에서 헤어졌다. 아이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팬시점을 지나는 찰나 딸이 전화를 해서 엄마는 뭐하냐고 하길래 마트에 가서 장볼꺼야 라고 대답하고 알았다고 끊는다. 그러더니 또 전화를 해서는 오빠가 오늘 쓸 용돈을 안가지고 왔는데 사고싶은게 있는데 어떻하냐고 묻는다며 딸아이가 또 전화를 했다. 레슨이 끝났다고 하기에 밑에서 기다릴테니 바로 내려오라고 했다.그때까진 내가 돈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학원앞에 당도해서도 차가 지나다니는 길에 서서 학원건물만 쳐다보며 기다려야 했다. 5분이란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그래도 내려오지 않고 또 전화를 했다..순간 화가 나고 이젠 버릇을 좀 고쳐주어야겠다고 급하게 다짐한 후 엄마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매일같이 엄마가 기다려 주고 하다보니 아이들이 뭐가 급한지 하나도 모르는 것 같아 화가 나버렸다. 마트에서 필요한 걸 골라서 담고 있으려니 아이들이 도착했다. 큰아이는 어느새 만화책에 빠져 있고... 계산을 하고 마트밖에서 또 큰아이가 책을 다 볼 동안을 기다린다. 그리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일은 거기서부터 틀어졌다. 큰아이가 자신만 용돈을 못썼다고 화를 내는 상황..자신이 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도 잊고 엄마를 기다리게 한 것도 잊고 무작정 자신이 사고픈걸 못 샀다고 화를 내고 있는 아들을 보니 화가 치민다.
말없이 걸어서 집으로 오는길에 딸에게 물었다. 왜 내려오지는 않고 전화만 자꾸 했냐고.. 그랬더니 오빠가 만화책을 보느라 자기가 말했는데도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단다..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다 되었다. 멀찌감치 걸어가던 큰아이와 엘리베이터앞에서 만나서는 동생이 엄마가 지금 내려오라는 말을 전했는데 왜 안내려 왔냐고 하니 화를 버럭내며 이를 악물고 동생에게 덤비는 거다 동생은 그말을 했다고 소리치고 지는 못들었다고 하고...마치 동생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어서 내가 말려야 했다..이제 12살, 10살인 남매가 하는짓은 정말 원수지간같으니...
아들은 무척 자아가 강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유치원때부터 누누이 들었던 내용인데...그러기에 이런상황이 닥치면 아들은 모든 가능성 잘못된것을 총동원하여 자신의 잘못이 아닌걸로 만들고 싶어한다..변명이 아주 다양화된다..일단 협박하는 한마디로 집안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서 거실에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용히 아들의 말을 듣고 싶어 딸은 씻게 했다.
왜 엄마가 바로 내려오라는 말을 무시하고 책을 더 읽었냐고 하니까 동생한테 1분만 읽고 내려간다고 했단다. 자신이 보던책이 아주 조금 남아있어서 그정도면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그래서 평소에 엄마가 보는 아들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한번 책에 빠지면 10분이 1분같게 느껴진다고, 아무리 옆에서 말을 해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게 너의 모습이라고....그래서 엄마는 동생의 말을 믿는다고....아들은 억울하다는 듯이 울먹인다. 자신은 분명히 1분만 읽었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는지...그래서 휴대폰의 통화내역도 보여주었다..참 희한한 일이라는 표정이다..어휴...정말로 아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이렇게 눈으로 보이는 증거를 보여줘야 설득이 되니...
그리고 저는 엄마랑 팬시점에서 만날 약속을 왜 엄마가 지키지 않았는지 반박했다. 그래서 먼저한 약속보다는 나중에 통화한 상황을 생각해야지 이미 이렇게 엄마랑 집에까지 와놓고 엄마보고 그게 잘못이라고 하면 어쩌냐고 한소리 했다. 지는 마트에서 만화책 한권을 다보고 또 팬시점을 가기를 희망했나보다..정말 못말리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다. 늘 그것이 걸림돌이다.. 다른아이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그래서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내려오지 않은것을 혼내었다. 어떤일이 있어도 너의 상황을 접고 바로 내려오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그럼 모든것이 이렇게 꼬이지 않을텐데 하고...아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동생이 했다는 말을 자신은 분명 하지않았을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동생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단다..그생각이 정말 무섭다. 나는 4남매의 막내로 자라 작은 오빠와도 12살이나 차이가 난다. 그래서 어린시절엔 거의 나혼자 자란거나 마찬가지다. 모두들 타지에서 공부하고 직장에 다녔기에..이런 남매나 형제간의 갈등들은 잘 몰라서 이런 감정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딸아이 한테는 이렇게 얘기 했다. 오빠가 책을 볼때는 좀더 정확하게 엄마의 말을 전해야 한다..안그러면 오빠가 건성건성으로 듣기때문에 모든일이 틀어진다. 또한 오빠가 부탁하는 전화는 직접하라고 해라고..그리고 딸아이가 사온 스티커를 보니 분명 500원짜리 두개를 산모양인데 그럼 그중에 하나는 나중에 사고 너가 500원을 빌려주었으면 되었지 않느냐..그거 내일산다고 무슨 큰일이 생기냐..그랬으면 오빠도 기분좋고 너도 안 미안했을텐데...하고 줄줄 이야기 했다. 딸아이는 그제사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결국은 스티커두개로 정신없이 저녁을 보내는 딸을 보며 아들은 자신이 주문한 만화책을 죽어라 들여다 본다. 언제쯤이면 이런 상황이 해결될까??? 뭐든지 잘 잃어버리고 잊어버리는 아들과 자신이 선택한 것은 꼼꼼히 잘 챙기는 딸아이는 어쩌면 죽이 맞을것 같으면서도 늘 이렇게 대립상태다...딸도 이제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해서일까?무조건 약한척하는 여자아이가 아닌것일까? 나도 이제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정말 둘사이에 진실을 가리는 일은 판관 포청천보다 더 어렵다..
***********여기까지 그냥 주절거린다..옆에 하소연할 친구가 없기에 여기다가 다 쏟아놓고 나면 그래도 속이 시원하니까...늘 이렇게 아이들을 혼내고 나면 내가 행했던것이 과연 옳은일이었을까하고 잠자리에 들어서 곱십어본다. 어젯밤에도 한참을 상황을 되돌려보느라 잠이 들지 못했다. 엄마는 괴롭다..우리 이쁜아이들이 싸울땐 더욱...그리고 왜 난 그순간에 이참에 아이들 생각을, 버릇을 고쳐주어야겠다고 다짐했을까...뒤늦은 후회막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