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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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무표정하게 말장난을 해데는 작가다.

시선은 절대로 나와 부딪히지 않게 비스듬히 아래로 놓고 말이다.

책속에서도 들은 것같지만 유머를 먹고 살고 있는듯한 작가다.

삶에 그닥 열정을 다하진 않지만 담담히 살아내고 있는 인물을 자꾸 등장시켜서 내마음을 동하게 하는 작가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고 난후 계속해서 생각났다. 정유정을 이을 엄청난 작가가 나타나셨다고 생각했다. 퇴마사이야기를 싫어했지만 조금 희미하게나마 흥미를 되찾게해준 이야기였다. 은근히 재미났다고 해야겠지.그래야 솔직하지. ㅎㅎ

이책은

폐부를 찌르는 듯한 표지와 제목에 몇번인가 넋이 나갔더랬다. '폐부를 찌르는듯한'이라니...

언젠가 나도 글을 쓰게 된다면 이표현을 꼭 써봐야지 했는데 여기다 써버릴 줄은 몰랐네.

무엇보다도 글의 소재가 독특해서 신선하게 읽었다.

단편집을 그리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글속의 주인공이 쓴 단편들을 좋아하는 아이러니라니... 그러게 왜 용이 등장하는 단편을 썼냐고 중얼거려본다.

얇은책이라 금방 읽어버릴줄 알았는데 이야기속 이야기들이 등장해서인지 몇갈래로 결말을 이겨내야하고 또한 주인공들의 미스테리도 풀어야 결말이 날 터이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마 작가는 그러겠네. 대체 어느부분이 복잡하단 얘긴지 후훗.

주인공과 헤어진 남자친구가 글로 연결되어있다는 부분은 신선했다.

사랑스러운 덧니라니, 정작 덧니를 가진 본인들은 정말 싫어할말인거 같아서 웃음이 난다.

나에게 덧니란 사랑스럽게도 딸아이 입속에 숨어있는 작은 리본매듭이다. 귀엽게도 그것은 정확하게 윗니의 중앙에 위치해있다. 그말을 믿어달라고 몇번씩 딸에게 얘기해봤지만 절대로 동의하지 않고 눈을 흘기기만 한다.

정세랑을 읽다보면 터무니없이 희한한것도 말도 안되게 자연스럽게 넘어가 버릴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코웃음이 넘처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책에 등장하는 이야기인[시공의 용과 열다섯 연인들]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용이야기에 당황하기보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넘어가버린다.

나오는 용들은 마을의 특산품개발에 용이하게도 건전지상표의 번개용이나 빙수를 만드는 얼음용,찜질방불을 뿜는 화룡, 입김으로 차원을 넘어서는 포털을 여는 시공의용등인데 용이 처녀공물을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마을의 원기왕성한 한 할머니가 말하길 

'숫처녀를 원한다,그런 거면 내 가서 목을 따버리겠어.시대착오도 그런 시대착오가 어딨나!" (작품속p10)

이런 문장들속에서 난 커피를 뿜거나 침을 꼴깍 삼키며 처녀들과 함께 용의 동굴로 따라들어갔드랬다. 물론 과감히 처녀들이나 마을주민들의 애통한 울음들은 질척이지 않고 글속에서 생략하시고 말이다. 그러므로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으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걸어들어가게 된다.

이책의 힘이란 대단한것이 미스테리한 줄거리에 답답해하면서도 추리를 즐기며 과연 통쾌하게 끝낼 수 있을지 궁금하게 한다. 동시에 끝이 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들게 한다.

새로운 책이 나올수록 작가는 점점 더 스킬을 갈고 닦고 나오는것 같아서 흐뭇하다.

아 그리고 [지구에서 한아뿐]이라는 작품은 너무 사랑스러운거 아닌가? 등장인물들이 모두 매우 귀엽다.

작가의 얼굴을 이번책에서 처음 보았는데 점점사랑스러워 보이기시작했다. 이런말 하면 작가는 어떤말로 받아칠라나?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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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칭 파이어 헝거 게임 시리즈 2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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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책이라고 하기엔 좀 잔인한 설정이다. 이시리즈는 말이다. 헝거게임은 공개적으로 살인을 인정하고 약육강식이라는 미명아래 우승자를 결정하고 마치 꼭두각시처럼 힘없는 자들을 지배하는 빅브라더가 존재한다.

이책은 헝거게임의 2편인데 1편을 읽은 독자들은 다 눈치챘을 법한 이야기가 드디어 시작되려한다. 물론 책의 말미에 말이다.ㅎㅎㅎ처음엔 딸래미친구가 무지 재미있게 본다고 하기에 얼마나 재미있길래 하고 관심을 가졌더랬다.  1권을 읽고는 왜 이런책을 내가 진작 알아보지 못했나 하는 후회스러움이 밀려온다. 예전에 해리포터를 밤새워 읽던 시절로 되돌아간느낌이랄까....

 

책의 배경은 지구의 미래라지만 수도를 제외하곤 주인공이 사는 구역에서는  첨단과학은 잘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주민들을 감시하는 시설이나 제제도구같은 것만 빼면 말이다. 1편에서 사랑하는 연인역할을 잘 꾸며내며 공동우승으로 살아남은 12구역의 캣니스와 피타는  헝거게임의 우승자로서 갖가지 혜택을 누리며 고향에 살고 있다. 오직 살아남는것만 생각했던 캣니스는 우승자로써의 삶이 만만지 않음을 느낀다. 

지난해 헝거게임의 우승자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중에 수도캐피톨에 의해 지배되는 다른 12구역을 도는 우승자투어에 참여해서 자신의 여동생과 너무 닮아 애처로왔던 어린여자아이 루가 살았던 11구역에서 루를 지켜주려했던 캣니스를 향해 경의를 표하며 루가 불렀던 노래를 부른 노인이 총살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캣니스는 이 체제의 악날함에 치를 떨게 된다. 그리고 무언적으로 자신들을 통제하는 권력에 항거하는 분노를 표하는 구역들이 더러있다는 느낌을 받은 캣니스는 스노우 대통령이 주장하던 반란의 싹이 자라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되고 자신이 아무리 피타와 사랑에 빠진척 능숙하게 연기해도 그런 분위기는 없어지지 않을거란 생각에 도망가고 싶어한다. 

 

오래전부터 사냥을 함께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온 게일에게 그런결심을 털어놓지만 다른구역에서 반란이 시작되었다는 정보로 그동안 저항의식을 쌓아온 게일은 화가나서 돌아가 버린다. 게일과 헤어진지 몇시간도 되지않아 12구역엔 평화유지군대장이 쥐도새도 모르게 바뀌고 병력은 더욱 강화되었고  게일은 엄청난 고초를 겪게 된다.  캣니스의 엄마의 치료덕분에 게일이 죽음의 고비를 넘어온 날 캣니스는 자신이 오직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한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주위사람을 위험하게 한 일임을 실감한다.  힘겹게 전후무후했던 공동우승을 끌어내었던 일련의 사건으로 스노우대통령으로 부터의  엄청난 복수가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스노우대통령은 반란의 도화선이 되어버린 캣니스를 그리 호락호락하게 놔두지 않는다. 25주년 헝거게임을 특별하게 한다는 미명아래 다시한번 헝거게임에 나가게 되어버린 캣니스와 피타는 지난 헝거게임에서 멘토였던 헤이미치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틴다. 하지만 캣니스는 스노우대통령이 이 게임에서 자신을 없애버리려 한다는 생각을 하게되고 여러모로  살아돌아가야 할 사람은 피타라는 결론을 내리고 오직 피타를 살려낼 궁리만 한다.

이책에서는 켓니스의 멘토였던 헤이미치가 어찌하여 술주정뱅이가 되어 혼자살고 있는지, 엄마의 어렸을적 친구가 헝거게임에 출연해서 죽은 이야기등 캣니스는 자신의 주변인물들에 대해서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하고 엄마를 이제는 더이상 미워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시장의 딸인 매지가 처음 헝거게임에 나가게 된 캣니스를 위해 가슴에 달아주었던 흉내어치핀(사람의 노래를 똑같이 따라하는 새모양의 핀)이 어떤의미인지 곳곳에서 실마리가 드러난다. 하지만 캣니스가 그것을 알게되는 것은 2편이 끝나갈 때 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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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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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책이 과연 기리노 나쓰오의 책인가?  등장인물 묘사며 상황을 이야기해가는 것들은 묘하게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자꾸만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게 되는 이런 당혹스러움......

 

"이러면 안되는데, 이제쯤 사건이 일어날만도 한데..."정말이지 당황스러워서 자꾸만 주절거리게 했다. 이 작품이 말이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모종의 음모나 숨은 의미를 파악하느라고 신중히 두번 세번 되뇌어 읽어가곤 했다.  하지만 끝이 얼마남지 않을 즈음 설마.... 정말일까? 하고 기쁨인지 분노일지도 모른 감정이 들곤 했다.  이것이 내가 이책을 읽으면서 내내 겪은 심정이었다.

 

내가 기리노 나쓰오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리알라딘서재의 대모(?)라고 하면 화내실라나? 여튼 내가 그렇게 추앙하고 싶은 물만두님으로 인해서다.  그래서 처음 이 작가의 책을 잡은게 [아웃]이었다. 추리소설로만 분류되기엔 좀 미묘한 그 책은 나에게 많은 만족감을 가져다 주었는데 충격적인 사건전개나 주인공의 세밀한 심리묘사가 탁월해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읽어나갔던 작품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여탐정 미로시리즈도 좋았다. 

 

이작가에대해 그렇게만 알고 있는 나에게  [다마모에]는 색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련히 추리물이겠거니 하고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정작 나와야 할 살인은 없고 남편의 죽음에서 시작한 상황전개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퇴직한지 얼마되지않아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은 남편때문에 몹시 힘들어하는 주인공 도시코는 60이 되기 직전의 나이고 각자 독립해 살고있던 자녀들은 그런 엄마를 이미 노인으로 치부해 버린다.

남편이 죽기전에도 자식들은 그리 왕래가 없었고 도시코는 오직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왔었지만 서서히 재산상속문제, 아들이 함께 살자고 하는 문제, 그리고 충격적인 남편의 불륜문제가 서서히 드러난다.  10년간이나 자신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남편때문에 도시코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나로써는 이 나이의 마음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기에 작품을 아주 세세하게 읽게 되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 불륜상대에 대한 분노와 연민, 자식들의 이기적인 내면과 오만함, 그리고 친구들, 기리노 나쓰오는 아마도 섬세한 심리묘사를 하는데 따라올 사람이 없을것 같다. 특히 이렇게 상처입은 영혼들을 묘사할때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작품에서는 집안일만 하던 순수하던 도시코가 겪게 되는 일이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던가 나쁜일만 계속된다던가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로부터 도시코가 받게 되는 위로는 말로 다 할수 가 없다. 그리고 그 상황을 도시코는 드디어 즐기게 되기까지 작품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글쎄 나도 그 나이가 되기까지 아직 멀다면 먼 나이이지만 도시코가 알고 있었던 생활에 대한 안이한 생각들, 남편에 대한 생각들, 자식에 대한 생각들, 친구들에 대한 생각들이 나에게 너무 절실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자신이  60이 되어가는 이 시점이 노인이 되기엔 젊고 젊음에선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허무함이 많은 것을 결정짓지 못하거나 결정되어버리는 등 큰 문제점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과연 작가는 하나하나 잘 짚어나가 나에게 결국엔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인생은 언제나  놀라운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그것이 결코 새롭거나 익숙치 않아도 우리는 그걸 잘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한다고 잘하면 더 좋은 위치로 전진해 나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이리라.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중에서 그리 자극적인 소재가 있는것도 아니고 참신함이 묻어나오는 것도 아닌데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다마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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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 제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43
김이윤 지음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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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반해서 책을 집어들곤 쉴새없이 읽어나갔다.

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완득이에 반해서 해마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눈여겨 보게 된다.

작년엔 약간 가벼운 느낌(?)의 작품경향이었다면 올해엔 숨죽이고, 밀어넣고, 거듭 가슴속으로 아픔을 참아내는... 그런 이야기다.

 

엄마가 죽을병에 걸렸다는데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데 주인공 여여와 엄마는 그걸 별 저항없이 받아들이고만 있다. 자아가 무척 독립적이었던 엄마와 그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고2인데도 이젠 어엿하게 엄마를 챙겨주는 딸로 자란 아이. 책의 도입부는 딸인 여여의 일기형식으로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치 스쳐지나듯 엄마가 암이라는 소릴 듣고 기록해놓은 일기.... 어쩌면 간단한 기록으로 무심하게도 느껴지는 그것은 거창하게 보여주진 않지만 괜찮겠지하는 생각과 엄마가 암이라는게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 소녀의 감성을 그대로 전달해준다는 걸 알았다.

 

이 모녀는 특수한 가정이다. 아무리 평범하게 보려고 해도 평범해지지 않더랬다. 처음엔 그랬다. 미혼모가정에 엄마는 여성의 권익을 대표하는 신문사의 사진작가다. 어릴때부터 아빠의 부재에 익숙하기도 하건만 아빠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채 살아가야하는 10대의 소녀는 비참하고도 쓸쓸하다. 이제껏 엄마와 둘이서만 살다가 엄마가 이렇게나 일찍 자기곁을 떠난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래서인지 더이상 미룰수 없다고 생각한 여여는 엄마에게 아빠의 존재를 묻는다. 하지만 엄마는 끝까지 아빠에 대한  실체를 알려주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알기로 마음먹은 이상 아빠의 존재를 손쉽게 알게 된다. 아마도 엄마의 친구는 여여의 답답하고 슬픈마음을 알기에 그동안의 금기를 깨버린건지도 모른다.

 

죽어가는 엄마. 그에 비해 너무나 평범한 가정에 단란해보이는 아빠. 여여의 시각에서 보면 질투심에 겨워 밉기도 할텐데 여여는 여러모로 의젖하기만 하다. 그저 이제까지 몰랐던 아빠의 이름, 아빠의 얼굴, 아빠의 행동하나하나가 친근하게 느껴져 머릿속으론 쉴새없이 아빠에게 달려간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빠가 밉기도 할텐데 말이다. 이런설정이 참 비극일텐데  물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에 나마저도 담담해진다.

 

하지만 죽음은 그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만한게 아니었다. 여여와 둘이서만 떠난 여행에서 엄마는 그동안 잘 가둬두었던 감정들이 넘쳐서 흘러내리는걸 보이고 만다.  자신이 얼마나 억울한지, 성인이 되기전인 딸아일 남겨두고 가야될지도 모른다는 심한 불안감에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고 만다. 지켜보는 여여는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엄마를 보고 대체 딸은 어떻게 반응하는게 올바른 방법일까? 어쩌면 여여는 또다른 엄마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당차게도 자신에게만 메여있지 않을것 같은 남자를 떠나보냈고 혼자서 아이도 잘 키울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살면서 점점 딸에게 위로를 받으며 우유부단함을 드러내게 된다. 그런점이 여여를 더욱 독립적으로 자라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다 믿을만한 구석을 지닌 사람에게 기대는 법이다. ㅎㅎㅎ

 

슬프면 슬픈대로 소중하면 더욱 조심스럽게 그렇게 10대의 후반부를 보내게되는 여여가 참 대견하기도 하다.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책을 덮을때까지 나의 눈에서 아낌없이 눈물을 뽑아버린 김이윤작가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여여같은 딸아이를 하나 세상에 내어놓는 것도 어쩜 우리가 할일을 다한게 아닐까?

아니아니다. 꼭 여여같을 필요는 없을것이다.  세상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수용할만한 그릇이 넘쳐나니까. 그 어떤사람도 살면서 늘 자라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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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오가와 이토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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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식당]의 오가와 이토가 쓴 장편소설이다.

 

음식이야기부터 시작하는게 왠지 익숙하더라니 역시나 [달팽이식당]을 쓴 작가였다.

[달팽이식당]이라는 책도 [카모메식당]을 알게되면서 덤으로 레이다(?)에 포착된 작품이었는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언뜻 아주 판타스틱한 화면이 나오는걸 어디서 본같아 아직 볼엄두가 안났다. 왠지 그런영화엔 온몸이 오글거려서 말이다. ㅎㅎㅎ 하지만 책은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주제를 표현해주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읽었었다.

 

단지 표지에 있던 글만 보고 책을 펼쳤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향기가 난달까.....

이책 참 맛나다...향기롭다...따사롭다...뭐 그런느낌.

정말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기시작했는데 표지만보고 사랑이야기인줄 짐작은 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그랬다. 책의소재는 '불륜'이었다. 책의 절반을 넘어가며 읽었을때야 그 사랑이 불륜이라는걸 깨달았다. 두 주인공이 마치 첫사랑을 이루어내듯 조심스레 다가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그때까지 깨닫지 못했던거다. 솔직히 조심스레 다가간다는 말은 좀 어패가 있다. 여주인공인 시오리는 전통을 소중히 하며 오래된것을 좋아하는 여자인데 그런 분위기속에 살다보면 마음도 거침이 없어지는지 망설임속에서도 잘도 앞으로 수욱쑥 전진한다. 물론 그것이 흔히들 말하는 유혹같은게 아닌데도 그녀의 간절함이 묻어나서 속으로 응원을 하게 된다.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내 계절은 흘러간다. 사랑하는 두사람이 그리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다. 한창 연애에 열올리는 20대처럼 열에 들떠서 혼수상태에 빠져버리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그리고 있는 사랑은 그저 오다가다 시간이 허락되면 만나서 같이 좋은것들로 시간을 쌓고 배가 고플때 맛있는것들로 같이 배를 채우고 서로의 아픔을 풀어놓고 들어주는 것이다. 예상한대로 음식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맛있는 음식이라는것이 시오리에겐 아주 중요한 것이다. 맛있는것을 나누어 먹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가고 상대의 기호에 맞추어 요리를 하고 그런음식을 먹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같이 느끼는 그것이 시오리에겐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그녀의 가게속에 그녀가 있을때는 일본풍경화에서 빠져나온 사람인듯 한  시오리는 20대중반인데도 아주 중후한 멋을 아는 여자인데 그녀가 운영하는 가게가 엔틱기모노를 파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아주 특이하다. 그리고 그녀가 우정을 나누는 이웃친구들도 모두 나이지긋한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멋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으로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에게 열렬하게 구애(?물론 아버지가 지켜보는 마음으로)하는 한 노신사는 이루지 못한 자신의 첫사랑을 대하듯 그녀를 바라본다. 하지만 시간을 거스르지 못한다는걸 그들은 알고 있다. 그 멋진 노인들이 시오리가 이룰수 없는 사랑을 시작했다는걸 모를리도 없건만 전혀 비난하지도 호기심에 겨워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켜봐줄 뿐이다.아마도 그런 젊은시절을 겪어온 분들에겐 그저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게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가지 언제나 나의 의문투성이인 '일본인'라는것이 이번에도 충격이었는데 그 이야기의 시발점은 시오리의 가정사에 있다. 시오리의 어린시절은 유복하진 않았지만 단란했었다. 하지만 시오리의 엄마가 젊은남자와 바람을 피워서 배다른 동생이 생겼다. 그일로 부모는 이혼을 하고 시오리는 아빠를 따라가서 살고 엄마는 두 동생을 키우며 살아간다. 시오리가 독립할 즈음 아빠가 재혼을 하고 시오리는 엄마의 집에서도 아빠의 집에서도 이방인인 느낌을 받는다. 가족이었으나 가족같지 않은 느낌...그들에게 그 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모든감정을  담백하게 정리해버리는 일본인의 한 성격탓인지도 모른다. 단지 사랑을 하게된 시오리가  여동생이 좋아하는 밤밥을 해주러간 날 그들 곁으로 들어앉은 시오리가 느끼는건 아마도 엄마에게 아직 줄수 있는 남은 사랑과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배다른동생에 대한 모성애같은 감정, 그런 막내동생을 아무런 내색없이 받아들여 돌보고 있는 자신의 친동생 하나코에 대한 애잔함이 아닐까 한다.

시오리의 어려운 사랑이 이루어지라고도 못하겠고 도리를 생각해 헤어지라고도 못하겠다는게 솔직한 내 감정이다. 그런데 그들같은 사랑이 정말로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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