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는 스위스 재벌의 비서였다. 그는 금발이었고 성격이 까칠했으며 나보다 젊었다. 나는 이곳에서 일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어쩌면 그 날이 처음인 것도 같았는데, 어쨌든 그는 스키를 타러 가야하니 준비하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한 번도 스키 타러 가는 사람의 준비물을 챙겨줘본 적이 없어서 생각나는대로 이것 챙기셨어요, 저것 챙기셨어요, 물었는데 그는 그때마다 맞다 그것도 있어야지, 이것도 있어야지, 하면서 챙겨주는대로 다 받는 거다. 그랬더니 손에 무언가 잡다한 것들이 한아름 담기게 됐고, 그래서 결국 손이 없게 된 그를 보며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커다란 검은 비닐 봉지를 찾아냈다. 여기에 한꺼번에 다 넣을테니 주세요, 하고. 그리고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에 잡다한 물건들을 다 넣고 그에게 건넸다. 그는 아, 한결 낫군, 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을 데리러 올 차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스위스의 아주 높은 빌딩이었고, 맨 꼭대기 층이었는데, 문을 열면 바로 옥상이었고 그 옥상은 아주 넓었다. 게다가 높은 빌딩이어서 주변 전망이 다 보이는데, 높다란 산들이 보여서 진짜 끝내주는거다. 그런데 여기에 차가 어떻게 온다는 걸까...나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갸웃거리며, 여기 차가 어떻게 와요? 물었더니, 기다려봐 다 와, 하는 거다. 헬기가 차를 싣고 오나...라는 생각을 하며 진짜 사방팔방 둘러보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한 쪽팔로 나를 감싸서 자신의 옆으로 데려오면서, 저기 차 나오는데 거기 서있으면 어떡해, 하는 거다. 그래서 어디요? 하고 둘러보는데 어떤 동굴 같은 입구에서 스포츠카가 나온다. 여기에 왜 동굴이...그리고 그 동굴에서 왜 차가....아무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내 옆에서 궁시렁거린다. 하여간 이여자는 신경쓰인다니까, 차 오는 것 잘 보고 다니지도 않고 말이야, 하면서. 젊은 새끼가 사장이라고 반말하는구나...라고 잠깐 생각했는데, 사실 그 뉘앙스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엄정화'와 '다니엘 헤니' 주연의 『미스터 로빈 꼬시기』라는 영화의, 그 뉘앙스였으니까. 그 영화속에서 엄정화와 다니엘 헤니가 남산을 오르는 길이었나...여튼 그런 데를 함께 걷다가 뒤에서 차가 오니까 다니엘 헤니가 엄정화를 데리고 피하면서 화를 버럭 냈던 거다. '죽고 싶어 환장했어?' 하고. 뭐, 정확한 워딩은 저런 게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 후에 엄정화는 집에 가서 정신이 나간 모습으로 자신의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그 사람이 뭐라고 말해도 다 사랑한다는 말로 들려...라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스위스 대기업사장이 나를 대하는 말투가 꼭 엄정화를 대하는 다니엘 헤니 말투 같았다. 그는 내게 잔소리를 하더니만 곧이어  으스댔다. 스키장을 가려면 스포츠카정도는 타줘야지, 하고. 후훗. 귀여운 녀석, 스포츠카 타는 걸로 으스대다니,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잘 다녀오세요, 라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는 차에 올라타면서 다녀올게, 하고는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네, 다녀오세요, 다시 인사하며 손을 흔들었다. 음..비서가..사장한테...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다니...나는 그를 태운 차가 떠나자 어쩐지 웃겨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이렇게 사랑에 빠지겠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꿈에서 깼는데, 아, 왜 벌써 깼을까, 스키장 갔다온 그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데...


어쨌든 아침에 출근하면서 내내 이 꿈 생각을 했다. 이런 꿈을 꾼 이유가 뭘까, 이 꿈의 의미는 무얼까, 하고.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고, 그 꿈에 대체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실제로 예지몽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몇 편 있었고, 꿈에서 일어난 일이 그대로 일어난 적도 있었던 터라, 내 꿈을 해석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꿈도 해석해보려고 했지만.......잘 안되더라. 도무지 풀이할 수가 없어. 음......... 이렇게 풀이할 수 없는 꿈이라면... 결국... 아무 의미없는 개꿈인가... 혹시 내가 스위스가서 재벌과 사랑에 빠지게 될 꿈....일리가 없지........꿈에서는 한국어로 대화했지만 스위스가면 한국어로 대화할 수 없을테니...... 



좋은 꿈이었다. 내가 바라는 꿈은 아니었지만. 





어제는 아파서 한의원에 갔다가 '생각을 그만하라'는 말을 들었다. 3주쯤 치료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라는 말을 하면서 닥터는 '명상의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앉아서 눈을 감고 어깨에 힘을 빼고 생각을 비우라고, 머릿속을 텅 비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생각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한다고 문제가 해결 안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맞네. 내가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해결될 문제라면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해결될 것이고, 해결 안될 문제라면 내가 생각한다고 해도 안될텐데, 그러면 이 생각들은 다 부질없는 게 아닌가... 아...명의다...명의야...명의.....우리동네 명의닷!!



고맙다고 인사하며 병원을 나오는데, 닥터는 내게 말했다. 



아, 책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해야 할 것 같은데요, 재미있었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겁나 부끄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한의원을 나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다른 얘긴데, 선거전날밤 꿈에는 김을동이 나왔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빨간 잠바를 입고 내가 가려는 길 양옆으로 서있었는데, 자신을 뽑아 달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고, 그때 김을동이 내 손을 꼭 부여잡는 거다. 나는 황급히 손을 빼내며 흥, 하고 가던 길을 갔는데, 가다보니 진선미 의원이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악, 진선미 의원님, 반가워요! 하고 그 분의 손을 내가 먼저 꽉 잡았다. 김을동은 떨어졌고 진선미 의원은 당선됐다. 예지몽...


하아, 내 꿈에 은수미 의원님이 나왔어야 했는데....내가 그 손을 꼭 잡았어야 했는데....가슴이 시리다 진짜. 


그건그렇고,


생각을 그만하라는 충고를 들으니, '사라 쿠트너'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를 당연한듯 생각하게 됐다. 한 때 그 책은 내 바이블이었는데, 지금 이 책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하도 이 책 저 책 팔아가지고 .. 이 책을 안팔았다면 좋겠는데...집에 가면 찾아봐야겠네. 어제는 책장을 볼 생각도 안하고 계속 생각만 했다.



"바로 그게 제 문제에요! 전 보통 슬프지 않을 때 발작이 일어나요..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게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 때요. 그럴 때면 전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죠. 하지만 제 머리는 마치 품질이 안 좋은 퍼즐 같아요. 조각들을 잘못 자르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아귀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퍼즐 말이에요! 항상 한 가지 원인을 찾으려다 보면 전 미칠 것만 같아요. 머릿속에서 마치 제대로 줄도 서지 않고 마구 소리를 질러대며 반항하는 유치원생들처럼 온갖 가능성들이 마구 뒤엉켜버리거든요!" 

"그럼 그걸 중단하십시오.

"뭘요?" 

"생각 말입니다." (pp.344-345) 


나는 일전에 '너는 네 기분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이입을 하는 경향이 있다' 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서인지, 당시에 이 책이 바이블이었다고, 오래전의 내 페이퍼에서 내가 말하고 있었다. 오래전의 페이퍼를 읽다가, 아, 나는 정말 그런가, 하고 갸웃했다. 진짜 그랬나. 내가 나를 이렇게나 잘 몰랐나. 나... 그런거였나? 나, 나를 잘 돌보고 있지 않았나? 나를 잘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나?????



"헤르만 양! 모르겠어요? 당신은 매우 지적인 사람이에요. 감성지수도 아주 높고요. 열정이 넘치는데다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직감까지 뛰어나죠. 그런데 그런 능력이 자신에게는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어요. 자신의 감정 문제에 맞닥뜨리기만 하면 당신은 마치 머리에 널빤지라도 두른 사람처럼 우둔하게 헤매고 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지요. 하지만 이건 아주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신은 다른 건 전부 느낄 수 있는데, 자기 자신만은 느낄 수 없다는거요!" (p.342)


















맙소사. 지금 검색해보니 이 책 절판인데, 으아아아, 제발 팔지 았았기를, 집에 있기를 ㅠㅠ

나 섣불리 팔아버리는 버릇 고쳐야 해. 고쳐!!




오늘은 아침을 안먹고 와서 사무실에서 두유에 씨리얼을 말아먹고, 사무실 동료가 준 홍콩 쿠키에 커피를 마셨는데, 아아, 너무 이렇게 먹어서 그런지 속이 니글니글하다. 편의점에 뛰어나가서 사발면이라도 먹고 와야할까보다. 니글니글해...


어제는 비타민을 몸에서 원한 날이었던 것 같다. 오천원에 열다섯개 하는 오렌지를 시장에서 사와서는 앉은 자리에서 네 개나 까먹었다. 그리고는 평소에 먹지도 않던 오렌지 쥬스를 사서 한 컵 가득 따라 마셨다. 이렇게 먹다가 어? 나 몸에 비타민 부족한가? 싶어서 아직 다 먹지 않았던 비타민제도 꿀꺽 삼켰다. 그랬더니 오늘은 오렌지를 가지고 왔는데도 먹을 생각이 없다. 다 충족됐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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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4-14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왜 동굴이... 동굴에서 왜 차가... ㅎㅎㅎㅎㅎㅎㅎ 아 웃기다 ㅎㅎㅎㅎㅎ
다시 멋진 인연이 나타날 건가 봐요.

선거 전날 꿈도 기분 좋은 예지몽이었네요.
꼴보기 싫은 사람들 후두둑 떨어지는 거 보니 후련해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ㅋ
1번당이 쪼그라들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아쉬운 선거였어요. 정말 은수미님은 지못미의 아이콘 ㅜㅜ

오렌지 엄청 싸네요! 저는 1개 천원도 넘는 걸 사먹고 있어요 호갱인가...

뭔가... 다시 기운이 짱짱해졌으면 좋겠어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6-04-14 15:12   좋아요 1 | URL
ㅎㅎ 다시 멋진 인연은 별로 기대하지 않아요. 그냥 이런 재미난 꿈이나 꾸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불행하다는 생각 안하면서요.

꿈에서 은수미 의원님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두 손을 꼭 잡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른 누구보다 은수미 의원님이 낙선이란 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야당이 많이 된 건 좋지만 박영선 당선된 것도 확 짜증나고요. 박영선 대신 은수미가 됐어야 한다고 자꾸 생각 들어요. ㅠㅠ

안그래도 오렌지가 엄청 싸서 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시장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트럭에서 팔더라고요. 맛 보라고 잘라줬는데 맛있는거에요. 그래서 냉큼 샀지요. 덕분에 충분히 맛있게 잘 먹고 있어요.

비타민도 섭취했으니 다시 기운이 짱짱해지겠죠, 곧. 저도 얼른 그렇게 되고 싶어요. 고마워요, 건조기후님. 건조기후님 좋아해요 ♡

레와 2016-04-14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자기 전에 무슨 영화를 봤는지 얘기해봐요! 락방! 어서! ㅎㅎ


다락방이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 따위 생각하지 말고, 자신한테 집중해요 오케이?!

다락방 2016-04-14 15:13   좋아요 1 | URL
어제 자기 전에 영화를 잠깐 보긴 했지만 그게 무슨 영환지는 빔일!! ㅎㅎ 그러고보니 돈 많은 금발머리 남자가 나오긴 했네요.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돌아와야죠. 돌아오려고 내가 안간힘을 쓰고 있잖아. 그래서 과소비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빨강색 립스틱으로 하나 또 주문했다. 꺄울 >.<

무해한모리군 2016-04-1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생각을 하지 않고, 나자신을 찾으려고 집도 떠나고 평생 수련이라는 것도 하지 않습니까... 그거 어려운거죠.. 그런데 그냥 다정하신거 아닌가요? 이큐 공감력이 뛰어난거죠 암. ^^ 저는 그분께서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하셔서 꿈도 그분 작품을 소재로 꾸고 있습니다... 지극한 팬심이란.

다락방 2016-04-14 15:15   좋아요 0 | URL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가능한가요, 휘모리님? 저는 아무리 생각을 안하려고 해도 생각이 너무 많은데 말이지요. 가끔은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 되어요. 어떻게 이 생각을 중단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무의 상태가 될까요? 저는 정말이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노력해봐야 겠어요. 멍-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말예요. 저를 위해서 그런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ㅠㅠ

그런데 지극한 팬심을 갖고 계신 그 분은 누구신가요??????????????????????

[그장소] 2016-04-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ㅡ신나게 읽었어요..가끔 ㅡ이런 경우 저는 개꿈 꿨네 ㅡ혼자 그러는데 ..더 꾸고싶다는 생각이 든 꿈이 많지 않아서 말이죠 ㅡ결국은 호러로 가서...ㅎㅎ;;
다락방님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거죠..주변을 잘 살피고 ㅡ그런데 자신에게 가혹하기만하고 냉정한 편이고 ㅡ 무심하여...병이 되는 ㅡ그만큼 받고 싶은 것이 충족 안되서 ㅡ몸에 나타나는 ㅡ걸 ㅡ알겠네요 ..낯설지 않아~
..토닥 토닥 ...
일단 이기적이되시라고 ㅡㅎㅎㅎ 저도 못하면서 그럴필요는 무지 느끼는 ㅡ

다락방 2016-04-14 15:17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저 스스로에게 냉정하거나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충분히 제 자신에 대해서도 다정하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엔 그게 좀 부족했는가봐요.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해줘야 겠어요. 최근에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긴 했었거든요. 토닥토닥 잘 다독여 줘야겠어요. (끄덕끄덕)

그장소님, 우리 이기적이 되도록 해요. 지금보다 더 이기적이 되도록 합시다!!

[그장소] 2016-04-14 17:02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양쪽 (자의타의)모두에서 받는 애정을 스스로 충당하려니 아무래도 가끔 자주 지치는데 ㅡ그 완급조절을 잘 하는게 ㅡ현명한 자기애 같거든요 ~! 함께 화이팅~!!^^♡

몬스터 2016-04-1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 중단하기 , 제가 제일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 제일 싫어하는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고칠려고 많이 노력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그냥 놓아 버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더라구요 ( 제게는 ).

마음이 쿵 떨어질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정말 의식하고 그냥 될대로 되라 하면서 놓아버려요. 그러면 결국은 시간이 정리를 하더라구요.

다른 사람으로 안 살아 봐서 모르겠지만 , 경험상, 확실히 , 많은 수의 male sex 는 female sex 보다 단순하고 , 생각이란 것을 적게 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에 덜 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성격 까칠한 사람 매력 있죠.

다락방 2016-04-18 10:15   좋아요 0 | URL
그냥 놓아버리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요, 몬스터님? 저도 생각을 중단하고 싶은데 끊임없이 자꾸자꾸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속상하고 고민이 많고요..

저도 결국은 시간이 정리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결국 우리를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놓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렇게 되기전에 마음을 많이 다쳐야 하는 것 같아요. 절망하고 속상하고 슬프고 아파하는 과정이 있어야 또 그 다음 곳으로 가 있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마냥 착한 사람보다는 까칠한 사람이 더 매력있는 건 사실이에요. 사실 그런 사람이 대하기도 편하고요. 자신의 생각, 주장하는 바를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상대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을 떠나기 전 병든 몸으로 들것에 실려 교실에 왔던 날, 선택의 그날, 그녀는 얼마나 상심했을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떠올렸던 모습과는 달라졌지만, 그녀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 여태까지는 그녀가 아팠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심해서 병이 난 것이기도 하다. 그녀는 베개를 받치고 거기에 누워서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해맑게 자신의 멍청이 아들을, 매력적이고 유쾌하지만 멍청한 아들을 선택하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이제야 딱딱하게 굳은, 늙고 암울한 그녀의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그녀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

그리고 우리 십이인 위원회가 지금까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적절한 이름을 붙여 표현하는 걸 끝끝내 싫어했던 이유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데로드에 대해 불평하고, 그를 두려워하고, 이유를 분석하면서도 우리는 한 번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우리십이인 위원회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 책임이 있어.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뽑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를 선택했으니까." 우리 중에 누구라도 데로드보다는 잘했을 것이다. 천성이 악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데스트라를 존경했으며, 그녀가 원한다고 판단되는 일들을 했을 것이다. 굼뜨고 결단력이 없는 나조차 그보다는 더 잘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녀에게 낙담을 안겨줬다. 우리 잘못이었다. 우리 책임이다. 도시들을 위해 노력하느라 늘 분주하고 우리가 이룬 것들을 자랑스러워했던, 이름 높은 십이인 위원회. 도시들이 몰락한 원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에게 있었다. (그것의 이유, p.25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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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처음 생각나는 노래는 매번 다른데, 대체 왜 그 노래가 생각나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아주 뜬금없게 생각나니까. 오늘은 오전 내내 '토니 브랙스톤'의 <breathe again>이 생각났다. 브릿 어겐 브릿 어겐~ 하는 가사가 자꾸 떠올라서, 으응, 근데 왜 다시 숨을 쉰다고 말하는 걸까, 하고는 인터넷으로 노래의 가사를 검색해보았다. 나는 네가 없으면 숨을 쉴 수가 없다, 뭐 이런 내용의 가사더라. 그렇구나. 그러다가 양현석 생각이 났다. 오래 전에 친구가 이 노래에 맞춰 춤 추는 양현석을 보았는데 진짜 멋있었다고 한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나는 그 춤을 본 적이 없었던 바, 아, 그거나 한 번 찾아봐야 겠다, 하고 유튭에 넣어 검색해봤는데, 내가 찾는 양현석 춤 동영상은 안보이고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가 나오더라. 어? 이 영화에 이 노래가 삽입됐던가? 하고 재생시켜 봤더니 다른 노래였다. 어쨌든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는 갑자기 그레이의 오십가지 그림자 영상을 보게 된거다. 오랜만에 보노라니, 와, 아나스타샤가 너무 예쁘다. 아, 진짜 예쁘다. 예전에도 영화 보면서 느꼈지만 정말 예쁘다. 눈도 예쁘고 입술도 예쁘고 앞머리도 예쁘고 뒷머리도 예쁘고 원피스도 예쁘고.....



나는 앞머리가 있는데 이 앞머리 때문에 참 언제나 고민이다. 아예 길게 두어서 뒤로 넘겨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언제나 어정쩡한 그 시점을 참아넘기질 못하고 다시 자르는 거다. 지금은 내가 집에서 잘라가지고 머리가 쥐가 파먹은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오늘 아나스타샤 보고 나니,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이 똭- 보이더라. 나는, 그러니까, 앞머리를 계속 자를 것이다. 아나스타샤처럼....뒷머리는 기를 것이다, 아나스타샤처럼..... 자꾸 보다보니까 내가 아나스타샤인지 아나스타샤가 나인지 잘 모르겠더라. 내가 한 쪽 눈만 마저 쌍커풀지면, 아나스타샤랑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 거다.







막 아나스타샤도 예쁘고, 아나스타샤가 막 사랑을 시작하고, 아나스타샤가 막 긴장하고 그러는 게 갑자기 너무 보기 좋아서, 그레이 영상을 보는데 막 두근거렸다. 아 좋으네. 그래서 나는 아래의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동료가 여름에 쌍커풀수술 같이 하러 가자고 했는데, 으음, 그 손을 내가 덥썩 잡아야 하는걸까.... 쌍커풀 수술하면, 그러면 리얼 아나스타샤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점심먹으러 가는 길, 같이 가는 동료에게 내가 아나스타샤를 닮은 것 같다고 하자 빵 터지며 "지난번엔 그 누구지? 아 그래, 재이슨 스태덤 애인이요, 누구더라, 아, 로지 닮았다고 했잖아요!" 라더라. 아, 맞다. 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아나스타샤를 더 닮았어, 아나스타샤 보면 그냥 나같어, 나 보는 것 같어, 했더니 동료가 말했다.


차장님이 아무리 아나스타샤 닮았다, 로지 닮았다 해봤자, 현실은 스티븐 시걸이에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티븐 시걸 얘기하지 말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대학때 별명이었다는 얘기는 해가지고 이럴 때 스티븐 시걸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탓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오늘은 그레이와 아나스타샤 때문에 가슴이 떨린다. 덕분에 내가 지난번에 써둔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사랑합니다> 페이퍼를 다시 읽어 보았고, 어쩐지 더불어 생각나는 <잘생긴 개자식> 리뷰도 다시 읽어 보았다. 와.... 잘생긴 개자식 리뷰는.. 참 잘 썼더라. 명문이야.... 감탄하면서 읽었다. 




일전에 ㅇ 님이 내게 '글 쓰는 거 진짜 좋아하는구나'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알라딘 서재 말고도 다른 개인 블로그도 가지고 있고, 거기에도 자주 글을 쓴다는 걸 알고 한 말이었다. 진짜 부지런히 글 쓰는데 그걸 보면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글을 쓸 수는 없다고. 응, 그렇구나. 요즘엔 진짜 그렇구나 싶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가 그냥 막 다다다닥 쓰는 걸 보면, 나는 글 쓰는 게 정말 좋은가보다. 아니, 좋다기 보다는 뭐랄까, 글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전달 혹은 다른 소통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제일 잘 아는 게 글로 써내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에 알라딘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을 때, 그때 조차도 나는 아예 글을 쓰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알라딘에 쓰지 않는 동안, 온라인 상에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나의 다이어리가 매일 빼곡하게 채워져나갔다. 지금은 4월초인데, 나는 벌써 7월까지 침범해서 거기에 일기를 쓰고 있었다. 이러다가 6월이 되기전에 다이어리를 다시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다이어리에 적은 글들을 읽어보다가, 아,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습관이 없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대체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싶었다. 새삼 글이,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워졌다.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잘생긴 개자식의 리뷰가 그렇게나 뛰어난 것 같다. 우하하하하.




일상은 구질구질하다. 가슴이 아프고 찢어져도 다음날 어김없이 눈을 떠 회사에 출근하고 억지로 앉아 있어야 하는데, 집에 간다고 또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어제의 나는 일어나자마자 스팸과 야채를 썰어 넣고 밥을 볶아 먹고 출근을 했다. 퇴근후에는 친구를 만나 등갈비찜에 곤드레밥을 먹고 양재천에 가 밤벚꽃을 구경했다. 여기에 이렇게 벚꽃이 많이 폈을지 미처 몰랐다고, 여긴 생각도 못했다고, 친구와 걸으며 내내 감탄하고 즐거워했다. 그런 틈틈이 '얼른 집에 가서 빨래 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 더 늦으면 안되는데, 더 늦으면 나 잘 시간이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흐드러진 벚꽃을 보는 게 참 마음에 좋은 거다. 빨래를 포기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랬다가는 금요일 저녁에 오시는 엄마가 빨래를 돌려야 할 것 같아, 안되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잠을 포기하더라도 빨래를 돌리자!! 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 집에 돌아갔다. 오금역에서는 열차가 13분후에 도착한다길래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빨래를 하기 위해서...


집에 돌아와 우선 후다닥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 세탁기에 넣었다. 전날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진짜 엄청 피곤했다. 입밖으로 소리내서 말했다. '아 개피곤하다'라고. 그러면서도 세탁기를 돌렸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틈에 샤워를 하고 나왔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밥통을 열어보고 밥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밥을 했고, 아침에 먹고 갔던 그릇들 설거지를 했고, 다음날 아침에 밥 볶아 먹을 파프리카를 썰어 두었다. 빨래가 다 되어서 널고나니 금세 밤 열두시가 되더라. 와.... 일상.... 뭐 이래?? 뭐가 이렇게 힘들어? 빨래까지 다 널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생각하고 내 방에 들어가 내 침대에 누웠는데, 와, 눈물나게 편안했다. 진짜 좋구나. 역시 세상에서 내 침대가 짱이야. 




여자1이 몇 년전의 전남친으로부터 요새 자꾸 연락이 와서 짜증이 난다고 했다.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연락하고 살자' 라고 했다면서 뭐 이딴 놈이 다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러더니 급기야 어제는 이런 메세지가 왔다고 했다.


<발신번호제한.......너니?>



자기한테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가 왔었는데, 그게 혹시 너 아니냐, 했던 거다. 하아- 이걸 보고난 여자1은 너무 화딱지가 나서, 자기는 살면서 욕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온 마음의 에너지를 모아 '네가 싫다'를 보여주고 싶어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너 존나 가지가지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 나 완전 빵터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자1을 그동안 봤을 때 진짜 욕을 할 줄 모르는데, 저 '존나'를 하기까지 얼마나 빡이 쳤을까. 그리고 저 남자 너무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남친이란 건 <자니?> 로 표현되는 줄 알았는데, 아하하하하하, 참신하다.



발신번호제한...너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 진짜 이 얘기 듣고 너무 웃었네. 발신번호제한.... 너니? 뭔가 중2스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내가 잘라놓은 내 앞머리, 쥐가 파 먹은 것 같은 내 앞머리, 빨리 자라야 미용실 가서 제대로 잘라달라고 할텐데...하아. 일상은 진짜 쉽지가 않다. 오늘 점심은 부대찌개를 진짜 겁나 맛있게 먹었는데, 함께 먹던 동료가 그랬다. 아나스타샤는 부대찌개 안먹을걸요? 라고......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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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4-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항상 재미있게 읽는 1인입니다. 덕분에 이번 주말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다음에 또 봐요, 스티븐 시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4-10 19:40   좋아요 0 | URL
언제나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덕에 기운이 납니다. 힛. 제가 항상 좋아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

몬스터 2016-04-0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과 아나스타샤의 교집합이 뭘까 생각해보네요 ㅎㅎㅎ 섹시함?!?! ㅎ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6-04-10 19:40   좋아요 0 | URL
스티븐과 아나스타샤의 교집합이라면 그러니까...아마도 포니테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핫;;

유부만두 2016-04-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더 이뻐요!!!!!

다락방 2016-04-10 19:4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유부만두님. 그리고 전화도 고마웠어요!
:)

비로그인 2016-04-0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개;;피곤하시겠어요 ㅠㅠ 저도 매일매일이 개피곤 ㅠㅠ 밤에 뻐근한 몸을 누이는 순간 아, 오늘도 힘들었다 생각이 절로 ㅠㅠ
스티븐 시걸 얼굴이 급떠오르지않아 찾아봤더니 ㅋㅋㅋㅋ 빵터졌어요 다락방님은 당근 아나스타샤죠~~첫번째 사진에서 딱 다락방님이 떠오르는 걸요~ㅎ

다락방 2016-04-10 19:42   좋아요 0 | URL
일상은 진짜 개피곤이에요 ㅜㅜ 지금은 그때그때 되는 가족들이 집안일을 나눠서 하고 있긴 한데, 저는 만약 혼자 살게 된다면 일하시는 분 부르고 싶어요 ㅠㅠ 회사에서 일하고 와서 집에서 또 일하려니 진짜 개피곤 ㅠㅠ 세상이 온통 일투성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걸까요? ㅜㅜ

그쵸? 저 아나스타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아른님. 저는 아른님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으하하하핫!!
 
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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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을 이렇듯 경쾌하고 다정하게 전하는 사람도 있구나. 나는 좀더 무겁게 해주는 걸 선호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줘야 세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속에서 부실한 선반 같은 것들이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어두운 곳에서 낡은 나사에 매달려 있던 것들이 결국에는 내려앉는 그런 소리였다. 여기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도 있을 듯한데,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p.247)




경쾌하다고, 다정하다고, 가볍다고 말해놓고서는 인용문은 이런 것만 가져왔네 ㅠㅠ




조금만 더 있어, 말하고 싶었지만 은영은 칙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은영은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 애썼는데 잘되지 않았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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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8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군가를 향한 상실감이 너무도 혹독해 그 고통에 허리를 부여잡을 때가 있다. 때로는 마치 해돋이나 창문 색깔처럼 상실감은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조상이 물려준 세상이 갑자기 끝장났을 때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종말과 맞서야 했다. 내게도 상징적인 일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세탁이었다. 리넨 천을 빠노라면 어딘가 차분하고 일상적인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행군 중에는 당연히 깨끗한 리넨을 볼 수가 없었다. 방식이 색다르긴 해도 줄푸가에게는 그 대상이 옛날 차였을 뿐이다. (p.142)


















e 의 고양이가 죽었다. e 는 어제 장례를 치러주었노라 내게 말했다. 많이 아팠고 병원에서는 오늘 밤이 고비다, 라고 했는데 새벽에 별이 되었다고 했다. e는 고양이 두 마리와 오래 함께 지냈고, 그 중에 한 마리가 어제 작별을 고한거다. 나는 그 마음이 어떨지, 그 상실의 고통에 어떤 말이 위로가 될지 몰라 토닥토닥만 해주다가 물끄러미, 내 책상위의 꽃을 보았다. 지난주부터 책상위에 꽃을 두기 시작했는데, 이걸 들여다보는 게 좋더라. 내가 꽃을 사고 싶었던것처럼, 예쁜 꽃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처럼, 어쩌면 e 에게도 꽃이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e 양에게 꽃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며칠전 읽은 먼 북쪽의 저 문구를 메세지로 넣었다. 



누군가를 향한 상실감이 너무도 혹독해 그 고통에 허리를 부여잡을 때가 있다.



는 문장이 책을 읽다가 콱 박혔더랬다. e 에게도 분명 지금 상실감이 너무 혹독하게 느껴지리라. 고양이와 작별한 친구에게 위로의 꽃을 보내고 싶다 했더니, 이렇게 고요하고 우아한 꽃바구니를 하이드님이 만들어주셨다. 






저기 메모에 꽂힌 나비가 상징적으로 느껴진다. 고양이 두 마리중 혼자 남게된 고양이의 이름이 '나비'인데, 어떻게 저렇게 나비가 저 메모를 전할까. 마치 살아있는 e의 고양이 나비가 제 집사를 위로하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지 않은가. 마음이 담기면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나비 찝게라니 말이다.





꽃바구니를 받고 e 는 눈물이 또 난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위로가 된다고 했다. 아무에게도 고양이의 죽음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는 길, 이 고양이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위로의 말을 듣는 게 고양이에게도 더 낫지 않을까 싶어 오늘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들었던 위로의 말들이 자신에게 정말 위로가 됐다고 했다. e 양은 내게 말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보냈을텐데, 오랫동안 나를 지켜보면서 달라졌다고. 



차장님은 슬픔도 기쁨도 솔직하게 다 말씀해주시는데 그거 보면서 저도 배웠어요, 차장님이 제게 그런 말씀들을 해주실 때 저 좋았거든요, 아직 멀었지만 제가 많이 배우고 있어요.



아...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이런 다정한 말을 들으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요즘에는 이렇게 다정한 말을 들으면 참을 수가 없어진다. 그냥 바로 눈물이 난다. 이것도 노화의 한 증상인가? 피부가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생리양이 줄어드는 것만이 노화의 증상인줄 알았는데, 눈물이 많아지기도 하는건가 보다. 이게 다 내가 늙어가기 때문인가보다. 다정한 말에 눈물이라니.



나는 이렇게 매일 늙어가고 있지만, 잘 늙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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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6-04-0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사람 다락방님.

다락방 2016-04-08 08:18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ㅠㅠ

꽃핑키 2016-04-0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ㅠ 폭풍공감해요 다락방님ㅠ 저도 늙어서 그런지 툭하면 눈물바람ㅠㅠ 어쩔땐 부끄러워 숨어서 울게돼요ㅋㅋ
아. 따뜻한 페이퍼 넘 좋아요♡
꽃사진 딱 봤을때부터 누구 솜씨인지! 한눈에 알아봤어요! 저런 꽃과 메시지라묜, 아무리 커다란 슬픔도 거침없이 꿋꿋하게 잘 헤쳐나갈 힘 생길거 같아요♡

다락방 2016-04-08 08:20   좋아요 0 | URL
흑흑 꽃핑키님. 꽃핑키님도 눈물이 많아요? 전 예전에 잘 울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쏟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왜이렇게 되어버린건지... ㅠㅠ 이제는 서러운 말이 아니라 다정한 말에도 울어요. 확실히 비정상인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어려움과 고통을 가지고 있고 또 저마다의 상실을 가지고 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힘을 주고 애정을 주면서 버텨나가야 할 것 같아요. 핑키님, 숨어서 울지 말고 드러내서 울어요, 그리고 손 잡아달라고, 위로해달라고 말해요. 덜 아플 수 있게요.

아무개 2016-04-0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래서 형씨를 애정해 마지않소!

다락방 2016-04-08 08:20   좋아요 0 | URL
그 애정 변치 마시오. ㅠㅠ

보슬비 2016-04-0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정한말, 다정한눈빛.다정한몸짓에 눈물이 나고 위로를 얻어요.

다락방 2016-04-08 10:08   좋아요 0 | URL
어제는 문득 다정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의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정한 말을 하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노력해야 겨우 다정해질 수가 있어요. 다정하다는 게 노력이 필요한 것이니만큼, 다정한 말과 몸짓에 위로를 얻고 또 눈물이 나기도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레와 2016-04-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 내 친구인게 참 고맙소..


다락방 2016-04-08 11:49   좋아요 0 | URL
무슨소리. 나의 기쁨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