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쌍쌍바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5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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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레데릭 라르손'은 만들어진 인물이지만 '예테보리'는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구나. 검색해보니 스웨덴이다. 지난주말 스웨덴을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만났는데, 왜 자꾸 눈에 띄는거지.. 가보고 싶다.


2. 예테보리엔 프레데릭 라르손이 없듯이 쌍쌍바도 없겠지.


3. 난 선수처럼 살지는 않는 걸로... 그냥 슬렁슬렁 사는 걸로...


4.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8번이 어떤 곡인지 궁금하니 찾아서 들어봐야지.




인간이란 한계 속에 가둬놓으면 모두가 똑같이 생겨먹은 군화처럼 고만고만한 존재들이었던 것이고, 군대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타나면 군홧발로 짓밟아 고만고만한 존재로 만드는 곳이었다. 튀어서 재미있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p.64)

군대는 스뽀오츠 정신을 발휘할 최소한의 그라운드도 안되는 곳이었다. 돈 있고 힘 있고 얍삽한 놈들은 복무하지 않는 곳에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을 리 없었다. 그곳은 그냥 바보들이 바보 놀음을 경쟁하는 곳이었다. 젊을 때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다한다는 보람을 희박하게 만드는 곳이 군대라니. 싸워야 할 병사들을 최고의 바보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곳이라니. 나는 그 대열에 끼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바보짓을 거드는 셈이었다. 병사들더러 대가리를 박으라고 해서 바보를 만드는 것보다 대가리를 첨예하게 써서 막대한 국방비를 낭비하지 않는 게 나라를 더 잘 지키는 일 아닌가. (p.65)

여전히 답은 알 수 없었다. 지금 내 삶은 참 거지 같아도 언젠가 성공해서 현희를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면 그걸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아름다운 그녀도 내겐 없다. 나는 너무 늦었다. 그 사실이 목을 몹시 따갑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란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존재인가 보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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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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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당장 수혈을 받지 않으면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아이와 아이의 부모는 수혈을 거부한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상의 이유로. 자신들이 믿는 종교 안에서 수혈은 타락을 의미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천국에 가는 것이 그들이 선택한 일. 이에 병원에서는 소송을 건다. 아이에게 수혈을 해줄 수 있게 해달라고. 수혈을 하면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만약 내가 이 얘기를 뉴스나 인터넷에서 들었다거나 혹은 지인에게 전해 들었다면, '아 그 종교인들은 왜그리 어리석단 말인가, 사람을 살려야 할 게 아닌가' 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도 결국 이언 매큐언이 말하고자 하는건, 그 종교가 어리석다, 사람을 살리고 봐야한다, 라는 것일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걸 이언 매큐언도 당연하게 여길 거라는 생각, 그 당연함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거다. 그러나 오, 나는 얼마나 내가 믿는 것을 정의라 확신했던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걸 보고, 아, 내가 너무 나의 정의에 갇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종교의 자유가 있고 그 종교를 믿고 있다면, 그 신앙 혹은 믿음 속에서 자신이 믿고자 하는 바를 따르려고 하는 것은 순전히 그 사람의 몫이 아닌가. 그것이 자신의 삶과 혹은 죽음에 관한 것이라도 그것이 그 사람이 현재 속한 종교, 절대적이라 믿는 종교 안에서 자신의 선택이라면, 그것을 법이나 혹은 그 종교의 바깥에 있는 사람이 강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됐다. 이 책의 주인공인 '피오나'는 판사이고, 이 사건을 맡게 됐다. 아이에게 얼마나 수혈이 중요한지에 대한 병원의 입장을 듣고 또 자신들이 믿는 신앙 앞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아는 아이들의 부모의 입장도 듣고, 피오나는 일단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뒤에 판결을 하겠다고 말한다. 아이가 정말 '강압적'인 것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수혈 거부를 결정한 것인지, 그것을 이야기를 나눠보고 알고자 한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결정을 인지할 수 있는, 그런 아이인지를. 법원은 그리고 법은, 종교에 대해서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종교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서는 할 수 없는 거라고 한다. 그렇게 피오나는 아이가 입원한 병실을 재판 도중에 찾는다. 나도, 그리고 아이도, 피오나가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서, 수혈을 거부한 결정을 바꾸기 위해서 병원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을 바꾸려고 오신 거예요? 제 생각을 바로잡으려고요?" (p.142)

 

피오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말해줄게, 애덤. 난 네가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하고 싶단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결정을 하기엔 네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 부모님이나 장로들이 영향을 준다고도 생각하지.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네가 굉장히 영리하고 능력이 뛰어나니까 너한테 결정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 (p.143)

 

 

피오나가 아이와의 인상적인 면담을 마친 뒤로, 나는 피오나가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피오나가 내리는 판결까지 읽으면서, 아, 역시 이언 매큐언 이구나, 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 이런 것이 좋은 책이로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했다.

 

이것이 좋은 책이기에 나는 내가 가진 생각을 반드시 정의라고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종교와 법 혹은 종교와 삶에 있어서 나는 '관찰자'의 입장으로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지만, 그건 또 그 종교안에서의 그들의 선택과 삶의 문제가 아니던가. 내가 누군가를 어리석다고 말하는 건 순전히 내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닌가. 수혈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죽음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혀를 쯧쯧해대는 것이,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생각과 믿음을 기준으로 선택한건데. 이 판결은 얼마나 어려울 것이며, 어떻게 해야 공정할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나는 이 책을 읽기전보다 확실히 생각이 더 많아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유연해진 것 같다고. 결국 좋은 책이 하는 역할이란 그런 게 아닐까. 내가 가진 생각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리하여 책을 읽기전보다 나를 더 유연하게 만드는 일. 이런 것들을 깨닫게 해준 책이라니,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독서라는 행위가 굉장히 고맙게 느껴지는 거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다뤄준 이언 매큐언을 자꾸 생각하게 됐다. 속으로 몇 번이나 아, 이언 매큐언! 한 것이다.

 

 

피오나가 더 나은 것, 더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계속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무릇 판사의 자리에 있으면서 판결을 내려야 한다면, 그렇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옳은 것일테니까. 그런 한편, 아, 나는 판사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내리는 결정들이 과연 옳다고 내 스스로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과연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것도 의심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피오나처럼 현명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도 모르겠는 거다. 피오나는 백혈병 걸린 아이에 대한 판결을 내렸고, 나는 그 판결에 수긍하며 또한 감탄했다. 그 결론을 내기까지 피오나가 그렇게 결정하기로 한 이유를 읊었을 때, 아,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유인데 내가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자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언 매큐언은 작가이고 피오나는 판사이며, 나는 여기에서 독자로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이 책의 3분의 2정도에 해당한다. 나머지 3분의 1을 어떤 이야기로 진행하려는지 몹시 궁금했던 나는, 이만큼만으로도 일단 이언 매큐언의 이름을 몇 번이나 생각했으니, 이만큼만으로도 내 생각이 조금 더 유연해진 것 같으니, 이만큼만으로도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좋은책이다, 했으니, 그걸로 이 책의 본론은 다 끝난 게 아닐까 했다. 그러니까 남은 건 그저 뒷이야기 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물론, 나머지 부분이 뒷이야기인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 뒷이야기는 내가 생각하는 '흘러가야 할 대로 흘러가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고, 결국 나머지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이언 매큐언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이렇게.

 

 

아! 이언 매큐언, 이 아저씨야!!

 

 

그래서 그랬구나, 처음에 피오나의 부부 이야기를 한 것, 오래 함께한 부부의 이야기를 한 것. 이 모두가 그래서 그랬구나. 이것은 단순히 종교와 삶 종교와 법에 대한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맹목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오래된 관계의 신의를 이야기하고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책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아, 이언 매큐언 이 아저씨야,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하지는 말아주지 그랬어, 하는 생각도 당연히 들었다. 어떤 것들은 받아들이는 데 조금 더 힘들기도 하니까. 그렇다고해서 그게 나빠서가 아니었다. 역시 이언 매큐언은 '세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역시 이 아저씨는 센 이야기를 하는구나.

 

 

최근에 독서에 좀 심드렁해졌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독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몇 번이고 아, 이런 책이 좋구나, 했으니까. 그걸 이언 매큐언 아저씨가 해줬다. 좋은 소설가들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같다. 생각에 유연성을 더해주는 일을, 좋은 소설가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3분의 2를 지난 시점에서부터의 아이의 선택과, 피오나의 멈칫함, 그리고 오래된 남편의 옆에 있어주는 모습 같은 것들이 마음에 남는다. 오래 남는다. 오래 남아 자꾸 생각난다.

 

 

 

 

 

신체 각부가 적절한 형태로 제자리에 달려 세상에 나온다는 것, 잔인하지 않은 깊은 애정을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다는 것, 혹은 지리적으로나 사회적인 우연으로 전쟁이나 빈곤을 모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연한 행운이었다. 그리하여 선한 사람이 되기가 훨씬 쉽다는 것도.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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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5-08-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읽을 예정이라 좋아요맘 눌렀네요:) 이언 매큐언은 순백의 상태로 읽어야 함돠ㅋㅋㅋ

다락방 2015-08-31 13:3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정말 멘붕이라고 해야할지..뭐라고 설명해야 할지..정말 인상깊게 읽었어요, hellas님. 읽고 후기 남겨주세요!

다다 2015-08-3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리뷰도 정말 좋습니다.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네요. 좋은 책 소개해줘서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5-08-31 13:38   좋아요 0 | URL
읽고나니 조금 더 유연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추천합니다.

웽스북스 2015-08-3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저 마지막 밑줄 그어놨어요. 그 외에도 밑줄 많지만! 저도 다락방님이랑 같은 날 다 읽음. 피오나의 판결문이 너무 우아하고 멋져서 진짜 감탄했어요. 이 우아한 아저씨. ㅋㅋㅋ 어제 이 책 읽고 책모임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역시 텍스트가 좋아야 함께 나누는 얘기들도 좋고! ㅎㅎㅎ 역시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야. 이런 얘기를 소설로 쓰다니. 싶었어요~

다락방 2015-08-31 13:40   좋아요 0 | URL
좋죠,좋죠!! 아, 웽님과 같은 책을 읽고 같이 좋아하다니. 좋다요 ㅠㅠ
뭐랄까, 되게 인상깊어서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더라고요. 특히, 그 홀딱 젖은 소년이 판사를 찾아왔을 때..아아아아아아아아 뭔가 싫으면서 좋은 .......... ㅜㅜ
오랜만에 되게 집중해서 읽었어요. 다른 책으로 빠져나오기가 힘들더라고요. 피오나의 판결문은 진짜 예술이었어요. ㅠㅠ 멋짐 ㅠㅠㅠ

아무개 2015-08-3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읽을 예정이라 내용은 우선 패쓰!

다락방 2015-08-31 13:40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moonnight 2015-08-3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말에 읽고 내내 생각이 났어요. 아...이언 매큐언 ㅠㅠ

다락방 2015-08-31 13:41   좋아요 0 | URL
`내내 생각이 났다`는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아직도 계속 어이쿠, 이언 매큐언, 이 아저씨야 ㅜㅜ 하는 마음이에요. ㅠㅠㅠ

뽈따구 2015-09-0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하지 않은 깊은 애정˝
무척 깊이 와 닿네요.... ㅠㅠ

다락방 2015-09-01 10:52   좋아요 0 | URL
47페이지 저 구절은 정말 명문이죠. 몇 번이나 읽었어요.

블랙겟타 2015-09-0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제가 구매하는 책중에 소설분야가 아무래도 비중이 제일 적은데 우연하게 이 책 리뷰를 읽고 나니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저도 평소에 제가 가진 생각이 반드시 정의로운 것인지에 관해 고민하곤 했었거든요. 저도 이 책 읽어볼래요! ㅎㅎ

다락방 2015-09-01 19:03   좋아요 1 | URL
전 되게 인상싶게 읽었어요, 블랙겟타님. 한 번 읽어보세요. 우아하고 인상적이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에요. 이언 매큐언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되는 그런 책이요. 이야기도 흥미롭고 판사인 피오나의 판결문도 압권이랍니다. 헷 :)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 - 아흔 살 넘은 부모 곁에서 살기, 싸우기, 떠나보내기
라즈 채스트 지음, 김민수 옮김 / 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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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라고 하기엔 글씨가 지나치게 많다. 아, 물론 나는 그게 싫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만화 에세이'라고 불리는가 보다. 책의 글자 폰트가 너무 예뻐서 따라 쓰고 싶은데 뭐, 펜으로 글을 쓰는 일이 좀처럼 없는 나로서는 뭘 가지고 연습해야할지 모르겠다. 이건 책에 대한 잠깐 잡스런 이야기였고.


책의 저자 '라즈 채스트'는 외동딸이며 나이 많은 부모님과 이별을 준비중이다. 이 에세이는 부모님들이 모두 90세를 넘겼을 때를 그리고 있는데, 그들은 점점 허약해지고 있고 정신을 잃고 있다. 그럼에도 본인들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한다.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는 죽음에 이르러 모두 화해했다, 라는 메세지를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딸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압박이 몹시도 싫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듣지 못한 채로 엄마와 이별하게 된다. 현실이란 무릇 이런것이 아닐까 싶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들이 화해하는 것, 그건 이상적인 게 아닐까. 우린 결국 화해하지 못한 채로 이별하게 될지도 모른다.




화장을, 연애를, 책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듯이 나의 경우에는 이별을 책으로 배우려고 하는 것 같다. 어쩌면 미리미리 배워둬야 나중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간혹 여동생과 만약 엄마가 돌아가신다면,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똑같이 말한다. '난 못살 것 같아', '나도.' 생각만해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정작 지금보다 더 시간이 흘러 부모와의 이별이 가까워온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 책의 저자, '라즈 채스트'처럼 그들을 돌보는 데 돈이 필요할테니 '부모님이 돈을 모아둬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왜 이것밖에 못모았을까'란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라즈 채스트는 외동딸이었으니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지만, 우리는 삼남매, 지금은 의좋게 지내고 있다고 해도 어쩌면 거동이 불편한 부모 앞에 돌보기를 서로에게 미룰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 앞에서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혹여 너무나 약해지고 또 정신까지 놓아버린다면, 이별의 과정은 험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오히려 더 바라게 될 지도 몰라. 도대체 언제쯤 가시려는거지? 하고. 그래놓고서는 또 얼마나 자책을 할까. 우리는 서로에게 안정감을 준 채로 이별할 수 있을까?


라즈 채스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허약하고 소심해서 늘 어머니에게 잡혀 사는 아버지가 불쌍했지만, 그런 강압적인 태도를 고쳐야한다고 생각하는 딸 앞에서 아버지 역시도 '네 어머니가 옳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만의 확신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추측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옳지 않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런, 받아들여야 하는, 그 사람 나름의 삶의 형태일 수도 있겠구나.


아버지와 어머니만 늙어가는 게 아니다. 나도 늙어간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겐 자식들이 있는데, 내게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노년은, 평화롭고 조용하게 좋아하는 책 읽고 매일 와인이나 홀짝이면서 다른 노인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삶이다. 실버타운으로 들어가 살다가 몸이 많이 불편해지면 요양원 같은 곳으로 들어가야 하겠지. 그러나 이것은 그저 지금의 내 생각일 뿐이지,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초라하게 늙어갈지도 모르겠다. 요양원에 들어갈 돈 따위 없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술과 고기를 끊어야 하는 노인이 될런지도 모른다. 아, 나는 인생의 즐거움을 어느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뭐가 나은 걸까. 즐길 걸 즐기면서 삶을 조금 짧게 유지하는 것, 혹은 쾌락을 포기하면서 그것을 길게 가져가는 것. 나는 결국 내가 바라는대로, 나이든 친구들도 어린 친구들도 곁에 두게 될까? 누군가와는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그런 노년의 삶을 가질 수 있을까?





라즈 채스트의 엄마는 죽음에 대해 얘기하기를 꺼려한다. 제목은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 는 거기에서 온 것. 나 역시 죽음에 대한 얘기 하기를 꺼린다. 죽음은 여전히 내게 멀고도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무서운 것은 어쩌면 내 생각만큼 멀지 않았다고 인식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것이 예외없이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것임을 알기 때문일지도.



내 삶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고, 나는 앞으로 살면서 누구와 어떤 이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보다 저축을 더 열심히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나면, 한 손으로 턱을 괴고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싶어진다.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일까. 나는 어디까지 온 것일까. 그리고 어디까지 가게 될까. 



어쨌든 지금은 하이힐을 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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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8-0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는 생각과 정말 비슷한 걱정, 느낌이에요. 저도 삼남매. 지금은 의좋지만 사랑하는 부모님이 늙고 아프고 돌아가실 때에도 그렇게 의좋게 아름답게 지낼 수 있을까요? 나는 또 늙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 하다 지금은 라떼 마시고 책 읽으며 잊자, 는 생각.... 정말 공감해요.

다락방 2015-08-06 16:25   좋아요 0 | URL
사람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야 마음도 여유로워지잖아요. 마찬가지로 지금은 살기에 불편하지 않아 의좋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혹여라도 우리가 육체적 경제적으로 불편해지게 되면, 그 때도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여전히 사이 좋은 남매인체로 함께 의논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라지만요.

이 책은 블랑카님도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

alma 2015-08-0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고 지나갈 뻔한 책을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꼭 읽어보고 싶네요. 마음을 흔들어주는 글,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5-08-06 16:26   좋아요 0 | URL
저도 트윗에서 우연히 보고 알게된 책인데 먼저 읽으신 분이 제게 강추 하시더라고요. 저도 알마님께 꼭 읽어보시라 권해드립니다.

인디언밥 2015-08-0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죠으다

다락방 2015-08-06 16:26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보시면 역시 좋구나, 생각하시게 될거에요. 저도 이 책이 좋았습니다.

moonnight 2015-08-0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남매인데 부모님의 생활은 제가 책임지는 걸로 모두들 당연시하고 있어요. 어떤 사고나 질병으로 내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하고 불현듯 두려워질 때가 있네요. ㅠ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경제적인 문제가 중요해지면 가족관계도 달라지지 않을까. 무섭ㅠㅠ

다락방 2015-08-07 09:48   좋아요 0 | URL
우리 삼남매가 사이가 좋은 건 어쩌면 부모님이 가진 게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종종해요. 뭔가 재산이 있었다면 그걸 갖겠다고 싸우지 않았을까...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요. 우리는 뭔가를 더 갖기 위해 싸우지 않아도 돼요. 가질 게 없으니까요.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하며 각자 먹고 사는게 어렵지 않은 형편이라 모두 사이좋게 지내지만, 여기에서 뭔가 삐끗하면..... 그럴 때도 우리가 지금 같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아,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다, 술이나 마시자, 뭐 또다시 이런 마인드가 되어버리곤 하죠.

우리 건강하게 잘 지내요, 문나잇님.

비로그인 2015-08-07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가 되어서 우정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겠죠
도란도란 이야기나눌 그날까지 우리 건강하게 지내요^^

다락방 2015-08-07 12:07   좋아요 0 | URL
아른님과의 우정이라면 저도 꼭 지키고 싶습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우리 친하게 지내요, 아른님.
그러기 위해서 건강하게 지내자는 말은 반드시 접수하겠습니다!
:)

hellas 2015-08-08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네요. 뭔가 느끼길 바라면서:)

다락방 2015-08-10 08:52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볼 만한 에세이에요.
주말 잘 보내셨어요? :)

다다 2015-08-0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생일 축하드리옵니다. :)

다락방 2015-08-10 08: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박달 2016-02-0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책인데다 생각할거리가 많네요. 책을 사두고 몇달정도 묵혀뒀습니다. 그냥 나와 상관없는 노년의 이야기겠거니 해서요. 근데 누구도 떨칠 수 없는 나이듦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네요.

다락방 2016-04-07 08:52   좋아요 0 | URL
아이고 답글이 늦었네요. 이 댓글을 이제야 봤어요. 지금쯤이면 이 책을 읽고도 한참 후겠네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보영 지음 / 기적의책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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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가 늙어간다는 것 역시 그러하다. 나는 십년전보다 일년전보다 그리고 다섯시간 전보다 조금 더 '늙어'버렸지만, 그것이 내가 쇠락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과거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어있고 과거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되어있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좀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있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또 그렇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는 당신을 만난다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서로에게 갖는 신뢰란 것은, 그렇게 조금 더 커지지 않을까. 오래전이 아니라, 오년전이 아니라, 지금이라 다행이다. 


나는 나이를 먹었어. 하루에 하루씩, 한 달에 한 달씩. 한 해에 한 살씩,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10년 전보다 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 몇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내년에는 또 한 해만큼 그렇게 될거야. (p.76-77)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고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이 남자와 여자 때문에, 아, 이 소설은 대체 무어란 말이야, 했다가,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마지막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당신에게 닿기 위해 당신에게 갈 수 있지만 당신에게 닿기 위해 기다릴 수도 있다.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를 기다리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버리는 이 소설은, 그러나 읽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쫙 편 손바닥 하나 만큼의 크기를 가진 이 작은 소설이, 그러나 엄청난 무게의 달콤함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랑 결혼한다는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좋아서 깨. 애처럼 바둥거리다 베개를 끌어안고 콧노래를 부르며 자곤 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당신이 옆에 누워 있는 상상을 하면 좋아 죽을 것 같아. (p.13)



시간이 많이 흘렀고 여기까지 오는데 아주 오래 걸렸다. 그렇게 내가 당신을 기다렸는데, 이토록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




언젠가 방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오고 몇 달 살았던 적도 있다고 했었지?

이제 알 것 같아. 그건 혼자 산 것이 아니었어. 난 한 번도 혼자 살았던 적이 없어. 누군가는 내가 내놓은 쓰레기를 치워 갔고 정화조를 비워 주었어. 발전소를 돌리고 전기선을 연결하고, 가스를 점검하고 물통을 갈고 하수관을 청소했어. 어느 집에선가 면을 삶고 그릇에 담아 배달하고 다시 그릇을 가져가 닦았어. 나는 한 번도 혼자 살았던 적이 없어. 내가 무슨 수로 혼자 살 수 있단 말야?

그저 살아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혼자가 아니었던 거야. (p.47-48)



당신은 한 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다. 인류가 멸종하고 당신만 혼자 남은 게 아닌 이상, 세상이 세상으로 존재하는 이상, 당신은 당신이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며 살았다. 당신은 한 순간도 그러므로, 혼자인 적이 없다. 그러나 세상이 더이상 세상이지 않고 지구상에 인간이라고는 당신 밖에 남아있지 않아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된 나도, 지구상에 함께 남아 있을테니까. 모두가 사라져도 내가 남아 있을테니까. 어딘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달콤한 말인 것 같아.

기다릴테니까 와줘,

결국은 와락 끌어안게 되는 말인 것 같아.



당신에게 어울리는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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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2015-08-0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다는 말,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말... 아....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이런 책이 있었네요. 당장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5-08-05 10:28   좋아요 0 | URL
이게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는 SF 소설이라서 처음엔 뭔말이지..했거든요. 그런데 한 시간도 안걸려 짧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 결국 저렇게 달달함에 무너지게 되더라고요. 나쁘지 않았어요, 피오나님. 저도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 무척 좋았어요.
:)

moonnight 2015-08-09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소설도 있었군요.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너무 달콤하고 애틋할 것만 같아서 조금 읽기가 두려워요. 현실과의 괴리감-_-;;;

다락방 2015-08-10 08:55   좋아요 0 | URL
전 SF 라서 괴리감이 왔었어요. 이게 뭔말이야...하고. 과학적인 뇌가 1도 없는 저인 것입니다. ㅎㅎㅎ
마지막에 달달한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헷 :)

2015-08-09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 벌거벗은 말들의 세계 우리 시대의 질문 2
윤보라 외 지음 / 현실문화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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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에게 '많이 이상해진 딸'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었다. 여러가지 '이상한' 딸의 징후를 보여왔고 그런 말을 들었지만, 최근엔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엄마와 나는 '동거'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는 동거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내가 실질적으로 동거를 할 수도 있음을 피력하자 갑자기 '그건 안되는 일'이 되어버렸다. 만약 동거를 하다가 남자랑 헤어졌을 경우 망쳐지는 건 여자인 내가 되기 때문이란 거다.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냐, 라고 했고 임신하지 않게 조심하면 되지, 라고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가 무얼 두려워하는지.


결국 엄마는 그 말을 했다. '결혼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남자랑 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되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되물었다. 


엄마, 그러면 내가 칠십살까지 결혼하지 않을거면, 칠십살까지 처녀로 늙어 죽어야돼, 성관계 한 번도 안하고?


엄마는 그래야 한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엄마는 여태 그런 식의 사고를 교육 받았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엄마의 생각과 달랐다. 그래서 말했다.


엄마, 내가 왜 그래야 해? 나 결혼 안해도 남자랑 사귀면서 잘거야. 남자랑 자는 기쁨이나 쾌락 같은 거 포기하면서 살진 않을거야. 엄마도 남자들이 결혼 전에 잔다는 건 알잖아, 근데 나는 왜 그러면 안돼?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너 어쩌다가 그렇게 이상해졌'냐고.

나는 그렇게 '이상한 딸'이 되어버렸다.



언제까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랜 시간을 나 역시 '아빠'와 '선생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세상을 보는 눈, 사회를 보는 눈, 모든 눈들이 아빠와 선생님에게 맞춰져 있었다. 아빠와 선생님의 말은 옳으며, 그러므로 그 말은 나의 사고와 판단의 잣대가 되었다. 아빠가 욕하는 정치는 욕먹을 정치이고, 선생님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나쁜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더 쉽게 얘기하자면, 아빠가 데모하는 대학생을 빨갱이라고 말하면, 나는 그들이 정말 빨갱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나는 '아빠와 선생님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자 과거에 내가 했던 말들 내가 내렸던 판단들이 머릿속에 하나씩 둘씩 떠올랐다. 어떤 것들은 조금 후회되었지만,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절망스러울 만큼 어리석은 말과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가슴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내가 얼마나 잘못된 눈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했었는지, 이건 너무 늦게 알아서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아빠 엄마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방향에서 보면 아빠 엄마가 맞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이럴때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붉혀야 했고, 그때마다 나는 아빠로부터 '빨갱이'란 말을 들어야 했다. 나는 아빠에게는 빨갱이 딸이 되었고, 엄마에게는 '이상한' 딸이 되었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는 남동생을 빨갱이로 선동한 딸이 되어있기까지 했다.



여성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또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의 어릴 적의 발언들과 판단들이 자꾸 떠올라 괴로웠다. 그때, 내가 어렸다고 해도 해서는 안될 것들을 너무 많이 해버린 것 같아 스스로가 미웠다. 여성비하의 수많은 말들 속에 나 역시 있었다. 이제라도 다른 식으로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려다가, 이 책에서 '루인'의 글을 읽고 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루인'은 이 책에서 <혐오는 무엇을 하는가;트랜스젠더퀴어, 바이섹슈얼 그리고 혐오 아카이브>란 글을 썼는데, 이 책을 통틀어 나로 하여금 가장 당황하게 만든 글이다. 이 편에서 루인은 말한다.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양성애자가 동성애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이게 내게는 무척이나 놀라웠는데, 우선 내가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거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놀랐고, 그 다음에는 내가 어쩌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놀랐다. 그간 여성학 글들을 보며 내 과거를 반성했고, 또한 내가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루인의 글을 읽으니 정신이 번쩍 드는거다. 아, 어쩌면 나는 지금도 뭔가를 잘못하고 있을지 모르고, 잘못된 시선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또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어떤 말이나 행동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1990년대 초부터 양성애 단체와 활동가, 개개인은 '바이/양'의 의미가 남성과 여성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님을 설명했다. 크루즈가 지적했듯 "접두사 바이/양은 남자와 여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바이섹슈얼리소스센터가 설명하듯 "'바이섹슈얼'에서 '바이/양'은 남자와 여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같은 젠더에 끌림과 우리 자신과 다른 젠더에 끌림을 지칭한다.(Bisexual Resource Center, "Way Beyond the Binary," www.biresource.net/waybeyondthebinary.shtml)" 《바이모임, 바이섹슈얼(양성애) 웹진》의 이브리는 바이섹슈얼을 여성과 남성으로만 제약하고 이 두 젠더와의 관계로 환원하는 태도가 오히려 바이섹슈얼의 삶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이브리, 「바이섹슈얼을 위한 나쁜 가짜 커밍아웃 가이드 2」,《바이모임, 바이섹슈얼(양성애) 웹진》1,2014,bimoim.tistory.com/5).

이성애와 동성애는 한 사람이 일평생을 오직 한 종류의 젠더와만 낭만적,성적 관계를 맺을 것을 가정한다. 하지만 양성애는 이런 가정에 부합하지 않으며 낭만적, 성적 관계가 배타적으로 어느 한 젠더와만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 질서'가 아니라 사회적 금기이자 규범이란 점을 강하게 주장한다. 이 측면은 바이섹슈얼이 동성애 커뮤니티에서 배제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혐오는 무엇을 하는가, 루인, p.200-201)



그러자 주춤, 멈칫하게 되더라. 

과거의 어떤 것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후회된다면, 지금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내가 혹여라도 어떤 말을 함으로써, 혹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또 상처를 주거나 할퀴고 있진 않을까. 그걸 막기 위해서는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내가 차별 발언을 하고 있으면 어쩌나. 내가 비하 발언을 하고 있으면 어쩌나. 폭력적인 말을 하고 있으면 어쩌나.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소용돌이쳤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후엔, 최종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다, 말해야 한다.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내가 말하고 행동해야만 잘못된 걸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면, 잘못 말하여지는 것들이 있다면, 바깥으로 드러내야 고쳐질 수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차별하고 싶지 않고 폭력적이고 싶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만약 어떤 것들을 저지르고 있다면, 그것은 바깥으로 드러나야 해결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백프로 만족을 주는 좋은 책은 아니었다. 

일단 정희진의 글은 잘 읽히는 데, 나머지 다섯 편에 대해서는 개념적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술술 읽히지 않는 거다. 그러나 읽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최소한 내가 과거를 반성하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지금은 어떤가?하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만들었으니까. 



다 읽고나서 밑줄 그은 부분들을 다시 읽어보다가 유독 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최근에 무딘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표현을 들은 터라 확 눈에 들어온 것 같다.


성별,인종,계급, 지식 자원 등에서 사회적 약자의 언어는 이미 지배 담론과 매체에 포섭되어 있다. 당연히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해받고, '말더듬이 바보'에, 흥분하거나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오랫동안 약자였던 집단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이들에게 요구한다. 너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세련되고, 우아하게 말하라고. 동시에, 네 주장은 시기상조이며 말하는 너의 존재가 무섭다고, 우리는 펜을 쓰는데 너희는 칼을 쓴다고 비난한다.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그들의 시각이 반영된 언어로 말한다면,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불쾌해한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못 알아듣는다는 점이다. (언어가 성별을 만든다, 정희진, p.106-107)



나는 칼을 휘둘렀나? 나는 휘두르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상대가 칼에 맞았다고 한다면 나는 칼을 휘두른 게 되는가? 그러므로 나는 칼을 쓴건가? 내가 진정, 칼을 휘두른건가? 내가 칼을 쥐고 있나? 혹여 칼을 쥐고 있다고 해도 나는 그 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내 눈에는 내가 손에 든 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빨갱이이고, 이상한 딸이고, 칼을 휘두르고 있나?

현재로서는 이 모두에 대한 답이 '그렇다' 여도, 내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혐오의 정치는 사회문제의 원인을 미움받는 특정 집단으로 돌리는 마녀사냥의 정치이기도 하다. 혐오의 시대에 성소수자들은 출산율 저하와 에이즈 확산부터 국가 안보 위기, 심지어 건강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서 가정,사회,국가를 위협한다고 지목된다. 이주민 혐오나 여성 혐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만든다. 이주민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지역을 더럽히고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당한다.성들은 특혜와 보호를 받으면서도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김치녀'로 비하된다. 경제위기와 불평등의 심화 속에서 지배자들은 복지를 축소하고 노동시장 구조를 개악함으로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제물로 삼아 위기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양산하는 불평등과 불안은 혐오가 자라나는 토양이다. 극단적인 경쟁만이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지인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생각,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합의는 형식적인 수준일지라도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p.235-236)



나는 정말이지, 여자들이 무슨 특혜를 그렇게나 받고 있다는 건지, 여자들 특혜 얘기 나올때마다 어리둥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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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29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특혜 저도 궁금합니다. 있다면 받아보고도 싶고요~~

단발머리 2015-07-29 11:36   좋아요 0 | URL
혹 그 특혜 받게 되시면요, 저한테도 좀... 나눠주세용~~*^^*

다락방 2015-07-29 11:46   좋아요 0 | URL
ㅎㅎ 특혜는 공유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7-29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7-29 11:44   좋아요 1 | URL
님도 후회 많이 하세요? 저는 제 삶의 어떤 기억들이 무척이나 부끄러워요 ㅠㅠ

moonnight 2015-07-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안 이후로 부모님과는, 민감한 사안-_-은 아예 대화의 주제로 꺼내지 않아요. 다락방님의 용기가 존경스럽습니다.^^;

다락방 2015-07-29 11:43   좋아요 0 | URL
저는 저랑 상관 없는 사람이면 냅두겠는데 그렇지 않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꾸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건 무슨 심리일까요?
그렇지만 그러다가 간혹은 그냥 대화를 멈추기도 해요. 다툼은 피곤하니까요 ㅠㅠ

다다 2015-07-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도 다른 사상처럼 다양한 스펨트럼이 존재할텐데, 입장이나 노선 정리가 퉁쳐져 있고, 치열한 내부 논의가 이뤄지기 힘든 게, 한국 사회가 그만큼 남성중심적인 구조적 폐착이 완고하고, 그곳에 에너지를 쏟다보니 그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제 짧은 생각으론 `내가 아는 페미니즘`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쉽게 `그것은 남성중심주의이므니다`로 귀결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계속 발언하면서,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반성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나아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

다락방 2015-07-29 11:42   좋아요 0 | URL
뜬금없지만요 소금꽃님, 첫번째 문장을 두 개나 세 개의 문장으로 나눠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문장이 너무 길어서 한 번에 이해가 어려워요.
네 계속 발언하고 잘못된걸 고쳐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죠. 그게 페미니즘이든 뭐든 말입니다.

다다 2015-07-29 12:25   좋아요 0 | URL
네 문장을 나눴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생각이 달라서 많이 싸웠는데요. 참 재미있는 게, 언쟁하고 다투는 과정에서 서로 학습하고 고양되는 효과는 일정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달라지고 부모님도 변한 게 문득문득 느껴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은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요. 가령, 제가 a라는 사안에 대해 조선일보 외의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고 소개하면 그 담날 tv조선을 더 크게 틀고 뚫어지게 보고 있는 아버지를 보게되요. 마치 1인 시위하듯이요. 그럼 제가 옆에 앉아 tv조선에 대해 하나 둘 논박하며 지방방송을 해요. 그러면 아버지는 볼륨을 더 크게 틀고, tv조선에 맞춰 취임새를 넣어요. 맞아 맞아 하면서요. 대게 웃겨요. 이제는 알죠. 아, 서로 합의 불가능한 영역이 있구나 존중해줘야겠구나 하고 웃으면서 일어서요. 어릴 때는 내가 무조건 옳고 당신은 틀렸어 하고 부들부들 떨었는데, 지금은 좀 무던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건, 이제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당신들 판은 그대로 놔두고, 내가 살 판을 살 맛나게 만들고, 미래의 아이들이 살 판을 다르게 생각해보고 실천하자 정도인 것 같아요.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로 완전 편입되고 질서가 되면, 젊은세대의 저항에 부딪히겠죠. 그 때 아버지나 어머니 세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저항할 때, 젊음을 탄원하고, 다른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눈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가슴을 열고 공부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과 애정을 두지 않을 수 없구요.

히유- 다락방님의 실존적 고민을 읽다가 반갑기도 하구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댓글이 길어졌네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님. :)

2015-07-29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7-29 11:40   좋아요 0 | URL
저역시 편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저 위의 인용문을 보면서 들더라고요. 양성애자 라고 하면 당연히 `남자,여자랑 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자신과 같은 젠더에 끌림과 자신과 다른 젠더에 끌림` 이라고 설명하니, 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저 역시 저 편할대로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젠더학이 어려운 건, 사고방식의 전환을 하려니 그게 힘들어서 그런것 같아요. 더 정확히 깊게 얘기하자면, 사고방식의 전환이라기보다, `내`가 그동안 어떤 입장이었는지 낱낱이 들여다보는 게 힘들달까요. 몰랐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을텐데, 그게 아니니 아 세상 더럽다, 하는 걸 자꾸 느끼게 되고, 그게 불편하고 부정의하고 그러니까 힘든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걸 얘기하자니, 상대는 잘 들어주지도 않고 ... 하아- 갈 길이 아주 멀다고 생각해요.

무성애는, 있는 용어, 쓰고자 하는 용어가 맞는 것 같아요. 이런 책이 있거든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846304

blanca 2015-07-2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어머님 입장도 이해도 가고 공감도 가요. 일단 저를 보자면 ㅋ 딸에 이입시켜 보았을 때 과연 정말 쿨하게 딸의 성정체성과 사랑, 결혼에 대한 가치관에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해 보면 자신이 없어요. 일단 머리로 마음으로 저는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편견이 비교적 없다,고 하지만 실제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구체적인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질문해 보게 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항상 수정하고 반성하고 나아간다는 게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5-07-29 12:1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블랑카님. 저희 엄마도 동거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셨는데, 막상 그것이 당신 딸에게 진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달라지는거죠. 우리가 어떤 입장이냐 하는 것과 실제 그 일이 닥쳤을 때의 경우는 또 달라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함부로 뭔가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고요. 마찬가지로, 그래서 함부로 남을 비난해서도 안되는 것 같고요. 우리도 막상 우리 앞에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는거니까요. 구체적인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게 될런지는, 저 역시도 장담할 수 없단 생각이 들어요.


블랑카님 말씀처럼, 그래도 서로의 생각을 들어본다는 것, 입장의 차이를 들어본다는 건 꽤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돼요. 우리는 그렇게 좀 더 나은 쪽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2015-07-29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5-07-2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그들은, 여성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군대를 안 간다는 점이 대표적인 특혜, 라고 할 거 같아요.(물론 저로서는 이것이 `특혜`라는 단어의 의미에 적합한 예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다락방 2015-07-29 15:28   좋아요 0 | URL
무슨 혜택을 얼마나 줬다고, 혹은 받았다고 여자들은 혜택만 받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같은 말들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말들을 들으면 진짜 한숨부터 나요. 군대 얘기는 지긋지긋하죠 진짜. 김치녀도 된장녀도 지긋지긋하고요. 어휴..

2015-07-30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08-0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어제 샀는데이 말씀 듣고 살 걸 그랬네요 전 어려운 거 딱 질 색인데 그리고 저도 어릴적 후회되는 일 많이 했어요 이제부터 잘하면 되지요 뭐

다락방 2015-08-04 09:44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마태우스님은 이 책 어렵지 않게 읽으실 거에요. 저는 너무 소설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뭔가 딱딱한 책 읽는 게 쉽지가 않아요. 구체적인 글을 읽는 게 더 쉬워요. 그렇지만 마태우스님이라면 이 책을 잘 읽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마태우스님도 어릴 적 후회되는 일을 많이 하셨어요? 별로 그러셨을 것 같지 않은데... 그렇지만 네, 우리 이제부터라도 잘해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