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수정예 책 방출입니다. 한 분당 한 권씩만 신청 가능하고요, 신청은 반드시 공개댓글로 해주세요. 남녀노소, 신청 자격에 제한 없습니다.




리카르도 피글리아, <인공호흡>

-달사르 님께 드립니다.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관찰자 님께 드립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꽃핑키 님께 드립니다.














앨리 오브라이언, <톰 크루즈에게 전화가 걸려오게 하는 법>

-보슬비 님께 드립니다.















올리버 베니게스, <에르크의 햇빛의자>

-꿈꾸는 섬님께 드립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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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2-2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라딘 들어오는 날에 책방출하시는 것 같다는 착각을......
저번에도 수혜를 입어서 이 댓글을 달아도 될까 생각하다가
마직막 그림책보고는 덥석.....
<에르크이 햇빛의자> 궁금해요.(저 왜 이렇게 뻔뻔스럽게 느껴지죠.ㅎㅎ)
저, 주세요.

다락방 2014-02-28 12:11   좋아요 0 | URL
오케오케. 에르크의 햇빛의자 꿈섬님께 드립니다! 꿈섬님은 주소삼종셋트 안주셔도 됩니다. 지난번꺼 찾아보면 되니까요. ㅎㅎ

꿈꾸는섬 2014-02-28 16:13   좋아요 0 | URL
ㅎㅎㅎ다락방님 고맙습니다.^^

관찰자 2014-02-2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드디어 이런 행운을 거머쥐는구나요.^^

<피아노 치는 여자> 줄 서 봅니다.
히힛.

다락방 2014-02-28 12:42   좋아요 0 | URL
네, <피아노 치는 여자>는 관찰자님께 드립니다.
주소 삼종셋트는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꽃핑키 2014-02-2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게 웬! 횡재입니까?? 다락방님!!!! ㅋㅋㅋ 저는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읽고 싶습니다!!

2014-02-28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2-28 14:06   좋아요 0 | URL
네네, 꽃핑키님께 드리겠습니다. 꽃핑키님은 주소삼종셋트 적어주세요. 너무 오래전에 주소를 알았어서 찾을라면 힘들어요. ㅋㅋㅋㅋㅋ

2014-02-28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8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8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4-02-2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저는 <인공호흡>이요. 다락방님 책 특별방출에 저도 슬쩍. ^^

아..책 한 권이 더 생기다니. 완전 두근거립니닷. >.<

다락방 2014-02-28 14:07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께는 인공호흡 보내드립니다.
달사르님 주소도 적어본 지 오래되었으니 다시 한 번 삼종셋트 부탁드립니다~~
>.<

2014-02-28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4-02-2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서두르지 않아서 놓쳐버렸네요. 에잇.

다락방 2014-02-28 15:11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문동 <더버빌가의 테스> 어때요. 관심있습니까? 있으면 주소삼종셋트 달아욧. ㅎㅎ

건조기후 2014-02-28 15:23   좋아요 0 | URL
아니 꼭 투정부리는 아이 사탕 하나 물리듯 그렇게 책을 주시면.. 좋습니다 ㅎㅎㅎㅎㅎ

2014-02-28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2-28 15:33   좋아요 0 | URL
기다리고 있으면 책이 도착할겁니다.
건조기후님께 드릴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으흐흐흐흐

무스탕 2014-02-2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네 문동들이 봄나들이 가는군요!

다락방 2014-02-28 18:01   좋아요 0 | URL
네, 제 갈길을 찾아들 가고 있습니다요. ㅎㅎ

관찰자 2014-03-0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근데 왜 톰크루즈가 인기가 없지?
예전에 다락방님 페이퍼에 보니까 재밌게 생겼던데요.
아직도 이사갈 곳을 못 찾았네요.ㅠㅠ

다락방 2014-03-02 21:23   좋아요 0 | URL
밑에 보슬비님이 가져가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마음 놓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14-03-02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톰크루즈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
그전에 페이퍼보고 궁금했었는데, 가져가신분이 없으셔서 오호..하는 마음입니다.
저 책이 저를 기다린건 아닐까?하고요. ㅎㅎ

다락방 2014-03-02 21:23   좋아요 0 | URL
네, 보슬비님. 톰크루즈 책 드릴게요. 주소삼종셋트 남겨주세요. ㅎㅎ
안그래도 저거 왜 하나 안나가지, 백프로 나가야 좋은데, 하고 있던 참인데 가져가주셔서 고맙습니다. ㅋㅋ

2014-03-03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7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3-10 18:02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으세요~

관찰자 2014-03-0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3시에 눈이 떠져서
읽고 있던 <봄에 나는 없었다>를 마저 읽고도 잠이 안와서
<서재 결혼 시키기>를 집어 들어 읽다가 잠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침에 가게에 나와 보니
택배 아저씨께서 <피아노 치는 여자>를 배달해 주시고 가셨네요.

요즘이 독서는
다락방님의 영향을 받아,
즐겁게 나아가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잘 읽을께요.

다락방 2014-03-10 18:03   좋아요 0 | URL
지금쯤이면 피아노치는 여자에 대한 독서가 다 끝났을지요. ㅎㅎ
 

엊그제도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늦게 자서 피곤했는데 어제는 와인에 치킨을 먹고나니 몸과 마음이 완전히 풀어지는 것 같았다. 일찍 자고 싶었지만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재미있고 얼마 남지 않아 끝까지 읽고 자고 싶어서 버티고 읽어냈다. 세상에, 1부터 1000 사이의 세자리 숫자를 생각해봐, 니가 무슨 숫자를 생각할 지 내가 알아, 라는 편지가 날아오는데, 정말로 편지를 받은 주인공은 자신이 생각한 숫자 '658'을 편지 봉투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거다. 우와- 엄청 흥미롭지 않은가. 게다가 우라지게 재미있는거다. 어린 아들의 사망으로 인한 주인공 거니의 상처라든가, 옆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그의 아내 이야기까지. 뭐 하나 허투루 쓰여진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그야말로 재미있는 소설. 작가인 '존 버든'이란 이름을 기억하고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요즈음의 나는 매우 복잡한 심경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뭐, 얼마 안가 이 복잡한 마음은 곧 안정될터이고, 실제로 며칠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상실감의 아픔과 봄이 온다는 설레임에 마치 미친년같은 상태가 되어 걷고 먹고 마셨던거다. 그 와중에 어찌나 드라이브를 가고 싶은지, 당장이라도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어졌다. 바닷가를 향해도 좋고 산으로 향해도 좋고, 목적지가 어디든 자가용을 타고 고속도로를 혹은 국도를 달리고 싶었다.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하니(면허 따고 한 번도 해본 적 없음 -_-), 누군가 운전을 해주었으면 좋겠고, 운전하는 사람은 편하고 편한 상대였으면 좋겠다. 휴게소에 들러 우동을 먹기도 하고 커피를 사 마시기도 하면서, 그렇게 어디로든 훌쩍 차를 타고 가고 싶었다. 그러다 이 책에서 거니가 차를 몰고 가다 커피를 사 마시는 장면을 보고 그 갈망이 더 커졌다. 물론 거니는 목적지가 있었지만, 목적지로 가는 도중 상념에 빠져 커피를 사 마시는 거지만, 그 순간의 그 곳에서의 거니가 나는 무척 부러웠다. 아, 혼자 달린다면 더 좋을텐데. 내가 원하는 곳에 멈추어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쉴 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



산길 운전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피어니로 가려면 먼저 월넛 크로싱을 가로질러야 했다. 캐츠킬 산맥의 달느 마을들처럼 월넛크로싱도 19세기 교차로를 중심으로 발달한 마을이었다. 비록 그 역할은 사라졌지만 교차로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마을을 상징했던 커다란 개암나무는 이 마을의 전성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침체된 경기는 비록 그 상황이 심각할지언정 회화적인 모습으로 마을에 남았다. 낡은 헛간과 저장고, 녹슨 쟁기들, 건초 수레, 시든 국화들이 우거진 산기슭. 월넛 크로싱에서 피어니로 이어진 길은 낡은 농장들이 듬성듬성 보이는 그림엽서 같은 계곡 사이로 꼬불꼬불하게 나 있었다. 열 개 남짓한 농장들은 생존을 위해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아벨라드 농장 역시 그중 한 곳이었다. 딜위드 계곡과 강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아벨라드 농장은 '무농약 유기농 채소'로 활로를 찾았다. 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신선한 빵, 캐츠킬 치즈, 훌륭한 커피와 함께 아벨라드 상점에서 판매했다. 거니는 문득 그 커피가 너무도 마시고 싶어져서 상점 정문 앞의 조그만 비포장 주차장으로 차를 돌렸다. 

그는 문을 열고 천장이 높은 상점 안으로 들어서서 오른쪽 벽에 진열된 김 솟는 커피 주전자들 쪽으로 향했다. 잔에 커피를 따르면서 그윽한 향기에 미소를 지었다. 값은 절반이지만 스타벅스 커피보다 훌륭했다. (p.85)




엊그제 퇴근후 친구를 만나기 전, 약간 늦을거란 친구의 말에 까페에 가서 이 책을 읽었는데, 읽다가 소리내서 빵터져 버렸다. 



"커피가 좋으세요? 차가 좋으세요?"

"커피로 하죠."

"저도요. 솔직히 차는 왜 마시는지 모르겠어요. 개를 좋아하세요? 아니면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개가 좋습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커피도 좋아한다는 거 아세요?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고요." (p.275)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뭐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냐 허탈하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문장이 이렇게 되는거였다.



거니로서는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다. (p.275)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ㅋㅋㅋㅋㅋㅋㅋ쿨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 생각할 가지초자 없는 일이었다, 라는 문장이 나를 육성으로 터지게 했다. ㅎㅎㅎㅎㅎ



은퇴한 형사 거니의 아내 '매들린'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사실 그녀의 날카로움, 같은 것들이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신경 쓰이게 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녀는 그렇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관찰하고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거니의 옆에 있다는 거, 그게 책장을 넘길수록 든든한 사실로 다가왔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볼 줄 안다.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걸 이미 잘 알고 있고 그렇게 실천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들여다 볼 생각도 못하기도 한다. 때로는 잘못 알기도 하며, 그렇게 잘못안 채로 오랜 시간을 살아가기도 한다. 


나는 궁극적으로 사람은 자신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잘 사랑하는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사실 이 세상에 또 주변 일상에 일어나는 아주 작은 일들도 행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들여다보고 잘 알 수 있을까? 그건 그냥 시간을 내어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여태 해보지 않았으므로 무작정 앉아 눈을 감고 생각한다고 그 일이 그저 그렇게 되는 건 아닌거다. 내 경우엔, 이럴 때 책이 도움이 된다. 어제, 바로 이런 부분을 읽었다.



매들린은 한번 문을 열면 반드시 그 문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그녀가 가냘픈 숨을 들이쉰 뒤 말을 이었다.

"대니가 죽기 전, 일은 당신 삶의 가장 큰 부분이었어. 하지만 대니가 죽은 후로 일은 당신 삶의 전부가 되었어. 지난 15년 동안 당신은 일에만 매달렸어. 난 당신이 뭔가를 보상하려고, 뭔가를 잊으려고, 아니면 뭔가를 해결하려고 애쓴다는 생각이 들어."

거니는 눈앞에 펼쳐진 사실에 매달려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나는 지금 마크 멜러리를 죽인 자의 체포를 도우려고 위철리에 가는 중이야."

자신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나이 들고 겁에 질린 답답한 사람.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려 애쓰는 사람.

매들린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의 전개를 따랐다.

"난 우리가 그 상자를 열고 작은 그림들을 보고 나서‥‥‥함께 그 애한테 작별인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당신은 그러질 못해. 당신은 그 어떤 것과도 작별인사를 할 줄 몰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거니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도시에서 월넛 크로싱으로 이사할 때 매들린은 몇 시간 동안 작별인사를 했다. 이웃들뿐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집과 그들이 남겨두고 가는 것들, 심지어는 화초들에게까지. 그 모든 것이 거니의 신경에 거슬렸다. 거니는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고 매들린을 비난하면서 생명이 없는 것들에게 말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무의미한 일이며, 그래 봐야 떠나기가 더 힘들어질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이상이었다. 매들린의 행동은 그의 마음속에 건드려지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을 건드렸다. 그런데 매들린이 다시 그것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 무엇과도 이별하려 하지 않는, 이별을 감당하지 못하는 그의 마음을.

"당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들은 사실 사라진 것이 아니야. 당신은 절대 그것들을 놓아주지 않으니까. 떠나보내려면 그것들을 보아야 하잖아. 대니를 떠나보내려면 대니의 삶을 보아야 하잖아. 하지만 당신은 그걸 원치 않아. 당신이 원하는 건‥‥‥도대체 뭐야? 죽는 건가?" (pp.484-486) 



이 부분은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작별을 할 줄 모르는 거니 옆에 매들린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가, 생각했다. 누군가 자신을 들여다볼줄 모르는데, 인정하려 하지 않는데, 그걸 들여다보고 인정하게끔 도와주는 인물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매들린의 존재는, 그러기 위해서 태어난 건 아니었지만, 거니로 하여금 자신을 들여다보게 도와주었다. 한 사람이 태어난 일이 어떤 목적과 의미를 갖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다른 누군가의 삶에 작게 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것은 긍정적인 영향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누고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그것들을 받아들이겠다는 합의일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 이 소설속의 이 부분을 읽다가 나는 이렇게 생각해봤다.



나는 작별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던가?



책읽기를 멈추고 나는 작별인사를 할 줄 모르는 거니의 그 마음을 대신 아파했고,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작별 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인가? 내 모든 이별들을 돌이켜 보았다. 내가 상실감에 젖었던 그 때, 나는 그들에게 안녕을 고했던가. 나는 아파도 그들과 마주했던가. 


그렇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나는 내가 작별 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결론내렸다. 나는 한다, 하는 사람이다. 건강한 사람이다, 나는, 하고. 이렇게 책이 나를 들여다보게 도와준다. 나는 이걸 말하고 싶었다. 내 스스로 생각하며 나를 들여다보는 게 아직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면 책의 도움을 받으라고. 특히나 그럴 때 얼마나 '소설'이 도움이 되는지. 사실과 주장이 나열된 책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는 그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내게 대신 묻는거다. 가난한 자를 돕는 등장인물이 나온다면 나는 돕는 사람인가? 하고 갸웃할 수 있고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가 나온다면 나도 이런 남자랑 사랑에 빠지게 되는걸까? 묻고. 상황과 대화들을 모두 내것으로 만든다면 나는 미처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나에 대해 자꾸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제, 내 친구 정식이는(성은 무려 '한'이다. 한정식) 내게 그랬다. 다락방이 읽는 책을 정식이 자신은 읽을 수 없다고. 정식이는 논리와 이성 그리고 계획들로 머리를 채우고 있고, 그래서 그런 책들이 그에게 더 잘 맞기 때문에 감정을 줄줄 흘리는 책을 읽는게 버겁다고 했다.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책을 읽다가 덮었다는 얘기를 했고, 이 대화들 속에서 나는 내 친구 정식이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던들, '감상적' 혹은 '감정적'인 것을 '이성적'인 것보다 한 수 아래에 있는 어떤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사람들은 이성을 감성보다 더 높게 치는 경향이 있는것 같고, 나 역시도 일정부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감성적이고 만들어진 이야기란 이유로 소설을 무시하는 건, 그들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 권의 책이 내게 해줄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가,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 책에서 얻을 수 있는가. 어제의 대화에서 나는 내가 좀 멍청한 여자로 보이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마저 읽고 덮으면서, 그 사이 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면서 아니다, 나는 정말 똑똑한 여자다, 라는 생각을 했다. 누가 뭐라든, 누가 날 어떻게 보든, 나는 똑똑한 여자다. 어떤 책을 읽든, 나는 거기서 내게 필요한 부분들을 아주 적절하게 그리고 풍부하게 잡아내고 받아들인다. 이걸 할 수 있는 내가 멍청한 여자일 리가 없다. 



이 책은 분명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고, 혹여라도 갈팡질팡 하는 사람이라면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데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는 사람이 있듯이,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소설을 사랑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책을 읽는 사람이라서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좋다. 다시 태어나도 나로 태어날거냐고 물으면, 그건 좀 고민을 해봐야겠지만...요즘엔 제니퍼 로렌스가 너무 예뻐서....( ")



내일은 외할머니가 이사를 하신다. 나와 남동생은 아침부터 이사를 돕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하루종일 노가다 할 생각에 가슴이 뛴다. 아, 나는 육체노동을 사랑해, 정말 좋다. 육체노동을 한 뒤 노곤해지면 술맛은 꿀맛이 된다. 아, 내일 저녁에 쑤시는 몸을 이끌고 술 마실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레여서 미치겠다.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점심엔 할머니가 짜장면하고 탕슉을 사주신다고 했어. -0-



어제 할머니 이사를 기념해서(한 삼주쯤 우리집에 함께 계셨다) 치킨과 소주, 와인을 두고 파티를 했는데, 내가 할머니에게 그랬다.


할머니, 할머니 남편 일찍 죽고 혼자 애들 키우느라 여태 고생했잖아요. 혼자 살게 되서 쓸쓸하다 생각하는 대신에 이제 비로소 나는 모든것들을 털어버리고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문란해지세요. 50대 남자(할머니는 80대) 집으로 막 끌여들여서 연애도 좀 하고 자유롭게 살아요.


할머니는 고맙다고 했고 엄마는 나에게 '니가 나보다 낫다' 라고 했다. 아빠만이 반대했는데, 그건 괜히 남자 잘못 만나면 할머니가 더 고생할 수 있다는 거였다. 나는 그건 할머니가 선택하게 두라고 했다. 오십대 남자 데꾸 살면서 밥해주고 싶으면 그럼 그러면 되는거라고. 할머니가 진짜 연애하셨으면 좋겠다. 문란하게 사세요, 란 말을 반복했더니 듣던 남동생이 치킨을 뜯으며 누나나 잘하라고 말했다. 어디 남들이 밟지않은 깨끗한 눈덮인 땅 같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느냐고. 아- 내가 정말 완전 밤에 피는 야생장미 같은 사람인데....



너는 아직 나를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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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2-2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으며 내려오다가 이 문장을 왜? 하고 있는데, 빵터졌다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거군요.ㅎㅎㅎ 정말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에서 저도 웃었네요.
전 별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인가봐요. 작별인사를 잘 하지 못하는 거니의 마음이 이해돼요. 미련스럽다는 걸 알지만 뭐든 버리는 것도 잘 못하구요.ㅜㅜ

할머니에 대한 다락방님의 말씀은 전적으로 공감이요. 남은 인생은 문란하게 사셔도 될 것 같다는, 그동안 정말 많이 고생하셨을 거 아니에요.
근데 밤에 피는 야생 장미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건지 ㅋ

다락방 2014-03-02 22:07   좋아요 0 | URL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것>에도 그런 대사가 나와요. 떠날 때는 작별인사를 꼭 해줘,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하고 작별인사 없이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 작별인사는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을 위해서도 제대로 하는게 좋은것 같아요. 그렇지만 헤어짐 자체가 워낙에 아픈데 거기다 대고 작별인사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겠죠. 저 역시 이 책속의 주인공 거니를 이해한답니다. 그리고 안타깝고요.

할머니는 이제 문란하게 살고 싶어도 체력이 안 될거에요. 예전보다 식사량도 많이 주셨고요. 그러니 문란하게 살고 싶다고한들 아마 쉽지는 않을겁니다. 그러니 젊었을 때 실컷 문란하게 살아보자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밤에 피는 야생 장미의 삶이죠! ㅎㅎ

아무개 2014-02-2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간은 그저 본능적일뿐.
본능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조금 더 이성적이거나 조금 더 감성적이거나 한게 아닐지...


2.'아무개 님은 정말 소설을 잘 안 읽는군요' 라고
다락방 님이 말했을때 나 왠지 굉장히 부끄러웠었었었었어요.

3.저는 이별 작별 놓아버리기 이런거
정말 진짜 못합니다. 가진거 놓기도 싫고
남의 껏도 뺏고 싶은 바부팅이 욕심쟁이랄까요.. ㅜ..ㅜ

4.다락방 님이 밤에 피는 '아주 빨간 장미'라는걸
남동생이 알면 안되죠.
세상 모든 오빠와 남동생과 아빠는
나의 여동생이 누나가 딸이
남들이 밟지 않은 깨끗한 흰눈 덮힌 땅으로 믿고 싶어 하는걸요. ㅋㅋ

다락방 2014-03-02 22:10   좋아요 0 | URL
밤에 피는 아주 빨간 장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그 사실을 제 남동생은 당연히 알지 못하고 아버지도 알지 못하죠. 아마 짐작조차 못할것이고, 내가 아무리 그렇다고 얘기한들 믿고 싶지 않겠죠. 그렇지만 마흔이 될때까지 흰눈 덮인 땅이라면...좀 서글프지 않아요? 아마 짐작된다 해도 어쩔 수 없겠죠. 전 더 늙어서 왜그렇게 순진하게 젊은 날을 보낸걸까, 라는 후회를 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보다 더 문란해질텝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 역시도 욕심이 많아서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갖고 싶다, 친해지고 싶다 등의 마음이 아주 강하게 피어오르는데요, 문제는, 이 욕심이 갖고나면 금방 시들어버린다는 데 있어요. 그래서 요즘엔 그런 생각해요. 이렇게 살면 나를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한다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상처만 줄텐데, 연애 따위, 하지말고 살아가자, 라고요. 그냥 이대로 책 읽고 술 마시고 살면서 현빈이랑 소울 메이트나 했음 좋겠네요. ( ")

레와 2014-02-2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정말 모르는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이 책 나도 읽어볼께요.

다락방 2014-03-02 22:11   좋아요 0 | URL
레와님, 이 책 정말 완전 흥미진진해서 읽었네요. 사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요. 읽어보삼. 후회하지 않으실거임! ㅎㅎ

꽃핑키 2014-02-2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우라지게 재밌다에 미치게 공감합니다!! ㅋㅋㅋㅋㅋ
아. 다락방님을 옆자리에 태우고!! 한적한 국도를 달리다 휴게소가 나오면 와르르 웃으면서 달려가 떡볶이랑 우동도 사먹고 그러면 얼마나 재밌을까? 혼자 상상도 하고 (운전도 잘하고 다락방님도 좋아하는데 차가 없다는 게 함정ㅋㅋ) 아. 다락방님은 아직 할머니가 계시구나 참 예쁜 손녀구나 부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ㅋㅋ

다락방 2014-03-02 22:13   좋아요 0 | URL
조만간 악녀를 위한 밤 주문해야겠습니다. 불끈!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 읽고나니까 제목 <658,우연히>가 확- 오는거 있죠. 그래, 이 제목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면서 말예요.
아니, 그런데 꽃핑키님, 꽃미모만 가진게 아니라 운전도 잘한단 말입니까? 대박인데요? 게다가 저를 좋아하신다니, 그렇다면 차는 제가 한 번 마련해보겠...............(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쁜 손녀는 아니에요. 잠시 함께 지내는 동안 몇 번이나 같이 있는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는걸요. 어떤날엔 집에 일찍 들어오기 싫다는 생각도 했고요. 생각과 마음이 따로 놀아 좀 괴로운 손녀입니다. ㅠㅠ

무스탕 2014-02-2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님께 누군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화이바를 벗으며 뒤에 타라고 하면 얼른 타시라고 전해주세요.
40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고요 ^^

다락방 2014-03-02 22:14   좋아요 0 | URL
저 진짜 김수현이 화이바를 벗는다면, 할머니께 양보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정말 양보할 거에요. 물론, 화이바를 벗은 현빈이 나타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만. ㅋㅋ

dreamout 2014-02-28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재미 없게 생긴 표지인데.. 다들 흡입력 좋다고 하시니.. 저도 이제 담아 갑니다. ㅎㅎ

다락방 2014-03-02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사두고 한참을 안읽었었는데요, 오, 읽다보니 정말 빨려들어가더라고요. 매들린과 거니의 대화도 좋았고, 거니가 혼자 생각하는 장면들도 좋았고, 사건 자체도 흥미진진했어요. 재미있었습니다, 드림아웃님.
그나저나 일요일밤, 잘 보내고 계세요? 오늘은 어디서 어떤책을 읽으셨을까, 저는 일요일이면 특히 더 드림아웃님 생각을 한답니다.
:)

blanca 2014-03-01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사랑하고 그리고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 주실 수 있는 건강한 외할머니(저희 외할머니는 많이 아프세요)가 있는 다락방님이 참 부러워지네요. 그리고 저는 운전을 하지만 운전을 해 주는 사람의 차에 타는 게 훨씬 행복하답니다.^^

다락방 2014-03-02 22:17   좋아요 0 | URL
저는 버스는 잘 못타는데요, 자가용 타고 어디 가는건 엄청 좋아해요! 예전에 이십대 중반에 사귄 남자는 아주 멀리까지도 차를 운전해서 저를 데리고 다니곤 했는데요(강원도와 경상도를!), 그 때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밥 사먹고 커피 사마시고 했던것들, 차 안에서 내가 녹음해온 음악을 들었던 것들, 중간에 잠깐 차안에서 눈을 붙이던 일들이 가끔 생각나요. 틈틈이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치던 제 생각도 나고요.

이제는 화장을 고치는 일 같은건 하지 않아요. 킁. -_-

단발머리 2014-03-0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피는 야생장미님~ 진짜 장미님 외할머니 참 좋으시겠어요. 이런 효심 가득한 손녀를 두셔가지고^^
전 할머니 두 분 다 돌아가셨는데, 그 분들께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왜 못 했나 몰라요.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아요. 제 가까이도 '소설'은 한 번 읽고 마는 이야기라고, 한가한 사람들이나 읽는 얘기라 치부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제가 아니라, 아니라 해도 참, 이게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말빨에선 제가 밀립니다. 제가 이래뵈도 여자인데...) 그래도 다행히, 요즘엔 '토지'를 읽네요.

더욱 분발해서, 나도 장미님처럼 '소설'을 많이 읽어야지, 합니다. ㅋㅎㅎㅎ

다락방 2014-03-02 22:21   좋아요 0 | URL
효심이라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단발머리님. 막상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걸요. 왜저렇게 말씀이 많으실까, 뭐 이렇게 귀찮다는 생각도 하고요. 잘해드려야지, 라고 다짐해보지만 늘 그때뿐이랍니다. 효심하고는 진짜 거리가 멀어요. ㅠㅠ

소설을 무시하는 여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빡쳤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니가 빅토르 위고를 읽어도 그딴말 할 수 있을것 같냐, 하면서 말이지요. 어디서 되도 않는 무시야, 무시가!! ㅎㅎ

자, 오늘 밤에도 우리는 소설책을 읽다가 잠이 듭시다!! ㅎㅎㅎ

마노아 2014-03-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밟지 않은 깨끗한 흰눈 덮인 땅과 밤에 피는 야생 장미의 간극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걸요.극단적 매력을 지녔으니 그대는 팜므 파탈!

다락방 2014-03-02 22:22   좋아요 0 | URL
팜므 파탈은요 무슨 ㅠㅠ 매일 조금씩 더 늙어가는 다락방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는 술마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3회를 보는데 미국이 나오는게 아니겠어요? 내가 왜 여기있나, 뉴욕으로 가자, 하고 술김에 엄청 생각했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oonnight 2014-03-0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잘 알아야 행복할 수 있고,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씀 아주 공감합니다. ^^
저도 제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4-03-03 17:08   좋아요 0 | URL
앗 문나잇님. 저도 제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서, 책을 읽고 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서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헤헷. 책 읽는 사람 문나잇님, 안녕?
:)

moonnight 2014-03-03 18:19   좋아요 0 | URL
네, 책을 읽으면서, 나눠주기도 하시는 착한 사람. 다락방님. ^^

tonyhwang 2014-03-12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남동생이 정말 흰눈 덮인 사람이라 표현했나요? 자기 누나한테? 첫째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 그러한 표현을 거침없이 쓰는 당당함, 여러모로 몇안되는 대한민국 남자네요. 아무리 오누이사이가 좋아도 이런 시적인 표현을.. 놀랍습니다.

다락방 2014-03-12 10:25   좋아요 0 | URL
아 그런 표현을 한 게 놀라운건가요? 제게는 일상이라.. ㅎㅎ 외모만 보면 짐승남인데 가끔 저렇게 피아니스트 같은(?) 발언을 해요.
 



다 때려부수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어제는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퇴근하자마자 극장으로 향했다. 이 영화에 누가 나오는지 알지도 못했고 줄거리도 모르는채로 그냥 무작정 갔다. 며칠전 댓글로 (아마도) M님이 이 영화에 강한 남자가 나온다고 적어주셔서, 그래서 그냥 갔다. 강한 남자를 보고자, 그 남자가 우락부락한 근육을 뽐내며 어마어마한 액션을 보여주는 걸 내 아름다운 마음으로 감상하리라, 하는 마음이 되어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 음악이 좋았는데, 그거 말고는 좋은게 없는 영화였다. 제기랄, 아이 앞에서 한 부족이 끔찍한 살인을 당하는 것도 보기 힘들었고, 그 아이가 검투사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마구 찔러 죽이는 걸 보는 것도 힘들었다. 자기들의 목숨은 너무도 소중해 칼 앞에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할지언정,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찔러 죽이는 걸 오락이라고 보고 있는 귀족들 꼴을 보노라니 분하고 억울했다. 늬들이 싸워, 이것들아. 거기서 술 마시고 중얼거리며 구경하지 말고, 이 머저리들아. 십분정도 보고 극장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개새끼들. 폭력과 살인을 오락으로 삼는 저 쓰레기들. 구역질이 났다. 저 당시 저 곳에서 저런 문화가 있었는데 만약 내가 그 사회에 살았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사실 나는 귀족 여인이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귀족의 몸종이 되었을 것 같지도 않다. 아마도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여자 7 쯤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시장에서 다른 물건을 파는 남자 8쯤을 만나 사귀고 소박하게 살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신랑이 검투사들 싸우는 거 보러 가자고 하면 '너 한 번만 그거 더 보러 가면 이혼할 줄 알아' 라고 협박했을지도 모르겠.... 여튼 보면서, 쉬바, 나는 수녀가 되어야 하는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인이 되었어야 했어, 라는 갑자기 미친..(아니, 왜 그러니까 쉬바, 가 먼저 나오느냐고) 생각이 들었다. 저런 짓 못하게 하려면 그런데, 수녀가 되어서는 안되는건가? 내가 뭐가 되어야 저런 짓을 못하게 하지? 


여자주인공의 입(술)이 너무 예뻤는데, 내가 저 여자를 봤는데, 어디서 분명 봤는데, 저 여자 나오는 영화를 진짜 봤는데, 싶어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필모그라피를 검색해보니 오, 그래 <슬리핑 뷰티>에 출연했더라. 아, 그 독특한 영화에 나왔던 여자군. 입술이 진짜 끝내준다. 나도 그런 입술 갖고 싶어...그리고 저 남자 배우는 미드 <왕좌의 게임>에 나온다고 엄청 멋있다고 영화를 같이 본 친구도 그러고 트윗 친구도 그랬는데, 나는 저 남자를 이 영화속에서 처음 보는 바, 전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속에서는 엄청 강하게 나오는데, 그러니까 여주는 그 남자를 처음 보고 자신의 몸종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렇게 강한 남자는 처음봤어." 라고. 아, 난 이런게 싫다고. 등장 인물이 강하다고 내가 느끼게 해달라고, 니네 입으로 말하지 말라고. 여튼, 그런데 안강해보여서 실망했다. 허벅지도 얇고...안강해보여... 쩝...안용병같어.. 안끌렸어...






화산이 폭발하고 누구도 예외없이 그 불길에 휩쓸려 가는걸 보고나니, 새삼, 이렇게 아득바득 살 필요가 뭐가있나 싶어졌다. 삶의 허무함 이랄까. 이렇게 살아서 뭐해. 화산 폭발 한 번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텐데... 그러다 갑자기 콜드플레이의 사이언티스트 노래가 생각났다. 나는 트윗에 이렇게 썼다. 아득바득 살아봤자 화산 폭발 한 번에 도시가 무너지고 과학이 진보해봤자 내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하고... 그리고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알라딘 도서들 검색하다가, 문동에서 나온 '톨스토이'의 『부활』을 보고는, 어 나 이거 사고 싶었는데? 나 이거 읽고 싶었잖아? 그런데 왜 정리한 기억이 없지? 문동에서 백권이나 받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한 기억이 없어, 부활이 문동전집의 몇 번째 책인지 확인해 보았다. 106번 이었다. 흐미..아까워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고를 수 있었다면 1-100권 까지 고르지 않고 11-110까지 골랐을텐데. 흐미..부활을 놓쳐버렸네. 흐미...Orz  
















그치만 기다려, 부활아. 내가 곧 너를 사줄게. 그런데 흐음, 민음사도 모으고 문동도 모으는데 어떤걸로 사지? 안나 카레니나가 문동이었으니 톨스토이는 다 문동으로 가야하나? 아 이런거 갈등 돼...ㅠㅠ 예전 같았으면 걍 고민없이 민음사로 했을텐데, 책장에 문동이 좌르륵 있으니 이젠 고민 좀 해봐야겠네. ㅠㅠㅠ




















텔레비전이든 극장이든 라디오든 뭐든간에 아무튼간 이정재랑 전지현이 함께 '잘생겼어' 하고 노래부르는 그 SK텔레콤 광고 좀 안 보고 안 듣고 살고싶다. 진짜 너무 신경질나서 미칠것 같애. 케이티 올레 선전이 너무 시끄러워서 몇 년간 사람 빡치게 만들더니 이제 SK 가 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어. 그러면서 지금도 머릿속에 잘생겼다~ 이러고 가락이 떠돈다. 아 진짜 짜증나. 암튼 꼴보기 싫은 광고들이 몇 개 있다니까. 그, 삼성 갤럭시 물에다가 핸드폰 씻는 광고도 역겨움 터진다. 물에다 다 씻었으면 수도꼭지를 잠가 야지, 계속 틀고 핸드폰 만지고 있어, 이 써글.. 물 아까운 줄 알아라, 이 개똥같은 여자야. 



어제 오늘 입맛이 없다. 

그렇다고 끼니를 패스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입맛이 없는데 계속 배가 고픈건 진짜 신기하다.

배가 고픈데도 배가 나와있는 것도 진짜 신기해.

배가 고픈데도 몸무게 많이 나가는 것도 신기하고..


이런거 신기하면 다 뭐하나.

화산 폭발 한 번에 사라질 존재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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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2-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이리도재밌게쓰다니 님은정녕리분의 신입니다 남자8은 행복했을거에요 님과 만나서

다락방 2014-02-25 17:22   좋아요 0 | URL
아니, 과찬의 말씀을 ㅎㅎ 저야말로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다음 생에선 마태우스님이 남자8로 태어나 주세요. ㅎㅎ

moonnight 2014-02-2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평은 되게 좋게 났더라구요. 영화가 너무 괜찮아서 남자의 키가 작은것도(172cm) 여자가 안 예쁜 것도(저도 슬리핑 뷰티 봤는데, 여자애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_-;;;;) 다 용서된다고. 저는 다락방님의 리뷰를 더 믿으니 안 봐도 되겠다는 결론. ^^

다락방 2014-02-25 17:23   좋아요 0 | URL
전 여자 예뻤는데...뭔가 강한 매력은 없지만 입술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남자가 키가 작았군요! 키가 작은건 몰랐어요. 다만 안강해 보였다는거.. ㅎㅎ
보지마세요, 문나잇님. 계속 저는 삶을 허무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나뻐나뻐, 이런거 나뻐. -0-

단발머리 2014-02-25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영화관 갔다왔는데, 저도 저거 보고 싶었는데, 전 그냥 돌아왔네요.
다락방님 리뷰 보니, 안 봐야 되겠지만서도, 입술 예쁜 여자 보고 싶어서 볼까말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나저나 입술 예쁜 남자는 없었나요?)

저라도 고민되겠어요. 민음이 메인스트림이었는데, 문동이 대세로 뜬다는건.
아.... 저라면, 저도 옛날 버전으로 읽었지만서도, 다시 읽게된다면, 박형규의 민음판으로, 읽어야지 싶어요.
웬지~~~ ㅋㅎㅎ

다락방 2014-02-26 12:16   좋아요 0 | URL
아아 저는 5.5:4.5 의 비율로 문동에 끌리고 있습니다. 다른 책이면 몰라도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의 책을 문동으로 읽었었으니까요. 톨스토이는 문동으로 가자, 라는 심정이랄까요. 아아. 이런 갈등..

입술 예쁜 남자, 저 정말 좋아하는데요, 저 영화속엔 없었습니다. 사실 찾기 쉽지 않아요. 킁킁.

비연 2014-02-2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폼페이 보려고 했는데 이거 안 봐야 할까요...;;;;;

다락방 2014-02-26 12:17   좋아요 0 | URL
ㅎㅎ 비연님, 보고 싶으셨다면 보세요. 전 실망을 하든 뭘하든 무조건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비연님은 다른 제 친구들처럼 남주를 멋지다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저야 워낙에 강한 남자에 끌리는 스탈이다 보니..쿨럭.

꿈꾸는섬 2014-02-2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폼페이 기대하고 있었는데ㅋㅋ 영화 음악 좋은거라도 만족하고 봐야할까봐요.
세계문학전집은 고민되시겠어요. 둘다 좋으니...

다락방 2014-02-26 12:18   좋아요 0 | URL
영화를 보는데 음악이 웅장하고 좋더라고요. 아, 음악 좋다, 하면서 봤는데 그 음악이 따로 OST 를 사서 들을만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하하핫. 어쨌든 보세요, 꿈섬님. 보고 싶은건 봐야죠. 그게 진리입니다.

관찰자 2014-02-2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그렇고.

저 포스터 속의 두 남녀는 본래
터지는 화산을 배경으로다가 진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는데,
그만,
영등위 심의에 걸려(왜? 야하다고;;)
안타깝게 바라만 보았다는 슬픈 전설이..
끙.

다락방 2014-02-26 15:40   좋아요 0 | URL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흥!
그래도 영화속에서는 키스해요. 키스를 하는데, 참 뭐랄까, 하하하하하, 혀가 움직이는 게 보여서, 잠깐 미칠뻔 했네요. (아니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2-2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산이 폭발해도 키스는 하는구나 실로 마지막 키스로다

다락방 2014-02-26 17:06   좋아요 0 | URL
오, 맞네요. 화산이 폭발하는데 키스할 상대가 있다니, 어쩐지 안도감이 드네요. ㅎㅎ

2014-02-27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7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8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2-28 08:32   좋아요 0 | URL
일찍 출근하셨네요. ㅎㅎ
 

토요일 약속이 취소되었고, 마침 그걸 알았는지 문동책 백 권은 금요일에 도착했다. 그래, 이 책을 정리하며 토요일을 보람차게 보내자! 총 다섯박스에 담겨진 책들을 차곡차곡 꺼내어 방바닥에 늘어놓았다.

 

 

오오, 멋지다. 사실 책장에 자리도 없는데..그냥 이대로 방 한구석에 쌓아둘까, 하는 생각도 안한건 아니다. 그런데 이걸 쌓아둘 방의 공간 조차도 없었다. 책장 위에 그대로 둘까 하고 올려보았더니 예쁘질 않더라. 그래, 책장에 꽂는거, 그게 방법이다. 그런데 이 책을 꽂지 않아도 내 책장에 자리가 부족한 상황.

 

 

아아, 도대체 어딜 어떻게 비우고 책장을 정리한단 말이냣. 어쨌든 문동책을 꽂아두고 생각해보자 싶어, 책장 세 칸을 모조리 비워내고 문동전집을 차례대로 꽂아보았다. 확실히 근사한 비주얼이 완성되었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자리가 부족한 데 세 칸이나 이 전집에 내어주어야 하다니. 저 위로 붕 뜬 공간들이 너무 아깝다. 할 수 없다, 나는 가로로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고, 다시 정리하고나니 두 칸으로 완성되었다. 그래, 바로 이거얏!

 

 

이걸 해놓고 뿌듯해하던 순간은 잠시, 나는 내 방에 어질러진 책들을 보았다. 기존에 꽂혀있던 책들을 죄다 뽑아냈으니, 이젠 공간을 만들고 빼냈던 책들의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나는 거의 모든 책들을 다 빼내어 재정리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그렇게 저녁까지 책장 정리에 열을 올렸다. 전집은 가장 정리하기 편했다. 몰아서 넣으면 되니까. 그런데 다른 책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난감한거다. 어쨌든 가까스로 정리를 마쳤을 때는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있었고, 나는 몸살이 날 것 처럼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분명히 중고샵에 부지런히 책들을 가져다 팔아서 어느정도 빈 칸을 마련해두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대체 어떻게 또 이렇게 모자라게 만들어버린걸까. 왜 3개월 순수구매액이 또 60만원을 넘어서게 된걸까. 대체 누가, 왜, 어떻게 그런걸까.

 

오늘 자고 일어나면 몸살나겠군, 이란 확신에 가득차서 나는 와인을 사러 마트로 나갔다. 와인을 마시고 기절하리라고 생각했다. 뻗어버려야지, 늦잠을 자야지. 와인을 사와서 홀짝홀짝 치즈와, 두부부침과, 사과와 함께 먹고, 엄마와 함께 한 병을 다 비워내고서는 그래도 성에 차질 않아 캔맥주도 내처 따라 마셨다. 더이상 술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생각될 때쯤 침대로 가 누웠고 그리고 기절해버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니, 일찍 눈이 떠지는 게 아닌가. 게다가 몸도 하나도 안아파!! 난 당연히 몸져 눕게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괜찮아. 술도 마셨는데 왜 술병도 안나? 큭큭큭큭 웃으며 나는 다시 잘까, 하다가 아니다 책을 읽자, 하고 지난밤 힘들게 정리해둔 책장 앞에 섰다. 무얼 읽을까, 멈춰서 책장을 둘러보다가 김려령의 소설을 꺼내들었다.

 

 

 

 

 

 

 

 

 

 

 

 

 

아, 나는 이 책을 하필 왜 오늘, 하필 왜 이런 때에 읽었을까. 책읽기를 멈추고 싶지 않으면서 그러나 책장을 몇 번 덮어야 했다. 책이 너무 아.팠.다. 책 내용도 아프고, 그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내 상념들도 아팠다. 이 책의 한 줄 평을 쓰라고 하면 나는 다만 '아팠다' 라고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후텁지근한 더위를 빨아들인 토스트는 이제 바삭함을 잃었다.

"이런 거 말고 또 뭐 좋아해?"

"고기요."

"다음에는 고기 먹자." (p.39)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마흔 여섯에 찾아온 사랑, 그것을 첫사랑이라고 단숨에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그래서 지켜주고 싶은 여자였다. 맛있는 걸 사주고 싶은 여자. 처음 만나고 나서 자꾸 생각이 나고, 만나게 됐더니 무얼 먹어도 잘 먹어서 또 예쁘고.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요."

영재가 내게서 떨어져 신발장에 기댔다. 영재가 말한다. 자신이 다급한 상황에 처했거나 내가 그런 상황이 아니면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 말라고. 둘이 통화하고 만날 수 있을 때 오라고. 불쑥 와서 가슴 움켜쥐는 거 불쾌하다고.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의식 너머의 간절함이 나를 막지 못했다.

"처음 온 날처럼 오늘만 받아주면 안될까?"

(중략)

"전화기에 전원이 꺼져 있으면, 켜질 때까지 기다리세요."

영재가 현관문 자동키 단추를 눌렀다. 쉬이익. 작은 모커가 돈다. 가세요. 나는 영재의 말을 무시하고 셔츠를 올려 가슴에 입을 맞췄다.

"놔."

"뭐?"

"나가." (pp.170-171)

 

그는 나가, 라는 그녀의 말을 견디지 못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래서 참지 못하고 고통을 주었다. 자신이 가하는 고통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을 말리지 못했고, 그의 안에 있던 또 다른 자신으로부터 그녀가 도망치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한 건 진심이었는데,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데, 그의 몸이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를 말리지 못했다. 그가 사랑하지 않았던 그의 아내는 그의 사랑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위험할 일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사랑하는 그녀는 그의 폭력에 노출됐다. 그렇다면 그를 사랑했던 두 여자들 중 누가 더 나았던 걸까.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안전했던 여자? 그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폭력에 노출된 여자? 왜 그는, 왜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아프게 대할까. 왜 그렇게 될까. 그리고 왜 시간이 지나 그런 자신을 경멸하게 되는걸까.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끊어내지 못하는걸까.

 

가장 최근의 내 이별도 생각났다. 나는 대체 무슨짓을 한걸까. 나가 라고 하면 그래, 라고 말하는 사람을, 들어오라고 하면 역시 그래, 라고 하는 사람을, 심지어는 이제 그만두자고 하는데도 그래,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나는 놓고야만건가. 내가 잃은게 대체 무언가. 나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것을 잃은게 아닌가. 이대로 괜찮은가, 내가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것인가. 이 소설속의 남자처럼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도 아닌데, 내가 대체 무슨짓을 했단 말인가. 책의 뒷장 몇 장을 남겨놓고 끝을 읽기가 두려워졌다. 읽고 싶지 않아졌다. 그냥 이대로 멈추고 싶었다. 내 연애와 어느것 하나 닮지 않은 연애인데도 자꾸 내것이 생각났다. 내가 이별한 남자와 어느것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데도 내가 이별한 남자가 생각났다. 책을 읽으면서는 나도 '이런 선배님 갖고 싶다' 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마땅히 선배라고 부를 사람이 없네, 라는 생각도 했는데, 다음엔 고기 먹으러 가자, 라고 말해주는 선배를 갖고 싶다고 동경했는데, 그 선배랑 사랑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러면 안되는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대체 뭘 어떻게 알고 멀어질 수 있단 말이야, 하는 생각도 들고. 슬프고 슬픈 마음으로 책을 끝까지 읽어내고 산으로 향하면서는 자꾸만 이 책을 생각하고 있었고, 더불어 자꾸만 지나간 연인을 떠올렸다. 그해 여름, 지방의 작은 서점에 함께 들어가 책을 구경했던 날, 어떤 책을 꺼내어 고개를 숙여 읽고 있는 내 뒤로 다가와 내 목뒤로, 목걸이의 끝과 끝이 만나 고리를 이루고 놓여있던 바로 그 지점에, 바로 거기에 입을 맞추었던 때, 그때, 당신과 내가 안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좋았다고, 훨씬 더 다정했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말하고나면 부러 그런 일을 자주 만들까봐, 그러면 그 순간의 기억이 퇴색될까봐 그저 혼자만 간직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 걸으면서, 산을 오르면서, 더워서 자켓을 벗어 허리에 묶으면서, 그렇다면 내 이별이 후회할 만한 것인가, 라고 돌이켜보았다. 아니, 답은 아니었다. 시간을 돌려 이별 전으로 돌아간다해도, 나에게는 어김없이 이별의 순간이 또 찾아올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둘이 되는 순간부터 어서 빨리 혼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둘로 오랜 시간을 버텨내는 것을 해낼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쏟아져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 없이는 안되겠구나, 생각하는 영재를, 이렇게나 나와 다른 영재인데, 어휴, 영재도 아팠고 나도 아팠다.

 

내가 좋아한다고 초밥을 포장해 올 수 있는 선배와는 연애하지 않는게 최선이다, 라는 깨달음을 역시나 얻었다. 그런 선배와 연애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주 오래오래 그런 선배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이어폰을 꽂고 산을 내려오는데, 하필이면 나오는 노래가 <Merry Christmas Happy Holidays>였다. 그 노래를 들으며 또 공상을 시작해 빠져들고 있는데 갑자기, 그 산에서, 내 눈앞에서 누군가 손을 내민다. 나는 이게 뭔일인가 싶어 이어폰 한쪽을 빼고 상황파악하려 고개를 들었고, 새누리 라고 써진 빨간 잠바를 입고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는 남자의 손을 마주 잡으며 그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데 마주 고개를 숙였고, 여전히 멍해있다가 '새누리당입니다 잘부탁합니다' 하는 말에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되서는 아아, 내가 뭐한거야, 하고 다시 이어폰을 꽂으려는데 옆에 있던 누군가가 명함을 내밀며 잘부탁합니다, 라고 다시 말하고, 나는 그제서야 '아닙니다' 라고 말하며 이어폰을 꽂고 돌아섰던 것이다. 아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거야, 짜증나게, 라고 생각하다가, 아, 내 상상속으로 다시 들어갈거야, 라고 결심했는데 아뿔싸, 내 상상이 어디까지 이어졌었는지, 대체 어디까지 상상했던건지, 아니 무슨 상상이었던지조차 기억나질 않는것이다. 아놔 쉬바...다 까먹었잖아. 왜 저 쉐키들이 껴들어가지고 내 상상을 방해해! 완전 화가 나서는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가자 뭐였지, 키워드가 뭐였지, 아, 무슨 노래를 듣다가 생각했지, 하다가 천천히 그리고 모조리 다 생각났다. 아 그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옷을 입지? 하고 생각하다가 실내에서 할거면 힐을 신으면 안되겠지, 그치만 힐을 신고 싶은데, 생각했었지. 아니 힐을 신고 사람들과 왔다갔다하며 수다를 떨면 얼마나 발이 아프겠어, 역시 집안에서 파티를 하는거야, 신발 없이 할 수 있는 파티. 옷은 뭘 입지? 원피스가 좋겠지? 음악도 있으면 더 좋을거야. 클래식을 틀어두어야 이야기에 방해가 안되겠지? 그렇지만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고 무거워질 수도 있잖아,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를 살리면서 조용한 곡은 뭐가 있을까? 아, 제인 모나잇으로 하자! 그래, 제인 모나잇이 적당하다, 딱이야, 누구누구 초대하지? 남자가 많으면 더 좋겠어. 아 여자도 같이 많아야 좋겠구나. 집에서 음식을 먹으면 그 그릇들 설거지는 다 누가하지? 내가 하나? 손님들 다 돌아가고 난 다음에 해야겠지? 아니, 대체 그릇은 몇 개나 나올까? 아 끔찍한데 그렇다면 레스토랑을 빌리는 게 나을까? 아 그러면 술 취해 집에 가기 귀찮잖아?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중에 그런게 있었잖아, 파티에 몰래 찾아왔던 옛남자, 그 남자가 그 파티에 와서 그녀가 깜짝 놀랐지. 그게 제목이 뭐였더라? 나한테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그가 그렇게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한 때에, 내 파티 소식을 알고 벨을 누르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는 여전히 키가 클까? 그치 키는 줄지 않을테니까, 세미정장을 차려 입고 나타나겠지? 문을 열고 그가 보이고 아니 대체 여기서 당신이 뭐하는거냐고 물으면, 그는 웃으면서 크리스마스 파티에 함께 하기 위해 왔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손님들 앞으니 차갑게 대하려는 연기를 하지 않는채로 문을 좀 더 활짝 열고 뒷걸음질쳐, 그에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을 텐데! 근데 그 책 제목이 뭐였지?

 

 

나는 집에 돌아와 책장 앞에 섰다. 산드라 브라운의 책들중 두 권이 헷갈려 둘 다 꺼내놓고, 맨 먼저 의심되는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제대로 펼쳤다는 걸 알게됐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다지도 차분하게 들린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내면에서는 온통 혼란이 들끓고 있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무릎마저 젤리마냥 흐느적거렸다. 머리 속의 피가 모조리 빠져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아카데미 연기 대상을 타도 될만큼 차분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스튜어트가 멀어지자, 브린은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뭐 하러 온 거예요, 라일리?"

"그냥 들러 봤지."

그는 어깨를 문에 기대고 그 유명한 푸른 눈으로 그녀를 훑어 보았다. 머리엔 새팅롤이 주렁주렁 매달린 데다, 지퍼를 덜 채워 계속 미끄러져 내리는 드레스 차림에, 발엔 스타킹만 신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재미있어 하는 듯했다. (pp.13-14)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 이 책이었어. 으흐흐흐흐흐흐흐흐. 오늘 밤엔 이 책이나 다시 읽으며 보내볼까.

 

 

 

엊그제 출근을 하려는데 엄마가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우리딸, 얼굴에 기름기가 하나도 없네, 라고. 나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엄마, 이거 기름기 없어 보일라고 화장한거야, 라고. 그랬다. 나는 얼굴에 워낙 순식간에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타입인지라 언제나 그 기름이 고민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동료 직원이 파우더 하나를 추천해줬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비싼 돈을 들여 그 화장품을 산 것이었다. 화장의 마무리로 그 파우더를 바르고나면 점심때까지는 개기름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엄마는 그래? 라며 말씀하셨다. 나는 우리딸 기름기 생기게 뭘 좀 먹여야 할텐데 뭘 먹어야 되나 생각했잖아, 라고. 아 진심 빵터졌다. 엄마 나는 지금보다 더이상 잘 먹을 수 없어 라고. 실제로 전날밤 치킨을 먹고 잤고 그날 아침엔 엄마가 튀겨주신 고등어 두 토막을 먹고 출근을 하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돈 많은 좋은 선배가 있었으면 좋겠다. 족발 먹으러 가자, 삼겹살 먹으러 가자, 초밥 먹으러 가자 라고 말하면서 그걸 언제나 다 사줄 수 있는 선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선배가 있다면 애정을 가지고 친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사랑하지 않으면서. 앞으로는 좋은 선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치킨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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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2-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이 글을 읽으며 한 열번쯤 든 생각)

다락방 2014-02-24 17:42   좋아요 0 | URL
어제 밤에 이 댓글 읽고 대체 뭘 잘했다는 걸까 계속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어요. 치킨을 먹기로 한 걸 말하는건가요, 뽀? ㅎㅎ

비연 2014-02-24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한다고 초밥을 포장해 올 수 있는 선배와는 연애하지 않는게 최선이다, 라는 깨달음을 역시나 얻었다. 그런 선배와 연애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주 오래오래 그런 선배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에 백퍼 동감...


다락방 2014-02-24 17:42   좋아요 0 | URL
오, 비연님도 그리 생각하시는 군요. 그냥 오랜동안 계속 초밥 사들고 오는 좋은 선배였다면 그들이 그 비극속으로 빠져들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지요. 이별은 연인에게 찾아오지 친구에게 찾아오는 일은 좀처럼 없으니까요. 킁.

아무개 2014-02-2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다시 읽을꺼라고 생각되지 않고
밑줄을 쳐놯서 제 값도 못받을 책들
오십권 정도를
파지 아주머니께 드렸어요.
원래 가지고 있는 책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정리 해버리고 나니 책장이 휑~해졌더라구요.
괜히 다 버렸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결론은 다락님 말씀처럼 '이별하길 잘했다'입니다.

다시 읽지도 않을 책들을 버리고 나서도 이렇게 허전하고 괜히 버렸나 싶은데
연인과의 이별후에 '내가 괜한 짓을 한건 아닐까, 내가 그렇게 보내기 너무 아까운 사람인거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것은 당연하겠지요....

2.저는 어제 치킨과 소주를 ^^:::

3.생각해보니 저도 그런 선배가 없네요. 선배라.....

다락방 2014-02-24 17:44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퇴근후에 영화를 보러 가려고 합니다. 고민할 필요없이 <폼페이>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다 때려부수는 영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보러가야지..

2014-02-24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4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02-2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에 팔아도 팔아도 책장은 항상 과포화상태. 영원한 미스터리에요. -_-;;;;;
그나저나 문학동네 책들 너무 예쁘네요. 부럽다. ^^

다락방 2014-02-24 17:45   좋아요 0 | URL
확실히 파는 것보다 더 많이 사들이는 것 같아요. 이제 진짜, 진짜 안살겁니다. 엄마가 문동 책 보시고는 너 이제 1년간 책 안사도 되겠다? 하시는데 답을..할 수가 없었어요. -0-

그렇게혜윰 2014-02-2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작년에 나온 단 한 권의 소설을 고르라면 [너를 봤어]를 택하겠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울었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막 나올 것 같아져요. 지금도 그렁그렁 ㅠㅠ

다시 한 번 100권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14-02-24 17:46   좋아요 0 | URL
저는 울지는 않았는데 마음이 되게 아프더라고요. 영재를 좋아하면서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그런데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치는 그 마음이 어떨까 싶어서 말이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영재는 또 어떨까. 어휴...진짜 아픈 소설이었어요.

네꼬 2014-02-2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요. 지나간 건 잘한 일이에요. 뽀송뽀송하게 하고 단 거 먹고 고기 먹고 잘 지내요!

다락방 2014-02-24 17:46   좋아요 0 | URL
봄이 오고 있어요, 네꼬님. 나 미쳐가는 것 같아..

자작나무 2014-02-2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는 고기 먹으러 가자.

다락방 2014-02-24 17: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선배님'이긴 하신지요? 제가 선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드네요. ㅎㅎㅎㅎㅎ

감은빛 2014-02-2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권! 당첨 축하드립니다~ ^^
책 정리 하신 모습 보고 제 속이 다 후련하네요.
사실 저는 지금 엉망인 책장들을 애써 외면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거든요.
책을 정리하려면 하루로는 모자랄 것 같아서 이틀을 통으로 비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핑계를 대는 중입니다.
저도 다락방님을 본받아 일단 시작해야겠어요.

다락방 2014-02-24 17:48   좋아요 0 | URL
어휴, 말도 마세요, 감은빛님. 진짜 힘들었어요. ㅠㅠ
몸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고요. 술을 잔뜩 마시고 잤더니 몸이 안아팠던 것 같아요. (읭?)
네, 이틀이 필요합니다. 하루는 뽀지게 먼지 먹어가며 정리하고 그날 밤은 삼겹살 먹고 소주 마시고 기절하고 다음날은 늦게 일어나 쉬어야 하니 네, 이틀이 필요하고 말고요. 봄이 오기전에 꼭! 실행하세요, 감은빛님!!
인증샷도 잊으시면 안됩니다.

건조기후 2014-02-2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쓴 리뷰가 결국 다락방님을 엄청난 노동으로 내몰았군요! ㅎㅎㅎ
저도 책장을 정리해야하는데.. 책도 책이지만 위치가 어정쩡해서 바꿔야하는데 볼 때마다 머리가 아픕니다 ㅜ
근데 책장 칸 넓이가 400+600 조합인 건 처음 봐요.. 독특 ^^

다락방 2014-02-25 17:24   좋아요 0 | URL
저거 제가 저렇게 조립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구멍이 있고 거기에 받침대 끼우게 되어 있었는데...제가 저 구멍을 선택한것 같은...흐음.
아 힘든 노동이었어요. 몇 년간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으윽.

버벌 2014-02-2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눈엔 책장만 보여요. 아 저도 정리해야하는데 쌓아두기만 한지 이년이 다 되어가요. 다 들어내고 정리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나요~~ 살러주세요.

다락방 2014-02-25 17:24   좋아요 0 | URL
다 들어내고 정리해요, 버벌님. 그 고단한 노동후에는 술을 퍼마셔 주면 됩니다. 그러면 되는거에요. 보상이 됩니다. 그러니 어서 주말에 날잡고 시작하세요! ㅎㅎ

단발머리 2014-02-2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100권 너~~~무 아름다워요.
아름답고요, 밥 안 먹어도 배 부르지만, 그래도 치킨 먹을래? 하면 대답하고야 말겠다는...
민음사 세계 문학도 다락방님처럼 꽂으면 더 아름답다는 걸 느꼈네요. 저도 그렇게 꽂고 싶지만, 권수가 모자라서요.
분발합니다^^ (합니당?)

다락방 2014-02-25 17:25   좋아요 0 | URL
아름답지요. ㅎㅎ 안읽고 보기만 해도 좋은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걸 다 언제 읽나 몰라요. 하하하하하. 저거 말고도 안 읽은 책이 수두룩한데...책들이 저를 압박하는 현실이네요. 어쩜 좋아 ㅠㅠ
네, 분발합시다, 분발하세요!! ㅎㅎ
 


이 영화는 뻔하고 뻔해서 뭐 아무런 할 말이 없지만, 다시 한 번 실감하긴 했다. 남자란 자신이 잘할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때 가장 멋있게 보인다는 걸. 멋진 옷을 입고 근사한 향수를 뿌리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도 물론 멋있지만, 그런 내 앞의 남자로서의 모습 말고,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신의 맡은 역할에 열중해 있는 모습을 볼 때 진짜 반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영화속의 남자가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갑자기 여자들이 막 달려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오늘은 이 책을 나와 함께 읽던 J 생각이 아주 많이 났다. 그리웠다. 보고싶었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의 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는 그런 J 와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던 기억.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읽다가 인상 깊은 부분을 서로의 핸드폰에 문자로 보내주던 기억. 그 때가 너무 그립다. 세상엔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이도 있지만  소설속의 여자를 '여자'로 인식하며 그 여자가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지금은 J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늘은 J 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 남자사람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내가 말했다. 아주 강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이성적이고 냉정하고 강하고 단단한 남자. 그러자 친구는 또 재이슨 스태덤 얘기를 하냐고 물었고 나는 웃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나는 내 자신이 강하고 나를 잘 지킬 수 있지만,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남자, 용병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그러자 친구는 내게 물었다.



- 마치 우두머리 원숭이 처럼?


 

푸하하하 우두머리 원숭이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터미네이터 2 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처럼.



그러자 친구는 내게 말했다. 그런 남자는 터미네이터 2에만 존재한다고. 그런건가..





오늘은 집에 가서 와인을 좀 마셔야겠다. 아까 친구가 ㅇ 님과 통영 갈거면 자기가 데려가주겠다고 했다. 신났다. 조만간 ㅇ님에게 통영가서 화이트 와인에 굴을 실컷 먹자고 말해야지. 아 꿀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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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2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이슨 스타뎀은...더 이상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지 않는다....라고 합디다...

다락방 2014-02-21 08:21   좋아요 0 | URL
제가 더이상 트랜스포머를 볼 일은 없겠군요. 흑흑
그나저나 재이슨 스태덤이 요즘 스무살 연하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데이트중이랍니다. 욕나와요 ㅠㅠ
대한민국의 이 나이든 여자도 좀 봐주지. 나름 괜찮은데 말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Mephistopheles 2014-02-21 12:41   좋아요 0 | URL
일단....말부터 통해야....하지 않을까요...?? (말이 별로 불필요하겠지만....^^)
아 트랜스포머가 아니라 트랜스포터군요...ㅋㅋㅋㅋㅋ

2014-02-20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2-2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폼페이를 보았어요. 여기에 검투사 남자가 그렇게 강인해요. 화산이 폭발해서 온세상이 망하고 있는 와중에 나만 보라고 말해주는 근사한 남자가 스크린에 있었어요. 얼굴은 레골라스인데 몸은 짐승인 남자가요. 아흐 동동다리...;;;;

다락방 2014-02-21 08:23   좋아요 0 | URL
아아.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겁니다, 마노아님. 짐승남인데 자신만 믿으라고 확신을 줄 수 있는 그런 남자요!! 그런 남자들은 왜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단 말입니까. 나타나기만 해봐요, 어디. 물고 안놔줄거에요. 엉엉 ㅜㅜ

아무개 2014-02-21 08:38   좋아요 0 | URL
물고 안놔줄꺼 같아서
안나타는겁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4-02-21 08:46   좋아요 0 | URL
아 그런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ephistopheles 2014-02-21 11:59   좋아요 0 | URL
인간 남자를 찾는 건지...로렌드 고릴라를 찾는 건지.......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2-2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함께 나누는 감성남과 건드리지 못하는 느낌을 주는 용병남은 대척점에 서있는거 아닙니까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화이트와인에 굴을 드시고 싶으면 여의도 오이스터바로 오세요.

다락방 2014-02-21 08:24   좋아요 0 | URL
ㅎㅎ 안나 카레니나를 같이 읽었던 친구는 여자사람 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다지 감성남을 원하지 않아요. 용병같은 짐승남을 원합니다. 쿨럭.
여의도의 오이스터바?? 오이스터 bar 인건가요? 여의도...흐음...멀다...머네요. 통영보다 가깝긴 하지만.

아무개 2014-02-2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르미안의 네딸들의 에일레스, 레드문의 사다드 같은 캐릭을 선호합니다만
다락방님 이 만화들 안보셨지요? ^^
참!!! 방금 이 캐릭들의 만화제목이 헷가려서 다음에서 검색을 했는데
글쎄 '마노아'님의 서재글이 뙇! 뜨는거에요 ㅎㅎㅎ

2. 이제 '굴'은 끝물이겠군요. 그나저나 여수 기름 유출 사고와 통영은 별 상관이 없으려나요?

다락방 2014-02-21 08:28   좋아요 0 | URL
1. 아르미안의 네딸들, 레드문 모두 보았습니다. ㅎㅎ 에일레스는 무려 전쟁의 신이 아닙니까.

2. 안그래도 친구가 겨울 끝나기 전에 와야한다고 하던데, 아무개님, 언제고 시간 날 때 꼭 말해주세요. 아무개님하고 같이 오라고 했어요. 우리 둘의 대화를 보고 말이지요. 시간 내봐요, 네? ㅋㅋ

2014-02-21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2-21 09:28   좋아요 0 | URL
오케이,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