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삭줍기」의 첫머리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허공을 바라본 채 그녀는 유려하게 그 구절을 낭송했다.

"'나는 가능하다면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 허리가 조금 구부정해진들 별수 있나. 어쩌면 그때쯤에는 병아리르르 키워 입에 풀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늙은이란 존재가 반드시 세상을 원망하라는 법은 없다.'"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분명히 시다가 그 노부인에게 했던 말과 일치했다. 뜬금없이 병아리 운운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을 모두 외우고 있습니까?"

그렇게 묻자 시노카와 씨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 그럴 리가요. 아니에요. 전부라니, 그 책에서 좋았던 부분을 몇 페이지쯤 외우는 정도인데‥‥‥."

"네? 그게 대단하다는 거죠. 그런 사람 처음 봤습니다."(p.123)
















시노카와는 고서점의 주인이다. 고서점의 주인이란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책을 좋아한다. 아주, 매우 많이 좋아한다. 책만 살펴보면 이 책이 몇 년도에 초판이 나왔는지 그 출판사는 어떤 출판사인지 몇 부가 인쇄됐는지도 술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심지어 책을 읽다 좋아하는 부분을 '몇 페이지쯤' 이나 외운단다. 대박. 그..그..그게 가능한건가?


이 부분을 읽다가 뭔가 열듬감에 휩싸여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그 책들 중 어떤 부분도 외우지 못하고 있었다. 한 페이지는 고사하고 몇 줄도 외우지 못한다. 지금 딱 외운다고 생각나는 부분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이 문장이다.



뭐 입고 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게 내가 외우는 전부다. 그런데 몇 페이지씩이나 외우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정말 페이지를 몽땅 외우기도 할까? 그러고보니 누군가가 블로그에 책 본문을 외웠었다고 썼던걸 읽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외울만큼 책을 좋아하지 않는걸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게 아니라 이건 아이큐의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난 안돼. 못외워. 외우는 시도 한 편도 없어. 하물며 소설의 몇 페이지를 어떻게 외워. 안돼. 그러고보니 나는 악보도 못외우는 사람인데. 뭘 이렇게 외우는 걸 못해. 아니, 근데 내가 정상인 거 아니야? 책의 몇 페이지를 외운다니, 그게 천재인 거 아니냐고. 아놔.. 난 역시 서점 주인이 되면 안되겠구나. 걍 독자로 머물러야겠어.. 쩝..







극한의 사랑이 극한의 절망을 가져온다는 건 명백한 진리다. 이 영화에서 리와 스콧은 서로에게 친구이며 애인이 되어주고 가족이 되어준다. 서로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 이 되어주지만, 그 관계가 늘 그 감정 그대로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 조금씩 마찰이 생기게 되고 서로에게 지치게 된다. 어느 순간, 다정한 리의 모습에 '이렇게 다정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며 스콧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한 때는 서로에게 서로뿐이었는데. 


리는 이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스콧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리는 자신의 집에서 스콧을 쫓아내려하고, 스콧은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부수고 던지고 소리지르고 몸부림친다. 그가 리를 그토록 의지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사랑하지 않았다면, 특별하거나 유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의 분노와 절망은 오지 않았을 터. 저 극한의 절망은 극한의 사랑으로부터 온 것.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았다는 건, 위에서 말했듯이 서로의 모든 순간을 공유했단 뜻이다. 그러니 지저분하게 등을 돌렸다한들, 죽음의 순간에 생각나는 건 그 사람일 수밖에 없다. 리가, 죽음의 순간에 스콧에게 자기를 보러 와달라고 말했을 때, 그의 앞에서 '너랑 함께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고백했을 때, 나는 어쩌면 사랑에 대한 내 태도를 좀 달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늘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나이지만, 그렇게 물러서만 있다가는 죽음의 순간에 어느 얼굴도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아무리 인생 혼자 가는 거라 해도, 마지막 순간에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상대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토요일부터 조카가 와있다. 세상에 태어나 해를 보고 달을 보고 구름을 보고 꽃을 본 지 고작 39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어제는 하늘을 보더니 나한테 이런다.


이모, 구름이 예뻐서 나가도 좋겠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뭐 이런 애가 다있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얘 왜이렇게 감정이 풍부해. 어쩌면 이렇게 감정 표현을 잘해. 넌 대체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까?




갈비..먹고 싶은 날이다.

집에 가서 조카 데리고 갈비나 먹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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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2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3-10-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우기는 커녕 읽었던 내용이 전혀 생각도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저 같은 사람도 있는걸요.
ㅠ..ㅠ 이럴땐 진짜 책 뭐하러 읽나 싶고 뭐.....흠...흠...

구름이 이뻐서 나가도 좋겠다고 말하는 39개월짜리 조카라...
얼마나 예쁠지 상상도 안되요^^

다락방 2013-10-22 08:57   좋아요 0 | URL
읽었던 내용이 전혀 생각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인건 저도 그래요. 심지어 과거 페이퍼를 보다가 어, 내가 이런 책도 읽었나? 할 때도 있어요. 책 표지 자체가 생소한 것들...하하하하하하.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3-10-23 15:30   좋아요 0 | URL
저는 읽고 있는 책 제목도 잘못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 =.=
나는 안나 카네리나 ㅠ.ㅠ

레와 2013-10-2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아아앙 타미야.........................♡


다락방 2013-10-22 10:13   좋아요 0 | URL
내 조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10-2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더글러스는 참 대단한 배우 같아요. 젋어서는 아버지(커크 더글러스)의 후광의 스트레스에. 중년엔 섹스중독증을 극복하고 노년엔 구강암 말기를 이겨내고...미녀 아내(캐서린 제타 존스)맞이하고...(하지만 이혼한다네요..) 참 파란만장한 인생이라고나 할까요.

다락방 2013-10-22 10:18   좋아요 0 | URL
마이클 더글라스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 마이클 더글라스인지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모습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아마도 변장을 엄청 잘한듯. 제가 본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영화중에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가장 마이클 더글라스가 빛난 영화였고요.

에르고숨 2013-10-22 10:50   좋아요 0 | URL
변장ㅋㅋㅋ! 이럴 땐 '분장'이라는 말이 있지 싶은데효.

다락방 2013-10-22 10: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르고숨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변장'이라고 써놓고 아..이 단어가 아닌것 같은데 뭐지, 뭐지, 이러면서 분장이란 단어는 절대 안떠오르고 '변신?' 이러면서 아 변신은 더 아닌데.......이러고 있었네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연 2013-10-2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블리아 고서당ㅎㅎㅎ 저도 이거 보고 싶어서 계속 장바구니에 짱박아놓았는데 우선순위가 자꾸 밀리네요. 조금 훑어본 정도입니다만.. 자꾸 이 책은 언젠가 봐야지, 하는 그런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이 책이 저한테 좀 그런 느낌이랄까

다락방 2013-10-22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여러분들의 감상을 보고서 흐음, 그렇다면 읽어볼까 하고 1권만 주문해서 읽었거든요.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닌데 나름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2,3권도 읽어야겠어요. ㅎㅎ
우선순위는 항상 '이번에 주문'하는게 우선순위인데, 그 책들을 다 읽기도 전에 또 주문을 하게 되니까 또 이번에 주문이 우선순위가 되고 또 주문하니까....이런 일의 순환이라 책 주문을 멈춰야 사 둔 책 다 읽을 수 있을것 같아요. ㅠㅠ
 

알리데는 자기 농장에 있는 마리아 크릴을 만나러 갔다. 크릴 할머니의 사악한 눈과 지혈하는 능력은 알리데가 태어났을 때부터 유명했기 때문에 알리데는 할머니의 능력에 대해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크릴 할머니에게 자기 처지를 봐 달라고 하려니 찾아가기가 어색했다. 알리데는 누구에게도 자기의 괴로움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달리 기댈 데가 없었다.

마리아 크릴은 마당 긴 의자에 고양이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알리데가 올 줄 알았다고 했다.

"무슨 일 때문인지도 아시나요, 크릴 아주머니?"

"머리 색깔이 밝은 청년 때문이지. 젊고 잘생긴." (p.133)

















한스를 먼저 발견한 건 알리데였다. 첫눈에 반해 그가 자신을 봐주기를, 자신과 눈을 마주치기를 속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런데 그가 눈을 들어 마주친 건 알리데의 눈이 아니라 알리데의 언니인 잉겔의 눈이었다. 그저 마주치기만 한거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그 마주침에는 강렬함이 있었고 끌림이 있었다. 한스와 잉겔은 눈이 마주치고 사랑하게 됐다. 한스를 먼저 발견한 알리데의 의지와는 다르게, 알리데의 생각과는 다르게, 알리데의 기대와는 다르게.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누가 먼저 만났'는지가 대체 뭐가 중요할까.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알리데는 자기가 먼저 보았고 먼저 사랑을 시작했는데 이런 결과가 난 것이 몹시 원통하다. 한스가 언니인 잉겔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들을 볼 때마다 알리데는 저건 무슨 뜻일까, 저들은 무슨 의미를 담고 저 말을 하는걸까 몹시 궁금하다. 한스와 잉겔은 결혼하고 알리데는 그 집에 함께 살면서 그들이 서로의 시선을 좇고 들끓는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자꾸만자꾸만 보게 된다. 한스는 언니와 결혼했지만, 언니의 남편이지만 알리데는 한스를 포기할 수가 없다, 갖고 싶다. 그래서,



그녀는 노파를 찾아간다. 마법의 주문을 걸어줄 수 있는 노파를. 그녀는 노파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럼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바라보지 못하게 할 수 있나요?" (p.136)



이미 언니의 남편인 한스를 두고 저런 바람을 가진 알리데가 너무 가여워서 너를 위해서라도 그걸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 한스를 바라보는 마음을 한스를 원하는 마음을 멈추라고. 그러나 이미 싹터버린 사랑은 멈추라는 말로 멈출 수 없는법. 한스에 대한 사랑과 욕망에 눈이 먼 알리데는 평생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들을 해버리고야 만다. 





나는 언제나 사랑에, 단 한사람에 대한 사랑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그 사랑이 결국은 자신에게 비극을 가져올 것이 뻔한 선택을, 그들은 그 사랑에 빠져있는 동안 하고야 마니까. 왜 사랑에 자신을 던질까. 왜 사랑에 그토록 매달릴까. 왜 그들은 그토록 그 사랑을 간절해할까. 나는 영화나 소설속에서 하나의 사랑에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체 저런 삶은 어떤 삶일까' 를 생각해보곤 한다. 그리고 나는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음을 실감한다. 나로 말하자면 사랑에 나 자신을 몽땅 던지지는 않으니까. 나로 말하자면 언제나 한 발을 빼고 있으니까. 나는 극으로 치닫는 사랑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극으로 치닫는 사랑은 극으로 치닫는 결말을 불러오니까. 그들과 나의 차이는 어느것을 더 중요하게 두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나는 내 자존심을 가장 위에 두고 그들은 사랑을 가장 위에 둔다. 그들은 그 사랑을 '어떻게든' 이루고 싶고, 나는 그 과정에 내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면 사랑을 접거나 포기하는 쪽을 택한다.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가슴 아파도 나는 내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이미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고 나를 전혀 봐주지도 않는데, 그런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 보겠다고 묘약을 받으러 가는 그 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내 사랑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마음가짐은 대체 어디로부터 나온것일까. 왜 그것이 어떤 사람에겐 있고 어떤 사람에겐 없는걸까. 나에게는 모험심이 부족한걸지도 모르겠다. 위험한 길, 힘든 길인듯 하면 별로 가고 싶어지지 않는 그런 사람. 격렬한 연애를 할 수도 있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도 있지만, 상대가 나를 봐주지 않는 경우에 뭔가를 그다지 해내려고 할 것 같진 않다. 묵묵히 가슴아파하거나 포기하거나 할 뿐. 이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부적을 쓴다거나, 그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없애버린다거나 하는 일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사랑에 빠졌어도 내 온 몸을 던지지는 않을것 같다. 여태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나는 이 세상에서 단단히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한 몸 바쳐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사랑 받는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나는 내 온 신경을, 모든 에너지를, 더 나아가서는 내 목숨을 사랑에 걸지는 않을것이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상대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다. 온 우주의 중심에 나를 두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상대도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을 이 땅에 설 수 있게 하는 여러가지 것들중 내가 하나였으면 좋겠다. '너여야만 해, 너 아니면 살 수 없어' 가 아니라 '너가 아니어도 살 수 있지만 가급적 너였으면 좋겠어' 라면 좋겠다. 나는 모험심만 부족한 게 아니라 세상에 내 책임이 하나라도 더 생기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걸수도 있겠다. 뭐, 어쨌든.




소설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이제는 나이가 많아버린 알리데의 집  앞에 어느날 '자라'라는 여성이 쓰러진 채로 발견된다. 남편으로부터 도망을 쳤다는 그 젊은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 둘의 과거와 현재가 반복되는데, 그 둘은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살았으되 같은 삶을 살았다는 걸 보여준다. 알리데가 공산주의 국가적 체제로 인해 강한 힘에 농락당했다면, 자라는 돈의 유혹에 끌려가 여러 남자들로부터 농락당했다. 여자가 남자로부터 극도의 폭력에 노출되었다는 것, 그들이 반항하기에 상대가 너무 강했다는 것,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누군가 알아볼까 늘 두려워한다는 것이 그녀들의 공통점이었다. 가난했던 상황에서도 돈이 많아진 상황에서도, 여기에서도 그리고 거기에서도. 끊임없이 폭력은 행해지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그 폭력으로 인해 평생 고통스러운 것으로 채워지고야 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여긴 거기와 다르다고? 아니, 다르지 않다.








그건그렇고,

어제는 돼지두루치기를 해보겠다며 두시간동안 부엌에 있었고, 별로 맛도 없었던 식사후 설거지를 하겠다며 또 한시간동안 부엌에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부터는 씨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으리라. 그러면 딱 그릇 하나 숟가락 하나만 쓰면 된다. 무슨 대단한 요리를 했다고 어제는 숟가락이란 숟가락 다 꺼내쓰고 그릇이란 그릇 다 꺼내써서 저녁 한 끼 먹는데 만신창이가 됐단 말인가. 그래, 이제부터는 씨리얼이 내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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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10-1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이야기하기를.. 사랑은 '능력과 의지를 최대한 발휘하더라도 부족함이 드러날 수 있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고 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이 문장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무너지더라도 그런 게 사랑의 과정이라고 여기고 싶네요. 물론 많이 아프기는 하겠죠.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에 모든 것을 다 던지는 그런 사람을 이해할 것 같아요. 그러나 사람들마다 사랑에 대한 생각은 다 다른 것 같아요. 다락방님의 말씀이 더 정확할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가 아니라도 상관없지만 가급적 너였으면 좋겠다, 와 같은 선택을 모든 것을 다 사랑에 거는 사람들은 절대로 하지 못할거 같네요. 뭐, 이렇게 끄적거리는 저도 아픈 사랑은 좀 피하고 싶지만...

다락방 2013-10-17 11:18   좋아요 0 | URL
저도 온 몸을 다 던져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해해요. 다만 저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아요. 가끔은 그렇게 온 몸을 다 던져 사랑에 바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고요. 한 상대에게 올인한다니, 그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그 가치는 최상이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러나 저는 제 모두를 다 던지기엔 제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것같아요. 모든걸 다던져 이사랑을 쟁취해보자 라는 생각보다는 무너지지 않게 나를 잘 붙들자 라는 쪽의 생각을 한달까요.

어제 현빈이 티븨 광고에서 눈밭을 달리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남동생에게 말했어요.

난 현빈이 참 좋지만 현빈이 자기랑 눈밭을 달리자고 하면 거절할거야. 라고.

그러자 남동생은 저에게 "그런 걱정은 하지마" 라고 하더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dreamout 2013-10-1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살짝 바꿔서, 오늘 제 마음을 표현하자면..
회사를 위해 이 한몸 던지는 일은 없을겁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보이지않는 압박감이 계속 느껴지는 건, 아마 벌써 상당히 길들여졌기 때문 아닌지...

다락방 2013-10-17 11:22   좋아요 0 | URL
가끔 제가 너무나 많은 시간을(오전 8시-오후 6시) 회사에서 보내고 있단 생각을 들어요. 게다가 출퇴근시간은 또 한시간씩. 신해철의 [도시인] 노래 가사대로 '직장이란 전쟁터' 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이란 잠자는 곳'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씁쓸해요. 저 역시 회사를 위해 한몸 던지는 일은 결코 없을거에요. 전 회사가 제 가장 중요한 축이 되게 하고 싶진 않아요. 회사는 사실 좀 중요하긴 하지만-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중 하나가 되어야만 하지, 그게 중심이 되는건 정말 싫어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저 역시도 길들여져 있을지도..

네꼬 2013-10-1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요새 요리에 관심 생겼어요? 라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씨리얼 먹겠다는 결심을 보니, 역시 당신이라는 여자는 중간이 없는 여자. 돼지 두루치기 아니면 씨리얼이라니.

다락방 2013-10-17 11:24   좋아요 0 | URL
제가 요리에 관심이 생길리가 있겠습니까.
엄마가 여동생 산후조리 때문에 여동생 집에 가 계셔서 집에 밥과 반찬을 제가 하고 있어요...맨날 김치만 꺼내먹고 스팸만 부쳐먹을 순 없어서....그래봤자 반찬은 두루치기가 유일했고 국은 김치찌개랑 된장찌개 끓여봤는데 남동생이 먹어보더니 '누난 도대체 왜이러냐' 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그것밖에 없어서 먹긴 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3-10-1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리얼은 아침에.... 돼지 두루치기는 저녁에...

다락방 2013-10-17 11:26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씨리얼이라니. 말도 안돼요! 그건 너무 초라한 아침이에요! (이러면서 무슨 저녁에 씨리얼이람 ㅋㅋ)
당연히 어제 저녁도 씨리얼은 아니었어요. -_-

Mephistopheles 2013-10-1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하셨어요???? ( 아머님 동생 산후조리...^^)

동생분이 어머님께 많이 고마워하실 것 같습니다. ( 남동생이요! )

다락방 2013-10-17 14:20   좋아요 0 | URL
독립은 그러니까..나중에........( ")

별로 고마워하는 것 같지 않던데요. 맛을 보면.....Orz

Mephistopheles 2013-10-17 16:5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께가 아닌 어.머.님.께.요.

다락방 2013-10-17 17:09   좋아요 0 | URL
아 저 오독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머님께 라고 써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에 둘째조카가 태어났다. 토요일에 조카를 보러가서는 자고 있는 작고 작은 조카를 보았다. 진작에 여동생 집에 가서 첫째 조카를 봐주고 계신 엄마는 갓 태어난 둘째 조카를 보고 아주 잘생겼다고 말씀하셨는데, 눈을 감고 있는 아가를 보고 어떻게 잘생겼다는 걸 알수 있을까? 하하.

 

 

점심을 먹으러 남동생과 엄마와 병원 앞 콩나물국밥집에 들렀다. 콩나물국밥 하나와 콩나물오징어찜을 시켜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 무리의 남자사람손님들이 들어왔다. 여덟명쯤 되어 보였는데, 먼저 들어와있던 사람이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도 했고 종업원에게 여긴 뭘 잘하느냐며 큰 소리로 물어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40대 후반쯤으로 보였던 그들은 아마도 동창회모임 같은걸 하는 중인것 같았다. 모두 자리에 앉고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려 옆으로 갔는데 그들중 한명이 "아가씨" 라고 불렀고, 다른 한 명은 "야, 아가씨가 아닌데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도 실례야" 라면서 자기들끼리 소란스레 웃었다. 아, 싫겠다, 싶어 나도 좀 짜증이 났다. 밥을 다 먹고 나오면서 남동생이 그랬다. 콩나물국밥 집에 와서 여종업원 희롱하다니 참 한심하다, 라고. 나는 남동생에게 그러게, 너는 절대 저렇게 늙지마, 라고 말해주었다.

 

여종업원은 나랑 비슷하거나 약간 더 나이가 많은듯 보였다. 그들은 아무리 여덟명이었어도 옆 자리에 앉아있던 내게 희롱할 수는 없었을거다. 감히 상상도 못하겠지. 그러나 그녀에겐 그랬다. 나와 그녀 모두 여자사람이었는데, 그녀가 나와 다른 게 있다면 그녀가 그 식당의 '종업원' 이었다는 거다. 지난번에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을 읽고 씁쓸해했던 기억이 났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종업원 이나 점원인 상대를 무시한다고. 자신이 '손님' 이기 때문에 '종업원' 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고. 그 당연함이 무시를 부른다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당연함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깨달았다. '당연히' 좋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야말로 독단'일 수 있다는 것을.

 

 

거기 보니까 애들 데리고 온 학부형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학부형들한테 애들 오는 데 쫓아오지 말라고, 당신들 때문에 아이들이 이렇다고 그랬어요. 대체 뭘 보려고, 무슨 지적 허영을 부리려고 여기 왔냐고, 오버들 하는 거 아니냐고. 아이한테 인문학 강의를 듣게 해주는 그런 엄마랍시고 다들 뿌듯한 얼굴이더라고요. 오늘도 강의 가서 많이 느꼈는데, 이런 엄마들 위험해요.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 엄마보다 이 사람들이 더 무섭다고요. 자기들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거예요.

80년대 학번 아줌마들이 대안 교육을 한다는데, 이게 문제예요. 사회는 대안이 없는데, 사회를 바꿔놓고 대안 교육을 시켜야 하는 거잖아요. 대안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힘들어해요. 자기가 대안 학교에서 배웠던 걸로는 사회에서 못 살아요. 그래서 그 아이들이 상상마당 강의에 다 들어와요. 제가 대안적인가 봐요.(웃음) 대안 교육이란 게 아이를 가지고 또 하나의 실험을 하는 거예요. 그 아이들 인터뷰하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대안 교육 싫다고 하는 애가 반이에요. 좋아할 것 같지만 싫어해요. 좋아한다는 얘기만 들은 사람들은 침묵하는 애들을 안 봐서 그래요.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어머니의 숭고한 이념을 못 따라가는 것도 있을 테고, 애들이랑 게임하고 놀고 싶은데 산에 들어가서 자연하고만 놀고. 너무 고상한 것만 하잖아요. TV도 보고 싶을 텐데. 대안 교육이 실패한 이유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이념을 사랑했다는 데 있어요. 형식과 절차, 이념이 다 정해진 엄마들이 무슨 교육을 시켜요? (pp.317-318)

 

 

대안교육을 하는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대안교육을 시킨다는 것 만으로도 스스로 뿌듯해하는 걸 간혹 목격하곤 했었다. 세상의 찌든 교육으로부터 벗어나있다는 것, 올바른 교육을 아이들을 위해 시키고 있다는 자신감. 그러나 나는 강신주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결코 옳은게 아니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맞다. 그건 아이들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기 이념을 사랑하는 거였다. 내 아이에게 이런 교육이 아니라 저런 교육을 시키겠다, 하는것 역시 자기 나름대로의 이념이 정해져있는 게 아닌가. 저것은 무조건 틀렸고 이것이 옳다, 하는.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만들어준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에 사느냐 단독주택에 사느냐, 도시에 사느냐 시골에 사느냐 등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가 없다. 부모가 여기에서 살면 아이 역시 여기에서 살 수밖에 없다. 그 환경이 아이를 위해서라는 생각은 오로지 부모의 생각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선택으로 살아가게 된다. 아이가 원하는 게 입시경쟁에 시달리며 친구들과 짬을 내어 편의점에 가서 라면을 사 먹는 거라면, 부모들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안학교에 넣고 자연을 벗삼아 친구하게 만드는 것도 강요와 압박이 아닌가.

 

아, 정말 부모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어려운 거구나. 생각할 게 많고도 많구나. 무엇이 아이에게 더 좋은지 머리 터지게 고민하는 것보다는 수시로 아이와 대화를 해봐야 하는거겠구나. 엄마는 이렇게 하는게 나을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하는 게 너에게 더 좋다고 생각하니? 하고.

 

 

 

 

 

오늘, 일요일 오후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밥통엔 오래된 밥이 있어, 나는 야채를 썰고 햄을 썰어넣고 볶음밥을 만들었다. 밀린 빨래를 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설거지도 해두었고 밥도 새로 해두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잽싸게 해두고 책을 읽으려던 나의 계획은 지켜지지 못했다. 무슨 볶음밥 하고 밥 하고 빨래하고 하는데 몇 시간씩이 걸리는지. 다 하고나니 배고파서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고, 저녁 먹고 멍 때리며 티븨 보니 벌써 지금 시간이 되어버렸다. 아..허무해..허무하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들에 음악이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서 감자를 썰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쌀을 씻으면서, 빨래를 널면서 음악을 들으니 이 모든 과정들이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졌다. 랜덤으로 나오는 노래들을 듣는데, 그 중 대부분을 따라불렀다. 마침 외출했던 남동생이 돌아왔다 그런 나를 보더니 '누나 즐기고 있네' 라고 말했다. 하하. 그 노래들은 이것이었다.

 

 

 

 

 

 

 

 

 

 

 

 

 

 

 

 

 

 

오늘 오후에 여동생은 아직 부어있는 자신의 손과 갓 태어난 작은 아가의 발 사진을 함께 찍어 내게 보내줬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말랑말랑 하기도 하고.

 

 

 

 

 

아, 벌써 열한시가 다 되었다. 어떡하냐. 일요일이 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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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0-1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 조카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가끔 식당에서 아저씨들 목소리가 너무 클때, 시덥잖은 소리로 종업원 농락할 때 막 화가 나요.
일요일이 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요. 아쉬워요! 오늘은 늦게 아주 늦게 잠들거예요. (음 그러나 제 별명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다락방 2013-10-16 08:18   좋아요 0 | URL
세실님, 벌써 수요일이 되었어요. 수요일만 지나면 한주도 잘 보냈다는 안도감이 벌써부터 찾아들지 뭡니까. 이제 목,금만 버티면 주말이다!! 하고 말이지요. 그래봤자 일요일 밤이 되면 또 잠들지 못하고 월요일을 어떻게 맞나 걱정하겠지만. 일주일도 일상도 몇 번을 지내도 싫은건 싫은것 같아요. 하핫.

축하 고맙습니다, 세실님.^__________^

무해한모리군 2013-10-14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늙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이 되네요 ㅎㅎㅎ

제게 스무살이 되는 조카가 있는데, 대화라는게 참 쉽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이녀석 너 잘못가고 있어'라는 낌새를 풍기게 되서 그런건지.

아가가 너무 예쁘네요 ㅎ 저 여디디 여린 아가는 무슨 꿈을 하며 코 잘까요?

다락방 2013-10-16 08:20   좋아요 0 | URL
추하게 늙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가끔 어처구니 없는 어른들을 보면 그 때마다 옆에 있는 사람한테 말해요. 너는 저렇게 늙지마, 라고요. 저 역시도 그렇게 다짐하고요. 나이 많다는 게, 돈이 많다는 게 다른 사람들을 하대하고 무시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할텐데, 그걸 왜 모르는지 모르겠어요.

대화라는 게 쉽지 않죠, 정말. 같은 장면을 보고 같은 단어를 입 밖으로 뱉어내도 서로가 받아들이는 뜻은 다르더라고요. 허무할 때가 많아요. 누군가 제게도 그런 느낌을 받겠죠.


신생아실에 있어서 그저 보고 오기만 했는데 다음번엔 품에 안아볼 수 있겠죠? 작은 발을 만져보고 싶은데 날씨가 차가워 제 손까지 차가울까봐 선뜻 손내밀지 못할것 같아요.

아무개 2013-10-1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둘째 조카 탄생 축하해요!

2.쌀쌀한 아침이에요. 동생분 조카들 다락방님 모두모두 감기 조심!!

3.강신주는 가끔 멘트가 너무 쎄요. 특히 사랑에 관해선 더 그렇게 느껴질때가 많더군요.
뭐 그게 매력적이기도 하지만요....^^

다락방 2013-10-16 08:21   좋아요 0 | URL
축하 고마워요, 아무개님. 아가들은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무조건 아프지말고 무럭무럭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아프면 그 작은 아이들이 고생인것도 그렇지만 그걸 보는 어른들의 마음이 무너져요 ㅠㅠ

강신주는 너무 과격해요 아무개님. 강신주의 대부분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선뜻 그를 좋아할 수는 없는건 바로 그 과격함 때문인것 같아요. 표현에 망설임이 없달까요. 저 책은 중간정도 읽다가 말았어요. 다 읽고자 하긴하는데 딱 재미없는 부분이 시작되서 그만.. 하핫

단발머리 2013-10-1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축~~~ 둘째 조카 탄생~~~
인형 같은 이쁜이 첫째 조카는 약간의 패닉 상태가 올 수 있어요. 엄마, 아빠, 외할머니, 삼촌 모두 쪼그마한 아기한테 눈 쏠려있더라도 이모는, 다락방 이모는 꼭~~ 첫째 조카와 눈 맞춰주시길^^

2. 교육에 대한 생각에는 완전 동의요. 저도 학원 안 보내는, 사교육 반대 소신 엄마로서 (흐음~~), 내 교육적 방법과 철학에 대해서, 아이와 이야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아이도 다 좋아하는 건 아닐테니까요.

3. 강신주님을 사랑합니다. (왜 여기서 이럴까요?) 올해 안에 책 2권 더 내신다고, 하셨어요.

4. 넘넘 이뻐요. 애기 발이랑 아직도 부기 안 빠진 엄마 손. 새 사람이네요. 새 사람...

다락방 2013-10-16 08:24   좋아요 0 | URL
아직 둘째가 눈 감고 있어서 그런건지 첫째한테 가는 애정은 어쩔수 없네요. 조금 더 지켜봐야 겠지만 제가 과연 그 둘을 '똑같은' 크기로 사랑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디 제 애정이 어느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카들중 누구도 이모는 차별한다는 생각을 받기 보다는 '나는 이모에게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 교육은 어렵죠. 부모도 여러번 생각해 내린결론일텐데, 아직 자신의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그런 결정이 최선일 수밖에 없지 않나 싶으면서도 그건 역시 부모기준이 아닐까 싶고. 확실히 어떤 방법을 정하지는 못하겠어요.

강신주를 사랑하지는 못하겠어요, 단발머리님. 위에 아무개님 댓글에 댓글로도 썼지만 너무 과격해요. 대부분의 의견과 생각의 고개를 세차게 끄덕여 동의하긴하지만 너무 '세서' 선뜻 좋아할 수가 없어요. 하핫


그렇게혜윰 2013-10-1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아요..아~~~!!!!

다락방 2013-10-16 08:24   좋아요 0 | URL
전 저 발을 만져보고 싶지 뭡니까!!!!! 작고 말랑말랑한 발요. 훗

Mephistopheles 2013-10-1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아 둘째....건강하게 자라면 그것이 최고입니다..^^

2. 원래 나이 든 인간 숫컷들은 무리를 지어버리면 아주 못된 하등습성이 표출되곤 합니다.(진화가 덜 된 증거에요)

3. 볶음밥은 버터로 볶으면 정말 맛있습니다...우히히히히..

moonnight 2013-10-14 12:26   좋아요 0 | URL
ㅎㅎ 집요하신 메피님 ^^

Mephistopheles 2013-10-14 12:53   좋아요 0 | URL
제가 집요하기 보단...그 페이퍼의 임펙트가 정말정말정말 너무 커서요...ㅋㅋㅋ

다락방 2013-10-16 08:31   좋아요 0 | URL
1. 건강이 최고라는 걸 나이 들면서 정말 실감해요 메피스토님. 이번에 제부가 심근경색으로 수술해서 문병 다녀왔고 그 다음엔 조카가 가와사키 병으로 입원해서 문병 다녀왔거든요. 어른이 아픈것도 여러가지로 걱정되지만 아이가 아픈건 진짜 못견디겠더라고요. 제발 건강하게 자라다오, 아픈건 내가 대신할게 싶은 심정이 간절해져요.


2. 나이 든 남자사람들은 '나이들고' '남자'인게 뭐 대단한줄 아는 것 같아요. 승무원 폭행도 다 나이든 남자사람들이고 식당이든 어디든 여종업원 희롱하는 것도 다 나이든 남자사람이고 말이지요. 그래도 되는줄 아는걸까요. 대체 어디서 그런 못된 생각이 들어가지고. 틈나는대로 제 주변의 젊은 남자들에게 곱게 늙으라고 잔소리좀 해야겠어요. 어휴 짜증나..


3. 어떻게 아셨어요. 저 볶음밥에 버터 넣을까 진짜 완전 미친듯이 고민했어요. 어제 계란후라이 하면서도 고민하고. 하여간 후라이팬 앞에만 가면 버터 생각이 저절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빵먹을 때도 마찬가지고 말이지요. 아 버터 좋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3-10-14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 조카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 둘째조카랑 첨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요. (하트로 변한 눈 @_@;;)
아무리 착한 아이라도 갑자기 동생이 생기면 스트레스 받는 거 같아요. 식구들이 둘째 아이 들여다보고 있을 때 첫째 아이는 소파에 엎드려 울고 있더라는.. ㅠ_ㅠ; 다락방 이모님이 타미 꼭 안아주세요. ^^

하여간에 가끔씩 남자사람들이 진저리나게 싫어져요. ㅠ_ㅠ;;;

음악을 사랑하시는 우리 다락방님. (죄다 제가 모르는 ;;;) 맞아요. 가끔 가슴 깊이 느끼게 되는데, 음악이 위로해주는구나. 하는 기분요. 지난 달 추석에 식구들 모두 시골로 떠나고 저혼자만 집에 있었거든요. 거실의 홈씨어터로 클래식 에프엠 들으면서 청소하고 저녁준비하고 했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ㅠ_ㅠ (거실에 있는 덕분에 평소에는 무용지물인 홈씨어터 -_-;;;)

다락방 2013-10-16 08:39   좋아요 0 | URL
네, 충분히 사랑받고 자랐는데도 동생 타는 것 같더라고요. 첫째도 둘째도 상처받지 않게 충분히 사랑해주고 싶어요. 어휴 문나잇님 첫째 조카 얘기 들으니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추석 연휴에 집에서 홀로 듣는 음악이라니. 와 생각만해도 여유롭고 좋으네요. 다시 그런 일상이 찾아들어야 할텐데요. 그래야 우리가 좀 숨을 쉬지요. 그치요? 흐흣

레와 2013-10-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한장 감동! ^^

다락방 2013-10-16 08:39   좋아요 0 | URL
아가들 사진은 어떤 모습이든 어떤 신체 부분이든 다 예뻐요. 그쵸? 헤헷 :)

프레이야 2013-10-15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는 더더 귀엽지요. 첫조카 태어났을 때의 감격이 상기되어요. 대학생 때였근데 얼마나 놀랍고도 설레던지 ᆢ 마지막 사진, 말문이 턱 막히네요. 조 작은 발가락좀봐요. 말랑말랑한 발이 단단해지겠죠 아주 서서히. 근데 잘 생긴 사람은 눈 감아도 표가 나는 거 같아요ㅎㅎ

다락방 2013-10-16 08:40   좋아요 0 | URL
저도 조카가 태어나고 걷고 말을 시작하는 걸 보면서 심장이 터질 정도로 감격했었거든요. 이런 사랑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며 사랑하게 됐고요. 그래서 때로는 이 기쁨을 제가 여동생에게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하핫. 첫조카는 정말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랑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하핫.

네꼬 2013-10-15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고 축하해요! 동생 가족에게 이 모든 축하들 꼭 전해주세요.
음악 틀어놓고 집안일 하는 거 좋죠. 음. 근데 가끔만 그렇죠, 그쵸?

다락방 2013-10-16 08:41   좋아요 0 | URL
가끔만 그런 정도가 아리나 저 날 하루 딱 좋았던 듯해요. 대부분은 끔찍해요 -_-

2013-10-16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6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아주 오랜만에 드라마 하나를 본방으로 챙겨봤다. [막돼먹은 영애씨 12] 가 그것인데, 나는 이게 인기가 많았고 유명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12까지 나와있는지는 몰랐다. 방송중인지도 몰랐고. 그러니까 예전에 인기가 많았다 끝난 작품 이라고만 생각했던거다. 우연히 주말에 재방송을 보게됐는데 와, 완전 재미있는거다. 최고다 최고. 두 번인가 세 번을 재방송으로 보고나니 오, 그 뒤가 궁금해진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송한다니 챙겨봐야겠다 싶어 어제는 티븨를 켜두고 그 시간에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깔깔대다가 또 눈물이 글썽이다가 하며 몰입했다. 젠장, 방송 시간이 11시가 아니라면 좋을텐데. 난 11시면 자고 싶어지는데.....어제는 덕분에 자정을 넘겨 잠자러 들어갔잖아. 어쨌든.


영애는(그런데 지금 시즌에서 왜 회사 사장이 영애한테 영자라고 부르는지를 모르겠음) 술김에 확- 열받아서 사장에게 키스를 해버리고 만다. 아주 제대로 된 주사였던 셈인데, 이는 사장이 영애를 절대 여자로 볼 수가 없다고 놀린것에 대한 복수쯤이라고 해도 되겠다. 여자로 느끼게 해주겠어!! 그러나 이 주사는, 주사의 특성상, 다음날 엄청난 후회를 불러온다. 내가 왜그랬지, 미쳤어 미쳤어 ㅠㅠ 캬- 술마시고 잔뜩 취해서 그김에 이성과의 스킨십을 해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날의 그 머리 쥐어뜯고 싶은 심정을 잘 알리라. 갑자기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생각난다. 여튼, 그러고나니 사장은 자신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며 영애를 놀리기 시작한다. 깐죽대는 대마왕. 사장 역시 영애에 대한 마음이 몽글몽글 자라고 있는것 같은데, 이 둘이 이제 연인이 된다면 이 남자가 어떤 연인이 되어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 나는 저렇게 깐죽대는 캐릭터는 딱 밥맛이다. 그보다는 영애를 누나라고 부르며 따르는 기웅이(이름이 이게 맞는지 모르겠네)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드는데, 그건 영애에게 잘해줘서인 것도 있지만, 마음이 없는 여자에게 아니라고 확실히 말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예빈이가 기웅에게 영화를 보자며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기웅은 내가 왜 너랑 둘이 영화를 보냐며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확- 거절한 것. 머뭇거리지도 웃지도 않고 상대 마음 다칠까 전전긍긍하지도 않으며 확- 화아악- 거절. 


거절은, 단칼에, 머뭇거리지 말고 해야한다. 상대가 상처받을까 하는 어줍잖은 마음으로 한 두번 영화를 함께 보고 데이트 했다간 상대의 마음을 더 크게 키워놓고야 만다. 그 사람과 어찌해볼 마음이 없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요리죠리 가지고 놀아서는 안 돼. 거절해주지 않아서 한 번 영화보고 두 번 밥먹으면 이쪽에서는 아, 이사람도 나에 대해 마음이 있구나, 하면서 앞으로의 일들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단 말이다. 나중에 내가 내 마음 고백하고 나서야 어..미안, 나 그런게 아니었는데...라고 하는 건 진짜 개같은 경우가 아닌가. 내가 그렇게 고백하기 까지는 네가 한 행위들이 있잖아, 이 머저리야. 그런데 막돼먹은 영애씨의 기웅은 아닌 사람에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남자가 진짜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가 영애한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니, 그건 '진짜' 가 아닌가 이 말이다. 하여간 여기친절 저기친절은 싫어. -_-



그리고 무엇보다, 와- 라과장 연기 쩐다 진짜. 이 여자는 영화 [스파이]에서도 눈여겨보았었는데, 어제 만취씬은 진짜 최고였어. 술 집 의자에 한 쪽 다리 올리고 앉은건 완전 와- 대박대박. 



자, 이쯤하고. (술마시고 꽐라됐다고 막 키스하고 돌아다니지 맙시다!!)




오랜시간에 걸쳐 책을 한 권 읽었다. 책은 조용조용 가만가만 괜찮았는데, 요즘 내가 책만 펴면 잠이 와 -_-
















우체국장이고 도서관 사서이기도 한 아다 드바쉬는 서른 살 된 이혼녀였다. 그녀는 키가 작고, 예쁘고, 포동포동하고, 방긋 웃는 얼굴이었다. 어깨 길이의 금발 머리는 오른쪽 어깨보다 왼쪽 어깨쪽에 더 많이 늘어져 있었다. 그녀가 걸어가면 커다란 나무 귀고리가 찰랑거렸다. 그녀의 눈은 따뜻한 갈색이었다. 그리고 약간 사팔뜨기였는데, 그 눈이 일부러 장난기 있게 곁눈질하는 것처럼 매력을 더해주었다. 그녀는 우체국 일과 도서관 일을 즐거워했고, 그 일들을 열심히 꼼꼼하게 수행했다. 그녀는 여름 과일과 경음악을 좋아했다.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 분이면 우편물을 분류하고 편지와 소포 들을 주민들의 우편함에 집어넣었다. 여덟 시 삼십 분이 되면 우체국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한 시가 되면 우체국을 닫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쉰 다음 다시 다섯 시부터 일곱시까지 우체국을 열었다. 일곱 시에 우체국 문을 닫았고,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곧장 도서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녀는 소포, 소화물, 전보 들을 처리하며 혼자 일했다. 공무에 필요한 편지를 작성했고, 우표나 항공우편 봉투를 사러 오는 고객, 청구서나 과태료를 지불하러 오는 고객, 자동차를 매입했거나 판매했다고 등록하러 오는 고객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모두 그녀의 느긋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좋아했으며, 사람들이 카운터 앞에 줄서 있지 않을 때는 남아서 그녀와 함께 수다를 떨기도 했다. (낯선 사람들, pp.168-169)



텔일란이란 작은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이 책은 얘기하고 있는데, 아다 드바쉬는 우체국장이며 도서관 사서이기도 하다. 이 두 일을 하는게 벅차지 않을까 싶은데, 와, 한 시부터 다섯 시까지는 매일 휴식 시간이고(!!), 도서관 문은 일주일에 두 번 열며 그것도 두 시간씩만 연다. 대단하다. 완벽하다. 멋지다. 작은 마을의 우체국이니 오는 사람들도 얼마 되지 않고 단조롭긴 하지만 여유롭게 일하는 게 확- 와닿는다. 근사하다. 나도 텔일란 마을의 우체국에서 일하고 싶다. 아니면 텔일란 마을의 도서관 사서를 해도 좋겠다. 흐음. 그런데 일을 너무 일찍부터 시작하네. 나는 아홉시부터 시작해야지. 게다가 이 여유있는 삶을 사는 서른 살 여자와 데이트하는 사십대 남자가 있고, 그녀를 연모하는 열일곱살 소년도 있다! 멋져 @.@


소년은 그녀를 연모해, 그녀가 우체국 문을 닫기를 우체국 앞에서 기다렸다가 그녀와 도서관까지 함께 걷는다. 그녀로부터 책을 빌리고 책에 대한 얘기를 하고, 그 틈틈이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언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까를 고민한다. 사랑은 역시 진행되기 전이 가장 흥미진진하고 아름답고 신나고 재미있는 것 같다. [막돼먹은 영애씨] 에서도 사장과 영애가 사랑이라는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전인 지금이 두근두근 하듯이, 소년이 고민하는 순간들이 애가 탄다. 그리고 그녀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이런 생각이 그에게 차올랐다.


'당신과 나는 서로 닮은 영혼이고 당신은 그것을 잘 알아요. 내가 당신보다 십오 년 뒤에 태어난 것은 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에요.' (낯선 사람들, p.194)


아, 절절하다. 그래. 그녀가 서른 살인걸, 그가 열일곱 살인걸, 누군들 어쩔 수 있었겠는가. 그건 그 누구의 의지도 아니었다.








하하하하 지난번 노벨문학상 탄 모옌의 소설집을 사두고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노벨문학상 발표를 보며 떠올랐다. 우잉. 그렇다면 내가 그 책을 산 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었다는건가. 이쯤에서 재고소진 프로젝트 들어가줘야 하는걸까. 있는 책 다 읽고 새 책 사기..로. 그렇지만 내 장바구니엔 또 이 책들이 들어있는데!!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 정말 어쩌란 말인지~♬



줌파 라히리의 새 소설이 나왔다는데 지금 어딘가에서 번역되고 있습니까? 그런겁니까? 제가 언제 읽을 수 있습니까?





















그나저나, 참말이지, 현빈하고 소울메이트 하고 싶은 금요일이다. 사실 목요일도 그랬고 수요일도 그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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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3-10-1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과 소울메이트 되길 원하는 여자를 여럿 알고 있습니다... 일단 그분들과 소울메이트를 하시는 건.... (놀려서 미안해요.)

다락방 2013-10-11 12:19   좋아요 0 | URL
다수가 현빈과 소울메이트가 되길 원한다면...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전 특별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유일해야 하죠. 그러니 저는 소울메이트를 포기하겠어요. 대신,

현빈의 바디메이트(응?) 가 되겠습니다. 쿨럭.

네꼬 2013-10-12 14:22   좋아요 0 | URL
꺅! 19금!

다락방 2013-10-13 23:10   좋아요 0 | URL
좋아서 그러는거에요? 응? ( ")

아무개 2013-10-1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이요? 현빈? 흠.......왜요? 왜 현빈? 어째서??

다락방 2013-10-11 12:20   좋아요 0 | URL
조인성은 군대갔다오니 좀 비호감됐는데 현빈은 더 근사해지지 않았어요? 웃는것도 멋지고.. 므흐흐흣. 책도 좀 읽을 것 같으니, 책 이야기도 나누면서 소울메이트를...일 년에 한 번쯤은 싱가폴의 작은 마을에 가서 바디메이트도 더불어.............( ")

hnine 2013-10-1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애'라는 이름이 외모와 안어울린다면서 '영자'라고 부르는거랍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제가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라서요.
단칼에 거절하는 걸 잘 못해서 영애씨, 많은 굴곡을 경험하지요.

다락방 2013-10-11 12:2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스토리가 있는거군요! 나래이션 들어봐도 영애 이름이 바뀌지 않았던데 사장이 각서에도 영자라고 이름을 쓰더라고요. 그래서 이 직장에 오면서 개명했나..생각했거든요. 아니면 가명을 쓴건가, 하고요.

저도 보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아마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억지나 과장이 없어서 좋아요. 특히 영애 엄마가 영애한테 '허구헌날 술만 처먹고 들어오냐'며 잔소리 할 때는, 아, 완전 영애가 저고 제가 영애였습니다!!!!!

단발머리 2013-10-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역시 진행되기 전이 가장 흥미진진하고 아름답고 신나고 재미있는 것 같다."에
공감 10개인데, 공감이 한 개 밖에 안 되네요. T.T

그 와중에 기쁜 소식 하나 전합니다.
현빈이랑 소울메이트하겠다는 사람 중에 한 사람 빠졌어요. 전데요. ㅋㅎㅎㅎㅎㅎ
전 소지섭으로 영원히, 항구적으로 갈아탑니다. 이제 더 이상의 환승은 없을거라 믿으며....

슬픈 소식도.... 현빈 늙기를 기다린다는 제 친구는, 계속 기다립니다.
쭈욱~~~~~~~~~~~~~~~~~~~~~~~~~~~~

다락방 2013-10-13 23:12   좋아요 0 | URL
현빈은 좋겠네요. 보험 들어놓은 것 같겠어요. 기다리겠다는 사람 많아서 말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기다릴 수는 없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데..이럴땐 어쩌나요, 단발머리님? 뭘 어째야 현빈한테 어필해서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을까요? 하아- 세상엔 제가 이뤄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현빈하고 소울메이트 되기는 한 번 이뤄볼랍니다. 움화화핫.

단발머리 2013-10-15 08:39   좋아요 0 | URL
꼭 이루시구요~~ 우리 같이 만나요.

현빈이랑 다락방님, 나랑 소지섭.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계산은 제가 할께요*^^*

에르고숨 2013-10-1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게 <시골 생활 풍경>이란 말입니까. 아름답습니다, 보관함이로군요.

다락방 2013-10-13 23:13   좋아요 0 | URL
조용조용해요, 에르고숨님. <완전연애> 읽다 이 작품을 읽으니 진짜 대박 만난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ㅠㅠ

관찰자 2013-10-1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주어진 일을 열심히 그리고 꼼꼼히 수행하는 사람과 소설 속의 캐릭터들을 너무 좋아해요.
단조로운 것을 단조롭다 여기지 않고, 심지어는 즐거운 일로 여기는 그들의 매일이 너무 부럽달까요.

어떻게 생각하면 저의 일도(저는 커피숍을 하는데요),
단조롭지만 즐겁게 할 수 일이지만,
여전히 저는 힘이 든단 말이죠. 엉엉.(커피숍을 하면 설거지를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하게 된다는 사실, 인지하고 계셨어요? 전 생각도 못했어요.ㅠㅠ)

아무려나. 매력적인 캐릭터네요. 우체국장 겸 사서.

다락방 2013-10-13 23:14   좋아요 0 | URL
관찰자님, 무슨 일이든 그 일을 하게 된다면 힘들고 고단할것 같아요. 그렇게 머리로는 생각하는 데 말이지요, 소설속의 저 여자는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는거에요. 아마도 한적한 시골마을이 배경인데다가, 문체 자체가 워낙 고요해서 그렇게 느껴졌지 싶어요. 아휴, 당장이라도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가 제가 우체국에서 일하고 제가 도서관 사서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열일곱 소년의 연정을 한 몸에 받고 싶어졌습니다. 하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설거지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 중 하나인데, 까페에 설거지 많은건 그렇죠, 많죠, 많아요. 아 ㅠㅠ

twoshot 2013-10-1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wland]는 마음산책에서 내년 초쯤 나온다는 것 같더군요.

다락방 2013-10-13 23:15   좋아요 0 | URL
오! 그동안 사둔 책을 읽으며 기다리면 되겠군요!! >.<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투샷님!!

치니 2013-10-1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과장 만세! 만세! 완전 미친 연기력. 저도 영애씨 광팬.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 봐서 넘 아쉽다능. 아아. 이 시대의 진정한 드라마!

다락방 2013-10-13 23:16   좋아요 0 | URL
본방사수하고 싶은 드라마는 몇 년만에 처음인 것 같아요, 치니님. 남들 다 좋다는 드라마도 (저는 그 영국의 홈즈도 1회보고 관둔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못보는데 영애씨는 진짜 좀 짱인듯. 그나저나 너무 늦게 방송한다는 게 참 아쉽네요. 열한시엔 침대 위에 앉아야 되는데. 쩝..

영애씨 너무 좋아요!! >.<

세실 2013-10-12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체국장이고 사서이면서 혼자 일을 처리하는....
와 맥가이버다!! 가끔은 사서를 취미처럼 했으면 하는 생각합니다. 나도 부러워라 ㅎ
현빈은 외모, 목소리, 스타일이 다 맘에 들어요.
꿈속에서라도 만나 봤으면 좋겠다.

다락방 2013-10-13 23:17   좋아요 0 | URL
혼자 일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일것 같아요, 세실님. 도서관에도 그리고 우체국에도 오는 사람은 정해져 있을거라는.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시골이니까요. 흐흣

으악, 저도 오늘은 꿈에서 현빈을 만나길 기대해봐야겠네요. 월요일이 오는게 끔찍하게 싫어 잠도 잘 수 없으니 꿈에 현빈이라도 나와줘야 그나마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은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데 '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 중에 약혼자인 줄 알고 같이 잤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하는 내용이 있었다. 사연인즉슨, 여자는 남자와 약혼을 했고 곧 결혼하기로 했는데 약혼자가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약혼자의 집에서 약혼자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던 여자는 몹시 슬퍼했는데, 잠자리에 들기전 그녀 방의 문을 열고 빼꼼 약혼자가 들어와 그녀의 침대로 다가오고 그녀는 가기전에 나랑 자려는거구나 싶어 그와 잠자리를 갖게 되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약혼자의 형이 고백한다. 그 밤 너랑 잤던 건 동생이 아니라 나였다, 니가 슬퍼하는 것 같아 위로를 하러 들어갔었는데 그러다보니 블라블라...여튼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뭐 그런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써보니 되게 허접한 것 같지만 책으로 읽으면 나름 재미있다. 산드라 브라운이니까! 


갑자기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이 생각난 이유는 얼마전에 읽은 이 책, 『완전연애』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년은 이웃집 소녀를 연모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정도로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는데, 어느밤, 자신의 방안으로 소녀가 들어왔다. 형체만 알아볼 수 있었고, 만질수만 있었던 소년은 당연히 그녀가 자신이 연모하는 그녀일거라고 생각하고 격하게 그 밤을 보낸다. 섹스를 한단 말이다. 




어떤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 일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확인'의 과정없이 '연모의 대상' 일거란 '확신'을 가지고 섹스를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이것이 좀 어리석게 느껴졌다. 콘돔 없이 갑작스러운 밤은 임신을 불러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나랑 옷을 벗고 포개져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하는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당연히 '이 사람은 그사람이야' 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의심이 많은걸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걸 확인을 해줘야 되는거 아닐까. 무릇 연인 사이에 두 눈 부릅뜨고 확인하고 하는 섹스라도 머릿속엔 어떤 생각을 할 지 모르는 것이 자명할진데, 어떻게 '이사람일거야' 라는 추측을 확신하며 뒹굴수 있을까. 나는 간혹 애정하는 이성과 대화를 할 때 '네가 지금 대화를 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 라고 묻기도 한다. 두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고, 안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 너, 내가 누군지 알어? 라고. 나는 그들이 대화하는 상대가, 안고 있는 상대가 나라는 걸 상기시키고 싶다. 나는 연인에게 '나를 얼마나 많이 좋아하느냐' 라고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지만 '내가 누군지 알어?' 라고는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내가 하는 말들을, 내가 하는 행동들을, 내가 만난 상대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싶다. 그 모두가 '내'가 하는 것들이고 '나의' 선택이니까. 





'브리짓 폰다' 주연의 『위험한 독신녀』라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의 장면이 나온다. 여자와 함께 사는 룸메이트는 여자처럼 머리를 자르고 여자의 향수를 뿌리고 여자의 남자가 묵는 호텔로 찾아가 밤을 보낸다. 남자는 헤어스타일도, 향기도 그녀의 것이었으므로 의심없이 그녀와 섹스를 하고, 마친뒤에 상대를 확인하고 기겁을 한다. 같은 헤어스타일, 같은 향기여도 다른 사람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 캄캄한 밤에, 그들은, '그 사람이다' 라는 확신으로 그 밤을 보낸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 싶으면서도 나로서는 하지 않을 행동이란 생각이 든다. 









뭐, 그건그렇고, 그 밤이 너무나 뻔하게 남자가 생각하는 그런 밤이 아닐 거란 게 보이고, 뭐가 완전연애냐, 싶기도 하고, 마지막에 그 트릭이란 것이 엄청나게 허탈해서 이게 뭥믜..싶다. 겨우 이거 보자고 끝까지 읽었나...뭐 그런 생각이 든달까. 삼십대 남자가 십대 소녀를 사귀면서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하는 설정도, 아니 무엇보다 그걸 되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좀 짜증이났다. 나는 꼬꼬마 일때부터 좋아했던 사람과 결혼해서 사는게 왜이렇게 마음에 안들까. 뭐, 그렇다는거다.






우와- 이 영화에서의 케이트 블란쳇은 그동안 내가 봐왔던 케이트 블란쳇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것만 같다. 초절정 아름다움과 귀티가 촬촬- 게다가 진짜 연기가 대박이다. 내가 케이트 블란쳇 같은 대배우에게 연기가 대박이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진짜 .. 아우 장난아니야.


나는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볼 때마다, 이 감독과 나는 코드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우디 앨런의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의 '잔인한 유머'는 내게는 아주 잘 통한달까.



영화속에서 재스민은 '우월한 유전자'의 영향(이라고 그녀의 동생은 말한다)으로 엄청나게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 아주아주 부유한 집에서 교양을 쌓아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남편이 바람둥이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시에 사기꾼이기도 해서 그녀의 삶은 한순간에 몰락한다. 여기저기 빚더미에 쌓여있어 동생의 집에 얹혀 살러 가면서도 그녀는 비행기에서는 1등석을 타고, 여행가방 세 개는 모두 루이뷔통 이다. 직업을 구해야 하는 판국에 '하찮은 일' 따위는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대학에 다시 들어가겠다고 하니, 철딱서니도 이런 철딱서니가 없다.


그러나 그녀에겐 무엇보다도 부잣집에서 살아왔던 환경이 있다. 그 환경속에서 쌓았던 교양과 우아함. 치과에도 잠깐 취직해보고 앞으로의 장래를 위해 컴퓨터도 배워보지만,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건 '교양있는 부잣집 남자'의 여자가 되는것이었다. 자, 여기서 바로 잔인한 유머가 등장한다. 재스민의 동생은 마트의 계산원이고 노동자인 남자친구를 두고 있다. 재스민은 그런 동생에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결국 그녀에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재스민은 동생을 데리고 파티에 가는데, 동생이 그곳에서 만난 '최고의 로맨틱 가이'는 결국 유부남이었고 재스민이 만난 남자는 몇 년후 정치인이 될 야망을 가지고 있는 초절정 부자남자였다. 



어쩌면 정말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리게 되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스민은 부자남자가 하는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다. 그 남자가 재스민의 백이며 벨트의 브랜드를 알아보았듯이, 재스민은 그가 말하는 용어들에 대해 재차 묻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남녀사이의 아주 큰 장점이고, 그 과정을 거치며 사랑을 속삭이게 되는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재스민의 동생은 그 백(물론 그녀도 재스민이 사준 명품백을 들고 있었지만)과 벨트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남자의 눈에 띄지 않고, 설사 눈에 띄었다한들 그 남자가 하는 말들에 주고받는 대화를 하기보다는 수많은 질문들로 대신했을 것이다. 결국 다시 남자친구에게로 돌아오는 동생을 보고 재스민은 '니가 노력하지 않고 니 자신이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거' 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스민이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남자를 만나는 데 있어서 사실 노력을 한 건 아니다. 그녀가 옷을 고르는 안목이라든가 교양을 착착 쌓아나갈 수 있었던것은, 그런 환경에서 살 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런 환경은 그녀가 조성한 게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 벌어들인 돈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일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나는 그렇게 안살아봐서'라는 말을 등장인물이 내뱉은 적이 있었는데, 이 말은 가장 무책임한 말인 동시에 또한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가게 된다.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내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의 내 선택들이 나를 만든것이다. 지금의 이 상황으로 오게 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바라는 삶에 가장 근접한 형태로 살고있는 것일테다. 부자 여자가 부자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큰 집에 사는 것은,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이 '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스민의 동생이 재스민에게는 형편없게 보이는 남자를 만나 행복해하는 것은, 그녀가 원했던 것이 돈이 아니라 로맨틱하고 소박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잠시잠깐 재스민의 말을 따라 다른 남자를 찾아보려고 해봤지만, 그녀가 정말 원했던 것이 그녀의 언니가 정말 원했던 것과는 달랐기 때문에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는 데 실패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속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너져버린, 벤치에 앉아 혼자 중얼거리는 재스민이 끝이 아니라, 그 후의 재스민을 보고싶다.




토요일에 친구를 마중하러 서울역에 나갔다가 친구가 도착하기 전, 서울역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상호가 정확하게 생각이 안나는데, 온갖 물품들을 다 팔고 있었다. 우산, 머리띠, 바디로션 등등. 그러다가 나는 이런 걸 봤다.



으응? '정수리 냄새를 없애는?' 이게 뭐야? 나는 한참이나 이 앞에 서있었다. 정수리냄새를 없앤다니, 정수리가 내가 아는 정수리가 아닌가, 내가 정수리가 어디인지 잘못알고 있나 싶어서 그 자리에서 스맛폰으로 정수리를 검색했다. 내가 아는대로 검색결과는 '머리 위의 숫구멍이 있는 자리. '였다. 그런데 이렇게 냄새를 없애는 제품이 나올만큼 정수리에서..냄새가 나는건가? 사람들 원래 정수리에서 냄새나나? 마침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이 앞으로 오셔서는 이것저것 손등에 뿌리고 향을 맡아보신다. 나는 참고 참고 참다가 그 아주머니께 여쭤보았다.



저기요, 사람들이 원래 정수리에서 냄새가 나나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나죠" 라고 대답하셨다. "머리에서 냄새나고 다 나죠" 라고. 머리 안감으면 나는 냄새..가 정수리 냄새라고 표현되는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겨드랑이에서 냄새나듯 그렇게 정수리에서도 냄새 나는걸까? 내 정수리도..냄새나나? 사람들마다 고유의 정수리냄새가 있는걸까. 어떤 이들은 유독 정수리 냄새가 심한걸까. 누군가에게는 그게 고민인걸까?  사람들에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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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10-0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험한 독신녀]에 제가 좋아하는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가 나오죠.
한때 그에게 푹 빠져 지냈던 때가 있었어요.
주연과 제작을 맡았던 [조지아]란 영화도 참 좋아했구요.

그런데 정수리에서 냄새가 나나요?
그냥 머리냄새 아닌가요?
원래 머리칼이 냄새를 잘 흡수해서 담배냄새, 고기냄새 등이 잘 배이잖아요.

다락방 2013-10-08 16:06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도 그 영화를 보셨군요.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던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머리냄새 말고 정수리 냄새가 따로 나는가봐요. 머리냄새는 저도 알고 있는데 저렇게 딱 꼬집어 '정수리냄새' 라고 한 걸 보면 말이죠. 어떤이들에게는 더 심하게 나기 때문에 저런 탈취제가 필요한게 아닐까 싶어요. 흐음.

그렇게혜윰 2013-10-0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할 때 정수리에 코를 대는 장면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입을 맞춘 걸까요?? 킁킁^^ 왠지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정수리에 코나 혹은 입을 아님 그 사이를 닿게 할 때 왠지 로맨틱해 보여요^^

다락방 2013-10-08 16: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냄새나는 부위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책만먹어도살쪄요님의 댓글을 읽으니 저도 어렴풋이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머리통을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을 맞췄던 장면같은 것이 아른거리네요. 흐음. 그 냄새가 이성에게는 호감으로 작용할수도 있는걸까...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하핫

단발머리 2013-10-0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미드 맞나요? <프렌즈>에서요, 피비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여자 머리 정수리 쪽에서 무슨 무슨 호르몬이 나온다고. 남자들이 그 냄새를 맡으면 사랑에 빠진다고.
그래서, 대부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키가 작은 거라고.

키 큰 여자는 어쩌라고... 쩝...

다락방 2013-10-08 16:23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좋구나 ㅋㅋㅋㅋㅋ 제 정수리 냄새 한 번 망타보고 싶어요. 어떤 냄새가 나는지.. ㅎㅎ

소나기 2013-10-0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고3이었을 때 4교시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우르르 뛰어가면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엔 학생들로 바글바글했어요. 물론 계단 칸칸엔 학생들이 서 있었지요. 그렇게 서 있다보면 제 얼굴은 앞사람의 머리보다 살짝 위에 있게 되는데 그때 맡아지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어요. 뭔가, 다른 말로는 잘 표현이 안돼는 기름 냄새..? 그걸 저희는 정수리 냄새라고 했었어요.지금 생각해보니 상황이 꽤 웃기네요ㅋㅋ

다락방 2013-10-08 16:23   좋아요 0 | URL
홀릭제이님, 그 냄새가 좋았어요 싫었어요? 뭔가 상황을 놓고 상상해봤을 때 좋은 냄새일리가 없다는 생각이............ㅋㅋㅋ

소나기 2013-10-08 19:42   좋아요 0 | URL
당연히 좋을리가 없....ㅎㅎㅎㅎㅎㅎㅎㅎㅎ

dreamout 2013-10-0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몰입도가 대단했었죠!!

다락방 2013-10-08 16:2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대단했어요. 진짜 연기 대박이더라고요. 아..전 진짜 우디 앨런 감독 너무 좋아요!! >.<

프레이야 2013-10-0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스민ㅎㅎ 거짓말과 허영 들통 나고 곤죽이 돼 동생네로 갈 때 겨땀 흠뻑 젖은 베이지색 원피스! 아, 진짜 우디는 넘 잔인하게 웃겼어요.

다락방 2013-10-08 16:25   좋아요 0 | URL
오옷, 프레이야님도 그 장면이 되게 인상이 강하셨군요. 저도 그랬어요. 아 어떡해 겨에 땀 잔뜩 차가지고 돌아왔네...막 이러면서 웃기고 슬프고 절망스럽다가 또다시웃겼던... 그러고 벤치에 앉아 중얼거리는데, 참,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재스민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n 2013-10-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 지난주 저는 남자친구와 함께 태안으로 여행다녀왔어요. 저희의 첫 여행이였죠. 저는 늘 영화에서나 소설을 보고 여행에서 마시는 와인에 대한 환상을 가득 가지고 있었기에 와인한병을 가져가는걸 잊지 않았어요. 제 남친은 술을 못하지만, 그래도 늘 제가 술마시는걸 즐거이 바라봐주는 사람이기에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여행이라는것이 그렇듯이 저희둘은 너무 고단했어요 하지만. 저는 여행에 와서 와인에 대한 내 환상을 이뤄보고 싶었기에 피곤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꺼냈어요. 근데 그때 남친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고 좀 자야겠다 하는거예요. 저는 자라고 그남자를 내비두고 뒷모습을 보인채 와인을 홀짝였어요.
아 이겠아녔어요!내 환상은 이게아녔어요. 그남자가 술을 한잔을 못할지라도 비록 입술만 축이고 말더라도.우린 스탠드 아래에서 와인잔을 짠하고 부딪치여 와인을 마시는것이 제 여행의 작은 목표였는데....

저는 그 환상이 무너지는 밤 혼자 훌쩍였고 당황한 남친이 와서 제 등을 토닥였죠.아마 남친은 제 환상을 몰랐기에 이해할수 없는 행동였을지도 몰라요. 무튼, 그날 처음으로 술먹지 못하는 남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고. 남친도 잠이 깨었는지. 우리는 그점에 대해 곰곰히 이야기 했어요.

아 그때 전 다락방님이 언젠가 쓰신 그 페이퍼 감자탕 페이퍼가 생각나 얼른 검색해서 남친에게 읽어줬어요
[영화속에서 하정우는 채식주의자다. 최근에 헤어진 그의 前여자친구는 그에게 "니가 감자탕만 먹을줄 알았어도!"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게 그렇다. 별 거 아닌것 같은 이유다. 돈 때문에, 식성 때문에, 종교 때문에 헤어졌어, 라는 말은 제삼자가 듣기에 그게 헤어질 이유가 되니?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테지만, 당사자에게 그것은 단지 그 표면적인 이유보다 더 내밀한 무엇이다. 감자탕을 못먹기 때문에 헤어질 수 있냐고? 있다, 물론. 나는 그녀가 그에게 감자탕만 먹을 줄 알았어도, 라고 말하고 돌아서는게 이해됐다.




물론 감자탕은 애인이 아닌 친구1과 먹어도 되고 직장동료 2와 먹어도 되며 식구들과 먹어도 된다. 그렇지만 매번 매순간을 그렇게 하다가도 불쑥,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것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것이다. 보글보글 끓는 감자탕 냄비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감자와 미나리를 듬뿍 그릇에 퍼주고 싶은 그런 마음, 가장 큰 뼈다귀를 골라 나의 그릇에 떴을때의 그의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 소주를 곁들여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을 함께 하고 싶은 그런 마음, 나의 외투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의 외투에서도 감자탕 냄새가 나는것을 느끼고 싶은 그런 마음. 내가 감자탕을 먹고 싶을때마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그의 식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물론 감자탕 뿐만이 아닌 다른 자잘한 이유들이 그 뒤에 줄을 서 있었겠지만 '감자탕만 먹을 줄 알았어도!' 라는 표면적인 그녀의 이유를 나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남친은 내게 몹시 미안해했고. 저는 비록 그날 그남자와 와인잔을 부딪치지는 못했지만 미안해하는 남친을 보니 마음이 스르륵 풀렸어요.

그날 우리의 화해에 다락방님의글이 매우 컸답니다.
. 저에겐 미처 제가 말로 할수없는 속마음을 다락방님 글이 대신 전해주고 서로를 이해하게 했으니까요.
때론 다락방님의 글은 제게 하루의 곤단함을 풀러주는 해독제 같기도 하고. 또 이처럼 우리사이의 속마음을 전해주기도 해요
다락방님.
언제나 이곳에 지금처럼 따뜻함이 가득한 오래된 페이퍼들을 열어둔채로 그냥 그렇게 계셨으면 좋겠어요
문득 이곳의 많은 유명한 분들이 페이퍼들을 닫고 책도 내시고 하시니. 그냥 너무나 좋은 페이퍼들인데 언젠가 다락방님이 이곳에서 사라지실까봐 괜한 걱정이 드는거 있죠.


제마음속의 감사의 인사와 조그마한 부탁을 남기고 갑니다.
다락방님 비오는 화요일이네요.
오늘 점심식사는 무엇으로 하실지 궁금합니다.
소주와 칼국수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만.....^^


다락방 2013-10-08 16:53   좋아요 0 | URL
아! n 님은 누구시기에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제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나요. 안그래도 최근 며칠간 제가 쓰는 글들에 대해 절망과 과절의 쓰나미를 맞고 기절중이었거든요. 그런데 n 님께서 이렇게 길게 조곤조곤 말씀해주시니 막 자신감이 생겨요. 인용해주신 제가 썼다는 저 글들도 다시 읽어보니 너무 잘썼..............( ") 앗, 내가 이런 글을 썼었단 말인가, 하고 제가 놀랐네요.

저는 제 글이 간혹 사람들을 웃게 한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누군가의 속마음을 대신 전해주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n 님은 제 글이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씀하시네요.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씀해주셔서 제가 감사해요.

저는 아직까지는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하진 않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있을 예정입니다. n 님의 부탁을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들어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점심식사는 짬뽕으로 했어요. 오늘은 낮술이 곤란한 날이라(사실 휴일 빼놓고는 모든 날들이 곤란하죠. 전 직딩이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짬뽕만 먹었는데, 이 댓글을 읽고난 후에 먹어서 그런지 엄청 맛있게 먹었어요. 진짜 끝내주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헤헷.


고맙습니다, n 님!!
:)

마노아 2013-10-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보고나서 다락방님 떠올랐어요. 다락방님이 좋아할 영화다! 이러면서요~
프레이야님 지적처럼 겨땀에 젖은 원피스 보며, 아 우디 앨런은 정말 천재야! 뭐 이런 생각 했습니다.^^ㅎㅎ

다락방 2013-10-08 16:56   좋아요 0 | URL
케이트 블란쳇도 너무 예쁘고 우디 앨런의 잔인한 유머가 제 가슴에 쏙쏙 파고들고. 전 정말 좋았어요.

2013-10-08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9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