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 중, 나는 《단순한 열정》을 제일 좋아한다. 아주 오래전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나 솔직해서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더랬다. 당시 아니 에르노를 좋다고 말한 친구 덕에 읽게 됐는데, 아니 나는 너무 불편한걸? 했다가, 다시 몇해전 이 책을 재독했다. 그 당시 뜨거운(?)사랑에 빠져있던 나는 어쩐지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었고, 그럴 때 다시 읽었던 이 책은 완전 '사랑에 미친' 나에게 맞춤한 책이었던 거다. 나는 아주 즐거이 읽고 리뷰도 썼더랬다.


리뷰는 여기 ☞ 만약 당신이 지금 단단히 사랑에 빠져있다면 (aladin.co.kr)


한참 시간이 흘러 아니 에르노는 노벨문학상을 탔고, 그리고 이 작품, 단순한 열정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나는 이 책을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에 열정적인 여성이 나오는데, 영화가 책을 충실히 반영했다면 영화 내내 섹스만 할 거 아닌가. 물론 나는 에로틱한 영화를 좋아하고 보고 싶지만,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서로간에 감정이 있고 그래서 성적 긴장 타오르다가 마주하게 될 섹스였지, 그냥 무조건 섹스섹스 아니었고, 그리고 뭔가 요래죠래 이래저래 해서 마주하게 될 섹스였지, 계속 그냥 섹스섹스섹스섹스 인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야한 것도, 에로틱한 것도, 섹스도 좋지만, 그냥 섹스만이 전부인 걸 원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다.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5월호에서는 이 영화를 다룬다. 선생님은 보통 섹스 장면은 지루하다, 재미없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맥락 없는 섹스는 그저 지루하고 내가 보길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다. 게다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만 나온다면 더더욱 보기 싫다. 내가 원하는 야함은 그런게 아니야! 그런 참에 선생님이 이 영화를 소개하시는데, 그 매거진 자체는 재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스신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역시나 '아무리 정희진 쌤이 말해도 나는 안본다' 였다. 그런데, 그랬는데,


얼마전에 투비에 어떤 글을 가져다 옮길까 하고 과거 글을 보다가, 내가 영화 <DANCER>를 보고 쓴 글을 다시 읽게 됐다.

러시아의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자전 영화였다. 글은 여기 ☞ https://tobe.aladin.co.kr/n/68783



영화 포스터를 가져오기 위해 이 영화를 검색하다가, 나는 이 영화의 주연배우이자 발레리노이기도 한 '세르게이 폴루닌'이 영화 <단순한 열정>의 남자주인공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


네? 

아니, 이 발레리노가 단순한 열정을요?

아니, 저기요, 잠깐만요! 네?

세상에나 네상에나. 이게 뭔일이래여..

나는 이 배우를, 이 발레리노를 보고 싶다. 문신이 아주 많았던 배우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니 세상에, 이 발레리노가 이제 영화를 찍는다고요? 세상에. 나는 그 날 당장 다운 받아서 보기 시작했다. 영화의 처음은 책의 처음과 같았다. 그 남자를 기다리는 일에 대한 나래이션. 그런데, 아, 역시 끝까지 못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다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vod 로 보면 이게 문제여. 끝까지 보지를 못해. 아 역시 섹스섹스 그래가지고 못보겠어. 하. 그러니까 내가 섹스 보고싶은건 맞고 좋아하는 건 맞는데 이건 내가 좋아하는 과가 아니네요? 그래도 돈 내고 다운 받아가지고 언젠가 다 보긴 해야겠지만 여하튼 당황스럽다. 그래도 봐야지. 볼게. 볼거다. 아하하하하. 아니, 세르게이 요즘 영화 찍고 있었어요? 왜 나한텐 말 안했어? 당신의 성취를 내게 자랑하시오. 나는 언제나 당신의 성취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낼 것입니다.



지난번에 친애하는 알라디너 ㅈㅈㄴ 님께서 알라딘 앱으로 접속하면 기대평 누르고 적립금 받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셔가지고 그 뒤로 열심히 그걸 하고 있다. 덕분에 책을 더 많이 사게된 건 함정이지만, 또 덕분에 모르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기도 하는데, 오늘 터치했다가 화들짝 놀란 책은 이것.














19금 딱지 붙어있고, 세 권에 5,670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e북으로 모시고 있는데(응?), 이거 보자마자 너무 … 이 표지 어쩔 ;;

이걸 책장에 꽂아두면 뭔가 스스로 자랑스럽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마음? 물론 내 책장에는 그 뭣이냐 '낯선 살냄새' 같은 거 꽂혀있긴 하지만, 아니 그래도 이거 표지가 넘나 너무 … 그런데 전자책이니 사실 남이 볼 일 없나? 제목도 불온한 마음이래. 아니, 불온이라고? 왜? 왜 불온해? 표지도 제목도 너무나 자극적이다. 세 권이면 저렴한데? 표지 넘나 갖고 있다가 들키기 부끄럽지만, 그런데 전자책이면 뭐 갖고 있어도 알 게 뭐람? 살까? 이게 불온한 마음이라고 하면, 안되는데 막 원하고 이러는 거니까 막 거시기한 긴장 같은거 있을 거 아녀? 이러면서 책소개를 봤단 말야?



식물인간이 된 동생,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한 여자.

진욱은 눈앞에서 무연히 흩어지는 하얀 연기를 보며 그 여자를 떠올렸다.

‘당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역겨운 인간인지 단 몇 마디 섞은 나조차도 알겠는데.’

오만하고 역겨운 인간. 뻔한 족속.

그 여자가 자신에 대해 내린 판단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황당했다.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작게 터뜨렸다.

독한 연기가 목 끝에 걸려 짧은 기침을 몇 번 뱉었다.

그 여자의 말은 자꾸만 자신을 찔러댔다.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멍하니 담배를 피울 때라던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누워 술을 마실 때라던가, 혹은 잠들기 직전이라던가.

그러니까- 혼자 있는 모든 순간에 자꾸만 그 여자가 떠올랐다.

위험한데, 생각하는 순간 진욱은 깨달았다.

이 위험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결코, 거기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라딘 책소개 中



아니, 책소개가 너무 …너무잖아요? 너무 …어, 그러니까, 음, 너무라기 보다는 좀… 허접하잖아요? 전자책 소개는 보통 이런 식인가? 책소개가 왜이렇게 부끄러워;; 흠. 뭐 그렇다는 거다. 



내가 종이책만 사놓고 안읽는게 아니라

전자책도 사두고 안읽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안읽고 쌓아뒀는데

VOD 도 결제해놓고 안보고 폰에 쌓여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TT 야 아무때고 들어가서 보면 되는거고 정액제인데, 네이버 이용하는 VOD 는 내가 한 편마다 돈 내고 사는 거라고! 그렇게 사두고 안읽은 영화가 하루 이틀 사흘, 이 아니라 한편 두편 …


존윅4 (극장에서 놓쳤으므로 조만간 볼거임)

단순한 열정(재도전할게)

언노운 걸(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킬링 로맨스(재미없어서 보다 껐다)

애프터썬 (너도 기다려라)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이것도 극장에서 놓쳐서 VOD 뜨자마자 결제했는데 왜 아직 안본것이냐)

탑건:매버릭(나 진짜 어떡하냐)

사랑 후의 두 여자(언제 보죠?)

나일 강의 죽음(이것도 초반에 조금 보다 말았다)

나이트메어 엘리(볼게요, 미안합니다)

주토피아(이건 진짜 사둔지 오만년 된듯. 보다 말았음)



나, 어떡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요가 끝나고 집에 가서 열무김치에 밥 말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가지고 엄마한테 그랬다.


"엄마, 나는 이 열무김치 하나면 산 속에 들어가서 자연인으로 살기 가능할 것 같아!"


이래가지고 엄마 빵터지셨는데, 저 VOD 다 가지고, 우리 엄마표 열무김치 가지고 산으로 들어가야겠다. 

여러분,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잠시만 안녕~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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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15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폰에 사생활보호필름 부착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철에서 불온한 마음 막 보여주는 사람들 너무 많아요. (보고 싶지 않아도 보임...제발 붙여!)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이 영화 올라왔군요? 저도 이거 보고싶던데, 왓챠냐 넷플릭스에 안 풀리나...
<언노운 걸> 재밌습니다...... <나이트메어 엘리>도 재밌습니다. 둘 다 다른 재미이지만.

그나저나 열무김치 갖고 산으로 가는 거예요?
잠깐만- 참기름도 챙겨가!

다락방 2023-06-15 12:36   좋아요 1 | URL
저 불온한 마음은 안살거고 안볼거라서 일단 패쓰고요, 문제는 <단순한 열정> 입니다. 이건 반드시 집에 있을 때 혼자 봐야할 영화인 듯 한데 말이죠. 하아- 밤에 보면 잠을 못자고 뒤척일텐데 …
잠자냥 님, 저랑 만나서 같이 볼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사실 열무김치 하나만 딸랑 가지고 가도 되지만, 잠자냥 님의 조언을 받들어 참기름에 고추장까지 가지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3-06-15 12:47   좋아요 1 | URL
푸하하하 만나서 같이 보자는 말에 진짜 크하하핰 웃었어요.
아니 초면부터 만나서 저런 영화를 보자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루해서 둘 다 코골면서 자는 거 아닐까요? (부장님 글이나 희진쌤 영화 소개 보면 세상 지루한 영화 같음)

다락방 2023-06-15 15:07   좋아요 1 | URL
생각만해도 너무 좋죠? 홀랑 넘어오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15 1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 이 글에 섹스가 몇 번 언급되는지 세다가 포기했습니다.
2. “불온한 마음”보다 “낯선 살냄새”가 더 불온해보여요ㅜ
3. 불온한 페이퍼를 덜 불온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용된 열무김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잠자냥 2023-06-15 12:28   좋아요 1 | URL
1. 다부장 저 인간 요즘 못하는 걸 단어로 쓰면서 해소하는 듯.....ㅋㅋㅋㅋㅋ
초딩들이 길거리나 화장실 벽에 낙서하듯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15 12:32   좋아요 0 | URL
무성애자 은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어 결혼을 재고하다....

다락방 2023-06-15 12:37   좋아요 3 | URL
낯선 살냄새 제목 진짜 어처구니 없죠? ‘크리스티나 로런‘ 이라고 로맨스에로 쓰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자매품, <잘생긴 개자식>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은근 크리스티나 로런 몇 권 읽은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 대한민국에 낯선 살냄새 읽은 사람 나 하나 일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리고 저 그렇게 섹스 좋아 안해요. 그냥 쓴거지 막 하고 싶고 그런거 아니야. 은오 님, 나 괜춘해. 내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요. 사실 나도 요즘 무성애자에 가까워요. (매달린다)

호시우행 2023-06-1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한 걸 싫어한다는 말이 오히려 거짓말 아니까 싶어요.ㅎㅎ

다락방 2023-06-15 15:06   좋아요 0 | URL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아니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6-15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혹시 그 ‘50일간의 썸머‘에 제대로 된 로맨스 소설을 쓰려고 산에 들어가시는 거 아니십니까?
내가 제대로 보여주겠다!
야한 듯한데 야하지 않은 로맨스는 이렇게 쓰는 것!
하시면서요.ㅋㅋㅋ
빨리 써주세요.!!!!!

다락방 2023-06-16 09:23   좋아요 1 | URL
제가 책나무 님의 이 댓글을 읽고 ‘중년의 여름 로맨스‘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오늘 출근하면서 가만 있자, 베트남에 가서 현지 가이드와 여행객으로 만날까, 회사에서 신입사원과 중견급 직원으로 만날까 설정에 설정을 거듭하면서 … 제가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나올 것이냐, 머릿속에서 나온다면 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6-16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6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23-06-1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OD 서비스를 받는 자연인이라... 열무 비빔밥을 먹으며 존윅을 보는 자연인이라....
 















오늘 점심 산책시간에 정희진의 오디오매거진 6월호를 들었다. 

이번호에서 선생님은 미국, 미군 얘기들을 하셨는데 '이태원 살인사건'에 대한 언급도 하셨다. 

선생님으로서는 아주 아쉬운 영화라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미스테리의 기능이 더 부각됐다는 거다.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듣다가 선생님에 대해 또 감탄하게 됐다.

책이든 영화든 뭐든 언급하시게 되면 그 모든 걸 다 기억하고 관련된 것들까지 다 가져오시는 거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이번호 매거진에서의 영화는 <맨체스터 바이 더 시>인데, 각본가의 전작과 쓰인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의 작곡가 까지 … 물론, 사람이 관심이 있으면 그 점에 대해서는 더 알아보고 싶고 더 기억하게 되긴 하지만, 내 경우에 그건 지극히 한정적인 부분에만 쏟아지는데 선생님의 경우에는 어느 분야든 가능해지는 것 같은 거다. 


일전에 김혜리의 팟빵에 게스트로 출연하셨을 때에는 일본에 여행간 얘기를 하시면서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좌르륵 말씀하시더니 이번에도 주둔하는 미군과 달라진 한국 사람들의 시선, 그 시선이 달라진 시간의 흐름까지…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했던 걸 새삼 떠올리게 됐다. 내가 아무리 아무리 여성주의 책을 읽어봤자 결코 정희진 쌤처럼 될 순 없다는 것. 이런 류의 사람, 인간 종류는 따로 있다는 거다. 그건 문과냐 이과냐의 문제든, MBTI 의 문제이든, 혈액형의 문제이든, 아이큐의 문제이든, 그러니까 뭐가 됐든 선생님이 속한 인간의 집단과 내가 속한 인간의 집단은 다르다는 거다. 이걸 '류' 나 '집단' 이라는 단어 대신 뭔가 다른 단어를 쓰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여하튼 인간들을 분류했을 때 내 '과'는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살다 보면 이런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보게 되고 만나게 되는데,

읽거나 보는 것들을 습득하고, 그걸 머릿속에서 지도를 그려서 위치시키고, 그 위치에 맞는 다른 것들과 또 연관시켜서 지도를 그려버린다고 해야할까. 내 경우에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하는 맹점을 갖고 있는데 이건 나의 고질적인 문제다. 암기를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 암기라는 건, 내가 이미 이해를 잘 하고 있다면 굳이 필요없는 게 아닌가. 그런데 왜 암기를 못하냐, 머릿속에 그리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머리속에 그리려고 펜을 똭 잡으면 어휴 귀찮아 하고 펜을 던져버리게 된다고 해야할까. 국사, 세계사를 못하는 데에는 어느 시대에 어떤 일이 일어나서 상황이 어떻게 변했고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가지고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하는 걸 내가 그려내야 되는데, 나는 그걸 그리는 사람이 못되는거다. 그보다는 어떤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뭐야 이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 아 너무 힘들었겠다' 이렇게만 되어버린달까. 내가 나 이런 거 문제인 거 알아서 전체적 그림을 그려주는 책을 읽고 도움을 받고자 하면, 읽을 때는 오 알겠어 알겠어 이러는데 책 덮고 나면 기억이 또 하나도 안나는 거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떤 하나에 대해 얘기를 딱 할라치면, 그 전에 이랬잖아요? 그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고요, 그래서 이게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하면서 머릿속에 어떤 하나의 사건을 던지는 순간 지도가 그려지는 것 같은 거다. 지도가 그려진 것뿐만 아니라 지도 곳곳에 또 책장이 있어서 그 책장에서 이것저것 상세하게 끄집어낼 수도 있는 거다. 난 …이게 안돼.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이렇게 머릿속에서 지도를 그리지 못하는 것이,

내가 길치인 것과, 내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과, 요리를 못하는 것과, 프랑스 영화등을 비롯한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클래식 음악의 경우, 나는 공연에 갔다가 이건 완전한 이과의 영역이다, 라고 생각했던 게,

어느 지점에서 어느 악기가 어떤 강도로 어떤 속도로 연주되는지를 배치해야 하고,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합을 이루는지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나의 음악이 탄생하는 거다. 현악기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악기는 피아노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아야 훌륭한 음악이 나오는 거다. 내가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 보러 갔다가 높은 관객석에서 무대를 보는데, 이건 단순히 작곡과 연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지도를 그리고 그러면서도 세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요리도 마찬가지. 각 재료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것들이 어느 순간에 어떻게 섞여야 어떤 맛이 나는지를 이해해야 요리를 잘 할 수 있는데, 나의 뇌는 너무나 단순하게


버터 좋아

청경채 좋아

둘이 섞으면 더 좋겠지?


이러다 망해버리는 거다. 


내가 도저히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프랑스 영화, 책 등의 예술등에 대해서도 그 어떤 예술의 지도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안에 뭐가 있는 것 같고, 그러니까 그들이 그렇게 한걸텐데, 그게 뭔지를 내가 모르게쒀 …뭐, 문학도 예술이긴 하지만, 내 경우에 스토리에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데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 듣다보면, 선생님은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곳곳에 책장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이게 되는걸까' 싶은 거다. 그걸 다 달달 외우시는 걸까? 아니면 읽다가 혹은 보다가 다 기억이 되는걸까? 나는 왜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거지? 오전에도 우연히 내가 몇년전에 쓴 책의 리뷰 보면서 '뭐야 이런 책을 읽었어?' 라고 깜짝 놀랐는데 내가 그 리뷰로 이달의 당선작도 됐더라. 그런데 정말이지 기억이 전혀, 1도 나지 않는다. 리뷰를 읽어도 모르겠더라. 나는, 왜 읽지? 내가 읽는 이유는 뭐지? 내가 읽는 의미는 뭐지? 왜 선생님은 이렇게 되는데 나는 못하지?


역시… 아이큐 탓인건가.


선생님이 언급하셔서 <동맹 속의 섹스> 주문했는데, <동맹의 풍경>도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런데 이래봤자 뭐해, 나는 읽어도 다 까먹는데, 머릿속에 지도도 못그리는데. 내 머리는 … 뭘 하고 있지?


머리야, 그렇다고 너 싫다거나 원망하는 건 아니야.

나는 이런 나를 받아들인단다. 내 머리, 내 몸, 모두 나지.

내 엉덩이 내 가슴, 모두 나지.

내 팔 내 다리, 모두 나야.

















하도 이슈가 되어서 오히려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중고로 샀고 그래서 아까 잠깐 펼쳐보는데 집 도면이 나오는 거다. 아, 그러면 또 나는 그 도면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일단 건너 뛰고, 글이 다 말해주겠지, 한다. 봐봤자 모르니까 볼 생각이 없어져버리는 부분 … 



에휴, 커피나 내려 마셔야겠다. 

난 학교때 공부 열심히 했어도 전교1등 각은 아닌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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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3-06-14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을 나름 오래 했던 사람으로써 얘기해보자면, 음악을 머리로 하는 친구들과 몸or삘로 하는 친구들은 확연히 달라요. 일단 머리로 하는 친구들의 실력이 확실히 앞서갑니다. 그만큼 하차나 포기도 더 빨라서 아쉽죠. 음악을 계산하려하면 아무래도 즐기질 못해요. 어느 악기가 어떤 역할인지 아는 것도 필요하나, 각종 소리의 어울림에 몸을 맡기다보면 알아서 리듬을 타고 계실거에요^^ 저도 곡 전체의 그림은 볼 줄 모르지만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23-06-14 16:13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제 경우에는 리듬 타는 거야 무리 없지만 (둠칫 두둠칫) 가사 있는 노래에 반응하거든요. 서사에만 반응한달까요. 가사 있는 노래에는 막 울고 웃고 기쁘고 이러는데 가사 없는 음악에 있어서라면 기억하지도 못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 바로 저의 뇌 구조가 뭔가 작용을 할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가사 없는 음악을 기억 잘하는 사람들은 아이큐가 좋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으하하하핳. 가사가 없는데 어떻게 음악을 기억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물감 2023-06-14 16:18   좋아요 1 | URL
아 어디선가 노래들을 때 가사를 보느냐 멜로디를 보느냐 하는 설문을 봤는데, 다락방 님은 가사쪽이시군요ㅋㅋㅋ 저는 무조건 멜로디라인... 가요든 클래식이든 들으려고 듣지 말고, 백색소음마냥 틀어놓고 다른 일에 집중해보세요. 저는 그렇거등요ㅋㅋ

잠자냥 2023-06-14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다락방님이야말로 이것저것 끌어와서 합쳐서 새로운 생각해내는 데 천재 같은데요?
희진쌤의 평민버전이랄까.ㅋㅋㅋㅋㅋㅋㅋㅋ 희진쌤은 저기 안드로메다급이고(희진쌤은 또 버틀러를 그렇게 보시는 거 같더라고요 ㅎ)... 다락방님은 희진쌤의 인간버전 ㅋ

희진쌤이 당신이 본 영화랑 책이랑 신문자료랑 등등을 섞어서 새로운 생각을 똭- 내놓는 거 지금 다락방님이 이 서재에서 하고 있는 일입니다.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웃기고 좀 더 먹는 냄새 나는 버전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4 16:15   좋아요 2 | URL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잘하는 게 있다는데, 저는 유독 잘하는 건 없지만 유독 못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생확속에서의 정리정돈도 그렇지만 머릿속 정리정돈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체적인 큰 그림도 못보고 구조도 잘 못보고 … 뭐,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핫. 그렇다고 슬프거나 한 건 아니고요, 아 세상엔 저런 사람도 있구나, 나같은 사람도 있고 …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핫.

그나저나 먹는 냄새 나는 버전 이라 … 제가 앞으로 소식하는 삶을 살고 식이 조절하고 그래가지고 먹는 냄새를 좀 글에서 빼볼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말)

망고 2023-06-14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터 청경채가 왜 망해요? 맛있을거 같은데요ㅋㅋㅋㅋㅋ저는 어떤 노래도 가사를 안 듣는데 다락방님은 저랑 반대시군요 오호! 암튼 다락방님 글도 책에서 영화로 또 연애썰로 막 뻗어가다가 일상에 적용한 재밌는 글들로 마무리 하시는거 보면 너무 천재적이신데요 다락방님 넘 겸손하십니당😄

다락방 2023-06-15 09:18   좋아요 1 | URL
너무 맛이 없어요, 망고 님 ㅋㅋ 저 깜짝 놀라서 이걸 어쩌나 고민하다가, 이미 버터에 볶은 청경채 물로 다 씻어낸 다음에 된장찌개 끓여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가사 없는 음악 듣고 좋다고 느끼고 그래서 책 읽거나 공부할 때 틀어두긴 하지만, 그 음악들을 기억하진 못하더라고요. 에피톤 프로젝트 앨범에도 연주곡들이 있거든요? ‘이거 에피톤 꺼다‘는 알지만 그 연주곡들 중에 어떤 곡인지는 모르겠어요. 가사가 없으면 그 곡이 기억이 안돼요. 하하하하하.

건수하 2023-06-14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진샘은 논리 다락방님은 마음
전 둘 다 넘 좋은데요? :)

다락방 2023-06-15 09:18   좋아요 0 | URL
희진샘은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는 분이시고 저는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질 않아서 말이지요. 하핫.
저도 머릿속에 지도를 그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똑똑한 인간이 되어있을 것 같아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6-14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진샘의 지식은 참말로 👍
저는 매거진을 항상 두 번씩 듣거든요.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다 내뱉어 버리시니까 다 듣고 나도 돌아서면 기억이 잘 안나는 거에요. 제가 듣기가 좀 약하거든요.ㅋㅋㅋ
그래서 다시 또 듣는데도 전혀 지겹지가 않아요. 오히려 앞서 놓쳤던 부분들이 이제 다시 들린달까요?
들으면서 희진샘의 달변이 미리 자료 조사를 하셔서 대본을 읽으시는 건지? 막 속사포로 내뱉으실 때는 분명 에드립같아 보이는데 이 에드립도 지식인 거잖아요.? 들을 때마다 저도 놀랍니다. 더군다나 쌤은 드라마도 많이 보셔서 놀라기도 했지만 장면들을 어떻게 기억을 다 하시는지? 오늘 다시 듣기 한 것 중 <비밀의 숲 2> 드라마를 언급하신 것 같던데 조승우 배우가 내뱉었다는 장면은 금시초문이라...길을 걷다가 또 감탄했었네요^^
큰 그림을 그리는 구조적인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촘촘하고 미세한 감수성의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 있는 거란 생각을 하는데 다락방 님은 후자가 아니신가? 생각합니다. 우린 또 감수성에 민감한지라...다락방 님 글을 읽는 거구요^^

다락방 2023-06-15 09:30   좋아요 1 | URL
저도 희진샘 매거진 두 번들을 때도 있지만 다 그렇진 못하거든요. 왜냐하면 ‘두 번 들어야지‘ 할라치면 김혜리의 매거진이 발행되는 겁니다. 아하하하. 그래서 두 번씩 들어야지 다짐해도 못들어요. 김혜리 기자의 매거진도 클래식 코너 두 번 듣고 싶은데 발행되는 매거진을 전부 다 듣지 못할 때도 있어서요.

정희진 쌤 매거진 들으면서 대체 이 책들을 언제 다 읽고 영화는 언제 다 보시고 또 드라마는 언제 다 보시나 싶더라고요. 유명한 드라마는 다 보셨더라고요? 저는 이름만 들었지 안 본 드라마들(비밀의 숲, 글로리) 모두 다 보시고, 한장면 영화 얘기 하시는 거 보면 그 영화만 본 게 아니라 그 감독이나 배우들의 다른 영화들도 막 술술 읊으시잖아요. 되게 많이 읽고 보시고 또 그걸 죄다 기억하시는 분 같아요. 넘나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저 보통사람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은오 2023-06-15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버터 좋아 청경채 좋아 둘이 섞으면 더 좋겠지?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귀여운 요리고자라면 사랑할 수 있지.... 근데 저희 결혼하면 그냥 맨날 사먹어야겠어요.

다락방 2023-06-15 11:24   좋아요 3 | URL
아 요리고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요리고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뭔가 좋다 요리고자.

안녕하세요? 요리고자 다락방 입니다!!

그리고 은오 님, 나 돈 잘벌어요. 맨날 사먹는 거 괜춘괜춘!! 나한테 다 맡겨!! 빠샤!!

잠자냥 2023-06-15 11:44   좋아요 1 | URL
요리고자 다락방 웃기다.
뭔가 라임이 맞는 듯해요. 요리고자 락방 체력고자 은오~

다락방 2023-06-15 11:52   좋아요 1 | URL
고자중의 최고는 요리고자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15 12:04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은 그림고자 합시다 투비에서 그림을 봤어요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6-1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악은 멜로디가 좋아야 듣게 되고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도 악기 구성, 배치, 합은 잘 모르고요. 듣다 보면 자주 듣는 곡들은 기억나더라구요. 클래식 음악은 들으면서 좋다 하는 곡은 따로 list화해서 자주 들어서 그런 듯요^^;
저는 영화 많이 보는 분들이 신기합니다. 정희진 선생님도 많이 보시는 것 같은데 말이죠ㅎㅎㅎ
그리고 다락방님이야말로 지도 잘 그리시는 분 아닌가요? 통합적으로 잘 엮어내시는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육십대의 '엘레나'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병. 약을 먹어야만 비로소 뇌가 보내는 신호가 나의 팔다리에 도착하는 그런 병이다. 그나마 약효의 지속도 몇시간 뿐인지라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내가 아무리 팔을 들어올리고 싶어도 내가 아무리 걷고 싶어도 다리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고개는 언제나 푹 숙여져 있어서, 앉아 있다면 상대의 다리만 볼 수 있고 서 있다면 상대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약을 먹어도 고개는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화장실가서 소변을 보는 일도 어렵고 언제나 침을 흘리고 지낸다. 그런 그녀를 사십대의 딸 '리타'가 돌보아주고 있었다. 어머니의 약을 챙겨주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챙겨주고 건강보험을 챙겨주고 … 그런 딸 리타가 어느 날 성당 종탑에 목을 매달고 죽었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했다. 모두가 자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엄마 엘레나는 그걸 믿을 수가 없다. 아니, 걔가 비오는 날 성당에서 자살한다고? 그건 말도 안돼, 걔는 비오는 날에는 성당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애야, 어릴 때 제아비로부터 비오는 날 성당의 종탑 밑에서 피뢰침 맞고 죽은 신부의 이야길 듣고 비오는 날이면 성당 근처로는 절대 안가는 애라고, 그런데 비오는 날 성당에서 자살했다고? 아니, 아니란 말야!


그녀는 경찰에게 이건 자살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경찰은 이미 사건을 종결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엘레나는 이제 자신의 딸에게 일어난 일을, 분명 자살이 아닐테니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그녀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해. 내가 생각도 하고 추리도 할건데, 그런데 이 몸으로는 안되겠다, 몸이 필요하다. 내 대신 조사해줄 몸, 육체가 필요해. 엘레나는 생각 끝에 이십년 전 인연을 소환한다. 그래, 맞아! 그 여자! 이십년전 리타가 구해준 여자, 리타에게 빚을 진 여자! 그녀는 우리에게 빚을 갚아야지, 그녀에게 사정을 얘기하자, 리타가 죽었다고 얘기하자, 그러면 그녀는 나를 도와줄거야! 지금 시급해진 일은 일단 그녀를 찾아가는 일이다. 약을 먹고 약효가 돌기를 기다리고, 자 이제 한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다, 다음 다리도.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 맞춰 기차를 타러 가자. 간신히 기차를 타면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할지를 알고, 거기서는 택시를 타야겠다, 나는 그녀의 집을 알아, 일단 가서 얘기만 하면, 그 다음은 그녀가 도와줄거야.



엘레나에겐 가족이라곤 리타 뿐이었다. 게다가 엘레나의 몸은 어떤 몸인가. 움직일 수 없는 몸이다.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이다. 뇌의 신호를 전달하는 도파민에 오류가 생긴 몸이다. 그런 그녀를 리타가 수족처럼 도와줬는데, 돌봐줬는데, 그런 리타가 없다. 앞으로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까. 그 몸으로 혼자 살아야 할 엘레나는 딸의 죽음이 비극이지만, 혼자 남은 삶도 힘겨울텐데. 


그런 한편 나는 리타의 죽어감을 생각했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 죽었든, 죽기 직전 그녀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죽기 싫다'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하게 '우리 엄마 어떡하지?' 가 아니었을까. 나 아니면 밥도 약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사람, 나의 돌봄이 강렬히 요구되는 사람, 내가 아니면 나처럼 돌볼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를 두고 죽어가는 리타의 마음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죽기 직전까지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까. 나는 책이 막 시작된 부분에서, 엘레나가 약효가 돌기를 기다리다가 가까스로 다리를 움직이기도 전부터, 리타의 죽음을 생각했다. 죽어가는 그 마음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우리 엄마, 를 두고 죽어가는 그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엘레나의 처방전은 이제 누가 받아다주나.


그렇게, 기어코 엘레나가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몸이 되어줄 상대를 찾아갔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딸을 살해한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까? 


처음 몇장만으로 이 책은 파킨슨병에 걸린 육십대 여자가 딸의 살인범을 찾는 추리소설로 읽힌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몸이, 그런 엄마의 옆에 있을수밖에 없는 리타의 돌봄이 드러난다. 어라, 이것봐라? 종국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너 내 딸에게 빚이 있잖아, 이제 그걸 갚을 때야. 그런데 상대가 말하는거다. 내가 네 딸에게 빚이 있다고? 무슨 소리야? 난 그런 적 없어! 그리고 다시, 몸의 이야기. 여자의 몸이 놓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아픈 몸, 갇힌 몸, 살고자 몸부림치는 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난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물음은 단순히 아픈 몸이어서가 아니라, 건강한 몸이어도 마찬가지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파킨슨 병이 그렇게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가부장제가 그렇게 만든 것이기도 하다. 엘레나의 몸은 파킨슨의 지배를 받고 있다면, 파킨슨을 만난적 없던 다른 여자의 몸은 남편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몸은, 그렇다면 누구의 몸인가. 



와,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는데. 처음엔 리타를 죽인 범인을 찾아라! 그러나 몸이 불편한 엘레나가 찾을 수 있을까? 했다가 책장을 덮을 때면, 왜 나의 몸, 나라는 이 여자의 몸을, 그러나 내가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인가, 생각하게 되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에서 내 의지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피해자로만 두어야 하는가, 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억압받는 몸이기만 했나, 억압받는 내 몸으로 타인의 몸을 다른 식으로 억압하지 않았나. 



이 책은 아르헨티나 작가의 책이다. 분량도 적어서 금세 읽히는데, 그러자 나는 이 이야기가 원서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번역서와 나란히 놓고 본다면 이 이야기가 더 깊게 들어오지 않을까 했던 것. 그러나 아르헨티나 작가라서 원서는 스페인어였고, 나는 스페인어는 el beso 밖에 모릅니다.

















왼쪽의 <Elena Sabe> 는 스페인어, 오른쪽의 <Elena Knows>는 영어책이다. 아무튼 그래서 원서도 영어책도 안샀다는 이야기. 그런데 엘레나 사베 표지 너무 좋지 않나요? 비록 표지속의 여자는 걸음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말입니다.



일요일에 이 책을 읽고 전형적인 표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그 책을 권할 때 쓰는 클리셰.


'일독을 권한다'


여러분,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번역된 이 작가의 책은 이거 한 권 뿐이던데 다른 책들의 번역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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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6-13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포일 안 하려고 애쓰신 게 느껴지고 ㅎㅎ 궁금하네요. 추리물로 시작된 소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세상에 재미난 책 왜이리 많은가요 기쁘고 슬픕니다 ㅠㅠ

다락방 2023-06-13 08:47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스포일 안하려고 엄청 애를 썼어요. 그걸 느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책이었어요, 독서괭 님. 아 정말 책읽는 거 너무 즐겁지 않나요? 전 너무나 좋습니다!! 꺄울 >.<

건수하 2023-06-13 0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급박해집니다.

El beso 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았어요. 전 El Nino를 압니다! ^^

다락방 2023-06-13 11:20   좋아요 3 | URL
저 지금 또 급박해져서 책 사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맹의 섹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6-13 13:05   좋아요 0 | URL
그게 뭐죠... 동맹속의 섹스???

다락방 2023-06-13 14:14   좋아요 3 | URL
네, 동맹 속의 섹스!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 듣는데 쌤이 언급하시더라고요. 뭐 그런 제목의 책이 있어? 검색했더니 있길래 잽싸게 장바구니로 고고!! ㅋㅋ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853

잠자냥 2023-06-1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l beso ㅋㅋㅋㅋㅋ 유일하게 아는 스페인어가 그렇게 쓰였군요!
아휴 이 급박자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3 11:56   좋아요 1 | URL
관심있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보다 절절하게 온몸과 마음을 다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 괴로운 날인 것 같다. 우리가 연애와 사랑 때문에 삽질하는 시간은 누구나 철학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생각을 잘 정리하며 확장하는 힘은 연애에 아주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서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이제부터 함께 생각해보자. - P7















본격적으로 사랑에 대해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 건 2017년 이었다. 5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4월이었는지도. 그즈음의 나는 그 당시의 연애 때문에, 정확히는 내 사랑 때문에 지독하게 괴로웠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 사랑은 내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 때 어떤 일이 발생했고 그 일은 나를 침몰시켰다. 나는 그게 너무나, 너무나 괴로워서 숨쉬기도 힘들었고, 이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명쾌한 어떤 해결책 혹은 방법에 대해 듣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했고, 그러나 그 일을 밝히는 것은 내 자신 스스로가 허락하질 않았다. 너무 괴로워서, 정말이지 너무 괴로워서, 나는 내가 그토록이나 좋아하던 상대에게 '우리 잠깐 시간을 갖자' 고 말했다. 지금의 이 폭발적인 괴로움은 관계를 더 엉망으로 만들 것 같았고, 나의 못난 모습을 한꺼번에 튀어나오게 할 것 같았다. 그런 한편, 어떻게든 그가 나를 잡아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게 그게 아니라고, 그걸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말라는 말들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간을 힘들게 보내면서, 왜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나 힘이 든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힘든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나는 그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길 바랐지만 그는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는 것. 내가 바란 걸 그는 다 충족시켜주지 않았고, 그건 그가 바라는 바와 내가 바라는 바가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그도 역시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은 같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그 문제를 맞닥뜨린 일이 괴로운 이유는,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어서, 우리 앞에 이별이 너무 당면한 문제여서, 그래서 나는 그토록이나 괴로웠던 것 같다.


사랑을 공부해야지, 사랑을 공부하면 나는 어쩌면 이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몰라. 사랑을 공부하다보면 내 앞에 다른 길이 열릴지도 모르고, 사랑을 공부하다보면 내 마음은 안정될지도 몰라. 에바 일루즈도 그 후에 만난것일테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 내가 더 많이 알게 되고 우리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내가 괴로웠던 이유를 알게된 건, 사랑에 대한 책들을 읽어서 가능해진 게 아니었다. 끊임없이 내가 나에게 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왜 괴로운가, 그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 그것은 그렇게나 화가 날 일이었는가. 


아주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야, 그 때 그 일이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때 화가 났던 것, 그렇게나 힘들었던 건, 바로 그 때 그런 식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불안을 건드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상대와 그 때 혹은 그 상대와 다른 때 일어났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정말이지 뒤늦게 들었다.



이 책, 《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의 저자 '허유선'은 철학하는 사람이다. 일전에 팟캐스트를 듣고 관심있어 메모해두었던 작가이고 그렇게 책도 두어권 사두었던것 같다. 제목만 보면, 아무리 사랑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 해도 결코 사지 않을듯한 제목인데, 그런데 이런 제목의 책을 쓴 사람이 철학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애와 사랑으로부터 오는 철학적 사유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하면, 연애를 하면, 누구나 철학을 하게 된다. 아, 물론 그 연애와 사랑으로부터 끊임없는 생각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생각없이는 철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허유선이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말들은 내가 모르는 바가 하나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미 나의 그동안 삶에서, 작게는 연애와 이별과 사랑에서 깨달은 부분들이었다. 상대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나만큼이나 상대도 외롭다는 것-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상대에게 나의 보호처가 되기만을 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상대를 숭배해서도 안된다는 것, 우리 사이는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을 사랑하느냐는 나의 결핍이 드러나는 일이라는 것. 


평등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 사이는 평등해야 한다. 이 당연한 일이 연애에서 무너지는 일이 허다하다. 상대를 자신보다 낮추는 일도 평등하지 못함에서 오는 일이지만, 상대를 자신보다 높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를 높여주는 게 왜 문제냐고? 나를 높이는 순간 너는 낮아지기 때문이고, 그것은 수평적이지 못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자신보다 낮추는 사람을 만난 일은 없지만, 나를 자신보다 높이는 일을 더러 경험했고, 이 일은 정말이지 몹시도 피로하고 지옥같다. 도망치고 싶어진다. 

언젠가 친한 친구 D 가 나를 만나면서 '우리 사이는 평등해서 편안하다'고 말을 했는데, 그때까지 친구든 연인이든 평등에 대해 기본전제라고 생각하던 터라 놀라운 말이었고(아니,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그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관계들이 떠올랐다. 내가 힘들었던 관계들이. 



사랑을 하지 않고 살아도 별 상관없지만, 그러나 사랑을 한다면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난 관계들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을 나에게 묻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그 다음 연애를 할 때에는 그 전보다 나은 연애를 해야하지 않겠나. 



우리, 진짜 좋은 사랑을 하자. 그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혼자서는 사는 법도 사는 맛도 모르는 미숙한 어린애로 멈춰선 사랑 말고, 안 그래도 고된 삶의 무게를 그 사람에게 더 얹어버리는 사랑 말고, 다른 사람의 생명력에 빌붙어서 업혀가는 사랑 말고, 같이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랑을 하자. 그런 사랑은

‘난 너 없으면 안 돼, 너 없인 못살아‘에서 멈추지 않는 사랑이다.

자기 인생도 꾸리기 벅찬데 왜 남의 목숨까지 떠맡아야 하는가.

그 사람 없이도 당신은 숨 쉬고 밥 먹고 잠들며 계속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꼭 그 사람과 함께 인생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고 싶은 사랑으로 나아가자. 힘들고 고되어도 살아 있는 시간이 의미가 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사랑을 하자. 씩씩하게 앞으로 다가올 사건과 관계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가 되는, 그런 사랑을 하자. -P.164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 때문에 괴로웠던 때가 떠올랐고, 그 때 내가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또다시 괴로웠다. 내가 만약 그 때 힘들어하지 않았다면 우리 관계는 지금 좀 달라져있을까?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그렇게 달랐던 이상 필연적으로 이별은 왔었겠지. 그래서 그 사람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행복해라, 아프지 말고.

누나는 요즘 자주 아프다.



책을 샀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어제 읽었고 와 너무 좋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페이퍼를 쓰고 싶은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뻐…


《도둑 맞은 집중력》은 읽고 조카들 주려고 사긴 했는데 사실 문제는 내게도 심각하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앱을(때로는 북플앱도) 삭제했다가 다시 깔았다가를 반복한다. 이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하릴없이 계속 보게 되어서… 문제다, 문제.


《더티 워크》너무 읽고 싶지 않나요?


《교만의 요새》는 마사 누스바움 책이고 계속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샀다. 마사 누스바움 책장에 꽂아두었다.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은 원서를 이미 가지고 있던 바, 번역서 나온거 알고 얼른 샀다.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읽어보겠다! 하고. 그런데 왜 일곱 남편일까. 정말 남편 일곱인 부분? 어쩐지 싫어. 일곱이나 되어야 할 정도로 남편들이 다 구립니까?



금요일에 조금 일찍 퇴근해 병원에 갔다. 그리고 호흡기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거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왔다. 약 때문인지 여하튼 내내 기분이 우울햇는데, 일요일엔 그 우울함이 극에 달해서 이런 나를 위해 뭘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심하다, 광화문에 가자, 광화문에 가서 원서를 사자! 이렇게 되었다. 왜 때문에 이런 흐름인지 …

이것은 그러니까 책을 너무 많이 사서 또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원서를 … 이라는 기괴한 흐름이기도 했고, 사실 허유선의 책을 읽고나니 그 당시 나를 괴롭혔던 남자 생각이 너무 나가지고, 그 남자는 대한민국에 있지도 않은데, 나의 망상 펼쳐지면서, 어쩌면 광화문 교보에 가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해괴망측한 생각을 해가지고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만날 수 없었고 그래서 여하튼 원서 코너에 가서 아무거나 하나 사들고 가자~ 하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



번역본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는데 없어서, 아마도 읽지 못하겠지?

영어책 읽기는 지금 친구들과 잠정적 중단 상태인데, 영어책 읽기를 친구들과 같이 했기 때문에 그동안 열네권의 영어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정말로 친구들에게 고마워하는 부분이다. 그 친구들이 함께 읽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 인생에 영어책 완독은 없었을 것


아무튼 그래서 혼자 읽어볼까 하고 사긴 했지만, 번역본 없어서 아마 또 책장에 넣어두고 먼지만 쌓이겠지.

대충보니 여자주인공의 언니가 스페인에서 결혼식을 올리게됐고, 그 결혼식에 갈 파트너를 여자는 찾아야 하는데, 그게 같은 회사에 다니는 어떤 남자인 것이었던 것인것 같다. 재밌겠쥬? 그 과정에서 아마도 사랑은 샤라라랑~ 따라오겠지.


아, 마음이 괴롭다. 왜이렇게 괴로운걸까. 일하기 싫어서 괴로운걸까.

아무튼 마음이 괴롭다.

어제는 너무 마음이 괴로워서 술을 마셨다. 

마치 괴롭지 않았을 때는 안마셨던 것처럼 


아, 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 사람 곁에 있고 싶고, 그 사람과 함께 삶을 나누고싶다면 상처는 없을 수 없다. 물론 나와 공통점이 많아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그 사람‘인 것은아니다.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닿고 싶고 연결되고 싶어진다. 내가 나인 채로 족하다면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 P22

감정에 허우적거릴 때는 스스로 그 감정의 주인이수 없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속수무책 끌려갈 따름이다. 사랑에빠지는 것과 능숙하게 사랑을 잘하는 것이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길 바란다. 사랑에 빠지는 일은 확실히 내가 손을 쓸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다.
하지만 사랑을 ‘하는 일은 다르다. 이미 사랑을 시작해버린 단계에서 바랄 수 있는 건 사랑을 ‘잘하는‘ 일이다. 특히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말로만 사랑한다고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상대방에게 사랑을 주는 일, 이제는 사랑을 주는 일을 잘할 차례다. - P24

그냥 같은 장소에 있는 것 말고, 육체의 접촉이든 생각의 교류든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든 우리는 단지 ‘나란히‘를 넘어선 ‘연결’과 ‘함께‘라는 것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이틀에 걸쳐 한 병씩 소주를 마시는 것과 하룻밤에 소주 두 병을 연거푸 마시는 것이 전혀다른 일인 것처럼, 전체는 단지 부분들의 총합이 아니다. 그러니 어떤 종류의 외로움은 그저 많은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만으로는충족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아도 질적으로 충실한 연결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 P36

지나친 외로움에 지친 마음은 때로 분노로 변하기도한다. 마음이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고인물은 썩는다는 말처럼 외로움은 때로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하지못하도록 썩은 물로 나를 이끌기도 한다. - P40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많은 철학자들이 고통을 다룰 때 하는 말이다. "아프다고 해도 당신이 고통그 자체는 아니다." 치통때문에 너무 아파도 ‘나‘라는 사람이 곧치통은 아닌 것처럼, 외롭다고 해도 당신이 그 지독한 외로움 자체는 아니다.
자신을 외로움에 전부 내주고 외로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면 당신이 느끼는 외로움과 깊은 고립감,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
념과 무력감 등을 당신을 마주하는 다른 사람들이 겪게 될 것이다. 당신이 느끼는 고통만큼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 P41

당신이 누구든, 어떤 연애를 하고 있는 상관없다. 다만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상대방도 외롭다는 것을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 P57

외롭다고 해서 외로운 채로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밀물과 썰물처럼, 외로움이 늘 나와 함께하는 만큼 외로움을 넘어서려는 시도 역시 늘 나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외롭고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서로의 부족함이 만나 함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간다.
완벽할 수는 없어도 지금과 다를 수는 있다. 나 혼자만 있던 세계에서, 너와 ‘함께 있는‘ 우리의 세계로. - P61

철저한 숙명론자였던 철학자 스피노자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음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흘러가고 흩어지는 감정들에 나를 내맡기지 말고, 스스로가 그 감정의 주인이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데 새삼스레 주인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일어나는 일들을 나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허우적거리며 그 일의 뒤치다꺼리를 하겠지만, 받아들이고 난후에는 침착하게 그 일을 마주하고,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P81

"넋 빠진 놈." 한참 사랑에 겨운 사람은 심심찮게 타박을 듣는다.
"야, 정신 차려 완전 꿈속이네. 눈에 보이는 게 없구나?" 때로는비아냥이, 때로는 부러움과 질투 섞인 타박들이 쏟아진다.
심지어 플라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일종의 접신 상태와 같다고 한다. 인간이면서 신의 세계에 닿아 있는 상태라고 반은 제정신이고 반은 정신이 나갔다고 할 수도 있겠다. 플라톤은 우리의인간적 정신에 여백이 생겼기 때문에 신적인 요소가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채우려면 빈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 P101

‘도대체 저런 사람을 왜 만날까? 쟤가 뭐가 좋다고 저렇게 절절 매지?‘라고 생각되는 연애를 하는 친구가 주변에 꼭 한둘은 있다. 그들의 이해 못할 선택도 그 친구 나름으로는 합리적인 셈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별로여도 그 친구에게만큼은 삶을 더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연애로 진입하는 결정적인 요건은 일반적인 기대나 결핍이 아니라 바로 그사람의 기대와 결핍‘과 ‘나의 기대와 결핍‘이다. 이 2가지가 서로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성공적으로 연애라는 궤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P131

지금까지의 가르침 중 한 글자만 남기라면 어떤 글자를 남기겠냐는 제자의 물음에 공자는 ‘서‘를 남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음이 적극적으로 가다 보면 적당한 거리감을 잊을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한쪽에서 무작정 많이 퍼준다고 다른 쪽에서 무조건 응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 P150

이런 관계에서 상대방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까지 알고 시작했으며 부족한 부분까지이해하고 품어주는 마음씨 좋은 엄마이고 아빠‘와 같다. 따라서상대방이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못하면 자신을 배신한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숨겨주는 빈방 같았기에 사랑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계속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가 더 이상 자신을 품어주지 않으니 ‘너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걸 연애라고 볼 수 있을까? 베이비시터를 고용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 P186

이제는 제발 그러지 말자. 그런 건 사랑을 하는 것도아니고 심지어 사랑을 요구하는 태도도 아니다. 단지 상대방의 피를 말리는 일이다. 상대방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무엇으로만 느낀다면 그게 뱀파이어식 태도지 뭐겠는가. 상대방도 맨날 힘이 남아돌진 않는다. 자신의 괴로움과 슬픔은 자신밖에 모르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자기만의 삶에서 오는 피로와 어려움이 있다. 그렇게 당신에게 다 줘버리면 어디서 기를 보충해다시 위로해주겠는가. 끝내 계속 유지될 수도 없는 관계다. - - P187

또 연인은 당신과 사랑하고 싶어서 만나는 것이지 이 세상을등지고 숨어 있고 싶어서, 당신에게 빈방을 내어주기 위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는 점도 기억하자. 연인에게 보호와 변호만 원한다면 그 사람을 보호자나 변호사라고 부르지 왜 연인이라고 부르겠는가. 혹시 당신이 원하는 사랑은 보호와 변호뿐인가? 그러면 연애는 손잡고 뽀뽀하고 섹스도 하는 보호자나 변호사를 두는 일인가?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연애다. - P192

그러니까 우리, 진짜 좋은 사랑을 하자. 그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혼자서는 사는 법도 사는 맛도 모르는 미숙한 어린애로 멈춰선 사랑 말고, 안 그래도 고된 삶의 무게를 그 사람에게더 얹어버리는 사랑 말고, 다른 사람의 생명력에 빌붙어서 업혀가는 사랑 말고, 같이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랑을 하자. 그런 사랑은
‘난 너 없으면 안 돼, 너 없인 못살아‘에서 멈추지 않는 사랑이다.
자기 인생도 꾸리기 벅찬데 왜 남의 목숨까지 떠맡아야 하는가.
그 사람 없이도 당신은 숨 쉬고 밥 먹고 잠들며 계속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꼭 그 사람과 함께 인생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고싶은 사랑으로 나아가자. 힘들고 고되어도 살아 있는 시간이 의미가 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사랑을 하자. 씩씩하게 앞으로 다가올 사건과 관계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가되는, 그런 사랑을 하자. - P194

동굴 밖에서 연인을 만나는 일은 연인과 함께 숨을 쉬고, 밥을20먹고, 거리를 걷고, 영화를 보고, 생일을 보내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고, 마주하는 일이다. 매일 움직이고 매일 만나고, 그래서 때로는 매일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 있기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과거의 어느 한곳에 멈춰 머무르지 않고 이곳까지 왔기 때문에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도망쳐 멈춰버리고싶은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조금씩 달라져왔기 때문에,
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 P195

머리카락이 길고, 몸무게가 들쑥날쑥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이달라지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변한다. 당신이 아는 것은 그때 시간에서의 한 가지 정보일 뿐, 앞으로의 시간까지 전부 포함하는변하지 않는 무언가는 아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본래 이런 사람이고, 우리 관계는 원래 이러했다고 전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냥 그때는 그랬던 것뿐이다. - P223

마투라나는 처칠과 히틀러를 예시로 든다. 히틀러는 자서전『나의 투쟁』을 통해서 자기 행동의 목적과 전체주의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의 슬로건을 들고 나타난 신사들(영국의 기존 정치가)은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며 히틀러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러나 처칠은 당시 영국 정치가들과 달리 부드러운 관용의 탈을 쓰지 않고 제대로 히틀러를 보고 들었다. 그 덕분에 히틀러의 의도와 행동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히틀러를 막을 수 있었다. - P230

만일 당신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면 괴로움과 실의에 빠져 있을 때도 당신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일 당신이 사랑이 부족한 채로 자라났다면 어떨까?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지만 그 허기짐과 구멍 뚫린 공간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꿈꾸는 사랑은 다른한쪽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쪽이 다른 쪽을 떠맡아 대신 멀쩡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상대방을 좋아하고 아끼는 건 상대방도 어쩌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마음을 대신 떠맡아주는 일과는 다른데 말이다. 나도 한계가 있는 보통 사람인데, 사람들은 종종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당연히 감당해주기를 요구한다. 아무리 사랑해도, 힘이 달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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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6-12 10: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누나는 요즘 자주 아프다 ㅠㅠㅠㅠ

책을 너무 많이 사서 또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원서를… 이라는 기괴한 흐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이렇게 공감돼죠 ㅋㅋㅋㅋㅋ
우울하면 책을 사는 이 건전함 뭐죠. 마치 우울하지 않았을 때는 안 샀던 것처럼??
오늘은 우울하지 않기 힘든 월요일이지만 저녁에는 마음이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오늘 아무도 다락방님 괴롭히지 마랏!!

잠자냥 2023-06-12 11:14   좋아요 2 | URL
다정괭

다락방 2023-06-12 11:34   좋아요 3 | URL
다정한 독서괭님 애정합니다 ♡

저는 만약 루틴이 없는 삶을 산다면 한없이 늘어지는 사람일 것 같아요. 게으름의 정점을 찍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몸무게도 200KG 이 넘어갈 것 같고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어쨌든 매일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고, 출근한 이상 맡은바 일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취미생활(책읽기 글쓰기 술마시기)도 해야하니 우울함에 침몰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직장생활은 대부분 피로하고 고달프지만, 그러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듭니다.

오늘은 저녁 맛있는 것 먹고 술도 마시면서 기분이 나아질 예정입니다. 언제는 안마셨던것처럼 …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12 12:0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취미 술마시기 좋으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저는 오늘은 안 마실 생각이지만.. <사이렌> 남은 회차 보다 보면 아마도 또 맥주를 딸 것 같은데...

다락방 2023-06-12 12:11   좋아요 2 | URL
취미가 맞는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렌 심장이 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6-12 12:55   좋아요 0 | URL
다정괭은 요즘 술마시면 너무 졸려서 잘 못마시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좋아합니다 ㅋㅋ
다락방님 맛난 거 많이 드세요!!

다락방 2023-06-12 14:13   좋아요 1 | URL
전 그냥 점심 먹고 왔을 뿐인데 왜 졸리죠? ㅜㅜ 자고싶다.. ㅠㅠ

새파랑 2023-06-12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괴로울때는 술마시기 보다는 책! 이 좋은거 같아요~!

다락방 2023-06-13 07:56   좋아요 0 | URL
언제나 그런건 아니지만, 좋은 문장을 만날 때면 마음이 풀어지는 걸 느낄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할 때 ‘아 좋은 문장을 읽고 싶다‘하는 기분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어제는 술도 잔뜩 마시고 수다도 떨었습니다! ㅋㅋ

헬가 2023-06-13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지나가는 행인이지만(실은 너무 자주 지나가는 ㅋ) 이번 글에는 그냥 지나갈 수가 없네요 이런 글은 좋아요보다 리스펙트! 를 날리고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3-06-13 07:57   좋아요 0 | URL
어느 지점에서 리스펙 일까요. 연애를 후회하지 않는 지점일까요, 읽지 않을 원서를 사는 지점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6-13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몸이 힘드셔서 더 괴로우신가봐요😭 토닥토닥
저 토요일 늦은 오후쯤 광화문 교보에 있었는데!! 원서 코너도 들렸는데!!! 혹시 다락방님 스쳤을까요???
저는 저와 의사결정과정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덜 힘들더라고요ㅠㅠ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혹은
하고 싶은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데 또 상대가 그걸 이해 못하면 매번 둘 중 누군가가 (혹은 둘 다) 양보해야 하고.. 그게 누적되면 너무 지치더라고요ㅠㅠ 반대로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뭐라 말한 적도 없는데 서로 생각한 방향이 비슷해서 합이 착착 맞아 들어가면 아무리 큰일이 생겨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래서 으른들이 만나는 사람이랑 같이 여행다녀 와보라고 말하는 것인가!!!

다락방 2023-06-13 15:53   좋아요 1 | URL
책먼지 님, 저는 일요일 오후에 광화문 교보에 갔었습니다. 저는 광화문에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광화문에 가면 대부분 교보를 들르긴 하거든요.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스쳤을 수도 있고 또 앞으로 스칠 수도 있겠네요, 책먼지 님. 샤라라랑~

저는 그간의 연애를 거치면서 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는데요. 그건 제가 연애를 재미있어 하지만, 그러나 연애 맞춤형 인간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저는 상대가 누가 됐든, 상대에게 서운함을 줄 것 같아요. 너무 나자신 맞춤형 인간이라 … 그리고 차가운 도시여자 … 미래의 연인들이여, 안녕 … ㅋㅋㅋㅋㅋ
 

6월호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을 듣는데, 쌤이 아줌마로 불렸던 일에 대해 언급하셨다. 쓰레기를 버리러 갔는데 '아줌마'라고 누군가 세 번이나 불렀고, 그동안 그것이 본인을 칭하는 말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 '저 부르신 거예요?' 했더니 상대는 '여기 아줌마 말고 누가 또 있어요?' 했다는 거다. 쌤은 세 번이나 아줌마로 불리는 동안 그것이 자신을 칭하는 말임을 알지 못한 것은, 본인이 스스로를 아줌마로 정체화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이 에피소드에 크게 동의했다.


2주전이었나, 주말에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데 누군가 내게 길을 묻기 위해 부른 호칭이 '아줌마' 였다. 아줌마, 하는데 나 역시도 그게 나를 부르는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두 번이나 더 불린 다음에야 쳐다봤고 그것이 나를 칭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물음에 답을 해주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이 일을 얘기하며, '그런데 엄마, 나 아줌마 맞지 뭐' 했더랬다. 엄마도 '그치, 너 아줌마지' 라고 하셨다.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부르는 말인데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여성을 대부분 아줌마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내가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여성인만큼 나 스스로를 아줌마로 정체화하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건만,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누가 나를 그렇게 부를 거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거다. 그것은 내가 겉보기에 20대로 보인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아가씨로 불리고 싶다거나 해서가 아니라(아저씨처럼 보임), 내가 아줌마로 불릴 일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아줌마로 불릴만한 상황에 내가 놓였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 평일에 나는 직장에서 직급으로 불린다. 직장에서 아무도 나를 아줌마로 부르지 않는다.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이름으로 불린다. 아무도 나를 아줌마로 부르지 않는다. 가족들을 만나도 마찬가지. 나는 이름으로 불리거나 언니, 누나, 이모, 고모가 된다. 나는 아줌마로 불릴 일이 별로 없는 시간들을 보내왔다. 그러니 그 호칭은 내게 익숙하지 않다. 만약 내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러면 나는 더이상 직급으로 불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때는 평생 들었던 말보다 더 많이 아줌마라는 호칭을 듣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길을 지나가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게 뭔가. 한 직장에서 어떤 직급을 가진 사람인지, 누군가의 고모인지 이모인지, 그걸 알게 뭐야. 그냥 아줌마 1 이겠지. 아니면 아기엄마 1 이거나. 한 번은 거래처에서 아이는 어떡하고 출근하시냐는 물음을 듣기도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비혼이에요' 라고 답했더랬다. 상대가 크게 당황했다. 



요즘은 회사가 새로운 일로 크게 바빠 나 역시도 정신없이 일하고 있고 그러는 틈틈이 자꾸 새로운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 받으며 미팅을 해야한다. 어제 오전에도 그렇게 미팅을 하나 끝냈는데, 오후에 다른 부서의 팀장이 전화를 걸었다. 안바쁘시면 잠깐 내려와달라는 거였다. 무슨 일이세요? 물으니 거래처에서 직원이 왔는데 나한테 인사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평소 나 역시도 그 거래처 직원과 통화를 자주 했던 바, 그렇다면 나 역시도 인사를 하러 가야지, 하고는 명함을 챙겨 들고 갔다. 그런데,


앗!!


거기엔 내가 아까 '저 사람은 누굴까?' 했던, 바로 그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다른층의 접견실에서 주로 미팅이나 회의가 이뤄지고 나 역시도 오전에 거기서 미팅을 했던 바다. 그런데 오후에 내려갔더니 거기에 헬스 트레이너로 짐작될만한 훈남이 혼자 앉아있는 게 아닌가. 저렇게 젊은 훈남이 누굴 만나러 여길 온걸까? 갸웃하며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던 터다. 그런데 내가 늘 통화하던 바로 그 사람이었고, 나한테 인사를 하고 가겠다는 사람이 그 사람이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나는 접견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그분의 이름과 직함을 불렀고, 그 분과 반갑게 인사했다. 사실,


그동안 통화하면서 딱히 막 기분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 별로야 … 늘 생각했던 사람인데, 막상 만나서 인사를 하고 보니 앞으로 통화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ㅋㅋ 내가 어제 쓴 것처럼, 내가 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합'이란 것은 실체로 만났을 때를 전제한다(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져요.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글로만 보는게 아니라, 통화로만 보는게 아니라, 실체로서의 너와 나. 그래야 너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의 합을 알아볼 수 있는 거다. 아, 그렇다고 내가 그 잠깐 동안 뭐 그 사람과 합이 조화를 이뤘다던가 하는 건 결코 아니고, 만나고 나니까 그동안 통화를 하면서 품었던 어떤 부정적인 느낌이 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만나야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 직장에서 이토록 오래 근무하면서 같은 직장에 들고나는 사람들과 외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트레이너 체형 처음 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둔지는 오래된 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읽을 수 업을 것 같아서 미루기만 했던 책. 그런데 며칠전에 트윗에서 이런 걸 본 거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미국에서 한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가 뜬금없이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에 대한 트윗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게 이슈가 되어 신간도 아닌 이 책이 아마존 전체 순위 3위까지 올랐고, 작가도 그 트윗 유저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이걸 번역한 위의 국내 트윗 때문에 알라딘에서도 순위가 올랐다는 것. 

처음 트윗은 이것.




이 책 읽어본 사람들은 다들 극찬한다는데, 그래 그렇다면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고 꺼내들었다.















작가는 두 명인데, 언제나 그렇듯 작가 소개를 읽다가 '아말 엘모흐타르'의 소개에서 이런 구절을 본다.


현재는 남편과 함께 오타와시에 거주하며 소설을 쓰고 있고,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차를 마시거나 역기를 들거나 친구들에게 손 편지를 쓴다. -작가소개 中


네? 여가 시간에 역기요? 오!! 멋진데?

문득 나도 작가소개에 저런 걸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머리서기를 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까마귀 자세를 취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메뚜기 자세를 한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머리서기, 까마귀 자세, 메뚜기 자세 … 다 못하는 거라 한 번 넣어봤다.



아,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장르가 SF 다. 저는 SF 랑 심리적 장벽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큐 장벽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시간의 실 위와 아래, 잡고 전쟁을 일으키고 역사를 바꾸고 … 그래서 몇 장 안읽고 포기할까? 하다가, 아니 남들 다 읽는데 내가 왜 못읽어! 하고 여하튼 가까스로 절반 가량 읽고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차 나아진다. 상황 자체를 내가 이해한 건 아닌데, 어쨌든 서로 적인 '레드'와 '블루'가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에게 편지를 쓰면서 관계가 좀 달라지는 거다. 둘다 '그녀'라고 칭해지는데, 편지는 좀 더 길어지고 편지가 진행될수록 그 사이에 상대에 대한 애정도 깃든다. 그러면서 편지가 아름다워져. 아, 사람에 대한 애정의 감정은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이해를 못해도 끝까지 읽어보기는 하겠다. 





끝에 막 열나 아름다울까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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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09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처럼 보인다는 말에 전철에서 웃다 쓰러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9 09:03   좋아요 4 | URL
오늘도 잠자냥 님을 웃기면서 시작하는 상큼한 하루. 샤라라랑~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6-09 11:50   좋아요 1 | URL
전 아이큐 장벽 에 웃다 쓰러짐요 ㅋㅋㅋ

다락방 2023-06-09 11:57   좋아요 0 | URL
SF 쪽으로는 제 아이큐가 심각하게 낮은듯 해요. 하하하하하

잠자냥 2023-06-09 12:32   좋아요 1 | URL
웃다가 쓰러져서 지금 다시 일어나서 마저 읽음.....

거리의화가 2023-06-09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혼녀이지만 아줌마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심지어 싫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40대 넘고 주름도 생기고 군살도 붙고 이러니 누가 보면 아줌마라고 보겠구나 싶으면서도 그 말 듣는 건 역시 싫어. 그렇다고 아가씨 소리를 듣는다면 간지럽겠지만요. 불특정 다수가 보기에는 그저 일반인일 뿐이고 그럼 ˝저기요!˝라는 호칭 말고는 딱히 없구나 싶기도 합니다만 복잡하네요. 아무튼 옆지기가 그렇게 부를때조차도 싫더라구요. 아줌마라고 부르지마!!! 했다는^^;;;
제가 요즘 보는 중드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 아이가 엄마에게 이름을 불러주더라구요. 그게 참 좋더군요. 엄마도 그저 엄마가 아니라 이름이 불리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다락방 2023-06-10 19:45   좋아요 1 | URL
아줌마라는 호칭이 저도 참 싫은데요 그런데 그게 왜 싫은걸까요. 이미 어떤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멸칭으로 들리잖아요. 뭔가 무시하고 비하하는 것 같은. 그러고보면 저는 나이든 여성을 부를 때 아줌마 라고 안하는데요. 요즘엔 ‘선생님‘ 이란 호칭을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쓰다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아 보여요. 실제로 제가 본 적은 없지만요. 저도 한 번 보고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3-06-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SF 소설이었군요!
제목만 보면 시간관리에 관한 자기계발서인 줄요...
아줌마도 싫고, 어머니도 싫고(내가 왜 당신 어머니야?), 사모님도 싫어요(남자는 사장, 여자는 사모라는 이분법) 진짜...

다락방 2023-06-10 19:47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책을 오늘 다 읽었는데요 이 책은 SF 의 탈을 쓴 로맨스입니다! 사랑 이야기였어요! 하하하하하.
저도 병원 갔을 때 어머니란 호칭 들었는데, 아이들이 많이 오는 이비인후과 였던 만큼 당연히 저를 누군가의 어머니로 상정하고 부르더라고요. 고쳐줄까 하다 말았어요. 아 정말 피곤합니다 ㅠㅠ 내가 누구의 어머니라고 왜 자기 마음대로 생각을 하나요 ㅠㅠ

은오 2023-06-09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진을 제가 봤는데 아저씨라니 아저씨들이 다락방님 같았으면 전 아저씨들 따라다녔습니다 헐 ㅋㅋㅋ
아니 근데 그냥 아줌마라는 호칭 쓰는 거 자체가 무례하지 않습니까 정말?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으면 저기....나 저기요!를 하라고요 인간들아. 사장님 아닌 거 알아도 사장님 하는 좋은 문화도 있잖아. 아가씨도 별로라고!!

근데 제가 아까 합 페이퍼를 읽고 왔는데 또 합이 나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게 합이라기보단.... 그 사람이 훈남이라 아니 근데 훈남이면 합 맞기가 쉽기도 한데.... 뭔지 알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2:3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세상 아저씨들 다락방님처럼 생긴 걸로 상상하니까 웃겨서 다시 쓰러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48   좋아요 1 | URL
제가 그나마 아저씨가 아닐 수 있는건 큰 가슴 때문입니다. 저는 이 큰 가슴만 아니었으면 진짜 딱 아저씨에요 ㅋㅋㅋㅋㅋ 그나마 가슴이 아저씨 때신 아줌마로 보이게 하는것 같습니다. 아짜증나 ・・・ㅋㅋㅋㅋㅋㅋㅋ

네네, 훈남이면 일단 합이 맞을 가능성이 더 높긴하지만, 진지한 버젼으로 가자면, 그것은 또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페이퍼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보지 않으면 합을 알 수 없다, 봐야 알수 있다, 봤을 때 훈남이면 잘 맞을 확률은 더 높다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털보형 2023-07-16 19:02   좋아요 0 | URL
근데 아줌마나 아저씨가 아니면 나이가 적당히 드신 분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줌마가 무례한 호칭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이름도 모르고 직급도 모르고
신분을 모르면 아줌마가 제일 적당한 호칭 아닌가???
음식점의 젊은 여성이 아가씨라고 불렀다고 화를 냈다는 신문기사가 있었지요.
사회적 합의를 이룬 호칭이 없으면 통상적인 호칭이 제일 무난한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댓글이 토론장은 아니지만 은오님 생각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서요.

다락방 2023-07-16 20:06   좋아요 1 | URL
제 경우엔 ‘선생님’ 으로 호칭합니다.

은오 2023-07-16 20:17   좋아요 2 | URL
일단 성별과 세대에 따라 호칭에 대한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20대 여성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무례하지 않은 중립적인 호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전에도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명시되어 있고요. ’아줌마‘라는 호칭이 무례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더 많이 접한 것도 제가 그 호칭을 무례하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훨씬 자주 직업과 역할에 대한 존중 없이 ’아줌마‘나 ’아가씨‘로 불리기 때문에(병원에서 간호사들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걸 얼마나 많이 봤는지) 그런 호칭을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가씨’는 그리고 이미 너무나 오염됐죠. 성매매를 경험한 성인 남성이 50%인(이것도 사실 설문 주제상 경험이 있음에도 없다고 답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나라에서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아가씨’라고 부르고 거기서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다 아는데, 젊은 여성들이 ‘아가씨’라는 호칭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요? 식당에서 직원을 부르려면 ”사장님“이나 ”직원분“ 아니면 그냥 ”여기요“ 하면 되지 않을지.
신분을 모르는 사람을 부를 일이 딱히 많지는 않아서 보통 뭐 식당에서는 “사장님” 택시에서는 “기사님” 하고 딱히 호칭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는데, 가까이 가서 호칭을 생략하고 말하거나 불러야 한다면 ”저기요“ 하거나 “선생님” 합니다. “아저씨”도 써본 적이 없네요. 제 또래들은 거의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상대의 직업을 안다 -> 직업에 ‘님’ 붙여서, 모른다 -> ‘저기요’, 모르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다 -> ‘선생님’ 이런 식입니다.

물감 2023-06-09 1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스무살 때부터 아저씨 소리 듣고 산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봅니다 ㅠㅠ

감은빛 2023-06-09 12:44   좋아요 1 | URL
어, 저 20대 때부터 아저씨 소리 들었다는 얘기 하려고 했어요. 심지어 30대 중반 이전의 저는 엄청 동안이었거든요. 성인 남성은 그냥 무조건 아저씨가 되나봐요. 나이에 관계없이.

감은빛 2023-06-09 12:46   좋아요 1 | URL
그런데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는˝ 것이 사실과 어긋나는 것 같네요. ㅎㅎㅎㅎ

물감 2023-06-09 14: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근데 또 아저씨 소리에 발끈해하면 미친넘 취급받는 게 현실이죠. 그런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존잘들도 아저씨 소리 들으면 반박을 못합니다. 제 주변에 존잘이 몇 있어서 잘 압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7:50   좋아요 1 | URL
물감 아재! ㅋㅋㅋㅋㅋ

물감 2023-06-09 18:20   좋아요 1 | URL
발끈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4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 물감아저씨? 안녕 감은빛 아저씨? 아저씨들이 넘쳐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진쌤 저 방송은 아직 못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아줌마라..... 저도 아줌마로 정체성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아줌마 소리 들으면(이제까지 살면서 딱 두번 들어봄,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학생 소리 들었는데..... 주르륵. ㅠㅠㅋㅋㅋㅋㅋㅋ ) 주변을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한 번은 어린 조카 데리고 놀이터 나가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왠 꼬마가 달려오더니 ˝아줌마, 누구 엄마에요? 쟤 엄마에요?˝ 이래서 2번 놀람. 아줌마와 엄마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꼬마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제 조카는 아닌데 저랑 존똑으로 닮은 꼬마가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빵터짐. 꼬마들이 아줌마, 엄마라고 부르는 건 뭐 애들 눈에는 다 그렇게 보이겠거니 싶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51   좋아요 1 | URL
꼬마들이 아줌마나 엄마라고 부르는 건 밉지 않잖아요. 아이들 세계에서는 아직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아이들일 때의 이야기이고 사람이말이야 자라면서, 성장하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막 아무 호칭이나 갖다 붙인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좀 알아야 하지않습니까? 자신을 높이는 방법으로 상대를 낮추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 멸칭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아줌마가 비하의 호칭이 된 것 부터가 짜증나지만・・・ 아무튼 아줌마란 호칭은 이래저래 충격이에요. 정체성이란 뭘까 싶기도 하고요・・・

치니 2023-06-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줌마도 괜찮고 저기요 여기요 뭐 대충 다 괜찮은데, 어머니...이게 너무 싫어요. 나는 너의 어머니가 아닌데 왜? 물론 그런 뜻으로 부르는 게 아닌 줄 너무 잘 알지만, 결혼 안했을 수도 아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1도 없는 호칭이라서 너무 싫어요. ㅠ (하지만 최근에는 항상 어디 가면 주로 이렇게 불립니다...)

다락방 2023-06-10 19:53   좋아요 0 | URL
저도 어머니란 호칭을 병원에서 들어본 적 있어가지고 기분이 너무 나빴는데, 치니님 말씀대로 아줌마 보다 더 나빴어요. 그런데 따지지도 못했네요. 너무 욱하는 바람에 ・・・ 에휴. 다 큰 성인이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대가 나이가 있어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했으리란 보장도 없고 아이가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것을. 왜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어머니라고 불러요 ㅠㅠ

댄스는 맨홀 2023-06-0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괜찮은데 치니님 말씀처럼 어머님은 정말 아닌듯, 딱봐도 저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는데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넘어갑니다. 호칭 따져서 뭐하나 싶고 스쳐지나가는 사이에 뭘~ 그러고 맙니다.

다락방 2023-06-10 19:54   좋아요 0 | URL
저도 아줌마 보다 어머니란 호칭에 더 열받았었는데 그 때 갑자기 욱 하고 올라오는 바람에 이를 악물고 참았네요. 내가 왜 어머니냐, 나는 누구의 어머니냐. 그렇게 누군가를 어떻게 호칭하느냐에 따라서 자기자신이 더 후져 보인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3-06-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저도 읽고 싶다고 넣어뒀다가 까먹었네요. 저는 sf 좋하는데말입니다. ㅎㅎ
저는 다락방님 작가 소개에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한다. 요 구절 추천입니다. 뭔가 알아들을 수 없으면서 멋져보여서요. 적어도 메뚜기 자세보다는 좋잖아요. ^^

사람은 만나봐야 안다는데도 동감입니다. 더더구나 헬스 트레이너삘이라니.... 부럽습니다. ㅎㅎ
저는 요즘 일 하나를 크게 처리하면서 사람들의 그 보고싶지 않은 면을 자꾸 보게 돼서 실망과 짜증과 에휴 인간이 뭐 원래 그렇지 이런 넋두리를 무한반복하고 있습니다. 길게 얘기하면 인간들 욕을 계속 퍼부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생략입니다. ㅎㅎ
결론은 훈남을 만나신 다락방님이 부럽다는..... ^^

다락방 2023-06-10 19:56   좋아요 0 | URL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는우리 말로 바꾸면 ‘거꾸로 하는 활자세‘ 이고요,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악마 들린 꼬마 아이가 이 자세로 게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아주 유명합니다. ㅋㅋ 메뚜기 자세는 제가 아사나 이름을 외우지 못해서 메뚜기 자세라고 했어요. 지금 검색해보니 ‘살라바아사나‘ 이네요 ㅋㅋㅋㅋㅋ 이렇게 썼으면 이것도 있어보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직장생활 하면서 훈남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또 이런 일도 있네요? 역시 직장생활은 오래하고 볼 일이고 사람은 많이 만나고 볼 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6-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수리 냄새 나는 아저씨들 틈바구니에서 잭 리처같은 헬스트레이너 체형의 남성을 만나다니!!!
일단 몸매가 다락방 님 이상형에 적합하군요.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를 해봐도 되나요?ㅋㅋㅋ

아줌마 소리를 요즘 들어봤던가? 헤아려 봅니다.
요즘은 그 단어가 실례가 될 것이란 생각에 잘 쓰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보통 ˝저기요~~˝ 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어린 학생들은 한 번씩 아주 큰 소리로 아줌마라고 부르긴 하더군요. 이젠 뭐...아줌마라고 부르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몹쓸 고개를 가졌네요! ㅋㅋㅋ
옛날엔 아무리 나이 어린 애들이라도 아줌마라고 부르면 속으로 분노하여 눈으로 욕하던 나였었는데 말입니다ㅋㅋㅋ
저는 몇 년전 지하철에서였던가?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길을 물어보신다고 뒤에서 학생이라고 부르셨는데 나는 못알아듣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ㅋㅋㅋ
나랑 눈 마주치니까 그 할아버지 흠칫 놀라시고 나도 민망했던 적 있었네요. 아...적고 보니 좀 슬프네요.ㅋㅋㅋ
또 한 번은 모자 쓰고 츄리닝 입고 마스크까지 쓰고 동네 언니랑 산책하다가 쓰레기를 좀 줍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아가씨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가까이 와서 보시더니 눈가에 주름이 보였던 걸까요? 어 아가씨가 아닌가 보네? 하시더군요...그 언니랑 둘이서 모자 쓰고 마스크를 써도 아가씨랑 아줌마를 구별할 수 있나 보다? 하며 좀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떤 할머니는 지나가시면서 좋은 일 한다며, 우리 아파트 주민이냐고 물으시던데...지금 생각해보니 차라리 그 호칭이 더 나았던 것 같네요.^^

다락방 2023-06-10 19:59   좋아요 1 | URL
앞으로의 이야기는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제가 그 훈남 청년보다 스무살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 소리를 들을 일이 좀처럼 없던 터라 아주 낯설고 그리고 이렇게나 오래 기억에 남네요.마침 정희진 선생님도 같은 일을 겪었다 하니 또 생각이나기도 했고요. 사람이 자신이 존중 받고 싶다면 자신 역시도 상대를 존중하면 되는 것인데 그런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상대를 하대하고 또 비하하면 자신이 그와 동시에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아주 멍청한 생각이죠.

뭐 아줌마든 아저씨든 뭐든, 누가 저를 어떻게 호칭하든간에 저라는 사람은 저라는 사람이니 저는 저대로 살아가겠습니다. ㅋㅋㅋ 아 토요일이 지나고 있어서 너무나 슬퍼요. 꽈배기 먹고 있습니다.껄껄.

DYDADDY 2023-06-14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간 바쁜 사이에 놓친 페이퍼가 있어 이제야 읽었어요. 갑자기 SF를 읽으신다 하셔서 의아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호칭격은 결국 타자가 나를 누구로 규정하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에 대한 부름의 목적은 어떤 단어를 써도 달성이 가능하지만 호명의 대상이 된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호칭으로 불리느냐는 정체성과 관계되는거죠. 그렇기에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로 호칭됐을 때 정체성과 충돌이 있어 불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더 넓게 보면 국가 혹은 사회와 나의 관계도 그런 것부터 시작하겠지요.
거래처의 그 분이 책도 좋아하시면 다락방님의 호감도는 더 상승하겠지요. 서로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언젠가 업무를 빙자한 티타임이라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다락방 2023-06-14 09:44   좋아요 1 | URL
SF 영역은 제 뇌에서 발달이 덜되어 있어서 읽기가 매우 난해합니다. 읽으면서도 내용 파악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하게 돼요. 어렵습니다. 흑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소설의 경우, 로맨스 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고 같이 지내지도 못했지만, 그러나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건 무척 흥미롭지 않습니까. 안타깝고 응원하게 되면서 또 이해도 하게 되는.

저는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부터,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저를 정체화했더니 그 점에 대해 저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부터, 타인이 나를 규정하게 두지 말자, 나는 내가 옳다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고 생각했고 또 결심하고 있습니다. 타인들이 만들려는 내가 너무 피로해요. 저는 저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