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재미 - 수와 도형, 논리의 놀이터
박종하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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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명의 사람이 모인 방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다? 없다?' 내기를 한다면 어느 쪽에 걸겠는가? 책을 처음 읽으면서 나 자신도 그랬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시도해 본 결과 모두가 '없다'는 쪽에 내기를 걸었습니다. 실제로 60명이 모이면 그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99%라고 하니, 저는 순진한 척하며 모두가 외면한 승률 99%에 걸며 게임판을 벌였습니다. 진실을 알기에 조금 쑥쓰럽기는 했지만, 당연히 이긴 것은 나였고, 몇개의 공짜 아이스크림을 동료들과 나눠 먹을 수 있는 기회을 얻었고, 다음에는 사람의 숫자를 50명으로 줄이고 다시 한번 내기를 하자고 부아(?)를 질러놓았습니다. 분위기로 보아서는 내일이면 동료들 중 누군가가 나서서 승률 3% 쪽에 용감하게 아이스크림을 걸고 달려들것 같습니다. 승률이 97%정도로 줄기는 하지만 여전히 음흉함을 감추고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서 다시 공짜 아이스크림을 먹어볼 요량입니다. 며칠 뒤에는 40명으로 줄여서 한번 더 내기를 해볼거구요. 참고로 그때의 승률은 89%나 된다고 합니다. (참! 우리가 이용한 사람들의 생일은 불법적인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저자가 재미있으라고 쓴 내용을 이리 잔머리를 굴려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데 사용한 것이 조금 쑥쓰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등학생인 내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수학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의 공부에 기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결코 소홀하게 취급하지 못하는 사칙연산을 지겹도록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수학에 질릴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시기를 지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로서의 수학에 얽매여 살겠지요. 나자신도 수학이 지겨울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한 것은 시험을 위한 것이었지 현실적인 재미를 느끼며 공부를 했던적은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재미를 느꼈다면 아마도 시험점수가 잘 나온 것에 대한 반응이지 않았을는지..... 하지만 아이들이 내가 오늘 직장의 동료들과 내기를 하였던 것과 같은 재미를 수학을 통해서 한번 두번 체험하게 된다면 분명 이 학문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수학을 공부하며 지루해 하던 아이들 생각이 더 나게 되는 듯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내 아이들과 내용을 나누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다루어 볼 수 있는 몇몇 부분은 당장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나누어볼 생각입니다. 

  '수학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저자들은 재미있을 수 있는, 아니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합니다. 단지 우리의 교육이 진짜로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보다는 많은 내용을 그냥 체계적으로 주입시키다보니 재미없고 지겨운 학문, 학창시절이 지나면 돌아보기도 싫은 과목이 되어버렸지만, 실제로 우리의 도전의식과 상상력과 논리력 등을 자극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부 방식이라면, 분명 다른 무엇보다 더 재미있는 학문이 될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수학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아이들이 넋을 놓고 밥먹는 시간이나 텔리비젼 보는 시간, 게임하는 시간도 제쳐놓고 수학문제 풀이에 골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로 아이들에게 관심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면 말입니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지겨워보이는 학문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깨닫지 못했던 재미있는 수학에 대한 것입니다. 이 학문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타나고,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이 학문에 대한 생생한 속살을 대할 수도 있다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진정한 모습이지 않겠느냐는 조용한 매혹까지, 저자들이 전해주는 수학에 대한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수와 도형을 이용한 수학 이야기, 생각의 도구로서의 수학, 피보나치 수열속에 숨겨진 마술과 다양한 수의 성질을 응용한 숫자 디자인, 그리고 확률과 명제에 담긴 논리와 직관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 등에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딱딱하고 따분하기까지 했던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고, 또한 우리의 생각의 틀을 넓히고 호기심을 왕성하게 자극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수학적인 논리를 따라 가다보면 이해하기가 어렵거나 머리가 멍해지게 만드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지닌 진정한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수학이 이렇게까지 재미있고 흥미로울 수도 있다~~~~ 나중에 나의 동료들 중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순진한 척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절대로 잃지 않을거라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게임판을 벌였던 나의 본색이 드러나겠지요..... 그때에는 사기를 친거라며 오늘 얻은 아이스크림 전부를 다시 토해내라고 달려드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을 나와 내 아이들과만 나누어서는 안되겠고..... 미리 이실직고 하는 것도 아깝기 그지없어, 승률 89%의 내기까지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공개해 볼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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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루케이도 감사
맥스 루케이도 지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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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만 하면 행복할 텐데." 저자가 몇가지 예를 들었듯이 여느 사람들처럼 내게도 빈칸을 채울 단어들이 상당히 있는 듯 합니다. '몸이 나으면? 승진만 되면? 결혼만 하면? 혼자 살면? 돈방석에 앉으면?'..... 누구나 빈칸에 채울 절실한 단어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것들에 때로는 집착을 보이기도, 때로는 현실과의 괴리에 낙망을 하기도 할 것입니다. 한데, 한편으로는 행복의 조건으로 뭔가 욕망의 충족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담은 이러한 형태의 문장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데 별로 좋은 접근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말 바라는 무엇 한두가지 만을 채우는 것으로 우리의 욕망을 제어하기는 어려울테니 말입니다. 그럼, 이 문장의 형태를 조금 바꾸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          )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가?" 건강하지 못해도? 승진하지 못했어도? 아직 결혼하지 못했어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생활에도? 꿈이 이루어지지 못했어도? ..... 여느 사람들처럼 내게도 이러한 질문에 쉽게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만한 용기가 많지는 않은 듯 합니다. 특히나 세상살이에 바빠서 넋을 놓고 살때면 말입니다. 이런 내게 저자는 조용히 말합니다. 이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면 '당신이 목자 안에서 이미 가진 것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에게는 들으시는 하나님이 계신다. 당신 뒤에는 사랑의 힘이, 당신 안에는 성령님이, 당신 앞에는 천국이 있다. 목자가 있다는 것은 모든 죄를 사해줄 은혜와 모든 모퉁이 너머를 보여줄 지도, 모든 구석을 밝혀줄 촛불, 모든 풍랑에서 보호해 줄 닻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당신은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진 셈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첫번째 문장을 멋지게 채울만한 단어들이 몇개 떠오릅니다. 이기적인 욕심만 버리면, 믿음을 소중히 지키면, 감사할 줄 알면, 예수님의 사랑을 행하면 ...... 그리고 이런 삶의 자세가 두번째 질문에도 선뜻 나서서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감사의 제목이 되고, 내 손에 들려있지 않은 것들이 불평의 원인이 된다면.....  아마도 성경에서 이르는,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감사'의 경지(?)에는 결코 이르지 못할 듯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감사의 제목들은 우리가 소유한 물질이나 명예, 건강 등을 목록에 담고 있지 않습니다. 더 명확하게 말하면, 우리를 감사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에 대한 눈높이와 생각의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성경에서 말하는 신앙에 기초한 삶, 또는 예수님이 보이신 모범을 되새기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동행이 감사의 제목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모습이 현실적인 삶과 신앙 안에서의 삶이라는 이중적인 구분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 현실을 핑계로 여러 소유의 목록들을 들이대며 감사하고 부족한 것을 집요하게 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결코 행복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결국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부와 명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심장은 빼고 머리만 들고 십자가 앞에 나아가'곤 하던 잘못을 고백하고 마음도 함께 십자가 앞에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처음부터 내 삶을 지켜보고 내 말을 들으시는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는 단순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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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의 우주 보물찾기 조지의 우주 시리즈 2
스티븐 호킹, 루시 호킹 지음, 김혜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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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전편인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열쇠>가 나오면서 흥미를 끌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바로 스티븐 호킹 교수라는 사실이었을 것 같습니다. 딸인 루시 호킹과 함께 쓰고 있는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가 여느 우주에 대한 공상소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자의 우주에 대한 그 누구보다도 넓고 깊은 지식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책의 내용도 그러한 과학적인 사실들에 근거한 것들이기에 우리가 생각으로만 그려낸 막연한 우주에 대한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훨씬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들이기도 하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많은 부분은 상상으로 메꾸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밝혀진 우주에 대한 다양한 사실들을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의 체계적인 사실로 꿰어서 들려준다는 점에서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흥미를 돋우는 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코스모스라는 컴퓨터를 통해서 우주로 가는 문을 열고 우리의 태양계를 여행했던 전편의 이야기는 우여곡절 끝에 위기를 넘기고 조지와 애니 그리고 애니의 아버지인 에릭의 무사귀환으로 마무리되지만, 우주로 가는 문을 열어주던 코스모스라는 컴퓨터는 망가지고 맙니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는 우주의 생명체를 탐사하는 프로젝트에 에릭이 참가하게 되면서 조지와 애니의 가족이 헤어지게 되는데서 시작됩니다. 물론 시작이 이러하니 이번 이야기는 우주의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이겠지요..... 에릭과 그의 동료들이 우주 생명체 탐사작업의 일환으로 화성에 보낸 무인탐사로봇 호머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 애니는 고장난 것으로 알았던 코스모스를 통해서 어디서 보낸지 모르지만 지구를 파괴하겠다는 경고가 담긴 메시지를 받게 되고, 미국으로 초청된 조지와 애니는 새로운 친구(?)인 컴퓨터 천재 에메트와 함께 코스모스를 통해서 다시 한번 우주로의 여행을 계획합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코스모스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낸 외계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것......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우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가진 호킹 박사의 가치가 빛나기 시작합니다. 우주의 생명체를 찾아 나선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진행할 것인가..... 일반인들이나 어느정도 우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거나 해석할 줄 모른다면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겠지요. 이 이야기 속에서 조지와 애니의 우주의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여행의 코스는 화성,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 알파 센타우리 B의 주변을 돌고 있는 한 행성, 게자리 55A 주변을 돌고 있는 네번째 행성의 달 입니다. 이러한 장소는 흥미를 끌기위해 무작위로 골라낸 단순한 이야기 속의 장소가 아니라, 지금까지 연구결과 생명체가 있었거나 있으리라고 기대되는 또는 지구의 초기 상태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곳들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여러 별들의 행성들을 더 찾아내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 지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훨씬 더 많은 여행 장소가 추가될 수 있겠지요..... 

 제목에 나오는 조지가 찾아나선 우주의 보물이란 아마 우주의 생명체를 뜻하는 듯 합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 광대한 우주에서 반짝이는 보석이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우쭐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코스모스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낸 조지와 애니가 찾아나선 우주 보물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정말 귀중한 보물이긴 한데, 결론이 조금 싱겁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편의 이야기에 비해 이야기의 진행이 좀더 단순하고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 담아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호킹 박사의 우주에 대한 지식들이나 이야기 중간중간이 마련된 <과학에세이>와 <스티븐 호킹의 과학상자>는 아이들의 우주로 향하는 호기심을 실제적인 과학탐구의 결과물로 메꿀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 합니다. 또 한가지 이전 편에 이어서 이번에도 생생한 우주에 대한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달에서 찍었다는 떠오르는 지구의 사진과 유럽과 아프리카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지구의 사진이 가장 아름답게 생각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조지가 찾아나선 우주의 보물을 아마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누군가가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는지,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보며 그런 기대를 한번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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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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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스아바바 누 병원 (Addis Ababa Fistula Hospital), 이 책에서 말하는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의 이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 병원이 멋지게 있었고, 저자 부부가 편안하게 들어가서 봉사한 것은 아닙니다. 저자와 그의 남편은 에티오피아의 체하이 공주 기념 병원에 자원봉사를 나선 것이 이 병원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그들이 체하이 공주 기념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선진국에서라면 생각하지도 못한, 임신부들이 출산과정에서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해 발생한 누(fistula)로 인해 비참하게 버려진 어린 신부들이었습니다. 출산에 대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질환에 대해서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함으로 인해 결국 남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추방당하는 여인들의 현실은 저자 부부가 지구에서 하나뿐인 병원을 세우고 평생을 헌신하는 열정으로까지 연결됩니다. 들어오는 환자들을 아무 이유없이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병원..... 그리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술의 축복을 통해 그 환자들이 무사히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을 품에 안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하고 기뻐하는 의사가 있는 병원.... 바로 저자와 그의 남편이 일군, 이 책이 말하는 지구에 하나뿐이 병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병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 병원을 세우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살았던 저자 부부의 일생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처음 책에 대한 소개를 접하면서는 때때로 듣게되는 낙후된 나라에 의료봉사를 나선 의사의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였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와 그녀의 남편이 50년간 에티오피아의 누(fistula)환자 3만 2천여명을 살려내었다는 소개가 대단하게 생각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의미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가 컷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하루하루의 삶의 조각들을 무미건조하게 헤쳐나가던 나 자신이 하나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이유도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얼마정도 넘기고 나서는 그러한 나 자신의 무디어진 마음이 허물어지고 어느새 눈동자에 물기가 아른거리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그저 자신이 감당한 일들과 자신의 환자들이 처했던 불행했던 과거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인데도, 그 이야기들이 자꾸 내 마음의 여린 구석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먼저는 저자와 그의 남편 그리고 그들을 도와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불행한 환자들을 보살펴 온 사람들에 대한 찬사와 감사, 아이를 출산하며 생긴 합병증으로 인해 남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무참히 버림받고 내버려진 여인들-실제로 우리나라로 생각한다면 10대 소녀들-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 환자들이 치료받고 회복하는 과정 자체에 담겨있는 희망, 그리고 그 뒤에 슬며시 내게 다가오는 안일한 내 삶에 대한 반성 등..... 여러 감정들이 내 안에서 서로 겹치면서 이루어낸 반응이겠지요.......

 읽는 내내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이 사람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무한한 희망과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산부인과 의사 부부의 헌신에서 시작된 에티오피아의 누(fistula)병원에 대한 이야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에티오피아의 버려진 여인들의 아픔만이 아닌 세계 도처에 널려진 가난과 불행과 아픔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용한 답을 생각하게도 합니다. 저자인 캐서린 햄린 부부처럼 누군가는 나서서 현장에서 부딪히며 일을 헤쳐나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여러 모양으로 후원했던 이들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비록 작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하나쯤은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슈바이쳐 박사의 전기를 읽으며 그의 삶을 존경스럽게 여기었고, 마더 테레사 수녀의 죽음을 보면서 성스러운 일들이 이제는 마침표를 찍는다는 안타까움에 잠시 사로잡혀있던 내게, 아직도 세상의 많은 곳에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슈바이쳐 박사나 마더 테레사의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만들어준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구석에서 묵묵히 섬기며 봉사하는 그들의 삶이 바로 우리가 아직까지 또 다른 건강하고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러한 희망의 이유 마지막 끝에 조그맣게 이름을 새길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스스로를 즐겁게 만듭니다. 나와 우리 사회 그리고 자라는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그러한 희망의 싹을 키우는 이들이 있고 또한 나도 키울 수 있다는 그러한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병원을 섬긴 저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병원의 가족들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와 함께  앞으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그들의 삶속에 담아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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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충동 -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지음, 김태훈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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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는 듯 하던 세계 경제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이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이제는 실물경제에까지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어느 덧 한편에서는 바닥을 지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멀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지금의 위기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책에서는 한꺼풀 더 벗겨 들어가서, 미국사람들의 자기 집을 소유하기 위한 과도한 탐욕과 쏠림, 그리고 그러한 자기 집을 가진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과도하게 격려하며 부실의 위험을 방조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따져본다면, '그러한 부실이 커지는 동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던 상품들이 어떤 것을 계기로 또는 어떠한 이유로 하룻밤 사이에 부실덩어리 공포로 변해 버렸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 또는 지난 달까지는 조금 위험할 수는 있지만 많은 수익을 보장할 것만 같았던 많은 금융상품들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휴지조각과 다를 바 없거나 어마어마한 빚더미로 변하게 된 것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자신감의 상실과 신용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합리성을 추구하는 기존의 경제학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경제학에 대한 책 어디를 찾아보아도 그런 용어를 경제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기존의 경제학이 이번의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자신감과 신용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을 때, 이번 경제위기의 실제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거기에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지한 논의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의 세계 경제 위기만이 아니라 기존의 공황과 호황이 반복되고, 부동산 시장이 주기적인 부침을 겪고, 금융시장과 기업투자의 심한 변동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기존의 경제학이 말하는 개념이 아닌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풀어내고 있습니다. 케인즈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인간의 적극적인 활동의 대부분은, 도덕적이거나 쾌락적이거나 또는 경제적이건 간에,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불안정성이 판단과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컨대,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며, 수량적인 이익에 수량적인 확률을 곱하는 식의 계산적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부분에 들어있는 '야성적 충동'이라는 말과 그에 담긴 의미 안에 앞에서 말한 여러가지 경제 문제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즉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가정하에 설명되곤 하던 기존 경제학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불안정한 자신의 감정과 판단 등에 의지해서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여러 경제 문제들을 들여다 보고 해답을 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들은 경제의 숨겨진 작동원리로서 작용하는 야성적 충동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자신감', '공정성', '부패와 악의', '화폐착각' 그리고 '이야기'의 다섯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이러한 다섯가지 사항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서 그동안 우리가 의아해 하던 여러가지 경제적인 문제들이 발생했고 또한 설명될 수 있음을 열정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케인즈와 애덤 스미스, 아마도 국가의 간섭과 시장의 자유방임이라는 경제학의 양극단의 축이 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의 위기상황 이전에만 하더라도 애덤 스미스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해 주창된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 등의 가치가 국가 경제의 유일한 추구의 대상인양 선전되었던 기억입니다. 이번의 위기로 전세가 역전되어 케인즈주의자들의 득세가 유난스러운 듯 그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또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인간이 아닌 야성적 충동에 사로잡힌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 안에서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기존의 경제학자들이나 관료들도 자신감의 상실이나 신용의 붕괴 등을 이야기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구나 저자들이 말하는 그리고 그 이전에 케인즈가 말했던 '야성적 충동'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실의 독자들에게 경제학의 또 다른 면모를 생각하게 하고, 또한 눈앞의 여러 경제 현실을 바라보는데 좀더 유연하고 실제적인 관점을 제공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짧은 소견이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현재의 위기에 너무 정신이 팔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일관한 뒤 언젠가 이 위기가 지나간다면, 그리고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다시 지나치게 한쪽 극단으로 쏠리게 된다면, 아마도 그러한 쏠림이 또 다른 위기의 단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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