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과유불급(及), 저자가 우유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이,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이 고사성어의 의미와 딱 들어 맞는다는 생각입니다. 하루에 세가지 이상의 유제품 소비를 장려하고, 실제로 그 소비에 있어서도 우리의 소비를 훨씬 능가하는 프랑스의 현실을 마주 대하며 쓴 이야기이기에, 우리의 현실과는 상당히 다른 면이 있겠지만, 우유라는 식품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우리의 이미지가 저자가 지적한 여러가지 왜곡된 진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사실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또한 실제로 일반인 대부분은 우유 자체를 완전식품 또는 우리의 건강에 유용하고 중요한 식품으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이 책은 알려지지 않은 유용한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고, 한편으로는 그 진실만큼이나 큰 충격(?)을 안겨 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있기는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우유나 유제품이 가지는 위험성이라는 것이 우유를 먹는 것 또는 유제품을 소비하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 반대로 저자는 우유를 적당히 -구체적으로 하루 2잔 이내에서-마시는 것은 식품으로서의 그리고 그 맛의 뛰어남에서 권장(?)하고까지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문제 삼는 것은 정부나 낙농업자들이 권장하는 수준까지 과다하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우유나 유제품 소비를 촉진하게 위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데 사용된 여러가지 사실들이 실은 공급자의 측면에서 그들에게 유리한대로 너무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과다한 우유 섭취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주로 사람들에게 우유를 마시도록 유혹하던  몇가지 중요한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먼저는 적절한 칼슘 섭취원으로서의 우유의 장점과 많은 칼슘 섭취는 젊어서 뼈의 밀도 또는 단단함을 높게 유지시켜 나이가 들어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골절의 위험성을 감소시킨다는 이론에 대한 공격인데, 실제 관찰된 사실이나 연구들에 의하면 우유의 칼슘 섭취로 인해 골밀도가 조금 증가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실제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기 보다는 유행시키는 원인이 되는 듯 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유 소비가 많은 나라에서 골다공증이 더 문제가 되고 대퇴부 골절도 훨씬 많다는 사실, 그리고 일본 홋카이도 같은 장수촌에서는 유제품 소비가 거의 없는데도 골다공증이나 대퇴부 골절 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들어 낙농업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 몇 가지만을 가지고 소비자들을 현혹한 대표적인 사례로 공격합니다. 또한 우유의 락토오스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락토오스 불내성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정상적인 상태이며, 실제 동물실험이나 역학자료 등은 우유로 인해 여러 암 중에서 남성의 전립샘암의 발생과 진행정도가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고, 이것은 예전과 다르게 우유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선택된 암소들이 지닌 높은 IGF-1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과도한 칼슘 섭취로 인한 활성 비타민 D의 농도 감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방암의 경우도 다량의 우유 소비가 그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위험으로는, 어린이의 1형 당뇨병-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서구 국가들만큼 많지는 않지만-을 조장하는 인자로서 우유가 의심받고 있고, 다발성 경화증의 발생분포와 우유 소비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진실에 대한 왜곡의 사례로는 우유가 비만이나 당뇨병, 심근경색에 대한 위험을 감소시키고 몸무게를 줄여 날씬함을 유지시켜준다는 낙농업자들의 선전을 언급하며, 그 근거의 빈약함과 그에 반대되는여러 근거들을 조목조목 들이대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칼슘 섭취원으로서의 우유에 대한 믿음은 다른 식품을 통해서도 충분히 필요한 만큼 섭취할 수 있는 허구임을, 하루 적정 칼슘섭취량이라는 것도 실제 식생활의 습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근거가 없음을 지적합니다.  

 우리의 식탁에서도 우유는 어린이건 어른이건 간에 크게 권장되는 식품입니다. 저자가 직면한 프랑스만큼은 아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말하는 위험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은연중에 과하게 권장되기도 하는 듯 합니다. 물론 저자가 말하듯 적정량이라면 결코 외면할 것이 아니고, 실제로 우리의 생활 수준이 현재에 이르기 전인 수십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내용의 책이라면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이 그만큼 개선되었다는, 이제는 유기농 식품이 당연시 되기도 하고, 우유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귀담아 들을만큼 향상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듯 합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우유나 유제품을 과하게 소비하게 되었을 때의 위험에 대한 내용은 무엇이든 넘치면 부족한 것과 다를바 없다는 너무도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 저자가 지적한 문제중에 암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우유의 IGF-1 함유량이 현대에 이르러 증가한 것은 효율성과 경제성에 묶여 오로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품종선택과 개량의 결과라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이 책이 작게는 우유의 현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크게는 우리가 처한 먹거리 문제 전체에 대한 고민의 일면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낙농업자와 정부라는 공공기관이 한데 얽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실체적인 진실보다는 부분적인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하는 모습은, 이익을 위해 공익을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하는 식품산업이나 제약산업 등의 감춰진 꼬리의 일부를 보는 듯한 느낌도 지울수가 없습니다.....  현실로 돌아와서 이제부터 나의 아이들이 하루 우유 한 잔을 마신다면 웃어줄 수 있을 것이고, 두 잔을 마신다면 괜찮다고 해주겠지만, 세 잔째를 준비하는 순간에는 악마(?)의 미소를 띠며 '그만!'이라고 조심스럽게 제지하는 우스운(?)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 과유불급이라니 말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1-10-02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마법에 걸린 괴물을 구하라 1 - 불의 용 페르노
애덤 블레이드 지음, 장미란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평화롭던 애번티어 왕국에 괴물들이 나타나 들판의 곡식을 태우고, 바닷가에서는 큰 해일이 이는 등의 재난이 닥칩니다. 왕국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여섯 괴물 -불의 용, 바다 뱀, 산의 거인, 반신반마, 눈 괴물, 불꽃 새-가 검은 마법사 맬벨의 마법에 걸려 난폭해지면서 온나라를 재난에 빠뜨린 것이라는데, 믿었던 용감한 기사 캘더는 불의 용 페르노의 마법을 풀어주려고 나섰다가 페르노의 불 공격에 아쉽게도 끔찍한 희생을 당하고 맙니다. 이젠 이 평화롭던 왕국을 마법에 걸린 괴물들에게서 구할 영웅은 옛문서에서 예언한 용감한 소년뿐이라는데..... 

 '마법에 걸린 괴물을 구하라'의 첫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애번티어 왕국을 위협하는 여섯 괴물 중 하나인 불의 용 페르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왕국의 여기저기에 불이 나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백성들은 집과 마을, 그리고 들판 등 생활의 터전이 눈앞에서 파괴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앞에서 결국 왕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보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 듯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톰의 마을도 그러한 재난을 피해가지 못하고, 부모님을 잃고 자신의 작은 아버지 댁에서 살던 톰은 작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왕궁에 도움을 요청하러 나섭니다. 그리고 왕국의 마법사 아더로를 만나는 순간.... 짜잔~~~ 옛문서에 기록된 영웅을 아더로는 바로 알아보고 불의 용 페르노의 목에 걸린 검은 마법사 맬벨의 마법을 풀기위해 그에게 위험한 임무를 맡깁니다. '불의 용 페르노에 걸린 마법을 풀어라.'..... 

 ...... 목숨을 건 흥미진진한 모험 끝에 페르노의 마법을 풀어 준 주인공 톰에게 바다뱀의 마법을 푸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고, 톰이 스톰을 타고 친구 엘레나와 함께 바다 뱀을 찾아나서는 장면으로 첫번째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이야기의 구조나 내용면에서 이 책은 그림책 읽기를 마친 아이들 중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아이들, 초등 저학년 정도에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이야기이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나 그와 비슷한 정도의 책을 읽고 흥미로워하는 수준의 아이들에게는  내용의 전개상 비약이 심하고 세밀한 묘사나 표현이 생략되어 있어서 너무 단순하게 느껴질 것 같고, 아마도 <마법의 시간여행 시리즈> 수준의 바로 전단계 정도로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익힐 책으로 고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아이들이라면 이 책이 가지는 내용전개가 오히려 이야기를 이해하고, 끝까지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 - 세계 경제를 비추는 거울
도시마 이쓰오 지음, 김정환 옮김, 강호원 해제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실제 본인이 한 것인지 많은 의심을 받긴 하지만, 어렸을 때, 최영 장군의 전기 또는 그의 일생을 거론하는 이야기에 빠지지 않던 말입니다. 여기서 황금은 재물 또는 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옛이야기를 보면 '금은보화'라는 말로 부가 표현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영광스러웠던 이스라엘 왕국을 대표하던 솔로몬 성전은 황금으로 기둥을 입혔고, 기타 여러 고대 유물이나 왕국의 번성을 이야기할 때, 금으로 만든 유물이나 금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거론되고는 합니다. 현대의 일반인들에게는 황금이 자신의 부에 대한 척도라기보다는 아이들의 돌잔치에 등장하는 반지나 여성들이 치장할 때 사용하는 장신구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겠지만, 여하튼 옛부터 황금은 부와 권력의 중심부에 위치했던, 지금의 의미로 말한다면 한 사회의 경제력 또는 번성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근대에 이르러서는 금본위제에 의거한 화폐제도가 실시되면서 금은 말 그대로 경제의 중심 그 자체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에 이르러서의 황금의 경제적인 의미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인가? 이젠 자국의 화폐가치를 금에 연동시키는 금본위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어졌고, 흔들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달러라는 강력한 기축통화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세계 경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또한 그 흔들리는 틈새를 또 다른 통화인 유로나 엔, 위안화가 호시탐탐 노리며 세력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지금,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그 영향력을 느끼기에는 거리가 있지만 세계경제가 출렁일 때마다 금값 폭등이라는 소식이 그나마 아직까지 금이 우리의 경제에 무언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듯 합니다. 최근의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는 뉴스들같은 소식들이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금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책에도 언급되었듯이 IMF 위기때 거국적으로 실시된 금모으기 행사를 통해서 모든 국민이 국가가 처한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힘을 모았던 사건은 아마도 금이 가진 경제적인 가치를 우리 모든 국민들에게 몸으로 느끼게한 사건이었던 듯 합니다. 아이의 돌반지,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와 여러 장신구, 그리고 금으로 만든 치아 등등.... 물론 그 중에는 금으로 만든 돼지니 거북이니 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국민들의 장롱 구석에서 서랍에서 나온 금은 그런 형태의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던 기억이고, 그것들이 모여서 -물론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컷을수도 있겠지만- 나라의 중대한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현대에도 여전히 황금이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옛날에는 떠들썩하게 경제적인 부를 나타내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소리없이 강하다'는 어떤 차의 선전문구처럼 조용히 자신의 가치를 품고서 중요한 순간순간 내공을 보이고는 하는 황금..... 이 황금이 현대에 이르러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는 경제적인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내용입니다. 

  저자는 세계금협회 한일지역 대표로, 스위스 은행의 귀금속 딜러였고, 현재는 세계금협회에서 금에 대해 조사연구 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런 경력을 가진만큼 저자는 서문에서 금시장에는 전 세계의 정치, 경제 동향이 응축되어 있는 '세계 정세을 투영하는 거울이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을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표현하면 달러나 다른 통화들의 가치변동, 원유나 기타 원자재, 또는 곡물 등의 상품 가격등에도 동일하게 표현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2000여년간 경제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감당해 오던 금에 대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분명 금에 필적할 만한 다른 것은 없다고해도 될 듯 합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금이 아직까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화려한 매력이 있다거나 주식이나 기타 원자재처럼 현대적인 의미의 투자상품으로서의 일반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위세를 발휘할 때는 뒤로 물러났다가 세계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그 중심에서 묵묵히 가치를 지닌 무게중심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곤 하던 시장에서 금이 가졌던 가치에 대한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러한 사건들에 담긴 금의 경제적인 가치와 의미에 대해 독자들에게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즉 투자상품으로서의 매력을 지닌 황금, 또는 잘 투자하면 대박을 안겨줄 수 있는 황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금 가격 변동의 배경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시 금이 통화의 기본으로 주목받는 이유, 그리고 금시장을 움직이는 세력들과 나라들이 누구이며, 앞으로 금시장에 영향을 끼칠만한 변수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여전히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에 대해 그 진면목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고 하겠습니다.   

 인류가 '교환을 기반으로 한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한 뒤 다른 물건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척도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금이, 달러가 시대를 풍미하던 시절에는 경제의 뒷전으로 어정쩡하게 밀려나 있다가 경제적인 위기시에나 겨우 자신의 존재가치를 조금 과시할 수 있었듯이, 앞으로도 세계정세의 변화나 각국의 정책방향에 따라 현재 치솟는 금의 가치가 예전처럼 곤두박질 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때 금본위제 시대에 누렸던 화려한 영광은 지금의 어느 나라도 과감하게 그러한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지 않을 것이기에 다시 누리기는 어려운 과거의 기억일 뿐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안전자산'이라는 표현에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저자가 누차 강조하던 '유사시의 금'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금을 경제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차분에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의 성대한 결혼식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의 마지막에서마저,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눈초리를 받으며 마들렌 성당의 돌계단을 내려가는 신랑 조루주는 자신의 신부가 아닌, 정부 드 마렐 부인과의 은밀한 관계 뒤에 보곤하던 거울 앞에서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세와 성공의 단맛을 알기 시작한 후부터 그에게는 진실이나 정직, 충실함이나 품격 따위의 말들은 그저 출세를 위해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만 꺼내서 자신을 꾸미는데 사용하는 카멜레온의 피부빛과 다를바 없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오로지 용납되는 삶의 신조는 '오로지 모든 것은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 이리 표현해 놓고도 너무 밋밋한 진부함이 느껴질 뿐입니다.  

 자신의 옛 전우이자 신문사 <라비 프랑세즈>의 정치부장인 포레스티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매달 눈앞에 닥친 궁핍을 해결하고 그때 그때의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하며, 세상을 향해 반항과 분노의 눈길을 보내곤 하던 평범한 철도 사무실의 직원에 불과했던 주인공...... 하지만 자신의 친구의 손길에 이끌려 시작한 신문사 생활에서 깨닫기 시작한 성공에 이르기 위한 비열함과 모함, 협잡 등은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해 가고, 그 정도가 심해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그의 성공도, 지위도 위로만 솟구쳐 오르기를 반복합니다. 자신의 친구의 주검을 앞에 두고서도 출세를 위한 계단이라고 생각되는 친구의 부인을 유혹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또한 자신도 뻔뻔하게 정부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유혹했던 자신의 부인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쓰임이 다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과감히 이미 인지하고 있던 그녀의 외도를 적발하여 매장시켜버리기를 마다하지 않고, 또 다른 출세의 계단이라 생각한 신문사 사장의 부인을 유혹하여 은밀한 관계를 맺었으면서도 더 높고 원대한(?) 결정적인 출세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자 아무렇지 않게 그 딸을 유혹해서 납치하여 신부로 맞이하기 위한 적극적인 협잡을 마다하지 않고, 그리고 그러한 야망을 이룬 결혼식 에서는 그 신부를 곁에 두고서 자신의 정부의 모습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맺은 모든 관계들을 송두리째 성공과 출세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그리 활용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분명 일반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분노 또는 구역질마저 느끼게 만드는,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씁쓸함 또는 허탈함을 느끼게 만드는데도, 작가는 그의 인생에 아무런 징벌이나 어려움을 내리지 않고, 그가 원한대로 성공가도를 씽씽 달리게 만들면서 그의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철저하게 징벌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뻔뻔하게 사는 그의 모습을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묘사하면서, 결국 우리가 매일매일 대하는 인생은 자신의 작품속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과 다르지 않은, 그렇고 그런 것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 합니다. 또한 읽는 독자들의 마음 속에도, 아닌 듯하지만 작품속 인물들과 똑같은 속물근성이 숨어있어 자신의 것을 이기적으로 먼저 챙기고 남모르게 모함하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남이 그러면 비방을 하거나 모욕을 가하는 그런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조롱섞인 힐난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며 느끼던 주인공에 대한 마음속 힐난과 씁쓸함은 어느새 내 마음을 파고 들어 스스로에게 의심스런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당신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인공만큼이나 뒤틀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어떤 비열한 짓거리도 마다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그런 욕망과 비열함이 당신의 본성 속 어딘가에도 숨죽이고 숨어 있으리라는 누구라도 쉽게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아니하고 마음속을 들여다 볼 듯이 확대경을 코앞에 들이대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인공 벨아미, 조루주 뒤루아처럼 자신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정직과 성실함을 모두 뒤로하고 결국은 성공과 출세라는 욕망을 향해 지금도 앞을 향해 달리고 있는 당신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니냐는......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처벌이나 실패가 아닌 성공과 출세를 누리는 모습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작가의 눈길은 매우 많은 진실을 담고 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가십과 괴소문들도 결국 이 소설 속 요지경과 다를바 없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 우리가 어릴 적에 배웠던 것들을 삶속에서 진실로 실천하고 있다면 우리의 삶과 사회가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라졌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터이니..... 결국 소설 속의 벨아미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어디선가 -내 안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배회하고 있을 것이고, 그러한 스스로의 모습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인간 존재를 생각하면 소설에서 느꼈던 씁쓸함과 허탈함이 오롯이 되살아 나는 것을 어이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인생은 다 그런 것이다라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그 뒤에 묻어나는 아쉬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었을 때는, 경제적인 호황기를 만나 많은 수입을 올리고 멋진 집과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남자, 아이들에게 멋들어진 아빠였고 자신의 아내에게는 믿음직스러운 남편이었던 한 세일즈맨,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가득했던 삶을 살았던 세일즈맨 윌리..... 한때 희망을 가슴에 가득 안고 꿈꾸는 사람이었던 주인공 윌리는, 이제 예순이 넘은 나이든 노인의 모습으로 힘겹게 자신의 세일즈 가방을 들고 무대에 등장합니다. 수십, 수백, 아니 하루 종일을 자동차로 달려가도 그의 세일즈를 반겨주는 사람이 없이 고군분투하는 늙은 세일즈맨으로, 회사에서 월급도 제대로 못받고, 그때 그때 올리는 실적에 따른 커미션과 부족한 부분은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성공한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남편으로, 그리고 다 자랐지만 가정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무능력자와 건달인 두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그는 무대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는 과거의 화려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과 성공을 눈앞에 둔 전도유망한 젊은이였던 큰 아들 비프에 대한 회상, 고향을 떠나 큰 성공을 거두어 그에게 자랑과 희망과 꿈의 실체가 되었던 형 벤의 환영이, 앞뒤가 꽉 막혀버린 늙은 세일즈맨으로서의 자신의 현실과 교차되며 그에게 닥친 삶의 곤궁함과 위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좋은 호시절이 지나고, 불황이 찾아오고 나이가 들면서 회사에서 냉정히 버림받는 윌리, 그리고 그 여파로 사회와 가정에서 마저 건강한 관계가 무너져 내려가는 그의 모습은 분명 지금 현실속에서 우리가 겪는 직장과 사회와 가정사의 이면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결국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자살을 감행하고, 쓸쓸하게 마감되는 그의 장례식의 모습속에는 한 사회의 조직원으로서 한때를 치열하게 살았지만, 한발짝, 두발짝 중심에서 밀려나 소외되고 버림받는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겹치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윌리의 마지막 모습이 우리가 사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충격적이라거나 비인간적이라거나 비도덕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밀어내는 사람들도 밀려나는 사람들도 이제는 그러한 세상사의 이치에, 사람들사이의 애정이나 존경보다는 물질의 가치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에 대해 묵언의 동의를 하고 자신의 삶을 그 안에 기꺼이 던지고 살아왔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속에서 그러한 동의를 하고 산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몰락 과정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에 집착하는 윌리의 모습을 보면서 단지 그런 모습이 물질만능시대의 힘없는 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스스로에게 많은 불편감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한 세일즈맨의 죽음의 과정을 통해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이 단순히 이 시대가 우리에게 지우는 짐에 대한 두려움이나 무기력함만이 아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잘나가던 시절의 외도로 전도유망하던 아들의 장래를 결정적으로 망쳐버렸던 사건, 비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서지 못했던 나약함, 윌리의 기억속에 남겨진 호시절에 물질적인 풍요 이상의 것에 대한 성찰을 가지지 못했던 영혼이 마취된 삶의 모습 등에서, 단지 이 작품을 물질만능시대에 소외당하는 인간에 대한, 허망한 꿈을 좇아 헤매다가 스러진 한 소시민에 대한 비극이라고 단정할 수 만은 없는, 차라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더 진지하고 영리하게 삶을 꾸리지 못한 한 인간, 한 소시민으로서의 윌리, 그리고 지금 현실속에서의 삶의 안일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나태함에 대한 작가의 예리하고 냉철한 지적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이 작품 속에 교묘하게 섞인 듯한, 삶에 대한 찬양과 죽음에 대한 진혼곡의 울림을 마주하게 됩니다. 윌리처럼 현실에 취해서 자신을 세상이 가는대로 흘러가게 만들었을 때, 영혼을 돌보지 못하고 물질의 유혹에 자신의 영혼을 모두 넘겨 버렸을 때, 결국 우리의 삶 역시 그의 마지막처럼 죽음으로 스스로 돌진하여 퇴장당할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조금 더 지혜롭게 생각하고 조금 더 진지하게 삶을 설계하고 가꾼다면, 죽음이 유혹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삶을 향해 더 멋지게 돌진할 만한 용기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결국 한 사람의 의지보다 시대의 조류가 더 매섭게 느껴지기에, 많은 윌리와 같은 이들에게는 이 작품이 이 시대를 사는 소시민들의 죽음에 이르는 진혼곡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을 생각하고 느끼고자 하는 어떤 이들에게는 삶에 대한 또다른 예찬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