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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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카타 우파니샤드- 

 이야기의 처음을 선문답처럼 들리는 이러한 구절로 시작한 것은 이 글속에 분명 저자가 이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담겨 있기 때문일 듯 합니다. 저자가 500여 페이지가 되는 두툼한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문제 의식은 바로 구원에 이르기 위한 험난한 여정 또는 우리 삶에서 구원을 대면한다는 것  자체의 어려움이나 난해함에 대한 간접적인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면도날의 칼날을 넘어선다는 것, 그리고 구원에 이른다는 것 등은 어쩌면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 이상의 영역, 곧 신의 영역이고 믿음이 필요한 종교의 영역이라고 해야할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구원이라는 그러한 거창한 주제를 조금 더 우리 삶에 가깝게 끌어 내려본다면 아마도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대신해도 될 듯 합니다. 

 전쟁에서 자신을 구해 주었던 전우가 눈앞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경험을 하면서, 삶에서 썩어 문드러질 고기덩어리 이상의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청년 래리.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방황과 고행(?) 등은 아마도 앞에서 언급한 한 영혼이 구원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현실적으로 매력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약혼자와의 결혼까지 뒤로 미루고, 시카고에서의 가족과 친근한 이들과의 교류마저도 무심하게 뒤로한 채, 그는 낯설은 파리에서의 생활을 시작으로 독일과 중국 및 기타 동양의 여러 나라들을 떠돌고, 인도에서의 수행생활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고단한 여정을 꾸려 갑니다. 그러한 여정 가운데 그의 삶은 때로는 도서관에서 공부로 때로는 뒷골목의 술집이나 식당에서의 체험으로, 때로는 고단한 탄광 생활이나 농장에서의 노동으로, 그리고 때로는 수도사들과의 공동체 생활이나 인도 수행자들 속에서의 수행으로 채워집니다. 비록 저자 자신이 화자로 나서서 들려주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바로 래리의 이러한 삶의 목적 또는 의미를 깨닫기 위한 고단한 여정에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래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일을 하면서 자신이 깨닫은 것들을 실천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가 찾던 것의 어렴풋한 그림자나마 얻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가 말하는 미래의 삶에 대한 계획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그러한 구도자로서의 삶은 계속되어야하는 진행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듯 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주제를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구도자들의 삶이나 여정이라고 규정하는 것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생각한다면, 즉 우리 각자가 고행이나 수행에 참여하거나 어떤 종교의식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자기 나름의 구원에 이르기 위한 -삶의 의미를 찾거나 만들어 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일상의 삶속에 투영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각사람 개개인이 나름대로 면도날을 넘어서기 위한 지난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주인공인 래리에게만 집중되었던 독자들의 시선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 속의 다른 인물들에게까지 이를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엘리엇은 끈질기게 상류사회를 동경하고 사교계에 남아있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으로 그 자신이 넘고자한 면도날을 보여 주었고, 소피는 자신에게 닥친 삶의 불행을 술과 마약 그리고 남자들로 채우다가 결국은 면도날에 베여 넘어진 경우이겠고, 래리의 약혼자였던 이사벨은 결국 자신을 사랑한 그레이와 결혼하기는 하였지만 옛사랑의 그림자를 다 지우지 못하고 현실과 욕망사이를 오가며 면도날 위에서 중심을 잡고자 곡예를 펼치고 있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 본다면 인간 개개인에게는 나름대로 넘어서야 할 면도날의 의미가 다 제각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참인가 거짓인가 하는 가치판단의 문제는 차치하고서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이야기의 형식이 저자가 화자가 되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들려주는 형식이기에 주제의 묵직함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긴장감보다는 차분함이 또 때로는 그러한 차분함이 과하다 못해 느슨함으로까지 느껴지곤 합니다. 분명 주인공인 래리가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면도날을 넘어서기 위한 내면의 갈등이나 좌절, 그리고 때로 느꼈을 환희나 감동 등에 대해서 훨씬 더 생생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저자는 그가 스스로 이러한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담담하게 주인공들에게 있었던 이야기들과 그가 전해 들었던 내용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면도날을 넘어선다는 것, 그리고 구원에 이르는 길을 찾기 위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에 대한 주인공의 생생한 이야기보다는 어렴풋하게 다가오는 그림자만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의미가 비록 저자가 그러한 주제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결론으로 뭐라 우길 수 없는 그러한 종류의 문제이기에, 여러 인물들이 그 자신의 삶을 통해 내보이는 각자의 삶에 대한 사랑과 좌절을 보면서 독자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의미를 묻고 숙고해 볼 것을 권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살던 시대와 공간이 분명 많은 차이가 있기에, 특히나 바쁜 현대인에게는 더더욱이나 사치스럽게 느껴질수 있는 래리와 다른 주인공들의  '삶에 의미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삶에 대한 몸부림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역설적으로는 가장 필요한 우리 자신을 위한 삶의 자양분이지 않을는지..... 책장을 덮으며 한번쯤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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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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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그 이름을 들으면 단순히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라는 사실 이상의 의미 또는 권위를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지도자로서의 그의 능력보다는 그가 그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 담긴 종교적인 신비로움이 그러한 권위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겠지요. 어찌보면 망명정부의 지도자로서의 달라이 라마와 종교 지도자로서의 그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미국 의회 황금메달을 받았다는 사실 등은 그의 삶 자체에 담긴 평가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서양적인 가치관에 몰입해 있는 세상에 영적 지도자로서 중심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세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삶으로 내 보인 것들에 대한 존경과 인정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은 현재 세상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서, 달라이 라마와의 인터뷰 형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시도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현실에서 이루어 갈 것인지에 대한 그의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처음에는 자본주의보다는 사회주의 체제를 더 선호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장점과 특징을 인정하고 그러한 자본주의 체계를 자신의 종교적인 관점과 융합시키려는 고민과 구상을 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전세계적으로는 엄청난 부가 창출되고 풍요로움이 넘치는 듯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은 어떤 형태여야 하고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달라이 라마라는 불교지도자의 생각을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지도자상은 불교에서의 수행이나 명상 등의 가르침을 통해 리더 스스로가 자신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며, 그런 상태에서 자신이 체득한 가치들을 실제 비지니스에 반영하고 또한 의사결정 과정이나 정책수립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실천적인 사람을 말하는 듯 합니다. 그러한 리더를 통해서 변화가 일어나고 또한 그러한 리더들의 연결이 꼬리를 물고 이루어진다면 결국 오늘날 서구화된 문명과 가치관이 봉착해 있는 난관들을 헤치고 전일론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일의 성취를 위해서 필요한 '진정한 리더는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보편적인 책임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제와 도덕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는 사람이고 그러한 길을 가는 것이 달라이 라마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의 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형식이 대담 형식인지라 책을 읽는 동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머릿속을 맴도는 산만함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했다면 훨씬 이해가 쉬웠을 수도 있는 내용이 두 사람의 대담 형식에 단편적으로 담겨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어떤 주제에 대해서 달라이 라마의 생각과 그의 생각에 대한 저자의 경제학적인 해석이나 현실에 대한 설명 등이 담겨 있어서 그러한 문제나 개념에 대해서 양측의 의견을 비교하고, 더 나은 길에 대한 불교적인 시각을 대비시켜볼 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하더라도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가지 이 책에 담겨있는 불교적인 이상들이 더 평화롭고 풍요로움을 나누는 세상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현실 경제체계 속에서 얼마나 생존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것은 여전히 현실속에서 증명되어야 할 제안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냉정히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무에 대한 강조나 함께 나누는 정신 등에 대한 강조는 분명 틀린 말이 아니고, 머리로만이 아닌 정말 가슴으로 소통하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정하지만,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와 영적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10년에 걸쳐 나눈 대화의 놀라운 성과'라고 치장하기에는 아무래도 '거시기'하다는 사족을 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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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부모의 오답백과
앨리사 쿼트 지음, 박지웅 외 옮김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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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내 아이가 기막힌 재능을 보이기 시작하고 영재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면? 부모치고 이 소식을 반기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나부터도 너무 좋아하며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키고 어떻게 이끌어주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할겁니다. 실제로는 모든 아이가 영재일 수 없고, 또한 나의 아이가 영재라고 판정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부모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내 아이가 좀 더 뛰어나기를 바라는 욕심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교육으로 아이의 재능을 키워 영재로 자라게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부모들을 유혹합니다. 조기 교육으로 아이의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일견 맞는 이야기이지만, 여기에 부모의 욕심이나 꿈이 투영되기 시작하면 일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의 전형적인 모습이 현재 우리주위에 불고 있는 조기교육에 대한 끝없는 부추김과 그에 끌려가는 부모들의 모습, 그리고 어른들보다 더 바쁜 아이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합니다. 분명 어디선가 잘못되기 시작한 듯 한데, 아무도 꿋꿋이 중심을 지키며 이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아니 그리 말했다가도, 내 아이만 뒤처지는 듯한 조바심에 결국 마음의 중심을 접고 세태를 따르는 것이 또한 많은 부모들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고, 한발 앞서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에 많은 아이들을 마냥 이끌려가며 수퍼 차일드-문득 수퍼맨이 생각나서 사용해보는 단어입니다- 가 되기를 강요당하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인 듯 하여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육아와 교육에 대한 고민 중에, 조기교육을 언제 어떻게 시킬 것인지, 또는 아이의 재능을 어떻게 키우고 발전시킬 것인지, 정말로 특별한 아이의 재능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대단히 실제적이고 균형잡힌 생각을 담아놓았습니다. 다루고 있는 주된 초점이 영재교육에 대한 것이기는 하나, 조기교육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하는 부모들의 심리가 자신의 아이들을 영재로 키우기 위한 욕심(?)에 기초한 것이니 아이들의 조기교육에 대한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영재교육에 대한 시각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너무 과하게 포장하고 과장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특히나 그러한 영재교육의 주체가 아이 자신이어야지 부모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영재로 키워지고 자랐던 시절이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자신과 타인의 예들-을 통해서 영재교육이 가지고 있는 허와 실, 명암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며, 영재교육의 실상이 무엇이며, 많은 부모들이 소홀히하고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조기교육을 통해서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과도하게 혹사시키며 상처를 입히는 부모들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고, 영재로서 교육받는 아이들의 화려함 뒤에 숨겨져 있는 실패와 아픔,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저자는 정말로 뛰어난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이의 입장을 고려한 영재교육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영재가 되기 위해 혹사 당한다거나 부모의 욕심이나 소망이 투영된 부모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이에게 영재 교육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사코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 것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무엇보다도 아이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영재로 자란다면 또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공부를 잘한다면 미래의 행복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부모들에게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이 정말로 행복해질 것 같느냐?'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로서 아이의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냐?'고 많은 부모들이 무시하거나 잊고 살던 질문을 저자는 에둘러서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위해 그리 아이들을 붙들고 부모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리라고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는 듯 합니다. 

 '모든 아이는 나름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우리가 아이들의 재능의 범위를 넓게 보는 시야만 가진다면..... '조기교육이 아이들을 어른들의 관리대상으로 변화'시키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며, '행복한 어른의 삶이 꼭 어릴 때의 재능에서 오는 것은 아니'고,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발전시키는 자기 주도권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늘날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멋진 장난감이나 값비싼 선물, 훌륭한 교육환경 등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주도적인 꿈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고 아무 간섭도 없이 마음 편하게 '그냥 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부모가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아이에게 투사하는 것을 주의'시키며, 다만 '아이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의 관심을 발견했을 때 너무 앞서 나가'며, '자신의 희망을 아이에게 덧씌우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조기교육이나 영재교육의 현실이 '미래의 성취에 집중하여 아이의 현재를 희생하는 것'임을, 심하게 말하면 '아이의 미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한 나머지 아이의 현재를 노예처럼 부려먹는 것'임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참으로 새겨 들어야 할 경고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있는 저자의 글은 아마도 나를 비롯한 많은 부모들에게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해야할 것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여러가지 학습을 확 줄인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영재라는 굴레를 씌우지 않는다면 내 아이는 이런 불행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우리 어른들이 누린 행복하고 충만한 어린 시절을 왜 내 아이에게서 빼앗으려 하는가. 행복한 아이는 더 많은 꿈을 꾼다. 어른들이 무리한 욕심으로 아이를 지치게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 안에서는 꿈이 자랄 것이고 그 꿈을 이루겠다는 마음도 생겨날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아이가 행복한 거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아이들을 키우며, 그 아이의 미래를 그리고, 그 아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뭔가를 더 해주고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는 많은 부모들이 마음을 열고 꼭 한번 읽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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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수업 - 상처받고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인생의 지혜
제럴드 G. 잼폴스키 지음, 막시무스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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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레사 수녀가 말했다는 '영적 빈곤 spiritual deprivation' 상태, 즉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가정에서 물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마음 깊숙이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박탈감을 느끼'는 상태는 우리가 살다보면 반복해서 겪게 되는 일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의 한 형태일 수도 있고, 단순한 의기소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 더 건강하고 나은 삶을 위해서 창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경쟁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원하는 것을 얻거나 채우지 못했을 때 가지게 되는 좌절감, 그리고 그런 상태의 반복속에 마음이 지치고 영혼이 상처받았다는 느낌이 들고 모든 것에서 분리되고 진정으로 삶에서 필요한 무엇인가가 빠져버렸다는 느낌이 밀려올 때.....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저자 자신의 생각으로는 그것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한 사랑에 이르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사랑'이란 단어만큼 광범위한 의미를 품고 있으면서 -광범위하다는 말은 그 만큼 이 단어가 오염된 언어라는 사실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에 따라, 문화와 지역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지니고 있는 단어도 많지 않을 듯 합니다. 어떤 공동체 안에서 이 단어가 말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범위가 있기는 하겠지만, 또한 말하는 사람들의 관계나 시간, 장소와 매체 등에 따라서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이라는 말에 대한 어원은 육체적인 의미가 강한 '에로스', 인격적인 교제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표현되는 '아가페', 그리고 친구사이의 우정을 의미하는 '필로스' 등으로 말하곤 합니다. 동양에서는 아마 유교의 '인', 그리고 불교의 '자비' 등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감정적인 면에서의 '사랑'이 현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하게 전달되는 의미일 듯 하나, 사전적인 의미는 훨씬 어렵고 심오함을 담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의미들 중에 저자가 말하는 사랑은 아마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감정적인 면에서의 사랑 타령이 아닌, 아가페나 인, 또는 자비라는 개념에 더 가까운 듯 합니다. 저자가 사랑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해서 '사랑은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 '이 세상의 많은 가치들 중에서 영원불명의 정의에 들어맞는 것', '우리 존재의 본질' 등으로 설명한 것을 고려한 한다면 그리 이해해도 될 듯 합니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두려움에 무릎꿇지 않고 온전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고,  그러한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그러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설명들입니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우리가 배우기를 원하는 삶의 태도 12가지 - 베풀기, 용서하기, 마음 다잡기, 결심하기, 공격하지 않기, 피해의식 버리기, 비판하지 않기, 현재에 살기, 과거 흘려보내기, 인식 바꾸기, 자유로워지기, 책임지기-를 설명하고 있는데, 각각의 삶의 방식에 대한 설명과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서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대한 예시를 보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들려주는 예시는 대부분 저자 자신의 경험들이고, 그런 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개념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자가 언급했듯이 저자가 말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가치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들은 아마 많은 이들에게는 익숙한 내용들일 것 같습니다. 우리 주위의 많은 자기계발서들이나 방송프로그램, 전문가들의 의견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내용들과도 겹치는 내용들이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오래된 테이프를 다시 듣는 느낌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한다면, 현대인의 삶이라는 것이 여러 문명의 이기들로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고 육체적으로 편안해지긴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저자가 처음 이 책을 쓰며 고민했던 문제들이 더 심각해지고 더 광범위하게 퍼진 면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저자가 말하는 가치와 그것을 마음속에 이루기 위한 방법들이 더 필요한 시대라고 감히 주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문답이나 뜬구름 잡는 식의 잠시 마음을 안정시키는 진정제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서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이 여전히 우리에게 기본을 강조하고 그 기본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유익함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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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는 실물경제를 알려주지 않는다
양찬일 지음 / 북스토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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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학자가 실물경제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정확하게 분석하고 알려줄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실물경제에 대해서,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 줄 수 있다는 기대 자체가 과욕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테니 말입니다. 한데 이 책은 조금만 숙고하면 당연하게 알수 있는 사실을 용감하게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경제학자는 실물경제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생활하는 데 경제학 박사 학위 따위는 필요없다!'고..... 이러한 확신에 찬 제목과 책표지의 글을 보노라면, 저자가 정말로 자신있게 실물경제에 대해서 다른 어떤 경제학 서적보다 더 간명하고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길만도 합니다만, 이러한 기대는 반 정도는 채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 나머지 반은 기대한만큼 깊은 골을 경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 반보다 더 많이 채워졌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경제용어에 대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는 내용의 반복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즉 이 책은 실물경제에 대한 해설이나 분석이 담긴 책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경제 용어에 대한 해설서 정도라고 소개하는 것이 가장 정직한 표현이지 않을까 합니다. 예전에 상업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들이 가방 한쪽에 넣어가지고 다니던 상식책이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중요한 내용만 압축한 것이라면, 이 책은 그 책에서 볼 수 있었던 경제용어에 대한 내용만을 골라내어,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것이라고 한다면 이 책이 가진 특징을 좀더 잘 표현하는 것일 듯 합니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저자가 기울인 수고와 노력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성격상 좀더 정직하게 제목을 붙일수도 있었을텐데, 상당히 오해를 살만한 표현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이야기한 것 뿐이니까요.  실제로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경제적인 활동에 노출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한 다양한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교육은 차치하고, 기본적인 경제활동 등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생각한다면, 괴짜경제학이나 경제학 비타민 등과 같은 류의 경제학 대중서보다는 이 책이 훨씬 더 실질적이고 실전적인 지식을 전해준다고 할 수 있겠고, 그러한 면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각종 세금과 금융기관 등에 대한 설명 에서 시작하여 업무와 관련된 자산과 부채, 손익계산서와 손익 분기점, 도소매와 백화점 그리고 할인점의 차이, 업종과 업태의 차이,  거래시 필수적으로 필요한 계약서 작성이나 각종 서류, 건물의 용적률과 건폐율, 각서와 보증 그리고 공증의 의미, 재테크를 위해 알아두어야 할 주식과 주식투자에 대한 기법, 가치주와 성장주, 배당과 적립식 펀드, 재개발과 재건축, 그리고 뉴타운의 차이, 그리고 통신비, 전기 수도 요금 등의 각종 비용을 아끼는 방법에 대한 정리까지 세심하게 읽다보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잘못알고 있었을 내용 몇가지 쯤은 쉽게 얻어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장점을 생각한다면, 일상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제활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각종 용어와 구조, 기관 등에 설명을 담고 있어서, 경제신문을 읽는 것이 어려웠던 사람이나 재테크는 하고 싶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서 망설였던 사람, 매번 이런 저런 거래를 하면서 어렵고 복잡하다며 중개인에게 맡겨 버리던 사람 -실제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등등에게는 정말로 기본을 쌓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경제학자도, 그리고 이 책도 우리에게 실물경제의 현실과 미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조금 비약해서 말하자면, 정말로 아끼는 사람에게는 고기를 주지않고 고기잡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였듯이, 이 책도 우리가 실제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정리하고 알려주지 않았던 가장 기본적인 상식들을 알려주고 있으니, 적어도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우리 손에 들려준 셈이라고 할 수 있겠고, 나머지는 우리 스스로가 부단히 눈과 귀를 열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의 이면을 이해하고자 하는 각자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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