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을 리뷰해주세요.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의 오늘에 대해 가감없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저돌적인 공격과 비판을 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을 꿈꾸는 나라를 향해 감히 너 못났다고, 넌 너무 잘못했고, 넌 지금 불행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고 꾸짖는 내용을 읽으며 드는 생각입니다. '일본학'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에 '위험한'이라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꾸밈말로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고, 번득이는 재치와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자신들의 치부(?)에 대한 솔직함이 담겨 있기에 흥미롭기는 하지만, 한권의 책으로 발간되기에는 왠지 전체적으로 깊이있는 고민이나 통찰력은 부족하다는 느낌, 그냥 거창한 제목의 책보다는 스포츠 신문이나 지하철 가판신문대를 장식하는 일요신문 등의 한 페이지를 크게 채우고 있는 것이 더 나아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저자가 이 책으로 일본의 많은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도 없는 욕을 얻어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면도 있습니다. 그의 주장이 그만큼 주관적인 면이 강하고,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싫으면 그냥 싫다고 내뱉어 버리는 듯한 글의 내용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 책을 들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 한두 가지를 든다면, 우선 저자는 작가나 학자가 아닌 영화감독, 개그맨 등으로 이름을 날린 대중예술인이라는 점과 이 책의 출판사가 주로 영화나 예술에 관련된 분야를 생각하게 하는 '씨네 21(주)'라는 사실입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학문적인 일본학, 역사적인 일본학을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경제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삶속에 또아리를 튼 불행의 이유들를  정치와 가정과 사회의 모순, 또는 부족함에서 찾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행동이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나약하게 퇴보하고 있는 모습,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지고 아이가 먼저가 되고 어머니의 힘이 절대적이 되면서 생긴 불행, 사회적으로는 미래의 비젼에 투자하고 도전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의 안주와 평준화의 추구로 다양한 차이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생기는 불행의 그림자들..... 저자의 주관이 상당히 강하게 작용한 주장들이기는 하지만 타당성마저 없다고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각 분야에서 불행의 원흉으로 지목한 각각의 주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까지 생각하고 느끼던 일본에 대해서 확 뒤집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이것을 '위험한 일본학'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주류의 생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에서나 사회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리고 안전성을 헤치는 생각이라는 점에서 일본인 자신들에게는 저자의 생각들이 위험해 보일 것 같습니다. 물론 제멋대로이거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대중예술인의 객기정도로 넘겨버리는 사람들도 많겠지요.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들의 감춰진 약점 또는 부끄러움이 드러나는곤 한다는 면에서 위험하다고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지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더 나은 모습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무시하거나 반박하려고만 하는 사회라면 더더구나 위험불순한 생각으로 몰아가겠지요. 하지만, 일본밖에 있는 이웃나라 사람, 그리고 일제라는 폭력앞에 침략을 당했던 나라의 후손으로서 이책을 보면서 위험함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면에서 입니다. 저자는 교과서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웃나라 -특히 중국과 한국-들을 지적하면서 외교를 끊어버려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합니다. 또한 이웃나라의 그런 모습이 돈을 뜯어가기 위한 비굴한 술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옛정치가들의 위엄을 찬양하면서, 이토 히로부미의 길게 기른 수염에서 관록과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이르러서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의 생각이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발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기저에는 비슷한 생각들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는 합리화와 향수 비슷한 것을 결국 저자도 지니고 있고, 또한 많은 평범한 일본인들도 지니고 있고, 그것이 곧 그들의 속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이 책은 많이 위험한 책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그들 안에는 반성하는 이들이 있다는 우리안의 순진한 생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확 뒤집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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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일본에 대한 내부인 -제한적이긴 하지만-의 비판적 시각을 느낄 수 있다는 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일본에 관심이 있는데....'하면서 소일거리로 읽을 책을 찾는 사람.... 바쁜 사람들은 패스하시길.....^^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중국과 한국이 역사 교과서 같은 문제로 항의를 해오면 외교를 끊어 버립니다. 러시아가 북방 영토를 반환하지 않으려 하면, 대사와 기업을 전부 철수시키는 겁니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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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 3 - 순우리말 되기 전에 시리즈 15
이승희 글.그림, 조항범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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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년전 초등 1년이 되는 아들녀석이 만화국어교과서 1권을 읽고서 우리말의 철자와 맞춤법에 대해서 요리저리 조잘대던 기억은 아직도 한아이의 부모로서 흐뭇한 미소와 함께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요즈음은 더 심해져서-모든 학습서의 만화화라고 해야하나요^^- 어찌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초등 저학년 둘을 둔 의욕넘치던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양질(?)의 독서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있었던 터라, 만화로 된 학습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던 때였고, 그래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던 책 몇권만 허락하던 때였는데, 당시의 그러한 경험은 만화에 대한 나의 시각을 많이 누그려뜨려 주었습니다. 즉, '만화라도 괜찮다. 잘만 만들어진다면 재미와 더불어 학습효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식의 타협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아이와의 힘겨루기에서 야금야금 양보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아이들 곁에 있노라면, 손에 만화책이 들려있는 시간이 훨씬 많어져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기꺼이 그리고 반갑에 이 책을 맞이하는 것은 아이가 다시 이 책을 보고서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에 한번 흠뻑 빠져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바람때문입니다. 솔직히 나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것도 있답니다........^^ 

 우리말, 그 중에서도 순우리말 100개. 처음 책을 들때는 그래도 부끄럽지 않을만큼은 알것이라고 자신했는데..... 한장 두장 넘기다 보니..... 많이 쑥쓰러워집니다. 아이 몰래 보는 거라서 그래도 혼자 쑥쓰럽고 말지만, 제대로 의미를 알고 있는 말보다 아리송한 것이 더 많고, 아리송한 것보다는 아예 짐작도 못할 말들이 상당하다는 걸 알고나니, 그 쑥쓰러움이 그냥 쑥쓰러움으로 사라지질 않고 부끄럽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이거라도 제대로 알아보자는 진지함으로 다가서기도 합니다. '시나브로'. 아름다운 순우리말 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그뒤에 하늬바람, 가람-강 또는 호수의 순 우리말-, 사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름, 보슬비 등이 줄줄이 떠오르곤 하는 단어들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 대다수이고, 그것들이 순우리말이라는 의식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서문의 원작자와 작가의 말처럼 듣기만 해도 정겨움이 느껴지고, 딱딱한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폭신폭신한 흙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우리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은은한 숨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책에는 명사와 형용사, 동사와 부사로 나뉘어진 100개의 순우리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명사편은 다시 자연과 기후, 땅과 물, 사라의 부류, 우리 몸과 기능, 능력과 성질, 시간과 세월, 물건과 모양에 대한 말들을 따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보라, 소소리 바람, 먼지잼, 산돌림, 삼사미, 샘바리, 더펄이, 드레.....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지만 낯설기보다는 반갑고, 뜻을 알고나면 더더욱 살가워지는 말들입니다. 주인공 곰돌이와 밤톨이가 아웅다웅하며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알아가는 우리말들에 대한 느낌은 정말 포근한 것들이 내게 안겨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미 사용되지 않고 사전이나 문학작품 속에서만 가끔씩 등장하는 말들도 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대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며 앞으로 사용해 보지 않을테냐고 시위를 해 대곤 합니다. 아마 아이들도 곰돌이와 밤톨이가 알려주는 이러한 우리말을 대하다 보면, 고운 글에 담긴 아름다운 소리에 반해서 여느 어른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 그대로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서 놀아보는 시간이 될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도 순우리말을 만나면 이유없이 반갑고,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 한켠에 소중한 공간을 만들 수 있기를, 또한 그 공간에 담긴 말들을 멋지게 우리 삶에 되살려 낼 수 있는 지혜도 함께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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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곽윤섭 지음, 김경신 그림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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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찍기에 대한 책..... 당연히 그러한 책에서 그럴듯한 사진 몇장쯤은 담겨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없습니다. 흑백이든 칼라든 사진이라곤 앞표지에서 뒷표지까지 아무리 뒤져도 하나도 나오질 않습니다. 대신 사진보다 훨씬 정감이 가는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다정스럽게 읽는 이를 맞이합니다. 굳이 책을 읽겠다고 자세를 잡을 필요도 없겠고, 중요한 팁을 정리할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을만큼 간단한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 그런 이 책에 대한 변명으로 저자는 '이 책은 사진을 잘 찍기 위한 팁을 끌어 모은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사진 잘 찍는 팁은 아주 많다. 심지어 서로 상충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선 팁을 뛰어넘는 개념, 팁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원리를 설명하려고 애썼다. 동네 골목이든 산이든, 출사 나가기에 앞서 책의 순서에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열어 보더라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 사진에도 힘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집어든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안내서입니다.  

 사진은 곧 삶, 삶에 우선하는 그 무엇은 아니다. 11번째 팁의 물 속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진기를 던져두고 다이빙하는 사람을 그린 그림과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가 있다면 사진을 찍을 것인가? 그 어떤 명분도 사람의 목숨만큼 소중하진 않다.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사진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설명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내가 나의 가족 사진을 찍을 때, 또는 멋진 풍경을 좀 찍어보려고 낑낑거릴 때, 무엇을 위해서 그리하였던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진지하고 진솔한 삶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듯 사진도 우리의 그런 삶을 담는 것이라는, 그럴듯하게 꾸미고 채색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사진은 삶자체가 오롯이 담겨 있는 그런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사진속에 담긴 모습과 풍경이 찍은 이의 삶의 방식이나 관점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한다면, 결국 내 사진에 힘을 주는 팁 하나는 꾸미지 않은 진지한 내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진은? 저자는 '가장 좋은 사진은 재미있는 사진이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본인에게, 사진을 보는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사진은 없다.' 책 중간에 어떤 이는 일년에 마음에 드는 사진 한장을 건질 수 있다면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지만, 가족들이 둘러앉아 빛바랜 사진첩을 보면서도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것은, 앞에서의 저자의 말처럼 그 사진을 찍은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가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 있는 좋은 사진들이기 때문이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나같은 초보자에게도 참으로 많은 좋은 사진 -물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가족이나 친구 또는 친척으로 한정되긴 할지라도-들이 있다는 허풍선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 사진들에는, 나와 가족들에게만 통하겠지만, 그래도 나만의 힘이 팍팍 들어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사진을 잘 찍는 팁은 수도 없이 많다.' 여러 사이트 중에서 가장 유용한 곳은 코닥사 (www.kodak.com)이라고 저자는 친절히 알려줍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얼른 설익게 배워서 그럴듯하게 찍은 사진보다는, 조금 세련되지 못했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웃을 수 있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더욱 잘 찍는 팁에 대한 애착보다는 저자가 곳곳에서 말하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흥미롭고 또한 애착이 갑니다..... 그런다면 영영 초보자 딱지를 떼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가족들에게만큼은 영원히 좋은 사진들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요. 결코 다른 사람들은 해 줄 수 없는 이야기와 웃음을 담은 좋은 사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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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
이종필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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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라고 하면, 아직도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진 물리학이나 천문학, 또는 유전학 등을 떠올리기 십상입니다. 매일 손에 들고 사용하는 핸드폰에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 텔리비젼에도, 자동차에도, 사무실의 컴퓨터와 천정에 달린 전등이나 형광등 등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과학적인 원리들이 적용되고 실용화된 것이지만,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그안에 담긴 이런 저런 과학의 원리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들이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식의 원리를 이해할만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서 과학이 가지고 있는 합리성과 타당성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떠한 문제를 대하고 풀어나갈 때 아무런 근거없이 막연한 경험이나 느낌으로 행하는 주먹구구 식의 처방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서의 과학'을 실제 삶속에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가 반도체를 잘 만들고, 자동차를 잘 만들어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러한 기술의 발전과 풍요속에서 여러 과학적인 이기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과학과 가까워졌다는 착각속에 살 것이 아니라, 과학이 말하는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 즉 이치에 맞고 근거가 확실한 주장을 내세우고 토론할 줄 아는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체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랬을때에야 진정으로 과학이 우리 삶속에 들어왔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정치와 문화, 사회와 인간이라는 주제에서 찾은 여러가지 소재들을 과학이라는 사고방식을 통해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인이 비리 한방에 감옥으로 날려가지 않고 자꾸 고개를 빳빳이 들고 국민들 앞에 나설 수 있는 이유나 BBK 사건이 검찰을 그럴듯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인 분석은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에의 신선한 접근방식을 느끼게 합니다. 과학이론과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우리의 몇몇 드라마와 영화를 과학적으로 들여다 보았을 때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장점과 단점들에 대한 지적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훌륭한 영화는 결코 과학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렇게 현실감있는 대단한 작품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과 소재의 고갈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헐리우드가 과학이라는 보고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고,  그 안에서 꾸준히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제공받고 있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문화의 양과 질을 풍성하게 만드는 과학의 의미를 충분히 뒤돌아 보게 만들어 준다 하겠습니다. 사주나 풍수에 대해서 과학적 원리로 접근해 보고자 한 것이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게임이론에 의거한 분석도 우리에게 주어진 사실을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말하는 '인류원리'-인간이라는 지적생명체 자체가 어떤 물리계의 특성을 설명한다는 원리-를 통해서는 완벽한 시스템이나 조직만으로는 완전해 질 수 없는, 시스템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자율성을 말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자신의 의견에 자신의 논리를 덧붙이고 합리성으로 포장하여 국민들 앞에 던져지곤 하는 갖가지 법과 제도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과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의 의미와 결과들을 읽는 이들에게 알려주는 내용들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있던 다양한 정치, 사회, 문화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저자가 과학적인 사고라는 합리성을 갖춘 도구를 통해서 들여다보는 솜씨는, 딱딱한 실험실과 강단에 갇힌 과학을 손에 들린 핸드폰이나 MP3처럼 우리가 훨씬 가깝게 다가설 수도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모든 것들의 과학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과학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요리저리 잘 구슬려보는 노력들이라는 사실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모두가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사회가 된다면, 책표지에서 당나귀가 속삭이는 '과학적으로 다스려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라는 말이 정말 그림속의 우화로 끝날수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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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를 리뷰해주세요.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
모리야 히로시 지음, 지세현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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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오경, 노자, 장자, 채근담, 소학 등..... 우리 문화권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고전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우리를 지혜롭고 인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보물창고라는 생각보다는 먼지가 쌓인 구석에 처박힌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면에 먼저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시대에 맞게 번역하고 해설된 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한자라는 벽이 존재하고, 그러한 벽앞에서 느끼는 낯섬과 난해함에 대한 기억이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결과이겠지요. 물론 요즈음에는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에 대한 바람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어디까지나 이러한 고전들에 대한 관심과 그 가치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것만큼을 확실하니, 그러한 시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견고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반복되어서 그러한 고전에 대한 가치를 일깨우는 책들이 우리 주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 안에는 우리가 사장시킬 수 없는 귀한 지혜와 삶의 지표들이 숨겨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는지..... 

 이 책에서 저자는 고전속에 담긴 문장들을 철저하게 현대의 조직과 사회생활에서의 필요와 유용성에 의해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고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의 지혜를 통해서 현재의 난관이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한 조언과 어리석음에 대한 일깨움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지혜에서 시작하여 사람을 쓸 때, 소박한 일상에서, 여러 상황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위해, 인생을 값지게 살아내기 위해, 또한 세상살이에서 필요한 지혜들에 관한 고전의 가르침에 이르기까지 뒤로 몇발짝 물러서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듯하지만, 바쁘고 요란한 삶속 어디에선가 이미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지혜에 대해서 고전의 가르침을 통해서 일깨우고 있습니다. 고전 자체의 내용 그대로 보다는 그러한 가르침이 현재의 우리의 삶속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책장을 넘기며 뭔가 빠져 있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는 일본인인데, 이 분야에서만큼은 아직 우리 학자들이 더 앞설 것이라는 교만함이 앞섰을 수도 있겠고, 고전을 너무 현대적인 삶의 부분에 적용하여 이리저리 해석해 나가는 모양새가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책의 많은 설명부분에는 리더나 조직, 지도자나 경영 등에 대한 용어가 등장하고, 그러한 말들이 고전의 순수성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느끼게 만드는 구석도 있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그의 글 속에 담긴 하나하나에서 내 삶에서 무시하며 살았던 또는 잃어 버렸던 지혜로운 삶에 대한 조언들이 보물처럼 묻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마 저자가 노력한 면도 있겠지만, 본디 우리의 삶의 한축을 안보이게 구축하고 있었던 삶의 지표와 가치들이 고전을 통해서 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방대한 고전들 속에서 지혜들을 담아 올린 저자의 노고도 생각해야 할 듯 하고, 무엇보다도 내게는 미루어 두었던 고전들에 대한 거둬들인 눈길을 다시금 그것들로 향하게 만들어 준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가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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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세상사, 인간사의 기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새내기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하늘의 이치는 다하면 돌아오고, 차면 줄어든다 (p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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