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우울증 - 역사를 바꾼 유머와 우울
조슈아 울프 솅크 지음, 이종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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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위인들의 전기라고 하면, 한 사람의 삶을 연대기 순을 나열하면서 그 중에서 의미있는 사건이나 업적들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식일 것입니다. 이 책도 어떤 면에서는 링컨의 삶을 다룬 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익숙한 전기문과 다른 점은 기존의 전기문이 한 사람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의 일생을 조명한다면, 이 책은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통해서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또한 그것을 이겨내고 훌륭한 업적을 이루게 되었는가에 대한 조금은 독특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위대한 인물로서의 링컨 대통령을 단순히 자수성가한 인물이나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 해방이라는 업적을 남긴 사람으로서 정형화시킨 그런 이야기가 아닌, 심각한 우울증을 앓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고난과 좌절을 통해서 단련되고, 심각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유머를 익히고 사용하며 주어진 목표와 일에 열중하여 성공을 거두고, 그 안에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성품을 유지하였던 그러한 과정이 우울증을 앓던 링컨이라는 한 사람이 남북전쟁을 이끌고 노예해방을 이뤄낼 수 있는 저력을 지니게 만든 것이라는 밑그림을 통해서 그의 일생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통해서 링컨의 삶을 조명하는 내용은 기존의 전기문이 추구하는 형식을 피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정형화된 스토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즉,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이루고자 하는 야망을 지닌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 한데, 그 질병은 일반적으로 그가 이루려는 야망에 심각한 방해와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병이다. 그는 그 질병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침을 반복하다가 스스로 질병을 극복하거나 견디거나 다스리는 나름의 방법을 배우고, 또한 심각한 질병을 통해서 지혜와 인내와 겸손 등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결국은 그러한 과정이 밑바탕이 되어서 훌륭한 일을 이루어낸다'는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한 스토리의 형식을 느끼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질병은 우울증이라는 일반적인 질환보다는 더 극적인 면이 있는 소재였고, 주인공의 삶은 기대보다 훨씬 드라마틱 했고, 그가 이룬 업적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다른 형식으로 다룬 그의 삶이 읽은 이로 새삼스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링컨이라는 인물을 단순히 우울증이라는 질병만을 통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현명한 접근법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치밀한 고찰과 자료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링컨의 일생은 결코 우울증이라는 질병의 영향을 배제하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삶에 깊이 영향을 끼쳤고, 또한 그가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견디고, 모든 사람이 우러를 수 있는 업적을 남길 수 있게 단련하고 인내하게 만든 것 또한 우울증을 앓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분명 깊이있게 들여다 볼 만한 주제인 것만큼을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로서 우리는 링컨 대통령만큼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앞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들 -질병이든 사회적인 위치나 배경이든-을 단순히 힘겨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또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계기나 보물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는지.....   물론 링컨 대통령처럼 그러한 어려움을 감당하고 이겨내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을 거친다면 말입니다. 자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었을 우울증을 철저히 관리하고 이겨낸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링컨 대통령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평가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처절했었을 수도 있는 삶을 깊은 애정을 지니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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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
앤 해링턴 지음, 조윤경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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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의학이 이룬 많은 발전의 한 가운데는 모든 질병에는 그에 합당한 원인이 있고, 몸에는 그 원인에 상응하는 변화와 증상이 나타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환자를 대할 때면, 그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상응하는 여러가지 변화를 밝혀내기 위해 무수한 검사를 실시하곤 합니다. 혈액검사나 X-ray 검사 등은 기본이고, 의심되는 증상에 합당한 초음파, CT 촬영, 조직검사 등의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여,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찾아 나섭니다. 이처럼 질병을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방식은 실제로 많은 성공을 거두어, 여러 감염증이나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 질환, 심장병이나 기타 희귀 질환 등에 대해서까지 다양한 치료방법을 개발해 내었고, 또한 많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성공은 질병에 대한 접근이나 치료방식이 기존의 생리학적인 관점을 벗어난 것들에 대해서는 미신이나 사이비 등의 딱지를 붙여 의학의 울타리 너머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기존의 의학적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현상들 -즉 일종의 신경성 질환 등과 같은 증상은 있으나 생리학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이 있고, 일부에서는 주류 의학의 기존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통합의학이니 전인주의적인 접근법이 의료현장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주류 의학의 각 영역은 자신들의 바탕이 되는 물리주의(physocalism)를 견고히 고수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그러한 의학의 견고한 물리주의가 해결해 주지 못한 질병을 가진 이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다양한 증상 -통증, 두통, 무력감, 피로감, 수면장애, 기분변화 등-을 겪고 있지만 그 원인을 찾을수 없어 의사들의 적극적인 진료에서 소외된 사람만이 아니라, 만성 질환이나 암 등의 말기 질환, 또는 희귀 질환으로 '치료법이 없거나 치료법이 있더라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거나 안전하지 못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병세를 완화하는 정도'의 의학적인 처치밖에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보통 마지막에는 의학의 변두리에 있는 대체의학적인 치료법이나 의학의  담장 너머로 밀려나 있는 민간요법, 아직까지 의학의 인정을 받지 못한 위험스런 치료법, 심지어는 점쟁이나 굿을 하는 사람에게 달려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심신의학도 그러한 경계부근이나 너머에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중세 시대의 퇴마의식이나 최면술에 의한 치료적 접근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겠지만,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명상이나 요가,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의 힘, 플라시보 효과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의학의 영역에서 밝히고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는 듯 보이니 말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정통 의학이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던 방식이 아닌, 질병에 환자 각개인의 '마음과 성격을 그려 넣은 이야기'로서 파악하고자 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몸과 마음이라는 이원론적인 구분으로 환자의 마음이라는 측면이 배제된 몸에 대한 이야기만이 정통 의학에서 다루어졌다면, 이 책은 마음을 다루는 의학 또는 마음의 작용을 통해서 환자를 치료하고자 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심신의학이라는 묶음아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러 심신 치유의 이야기에는 다양한 성공의 이야기도 섞여 있고, 기본적으로 저자는 그러한 각개 심신의학적인 치료법들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기 보다는, 역사와 문화속에 담긴 여러 심신의학의 변화와 모습을 살피고, 그 안에서 현대 의학이 경청할 만한 것을 찾아서 새겨 들었으면 한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적극적으로 '인간이 원하는 대로 몸을 조작하고 만들 수는 없지만, 인간의 몸이 전적으로 마음을 따른다'는 생각도 숨기지를 않습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는 질병이나 몸에 대한 개념들을 바꾸어 왔듯이, 또 시간이 흐르고 의학이나 과학이 저자가 말하는 심신의학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질병에 대한  더 풍성한 접근법과 치료법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소망까지도 느껴진다고 할까요..... 

 여섯개의 내러티브 -암시의 힘, 말하는 몸, 긍정적인 사고의 힘, 현대의 삶이 망가지다, 병을 치유하는 인간과의 끈, 동쪽으로의 여행-를 사용하여 자신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살핀 심신의학 각각에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저자의 방식은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심신의학을 이해하고 발전시켜가는 과정, 의학의 발전과 인간 지적능력의 향상과 함께 더 정밀해지고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들을 찾아내고 또한 스스로 발전해가는 심신의학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중세의 '악령 홀림'과 '퇴마 의식'의 동물자기와 관련한 메스머 의식으로의 변형 그리고 19세기 최면에 의한 치료법을 다룬 '암시의 힘'편은 심신의학에 대한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2장 '말하는 몸'에서는 정신분석의 시작과 함께 재발견된 심신의학의 긍정적인 시작을 소개하고 있고, 3장  '긍정적인 사고의 힘'은 질병의 치유의 힘을 지닌 마음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장 '현대의 삶에 망가지다'는 스트레스라는 개념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심신의학 나래티브의 변화 - A형 성격의 등장, 여러가지 질병의 발병과 확산을 스트레스라는 원인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를 이야기하고 있고, 5장은 환자가 친구나 가족, 각종 친밀한 사회 공동체를 통해서 사회적 지지를 받게 되었을 때의 치유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를 담고 있고, 6장은 현대인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동양의 여러 가치와 생활방식 -중국의 기공, 명상, 불교의 수행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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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을 리뷰해주세요.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5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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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둥그스름한 얼굴에 머리를 뒤로 동여맨 채, 여러 음악가의 일생과 음악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마지막에는 세 명의 동료와 함께 연주를 멋지게 하는 한 남자를 가끔 보게 됩니다, 얼마전에는 일반인을 위한 고전음악에 관한 책으로 조명을 받기도 했던 이 사람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렵고 멀게만 느끼는 고전음악을 가지고 서서 사람들을 부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사람들 가까이에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음악회라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이러한 강의 형식이나 책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선다는 것은 아마도 한 연주가로서의 자존심을 낮추는 것일 수도, 가슴 떨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었을 터인데, 들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고전음악을 꿈꾸며 과감하게 나선 그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음악회에 가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음악이라고 하면 가요 몇 소절과 종교음악 몇 곡, 그리고 학교다니면서 배운 것들에 대한 기억과..... 몇몇 귀에 익은 클래식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 역시 그가 다가서기를 바라는 클래식에 대한 문외한에 가깝지만, 그래도 그의 모습과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 하곤 하였습니다. 여러 음악가의 삶을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구요.....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이 책에 대한 반가움도 아마 그러한 감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교향곡에 대한 관심은 대학교를 들어가고 얼마되지 않았던 때 읽었던, 소설속의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던 듯 합니다. 남의 집 창가에 앉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그 중에서도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며 청춘의 열정을 부여잡던 주인공의 모습이 나도 그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켰고, 그 뒤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그리고 몇몇 유명한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귀에 달고 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내 삶의 기억을 문득 떠올리게 만들고, 바쁜 삶에 잊고 있었던 몇몇 교향곡의 낯익은 선율을 내 귓가로 다시 데려다 줍니다. 하이든에서 시작하여 모차르트, 베토벤,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 클래식에 관심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을, 열명의 작곡가의 음악에 얽힌 삶과 특히 그들이 만들어낸 주옥같은 교향곡에 대한 이야기들을 간결하지만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해당 작곡가의 교향곡 중 가장 사랑하는 한곡을 선정하여 세세한 작품설명을 곁들여 함께 들어보기를 권하고 있는데, 옆에 소개된 곡들이 없다는 점이 많은 아쉬움을 줍니다. 시간을 내어 다시 책을 보며 꼭 들어보아야겠습니다..... 

 앞에서 케이블 TV에서 강의를 하던 이는 언젠가, 지금은 클래식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클래식이 현대의 대중음악처럼 매우 대중적인 음악이었고, 지금의 여러 파격적인 음악처럼 당시에도 파격적인 음악으로서의 클래식이 있었다는 의미의 말을 하였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고전음악을 어려워하거나 따분해하는 이유는 귀에 익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게 아직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교향곡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그냥 녹음기에 테이프를 넣고 틀었을 때의 기억은 이 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던 듯 하니까요. 그리고 아직도 연주회나 방송을 통해서 듣는 낯설은 클래식 곡들은 분명 끝까지 듣는데 인내심을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귀에 익은 좋아하는 곡들의 선율을 들을 때면, 그 의미는 180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가의 생애와 곡들에 대한 설명을 함께 하고 나서 듣는 것이라면,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른 깊이와 의미를 담아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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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 특히 교향곡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또한 좀더 적극적인 사람에게는 고민하지 않고 저자가 권한 곡을 시작할 수 있게 자신의 느낌을 잘 설명해 놓았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이 분야에 대해 낯선 청소년들, 관심은 있지만 적절한 안내자가없어 교향곡이라는 소리의 드라마를 아직 즐겨보지 못한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나는 베토벤 작품을 연주할 때 음악을 가슴으로 포옹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느낌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크의 작품에는 없는 것입니다. 모차르크의 음악은 어른보다 어린아이가 연주하기 더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차르크의 음악은 타고난 것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베토벤의 음악은 타고난 것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합니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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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만찬>을 리뷰해주세요.
빈곤한 만찬 - 음식, 영양, 비만에 관한 과학적 진실
피에르 베일 지음, 양영란 옮김 / 궁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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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룩한 사회에서는 이데 영양결핍으로 인한 사망이나 질병보다는 분명 과도한 영양섭취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비만과 각종 성인병들로 인한 문제가 더 심각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는 먹는 것 자체보다는 더 나은 음식 -유기농이니 저농약이니 무농약 등의 딱지를 붙인 농산물이나 영양학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종류-을 먹는 것이 더 문제가 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 차이는 가깝게는, 단촐하기 했지만, 텃밭에서 따온 상추와 고추, 샘에서 떠온 시원한 냉수, 그리고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추수해서 거둔 쌀과 보리로 만든 밥을 먹을 수 있었던 우리의 부모님 세대의 식탁과 누군가가 대량으로 생산해 내거나 가공해 낸 음식이나 식재료를 사용하여 채우는 우리의 식탁 만큼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영양이 넘치고, 의학이 넘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무게와 허리 둘레의 증가를 단순히 영양이 넘친다는, 너무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은 너무 적게 한다는 사실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이 책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습니다. 1998년 세계 보건기구가 비만을 전염병으로 규정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상식적으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분명 이 책을 읽다보면 그리 불릴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모든 음식을 적당히 먹고, 저마다 식사는 자신의 필요에 맞게 먹어야 하며, 군것질은 하지 않으며,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비만을 전염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인간은 비록 삶의 모양이나 환경이 원시적인 인간과는 매우 다를지라도, 유전학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는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현대인의 비만과 각종 성인병 -문명병 또는 현대병- 에 대한 뿌리의 시작을 바로 처음의 인간, 즉 원시인류의 수렵과 채집 생활에서부터 더듬어오기 시작합니다. 원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발달시켰고 보존해 왔던 각종 신체적, 유전학적인 기제들이 삶의 모양과 형식이 바뀐 현대에는 고스란히 부작용을 낳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즉 현대병은 우리 인류의 조상들에서 기인한 오래된 신진대사방식-음식을 먹기위해 죽어라 사냥하고 채집하고, 추운 겨울을 위해 지방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발전시킨 것 등-과 우리 현대인이 만든 새로운 생산방식 -예를 들면 대규모 경작이나 사료를 사용하는 목축업 등 -과 섭생방식의 괴리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가 아닌 자연을 이용한 대량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양학적인 불균형..... 이것을 현대인의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비롯한 현대 문명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그러한 불균형의 중심에는 오메가6 지방산의 과다와 오메가3 지방산의 결핍이 있다는 것과 비만 및 이와 관련된 현대병을 해결하려면 바로 이러한 불균형을 교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교정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생산하는 단계, 즉 각종 농작물의 경작이나 가축의 사육과정에서 먹이는 사료 등에 대한 적절한 균형의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인체의 오메가6 와 오메가3 의 자연적인 비율이 5:1 정도였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10:1~20:1 이상이 되었고, 그에 따라 현대에 이를수록 섭취하는 열량이 줄어가는데도, 여러 국가에서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오메가6 는 지방의 저장 및 축적을, 오메가3 는 지방의 축적을 억제하고 이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현대에 이르러 오메가6 의 비중이 갑자기 증가한 것은 바로 각종 식품의 생산과정에서의 균형파괴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돼지나 닭, 소 등을 키울 때 쓰이는 사료로 쓰이는 대량생산된 옥수수나 콩은 오메가6 가 매우 풍부하지만 오메가3 는 미미한데, 그러한 불균형이 먹이사슬을 타고 그대로 인간에게까지 전이되고, 그 결과가 현대인의 비만과 성인병으로 귀결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제시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자는 각장의 부제를 '네가 무얼 먹었는지 말해주면, 나는 네가 누구인지 말해줄게', '네가 무얼 먹었는지 말해주면, 어째서 네 몸이 변하는지 말해줄게', '네가 제대로 실천하겠다고 약속하면, 나는 네게 그 해결법을 전수할게' 라고 자신있게 달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자연생태를 무시한 인위적인 개입이 겉으로는 풍요를 불러온 듯 하지만, 비만 등의 문제를 불러왔듯이 그러한 인위적인 개입을 교정하여 자연적인 생태계 상태에 최대한 가까운 방식의 축산이나 경작이 결국은 그러한 문제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인의 비만과 각종 현대병이 지금까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아왔던 단순한 과도한 영양 섭취나 운동 부족만으로는 대답할 수 없고, 또한 가장 중요한 요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는 것이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불균형인데, 한가지 유의할 것은 부족하다고 지적된 오메가3 가 비만의 해결을 위한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디까지나 두가지 지방산의 균형이 중요한 것이고, 오메가3 가 강조되는 것은 지금의 현실이 오메가3 의 결핍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바이오 연료에 대한 지적에 나오는데, 바이오 연료가 재활용될 수 있고, 대기를 거의 오염시키지 않는 것까지는 좋은데, 씨앗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이 소의 사료로 이용되는 과정에서 소는 이러한 깻묵을 먹고서는 찌꺼기를 먹이는 인간에게 앙갚음이라도 하려는 듯 메탄가스와 포화지방산, 트랜스 지방을 만들어내어 공기를 오염시키고, 몸에 해로운 지방산을 담은 각종 가공식품들을 생산해 결국 그 부메랑은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곧 자연의 생태계를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공기오염을 줄이고 인간의 건강을 챙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사실중 몇몇 또는 많은 부분이 오류로 지적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였거나 적극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건강과 비만, 그리고 현대의 여러 질병에 대한 진실을 성의껏 알려준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 저자의 말에 의하면 유기농 농산물이 환경오염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영양학적인 면에서는 별의미가 없다네요.... 달걀의 경우 예를 들면 옛날 시골에서 키우듯이 먹이를 가려서 준것이 아닌 가축사료를 먹여서 키운 것이라면 방사란이라도 영양학적인 면에서는 빛좋은 개살구일뿐이라고 생각해도 될 거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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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건강과 비만, 그리고 현대 여러 질병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직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아이와 가족들의 먹거리로 고민하는 모든 어머니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매번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있을 건강한 이들, 여러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현대병 환자들, 콜레스테롤만 열심히 쳐다보며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열심인 의료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 신체의 조화는 먹이사슬의 조화로 얻어진다....(p229)   ...가축의 섭생을 개선하여 인간의  영양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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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만화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1 - 열두 살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경제의 모든 것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니콜라우스 피퍼 원작, 송동근 각색.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아직까지는 책의 두께 때문에, 나의 아이들에게 소개하기를 미루고는 있지만, 초등 고학년정도의 어린이나 중학생을 위한 추천도서에, 특히 경제 교육을 위한 책으로는 빠지지 않는 책입니다. 그만큼 내용도 짜임새가 있겠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여러 경제개념에 대해서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조금은 직설적으로 들리는 제목에서, 새해 덕담으로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 느꼈던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게 되지만, 책의 실제 내용은 무작정 돈을 벌어 부자가 되려는 탐욕스런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다만 아이들 수준에서 이해하기 쉽게 경제의 기본적인 용어와 개념을 펠릭스와 그 친구들의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돈'이라는 실물을 내세운 것이겠지요. 돈이 흐르는 모습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빌려주는 등의 행위-을 통해서 경제라는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와 경제 시스템에 속한 한 개인으로서 돈을 관리하는 요령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미래의 어른이 될 아이들이 실제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주인공인 펠릭스나 그 친구들처럼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서 돈을 모으고 그것을 관리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그리 나서면 공부나 하라고 핀잔을 주지 않을는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돈을 직접버는 것은 펠릭스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대신하게 하고, 실질적으로는 용돈 기입장 등을 써보게 한다거나, 용돈을 주고 일정기간 그것을 자신의 책임하에 관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정도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경제 만화 -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는 바로 어린이를 위한 경제 동화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가 만화라는 새모습을 입고, 나타난 책입니다. 원저자는 그린 이의 솜씨에 감탄해서  만화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자신이 책을 쓰면서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책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경제 용어와 개념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데 대해서 행복해 하기도 하구요. 실제로 만화속의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진행을, 이 이야기를 처음 읽는 독자의 눈으로 따라가다보면, 원저자가 그린 이를 그리 칭찬하고 행복해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법 합니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주인공들의 모습을 창작해 낸 그린 이의 열정과 수고가 저절로 느껴진다고 한다면 너무 과한 칭친이려나요.....^^  만화 1권은 원작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의 처음 1-4장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작이 23장까지 있으니까 단순히 산술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만화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는 5권이나 6권까지 계속 이어질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데, 1권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군요.....^^. 아이들도 1권 마지막에서 '하인첼의 꼬마들 & Co'라는 회사를 설립한 펠릭스와 그 친구들은 2권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찌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 하는 듯 합니다. 어서 2권 나오라고..... 

 아이들 책과 학습의 많은 분야가 만화라는 장르로 채워지고 있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솔직하게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런 흐름이 마냥 반가울 리는 없습니다. 책을 안보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글로 씌여진 책을 통해서 지식을 다져갈 수 있는 아이들까지 만화라는 올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하여서, 그런 모습을 볼때면 안타까울 때도 많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편견에 의한 감정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고민을 했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만화라고 하더라도 정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한 구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감탄하게 만드는 책들도 있고, 그런 책이라면 만화라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이가 만화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책에도 손이 자주 갔으면 하는 것이 매번 넋두리를 풀어놓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이 책도,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읽기를 권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흥미롭게 잘 짜여져 있고, 그림도 내용과 서로 잘 어울리게 만들려는 그린 이의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하나,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힘들어할  수 있는 원작이 버거운 좀더 어린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경제교육을 위한 책이 될 수도 있겠고, 책과 만화라는 두 장르를 모두 대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거기서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봅니다. 우리가 영화로  만들어진 원저작을 읽으면서 그 차이를 음미해 보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이 만화를 많이 보는 것을 걱정하는 부모지만, 저도 솔직히 2권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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