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를 리뷰해주세요.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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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답이 'Philosophy'라는 어원에 바탕을 둔 '지혜에의 사랑'이라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러한 답이 쑥쓰러워지는 이유는 너무도 도식적인 대답이라는, 그리고 그것으로는 철학에 대한 어떤 실질적인 것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육과정에서 많은 철학에 대한, 또는 철학을 설명하는 책들을 대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우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듯이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철학이 무엇인지 설명하는데 더 그럴 듯한 철학적인 자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철학의 다양한 모습과 철학이 삶에 적용되는 형태들을 이야기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역시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찾는 것은 무모해 보일 뿐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도 철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니만큼, 그 처음의 시작은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철학 자체에 대한 탐구와 다양한 철학적 주제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책의 처음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경험론과 합리론을 통한 세상과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와 참과 거짓 등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인간이 인간이 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4부에서는 도덕과 윤리, 5부는 역사와 유물론, 6부는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즉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정치와 역사와 도덕에 대한 것들을 철학의 눈으로 더듬어 보는 과정인데, 무심코 넘기던 사실들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들고 또한 그것들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책의 제목에서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유쾌한 철학적인 삶을 건져올릴 수가 있을까?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주제들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실들이지만, 역시나 읽는 이로서는, 그러한 주제를 철학을 빌려 논하는 것은, 땅에 발붙이고 아웅다웅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철학적인 소양이나 교육의 문제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삶속에서 사람들이 부딪히며 현실적으로 느끼는 것들과는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주절거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비록 구름위에 올라타서 흥얼거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을 굳이 철학적인 사고의 틀로 해석하려는 모양새가 그러한 일상을 더 복잡스럽게 만든 것은 아닌지.... 물론 이 모든 것을 소양의 탓으로 돌릴 수가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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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철학이라는 골치아픈 학문을 조금 더 일상에서 다가설 수 있는 녀석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진지함을 원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진지한 질문, 다른 방식의 질문을 원하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모든 질문에는 정답이 있고, 그 정답만큼의 진실이 있다. 그러나 모든 질문이 동일한 진실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질문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고 드러나는 진실의 범위도 달라진다. 따라서 철학은 질문의 내용을 중요시한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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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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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적인 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하던 소설과는 상당히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시작은 작가와 이름이 같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는 미국인이자 유대인인 주인공이 자신의 할아버지를 나치로부터 구해 주었다는 오거스틴이라는 여인을 찾아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것으로 이야기가 비롯되지만, 주인공과 여행했던 알렉스라는 청년과 그의 할아버지, 그리고 암캐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주니어의 여행기와 알렉스가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들-여행과 이 소설의 내용에 대한 것들을 주로 이야기한- 그리고 과거 트라킴브로드에서 조너선의 조상들의 삶이 시작되어 나치의 학살로까지 이어지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함께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편지를 통해 나누는 간접적인 방식의 접촉을 통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끝까지 읽기 전까지는 밝혀진 것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고, 끝까지 읽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알아야 할 밝혀진 것들에 대한 진실은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과거 할아버지의 생명의 은인을 찾아 미국에서 우크라이나까지 달려온 것은 단지 조상들의 과거에 대한 되새김보다는 그러한 과거에 대한 기록의 목적이 더 컸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여행내내 그의 수첩에 뭔가를 적곤 하였고, 알렉스의 편지에도 조너선이 여행을 통해서 얻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그것을 알렉스에게 보내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말입니다. 아마도, 조니선은 여행의 시작에서는 실제 내용이 어찌되었든 상당한 이야기거리와 볼거리를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변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할아버지가 살았던 트라킴브로드의 모습을 보게 되고, 과거 그 안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오거스틴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에 대한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당시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몇가지 파편정도는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주인공이나 안내자들의 기대와는 무관하게, 여행에 나선 일행은 이내 조너선이 찾는 트라킴브로드라는 지명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아예 기억되지 못하고 망각에 잠겨 있고, 그 안에서 일상을 일구다가 나치의 폭력에 목숨을 잃은 많은 이들에 대한 흔적은 망각된 트라킴브로드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오거스틴이라고 주장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할머니가 트라킴브로드로 데려가 주긴 했지만, 거기에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고, 아마 알렉스의 할아버지는 얼마만큼의 진실을 알고는 있는 듯하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그 전에 만났던 많은 우크라이나 인들은 아예 트라킴브로드라는 지명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트라킴브로드와 그 주위에 있던 마을들에도 세계대전의 회오리가 몰아쳤고, 나치에 의한 유대인의 학살이 잔혹하게 진행되었습니다. 1791년 트라킴브로드에서 트라킴 B의 마차가 브로드 강바닥에 빠진 뒤 그 시체를 찾지 못하고 한 아이만이 떠올랐던 사건에서 비롯되어 150여년 동안 지속되었던 1942년의 트라킴 데이 축제 때, 이 마을에 나치의 폭격이 몰아쳤고, 그 폭격을 피해 강물로 뛰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엉켜 익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를 더듬으러 온 주인공에게 현실속의 우크라이나는 그러한 과거의 악몽을 깨끗이 망각하고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습니다. 트라킴브로드에 살던 사람이 누구였고 어디에 있는지도, 그곳에서 있었던 사건이 무엇인지도, 그리고 그곳에 트라킴브로드라는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못한채 망각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한 현실속의 망각을 헤집어 벌려놓은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밝혀진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내용이 주인공의 여행을 통해서 얻어진 사실이라기 보다는 단편적인 사실에 소설적인 상상력을 이어서 만든 이야기일지라도,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망각된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고 부끄러움을 감추고자 의식아래로의 소멸을 강요당한 망각의 교묘함,  그 망각속에 담긴 진실과 그에 대한 진솔한 반성.... 바로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은 현실속에서 완벽하게 망각된 트라킴브로드..... 아마도 함께 살던 유대인의 학살을 차마 항의하거나 막아서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인들의 과거의 부끄러운 상처에 대한 현실적인 반응의 결과물이겠지만,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완벽하게 망각되는 트라킴브로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또한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 그러한 것들이 우리가 진정 깨닫고 알아야 할 것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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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미쳤다>를 리뷰해주세요.
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 / 지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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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 -'스타'라고 일컫는 사람들로 요즈음은 연예계만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선두주자들을 '스타'라고 지칭합니다. 예를 들면 '스타' 변호사니 '스타' 의사니 하면서 말입니다- 의 삶을 동경하고 부러워합니다. 물론 그들의 삶에서 흘러나오는 긍정적인(?) 면에 대한 부러움일 것입니다. 한편으로 그들은 기대에 어울리지 않게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 실망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에 주목하는 듯 합니다. 이 책은 주로 성격장애,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특히 우리가 말하는 스타들의 명암이 뒤얽힌 극단적인 삶과의 밀접한 관계에 주목하여 고찰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독특한 책입니다. 주체할 수 없는 많은 돈과 인기를 얻고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면서도 결국은 그러한 호사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마약과 술과 섹스, 폭력과 극단적인 행동이나 우울증 등에 파묻혀 파멸로 치닫곤 하는 스타들의 삶에 대해 성격장애라는 정신 병적인 상태를 통해 분석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성격장애라는 정신의학 분야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타들의 유별난 삶과 죽음을 성격장애라는 측면에서 분석해 낸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서 저자에 의해서 소개되는 스타들은 대부분 그 자신의 분야에서도 유별나게 특출했던 수퍼스타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유별난 삶을 살고 죽음을 맞이했던 이들 -에디트 피아프, 매릴린 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 로비 윌리암스, 앨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등- 입니다. 어찌보면 영화같은 삶을 살았던 이들이라 하겠고, 그래서 더더욱 흥미롭고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반인들의 눈에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은 그들의 삶에 대해서, 성격장애라는 정신의학적인 렌즈를 통해서 들여다 보면 많은 부분을 더 잘 이해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즉 그들의 삶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성격장애에 대해서 알게 되면, 단순한 신문기사나 뉴스 속에서는 맥락을 알 수 없었던, 그리고 설명할 수 없었던 많은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집요하게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 아끼지 않았던 성공과 명예를 얻기 위한 노력,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카리스마와 능력, 성공의 정점에서의 추락과 자기파괴, 그리고 반복되는 파멸의 악순환 등도 경계성 성격장애나 자아도취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그리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라는 여러 성격장애의 유형들에 비추어 보면 너무도 적절하게 설명할 수가 있음을 실제 여러 스타들의 삶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그들이 모두가 선망하는 정점에 오를 수 있게 한 것도 성격장애의 역할이고, 또한 그 정점에서 파멸에 이르는 악순환과 불행한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도 동일하게 성격장애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을 여러 수퍼스타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스타들의 불행한 삶을 보면서 '명성과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유명해지고 나서는 결국 불행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곤 하는 스타들의 모습에 대해 '명성이 그들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명성을 얻은 것이다'라고 변명(?)을 해 주는 이 책은 먼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타들의 삶의 이면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동경하곤 하는 스타의 삶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던 그들의 음악이나 기타 작품들이 한편으로는 성격장애라는 병적인 상태의 산물 -물론 이러한 사실이 그러한 음악이나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라는 사실과 어느정도의 정신적인 장애가 남다른 인간적인 매력, 사회에의 헌신, 남다른 창조성과 성공을 향한 굳은 의지와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가 있고 그러한 의미에서 정신적인 장애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수도 있으리라는 사실에서는 우리의 삶에 담긴 아이러니를 생각하게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스타들의 열정과 매력 그리고 카리스마 역시 성격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장애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과 많은 이들의 열광의 이유가 우리가 하지 못한 대담한 것들을 그들이 대신해 행하고 보여주는데 있으리라는 분석은 스타들의 삶 뿐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스타들은 미쳤지만, 그에 열광하는 우리들은 잠시라도 그들처럼 미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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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성격장애라는 틀을 통해  스타들의 삶의 실상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고 있다는 면과 그러한 사실을 조금 더 확장하면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으리라는 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스타가 되기 위해 땀을 쏟고 있는 이들 또는 이미 스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누구나 어느 정도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다. 통제할 수 있는 강박증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일 수 있다. 그것은 남다른 인간적인 매력, 사회적 헌신, 섹스 어필, 남다른 창조성, 성공을 향한 굳은 의지 같은 긍정적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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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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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평등..... 실제에서는 아직도 많은 차별이 존재하지만, 형식적으로나 법적으로는 누구도 감히 거스르지 못하는 가치중의 하나입니다. 문명화(?)된 많은 사회에서는 한편으로는 이미 여성들의 목소리가 남성들을 압도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즈음은 평등이라는 의미를 단순한 신체적인 차이나 능력의 차이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는 듯 합니다. 단순한 차별의 시정이 아니라 차이에 대한 시각마저도 음흉한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래로 반복되어온 남성들의 교활한 차별과 지배에 대한 의심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학으로 해석한 인간의 뇌를 살펴볼 때,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길은 서로의 차이가 존재하고 능력의 차이도 존재함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차별은 안되지만 차이는 인정하라'는 것이 서로 같아지기 위해서, 또는 서로 동일하다고 차이가 없다고 대립하는 현대적인 남녀관계에 대한 뇌과학이 말하는 대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함께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재능이나 기술, 행동을 보일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완전히 거짓말이다. 남성과 여성이 다른 원인은 뇌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활과 정서를 관장하는 주요 기관인 뇌가 각자 다르게 조직되어 있다. 남녀의 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식과 가치의 우선순위, 행동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남녀평등이라는 현대적인 가치개념으로 무장한 사람에게는 다소 도발적으로 다가오는 서문의 처음 몇 문장은, 하지만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실시한 뇌에 대한 연구의 결과에 대한 솔직한 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이러한 남녀의 다름, 차이에 대한 연구결과나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기존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남녀의 차이라는 것이 시회의 조건과 교육에 의해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이 아닌, 자궁속에서 자라면서 노출되는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뇌구조의 차이에서 시작되어 일생동안 그러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서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남녀의 차이는 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극단의 사이에는 무수한 남녀가 존재하겠지만,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남녀의 뇌가 유별한데서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체험하며 살아가는 남녀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가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실제 세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남녀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많은 이들은 그럼 '누가 더 우월한 것이냐',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학대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가지게 될 것이고, 바로 그러한 면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책의 마련이 이 책이 밝힌 남녀의 차이에 대한 사실적인 진술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이 마초적인 기질의 남자들에게는 '거 봐! 남녀가 다르다잖아'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고, 열렬한 패미니스트들은 아마도 모함이라거나 연구결과의 배후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며 반발하게 될 갈등의 원인이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차이에 대한 관점은 말그대로 서로 차별의 근거로서 또는 능력의 상하를 따질 수 있는 근거로서의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아니라 단지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여야 만이 온전히 남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바탕이 이루어져야만이 서로 더 나은 삶과 행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즉 차별은 안되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때,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훨씬 잘 이해하고, 직장과 가정, 그리고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더 나은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이 과거에 품었던 마초적인 기질을 반성할 수 있고, 여자들이 기존의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여러 차이에 대한 단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뇌 안에 담긴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 책이 말하는 감성적인 여자의 뇌와 이성적인 남자의 뇌, 이것은 서로의 차별의 근거가 아닌, 지금까지 잘못 알았던 서로의 차이에 대한 과학적인 이유를 알려주고, 역설적으로 더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내용을 조금 폄하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이 책이 말하고 있는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남녀 뇌구조에 차이가 생긴다는 시각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해석하는데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는 결정론적인 느낌이 드는 면이 있고, 저자들이 여러 근거로 제공한 자료들이 단지 연관관계를 말하는 것인지 정확한 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여러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을 반쯤만 수긍하고, 나머지 여분은 미래의 연구결과들을 위해 남겨두고자 합니다..... 

** 사족: 58쪽에서 adrenal gland (부신)를 신장의 부신이라고 해석했고 나중에는 여기에 생긴 이상을 신장의 이상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정확히 부신은 신장의 위에 얹혀있기는 하지만 신장과는 거의 무관한 장기입니다. 우리가 횡경막 위에 심장이 얹혀 있다고 심장과 횡경막을 동일한 장기로 말하지는 않듯이..... 번역상의 잘못인지 아니면 원문상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중 눈에 거슬려 지적하고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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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을 리뷰해주세요.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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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박단소..... 우리시대를 표현하는 단어중 하나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의 우직함보다는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의 화려함이 더 눈길을 끄는 세상, 나이 든 어른의 통찰력보다는 젊다못해 어리기까지 한 사람들의 재기발랄함이 더 인정을 받는 시대..... 바로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지고, 다양한 문명의 이기로 인해 더 편리해진 세상과 연결된 그러한 우리의 모습은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람답다는 것을 느끼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삶과는 더욱 더 멀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풍요를 누리고 살지만, 더 행복하기보다는 불행을 느끼고,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정체성을 갉아 먹다가 스스로를 파괴해버리는 이야기는 이젠 신문의 기사나 텔리비젼의 뉴스에서나 보던 흔치 않은 가십거리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의 모습, 그리고 나의 모습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한다 하였는데,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대부분은 그 뿌리를 소홀히 하고 어느새 꽃잎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흩날리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무백일홍이라 했듯이, 우리가 추구하던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무한한 발전에 대한 기대가 소리없이 다가온 여러 모양의 경제적인 위기들에 흔들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거대한 불안과 혼란을 안겨주고 있는 이때에, 아마도 그 중 많은 이들은 이런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아닌데 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깊은 뿌리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그 뿌리를 '고민하는 힘',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탐구하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고민속에서 내적 반성에 이르고, 그러한 철저한 고민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에 이르는 정신적인 성숙의 과정이 바로 우리가 지금 겪는 혼란과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이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제시하는 진지한 물음-고민거리-에 대한 해답을 찾는 시작으로서 인용되는 이들은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소세키는 우리에게 낯선 사람이라는 것이 조금은 불만이지만- 두사람입니다. 서양과 일본의 근대의 초입에서 새로운 시대의 앞날을 바라보며, 새 시대에 대한 고민과 깊이있는 통찰력을 보인 두 사람을 통해서 저자는 현대인이 처한 여러 상황에 대한 대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가 해체되고 개인이 등장해서 가치관과 지식의 모습이 분화해 가는' 근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지만 '그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시대를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시대의 한 가운데서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구원받기 힘든 고립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두 지성인의 삶과 작품 속에서 백여년을 사이에 둔 '두 세기말'이 서로 통하고 있으며, 그러한 면에서 그들의 문제 의식과 고민, 그리고 통찰력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문제점들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는 생각으로 저자는 두사람의 사상을 쉬지 않고 좇으며 자신의 고민들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시작하여,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늙어서 최강이 되라'에 이르기까지 아홉가지 문제에 대해 베버와 소세키를 통해 진지한 성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어진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접근하여 무언가 구체적인 해답 또는 의미에 이르는 과정을 작가 스스로의 성찰의 모습을 통해 읽는 이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의 제목에 큰 기대를 걸었거나, 저자의 이력에 대해 기대를 한 사람이라면 분명 책의 내용이나 결말들에 대해서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가 스스로 제시한 질문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얻은 마지막의 결론이 때론 너무 밋밋하기도 하고, 때론 대가다운 품격이나 힘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소양이 있는 이라면 스스로도 그러한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심을 보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좀더 냉정히 생각해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진 여러 질문과 베버와 소세키라는 두 인물을 통한 진지한 성찰의 과정에서 답을 구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선생의 모습이 아니라 잃어버린 깊은 뿌리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범을 보인 앞서간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즉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그러한 질문을 풀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길 또는 방법을 보여준 것이라고.... 그리고 저자의 고민해결의 출발점이 근대의 두 거인 베버와 소세키였듯이, 우리의 출발점은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마르크스나 엥겔스, 부처나 예수 그리고 링컨이나 함석헌 옹 등과 같은  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대의 혼란과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뿌리를 깊이 내리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깨우침을 주고 있다는 점이 아닐는지.....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모든 이들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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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을 안기는 책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세상을 진지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 특히 자라는 청소년들과 대학생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자기의 성만을 만들려고 하면 자기는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궁극적으로 말하면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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