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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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인생은 개 두마리 반이 남았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리 말하는 사람에게 '왠 미친~'이라는 험한 눈길을 보내지 않을까 합니다. 이 표현은 페르낭이라는 환자가 정신과 의사 엑또르 씨와 상담하면서 자신의 수명을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개가 보통 14에서 15년을 사니까, 애완견을 키우는 그가 자신의 반려자로 삼을 수 있을 개의 수명으로 자신에게 남아 있는 수명을 표현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아쉬움을, 또는 시간이 너무 더디게 흘러가는 데서 오는 지루함을 일상에서 표현하며 살아가는데, 이 책은 엑또르 씨가 바로 사람들이 고민하는 시간에 대해서, 즉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또는 너무 더디게 흘러서 고민스러워하는 그 문제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선 여행 이야기이자, 읽는 사람이 시간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며 성찰에 이를 수 있는 여유을 가지게 해주는 치료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늦추고 싶어하는 사람, 시간을 앞당기고 싶어하는 사람, 그리고 페르낭처럼 시간에 대해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자신의 진료실에서 대하면서, 시간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같은 범주의 고민에 싸여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엑또르 씨는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몇가지 방법을 알려주고 환자 자신이 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며 스스로 성찰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치료법을 시도하기로 결정합니다. 그가 떠난 시간 여행이란 바로 환자들에게 알려줄 만한 독특한 성찰의 방법을 찾아나서는 여행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여행에 대한 기록은 당연히 '시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직접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하여 '시간에 내맡겨진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훨씬 철학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삶의 많은 부분을 건드리며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게 자극하고, 뭔가를 찾게 만드는 방법들에 대한 엑또르 씨의 답변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자신의 진료실에서 시작하여 북극과 어느 항구, 중국의 산골짜기에 이르기까지의 여행은 엑또르 씨 자신이 시간과 인생에 대해서 새로운 자각을 얻어가는 시간이기도 하겠고, 이것은 또한 작가 자신의 성찰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당신의 수명을 개의 수명으로 계산해보라.' 엑또르 씨의 수첩에 첫번째로 적힌, 시간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제시하는 성찰방법입니다. 자신의 수명이 개 몇마리 정도가 되는지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엽기적(?)인 면이 있는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깨닫는데 도움이 될만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게는 엑또르 씨가 적은 이하 여러 방법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각인된 방법이었던 탓에 더 그리 느껴지는 면이 있겠지만, 그리 한번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남은 시간과 인생을 훨씬 더 진지하게 여기고 바라보게 된다고 할 수 있으니, 어찌 되었든 엑또르 씨의 첫번째 방법이 내게는 제대로 먹혀든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외에도 25가지의 방법과 번호가 없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에 적은 '무위가 아닌 초연을'까지 합친다면 엑또르 씨를 통해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방법은 28가지 (24와 24-1을 따로 생각했을 때)가 됩니다. 어느 하나로 말할 수 없는 다양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하고, 너무 도식적으로 보이는 방법도 있고, 한편으로는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방법도 말하고 있습니다. 삶의 모양이 다양할 독자들에게 어느 순간, 어느 부분에서 마음을 확 뒤집으며 파고들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중 어느 하나는 분명 각각의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숨은 힘을 지녔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뒤돌아보며 시간이 조금 빠르게 지나간다 싶었던 요즈음이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만난 엑또르 씨를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있는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내 삶과 그와 연관된 많은 것들의 의미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 한편으로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던가 하는 반성에서 시작하여 어찌 마음을 추스리고 살아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엑또르 씨의 첫번째 방법이 나태해지려는 내게 신선한 자극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 개 몇마리가 남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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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 불황을 넘어서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청림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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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되어 들불처럼 번져가던 금융위기가 이제는 실물경제까지 옥죄는 지금의 상황을 많은 이들은 30년대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또는 그 때보다 더 절망적인 위기 상황으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 덧 희망을 주는 외침보다는 절망과 두려움을 전파하는 속삭임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많은 이들은 과거의 경제위기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적어도 현재의 위기 상황은 과거의 예를 통해서 적절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성질의 위기가 아닌 듯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앨빈 토플러가 단순히 지금의 위기 앞에서 그러한 차이에 대한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의견중 하나로 치부해버리고 말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원본이 되는 '불황을 넘어서 The Echo-Spasm Report'라는 책이 1975년에 씌여졌다는 것과 그의 그때 주장이 지금의 경제위기의 여러 상황과 매우 흡사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그가 말하는 경고가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통찰력을 담은긴 메시지라는 믿음을 가지게 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미래학자로서 제3의 물결을 주창하며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던 저자가 말하는, 지금의 경제위기가 과거의 여러 경제적인 위기 상황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은, 어찌보면 그가 꾸준히 탐색해 왔던 거대한 시대적인 조류의 변화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가 미리 예견했던 미래사회의 모습에 견주어, 경제적인 면에서의 여러 상황의 변화를 생각했을 때, 일반인들이 과거의 경험과 실례에 얽매여 미래를 생각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미래상을 그려낼 수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70년대 중반에 미리 예견했던 미래 경제 위기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면에서, 역으로 그의 미래학자로서의 탁월한 식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사족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의 일련의 저작들 -미래쇼크,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부의 미래 등-이 그의 안목의 탁월함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책의 처음에 <특집>으로 실린 '오늘의 경제위기를 진단한다!' -이 글은 2009년에 씌여진 글입니다-에서 앨빈 토플러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유하며 당시의 해법으로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것은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것이 제3의 물결이라고 불렀던 인간의 지식에 경제적인 가치가 매겨지는 지식기반 사회로의 변화와 업무에 컴퓨터가 활용됨으로서 유발된 변화으 가속화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정리한 현재의 경제위기가 지닌 과거와 다른 다섯가지 주된 특징은 첫째, 현재는 경제현상은 경제활동에 있어 지식의 비중증가로 인해 산업화 시대의 경제모델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 두번째, 컴퓨터 통신 관련기술의 발달, 공장 자동화 비율의 증가, 금융비중의 증대 등 지식경제의 확장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운 무형의 경제적 요소들의 비중 증대, 셋째, 경제와 사회 변화의 가속화와 날아가는 민간부문과 느려빠진 공공부문간의 변화의 속도 차이로 인한 탈동시화 현상, 넷째, 경제 사회 정치 등에서 전문가들마저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증대되는 복잡성, 그리고 다섯째,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업거래 등으로 인한 물리적인 국경의 소멸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 위기를 유발시킨 많은 요인들 중에 과거와는 다른 이러한 요인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에 대한 대응책도 당연히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한 새로운 전망을 포함한 것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본문의 내용은 30여년전에 오늘날과 같은 미래를 생각하며 쓴 내용이기에, 자료들을 조목조목 들이대며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들을 보는 것과는 다르게 좀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글의 의도가 '미래에 대한 전망과 아이디어를 담는 것'이었고, 그러한 전망과 아이디어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현실적인 실제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이 말하는 미래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대처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으리라는 면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지만, 이 안에 담긴 통찰력들이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면에서 다시 발간되어 읽힐 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가 말하듯이 우리가 겪는 현재의 위기가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왔던 문명의 종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징후로 해석한다면, 분명 지금의 어려움은 위기가 아닌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에 담긴 그러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까지를 고려한다면, 현재 경제위기의 파도 앞에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위로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다른 경제학 책들이 가지지 못한 소중한 미덕을 지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대를 견뎌내는 모두가, 저자가 고대했던 이 위기 너머에 있는 희망의 싹을 보고 바라고 믿을 수 있기를 바라며..... 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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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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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전'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서는, 무릇 학교 교육을 어느 정도 받은 사람치고 이러저러한 사설 몇 마디쯤을 덧붙이지 못할 이가 없을 것입니다. 최초의 한글소설 -'설공찬전'의 발견으로 그러한 표현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내용이 가지는 시대상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과 한 영웅으로서의 대장부의 꿈을 이루는 대목까지, 많은 것들이 그러한 사설의 이야기거리로 사용될 것입니다. 누구나 춘향전이나 흥부전, 심청전 등과 함께 그 내용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소중한 문학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 내용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을 심술궂게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면, 그렇게 잘 안다고 생각하던 홍길동전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예전의 국민학교- 어느 시절엔가 읽고 끝내서 기실은 깊이 되새김질하고 묵혀볼 기회가 없었던 듯 하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럴 듯한 내용들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의 결과로 각인된 우리사회가 말하는 견해의 압축이었다는 씁쓸한(?) 진실에 다다르게 됩니다. 정말로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 착각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좀더 진실에 가까운 고백일 것 같습니다. 여러 경로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대강의 줄거리와 학교에서 반복되는 시험을 위해 암기하던 내용들에 익숙해져서 잘 안다고 생각하였지, 진실로 그 내용에 대해서 원문을 충실하게 읽고 스스로 묵혀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는 말이지요.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되니 문득 손에 들린 이 책이 반가워집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보물을 다시 찾게 된듯이 말입니다. 

 책을 손에 들면서 너무도 익숙하게 된 줄거리와 주제에 대한 각인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끝을 짐작하게 방해해 버리는데, 그러한 도식적인 책읽기를 벗어나 어떻게 내 나름대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리 뾰족한 묘안이 생기질 않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초등학생인 아이를 위해 고르던 우리 고전 목록에 올라있던 책이었다는 생각에, 지금으로 치면 아이들 동화책과 다름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 더해져,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어른도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해를 뒤로 물리치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가다보니, 우선은 내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하였던 세밀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돋웁니다. 그리고 지은이가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읽노라면, 내가 배웠던-앞에서 각인된 지식이라고 말했던- 내용들이 어떤 연유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안목(?)과 이해가 또렷이 생기게 되고, 의외로 그러한 지식의 되살아남이 즐거움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 '공공의 적 2'에서 검사 강철중이 거대한 악과 연계된 유착속에서 준법을 가장하여 자신의 의지를 꺽으려고 달려드는 정관계의 회유와 압력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위해서 홍길동전의 그 유명한 대사인 '..... (다만 평생 서러운 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이니,).....'를 인용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듯이,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담겨있던 적서의 엄격한 구별이라는 사회구조적인 차별과 그 안에서 생겨나는 모순과 아픔에 대한 이의제기가 아마도 지은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덧붙여 탐관오리들에 대한 응징이나 해인사 보물 탈취 등을 통해 무능하고 부패했던 사회 지도층에 대한 따끔한 일침과 고발도 지은이의 심장을 고동치게 했던 주제일 것 같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각인된 지식들과 겹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다만 현대인의 시각에서 살펴본다면, 지은이가 당시 사회의 모순과 부패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낸 홍길동이라는 인물이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에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닌, 특별한 태몽이라는 하늘의 선택에 의해서 태어난 특별히 뛰어난 인물이며, 사람이 부릴 수 있는 능력 이상을 지닌 인물로서 그려진 영웅이라는 점이나 그가 기존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부정하면서도 그 울타리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병조판서라는 벼슬을 통해서 기존의 질서안에서 자신의 한을 푼 것으로 만족한 것, 조선이라는 공간과는 떨어진 율도국에 자신만의 이상향을 건설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향의 체제도 기존의 자신에게 모순과 차별을 안겨주었던 사회제도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 등은 홍길동전이 지닌 시대적인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내용과 별개로 민음사판 '홍길동전'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는 좀더 유려한 표현과 세밀한 묘사를 담은 완판 36장본과 단순하고 간결한 문체가 좀더 힘을 느끼게 만드는 경판 24장본이 함께 실려 있어서, 판본에 따른 이야기의 고유한 색감과 내용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완판 36장본의 영인본이 실려있어 활자본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홍길동전은 본래 필사본으로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다가 인기를 얻게되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기 위해서 활자본(이 책에 실린 경판과 완판)으로 새겨졌고, 그러한 과정에서 내용의 축약이 생겼다고 하니,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비단 홍길동전이 지닌 사회상에 대한 비판의식만을 관심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판본과 그 차이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면, 또다른 우리 고전에 대한 사랑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도 가져봅니다-참고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다 우리고전 시리즈'의 홍길동전은 필사본 중 하나을 원본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교육과정을 통해서 배운 홍길동전에 담긴 주제의식을 넘어서, 지은이가 홍길동이라는 인물과 율도국이라는 이상향을 통해서 독자에게 말하고자 한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과 비전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현 우리 시대상에 비추어 우리사회가 가진 모순과 억압 등을 고민하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보다 진일보한 어른스런(?) 고전 읽기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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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경제 상식사전 길벗 상식 사전 5
윤재수 지음 / 길벗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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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은 아마 찬바람 몰아치는 엄동설한이지 않을까 합니다. 잘 나가는 듯 싶던 주식시장이 작년에 본격화된 미국의 금융위기로 단숨에 곤두박칠 친 뒤에는 2-3년 전에 보였던 그리 멋진 모습은 고사하고, 매번 주가가 요동칠 때면, 다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이전에도 몇번 이와 비슷한 폭락이 있었고, 또한 짧든 길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보란 듯이 치솟곤 하던 주식시장이건만, 그런 희망이 담긴 기대 보다는 이번만은 회복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마음의 앞자리를 차지하고서는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 않을는지..... 하지만 이 책의 302-303 페이지에 나오는 '주가가 바닥임을 알리는 신호들' 중 대부분이 나타난 것 같고, 최근에는 지금처럼 비관적인 때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임을 주장하는 책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아마도-이 '아마도'의 진정한 의미는 시간이 많이 흐른 나중에야 알겠지요- 바닥 근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우리 주식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 보면서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할지라도 결국 주가는 다시 보란듯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감히 해보게 됩니다. 물론 거기에는 지금과 같은 공포스런 폭락이 다시 따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러한 반복이 시장의 속성이지 않을는지..... 

 이 책의 1896년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인천 미두거래소의 설립에서 시작하여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주식시장의 폭락까지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생생한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증권시장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발전해가는 모습과 투기로 일관 되던 증권시장이 덩치를 키우고 외국인에 개방되고 여러가지 선진적인 투자기법이 접목된 건전한 투자시장으로 발전해가는 긍정적인 모습과 함께, 동일한 시장 안에서 발생했던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부침을 겪고 투기와 작전이라는 어두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 부정적인 모습까지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과거를 돌아보는 재미뿐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던 시장의 모습, 인간의 모습, 그리고 탐욕과 이기심 등도 함께 들여다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일제시대에서 50년대에 이르기까지 주식투자의 새싹이 자랐지만 수탈과 투기의 수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모습에서 시작하여, 정부차원에서 증시발전의 기초를 마련할 여러 법안과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투기와 각종 증시와 관계된 파동이 횡행했던 60년대, 자본시장의 육성을 위한 강력한 정부의 의지로 제도적인 정비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개인 투자자의 등장과 함께 주식 대중화의 시대가 열린 것을 평가받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정보에 의존하고 루머가 판치던 투기의 장을 벗어나지 못했던 70년대, 국민주 발행 등으로 본격적인 주식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코스피지수가 처음으 1000포인트에 도달했으며 기술적 분석 기법이 투자기준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80년대, 외국인 투자자의 등장과 PER, PBR, 블루칩, 테마주 등 개별기업의 수익가치 및 자산가치를 고려한 다양한 투자기준이 나타났지만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와 IT버블에 의한 좌절을 안게 되었던 90년대, 그리고 EPS라는 주요 지표를 활용하기 시작하고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를 생각하게 되고 간접투자인 펀드의 인기와 함께 가계자산의 주식 비율이 증가하며 호황을 구가하는 듯 했지만 금융위기로 다시 고꾸러져버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른 투자자, 투자기준 및 기법, 투자방식의 차이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고, 또한 증권시장에서 매번 반복되던  시장의 상승과 하락, 그리고 그에 따른 투자자들의 열광과 좌절의 생생한 모습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역사를 말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현재의 주식시장의 모습을 통해 낙심하거나 공포를 느끼고 있을 사람들에게, 지금과 유사했던 과거의 사건들 또는 과거의 역사라는 자기 나름의 설명서를 통해서 지금 이후를 어떻게 냉정하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즉 이러한 위기는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그 말 속에는 과거에도 급격한 미끄러짐 뒤에는 가파른 상승이 있었듯이 이번에도 시간 -얼마가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이 흐른 뒤에는 동일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함께 담았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증권시장에 대한 역사서가 아닌 미래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담은 투자 제안서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고, 또한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숨죽인 역사서라기 보다는 내일을 알차게 준비하는 미래 지향적인 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평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그러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두가지 이유를 대며 '한국의 증권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세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하는 곳 중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망섞인 긍적적인 전망을 듣는 것 자체로도 기분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가지 명심할 것이 있으니,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새겨 듣는 귀와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성공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자 자신이 공부를 해야 한다. 세상에서 나를 대신해 돈을 벌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자가 말하는 시중서점에 나온 쉬우면서도 알찬 경제서적 중에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시장에서의 성공의 지혜와 실패의 교훈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책이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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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템플턴의 가치 투자 전략 - 금세기 최고의 바겐 헌터가 전하는 불패의 역발상 투자 법칙
로렌 템플턴 외 지음, 김기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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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플턴 그로스 4호 (Templeton Growth 4)..... 펀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 보았을 상품 중 하나입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츠의 펀드 상품인데, 이 책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난 이유는 수년전 처음으로 가입했던 펀드 상품이라는 것과 이 책의 존 템플턴과 이름이 동일함으로 인한 연상 작용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츠를 검색해 보면 프랭클린 사가 템플턴 사 등을 1992년 합병한 것으로 나오고 템플턴 그로스 펀드의 시작이 1954년인 듯하니까, 존 템플턴의 투자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펀드 상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책의 말미에 소개된 전문 바겐 헌터에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머먼츠가 소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솔직히 존 템플턴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런 사소해 보이는 나와의 연관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존 템플턴은 글로벌 투자의 선구자로, 금융시장을  궤뚫는 통찰력과 안목으로 월 스트리트 최고의 투자가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신앙으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았던 인물입니다. 1972년에는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템플턴 상을 제정하여 인류애와 종교적 성취가 뛰어난 사람들에게 시상하게 하였으며, 이러한 인류애와 박애정신을 고취시킨 실천하는 삶에 대한 공로로 1987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작위을 수여받기도 하였고, 같은 해에 템플턴 재단을 설립하여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였습니다. 템플턴 경은 2008년 7월 타계하였습니다. 이 책은 존 템플턴의 다양한 삶의 모습 중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가치 투자를 추구하던 '바겐 헌터'로서의 그의 삶, 특히 투자 전략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가를 말하라면 많은 이들이 워렌 버핏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투자원칙을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너무 평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원칙을 지켜내는 것은 결코 평이하지 않은 일이고, 그 원칙들을 지켜내고 있기에 그는 현재의 위치에 올라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워렌 버핏 이전의 최고의 투자가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이 책의 주인공인 존 템플턴이 말하는 자신의 가치투자 전략을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빨간 띠지에 적힌 '비관론이 극에 달할 때 투자하라!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원칙이다!'라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되파는 것..... 가치투자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때'를 구분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인데, 존 템플턴이 첫 번째 원칙이라고 하는 말 속에 '쌀 때'가 언제인가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습니다. 남들이 공황에 빠져 주식을 내던질때, 모두가 아니라고 뒤돌아설 때 마지막에 서서 그 주식을 주워담는 사람이 가장 싸게 사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는 여러 곳에서 누누히 최고로 비관적일 때, 즉 비관론이 극에 달할 때가 최고로 좋은 매수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쌀 때'란 언제일지 조금만 생각하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모두가 주식 시장으로 달려들 때.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1년여간의 우리나라와 세계증시를 경험한 이들에게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배울 수 있게 해 주는데, 실제로 이 책에는 이런 두리뭉실한 투자원칙만 나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존 템플턴이 각각의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정해서 매수를 시작하고, 어떤 기준에 의해서 매도를 단행했는지에 대한 방법들이 담겨있어, 실질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매도 타이밍을 정할 때 비교 매수법을 사용하여 50% 이상 저렴한 주식을 발견하였을 때는 과감히 교체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법은 그가 과감히 해외 투자를 시작하고, 주식 이외의 채권등에서도 눈부신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성공투자 원칙이 소개되어 있는데, 아마도 이 책이 독자들 -특히 암울한 경제현실이나 특히 주식시장의 모습을 대하고 있을 이들- 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속에 기회가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존 템플턴이 그러한 상황에서 거둬들인 성공에 대한 여러 이야기 속에 독자들을 격려하는 메시도 함께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부디 이러한 내용들이 개인투자자들의 욕심과 탐욕을 키우는 싹이 되지 아니하고, 올바른 투자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되짚어보고, 자신만의 건전한 투자 방법을 가진 작은 '바겐 헌터'들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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