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펭귄! 까치발 문고 1
아네테 블라이 지음, 이동준 옮김 / 예림당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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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펭귄이 나는 방식. 이 책은 아기 펭귄이 각고의 노력끝에 펭귄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답게 날게 된 이야기입니다. 다른 펭귄들도 모두 놀라 격려의 박수를 칠 만큼,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도 부러워 할 만큼 멋지게 펭귄만의 방식으로 바닷속으로 날아들어간 아기 펭귄 브루노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다른 펭귄들이나 갈매기들이 처음부터 브루노의 날기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 것은 아니랍니다. 처음에는 비웃기도 하고, 과연 펭귄인 네가 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 이들도 많았습니다. '전 하늘을 날 거예요!'하며 용감하게 떠나는 브루노를 보면 아빠는 껄껄 웃으며 용감한 생각을 했다고 하시지만 바라보는 표정이 못내 철없는 아이에게 보내는 시선입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이는 엄마는 말리지는 못하고 '날개가 너무 작아서  날 수 없을 텐데...'라는 걱정만 늘어놓고 맙니다. 브루노의 기를 꺽지 않기 위해서 말리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동족은 작은 날개때문에 아무도 날수 없기에 갈매기들에게 가서 브루노는 정말 날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갈매기들을 관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관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하루도 쉬지않고 바위산 꼭대기에서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반복하고 수많은 연습으로 날개가 튼튼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브루노는 갈매기들처럼 날아오르지 못하고 물속으로 풍덩 고꾸라집니다. 실패... 실패..... 또 실패........ 아무리 해도 날아오르지 못해 울고 있는 브루노에게 드디어 아빠가 먹을 생선을 가져와 안아주며 말씀하십니다.

"갈매기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갈매기뿐이란다. 너는 너만의 방법으로 날게 될 거야 브루노."

생선을 먹으며 곰곰히 생각하던 브루노가 아빠의 말을 이해했을까요? 실망해서 얼음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브루노..... 그러던 어느날 브루노는 물속을 훨훨 날아다니는 펭귄들을 보면서 깨닫습니다. 아빠가 말씀하신 너만의 방법으로 날게 될 거라는 의미를......

"갈매기는 하늘을 날지만 나는 바다에서 날면 돼!"

그리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브루노는 가장 멋지고 우아하게 그리고 아름답고 훌륭하게 바닷속으로 날아 들어갑니다. 드디어 다른 이들이 인정하는 '바다의 비행사'가 된 것입니다.

'우리 브루노가 정말 훌륭한 펭귄이 되었구나!'

 아빠의 말처럼 바다를 나는 브루노는 정말 훌륭한 펭귄으로 자랐습니다.

 아직 어리다는 것, 자라고 있다는 것은 하늘을 날기로 작정한 브루노처럼 많은 가능성과 꿈과 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속에서도 여전히 꿈을 향해 돌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주변사람들이 안된다고 말려도, 갈매기들처럼 비웃는 소리를 해 대더라도 기어이 이루기 위해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때론 어이없는 망상이기도 하고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브루노가 멋지게 바다를 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되었듯이 인생의 다른 시기에는 또 다른 면에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브루노가 자신이 날아다닐 공간은 바닷속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어린아이가 성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브루노처럼처럼 누군가가 성숙해졌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의 범위에 대한 현실적인 자각이 생겼다는 것, 하지만 원대하던 꿈을 수정하고 현실적으로 다듬은 것이지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줄 알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가 더 성숙해졌다는 의미의 일부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훌륭하게 자랐다는 것은 바다의 비행사가 된 브루노처럼 자신의 거창한 꿈을 현실에서 멋지게 이루어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는지.....

 아이들에게 이 책이 이런식으로까지 이해되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브루노가 바닷속을 멋지게 날아다니게 된것을 아이들이 '결국은 헤엄치기 밖에 아니잖아!'라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가의 의도도 그런것은 아니었을게구요. 아마도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송충이는 솔잎을...'이 아니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이었겠지요. 브루노는 분명히 바닷속으로 날았고, 이 책을 읽는 우리아이들도 브루노를 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날기위한 연습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곳이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뜻이 있는 곳이 길이 있으니까요...... 우리아이들의 멋진 비상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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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우리말 100가지
양태석 지음, 전용진 그림 / NI BOOK(능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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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에 투자하는 열정과 시간의  반의 반만 우리말을 바르게 알고 사용하기 위해 투자한다면 어떨가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 봅니다. 국어사전을 뒤적이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 되고, 그냥 불편하지 않은 정도에서 만족하며 우리말을 공부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는, 그러면서 가끔씩 텔리비젼의 우리말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런 말도 있구나, 저렇게 사용하는 것이 바른 사용법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것이 나를 비롯한 일상을 지고 가는 평범한 이들의 모습이 아닐는지..... 얼마전 우리말에 대한 책 하나가 많은 관심을 받은 뒤로는 우리말에 대한 책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수 있다는 자각때문인지, 아니면 늦게나마 각성하여 우리말을 바르게 그리고 곱게 사용하자는 의미에서인지 몰라도 일반인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이런저런 우리말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이나 구조를 가진 책도 있지만, 숫자가 많아진 만큼 독특하거나 어느 한분야에 대한 깊이를 자랑하는 책도 가끔씩 눈에 띄입니다. 하여간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지금의 세대를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우리말 100가지' 이 책은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우리말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여행서입니다. 즉 본디 어떤 말이나 단어가 있는데, 어떤 연유로 쓰이게 되었고, 현재까지 의미의 변화가 어찌 진행되었는지, 그래서 그 단어의 의미가 현재는 어떻게 이해되고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까요. 가끔은 이런 종류의 기획의도를 담고 나오는 책들이 너무 어려운 말이나 순수한 우리말에 대한 애착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어렵거나 잘 사용되지 않는 단어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대하고 사용하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까불다, 바늘방석, 얌체, 약 오르다, 헹가래, 들통나다, 얼버무리다, 쑥대밭이 되다 등등... 공부, 백일장, 귀신 등 처럼  이 단어에도 어원을 따질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 하는 것들도 있고, 도루묵, 이판사판, 금수강산, 삼천리 강산, 팔도강산, 을씨년스럽다 처럼 가끔씩 들어서 어원을 알고 있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 알고 있는 말들을 보면 반갑기도 하지요. 나도 우리말에 비지땀을 쏟으며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멍텅구리 수준은 아니라는 스스로에 대한 기특함 때문일 겁니다. 개밥바라기, 용수철, 쾌지나 칭칭나네와 같은 새롭게 그리된 이유를 알게 된 말들로 인한 기쁨도 있습니다. 말의 어원을 안다는 것은 맛있는 고기를 눈앞에 두고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조리하여 입에 넣고 씹어서 그 맛을 음미한다는 의미겠지요. 

  이 책을 읽으며,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런 책들을 대하면 유달리 어휘를 사용하는 실력이 느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저학년인 우리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자라 올랐습니다. 먼저 내가 읽고 보여줄려고 아이들 앞에서는 아직 선보이질 않았는데, 아마도 읽고 나면 훨씬 그럴듯하게, 그리고 품위있게(?) 우리말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하면서, 그리고 서로 싸우며 기가 막히다거나 어처구니없고 할 때, 모범생이라고 상장을 받았을 때, 심부름을 하면서, 엉뚱한 짓을 해서 뚱딴지 같다는 핀잔을 들을 때도, 들판의 허수아비를 보면서도 한번쯤은 이 말들의 뿌리를 생각해보고, 엉뚱하게 사용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말을 배워 알게 된 기쁨은 매일의 일상에서 아름답게 그리고 정확한 의미로 우리의 입을 통해서 새로운 말들이 세상에 나오는 일이겠지요. 그래서 아이의 입에서 '내가 내숭 떨다 골탕먹었다'거나 '우물 안 개구리같은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다'거나 '밤참이 먹고 싶어 엄마 비위 맞춘거예요'라거나 '얌체같이 흐지부지 하지 말고 기특하게 생각해서 맞장구쳐 주세요' 등의 말을 듣게 된다면 이 책 읽었던 기억과 함께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해질거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말, 정말로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시는 우리 부모님들도 악바리처럼 악착같이, 비지땀을 쏟으며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아이들 앞에서 몰라서 얼버무리거나 골탕먹지는 않을 정도로 즐겁게 공부 해 봅시다.^^ 새해에는 가정에 깨가 쏟아지시기를......

* 파란색 단어들은 이 책에 어원이 소개된 말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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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만나는 동물지식백과 2 - 신기한 동물의 생활
파멜라 히크만 외 지음, 이재훈 옮김, 팻 스티븐스 그림, 권오길 감수 / 청림아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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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있는 아이들의 동물도감이나 식물도감, 그리고 곤충도감 등을 보면서, 정말 그림도 정성들여 그리고, 내용도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특히나, 아이들이 학교숙제나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만족스러이 해결해 가는 모습을 볼 때면 더더욱 그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곤 하지요. 하지만,  매번 불만족스러운 느낌이 드는 면이 있는 것은 평상시에 아이들이 그 책들을 재미삼아 들고 읽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연유에서 많은 시간을 책꽂이에 고이 모셔 있는 모습 때문일 겁니다. 백과 사전류나 도감류 책의 한계라고 할까요. 많은 지식을 담고 있지만, 결국 필요한 부분만을 들춰보게 되는 도감류를 보노라면, 아무래도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을 좀더 아이들이 흥미롭게 다가서서 즐겁게 읽어 낼 수 있는 책이 다양하게 있었으면 하는 욕구를 느끼곤 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어린 아이들을 위한 낱권의 책들이 있기 하지만, 그것들은 한 동물이나 한가지 좁은 주제에 편중된 느낌을 주고, 결정적으로 전집 형식으로 발간되어 한권씩 구입하더라도 많이 망설이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바로 마음 한 구석에 담기 그런 미흡함에 대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며 반가움을 느끼는 이유가 된 듯 합니다. 마음 속에 담긴 동물들의 생태에 대한 것들 모두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분야들을 망라하였고, 또한 각 주제에 대한 다양한 동물들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이들이 그냥 손에 들고 흥미롭게 읽어 내릴 수 있는 구성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이에나는 우편 배달부?' '멍청한 수컷들의 위대한 사랑', 올해 읽었던 동물들의 생태에 대한 흥미로운 책입니다. 내용에 신기하기도 하고, 우리보다 더 인간적이기도 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었던 책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요즘 아이들 책의 유행의 하나가 된듯한 '어린이를 위한 .....'를 붙여서- 어린이를 위한 '하이에나는 우편 배달부' 나 어린이를 위한 '멍청한 수컷들의 위대한 사랑' 쯤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른인 내 눈에 흥미로움이나 신기함에 있어서는 어른들 책이 더 나았지만, 주제에 대한 짜임새나 체계적인 소개라는 면에서는 이 책이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페이지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세밀화가 담겨 있는 것도 큰 장점이겠구요. - 솔직히 어른들 책 읽을 때면 삽화가 없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동물의 모습이 궁금한 점도 있었으니까요.

 다섯마당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에는 우선 짝짓기에 대한 이야기, 새끼를 낳고 키우는 이야기, 동물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보금자리를 떠나 이리저리로 이동하는 모습과 특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주제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짝짓기라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동물들이 어떻게 짝을 유혹하기 위해서 노력하는가에서 시작해서, 무리를 지어 짝짓기를 시도하는 동물들, 짝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동물들의 모습, 동물에 따른 짝짓기 횟수와 짝짓기 상대 숫자의 많고 적음, 동물에 따라 다른 짝짓기에 적합한 계절이나 짝짓기를 시작하는 나이와 적당한 장소 등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 되고, 여러동물들의 예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안전하고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한 일, 짝을 위한 노력을 일이라는 측면에서 본 이야기, 알을 낳기 위한 보금자리 마련 및 새끼 품기, 먹이를 잡고 식사를 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 나중을 위해 먹이를 모아두는 행동 등 여러 측면에서 동물들이 하는 활동을 일이라는 주제로 들여다 보기도 하구요. 결국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우리에게 동물들이 우리주변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신비한 능력들에 대한 흥미로움과 그것을 알고 이해해 가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겠지요. 

 200여페이지의 두툼한 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책속에 세심하게 곁들여진 그림들과 함께, 세상에 알이나 새끼로 태어나서, 자라서 집을 짓고 먹이를 구하기 위한 일을 하고, 짝을 찾기 위한 노력이 열매를 맺어 짝을 만나 새로운 새끼를 낳고, 그 새끼를 기르는 동물들의 이야기 -사람의 일생과도 닮은-가 신기한 동물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가보자고  슬며시 손내밀고 초대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책속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속삭임이 담긴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들을 읽고 보고 이해하게 된다면,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한뼘쯤 더 자라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단지 신기하고 흥미로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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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 키워주는 주니어 한자어 - 상위 1%로 만드는 배경지식스쿨
플러스예감 편집부 지음, 한호진 외 그림 / 플러스예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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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 실력이 밥먹여 준다'며 '영어 실력이 밥먹여 준다'고 아우성 치던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책이 있습니다. 이젠 책을 좀 읽는 이들이라면 다들 '국밥'이라고 하면 그 책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알 겁니다. 먹는 국밥이 아니라 그 책 이름의 줄임말 '국밥'^^, 개인적으로는 내용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우리말에 대한 일깨움을 주었다는 데서 무척 기뻤던 기억입니다. 그 뒤로 여러가지 우리말에 대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들을 대할 수 있었던 것은 덤이었구요.-그 책 때문에 생긴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우리말에 대한 책들의 발견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겠구요-.

 '국어실력 키워주는 주니어 한자', 제목에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우리 국어에 담겨진 한자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국밥을 이중의 의미로 사용하였듯이, 동음이의어인 한자 단어들에 대한 책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히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고 받아들이고 있는 한자어들인데, 서로 모아서 설명하고 내용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여기서도 우리말을 배우는 또 다른 재미 하나를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중간에 과거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만화로 그려진 부분에서 우리나라 아이가 고궁을 가르키며 외국아이에게 "저기가 옛날에 과거(科擧)를 보던 곳이래."라고 말하니까, 외국아이는 이틀전에 학교에서 옷에 오줌을 쌌던 일을 생각하며 얼굴이 샛노래져서 "뭐? 과거(過去)를 본다고?! 그럼~ 내 과거도?"라고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살면서 의미의 차이를 배운 단어의 다른 의미가 이 외국아이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지요. 우리가 영어단어를 대하다 보면 우리가 해석했던 의미에만 집착하거나 뜻이 통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한자어, 그런 의미에서는 아름다운 우리 순수어를 찾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한자어에 대한 공부와 이해도 필수적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나 학문적인 분야에 들어가게 되면 아직도 정확한 의미의 표현을 위해서는 한자어들을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고, 실제로도 한자어들이 전문용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아이들에 대한 한자공부가 중요하게 강조되고, 유행처럼 번진 것도 이런 의미에서의 필요성이 과장되고 조급하게 아이들에게 강요된 측면에서 시작된 것일게구요.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내가 학교에서 공부하고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책 내용에 소개된 한자들에 대해서 이리 따로 정리해서 공부한 단어들은 많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말인즉슨,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의미들을 익힌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한자어들을 통해서 우리말의 다양한 의미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또한 거기에 더하여 '구조하기 어려운 구조', '경계에선 경계를 철저히', '공약이 된 공약', '도서지방은 도서가 많은 곳?'같은 야릇한 말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이 책이 혹여나 아이들에게 억지로 공부를 해야하는 것들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겨서 입니다. 나부터가 아이들이 이 단어들을 좀 더 잘 알게 되면 어휘력이나 사고력이 많이 늘겠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에게 우리말의 이런 면도 있다는 것과 이런 단어들의 뜻은 이러한 것들이 있다는 정도의 깨우침만 주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이리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나중에 아이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 다시 들춰보고 의미의 차이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책에 소개된 112쌍의 한자어 동음이의어를 익힌다면 분명 아이들의 어휘력이며, 사고력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전기를 읽다가 전기가 나갔어'와 같은 말놀이를 통해서는 우리말에 대한 재미를 한층 돋우어 줄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아이들의 생활속에서 살아있는 말이 될려면, 서둘러서 외워담아 머리에 채워넣는 것보다는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배움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좀더 세심한 부모라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예를 들어 읽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학습이라는 측면에서도 유익한 책이지만, 우리말의 이면을 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말을 익히는 즐거움을 아이와 함께 나눌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유익함을 끼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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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리 보리피리 이야기 3
박선미 글, 이혜란 그림 / 보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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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나리, 책표지의 나리꽃을 보면서 어릴적 마당의 한쪽에 내 키보다도 높은 가지 끝에 꽃을 피우곤 하던 참나리를 생각하였습니다. 붉은 빛이 도는 꽃잎을 시원스레 벌리고 꽃술을 내보이던 고왔던 모습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지만, 내겐 그 이상의 감흥이 있는 꽃은 아니었는데, 이 책은 내 기억속에는 그리 무미건조하던 나리꽃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하교길에 꽃을 따서 학교이름을 주절거리며 꽃잎을 하나씩 뜯어가며 친구들과 놀던 코스모스나 손톱에 곱게 물들이던 봉숭아와 같은 그런 의미와 감흥을 담아서 말입니다.

  교정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로 봄색이 완연한 시골학교에서, 그 풍경만큼이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선생님,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야야 -그러고 보니 이 이름은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을 부를 때 지칭하며 쓰는 말이었던 듯 합니다-는 선생님과 겨울을 날려고 땅속에 묻었던 꽃의 알뿌리를 캐서 화단에 심는 중에도 자신의 마음을 쏙 빼앗아간 뒷산의 산나리에 온통 마음이 가 있습니다. 죽은 아이들을 무덤도 없이 가마니로 둘둘 말아 그냥 돌로 덮어 두었다는 뒷산의 애장골에 피었던 홍싯빛 산나리 생각에 신문지를 도화지 삼아 집 장독대 곁에 예쁘게 피어난 산나리를 그리며, 기어이 한 포기라도 캐와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그리로 가는 발걸음을 더디게 만드는 것은 야야도 그의 친구들도 모두 애장골에 묻혔다는 아이들에 대한 무섬증 때문입니다. 직접 겪지 않고 어른들에게 듣기만 하였지만, 애장골에 얽힌 사연은 그리 막연히 의미없는 두려움만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야야와 그의 친구들이 산나리를 캐려고 애장골에 들어섰을 때, 한 친구가 누군가 자신의 발을 잡아당겼다며 놀라 달아나기 시작하고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서 소리치며 도망치기 시작한 순간, 막연한 두려움은 여전히 실체가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애장골에 묻힌 아기 귀신이 발을 잡아 당기고 신발을 빼앗아 갔다는..... 하지만 어느 날 같은 학교 동갑내기의 죽음으로,  야야에겐 그리 동화같이 현실이 되어버린 애장골의 아기 귀신과 산나리는 의미를 담은 현실이 됩니다. 열 세살의 차순복, 외떨어진 동네에 살던 아이였고, 같은 반이 아니었고, 친구들이 놀리니까 야야도 이유없이 놀려대곤 했던 아이의 죽음과 가난과 버무려진 그 아이의 죽음에 얽힌 사연과 지게에 얹혀 애장골로 갔다는 아이의 주검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까지 실체없이 막연한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애장골과 그곳에 예쁘게 피었던 산나리가 이젠 간절하고 새로운 의미를 품게 됩니다. 이젠 야야는 놀림만 받고 다정하게 이름 한번 제대로 불려보지 못하고 죽은 순복이와 엄마 젖 한번 빨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린아이들에 대한 생각에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피는 애장골의 산나리를 꺾어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꺾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애장골은 그 슬픈 영혼들의 보금자리이고, 이 세상을 곱게 살지 못한 그 슬픈 영혼들이 별이 닮은 산나리로 피어난다는 것을, 야야는 그 때 새로이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자란다는 건, 야야처럼 세상에 의미를 담아간다는 것, 애장골과 산나리에, 그리고 봄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과 새싹에, 여름날 이글거리는 태양과 가을의 마당가득히 날리는 낙엽과 온 천지를 뒤덮은 흰 눈,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삶과 죽음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따뜻한 의미를 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시간이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애장골에 피어나는 별을 닮은 산나리의 모습 속에서 가엾은 친구 순복이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고이 간직해 주었던 야야처럼 슬프고 아릿하긴 하지만 따뜻하고 소담스런 마음이 자라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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