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박사와 떠나는 공룡대탐험
두걸 딕슨 지음, 원지인 옮김 / 파브르북(북공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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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이미 20여권 가까운 공룡에 관한 책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꾸며낸 공룡에 대한 동화책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른들이 꼼꼼하게 볼수 있는 백과사전식의 공룡책까지, 다양하게 말입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는 그래도 예전처럼 공룡책에 목매는 정도는 아니라서 최근에는 서점에서 공룡책 앞에 가서 어떻게든 새로워 보이는 책 한권을 사달라고 조르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아마도 여러번 기대를 가지고 사온 책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하고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경험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고, 자란만큼 관심의 범위가 넓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요. 물론 아직도 새로운 공룡책을 보면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이고 열중해서 읽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공룡박사와 떠나는 공룡대탐험. 이 책도 내용을 들춰보기 전까지는 다른 공룡에 대한 책하고 크게 다르지 않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매년 발견되고 소개되는 화석들이 있겠지만, 수많은 책에서 소개되는 공룡의 종류나 모습이 획기적으로 바뀔수는 없겠기에, 그리고 공룡에 대한 책은 어느 정도 접해 보았다는 그런 의미에서의 자만이었겠지요.

 석탄기와 페름기를 거쳐 진화한 파충류의 시대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책은 2억 2천 5백만 년 전의 트라이아스기 끝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백악기 후기까지 번성한 공룡들을 크게 육식 공룡, 초식 공룡, 바닷속 공룡, 하늘의 공룡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이미 많은 책들이 보여준 것이라서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한데, 책을 읽어 가노라면 지금까지 보았던 많은 공룡을 소개한 책과는 전연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서술방식이나 이야기의 내용, 그것들을 바라보는 시각, 공룡들에 대한 이야기의 소재 등에서의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요. 책 제목 처음에 공룡박사라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은 상투적인 광고의 목적이 아닌, 아마도 이런 자신감의 표현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자는 들어가기를 통해서 자신이 이 책을 통해서 소개하는 삽화들은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공룡의 몸의 구조뿐만 아니라 피부결, 근육구조와 피부색까지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것들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느 한가지 이론을 실제인양 단정하지 아니하고 다양한 새로운 이론들을 함께 소개하고 그 증거들을 보여주어서 독자들이 좀더 많은 자료를 통한 결론을 추출할 수 있게끔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고, 아울러 최신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거리들도 함께 곁들였다고 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며 독특한 맛을 느끼게 된 배경이라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내용을 읽다보면 다양한 아름다운(?) 공룡들의 삽화가 들어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양한 화석이나 뼈대, 비교 그림들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한가지 공룡 -티라노사우르스니, 이구아노돈이니 하는 등의 - 개개를 설명하고 특징짓기 보다는 비슷한 종류의 공룡들에 대한 이야기, 즉 그들이 나타나고 서로의 특징이 무엇이고, 뼈대의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화석들이 발견되었고, 어떻게 먹고 살았고, 어떻게 화석이 되었을까 등의 이야기를 통해 공룡무리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고나 할까요? 즉 이러저런 화석을 통해 이 종류의 공룡의 특징이 파악되고, 그래서 이러한 모습일거라고 추측된다는 식의 접근을 가능하게 해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마리의 공룡, 한 종류의 공룡이 어떻게 발견되고 그러한 형태를 지니게 되고, 그들의 특징이 언급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에 답을 얻게 되는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들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땅속에 묻혀 화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사라진 생물체에 대한 해석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책속에 담긴 멋진 공룡의 모습은 결국은 실체라기 보다는 많은 면에서 상상력과 과학적인 접근의 산물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지점에선가는 전혀 비슷하지 않은 공룡이야기가 사실로 믿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많은 공룡에 대한 책속에는 개개의 완벽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공룡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크기는 얼마고, 무엇을 먹고 살았고,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었고.... 하는 식의 눈으로 실제 본것을 이야기하는 듯이 확신에 찬 공룡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또한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공룡을 만나노라면, 많은 매력적인 가설과 이론속에서 만들어진 공룡의 이야기가 사실적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물음표를 달고 꾸준히 탐구해야 할 많은 질문들이 남아있고, 많은 사실적인 공룡의 이야기 속에 아직도 무한한 상상력과 과학적 탐구로 메꿔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이 공룡박사와 떠나는 이 공룡대탐험은 공룡들이 살던 시대에 대한 이해, 공룡들의 특징과 매력에 대한 이해에 국한된 짧은 소견이 아니라 공룡이 화석이 되고 그 화석이 여러가지 가설과 과학적인 탐구의 결과로 다시 살아있는 공룡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와 뼈 몇조각이나 조그마한 흔적에서 출발하여 그들이 살았던 생생한 사라진 세계로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폭넓은 시야를 가지는 과정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그런 다른 맛 때문에 우리 아들녀석은 책을 보는 내내 음흉스런(?)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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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Town
박금숙 지음 / 다름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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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미르미 통합 프로그램, 그리고 자기 주도적 학습 (self-directed learning)..... 다미르미라는 이름이 조금은 생소하지만, 최근 서점가를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기 주도적 학습법을 통해 아이들의 영어 습득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탄생한 통합프로그램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의문을 중심으로 언어 영역과 수/과학 영역, 표현 영역, 시회 영역을 다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학습할 것인지 정하고 행하고, 또한 스스로 진단하고 평가, 개선하는 학습법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설명하는 말들이 더 어려웠습니다. 그냥 우리 아이들처럼 동봉된 CD를 틀어놓고 여기저기를 눌러보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접근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런저런 어려운 설명보다 책과 CD와 극놀이 교구, 그리기 워크북을 통해서 영어와 친해지기 또는 영어와 놀기 정도로 설명한다면 훨씬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 물론 이런 나의 이해가 이 프로그램을 고안한 이들에게는 어이없는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프로그램의 구성은 먼저 마을에 있는 여러 가게와 중요한 장소,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담은 본문을 품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거기에 아이들이 틀어놓고 게임이나 음악연주를 할 수도 있고, 본문을 들여다 볼 수도 그림을 클릭하며 단어를 익힐 수도 간단한 대화를 익힐 수도 있는 CD-Rom이 있고, 책 내용과 연관된 그림이 담겨 있는 그리기 워크북, 종이 인형을 가지고 연극을 할 수 있는 극놀이 교구 이렇게 4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의 눈높이로 이해한다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본문의 내용과 단어들을 재미있게 반복시키기 위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억지로 빵은 bread, 빵집은 bakery 하고 외우지 않게 하더라도 아이들이 CD-Rom으로 놀면서, 그리기와 연극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만들기 위한 접근법이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요즘 아이답게 CD-rom에 매달려 한참을 놀았습니다. 특히 게임하고 음악연주를 좋아하는 듯 합니다. 물론 아이마다 취향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러한 모습이 이 프로그램 고안자의 의도이겠지요.^^

 지금의 나와 같은 세대는 아마도 영어에 투자한 만큼의 결과물을 가지지 못한 가장 비효율적인 언어습득 방식으로 영어를 배운 이들일 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우리가 했던 방식보다는 훨씬 효율적이고, 질적인 면에서도 개선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듯 하구요. 물론 모든 이들에게 그런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언어는 습관이라고, 그래서 영어도 생활의 습관이 될만큼 반복하고 가까이 해야 실력이 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는데, 이 책 'Our Town'을 통해 소개된 다미르미 프로그램이 그러한 놀이로서 습관으로서 영어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건 모든 면에서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부분에서, 즉 아이들이 영어라고 지레 겁먹고 뒷걸음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나 게임처럼 그냥 달려들어서 들어보고, 눌러보고, 흉내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배려를 한 부분이 있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결국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매야 보배라고,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어찌 잘 활용하고 반복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겠지요. 영어의 깊은 속살까지는 아니더라도 듣고 놀고 노래하면서 영어에 훨씬 가까이에 다가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이 프로그램이 많은 아이들에게 좀더 효율적인 영어학습의 길 하나를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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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
심봉희 옮김, 예안더 그림 / 예림당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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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설공주 이야기처럼 아름다운 것도,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신비로운 것도, 그렇다고 해리포터처럼 기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참으로 오랫만에 정겨움을 느꼈습니다. 책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어릴적 나의 감정과 삶, 기쁨과 아쉬움들이 내 오랜 기억을 일깨워줍니다. 정말 그때는 이랬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땐 작은 것 하나로도 만족하고, 기뻤었는데..... 나도 친구 자전거 몰래 타다가 우물가 모서리에 부딪혀서 나뒹군 적이 있는데.... 내 친구중에서 책속의 소년처럼 짐자전거를 능숙하게 끌고 다니던 아이도 있었는데....등등등

 등에 장난감 칼을 메고, 자신의 등치보다 훨씬 큰 짐자전거를 끌고, 언제나 꼴찌로 졸졸졸 따라가야 하지만 그래도 다정한 친구들과 놀이를 하러 가는 소년의 모습이 어린시절의 부족함에도 만족하며 살 수 있었던 여유를 생각하게 합니다. 날랜 자전거를 타고서 소년을 놀릴려고 이리저리 따라오기 어려운 길로 내달리는 친구들, 하지만 결국은 함께 갈려고 기차 건널목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년의 친구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얄밉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린시절의 치기어린 장난을 보는 듯 하여 미소짓게 만듭니다. 매번 그렇게 친구들과 늠름하게 어울리기는 하였지만, 소년도 친구들처럼 날쌔게 생긴 자전거를 무척이나 갖고 싶었나 봅니다. 친구들은 자전거의 열쇠를 채워야 했지만, 자신은 그냥 세워 두어도 되었고, 어른들이 어린 것이 짐자전거를 잘도 탄다며 짐을 좀 실어달라하며 칭찬을 하기도 했지만, 할아버지의 그럴 듯한 감언이설 -찻주전자가 애들의 소원 세가지를 들어 준다는- 에 넘어가 그 램프를 몰래 가져가서 첫째는 멋진 빨간 자전거를 가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빨리 갖는 것이라고 비는 것을 보니까 말입니다. 소원을 빌고 기다리다 자신이 아니 친구가 자신이 기대하던 새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선 '넘어져 버리라'고 심술을 부리지만 여린 마음에 능숙하게 친구를 새 자전거에 태워주며 자신과 친구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진 듯하다며 미소짓는 모습에서는 순전하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3등안에 들면 새 자전거를 사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10등도 안되던 소년이 100점 맞은 시험지를 받아들고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아저씨보다도 빠르게 어머니한테 달려가는 모습은 소년이 얼마나 새 자전거를 가지고 싶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그리고 결국 집안 살림살이가 어려워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서 묵묵하게 자신의 소원을 포기하고 두번째로 갖고 싶은 새 크레파스를 사고나서는 짐자전거에 자신이 상상하던 자전거처럼 빨간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에서는 속깊은 소년의 마음 씀씀이를 보는 듯 하여 미소짓게 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러한 소년의 모습에 대한 안쓰러움이 살며시 고개를 쳐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지금 자전거는 조금 낡았지만 아직까진 타기 괜찮다. 아마 색깔만 바꿔 주면 훨씬 멋져질 거다. 그렇게 해서, 나에겐 새 크레용과 새 자전거가 생겼다." 소년은 그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짐자전거에 연을 매달고서 어스름한 황혼녁을 자전거로 달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세 번째 소원을 빕니다.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무 빨리 늙지는 말고......"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자전거를 멈춰선 소년의 모습은 오늘도 늘름해 보입니다. 그리고 전깃줄에 걸린 소년의 연에는 자신이 가지기를 소원했던 빨간 새 자전거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소년은 그렇게 자신의 소원을 멀리 날려 보냈나 봅니다.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라면서.....

 요즈음, 특히 도시에서 넉넉하게 자라는 아이들은 이 책을 보더라도 아마도 내가 느끼는 그런 감성을 느끼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속에 담긴 이야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순전한 것인지, 어린시절의 삶의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삶을 실찌우고, 영혼을 자라게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들을 아마 나의 아이들도 듣거나 느끼지는 못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묻혀있던 내 기억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게 되는 시간입니다. 아마 소년도 자신이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만큼이나 세상이 변해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어린시절과 그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로 채워지리라고 믿어봅니다. 자신의 짐자전거에 소원을 담아 그렸던 자전거 그림을 붙여 날린 소년의 그 마음 씀씀이를 오늘 내 곁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삶속에서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생활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그들은 세상에 밝은 웃음을 주는 어린이들이기에.....

 글의 행간에 담긴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통해져 삐져 나오는 소년과 사람들의 순전한 마음, 그리고 페이지마다 담긴 그림이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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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이면 어때 쪽빛그림책 3
쓰치다 노부코 지음,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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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를 훤하게 드러낸 여자아이의 얼굴로 가득찬 앞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우리의 주인공 데코가 배시시 웃으며 튀어 나올 듯 합니다. 마~빡 마~빡 마빡이~ 마~빡이~ 하면서 말입니다. 일곱살 데코가 머리를 자르다 보니 넓고 툭 튀어 나온 이마가 훤히 드러나버렸지 뭡니까. 사람들은 마빡이라고 놀려대기 시작하고, 이런저런 장난을 치고, 의기소침해진 데코는 기어이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한데 그래도 언니가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으니, 마빡이 이마를 유치원에 유행시킨 빅 아이디어였습니다. 바로 훤해진 이마를 당당히 드러내고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빗어올려 예쁜 딸기 핀으로 포인트를 준건데, 거울을 본 데코는 이젠 무척이나 당당해졌고, 데코의 유치원 친구들은 멋진 마빡을 선보인 데코가 무척 부러웠나봅니다. 첫날은 모두가 데코 귀엽다고 칭찬을 하더니, 다음날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핀으로 포인트를 준 귀여운 마빡이 이마로 유치원에 왔네요. 유치원 선생님까지도 당당히 마빡이 이마를 드러내고 힘차게 체조를 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운 아이들입니다, 그려.

 아마도 데코가 가족들이나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던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유치원에 갔다면, 유치원 친구들도 데코를 보며 마빡이라고 놀려대었을 것입니다. 자신들과 다른 약점(?)을 가진 친구를 심술궂은 친구들이 그만 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언니의 마법의 주문 덕분에 놀림감이 되는 마빡이가 아닌, 멋진 딸기핀으로 포인트를 둔 당당한 마빡이 이마를 가진 데코의 모습은 다른 아이들이 가지지 못한 귀여움으로 나타나고, 아이들은 그것을 또 하나의 장점(?)이나 멋진 유행으로 이해한 듯 합니다. 그래서 데코 앞에서는 귀엽다고 난리들이더니, 기어이 자신들도 유행을 아니면 귀여운 마빡이 트렌드를 따르기로 했나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데코의 자신감이 지나쳐서 이제는 고양이에게 자신의 귀여운 마빡이 트렌드를 선사하려는 듯이, 빗과 핀으로 고양이를 다듬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그윽한 미소와 함께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일품입니다.

 같은 마빡이라도 핀 하나만 포인트를 주었을 뿐인데.... 데코는 자신의 마빡이 이마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 유치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을 것이고, 그순간 마빡이는 더이상 놀림감이 아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일의 시초에는 언니의 믿거나 말거나한 마법의 주문과 함께 예쁜 딸기핀 작업이 있기는 하였지만 말입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자신의 부족함에 너무 의기소침하고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데코처럼 당당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는 자세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국 남들과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고, 남들보다 약간 특이한 모습이나 습관이란 것이 대부분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오늘도 데코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리 외칠 것 같습니다.

 "마빡이면 어때! 귀여우면 그만이지! ㅎㅎ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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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르와 아스마르, 환상과 우정 - Azur & Asmar, 유아용 그림책
미셸 오슬로 지음, 윤정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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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말을 올라탄 백인 아이와 검은 말을 올라탄 갈색 피부를 가진 아이의 모습이 담긴 표지의 그림부터 여느 그림책에서 느끼던 느낌과는 다른 미감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먼저 영화로 나온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거쳤다고 합니다. 영화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을 그림에 담아내고자 했고, 여러 화가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여 아름답게 그려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앞서 나왔던 영화와 여러 화가들의 공동작업, 그리고 이야기 자체의 신비한 면이 어우러져서 이 책의 그림에서 느끼는 그러한 독톡하고 세밀한 미감을 구성하였나 봅니다.

  백인 주인의 아들 파란 눈의 아주르와 아랍인 유모의 아들 갈색 피부의 아스마르는 어렸을 때는 아무 거리낌도 없는 친구사이였습니다. 같이 놀고, 같이 자고, 같은 노래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유모의 품에서 자라던 두아이는 하지만 주인인 아주르의 아버지가 서로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틈이 생기고, 결국은 유모와 아스마르는 해고를 당하고 쫒겨납니다. 그리고 아주르가 자라서 요정 진을 찾아 나서면서 도달한, 파란 눈을 악마의 눈이라고 두려워하는 나라에서 만난 지난 날의 유모는 여전히 다정했지만, 이젠 그시절의 가난한 유모가 아니라 화려한 옷차림에 은제 장신구로 장식한 부유한 제논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아스마르도 부유한 집안의 훌륭한 아들로 자라, 이젠 거꾸로 초라한 행색으로 나타난 아주르를 냉대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어릴적의 우정과 꿈을 마음속에 품은 사이로, 함께 제논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 속의 요정 진을 찾으러 모험을 나섭니다. 도중에 산적들을 만나기도 하고, 우렁찬 울음소리를 가진 붉은 사자를 만나기도 하고, 아주르를 살리기 위해 아스마르가 희생을 당하기도 하지만, 아주르는 끝까지 다친 아스마르를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에 숨을 거둔 그에게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진정한 승리자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자신의 동생 아스마르라며 그의 생명을 살려주기를 간절히 원하니까요. 하지만 요정 진이 아스마르를 살린 후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는데, 누가 진정 요정 진을 구했는지 아무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둘 다 서로의 생명을 구했고, 둘 다 시련을 이겨냈고, 빛의 방에도 동시에 들어왔으니까요!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 두 소년과 여러 주인공들, 그리고 이런 저런 배경들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부분을 보듯이 신비롭고 또한 흥미롭습니다. 낯선 문화를 가진 세계의 이야기지만, 전혀 다른 인종과 문화에 속하면서도 우정을 저버리지 않는 두 아이의 모습속에서는 서로의 모습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 서로 우정을 나누지 못하는 이유가 될수 없음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러한 강조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서로 피부색이 다른 요정과 소년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속에도 은연중에 담겨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소년의 우정과 모험과 환상을 매개로 그려진 그림들이 주는 느낌은 다른 그림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웅장함과 섬세한 미감, 또한 단순하게 그려진 듯 하면서도 너무도 세밀하고 화려하게 표현된 느낌 등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합니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아름다운 그림이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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