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은 古書,세상에 내놓습니다 [04/11/10]
 
“자식같은 古書,세상에 내놓습니다”…여승구 화봉문고 대표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신문로를 따라 걷다 서울역사박물관과 구세군 빌딩 사잇길로 꺾어 100m쯤 들어가면 오른쪽에 아담한 2층 건물 한 채가 나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아름답게 단장한 평범한 서양식 주택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종 진기한 책들로 가득 차 있는 책 박물관이다. “고서는 나의 생명이자 나의 분신이며,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는 철학을 가진 국내 최고의 고서 수집가 화봉 여승구씨(69·화봉문고 대표)가 그간 수집한 13만 여점의 고서와 그림들을 모아 최근 ‘화봉책박물관’을 연 것이다.

“고서가 학자나 애서가들의 전유물이 되거나 창고와 도서관에 갇혀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때로는 사람들이 고서를 팔면 한 밑천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하지만, 저는 고서를 팔 생각이 전혀 없어요. 고서가 그림이나 도자기 못지 않게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여씨가 고서 수집에 뛰어든 건 지금으로부터 23년전인 1982년. 국내 최초로 국제 규모의 도서박람회인 ‘서울 북페어’를 개최하던 중 유명 학원 국어강사였던 윤석창씨가 그를 찾아와 ‘님의 침묵’ 등 현대시와 소설 초판본 200여권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여씨는 처음에는 몽땅 사들인 그 책으로 북페어 안에 ‘한국문학작품 초판본’ 소전시회를 개최한 후 북페어가 끝나면 경매에 부치려고 했다. 애당초 고서수집 같은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획대로 경매가 성사될 무렵 언론사 문화부장단과 식사를 하면서 한 언론인이 “여 사장, 그것을 왜 팝니까. 이 기회에 고서수집을 시작해서 나중에 박물관 하나 만드시죠”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 박물관’은 듣기만 해도 흥분 그 자체였고, 이때부터 꿈에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고서수집의 길에 뛰어들었다.

회사 일이 끝나면 인사동 고서점으로 달려가 곰팡내 나는 고서들을 한권 한권 뒤지기 시작했고, 청계천 헌 책방도 샅샅이 훑었다. 공치는 날도 많았지만, 어쩌다가 ‘물건’을 만나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열락(悅樂)의 기쁨을 누렸다.

이렇게 해서 수집한 고서 가운데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고서는 ‘춘향전’과 ‘천로역정’. ‘춘향전’은 옥중화, 옥중가인, 춘몽록, 춘향가, 성춘향전, 열녀 춘향 수절가를 비롯해, 현대식으로 코믹하게 각색한 나이론 춘향전과 춘향의 재판 과정을 법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법률춘향전과 같은 다양한 내용의 춘향전 판본 300여점이 박물관의 한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도 남는다.

이와 함께 서양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천로역정’ 100권도 그의 수집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고서 수집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1983년, 일본 오사카를 여행하던 중 기차역 앞에 있는 한큐 지하상가의 고서점가를 들렀다가 우연히 한국판 ‘천로역정’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는 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문화재를 들여왔다는 이유로 김포세관에서 밀수업자로 몰리기까지 했다.

“참 억울했지요. 우리나라 책을 외국에서 가져오는데, 왜 그것이 밀수가 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어요. 책을 통관시키지 않고 오사카로 돌려보낸 뒤 일본여행에서 돌아올 때 구입해서 세관에 신고하지 말고 그냥 여행 가방에 넣어 들어오는 편법(?)을 그때 알게 됐지요.”

그후 오기가 발동한 여씨는 ‘천로역정’을 모으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에서 발간된 초판본을 수집해 나갔다. 세계 각국에서 발간된 ‘천로역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재미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천로역정’ 속에 그려진 삽화가 나라마다 달라서 내용은 같지만 전혀 느낌이 다른 책을 만나는 것이다.

내년 2월 28일까지 갖는 개관기념전에 출품된 ‘세상에서 제일 큰 책’과 ‘세상에서 제일 작은 책’도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장품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책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부탄(BHUTAN)’은 히말라야에 있는 특별한 왕국 부탄에 관한 이야기로, 가로 152.4㎝, 세로 213.36㎝에, 책 무게가 무려 48.896㎏이나 나간다.

또 일명 ‘좁쌀책’으로 불리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책은 가로 1㎜, 세로 1㎜의 ‘Old King Cole’로, 현미경으로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5년간에 걸쳐 종이, 잉크, 디자인 방법에 관한 테스트를 거쳐 제작됐으며, 스코틀랜드의 전통 자장가가 총 12페이지에 고스란히 인쇄돼 있다.

여씨가 이처럼 지금까지 모은 전 재산을 투입하면서까지 화봉책박물관을 세운 데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서양에서 ‘세계 역사를 바꾼 지난 1000년 최고의 사건’으로 칭송된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발명’ 보다 무려 100년을 앞서는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인쇄문화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심경’(1234년)을 제외하더라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42행 성서’(1450∼1455년)보다 훨씬 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한 계미자(1403년), 경자자(1420년), 초주 갑인자(1434년), 병진자(1436년), 을해자(1455년) 등이 1000여권이나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한국이야말로 세계의 인쇄 종주국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금속활자 인쇄술은 오늘날 첨단산업의 상징인 ‘반도체’와도 일맥 상통한다. 시간과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목판활자 인쇄술과는 달리 금속활자 인쇄술은 활자를 부수고 다시 조립해서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대 최고의 첨단기술을 응용한 창조적 작업이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철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제련기술과 목판이 아닌 금속에 잉크가 먹혀들게 하는 인쇄잉크기술, 그리고 1000년을 견디고도 전혀 손상이 없는 제지술의 총체가 바로 금속활자 인쇄술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독일의 구텐베르그를 누르고 세계에 당당히 인정받게 된다면 한국의 이미지와 한국의 상품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학자들도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 학계에 자랑스럽게 논문을 발표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 금속활자 인쇄술을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키워 나가야 합니다.”

고서 수집 동기와 화봉책박물관 설립 경위를 잔잔하게 설명하던 여승구 대표는 이 부분에서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세계에서 인정받게 되면 한국의 경제력도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책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세상과의 약속을 저는 지켰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 박물관을 열고 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박물관 유지비도 유지비이거니와 지금까지 피땀 흘리며 모아놓은 고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선 뛰어난 연구자들이 있어야 해요.”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이 화봉책박물관을 키워 나가겠다면 흔쾌히 바치겠다고 밝히는 화봉 여승구씨. 정부와 기업이 운영하는 책박물관의 한 모퉁이에 앉아 고서를 통해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를 정리하는 책장이가 되는 게 일흔을 앞둔 그의 마지막 소원이다.


(파이낸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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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편식' 유감  [04/11/10]
 
[책장을 펼치며] 베스트셀러 '편식' 유감

낯선 곳을 여행하거나 방문했을 때, 허기를 달래려 음식점에 들어갈라치면 무엇을 주문할 것인가에 대해 적잖은 고민을 하는 수가 많습니다.

그냥 아무 음식이나 먹을 생각이라면 별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이왕 먹는거 조금이나마 괜찮은 것을 선택하려고 하면 뭐가 맛있는지를 통 모르는 까닭입니다.

이럴 때는 주위를 한번 슬그머니 둘러본 뒤 많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적어도 선택에 대해 실망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책을 고르는 것도 그렇습니다.

하루에 수십종씩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 어느 것이 진짜 좋은 책인지를 가리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은데다 미사여구로 포장해 놓은 겉만 봐서는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이때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공식이 적용됩니다. 이른바 잘 팔리는 책, 바로 베스트 셀러를 찾는 것입니다.

익명의 대중들로부터 '볼만한 책'이라는 최소한의 검증을 받은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베스트 셀러가 과연 좋은 책인가' 하는 질문에는 즉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베스트 셀러 탄생에는 '계획된 마케팅'이나 '미디어 활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판사들이 책이 나오면 서점측에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 주기를 요청하는 것은 고전에 속하는 것이고, 한때는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며칠동안 특정 책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잘 팔리는 책'으로 만드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미디어가 적극 활용됩니다. 인맥을 동원해 신문이나 방송의 서평을 이용하기도 하고 독자 사인회 등 대중의 눈을 끌 만한 이벤트도 수시로 엽니다.

특히 어떤 식으로든 방송매체에 책이 거론되면 이른바 '대박'이 터집니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모 방송사의 책 관련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 중에 추천할 만한 책으로 거론되기만 하면 그날부터 서점에서는 물건이 동이 나 버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 책은 졸지에 베스트 셀러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책의 내용이 담보돼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출판사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나무랄 것이 못됩니다.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가 많다는 뜻이 되니까요.

하지만 책은 '낯선 곳에서의 음식 주문'처럼 주위의 분위기에 따라 무작정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만난 한 서점관계자는 매장을 한번 둘러보는 여유도 없이 대뜸 직원들에게 "요즘 베스트셀러가 뭐에요"라고 물은 뒤 그 책을 구입해 나가는 고객들을 보면 허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아마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을 읽지 못하면 친구나 직장동료간 대화에 낄 수 없다는 강박감이 작용한 탓일 겁니다.

서점관계자들은 고객들이 책을 고를 때 주위의 소문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책의 머리말이나 후기, 또는 단 몇쪽이라도 찬찬히 넘겨보기를 권합니다.

헤아릴 수 없이 나오는 책의 홍수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 그건 온전히 독자들의 책무입니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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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뽑은 공쿠르상' 올해도 히트 예감?  [04/11/10]
 
2000명, 최종후보작 심사 필립 그랭베르 '비밀' 선정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 못지않게 고교생들도 똑같이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들을 놓고 심사하는 ‘공쿠르 데 리세앙’상이 올해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로 101회를 맞은 공쿠르상이 로랑 고데의 소설 ‘스코르타의 태양’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지난 8일 고교생들이 뽑는 ‘공쿠르 데 리세앙’상은 필립 그랭베르의 ‘비밀’에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올해로 제17회를 맞은 ‘공쿠르 데 리세앙’상은 전국 고교에서 참가한 약 2000명의 학생들이 기성 문인들의 공쿠르상 후보작 14편을 놓고 독회를 연 뒤,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어른들의 공쿠르상과는 별도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청소년 문학 축제다. 교육부와 대형 서점 프낙의 후원을 받는 ‘공쿠르 데 리세앙’상은 청소년들에게 정규 문학수업 시간에 다루는 작품 이외에 동시대 문학을 읽히자는 취지로 제정된 것.

이 상의 권위와 영향력이 매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문단과 출판계,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어른들의 공쿠르상 수상작이 최소한 20만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보장한다면, 고교생들의 공쿠르상 수상작도 최소 10만부 이상 팔리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쿠르상이 순수 문학적 가치를 잣대로 삼는다면, 고교생들의 공쿠르상은 발랄한 재미와 이국 취향적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두 상의 수상작이 일치하는 경우보다는 서로 다른 작품이 선정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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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1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리도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어요...

찬타 2004-11-1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재밌을 것 같아요..^^
 

랜덤하우스중앙 본격적인 몸불리기

세계 최대 단행본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는 랜덤하우 스중앙(대표 김영배)이 공격적으로 국내시장 확대에 나서 출판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랜덤하우스중앙은 인수ㆍ제휴를 위해 중소 출판사들과 계속 접촉을 하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 회사는 설립 10년 이내의 견실한 출판사의 지분 을 인수하거나 유능한 편집자들을 자회사로 끌어들이는 등 적극적인 사세 확장 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랜덤하우스중앙에서 제의를 받은 한 출판사 대표는 "랜덤측은 출판사를 인수한 다음 경영진을 월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원했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랜덤에서 소유하고 운영은 현재 경영자가 계속하되 특정기간 계약을 체결하고 임금과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 계약기간에 모든 투자비용은 랜덤측에서 지원 하게 된다.

랜덤하우스중앙은 개인에 대한 영입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개인 편집자들을 오 너로 영입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작업은 이미 성과를 거둬 현재 5명 정도의 편 집자가 랜덤하우스중앙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랜덤측에서 인수ㆍ제휴 제안을 받았다는 출판사들이 늘어나자 출판계의 여론은 양분되고 있다. 외부자금이 영세한 출판계에 유입되는 것 자체가 긍정 적인 일이라는 의견과 다국적 거대자본이 국내시장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 가 그것이다.

최봉수 랜덤하우스중앙 기획실장은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업체들과 공동 출판방식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우리가 취약한 장르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외부 오너를 영입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실장은 또 "여러가지 인수ㆍ제휴 방식을 놓고 논의중"이라며 "랜덤측 전략이 궁극적으로 국내 출판 의 합리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팽배하다. 홍지웅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거대자본 을 바탕으로 좋은 저작물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출판의 독점은 곧 지식의 독점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국내 출판이 부실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라며 자성론을 이야기한다.

랜덤하우스중앙은 2004년 1월 국내 출판사인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50대50 지분으로 합병한 회사다. 올해 3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 중 하나다. 랜덤하우스의 모회사인 베텔스만은 음반 회사 BMG, 세계 1위 출판사 랜덤하우스, 유럽 최대의 민영방송사 RTL, 전세계 에 4100만 회원을 가지고 있는 북클럽 등 40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다국적 미디어그룹이다.

랜덤하우스중앙의 몸부풀리기 시도가 극심한 불황기를 맞고 있는 출판업계에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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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문을 열어젖힌 거인들  [04/11/10]
 
[책벌레의 책돋보기-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르네상스 문을 열어젖힌 거인들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에는 거인 팡타그뤼엘의 입안에 건설된 세계에 대한 유명한 설명이 나온다. 거인 팡타그뤼엘의 입안은 수십리에 이르러 그 안에는 커다란 경작지가 딸린 마을과 교회가 있고, 거인의 이빨들은 마치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싼 산악지역을 방불케 한다. 거인의 입안에 대한 ‘탐험’은 르네상스시기의 신세계 발견이라는 모티브를 희화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육체에 대한 극도의 과장과 탐닉적인 행위를 가벼운 필치로 그려낸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거인 팡타그뤼엘과 그의 아버지 가르강튀아의 이야기는 저자인 프랑수아 라블레(1494∼1553)의 애너그램인 ‘알코프리바 나지에’라는 가명으로 1532년 리옹에서 발간되자마자 불과 두달만에 그 당시 9년동안에 팔린 성서의 숫자보다도 많이 팔렸다.

거인 가르강튀아와 그의 아들 팡타그뤼엘의 모험 이야기는 원래 프랑스의 민담에서 유래한다. 두 거인은 낯선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가는 곳 마다 비축된 식량들을 모조리 먹어치우면서 환상적인 모험을 펼친다. 중세적 금욕과 규율적 삶에 진저리를 치고 있던 민중들에게는 주인공들의 현란한 탐닉과 방종이 친근하게 다가올수 있었다. 라블레의 작품에서는 일상적 현실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환상속에 놓여 있고 거칠고 천한 우스개 농담이 박식으로 가득차 있으며 도덕적인 철학적 교화는 음란한 음단패설과 함께 흘러나온다.

라블레의 생애에 대한 그리 많지 않은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처음 그는 프란치스코파의 수도승이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유입된 고대 그리스의 학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보여 교단과의 마찰을 빚었고, 베네딕트수도회로 이적한다. 헤로도투스의 책을 번역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하는데, 중세적 신학관을 고수하던 당시의 보수적 신학자들은 엄격한 사상통제를 시도하였던 것 같다. 이후 의학 공부에 매진하였던 라블레는 결국 환속하게되고, 그는 20여년간에 걸쳐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의 이야기를 장장 5권에 걸쳐 집필하기에 이른다.

라블레는 과장된 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중세적 질서와 사고에 정면으로 도전하고자 하였다. 중세의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인간육체의 과장과 희화와는 달리 라블레의 ‘동물적 리얼리즘’은 중세적 종교적 지배에 대한 휴머니즘적 반역을 주도하는 것이었다. 중세 후기에 만연하였던 육체의 동물적 처리가 신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폭로하고자 하였다면, 라블레의 거인은 중세적 금기와 제약을 깨트리는 초인적 인간상에 대한 기대감에서 출발한다.

“라블레의 웃음은 저 별들에게까지 닿으며 우리들 영혼의 심연까지 채워준다”고 빅토르 위고는 말한다. 라블레의 과장된 이야기 속에는 단지 농담과 우스개 소리만이 아니라, 그 어떤 진지함도 감춰져 있다. 이로써 라블레는 프랑스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으며, 그의 거인들은 근대로의 문을 힘껏 열어재끼고 성큼성큼 세계문학사에 그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김영룡 문학평론가)=국민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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