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종이책 살아남을까  [04/11/17]
 
디지털시대에 과연 종이로 엮은 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수·합병이라는 세계적인 기업트렌드 속에서 출판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비단 출판뿐만 아니라 디지털, 그리고 세계화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맞닥뜨리는 공통된 화두다. 또 성공하기 위해선 꼭 넘어야 할 과제다. 마치 괴물처럼 버티고 선 두 가지 문제를 주제로 국내외 출판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한다.

18,19일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는 ‘한국출판포럼 2004’에는 앙드레 쉬프랭, 가이타로 쓰노, 베들렁 피렐 등 해외의 출판 전문가들이 참가해 변혁기를 맞은 출판산업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들 외에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대표이사를 지낸 페터 바이크하스, 브라이언 그린 영국 ISO위원회 위원장, 백욱인 서울산업대 교수, 김상욱 춘천교대 교수 등 국내외 출판 및 도서유통, 독서 분야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한다.

독서·출판·도서유통 3개 분과에 총 13개 주제발표 및 패널토론이 이어지는 이번 포럼엔 300여명의 출판·독서 관련 업체 및 단체 관계자가 참관할 예정. 미국의 원로 출판인 앙드레 쉬프랭은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화 바람속의 출판의 위기를 진단한다.

그는 출판사가 고수익 달성만을 추구하는 대형 복합기업에 독점될 경우 상업성 짙은 출판물이 홍수를 이룰 것이라고 우려하는 한편, 국경을 넘어선 문화적 제국주의가 등장할 것을 경계한다.

일본 ‘책과 컴퓨터’ 총괄 편집장인 가이타로 쓰노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책, 독서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냉철하게 지적한다. 그는 우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 Reader’나 일본 소니의 ‘리브리에’ 등의 예에서 보듯 개인적 독서를 위한 전자북은 완전히 실패했음을 지적하고, 종이책을 통한 독서는 그 비중이 줄어들지언정 사라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검색은 새로운 형태의 독서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처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다고 촉구한다.

포럼에선 또 도서정가제, 독서운동, 독서교육 등에 대한 주제 발표 및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 한국출판포럼 2004 사무국(02-716-0116,0427).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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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오드리 헵번,성공의 이름

출판계에 식지 않고 부는 뜨거운 바람 가운데 하나는 성공학 또는 성공론이다. 한마디로 말해 어떻게 하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을 할 것인가 하는 담론이 널리 읽히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성공한 사람들의 라이프 스토리나 그 방법론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테면 요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순신, 서양의 처칠이나 루스벨트, 알렉산더 같은 인물들의 인생과 성공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어려운 시대를 만나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위인들에게서 구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듯하다.

그런데 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누구나 아는 이런 위인들 외에 동시대 혹은 바로 윗시대를 산 사람들의 이야기도 적잖게 읽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 비단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친근하게 생각하는 연예인 또는 유명 인사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본다.

영국 출신 록그룹 비틀스나 미국의 영화배우인 말론 브랜도, 가수 마돈나 같은 사람들의 성공담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누구나 한번은 영화나 텔레비전을 통해 접했던 사람들이기에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더 큰 공감을 얻는다. 또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인물들이 자신들의 성공을 어떻게 만들고, 가꿔나갔는지를 들여다보는 데는 세속적인 관심도 적잖게 내포되어 있다.

최근에 나는 이런 유명인들의 성공담과 관련하여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삶을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그녀의 주옥 같은 영화는 이미 오래전에 보고 찬탄한 바 있지만, 그녀의 삶과 스타일에 대해서는 근래에 눈뜨게 되었다. 이런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준 한 권의 책이 바로 ‘오드리 헵번-스타일과 인생’이다.

살아 있다면 일흔이 되었을 1999년에 그녀의 인생을 추모하기 위해 편집한 이 책에는 그녀의 아들을 포함하여 모두 아홉 명의 필자들이 글과 사진 등을 싣고 있다. 이 가운데는 그녀와 영화 작업을 같이 했던 명감독 빌리 와일더나 오드리 헵번을 자신의 스타일로 가꾼 유명한 디자이너 지방시, 살바토레 페라가모 뮤지엄의 관장 스페파니아 리치 같은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녀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오드리 헵번, 그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그녀의 열정과 겸손함을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 빌리 와일더 같은 이는 그녀의 선천적으로 타고난 연기력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오드리 헵번, 그녀가 나타나면 언제나 촬영장은 화기애애해졌고 어떤 순간에도 매력적인 정중함을 잃지 않았노라고 저자들은 술회한다. 어느 비공식 저녁 식사자리에서 그녀의 아름다움에 압도된 웨이터가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우아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다고 소개하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그녀는 말년에 이르러 유니세프 활동을 통해 지구상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는 데 헌신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아이들은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미래의 희망입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닥치는 연약하고 다치기 쉬운 몇 년을 살아남을 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신체적 학대에서 확실하게 해방될 때까지는 긴장과 폭력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결국 그녀의 성공은 모두 이같은 따뜻한 마음씨에서 나온 것이다. 나도 감히 그녀를 닮고 싶다. 그 아름다운 내면을 말이다.

(정은숙 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시인)=서울신문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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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04/11/17] 
 
소설가 박경리는 "작가는 결코 벗어놓을 수 없는 두 개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하나는 생활의 짐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의 짐이다"라고 했다. 그는 위암 선고를 받은 뒤 혼신의 힘을 다해 '토지'를 쓰면서 그 창작의 몸살에 못견뎌 소설 연재를 중단하다가 다시 이어가곤 했다. 그는 "작가는 마지막에 울어야 하며 최후에 떠나야 한다. 모든 이들이 어디론가로 질주할 때 두렵지만 끝까지 남아서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소설가 최명희는 대하장편소설 '혼불'을 남기고 생애를 마쳤다. 그는 마치 '혼불'을 쓰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그 소설을 완성하자마자 부여잡았던 삶의 끈을 스르르 놓아버렸다. 식민지 시대의 김유정이나 나도향, 이상 등의 작가들은 요절했지만 그들 작품 속의 등장인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살아남아 있다. 김유정의 삶에 대한 애정은 간절하기 이를데 없다. 그는 폐결핵으로 29세에 쓸쓸한 삶을 마감하고 말았지만, 돈이 있으면 닭과 지네를 고아 먹고 병이 나을 수 있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죽기 직전에 썼다.

어디 문인뿐이겠는가. 화가 구본웅, 이인성, 최욱경과 조각가 김복진, 권진규처럼 불꽃 같은 삶을 산 예술가들도 있다. 요절한 작가도 있고 긴 생애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도 있지만 예술가의 생애는 얼마나 살았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어떤 작품을 남겼는가에 있다. 작가의 생애에서 예술성이 깊을수록 불가피하게 일상적 삶의 행복은 기울 수밖에 없다.

다시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 1925년 동아일보에서 시작된 이래 한국 문단사에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등용문인 신춘문예는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작가지망생들의 몸살을 앓게 한다. 요즘은 대학에 문예창작과도 많이 생겼고 창작교실도 아주 많아서 문학도 일종의 전문수업과목이 되어 있다. 생계에도 유용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사회적 출세의 바탕도 되지 않지만 문학에의 열정은 식지 않은 모양이다.

영남일보도 지난해에 이어 시와 소설 부문에서 최고의 당선고료를 내걸고 영남일보 문학상을 공모한다. 열정과 패기에 가득찬 신인들의 도전이 있기를 바란다.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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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 발전 문인들 나선다 [04/11/17] 
 
‘문학을 통해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호·영남 문학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국제펜클럽광주시위원회(회장 김종)는 부산펜클럽(회장 정순영)과 공동으로 ‘제6회 호·영남 문학인 문학교류 한마당’ 행사를 오는 20일과 21일 하동청소년수련원과 섬진강 일대에서 100여명의 문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한다.

문학세미나 및 주제강연, 생태문학 현장과 유적지 답사, 시낭송회, 분임토론 등으로 이뤄질 이번 행사에서는 지역이질감 극복과 문학의 역할, 지역문학의 발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문병란 시인(조선대 명예교수)과 문학평론가 정영자 교수(신라대)는 세미나와 주제강연을 통해 광주와 부산의 문학속 이질감과 동질성 찾기, 중앙문단 권력을 극복하고 지역문학의 색깔을 찾는 방안 등에 관한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도서의 위상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책과 활자가 갖는 진정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아울러 ‘인문학의 위기’를 맞은 현시대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문인들의 역할 등을 다각도로 접근할 계획이다.

둘째날에는 창작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섬진강 주변 생태문학 현장과 유적지 답사도 실시된다.

이 지역에서는 강만(시인·송정중 교장)씨, 함수남(극작가)씨, 박신영(소설가)씨, 이성자·윤삼현·노순환(아동문학가)씨, 정주환 교수(수필가·호남대), 조병기 교수(시조시인·동신대) 등이, 부산에서는 류명원·임수생·한창옥·정남순 시인 등이 각각 참여한다.

김종 회장은 “경기침체로 문화예술계 교류마저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문인들이 모여 문학교류에 나서는 뜻깊은 자리”라며 “말로만 지역문학 발전을 부르짖기 보다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문학발전의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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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치며] 책은 공산품인가

모든 것이 풍족해지다 보니 물건에 대한 애착이 부족해진 세상입니다.

부산 서울 등 지하철이 있는 도시의 유실물보관소에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물건들이 꽤 쌓여 있고 젊은 세대들은 멀쩡한 휴대전화를 몇달만에 새 기종으로 바꾸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 중 하나인 대량생산 체제가 가져온 일면입니다.

원래 공산품이라는 게 일체의 감정개입 없이 돈을 매개로 판매와 구입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해보다 싫증이 나면 쉽게 정(情)을 끊어 버릴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출판과 서점가에서는 도서정가제 문제가 현안으로 제기되면서 '과연 책은 공산품인가 아닌가'라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2월부터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으로 학술 문예분야 등 고급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책값대로만 팔도록 하는 도서정가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올해까지는 모든 책에 대해 적용되고 그 이후부터는 취미·여가 활동 관련 도서, 자격증 수험서, 초등학생용 참고서 등의 순으로 단계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또 인터넷 서점의 경우 10% 내에서 할인판매가 가능하고 출판된 지 1년이 넘은 도서는 재고로 간주해 책값을 내려 팔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2008년 이후에는 이 제도가 폐지됩니다.

문제는 도서정가제 만료가 임박해지면서 책이 과연 재고 소진을 위해 파격적인 할인도 불사하는 일반 공산품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에 모아집니다.

일부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제품이 생산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박리다매도 마케팅의 일종인 만큼 책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익을 목적으로 자본을 투입해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책은 공산품이 분명하며 공산품을 싸게 팔아 소비자가 만족을 얻는 것이 무슨 시비거리가 되느냐고 덧붙입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책에는 저자의 전문적 식견이나 사상이 투입되는데다 독자는 책을 통해 고도의 정신적 충족을 하기 때문에 일반 공산품과 같은 취급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박을 합니다.

책은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두고두고 간직하면서 활용해야 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손에 넣은 책에 대해 무슨 애착이 생기겠느냐는 겁니다. 또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극단적으로 책 두어 권을 살 때 한 권을 덤으로 끼워서 팔거나 이른바 '땡처리' 방식도 나올 수가 있는데 이게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물론 시각을 달리 해서 본다면 이들의 이런 주장은 책값이 내려감에 따라 필연적으로 줄어들 자신들의 이익을 염려해서 하는 소리라고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관련 업계에서는 책은 일반 공산품과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일치시키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토론회를 열어 도서정가제는 반드시 필요하며 연관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앞으로 정부와 관련 업계가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한 논리싸움을 벌이겠지만 책 담당 기자인 제가 보기에는 책은 뭔가 좀 특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그것이 참 다행스럽습니다.

(국제신문 염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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