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판던님의 책은 이것이 두 권째다. '이것은 질문입니까?' 다음의 책으로 생각하는 힘을 보여준다.

캠브리지 대학 출신으로 철학과 과학, 물리학과 수학, 문학과 예술, 역사와 현대 사회의 이슈들에 대해 기발하고 현대적인 질문으로 그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 천재들의 사고방식이 대학입시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사고의 힘을 기르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방을 완전히 비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던져놓고 같이 생각해보는 질문으로도 기발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의 과정 역시 정답은 아니다. 다만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질문을 사유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문,사,철의 다양한 학문영역을 탐험하기도 하고 또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문제들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나 창조적인 해결과정을 엿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어진 텍스트를 답으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이라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여 해결과정을 찾을 것인가 하고 능동적인 책읽기를 주문하고 있다.

 

  "남편이 달걀에 오렌지 잼을 발라먹는게 이혼사유가 됩니까?"라는 질문에서는 질문 속에 담겨진 질문자의 의도를 먼저 읽어야 한다. 아니면 엉뚱하고도 생뚱맞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머리속이 꽉 막혀버리고 말테니까....취향의 차이가 이혼사유가 될 수 있나 없나의 문제로 접근해보자. 그러면 흔한 우리 사회의 이혼사유가 된다. 성격차이, 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나 성취향의 차이는 흔한 우리사회의 이혼사유니까? 작은 습관 하나도 부부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 속의 큰 상처가 된다면 충분히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흔한 결론으로 사유과정을 막아서는 안 된다.

 

  '옥스퍼드 도심에 월마트 매장이 필요하겠습니까?' 라든지 '세익스피어가 반역자였다는데요.'라든지 '헨리8세와 스탈린의 비교한다면' 등의 영국적인 주제를 가진 문제들도 있다. 이런 문제들에 접근하려면 우선 영국의 역사와 문학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떠한가? 이 기회에 그 공부를 하게 되는 기회로 삼으면 될 것이다. 어차피 저자가 가진 사회적 배경하에서 질문과 사상은 생겨나기 때문에....

 

  '-1의 제곱근은 무엇일까요?', '침식을 당한 산맥이 더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순간이동기계에 대해 말해보세요.' 등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질문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지적 영역 내에 갇힌 질문은 아니다. 얼마든지 우리는 그 질문을 우리식으로 요리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인 해당영역에 대한 지식은 알아야만 질문자의 의도를 바르게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눈은 왜 두 개일까요?" 만물의 영장류나 육식동물 그리고 먹이사슬의 제일 위의 동물에게만 진화된 앞으로 향해 있는 두 개의 눈은 보다 정확하고 입체적인 공간감각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두뇌의 진화에 따른 전두엽의 발달과 사고의 힘이야말로 인류가 앞으로 더욱 진화해가는 키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일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처음에는 불가능해보일 것만 같았던 일들은 항상 그 엉뚱하고도 모험적인 인간의 첫 발에 의해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제 미래사회의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동경과 상상이 당신의 한 걸음에 의해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책을 펼쳐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 1
김대환 지음 / 경인문화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문화재사나 도자사는 책을 보면 인용되는 유물의 사진이 거의 비슷하다. 관에서 주도하는 유물 외에 그 진품여부나 자료인용 여부에 대해 폐쇄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우리 나라 도자사나 청동기물 등의 문화재 서술은 기존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늘 같은 방식의 되풀이로 서술되어 온 점이 많다.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문화재'라는 책을 쓴 김대환님은 35년간 개인이 정성스럽게 수집한 5000여점의 기물을 박물관의 특성에 맞게 여러 해에 걸쳐 무상 기증하면서 문화재 소장의 본보기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점으로 설명되지 못할 새로운 도자사의 영역을 개척하였다고 볼 수 있다. 기존 박물관과 책자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유물과 유적을 이 책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만큼 새롭게 발굴되고 또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기물을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면서 우리 도자사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 불꽃무늬 금관'을 통해 고구려의 금 세공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 수 있으며 공민왕릉 출토 '용머리 황금잔'과 '연꽃 물고기 파도무늬 황금합' 을 통해 우리 문화재 중심이 역사와 마찬가지로 신라 중심의 태도에서 고구려 중심의 관점으로 옮겨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고구려사에 대해서는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어서 공동연구가 부족한 점. 그래서 한반도의 남쪽 반에 갇힌 우리로서는 중국대륙을 본거지로 활동했던 고구려사에 대한 인식의 부족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관과 문화재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한계로 작용했음이 드러난다. 그 고구려사가 고려에 그대로 이어져 왔으나 정작 이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빈약한 점이 많았는데 저자는 신라와 발해를 남북국시대로 명명하여 우리 문화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제공을 통해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소장 유물을 통해 우리 박물관에는 없고 또 인정되고 수용되지 못한 영역에 대한 개척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옥으로 된 합과 청자철유 완, 금 은으로 제작된 용두 자물쇠, 청자 필세, 그 외 다양한 청동경 및 청동기물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기물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고 그를 통해 학문적인 영역까지 조금은 정리해내고 있는 것으로 이 책은 그 시대서술적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청자 다완, 청자상감 동화 꽃넝쿨무늬 접시편, 고구려 도침, 고려 백자 등 한국도자사와 문화재사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의미있는 기물들의 소개를 통해 한국미술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하나의 돌멩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외 한국과 중국의 교류를 통해 제작되고 오갔던 수많은 도자기를 비롯한 문화재들이 아직 미개척과 미인정의 영역 하에 있다고 생각된다. 기물이 제작되었던 시대의 마음으로 돌아가면 어찌 하나의 유물만 있었을까? 비슷하고 다양한 수많은 기물들이 실험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고 그 속에서 빛나는 완성도가 높은 기물들도 제작되었을 것이다. 고려시대 초기 도자기를 구워내면 열 중에 팔구는 허물어지거나 터지거나 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기물은 십에 한 둘이라 하였다. 그런데 어찌 하나만 존재하겠는가? 그것만이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라고 매도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마음이 열려 있고 가능성에 열려 있으며 또한 자신의 욕심과 권력에 치우치지 않는 정직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한국문화재사는 더욱 확장될 것이며 그런 방식으로 반드시 다시 씌여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노력과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지지와 인정 속에 우리 문화사는 더욱 풍부하고 우리 문화재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세계사적 의미는 더욱 높아지고 풍성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때에야 우리는 우리 고구려를 비롯한 고려, 조선의 도공들이 얼마나 수준높은 최첨단 하이테크 산업을 주도해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며 한반도를 둘러싼 각축과 전쟁과 역사의 흐름을 더욱 명료하게 이해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올의 중국일기 1 도올의 중국일기 1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올 선생님은 고희에 가까운 나이에도 새로운 인생의 여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분이야 말로 진정한 학자다. 국내의 정치나 사회의 보수화가 선생님의 막힘없고 광대한 사상을 펴기에 적당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선생님의 인생여정에서 만나야 하는 고구려와의 인연이 펼쳐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도올 선생님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는 패기와 모험심으로 중국이라는 광활한 대륙에 자신의 사상의 변을 쏟아내는 인연을 만드셨다. 선생님을 통해 방 안에 편히 앉아 우리의 잃어버렸던 역사의 퍼즐맞추기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며 또한 단순한 재미를 넘어 한국의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진지하고도 중요한 사유의 틀을 재구성하게 됨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한반도의 역사는 늘 뒤집혀 있었다. 즉 작은 남한 중심의 역사로 동북아시아사를 보려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단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중국쪽에서 보려고 한다면, 우리나라 지도를 뒤집어 놓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시각은 달라지게 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과거를 살았던 삼국시대 그리고 남북국시대(통일신라와 발해) 고려 조선시대를 이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적확하며 유효한 것이다. 오늘날 위정자들이 미국과 일본에만 붙어서는 균형적인 관점으로 이 땅에서 미래를 그려낼 수 없는 이유이다. 현재 남한의 최대무역국가는 중국이다. 수입최대국도 중국이며 수출최대국도 중국이다. 이러한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때 오는 한반도의 재앙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것이다.

 

  도올 선생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선 젊은 내가 더 공부해야 하는 것이 언어공부라는 것을 절감한다. 세계화시대를 살면서 우리의 삶의 무대를 각자가 더욱 넓혀갈 수 있는 첫번째 무기가 바로 언어이다. 그가 연변대학에서 강의를 수락하고 그 인연으로 고구려사를 만난 일이나 중국 대륙의 곳곳에 자신의 사상을 퍼져가게 만드는 인연이 젊은 시절부터 고군분투하며 쌓아온 언어공부가 큰 힘이 되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수많은 번역서를 읽어오면서 나 역시 번역가의 그 분야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그 책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고 그러면서도 그 책이 주는 메세지의 응결핵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느낄 때가 많았다. 더구나 한국의 언어는 중국의 한자와 중국어와 끊임없이 상호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발전되어왔으니 중국어는 우리 스스로의 뿌리를 아는 데에도 꼭 필요한 공부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도올 선생님의 항일독립운동사 10부작을 모두 보면서 선생님의 인연이 첫 단추를 여기서 달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항일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개탄하였다. 또한 북한산자락에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는 항일독립투사들의 무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묘앞에 섰을 때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들이 바랬던 것은 세간이나 국가의 인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독립이었을 것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영웅적인 희생 위에서야 우리들의 오늘의 삶이 가능했던 것이고 그들에게 대한 바른 역사적 평가 위에서야 바른 오늘날의 삶이 가능한 것인데도 우리의 역사는 자꾸만 이 길에서 멀어져만 가고 있다. 세월호와 사자강비리 그리고 교과서 국정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어긋난 기초 위에서 자꾸만 비뚤어져 가고 있다.

 

  고구려사를 그저 근대적 국가개념으로 우리 땅이니 너네 땅이니 하는 천박한 관점을 버리고 우리는 우리식의 고구려사를 통해 고구려인이 가졌던 기상과 그 무대의 역사를 통해 웅혼함과 지혜를 배우고 또 중국은 중국의 변방역사로서 무시할 수 없었던 고구려사를 통해 중국의 저력과 저변을 넓혀가서 서로 대인배의 모습으로 역사를 마주하게 될 때 비로소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이익과 성장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통일한국을 대비한 양국이 더욱 더 공동번영과 평화공존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미리가 본 역사의 길목에서 도올 선생님같은 분의 역할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시원시원하며 호방하다. 도올 선생님의 강의가 그러하듯 그러한 통쾌 명쾌 상쾌함이 책 속의 저변에 그대로 흐르고 있고 일기형식을 취하여 누구나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동서양과 중국과 한국의 어제 오늘 내일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우리 조상의 무대였던 고구려사와 항일독립투쟁사에 대한 무한하고 깊은 애정이 베어 있다. 그 땅위에서 한 민족으로서 또 다른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서 그러나 역사의 무대 위에서 변함없이 땅에 의지하고 땅을 지키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있다. 그 삶은 오늘날 우리가 깊이 이해하고 품어야만 하는 우리의 역사이며 또한 우리의 미래인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의미가 그만큼 큰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도자사전
김윤정 외 지음 / 경인문화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도자기 관련 책을 읽어보면 예시로 드는 기물들이 대체로 비슷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3대 사립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기물이거나 국보 또는 보물로 등록된 기물들...하지만 이 책은 그간의 한국도자책자와 다른 면들이 보인다.

 

  우선 한국도자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나다라 순으로 편찬된 이 책은 시대와 상관없이 자신이 알고 싶은 용어를 중심으로 찾아보기 쉽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도자사 책을 구성한 것은 한국에서는 최초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한국에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는 기물들을 최근의 발굴성과를 통해 또는 외국에 소장하고 있는 기물들의 조사를 통해 비교적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도자 제작관청이나 사용관청에 대한 기록이 기물에 남아있는 것을 비록 기물의 완성도가 낮다 하더라도 도자사적 관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되면 기술하여 한국도자사의 영역을 넓혀 주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부분은 한국도자사를 분류할 때 고려 청자, 철채 청자, 흑유청자. 상감청자 그리고 조선 분청사기, 백자, 청화백자, 상감백자, 철화백자, 진사백자 등의 단순한 분류에 그쳤던 도자사를 보다 풍성하게 하였고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청자도 상감 및 비색청자 말고 다른 다양한 색채와 불의 환연염의 차이에 따른 기물의 소개와 더불어 조선 중기 백태청유자에 대한 정리와 경주, 진해, 동래, 의령 등 각종 지역명이 새겨져 있는 기물 등을 통하여 우리의 도자사의 지도가 보다 확장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지 한국도자사만 정리한 것이 아니라 그와 유사한 시기의 중국와 일본의 도자제작기법이나 기물을 비교하게 함으로써 세계 도자사에 흐르는 기풍과 유행을 보게 하고 그 속에서 서로 각 국 사이에 오고간 교류와 영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상감기법은 중국에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청자와 중국 송나라 용천요의 청자색의 빛깔의 유사함이라든지....길주요에 나타난 문양의 고려와의 유사성이라든지... 중국의 청화백자와 조선의 청화백자의 영향과 유사한 점, 그리고 차이점에 이르기까지.... 이 삼평이 일본에 건너가 아리타지방의 일본도자산업을 부흥시킨 점이라든지...등 등 한, 중, 일의 도자사와 관련한 교류와 영향에 대해 체계적이고 자세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시선을 넓혀서 우리들로 하여금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이다.

 

  한편 아쉬운 점은 우선 도판의 사진이 조금 더 크고 선명하게 제작되어 도자기의 질감과 색감을 충분이 느낄 수 있게 하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비록 도판이라 실물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지는 못하지만 도판의 질에 따라 눈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민간이 소장하고 있는 도자에 대해 보다 폭넓고 도자사의 공백을 메우는 수용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같은 시기 중국이나 일본의 도자기법과 유행도 보다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도자와 관련한 여러가지 논의와 도자명칭에 대한 용어까지 이 한권으로 어느정도 만족시켜 줄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하는 유물
옥태권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산지역의 유적, 유물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살아난 이야기이다. 유물이 갖고 있는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대신해서 지역의 작가들이 나섰다. 유물의 이야기에서 역사와 허구라는 두 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오가면서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유물은 스스로 말한다. 흙과 물과 불이 만나 그들의 제작과정 속에 그것을 만들었던 도공의 삶, 그 도공의 삶을 규정했던 시대까지 담아내어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은 또 하나의 창작행위임에 분명하다.

 

   '능소화'라고 하는 소설이 있었다. 수백년 전 조선시대의 무덤에서 나온 한 여인의 편지는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고 그것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작가는 마치 그 시대의 여인을 빙의한 듯한 모습으로 그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소설은 마땅 이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정서를 또는 주인공의 삶을 마음으로 대리체험하는 것, 또는 배역을 맡은 주인공이 그 배역의 사람으로 잠시라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부산지역에서 강진의 최상청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청자 마상배를 갖고 시집온 여인의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부산의 유물 유적이 아닌 것을 문화교류의 측면에서 결혼으로 풀어냈다. 선사시대 유적지에 그려진 고래사냥 그림으로 유추해낸 고래잡이 사람들의 삶이 영도를 터전으로 펼쳐지기도 하고 조개목걸이와 팔찌를 한 여인의 이야기가 유물 속에서 풀려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역사적 유물을 근거로 착안하여 짧은 소설을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우리 부산 지역의 유물과 유적 나아가 문화재까지 애정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소설사에서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도 볼 수 있다. 지역을 사랑하고 그 지역의 역사까지 거슬러올라가 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겨진 유물을 통해 되짚어간다는 것은 확실히 사실과 허구사이를 외줄타듯 아슬하게 오가는 풍경을 눈 앞에 그린다.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인지 이야기인지 잠시 꿈을 꾼 듯 아련하게 생각하다가 다시 유물을 보게 되면 그 사물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역사를 이렇게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하면 특히 배우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재미있고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유물은 박물관을 통해 다시 찾고 그 의미와 그 조상들의 삶을 그려보는 것이야말로 남겨진 유물 유적을 받아들이는 바른 태도는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