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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최고의 교사입니다
레이프 에스퀴스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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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직장에 30년을 근무하면 그것이 어떤 일이든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나 베테랑이 된다. 그러나 교육에서는 그것이 힘들다. 왜 그럴까? 19세기의 교육현장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표현처럼 교육만큼 복잡한 환경도 드물기 때문이다. 처음 교사가 되어 교단에 첫 발을 내딛을 때 그 자신감과 희망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정말로 크다. 그러나 5년쯤 되는 교사가 되었을 때 갈림길은 시작된다. 지금까지 온 길을 그대로 써먹을 것인가? 지금부터 변화할 것인가?

 

  에스퀴스 선생님은 미국의 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은 초등학교에서 평생을 근무한 베테랑 교사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 분야에 베테랑이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무엇보다 그는 흔들림없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다. 그가 처음 열정을 가지고 교단에 들어섰을 때 자신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부모가 학생들 앞에서 그를 욕하고 갔을 때 보통 교사들은 촤절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학생에 대해서도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부모는 부모고 학생은 자신의 교육철학이 적용되는 목표이고 대상이기 때문이다. 부차적인 문제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의 목적에 충실하는 것....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가 대단한 이유는 그것을 몸소 행동으로 오랫동안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모습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 자신을 바라본다. 내가 학교에 와서 교실에 들어갈 때 가장 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수업인가? 학습 내용인가? 아니면 학생들인가? 그 중심이 학생들에게 있을 때라야 비로소 학습내용도 수업형태도 의미있어진다. 그 열정으로 56반을 운영하고 방과후의 학생들과 연극을 목적으로 열정적으로 상호교류하여 일구어낸 결과는 그야말로 멋지다. 비록 그처럼 멋진 결과를 낼 수 없어도 그같은 열정과 노력과 아이디어만으로도 그는 최고의 교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교사들을 만난다. 학생들과 똑같은 감정으로 다투는 교사도 있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교사도 있다. 자신의 고집 속에 학생들을 붕어빵처럼 찍어내기를 원하는 교사도 있고 나아가 교단에 잘 어울리지 않는 품성을 가진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배움에 열정적이고 수업 이외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학생들을 만나가는 교사들을 볼 때마다 나는 숙연해지고 한편 자랑스럽고 또 한편 나에게 주어진 숙제를 느끼게 된다. 젊은 교사의 열정도 나이 든 교사의 노련함도 그 겉모습을 떠나 그 목표가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가를 보게 될 때 좀 더 우리는 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다.

 

  학교를 자기 삶의 밥벌이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자아실현의 공간으로 삼는다면 나아가 타인의 성장에 도움되는 곳에 중심을 둔다면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자신의 많은 것을 희생할 줄 아는 교사가 많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그가 졸업생이 되어 다시 학교에 그 고마움을 표현하든 말든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아픔을 딛고 자란 그 아이가 사회의 일원으로 성숙하게 자라 그 사회를 더욱 밝고 희망차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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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평전
김택근 지음, 원택 스님 감수 / 모과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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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 스님의 일대기가 나왔다. "야반삼경에 따 떨어진 걸망 하나 지고 달빛 수북한 논두렁 길을 걷다가 차가운 논두렁을 베개 삼아 베고 푸른 별빛을 바라다보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수행자의 모습에 가깝다. " - 퇴옹성철  

 

  스님의 평전을 김택근 시인이 많은 자료를 모으고 발로 뛰어 사람들을 만나고 또 스님의 자취를 따라다니며 충실하고 세세하게 내용을 담았다. 물론 제자 원택 스님이 감수했다. 한국 불교사에 큰 자취를 남긴 성철 스님을 아는 사람은 참 많다. 그러나 책 한 권으로 성철 스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한 평전으로서는 이 것이 제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님의 안목과 깨달음의 깊이를 우리같은 범인이 알 수 없겠지만 일대기를 다룬 이 한 권의 책으로도 스님의 얼마나 부처님의 뜻을 따르는 한 수행자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갔으며 한국불교정화운동에 스스로의 철저한 삶으로서 기여하였는지 알 수 있다.

 

  한 때 '불기자심'이라는 성철스님의 친필이 담긴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송달송했다. 평생을 두고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말 같기도 했다. 옹졸하게 몸에 갇힌 자아가 아니라 자기 속에 담긴 불성을 보아야만 이 말을 제대로 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스님의 깨달음을 내가 말로 표현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므로 쓸 생각이 없다. 다만 스님을 둘러싼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스님의 가진 영성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있다.

 

  우선 스님의 속가 가족들은 직접 출가를 하거나(어머님, 아내, 딸) 부처님 인연을 직간접적으로 맺어 그 인연의 삶을 살아갔다는 점이다. 이로서 스님의 주변의 인연들이 모두 스님에게로 회향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림의 대표격이었던 아버지 이상언님도 마지막에는 '나는 성철스님한테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결국 깊은 도로서 주변 사람들을 공부의 길로 인도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스님은 법스승을 두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당대에 만공, 한암 등의 많은 고승들이 계셨고 그들과 만남이 없지도 않았지만 스님은 철저히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는 공부를 했고 그것도 선어록과 선승들의 공부를 책으로 만나면서 자신의 공부를 끝까지 몰아갔다. 또한 그 어떤 법스승으로부터의 인가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법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높고 깊은 공부로 많은 세인들이 의지했고 또 많은 비구와 비구니승들이 스님을 모델로 삼아 평생 공부하였다는 점이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거부하였고 산 속에서 오로지 공부의 길만 매진했던 큰 스님이 우리 세상에 제시하는 바른 길은 느리고 어리석어 늘 삶 속에서 헤매고 방황하는 나에게 비록 평전이지만 책 속의 길목 곳곳에서 목이 메이고 눈물이 흐르게 하였다. 비록 스님의 육신은 떠나셨지만 그 정신은 영원불멸하여 이 땅 어디에서는 꽃을 피우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스님이 남기신 글을 이번 기회로 다시 천천히 읽어나가며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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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 천일야화 - 구수한 골동의 신비
김대하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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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부터 부산에서 골동상을 시작해 50여년을 한국 고미술품을 취급해왔고 그 아들에게 업종을 물려주며 대를 이어 한국미술품시장을 한 저자가 일생동안 만난 골동품의 이야기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의 고도자기에 관심을 가져 일제강점기 후 근대에 와서도 한국골동품을 사갔고 그 와중에 한국에서도 고미술품에 관심이 생겨서 보다 많은 수장가들이 생기면서 한국 미술품 시장을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골동품시장에 대학시절부터 금동불상으로 인연을 가진 저자는 고시에 떨어져서 이 길에 들어선다. 미술품은 공급이 한정된 것이라 수요가 늘어나면 그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결국 돈과 욕망에 눈이 멀어 실수하고 사람들을 배신하고 또 기물에 속고 또 기물에 울고 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상업으로서 우리 미술품을 거래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상도덕을 지켜가며 신의를 쌓고 또한 무엇보다 미술품에 대한 안목과 애정을 품는 것이야 말로 이 업에서 오래도록 성공하는 길이다.

 

  한국 미술품 시장에서 한 평생 일한 저자이지만 그가 만난 기물 중 최고의 기물을 만난다는 것은 참 인연이 필요한 희귀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술품의 가치를 정확히 안다는 것은 그 미술품이 가진 시대와 양식과 그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희소성까지 알아야만 하는 것으로 그 기물하나를 전체로 이해한다는 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도 업으로서 하는 사람은 이를 또 다른 인연으로 건네주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데 그것이 될 수 있으면 한국 고미술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나아가 국제경매에서 한국 기물이 될 수 있으면 외국 수장가에 의해 오랜 세월 묻혀 있기보다는 한국 수장가나 한국 박물관에 가도록 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 수 있게 하는 역할도 보이지 않는 그들의 책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으로서 하는 사람들은 불법 도굴꾼에 의해 유통된 기물도 빨리 유통과정에 참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된다. 따라서 일반인인 우리가 그들을 평가하기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분청사기 자라병과 앵무잔 그리고 분청사기 인화문병 등 몇 몇 눈에 띄고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기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평생을 업으로 하면 반드시 귀한 기물도 만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과연 이익만을 떠나 보다 보편적인 가치에서 그 기물을 대할 수 있을까? 하고 묻게 된다. 아직 세상이 고미술품시장에 대해 눈 뜨기 전.... 그들은 아마도 많은 눈먼 기물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눈먼 사람들에게 거래하였을 것이다. 그럴 때 정당한 이익을 추구하고 더불어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나아가 안목을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면 미술시장이 지금처럼 혼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는데 양자가 모두 바른 안목을 가지고 양심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때 그 시장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미술품을 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안목'이다. 내게도 귀한 기물을 소장하는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그럴 때 나의 기물을 대하고 알려고 하고 더욱 인격체로서 사귀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야 내게 있는 동안 더욱 그 기물의 가치를 알아주고 더욱 자주 눈길을 주고 또 더 큰 인연이 생겼을 때 잘 보내주는 마음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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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 홍기대 조선백자와 80년
홍기대 지음, 한국미술정보개발원 기획 / 컬처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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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면서 장남으로서 가족을 건사해야 했던 우당 선생님의 골동이야기이다. 그는 특히 조선백자에 몰입하면서 백자의 색과 형태 그리고 그림에 매료되어 한 평생을 살았다. 그는 인생을 통해 인연으로 만난 조선 백자의 사연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일본인이 만든 일제시대 '구하산방'에서 일을 하면서 조선도자기에 눈을 뜨고 어깨너머로 배운 백자에 대한 안목이 자신의 삶과 경험과 공부를 거쳐서 더욱 성숙해지게 된다. 이로서 그는 도자기와 함께 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도자기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지금은 국보가 된 백자철화포도문 항아리에 얽힌 이야기들과 18세기 백자 청화죽문 각병 등 많은 국보와 보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물건에는 그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소전 손재형 선생님의 백자 청화철채난초청랑자문병과 관련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지금은 리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 병은 백자 병에 희귀한 잠자리가 그려져있는 통형병이다. 청자 철채퇴화문 나한좌상도 깨어진 네 부분을 수리하여 깜쪽같이 원형그대로 수리하여 이후 국보 제 173호가 되었다. 때로는 기물과 관련한 업장에 끌려 형사에 여러 번 쫒겨다니기도 했으나 조선백자와의 삶 그 자체가 그에겐 인생이었고 의미였다.

 

  조선 백자를 취급하면서 만난 인물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지순택 님과의 도자기 공부 및 만남은 기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도자기를 만날 때 마다 그 제작기법 및 연대를 추정해가며 공부해나가는 과정이었고 마에다와 아사카와 형제, 그레고리 헨더슨 및 간송 선생님, 최순우 선생님, 이 병철 삼성회장 등  많은 만남을 통해 조선 백자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는 재미있다. 조선 도자기를 사랑한 컬렉터들이야말로 그의 인생의 친구이자 동료였다.

 

  도자기에 대한 그만의 공부방법도 도움이 된다. 많이 보고 경험하고 그리고 공부하고 그 사료적 가치와 시대적 가치까지 챙겨야 비로소 귀한 기물을 만날 수 있다. 눈이 없으면 귀한 기물이어도 알지 못하고 보내게 된다. 그 80년 내공의 안목으로 그가 만난 조선의 도자기들에 대한 설명은 재미있다. 우리가 도자사나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기물도 이 책에서 처음보는 기물도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새롭게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자기를 보는 안목이 문제다. 어떤 기물이든지간에 그 안목으로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기물도 새롭게 볼 수 있는 것이 되고 또 전혀 새로운 것도 그 안목으로 선별해서 수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별 청화안료와 조형 그리고 화법의 특징들과 굽의 상태와 유약의 성질 등을 알아볼 수 있어야 어느 정도 도자기를 선별해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초보이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백자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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