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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과 산나물에

어머니의 상차림은

가난한 예절이다

달빛은 몇몇 안 되는

집에 여유를 주고

논두렁길

밭두렁길

밤도 잃고 더위도 잃게

쥐불 놓아

까마귀 눈처럼 초롱한

아이놈들

달 속에 불을 지피고

도망쳐 온 둥근 달은

아이들 가슴속에 오래

새겨져 달보다 큰

부럼 깨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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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0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마귀 눈처럼 초롱한
아이놈들"

시어가 이쁩니다.



달팽이 2006-12-0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제가 보름달인듯 하여 하나 올려봤습니다.

파란여우 2006-12-0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름달을 바라보며 요새 좀 슬픕니다.
제 얼굴이 완전히 그 모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에 등장하는 논두렁, 밭두렁 비추는 보름달은 너무 아름답군요^^

달팽이 2006-12-06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슬픈 일이 있는지...
설마 살쪘다는 일 정도로
슬픈 건 아니겠지요?
 

내 당신께 쉽게 가지 않았습니다

발소리, 숨소리 죽여며 가시를 이고 갔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불사하고 격렬히 달려갔습니다

인생이 허무 위에 서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허무가 아름다워지고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 걸 보았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존재, 고독, 아픔, 고요, 가난과 거기에서 오는 평화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나는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영원히 그것을 깨우쳤습니다

세상에서 사철 피고 지는 그런 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꽃은 한번 피기가 어렵고 한번 피면 질 수 없는 꽃이었습니다

그것이 모두 미망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제

한없이 당신께 날아가던 그리움이

무겁게 내 안으로만 파고들어 더욱 그리워지게 되었습니다

이 그리움은 당신을 만나도 만나도 갈증을 남겨주리란 것을 압니다

당신께 첫 이슬을 다 받아 드렸습니다

이제 비를 기다려야 합니다

한낮의 기갈을 견디게 해줄 비를 겸손히 인내로이 기다려야 합니다

어찌해야 될 줄 모르겠습니다.....

바람부는 들녘에 나와 섰습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온갖 풀꽃들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바람이 저 들을 흔들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람 속에서도 저 풀꽃들은 눈부시게 꽃 피우며 가을 들녘을 지키고 서 있으니까요

이 들녘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내 안에 깊은 홈을 파고 물길을 돌려와 당신이 흘러갑니다

그 물길이 눈물일랑가도 모릅니다

영겁을 건너온 듯싶습니다

정녕 고통을 건너온 사람이라면

늘 평화의 주인이고, 겸손하고, 서두름 없는 침묵의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할진대 저는 고통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야

어렴풋이 지극한 아픔에서 오는 고요와 시림과 싸늘한 평화를 누릴 수 있으리라 예감이 듭니다

이 자리가 은혜롭습니다

결코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내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돌려받은 내 자리, 내 자리입니다

이 시리고 아픈 고독, 고요, 허무, 가난, 여기에 평화가 사는 줄 알겠습니다

이 자리가 사랑할 자리인 줄도 알겠습니다.......

감사드려요. 언제나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 김용택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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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7-2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는 삶을 깨달아버린 것일까?
인간의 존재
고독하면 그곳에서 피는 평화를 알고
아파도 거기에서 싹트는 평화를 알고
가난해도 가난 그 자체를 즐기는 평화를 안다고 말한다.
순간을 깨우치면 영원히 잊지 못할 그 꽃은
한번 피면 영원히 지지 않음을 안다고 했다.
있는 이 자리가 은혜임을 안다고 한다.
바로 내가 선 이 자리가 사랑할 자리임을 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삶을 깨달아버린 것일까?

감사드려요, 언제나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비자림 2006-07-22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녕 고통을 건너온 사람이라면

늘 평화의 주인이고, 겸손하고, 서두름 없는 침묵의 사람일 것입니다"

늘 평화를 추구하시는 달팽이님...
잘 읽고 갑니다.^^

 

아무도 막지 못할

새벽처럼

거침없이 달려오는

그대 앞에서

나는

꼼짝 못하는

한 떨기 들꽃으로 피어납니다

몰라요 몰라

나는 몰라요

캄캄하게

꽃 핍니다

 

 

                                    - 김용택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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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7-2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라요 몰라
나는 몰라요
캄캄하게 ...

비자림 2006-07-2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부분이 눈에 들어오네요.^^
좋은 아침 되세요.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시리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논둑길을 마구 달려보지만

내달아도 내달아도

속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주지 않는 당신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당신 생각으로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아보려고

찬 바람 속으로 나가지만

빗장 걸지 못하고

시린 바람만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

 

 

 

                                              - 김용택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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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7-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름답고 은밀한 사랑의 떨림...
얻어 갈게요.^^

프레이야 2006-07-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빗장을 소재로 쓴 수필이 있어서 이 제목이 눈에 들어와, 달려왔어요. 좋으네요..

달팽이 2006-07-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장마전선으로 계속 시원한 날이군요..
 

꼬리로 바다를 치며 나아간다

타아앙......

갈매기 떼, 들,들, 갈매기들 날고

타아앙......

어디 머리가 약간 모자라는

돌고래 한 마리도 꼬리에 걸리며

타아앙......

자기가 고래인 걸로 잠시 착각한 늙은

숫물개 한 마리도 옆구리에 치인다

타아앙......

입 안에 가득 고이는 새우, 새우들,

타아앙......

나는 이미 바다이고 바다는 이미 나이다

타아앙......

나는 이미 고래이고 고래는 또한 나이다

타아앙......

분별하려는 것들은 이미 고래가 아니다

타아앙......

분별하려는 것들은 이미 바다도 아니다

타아앙......

꼬리로 바다를 치며 나아간다

타아아아앙......

꼬리로 나를 치며 나아간다

타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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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7-0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시어를 다듬는 것처럼 삶도 다듬고 산다면 성불이 따로 없겠지요?
박남철 시인의 비인간적 면모에 비하면 이 시의
'바다'로 나아가는 일이나 '나를 치고'가는 일이나 완전 모순입니다.
허긴, 제가 가장 경계하는 건덕지가
바로 문학적 소양으로 위장하는 '인간적' 실존의 위선이지만요.
-박남철 시인의 '그 사건'을 비난하는 파란여우의 엉뚱한 댓글 입니다-

달팽이 2006-07-0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그 사건이 뭔지 잘 몰랐군요..
그저 이 시의 느낌때문에 옮겨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