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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열풍과 함께 인터넷 서점도 사뭇 성황을 이루고 있다. 클릭 몇 번으로 집에 가만히 앉아 책을 고르고 책을 받아 볼 수 있는 데다가, 제법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곳도 적지 않으니 무척 편리하다. 특히 대형 서점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동네 서점에서는 구하기 힘든 책을 구입할 때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포장을 뜯고 주문한 책과 만나는 순간, 서점에서 책을 골라 셈을 치르고 집으로 가지고 와서 펼쳐 볼 때는 느낄 수 없는, 일종의 흥분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서점이라는 공간만이 지니고 있는, 그리고 그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수 있는 망외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서점의 매력이라면 역시 두루 돌아다니면서 아무 책이나 펼쳐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게 무어 특별할 것이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서점에서 '두루 돌아다니다가' 얻을 수 있는 의외의 소득, 그러니까 미처 몰랐던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 만만치 않다.

물론, 인터넷 서점에서도 '두루 클릭하다가' 미처 몰랐던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걸어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더 편리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니터에 나타나는 사냥감을 향해 총을 쏘는 사냥 게임기와 실제의 사냥과의 차이만큼이나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스캐너로 처리한 작은 표지 그림만을 모니터 상에서 보는 것과, 종이를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편집 상태와 디자인을 살펴보고 이리 저리 들추어 보고 하는 것과,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단순히 책의 내용만을 구입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구입하는 것, 더 나아가 이른바 전자책을 통해 책을 읽는 것 등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져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도 같다. 그러나, 마샬 맥루한이라는 사람이 '매체가 메시지'라고 했다던가? 온라인 매체를 이용한 도서 구입 및 온라인 매체를 통한 책읽기와 전통적인 방식의 도서 구입 및 책읽기는 여러 측면에서 결코 같을 수 없다.

온라인 구매의 경우 눈 품만 팔게 되고 다리 품, 손 품은 전혀 놀리지 않는 셈인데, 서점이라는 특수한 장소 또는 공간에서, 그리고 역시 특정 날짜, 특정 시간에 직접 몸을 움직임으로써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체험을 생략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인터넷을 통한 도서 구매를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구입하는 일을 '대체한다'는 차원에서 생각하기는 곤란하지 않을까 한다. 시인 정현종 선생의 '몸이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몸을 여기서 저기로 움직이는 것
몸이 여기서 저기로 가는 건
거룩하다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가까운 데 또는 멀리
움직이는 건
거룩하다
삶과 죽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욕망과 그 그림자-슬픔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와 한없이 가까운 내 마음이
나에게서 한없이 먼 내 마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깥은 가이없고
안도 가이없다
안팎이 같이 움직이며
넓어지고 깊어진다
몸이 움직인다.

자료출처-http://www.kungree.com/kreye/kreye2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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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2005-09-1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동네서점에 가면 솔직히 살만한 책이 없어요.. 하긴 잘 나가지 않으니까.. 참고서나 잡지 위주로 가져다 놓긴 하지만요.
간혹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기도 하는데... 어떨 땐 사려고 했던 책이 없어 아무 책이나 골라 가지고 나오기도 한답니다.
동네 서점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된다면 더 많이 찾을텐데..
동네 서점의 몰락을 보면 서글퍼지네요..
 

증정본이라는 것이 있다. 무척 아름다운 말이다. 증정은 '남에게 선물이나 기념품 따위를 드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물론 책의 경우, 그러니까 증정본의 경우는 증정의 본래 의미와는 다소 다른 것이 사실이다.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책을 드리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증정본의 대부분은 언론사 홍보용이나 저자 또는 번역자용, 아니면 단순히 인사치레 수단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책에 따라서 그리고 출판사의 영업 전략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책이든지 족히 100권 정도는 이런 저런 이유로 '증정본'(홍보용 포함)으로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한 경우 500권까지도 증정본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번역자의 입장에서 '증정본'(?)을 받아 본 경험이 몇 차례 있는데, 적으면 10권, 많으면 20권 정도를 받았다. 번역하는데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드리기도 하고, 주위 분들 가운데 그 책을 요긴하게 여길 것 같은 분들에게 드리기도 하고, 그냥 친한 분에게 생각난 김에 드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자주 만나게 되다보니, 의외의 증정본을 받게 되는 일도 종종 있다. 앞서 언급한 사항 가운데 단순한 인사치레에 해당하는 셈이다. 물론 '공짜'로 받는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다. 더구나 안 그래도 꼭 사서 보리라고 마음 먹었던 책을 받게 되면 다음날까지 기분이 좋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증정본이라는 이름(출판사에 따라서는 '증정' 또는 '드림'이라는 고무인을 속표지에 찍어서 주시는 경우도 있다.)이 갈수록 쓸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말해서, 신간을 '곱게 키워' 다른 사람에게 건네 주실 때 출판사 분들이 느낄 법한 어떤 쓸쓸함 같은 것. 물론 그것은 '공짜로 주니 속이 쓰리다'는 따위의 심정이 결코 아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그러니까 최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배본에 이르는 남다른 고민과 노력의 시간이 책을 건네는 손길 하나에 모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 손길은 단순히 '값 얼마'하는 책 한 권을 선의로 남에게 그냥 주는 손길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던 물건, 존재하지 않던 의미, 존재하지 않던 사건, 존재하지 않던 하나의 세계를 정중하게, 그리고 사무치는(속까지 깊이 미치어 닿다) 심정으로 타인에게 건네는 소중한 의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정 의식은 쓸쓸하다. 출판사 전용 봉투에 책을 넣어 언론사의 출판 담당 기자들에게 '돌리는' 일이거나, 책 한 권을 건네 받는 의식의 소중함을 도무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명함 대신 '뿌리는' 일이거나, 심한 경우, 책은 공짜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는 구제불능의 사람에게 '빼앗기거나'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평소에 잘 아는 어느 출판사 대표께서는(선비 정신에 가까운 자세로 출판에 임하시는 분이다.) 교재 채택 여부를 검토하려고 하니 한 권 보내 달라는 교수들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고 한다. "서점에서 사서 보십시오. 혹시 서점에서 구하기 힘드시면 저희 계좌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입금이 확인되면 보내드리겠습니다." 반응도 천차만별이어서, 순간적으로 '깨달음'에 도달하여 죄송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닷없이 큰 소리로 호통을 치고 일방적으로 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물론 후자 쪽이 대부분.) 심지어 무작정 출판사로 찾아와서 '나는 당신 출판사 책의 애독자인데, 이번에 나온 책이 무척 마음에 드니 그냥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마저 없지 않다고 한다. (정신의 허기를 공짜로 달랠 요량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해서 정신을 채운 들 무슨 소용일까?)

이른바 마케팅의 측면에서 보자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혹시 정말로 교재에 채택이 될 수 있다면 한 권을 '증정'하고 수십 권,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 권을 판매할 수도 있는 기회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 대표 분을 향해서 왜 그렇게 앞뒤가 막혔느냐고 힐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힐난해야 할 대상은 앞서 언급한 그런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쓸쓸한 증정식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혹시 증정식에 초대받는 기회, 그러니까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로부터 책을 '공짜로' 받는 기회가 생기거든, 스님들이  식사하기 전에 외운다는 다짐의 말을 이렇게 조금 바꿔서 외울 필요가 있다. '내 한 몸과 마음 이 책 받기 부끄럽지만, 이 책으로 내 마음의 양식을 삼아 보다 많이, 보다 정확하게 알고, 보다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자료출처-http://www.kungree.com/kreye/kreye58.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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