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김용민 화백의 휴가

김용민 화백이 '또' 휴가를 떠났다.

경향신문을 보면서 내 신문보는 습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스포츠면부터 보기 시작하다가,

혹시나 해서 1면부터 보는 거였는데,

이제는 만평부터 보게 된다.

그것으로도 성이 안차 전날 저녁에 몰래 다음날의 만평을 훔쳐보기까지 한다.

다른 신문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인터넷 신문은 다음날 기사를 미리보기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다음날 만평'이 실리지 않은 날은 1. 토요일 저녁, 2. (앗! 갑자기 까먹었다), 3. 김용민 화백의 휴가이다.

특히 내가 얼마 전에 있었던 김 화백의 휴가일을 기억하는 것은 경향 만평을 그만큼 찾는다는 말도 된다. 군에서는 이런 경우를 '땡보'라고 하는데, 군 생활 내내 그런 소리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병 인사를 (겉으로만) 좌지우지하는 '병 인사 관리병'이었기 때문에..
아무튼 김 화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한다. 경향 관계자에게 몰래 물어볼까? 혹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귀띔이라도 좀...

그런 의미로 최근 만평 중 기억나는 혹은 기억할 만한 김 화백의 만평을 하나 덧붙인다.



미국의 명언

워싱턴에서 전해오는 정동식 특파원의 칼럼을 즐겨 본다. 항상 똑같은 사진이라 아쉽지만, 근엄한 표정이 묻어난다. 주제도 다양하고 '글빨'도 차분하고 진중해서 좋다. 어제자 기사 말미에 미국의 유력 잡지 "TIME"이 공화당의 보수화 전략과 부시 35%, 공화당 77%의 지지율을 보여주며 "비가 올 때 비를 막어주는 것은 지붕인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지붕"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했는데, 그 말이 참 명언인 것 같다. 그것을 한나라당에 적용하면 "한나라당이 별다른 쇄신 없이 죽쑤고 있어도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한때 국시(國是)로까지 신성시되었던 반공의 은택이자, 극우 세력이 사회 모처에서 협력(?)하고 활약(?)하여 만든 핵우산" 때문이다.

미국의 명언 하면 생각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2001년에 911이 터지고 나서 4년 만인 2005년에 911 최종보고서가 제출된 것으로 기억하는 데, 보고서를 브리핑하던 총 책임 장성이 자료를 덮으며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미국이 911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미국의 국력이 약해서도 아니고, 정보력이 취약해서도 아니다. 바로 상상력(想像力)의 부재다."

이를 보고 나도 상상력의 의미를 환기하는 기회로 삼았다. 상상력이란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판타지'가 아니다. 상상력에 관해서는 과학자들이 전문가인데, 과학자에게는 2개의 상상력이 있다고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 외에 과학적 상상력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상상력은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힘이다. '논리'는 사실 상상력의 도구일 뿐이다.

명언까지는 아니지만, 이번에 MBC 사건을 접하고 참 안타까웠다. 이 방송사가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방송을 한 것만도 올해 일곱 번째라고 한다. 그야말로 '사과방송 데스크'라는 오명을 쓸 판이다. 미스터 엠비(엠비 씨)가 오기를 갖고 분발하고 자진하고 쇄신하고 정신을 번쩍 차리라는 의미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명언(明言)
을 하고자 한다. 엠비 氏는 명심( 銘心)하여 이를 극복하고 더욱 분발해주기 바란다. (그런 의미로 아주 새빨갛고 선명하게...)

정당한 의문(을) 부당한 방법(으로)

프랑스와 일본의 역사 왜곡

이 뉴스를 접하면 아마 나같이 잘 모르는 사람은 깜짝 놀랄지도 모르며, 잘 아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프랑스는 '2005년 2월 23일 법' 가운데 역사 왜곡을 주장하는 한 조문을 다수결로 재확인했다고 한다. 그것은 곧 과거 식문 국가에서 프랑스의 '긍정적 역할'을 교과서에서 인정하자는 것이다. 사실 지금 유럽의 발전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피와 살점으로 이루어졌으며, '100원을 버는 사람이 있고 그 100배를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처럼 오늘날 제3세계의 냉전과 갈등, 내전, 독재 등 분열과 고통의 정국은 제국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철없는 애 도토리묵 해집어놓듯이' 철없는 제국주의의 애들이 인류를 초월한 자연과 문화와 역사와 신과 철학에 모조리 제국주의의 빨간색을 칠해버린 것이다.
프랑스는 북아프리카 식민지(알제리 등) 국가에서 토지를 개간하고, 방역을 하며, 근대화 교육을 시켰다고 주장해 왔고, 이번 기회에 교과서에 정식(?)으로 올릴 심산인가보다.

우려할 만한 일은 내가 프랑스를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우경화 추세는 차치해놓고서라도, 프랑스는 1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독일에게 방대한 배당금을 챙겨 독일 경제를 피폐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일은 그 가시밭길을 극복하며 점점 힘을 키웠고, 프랑스가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까지 자라나자 프랑스를 정복해버렸다. 이로서 프랑스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를 어떻게 봐야 할까? 혼란스럽다.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인가? 프랑스 학생들이 힘겹게 치른다는 바칼로레아는 한낱 프랑스식 과시에 불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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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5-12-0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우연히 김용민 화백과 통화를 했습니다. 또 휴가간 이유는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고, 회사적인 일이기도 하답니다. 우려했던 '별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가 속담에도 좀 관심이 많습니다. 글쓰기를 할 때 속담을 활용하면 참 예쁜 글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는 전용된 사례, 잘못 쓰이는 사례 등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나오게 된 사연을 되짚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것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벽창호(?) → 벽창우(碧昌牛)



'벽창호'는 고집이 세고 무뚝뚝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인데, 역시나 '소'였군요.

「벽창우(碧昌牛)」은 평안북도 벽동(碧潼)과 창성(昌城)이란 곳에서 나는 대단히 크고 억센 소를 말한다고 하네요.

그냥 우리끼리 하는 말로 '이녀석, 벽에 창호지를 발랐나?' 하는 뜻 같은데,

창호지는 문에 바르는 종이인데, 벽에다 바르듯 무식하고 무뚝뚝하다고 몰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상상력을 동원해 보세요. 창호지를 한 번 바르면 바람도 통하지 않고 잘 떼어지지 않는 것에서 완고하고 고착된 사고방식을 비꼬는 방식으로 이해했으면 ‘벽창호지 군(郡)’이십니다.


우리에게 낯선 글자를 낯익은 글자로 만들어 버리는 우리 민족의 습성(인군(人君 → 임금, 백채(白菜) → 배추 등)에서 나타난 오역인 것 같은데, 누구 말마따나 '즐거운 오역'입니다.



알아야 면장질을 하지?, 배워야 면장이다 → 면면장(免面牆)


'알아야 면장질을 하지'라는 말은 공자의 어록을 모은 '論語'에 그 출전을 두고 있습니다.


공자보다 일찍 요절한 공자의 아들 鯉(리)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공자가 대청에서 쉬고 있는데 백어가 종종걸음을 하며 지나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자가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시를 공부하였느냐(; 女 爲周南召南矣乎) 하니

잉어가 머리를 극적이며 '아니 배웠는뎁쇼'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공자가 대답하기를

'사람으로서 이것을 배우지 않는다면, 마치 그것은 담에 맞대고 서 있는 거나 같으니라 이눔아!'(人而不爲周南召南이면 其猶正牆面而立也與인저)

*鯉 :잉어 '리', 자는 白魚; 공자가 득남하였을 때 벗 하나가 잉어를 선물해 주었는데 공자가 기뻐서 이름을 잉어라고 지었음

시 : 詩經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말하며 시경 최초의 두 편.


여기서 장면(牆面)은 담을 바라본다는 뜻이며 시를 배우지 않는다면, 마치 그것은 담벽을 향하여 마주선 것과 같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담 안 정원의 아름다움을 볼 수도 없어 전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면장질'은 곧 '免面牆(면면장)'의 약자로 '담만 멍청하게 쳐다보는 것을 면한다'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와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서 우리가 흔히 아는 面長(면장)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였는데 우리 속담에 '배워야 면장을 한다'는 뜻이 있으며 그 뜻인즉 '남의 위에 있으려면 배워야 할 것이니라' 하는 뜻입니다.


'免面牆(면면장)'을 아직도 잘 모르시겠다구요? 조카나 자제분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물어볼 때 ‘뜨끔’ 하는 기분이 들면서 제대로 답해주지 못할 때 마치 벽을 대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길거리를 걸어갈 때 처음 보는 외국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현란한 영어를 구사하며 뭔가를 물어볼 때 벽을 마주대한 것 같지 않나요? 이런 벽들을 면하는 방법은 열쒸미 공부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억지 춘향이(?) → 억지 춘양


춘양목(春陽木)은 경북 청송과 춘양 지방에서 나는 겉씨식물 구과식물아강 구과목 소나무과의 상록침엽 교목의 일종으로, 목재의 질이 우수해서 한옥 건축재 및 문 짜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춘양목을 사용한 집은 그 권세의 상징으로 여겼었습니다. 잘 아시잖아요. 옛날 양반들이 세를 자랑하는 방식을. 그런데 춘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남이나 기타 다른 지역의 권문세족 양반들도 자신의 집이 그 귀한 춘양목으로 만들었다고 우기고 다녔었나 봐요. 그래서 억지 춘양, 억지 춘양 하는 말이 나왔는데, 마침 ‘춘향전’의 ‘춘향’과 발음이 비슷해서 전용(轉用)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말을 할 때는 ‘ㅎ’자를 유난히 강조하시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비밀


예전에는 속담사전을 재밌게 보았는데, 신기하고 재미난 속담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요. 그 중에서도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더욱 즐거웠습니다.


근데 거기 '은행나무 격(格)이다'란 속담을 발견하고 이것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 모티브가 되기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은행나무는 자웅이주(雌雄異株; 같은 종류의 식물에서 암수의 구별이 있는 것. 은행, 잣나무 등)이므로, 서로 사랑하면서도 교섭을 갖지 못하는 남녀의 처지를 이른다


하고 써져 있던데, 영화의 스토리도 그와 비슷하니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떼 놓은 당상(堂上)이다


당상(堂上)은 삼품관(三品官)의 이름이요, 망건(網巾)에다 옥관자(玉貫子)를 달고 있으므로 전(轉)하여 옥관자를 당상이라 합니다. 옥관자는 정삼품 이상의 관리들만 차고 다닐 수 있으므로, 누군가 그것을 주워도 쓸 수가 없고 만약 쓴다면 바로 구속되어 중죄를 면할 수 없다고 보아도 되죠.


그래서 어떤 일이나 이뤄놓은 결과, 사물 등이 변할 리도 없고 다른 데로 갈 리도 없으므로 조금도 염려가 없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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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2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셨네요. 추천하고 가져갑니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정 기자님께 편지를 씁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다 보니 갑자기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감기 걸리진 않으셨죠.

 

바깥 출입이 잦은 직업이시기 때문에,

 

항상 '온도'를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오라,

 

정 기자님의 사진을 보고 턱까지 올라오는 시적 자극을 형상화시켜보고자,

 

정성들여 만든 그림에 몇 자 적어서 제 블로그를 좀 단장해볼까 하여

 

양해를 구하려고요.

 

원래는 시에 사로잡혀 학창 시절을 흘러보낸 문학청년에서

 

요즘은 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학원으로 내몰린 '서울사람'으로 변모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안타까워 책을 떼지 않으려, 세상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시'와는 원체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님의 사진과 글을 보고 있자면, '옛생각'이 나서

 

나도 다시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용기가 솟구치기도 합니다.

 

이런..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암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사용을 허락해주신다면 정성들여 글귀를 다듬고 언어의 정수를 골라

 

정 기자님의 그림을 욕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엉뚱한 제 글을 보아주셔서 감사하며,

 

이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12월 마지막 달의 첫날이라는 오묘한 곳에서..

 

정 기자님의 그림독자 오승주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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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이벤트 기획 공모전 > 알라딘 이벤트 기획 제안 2 <마일리지 기금 모금운동>  
승주나무(mail) 2005-11-22 16:30

알라딘의 대외 이미지 환기 효과와 기업의 사회적 환원, 독자의 '책을 나누는 사랑'을 권유하는 차원에서 프로그램 하나를 제안합니다.

1. 알라딘 독자들은 책을 구매하고 마일리지나 적립금 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요, '마일리지/적립금 모금'이라는 버튼을 하나 만듭니다. 그래서 독자가 소액의 마일리지 등을 모금하면, 알라딘은 독자의 모금액이나 그 비율에 따라 얼마를 더 적립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마련합니다.

2. 이렇게 마련된 기금을 통해 일선 자선단체나 지방 학교 등 도서의 혜택을 입지 못하는 곳에 책을 기증하는 운동을 펼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을 해서 좋고, 알라딘은 좋은 일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며 일방적으로 부담하지도 않고, '기업의 사회적 기능'도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만약 이벤트를 할 경우에는 모금자 중 일부를 추첨해서 일정한 금액의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일정한 시간마다 '마일리지 기금 총액'이라든가, 마일리지 모금자 명단을 올려놓거나, '기금 집행 현황' 같은 자료를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알라딘의 입장에서는 이 자료를 대외 홍보용으로 쓸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이지요.

5. 독자의 입장에서는 마일리지가 유효기간이 있으니까, 유효기간이 촉박하면 무리하게 도서를 구매하거나 버리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모금하면 자신의 마일리지도 버리지 않고 좋은 곳에 쓰게 되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6. 좋은 일을 나서서 하다보면 즐거움도 더하고, 독자든 알라딘이든 사회에서 견고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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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디너들의 깊고 맑고 고운 글들을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저도 예쁜 우리말을 발굴하고 함께 공유하고자 <창작동화 연재>에 이어서 <알라디너를 위한 예쁜우리말>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모퉁이에 있어서 지식의 못마땅한 나열이나 현학적인 코너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마땅히 우리가 사용할 만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단어 중에서 선택해서 올려놓을까 합니다.

그래도 우리말의 발견인데, 익숙지 않은 말들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혹 '이건 아니라고 봐요 잉~' 하는 생각이 드시거든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예전에 글에 꼭 쓰고 싶어서 '생삽(生澁)하다'는 말을 썼다가, 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은 적이 있지요.

일찍이 작고한 김소진이라는 소설가는 자기만의 사전이 있었다고 해요. 군에 있을 때부터 정리해둔 단어들을 열심히 기록해서 소설에서 살려냈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고로 자기가 만든 사전 정도는 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설이 너무 길어졌군요. 첫 번째 시간으로 '상대되는 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집들이, 집알이

집들이와 집알이는 구분되었으면 하는 말입니다. '집들이'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새로 이사한 사람이 친구를 맞이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주로 '쥔장'의 입장에서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손님'의 입장에서도 '야, 승주나무네 집에 집들이 가자!' 식으로 곧잘 쓰곤 합니다.

이때는 '야, 승주나무네 집에 집알이 가자!' 식으로 고쳐야 옳은 표현이죠. '집알이'는 '초대받은 친구들이 새로 이사한 친구의 집에 찾아가는 일'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배웅, 마중

이건 뭐 쉬운 단어에 속하는데, 헛갈리시지 말라고 붙여넣습니다. '배웅'은 떠나가는 손님을 일정한 곳까지 따라 나가서 작별하여 보내는 일'을 의미하고, '마중'은 그 반대의 뜻입니다. 즉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함'의 뜻이지요.

 

내리사랑, 치사랑

내리사랑은 다 아시지요? '손윗사람의 손아랫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내리사랑인 것이죠. 그 반대의 경우는 뭐라고 할까요. '치사랑'은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리사랑이 과하면 '굄(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함)'이 된다는 사실..

 

덧두리, 에누리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는 '에누리'를 하고 싶을 테고, 파는 입장에서는 '덧두리'를 하고 싶겠죠. '에누리'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값을 깎는 일'을 말하고, '덧두리'는 '정해 놓은 액수 외에 얼마만큼 더 보탠 값'의 뜻입니다.

 

안다니, 모르쇠

안다니 : 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

모르쇠 :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다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



마수걸이, 떨이

마수걸이 : 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 또는 거기서 얻은 소득

떨이 : 팔다 조금 남은 물건을 다 떨어서 싸게 파는 일. 또는 그렇게 파는 물건

마수걸이가 잘 걸려야 그 날의 일진이 좋습니다. 하지만 첫 끝발이 개끗발이라는 말도 있죠. 떨이를 잘 처리해야 재고가 없고 매출이 늘어납니다. 요즘 잘 사는 동네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장한 '총각네'라는 벤처 청과물의 핵심 전략이 바로 '무떨이 전략'이었다죠^^


산봉우리, 산굽이

산봉우리 :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 ]
산굽이 : 산이 휘어서 구부러진 곳[凹]

산에 오르면 상쾌합니다. 높은 봉우리는 경치가 환하고 바람이 시원합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산을 넘을 때는 반드시 산굽이를 통과해야 합니다. 아니면 산등성이를 타고 구름과 함께 백두대간을 횡단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이름짓기'를 참으로 정교하게 하신 것 같아요. 윗옷의 이름이 다르고 아래옷의 이름이 다르고, 계절마다 산의 이름이 다르고, 시간마다 '물'의 이름이 아주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원래 쓰던 '한자'는 구수한 느낌이 들고, 일본에서 건너온 한자는 왠지 천박하고 어색해보입니다. 이것은 제가 맹신적 애국에서 나오는 말은 아니구요.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는 자세히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거의 같은 말을 반복하는 수준이거든요.

우리의 말과, 구수한 옛 한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옛 향기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즐거운 눈요기가 되시기를..

덧 : 저의 지식은 여기까지입니다만, 이와 유사한 단어가 많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 알고 있는 말의 쌍이 있다면 여러분의 내공을 보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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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1-07-1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내용 잘 보았습니다. 에누리에 대해서는 혹시 이런 의견도 있는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에누리는 우리말 얹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된 명사형 단어이다. 언즈리 => 어느리 => 에누리
얺다의 용례에는 1 얹다 : 위에 올려놓다. 2 얹다 : 일정한 분량이나 액수 위에 얼마 정도 더 덧붙이다.란 뜻이 있다

에누리는 물건의 값을 깎는 일 뿐만 아니라 값을 높이는 일도 에누리라고 합니다. 얹어 주는 것이 파는 물건인지 사는 돈인지 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구요...
따라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분량을 더 얹어 에누리하고 싶을 테고 물건을 파는 사람은 금액을 더 얹어 에누리(덧두리) 하고 싶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