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어깨 적성검사연구소 엮음 / 박문각 / 2005년 10월
이 책을 만들 때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전공적성이란 걸 처음으로 알게 해준 책이었거든요. 수능도 아닌 것이 논술도 아닌 것이 사람 머리를 이랬다 저랬다 정신없게 만들었어요. 한양대는 전공적성의 원천기술이자 특허를 가지고 있는 학교이고, 지금도 참신한 문제를 자꾸 제작하고 있어서 저를 괴롭히고 있지요. 한양대는 언어간 관계를 중시하는데, 사각형을 그리고 위쪽 단어와의 관계, 옆쪽 단어와의 관계, 대각선 위쪽 단어와의 관계, 이렇게 삼단 관계를 묻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고, 특히 패러디 속담에도 진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양대 지원하시는 분들은 패러디 속담과 다이나믹한 단어 관계를 숙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대는 두 번째로 괴로운 책입니다. 이 책 때문에 저는 직업병에 걸렸답니다. 아주대는 특히 자료해석 문제가 많이 나오거든요. PSAT라는 공직자 직무적성 시험에 나오는 자료해석 문제를 활용하여 만들었는데, 언제까지 남이 만든 자료를 가지고 활용할 수도 없고 해서 신문을 열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신문을 보고 그래프가 있으면 저는 딱 두 가지만 생각하죠. '이것으로 문제를 만들 수 있을까, 없을까?' 그렇지만 문제 만드는 재미가 있는 교재였습니다.
경희대는 아주대 계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인성검사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죠. 인성검사야 뭐 제가 바른생활맨이다보니(퍽) 만드는 것이 수월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인성검사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생활이 아니라 상상력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극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대체로 논리추론 비중이 크고, 아주대와 한양대 딱 중간에 놓여 있는 경향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전공적성을 나눌 때 '한양대 계열'과 '아주대 계열'로 나누거든요.
인하대는 한양대 계열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양대는 어법을 중시하는데 인하대도 마찬가지로 어법에 많은 문제를 배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추나 단어간 관계, 일반논리 같은 것이 주로 출제됩니다. 그렇지만 인하대만의 색채가 조금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요즘 인하대랑 아주대 모의고사 만들고 있는데, 머리에서 피가 나올 지경입니다. 그래도 좋은 문제 만들려고 경쟁사들의 문제들을 모조리 활용하고, 신문이나 언어 관련 홈페이지에서 소중한 자료들도 참고해가면서 막강 모의고사를 만들고 있으니, 학생들의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
홍익대는 한양대 계열의 막내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공적성 문제중에 가장 개성이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홍대는 이번 전공적성 시험을 통해 막강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홍대가 전공적성을 폐지하면 제 일은 하나 줄어드는 거지만, 암튼 홍대만큼 기본기를 강조하는 대학은 없을 것입니다. 응용적 사고능력보다는, 어법과 일반논리(삼단논리), 단어간 관계 등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자료해석이나 응용논리 비중은 약한 반면 이들 기본기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니, 혹시 전공적성 시험에 대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저는 맞춤법이나 어법을 존중하는 한양대 계열(한양대, 인하대, 홍익대)의 책에 애정이 갑니다.
이렇게 대학별 실전편을 만들다 보니, 어느덧 저도 전공적성에 대해서는 준전문가가 다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진화하기 때문에 사태의 추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양질의 문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