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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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한 마음에 서점에서 사온 책을 어제 밤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다. 중간에 집밖을 나갔다 온 것을 빼면 손에서 놓는게 아쉬울 정도로 재밌었다. 입양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이야기인가 했는가 하면 이야기는 영 딴 곳으로 치닿는다. 결국 이야기가 다다른 곳은 어디일까.. 소설을 읽을 때 복선이란 것이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기에 앞서 깔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같은 무던한 독자는 작가가 소설에서 말했던 붕괴이전의 균열을 잘 찾아내지 못한다. 붕괴가 되고 나서야 균열이 어디서 부터였는지 생각해보곤 한다.  카밀라가 자신의 균열을 더듬어 가는 과정은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이 소설은 결국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카밀라는 용감했다. 마치 파도가 바다의 일이듯이 카밀라가 엄마를 생각하고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것은 카밀라의 일이었으니까.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겪는 어떤 붕괴라는 것이 파멸, 좌절, 절망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의적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인생의 궁극에서 전체를 조망해보면 결국 모든 순간은 순간대로 아름다울테니까. 끝이 아닌 과정에 서 있는 우리들에게 지금을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이 소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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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곳 사는 곳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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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는 일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그런 신선함만으로 이 책은 나에게 의미를 가진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 내 소유의 집 한칸을 마련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월급쟁이가 부모가 물려주는 돈 없이 온전히 스스로 푼푼히 모아 대출을 지고서라도 집을 마련했을 때.. 그 감회는 사뭇 남다를 것이다. 그런 집의 경우도 있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추억어린 집 생각도 나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끔 아직도 집에 대한 꿈을 꾸면 지금은 사라진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 꿈에 나오곤 한다. 지금도 그 집의 모습이 아주 섬세하게 기억나곤한다. 그런 집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건설현장이라는 곳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다. 먹고 자고... 그러면서 사는 곳 이보다 중요한 곳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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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변화 - 상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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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속극의 달인이신 울 엄마의 말씀에 따르면, 사랑이야기가 재밌어지면 나이가 든 것이라던데;;; 정말 그런가, 남의 사랑이야기는 어딘가 진부해도 재밌기 마련이다.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는 다르게 그려진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듯이 사랑도 다른 모습이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지겹도록 기다리는가 하면 누군가는 자기가 쌓아놓은 성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누군가는 파괴의 화살을 자기자신에게 쏘아 스스로 피를 흘리고 파멸에 이르게 한다. 그나마 가장 범상한 사랑이 일롱카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 나에게 딱 맞는 이성은 없다,고 위로 아닌 위로로 끝내는 일롱카의 사랑은 그래서 현재의 사랑이 완전하지 못하기에 다음 사랑을 찾아 또 헤매이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하고 생각될 정도로 동감이 된다. 헤어진 연인 생각에 죽을 것 같다가도 밥은 먹게 되고 그렇게 하루 이틀 몇달 몇년이 지나면 잊혀지게 되는게 또 사랑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인생관을 풀어내는 듯한 페터의 이야기 역시 재밌었다. 어딘지 모르게 나와 비슷한 것도 같고 외로움이나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가 나와 많이 비슷하다. 마지막 유디트의 이야기는 다소 지루했다. 초반에 뭔가 심지있고 굳건한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가 했는데 아니었다.

가을을 타는지 요즘 조금 힘들다. 사람도 만나기 싫고 일터에도 가기 싫고(연휴 후유증...) 컨디션도 꽝이다. 아주 기발하게 재미난 책 없을까.. 어쨌든 <열정>만 읽고 산도르 마라이는 그냥 그랬는데 이 책으로 말미암아 다시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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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0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전 아직은 나이 들지 않았나 봐요. ㅎㅎ
산도르 마라이의 이 책도 기대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제게 곧 올 책이거든요.^^
스파피필름님, 힘내자구요!!

스파피필름 2012-10-03 20:13   좋아요 0 | URL
하하;; 저는 오늘 우울해서 서점가서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요거 사왔어요.. ㅋㅋ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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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ANNAM이라는 베트남의 지명이다. 글쎄다. 완벽하고 완전한 이 얇은 책에 무슨 사족을 덧붙일까 싶지만 번역이 김화영씨라는 점 때문에 가장 책을 열심히 읽었던 2004년쯤 무렵을 떠올리게 해서 몇자 적어 본다. 든든한 번역가가 존재한다는 건 외국소설을 읽는 입장에서는 매우 안심되고 믿음이 가는 일.. 번역을 또 다른 창작이라고까지 하니. 이 아름다운 소설의 공은 김화영씨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도미니크 수사와 카트린 수녀가 변화되는 과정은 지극히 아름답다. 그들은 고국에서는 잊혀지는 존재였지만 새로운 곳에서 삶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와 신도 그와 관련한 그 어떤 형식도 잊은 채 진정한 본질, 핵심에 다다랗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는 어디인가. 본질, 핵심에 관한 물음, 그에 대한 답일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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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앵무새 열린책들 세계문학 56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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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앞부분만 읽다가 정지, 또 다시 읽기를 여러 차례.. 이번에야 다 읽었다. 앞부분만 지나면 뒷부분은 비교적 술술 읽히고 재밌기까지 하다. 나는 이 소설이 우리가 문학에서 특히 소설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대한 일침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허구일까. 소설이 진실이라면 그것은 작가의 삶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을까. 순수한 허구란 것은 가능한가. 허구의 반대는 삶이고 우리의 일상일까. 언제나 삶보다 책읽기가 우선이었던 나는 진짜 내 삶이 아닌 허공의 무엇을 늘 헤매었던 것일까.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한 인간의 삶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 인간의 삶에서 성공적으로 숨겨진 것 또한 전부는 아니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거나 성공적으로 숨겨진, 이제는 믿을 수 없는, 거짓들이 전부는 아니다. 실현되지 못한 것 또한 삶이다. p.151

 

<보바리>를 썼던 작가 플로베르의 삶의 흔적을 파헤쳐가는 것, 물증으로 심증으로 상상하는 그 어떤 합집합도 플로베르의 삶을 완벽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 모든 것을 알려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표시라고 주인공이 말했듯 그가 플로베르에 대해 알고 싶어했던 건 대상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었다. 궁금하지 않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인간에 대해서건 인간이 아닌 대상에 대해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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