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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9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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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도미네 Quo 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읽다가 알게 되었다. 아마 수년전에 길가의 중고서점인가에서 샀던 것 같은데 그 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민음사판으로 읽어보았다. 쿠오 바디스가 무슨 뜻인지 그냥 궁금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1권은 아름다운 용모의 리기아를 얻기 위한 비니키우스의 활약상?이 그려진다. 젊고 미래가 보장되는 그야말로 훈남인 비니키우스는 처음에는 마음만 먹으면 세상 절세미녀인 리기아를 손에 넣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도인 리기아는 속세의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 차이점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니키우스도 자연스럽게 그리스도교의 세계로 빠져든다. 영혼을 사랑한다는 말이 바로 이 둘의 사랑을 일컫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후에 로마에 대화재가 일어난다. 방화범을 그리스도교 교도들로 누명을 씌우고 처참하게 학살하는 장면이 2권부터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의 실로 놀라운 점이라면 어떤 장면을 그리는 뛰어난 묘사이다. 네로의 궁에서 벌어지는 사치스러운 향연이나 대화재의 장면, 신자들의 학살을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그려내 감탄하게 된다. 단순히 자신의 시를 완성시키기 위한 소재거리로 로마가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인 네로, 이 역사소설에서 그려지는 네로의 모습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 궁금해진다.

 이 소설의 결말이 단순히 비니키우스와 리기아가 살아돌아오고 그리스도교의 신은 위대하다로 끝났다면 특별할 것이 없는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탐미주의자 페트로니우스의 죽음이 있어서 비로소 이 소설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비니키우스는 그리스도 혹은 그리스도를 통해 간절히 간구하는 자신의 기도가 리기아를 살려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페트로니우스는 리기아를 살린 것은 누가 보아도 우르수스이고 경기를 관람하던 로마의 민중이 아니더냐고 되묻는다.


너희들의 신이 행복의 근원이라면 그 신을 믿는 것을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나의 행복이 될 수는 없다고 페트로니우스는 말한다. 믿어서 행복할 것인가, 만약 믿는다면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 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나는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읽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들이 맴도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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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유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3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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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읽었던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전혀 읽지 않은 때도 나는 유리알 유희가 도대체 뭘까 궁금했었다. 10년전 읽었을 때 읽고 난 후에 뭐지? 싶었는데 세월이 흘러 그래도 이해력이 넓어졌는지(!) 그 전보다는 이해가 되었다. 단순하게도 민음사 책 표지그림에는 영롱한 빛의 파란 구슬을 그려놓았다. 그렇다면 유리알 유희가 무엇인지 직접 언급하는 부분을 적어볼까.

'음악 이론가 바스티안 페로트가 발명해 문자나 숫자, 음표, 다른 그린 부호대신 사용

페로트는 구슬들을 꿰어 늘어놓아 만든 아이들용 계산 기구를 본 떠 수십개의 철사줄이 쳐진 틀을 하나 짜고, 그 줄에 크기와 모양, 색깔이 각기 다른 유리알들을 나란히 꿰어 늘어놓았다. 철사줄은 악보의 오선, 유리알은 음표에 해당'한다고 되어있다. 말하자면 최초에는 음악과 관련된 유희를 지칭하였으나 세월이 흐른뒤에는 직접적으로 유리알과 관련이 없는 어떤 정신활동을 지칭하는 명사로 카스탈리엔에서 사용되었던 개념이다. 이 카스탈리엔 이라는 곳이 또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어렸을 때 소수정예로 선발된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데 말하자면 영재학교다. 스물 다섯 정도에서 완료되어 수료를 하면 수도회에 입문한다. 수도회를 탈퇴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전문직에 종사할수 없고, 일생 동안 수도회의 규칙에 예속되며 재산 소유 금지, 독신 생활이 조건이다. 물론 나중에 공립학교나 대학의 전문 교사가 되어 카스탈리엔을 떠날수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요제프 크네히트는 엘리트코스를 밟아 결국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 되었으나 우려했던 것과 같이 마치 온실안에서 정신적인 활동만을 하며 살아온 자신의 생을 부정하고 유리알 유희의 명인직을 버리고 탈출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친구 데시뇨리이다. 마지막에 데시뇨리의 아들 티토의 교육을 시작하려 하지만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헤세의 다른 작품들에서와 같이 이 책에는 두 가지의 세계에서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뒷부분에 요제프 크네히트의 세가지 유고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고 헤세의 뜻(?)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는 카스탈리엔과 같은 곳에서 영원히 정신적인 세계 만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좋아하고 범생이 기질이 다분했던 나라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의 한계는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런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똑똑한 아이들의 생활을 상상해보면 3월의 봄같은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2권 176쪽에 단계라는 시가 나오는데.. 인생의 어느 때에든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는 힘이 있다는 것에 위로가 되어 옮겨본다.

 

 

단계

 

꽃이 모두 시들듯이,

젊음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지혜도, 덕도, 인생의 모든 단계도

제철에 꽃피울 뿐, 영원하지 않네.

생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이 다른 인연으로 나아가도록

이별과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하지.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

.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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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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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에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 클래식 캘린더>를 샀더랬다. 무엇인고 하니.. 매일 한페이지씩 민음사전집의 1권부터 제일 첫 페이지가 나오는 식이다. 어떤 책의 첫페이지만 읽어도 끌리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첫 문장은 군고구마, 군고구마아, 따끈따근한 군고구마아. 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소설. 이 소설에는 인도 단체여행을 함께 가는 사람들이 몇명 나온다. 물론 제각각 인도를 여행하려는 이유는 다르다. 이소베는 아내의 환생을 찾아서, 미쓰코는 한 때의 남자 오쓰를 찾아서, 기구치는 기구치대로 정글에서 인육을 먹은 고뇌를 잊고자, 누마다는 유일한 위안이었던 동물 구관조를 찾아서..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자신의 인생에서 놓지 못하는 무언가를 붙잡고 번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무언가를 붙잡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살아갈까,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몇년전 재밌게 읽었던 <테레즈 데케루>의 이야기가 자주 나와 반가웠다. 엔도 슈사쿠는 종교색이 짙은 작품이 많다는 데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종교에 대한 생각이라면 오쓰의 경우처럼 모든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데 나도 동감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순간순간 그 만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주어진 하루를 값지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도라는 나라는 흥미롭지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금도 갠지스 강가는 이런 분위기일까 궁금해진다. 이 소설의 '깊은 강'은 인도인에게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몸도 마음도 정화가 일어나고 자신의 인생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도인의 힘이 이 강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인도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가 마음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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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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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마르케스가 어쩌면 마콘도와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는데 그 이유는 도무지 비슷비슷한 이름들 때문이었다. 책의 맨앞에는 부엔디아 가문의 가계도가 나오는데 그것을 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네 대 이상이 될 때는 봐도 누가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번 탄력을 받아 주루룩 읽었더니 다 읽을 수 있었다. 부엔디아 가문이 마꼰도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고독과 근친상간이다. 가령 아르까디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충동적이며 모험을 좋아하고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들은 동굴 속에 파묻혀 자신만이 몰두하는 무언가에 집중한다. 평생을 고독에 사는 아우렐리아노 형제들(?)에게 나는 더욱 정이 갔다. 난무하는 근친상간 때문에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던 우르술라의 우려대로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우렐리아노는 돼지꼬리를 가지고 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결국 마꼰도의 인물들은 나름대로의 생을 살다 명을 달리하지만 이름이 반복되듯 또 누군가의 결혼과 출산으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이야기를 쓴 방법이 마술적 리얼리즘이라하는데 가령 불면증이 전염되어 온 마을 사람들이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나 흙을 먹는 레베카 이야기, 멜키아데스처럼 죽은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 마을을 돌아다니는 이야기, 여자들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이야기 등은 사실이 아니지만 읽는 재미를 톡톡히 준다. 비슷비슷한 소설의 형식이나 내용 때문에 소설 읽기가 지루해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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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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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 정도로 모으고픈 욕구가 충만했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하나씩 사모으니 30여권은 되는 것 같다. 요즘 다른 출판사에서도 고전들을 예쁜 디자인으로 출간하고 있어 오히려 민음사판이 조금 촌스럽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거칠한 종이며 조금 기다란 판형은 여전히 나를 기분좋게 한다. 이 책은 사둔지 좀 된 책인데 얇은 책을 읽으려 꺼내들었다가 몇시간안에 다 읽었다. 제목이 무색하게도 소설에는 포스트맨도 벨도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저자가 제목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된 에피소드로 이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하드보일드라 하는데 요즘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폭력적이지도 성적이지도 않은 장면들이 담담히(?)그려지고 있다. 그만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한 것이겠지. 사랑했던 두 남녀는 무모한 순간의 판단에 의해 살인까지 저지르고 운좋게 죄값을 치르지 않고 빠져나왔으나 끝내 비밀을 공유하며 살아가야 하는 죄책감에 서로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결국 둘다 파국으로 치닿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더없이 행복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과정의 심리묘사를 따라 읽는 다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책장 한켠에는 역시 읽지 않은 <시계태엽오렌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이 겨울이 다 가기전에 읽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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