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암살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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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버지는, 글쎄, 하늘만이 그 가능성의 한계가 되겠지. 부자, 가난뱅이, 거지, 성자, 수십 개의 국가, 수십 개의 취소된 지도, 수백 개의 파괴된 마을들. 네 마음대로 고르렴. 그로부터 네가 물려받은 유산은 무한한 추론의 영역이다. 너는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단다. (2권, p.387)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고리같은 이 이야기를 무어라 말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명백하다. 소설속에서 아버지를 찾아, 다시 말하자면 자신의 탄생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은 아이리스, 로라의 두 자매의 인생사를 넘어 자식 에이미에게로 손녀 사브리나의 인생까지로 나아간다. 우리가 우리의 가정배경을 삭제한다면 나는 무한한 추론의 영역속에 있게 될까. 아니면 근본이 없기 때문에 더욱 흔들리게 될까.

소설은 세가지 이야기로 나뉜다. 책속의 책속의 책. 삼중구조가 서로 얽혀 끝으로 갈수록 한군데로 모아지며 비밀을 밝혀나간다. 아이리스는 소설의 말미에 말한다. 우리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거나, 우리가 하는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면 파멸할 것이라고, 말이다. 소설의 결과를 알고 다시 읽는다면 로라의 행동과 말이 아마도 다시 읽혀질 것이다. 이 책은 아주 더디 읽혔다. 감정묘사를 많이 해서 이기도 하고. 하지만 언제나 운명에 맞서는 자매들의 이야기는 재밌다. 이 소설을 읽고서는 나는 트위터에서 마거릿 애트우드를 팔로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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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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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작가인 서머싯 몸이 직접 작중화자의 역할을 하면서 여러 젊은이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래리를 둘러싼, 엘리엇, 이사벨, 그레이, 소피 등등. 당연 주인공의 래리이다. 래리는 2차세계대전 참전을 통해 친구의 죽음을 보고 삶을 바라보는 방향을 달리하게 된다. 세상의 선과 악의 근원을 알아내고자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인도에서 몇년간 수행을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가 알아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에서는 정확한 답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래리가 다시 인간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부딪히며 사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통해 책읽고 글을 쓰고 금욕하며 삶은 어쩌면 서머싯 몸이 그렇게 하길 바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의 초반에 이사벨이 래리와 파혼하면서 둘의 인생행로는 완전히 정반대방향으로 나아간다. 세속적인 삶속에서 물질적 욕망의 삶을 추구하는 이사벨의 삶을 보면서 그 또한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이사벨이란 인물을 좋은 쪽으로 묘사해서 일수도 있지만 우리 인간 누구라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다. 평생을 사교계에 몸담고 죽는 순간까지 그 끈을 놓치 못했던 엘리엣도 묘사 또한 재밌다. 만족은 개인의 몫이다. 불행한 자는 춥고 배고프게 살다가 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이 아닌 남들의 기준에 의해 자신을 판단하며 괴로워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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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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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안하는 삶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풍성한지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지 당신에게 알려 줄 수만 있다면······. 그건 정말 끝없는 즐거움이고, 말로 형언하기 힘든 행복이야. 그것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홀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때의 기분이지. 높디높은 저 위에서, 사방이 온통 무한한 공간뿐인 곳에서 날고 있을 때 말이야. 그럼 끝없는 공간에 취하게 돼. 그때 느끼는 흥분이란, 세상 그 어떤 권력과 영예를 준다해도 바꾸고 싶지 않지. 얼마전에 데카르트를 읽었어. 그 평온함, 풍격, 명석함이란!"-125쪽

'그럼 4년 동안 책을 읽었단 말입니까? 그래서 무엇을 얻었습니까?'
'아무 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4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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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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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를 이제서야 읽다니.. 300페이지 정도는 조금씩 읽다가 오늘 200페이지를 확 읽어버렸다.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이 1800년대에 씌여진 것이라니, 배경만 바꾸면 이건 요즘이야기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과거와 현재를 뒤바꾸어보는 즐거움은 고전이 주는 재미다. 줄거리로만 보자면 한 여인이 간통을 하다 빚지고 죽는 이야기로 이것보다 통속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엠마의 격정적인 심리를 뒤쫓다 보면 이 여자 이리 답답할 수가 있나 하다가, 한번쯤 속절없는(?) 사랑에 몸을 던져보고 싶은 심리에 공감을 하기도 한다. 결혼의 달콤함을 꿈꾸었던 한 여인이 시골 생활과 골이 타분한 남편에게 실증을 느끼고 사치와 열애에 눈이 멀어 망하는 이야기라.. 참.. 놀라운 것은 무려 세명정도의 남자와 열애를 한다는 것. 주체할 수 없는 엠마의 마음은 일종의 광기로 느껴지기 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의 행실을 비난 할 수만 없는 것은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욕망이 있으나 단지 실행을 못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사치로 빚을 지고 어음으로 막다가 결국엔 집안의 재산이 차압당하는 지경에 이르러도 엠마는 거짓말과 사랑에 눈이 멀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이처럼 답답한 것도 없다. 게다가 그 사랑은 결국 지루함과 권태로 이어진다. 간통을 하면서도 결국 결혼생활의 진부함을 맛보게 되는 아이러니.. 그로인해 느끼는 실망.. 그러나 엠마는 지치지 않고 다음 사랑을 꿈꾼다. 

 소설은 대부분이 엠마의 심리묘사에 치중한다. 남편인 보바리 즉 샤를르는 정말 바보스럽게 나온다. 초반과 엠마의 장례식 이후에 잠깐 나오다가 결국 어이없이 죽어버리기 까지 한다. 소설은 마지막에 약사 오메의 수단좋은 인생행로에 대해 묘사하며 여운을 준다. 엠마가 죽고 사람들은 샤를르에게 달려들어 남은 모든 것을 빨아먹어버린다. 한집안의 몰락 앞에 도덕성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어디로 돌려할지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그 밖에 공진회라던가 마을사람들에 대한 묘사, 엠마의 밀회를 묘사하는 문장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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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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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는 <달과 6펜스>다. 주인공의 이름도 잊지 않고 있었다. 찰스 스트릭랜드. 아주 평범한 증권사직원으로서의 인생을 이어가고 있던 한 가장이 돌연 가정을 버리고 그림을 그리러 떠난다. 가족의 입장 특히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배신이 따로 없다. 안정된 모든 것을 버리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를 밖으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소설에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는 것 같다. 뛰어난 재능이 있었는데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평범한 삶을 살다가 느닷없이 바람이 불어 떠났다는 흔한 이유조차 나와있지 않으니 말이다.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욕구가 유독 강한 사람이 있는데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 예술의 길을 걸을 것이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바와 같이 예술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혹독한 일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 끼니조차 제대로 이어가기 힘들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만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스트로브라는 인물은 스트릭랜드와 대조되는 사람이다. 그는 노력은 하지만 결코 뛰어난 걸작을 남길 수는 없는 삼류 화가다. 스트로브와 스트릭랜드를 대조해보면서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삶의 에너지를 스트릭랜드처럼 한 곳에 쏟아부을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상황이 그렇게 만들수도 있지만 용기나 재능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삶의 여러 측면에서 평균을 유지할만한 수준의 에너지를 분산시켜며 범인들은 살아간다. 예전같으면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좇아 떠날 수 있는 스트릭랜드를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천재 예술가는 광인과 같은 모습이라는 판에 박힌 전형을확인하는 것 같아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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