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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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제목은 거의 두세글자에 간결해서 읽은 건지 안읽은 건지 도통 헤깔린다. 이 책은 서점에서 보고 너무나 이뻐서 샀는데.. 현암사에서 나온 이 시리즈 계속 사게 될 것 같다. ㅠㅠ 너무 예쁘다. 4권까지 나왔고 14권까지 나온다는데..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혹하지 않을 수 없는 디자인. 네모 반듯함.

 내용은 뭐 쿨한 도련님의 사회초년생 이야기다. 삶의 애착이 별로 없고 쉽게 단념하지만 그래도 정직한 도련님이 어느 학교에 발령받아서 사소한 일들 몇 가지를 겪고 못 견디고는 그만두는 이야기랄까. 도련님의 행태를 보아서는 이렇게 쿨하게 살 수 있는 것도 부러운 일. 뭐에 그리 목숨걸고 직장에 다니겠다고 아둥바둥인지 모르겠는 요즘. 한주가 하루처럼 빨리가는 요즘. 도련님이 나는 부러울 뿐이다. 역시나 나쓰메 소세키는 깨알같은 유머를 발견하게 한다.

 농담도 도가 지나치면 못된 장난이다. 구운 떡의 검게 탄 부분 같은 것으로, 그런 걸 칭찬하는 사람은 없다. p.46

이런 식의 문장때문에 나는 소세키의 소설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 참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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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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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에 나온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지금 번역이 되었고 이 당시 폴 오스터의 나이가 예순넷이었나보다. 제목 그대로 폴 오스터 자신의 일기다. 평소에 폴 오스터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뭔가 그의 창작의 근원을 보는 듯한 느낌일 것이다. 이제는 겨울로 접어드는 나이.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는 그를 이루었던 많은 것들이 등장한다. 그것은 몸, 장소,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간과계이다. 책의 첫페이지부터 사로잡는 문장. 너는 네 몸안에서 사는 것이 어떠니. 우린 결코 우리의 몸을 떠날 수 없다. 일상의 사소한 동작들 하나하나 의식적으로 되돌아본적이 있는가. 수없이 나열되는 그 동작들을 읽으며 나는 내 몸의 감각을 느껴본다. 오른다리에 무릎통증이 조금 있고 지금 방이 살짝 싸늘해서 기침이 간간히 나오고 있다. 장소 또한 우리가 살아온 과정을 말해준다. 가난했던 20대부터 한번의 결혼 실패와 재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거쳐왔던 수많은 방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 불행했던 부모의 결혼생활. 행복한 재혼. 매우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서술해서 오히려 그것들이 주는 거부감 대신 사실로서의 나열로만 느껴진다.

 하지만 인생의 나이로는 겨울일지언정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이상고온으로 봄도 없는 요즘이지만..) 젊은이이건 늙은이이건 몇번의 봄이 남았는지 누가 장담을 할 수 있겠는가. 난 그저 내가 사랑하는 이 작가가 꾸준히 책을 내주고 기대이상 이든 기대이하든 내가 그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부디 그의 갑상선이, 심장이 건강하여 그리고 공황장애가 더 심해지지 않아 오래오래 더 많은 글들을 써낼 수 있길 멀리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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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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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접시를 들여다보니 근사한 양갱이 담겨 있다. 나는 모든 과자 중에서 양갱을 가장 좋아한다. 별로 먹고 싶지는 않지만 그 표면이 매끈하고 치밀한 데다 반투명하게 빛을 받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하나의 예술품이다. 특히 파란 빛을 띠게 이겨서 훌륭하게 다듬은 것은 옥과 납석의 잡종 같아 아무리 봐도 기분이 상쾌하다. 그뿐 아니라 청자 접시에 담긴 파란 양갱은 청자 안에서 지금 바로 생겨난 것처럼 반들반들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다. 서양 과자 중에서 이토록 쾌감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크림의 빛깔은 약간 부드럽기는 해도 다소 답답하다. 젤리는 언뜻 보석처럼 보이지만 부들부들 떨고 있어 양갱만큼의 무게감이 없다. 백설탕과 우유로 오층탑을 세우는 짓은 언어도단이다.-66쪽

니혼바시를 지나는 사람의 수는 1분에 몇백 명인지 모른다. 만약 다리 근처에 서서 지나는 사람의 마음에 맺힌 갈등을 일일이 들을 수 있다면 이 뜬세상은 눈이 팽팽 돌 정도로 어지러워 살기 힘들 것이다. 다만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만나고, 모르는 사람으로 헤어지기에 오히려 니혼바시에 서서 전차 깃발을 흔드는 지원자도 나오는 것이다. 강태공이 규이치의 울먹인 얼굴에 아무런 설명도 요구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돌아보니 안심하고 낚시찌를 주시하고 있다. 아마도 러일전쟁이 끝날 때까지 주시할 모양이다.-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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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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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한 게 없는 것 같았지만, 정확하게 똑같은 것 같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붕괴는 시작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국면에 이르러야만 벽에 균열이 보이고 기둥이 쓰러지고 건물의 앞면이 내려 앉는다. p.129

 

 매일 찾아오는 하루하루에.. 일상의 균열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이 소설은 정말 오랫동안 읽었다. 쉬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무려 포스트잇이 몇개나 붙었는지 모른다. 어딘가에 옮기는 것은 포기하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기로 한다. 사람이 한결같으리라는 것, 일상의 안정이 변치 않으리라는 우리들의 이상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그 변화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가벼운 나날이지만 그 가벼운 나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다. 그래서 어떤 결론에 (인생에 결론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르게 될지라도 그 인과가 하나 어색하지 않은 그런 인생의 길들이 나를 포함하여 우리 주변에는 널려있다.

 일상의 환멸에 주저 앉을 것인가. 가면을 쓰고 꾸역꾸역 살아나갈 것인가. 아름다운 이 소설에 넉다운 당하고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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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데케루 펭귄클래식 106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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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 실존주의에 관련된 것들이다. 강신주의 다상담도 읽고 있는데 가족을 버리지 못하고 얽매여 고민하는 사람에게 과감히 자신이외의 모든 것을 버리라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한 테레즈가 아마도 이에 딱 맞는 인물이지 싶다. 불행한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최고로 여기는 남편, 가족의 명예를 최고로 여기는 남편에 대한 분노는 테레즈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그 무엇인가를 이글거리도록 한다.

 '이제부터는 이 강력한 '가족'이라는 기계가 나를 향해 돌진할 거야. 그것을 없애거나 그 사이에서 제때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야. 다른 이유를 탓할 필요도 없어. 그들이었으니까, 나였으니까 이렇게 된 거지. 2년이 채 안되는 동안 나를 감추고, 체면을 세우고, 남을 속이기 위해 내가 했던 이 노력. 다른 사람들은 습관 때문에 익숙해지거나 무감각해져 따뜻하고도 전지전능한 가족의 품 안에서 포근하게 잠이 들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지내려고해.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p.140

 테레즈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져서 살아간다. 최소한 참고 묵묵히 견디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전지전능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마지막에 그래도 한번은 진정한 대화가 통할까 했으나 역시나 서로의 대화는 벽으로 튕겨져 원점으로 되돌아 온다. 남편에게는 인습이라는 탄탄대로가 죽는 그 날까지 필요했기 때문이다.

 테레즈와 시누이인 안의 대조적인 성격이라든가, 안이 짝사랑했던 그리고 테레즈의 마음에 불을 지른 장 아제베도와 테레즈의 남편을 비교해보며 읽는 것도 재밌었다. 사람이 꼴보기싫으면 사소한 모든 것이 싫은 법.. 자세히 묘사되는 그 꼴보기 싫음에 속으로 큭큭거리면서 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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