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스의 산 1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정다유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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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추석연휴를 이 놈과 함께 보냈다. 얇은 양장본이라고 얕봤다가는 의외로 두껍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페이지에 글자수도 많고 각 양장본이 400쪽은 넘는다. 도저히 결말이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 없는 그런 건강을 내게 허락한 며칠의 휴식.. 주말에 이르자 살짝 불안, 초조감이...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로 서술된다. 다섯명으로 결성 된 대학동기들의 끈끈한(?) 인간관계로 말미암은 사고와 마크스라는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미즈사와의 범행. 이 두 사건의 관계는 우연히도 맞물리는데 사실 이 둘의 관계를 자세히 알고 싶어 결말까지 보았으나 속시원한 결말은 서술하지 않고 있다. 소설 전체로 보면 전자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로서는 미즈사와의 범행동기를 딱히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미래를 보장해 줄 정도의 집안배경과 재력, 학식을 겸비하고 있는 사회생활 5년차의 젊은이들. 한번도 실패를 맛보지 않았고 인생의 장애물이란 없을 줄 알았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 법인가. 순간의 판단착오로 다섯명의 대학동기생은 평생 서로를 배신하지 말아야하는 운명의 고리에 연결되고 만다. 자신의 보신을 위해 도덕성, 정의를 버릴 것인가,하는 철학적인 질문들도 던져주는 소설은 추리소설로서 아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맛은 덜하지만 사회적 성공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이들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살인계획이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급사로 노사시가 죽었을 때는 어떤 일의 의도와 결과 등을 생각하게 해준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도 생각났다. 불과 몇시간 전에 어떤 장면에서 너무나도 서늘한 기운에 책 읽다가 무섭기까지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도 찬바람 맞으며 산에나 올라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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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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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는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이 등장한다. 책, 책을 만드는 사람들, 고양이, 요리 등. 게다가 주인공 마지메는 내성적이고 성실하고 책 좋아하고 사회성은 떨어지는 사람의 전형! 그리고 직장 생활의 온갖 고초와 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월급을 받아가며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혹하는 유혹에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버리게 한다.

 아라키 고헤이의 인생은 - 인생이란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회사 생활은- 사전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대도해>라는 사전은 십년이 넘는 세월에 거쳐 거의 멤버 구성에 변화없이 만들어진다. 마지메라는 인물을 통해 내성적이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한가지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가를 말하는가 하면 그와 대조적으로 니시오카라는 밝고 긍정적이고 가벼운 사람들의 장점 또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간만에 뿌듯하고 잘 읽히고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언어가 먼저일까 경험이 먼저일까.. 두 가지가 어느 것 하나를 압도하는 일 없이 균형을 이루며 삶을 윤기있게 만들어가야 함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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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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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SF물은 좋아하질 않아서 이런 책은 아예 쳐다도 안보는 데 재밌다는 알라딘평에 집어 들었다. 75세 이후의 노화만이 기다리는 삶과 젊음을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바꾸겠는가? 단순히 젊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신체적 능력까지 주어진다면? 이러한 철학적 의문으로 출발하는 소설은 지구가 아닌 행성과 생물체 그 사이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관계들을 여러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편을 예고하고 있는 유령여단의 존재가 흥미로웠다. 감정의 경험없이 어른(?)이 된 이 존재들은 태어난지 여섯살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능력을 지닌다. 뇌도우미를 통해 엄청난 양의 지식들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육체가 죽은 누군가의 DNA일 수도 있다는 것은 좀 찜찜하겠지만... 이런 상상의 산물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얼간이 같은 뇌도우미는 나도 정말 갖고 싶다.

 어른이 된 이후로 공상하기를 멈춰버렸다. 경직된 사고를 하고 유연함을 잃어간다. 그런 소중한 끈을 놓치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편 <유령여단>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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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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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셋 파크의 한 폐가에 여러 가지 이유로 자리를 잡게 되는 영혼들의 이야기다. 설정은 살짝 일본소설의 가벼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이 소설을 폴 오스터가 썼기 때문에 좀더 건조하고 서늘하거나 섬세하게 느껴지곤 했다. 젊은이들은 물론 몇달 동안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몰래 잠입해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났다. 당연한 결과였다. 달라진 것이라면 그런 힘든 인생의 산을 넘어서면서 마음은 좀더 단단해졌다는 것. 인생에 목표점이 없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돌아 가더라도 모든 길에는 의미가 있으므로 앞만 보고 달리지 않아도 된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다른 산이 나오기도 한다. 산의 높이도 제각각. 돌이 많은 산도 있고 평탄한 산도 있다.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렇게 마음이 단단해져가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덧) 모리스 헬러 이야기에서 2인칭으로 서술한 부분은 자꾸 신경숙의 엄마.. 소설이 생각났다. 그 소설의 영향이 강했는지 이런 식의 서술을 보이는 소설은 바로 신경숙의 소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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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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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호 감방에 수감된 남자에게 그의 애인 아이다는 편지를 보낸다. 둘은 만날 수 없다. 끝도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의 나날이 느리게 흘러간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느끼는 일이었다. 일상을 담담하게 스케치하다가 가슴 어느 곳엔가에서 솟아오르는 슬픔이 치밀기도 한다.  아, 이렇게 깊은 사랑은 우리가 사는 현재에는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역자는 이렇게 썼다. 사랑, 우리 자신으로 남기위한 절박한 싸움.. 내 자신이 인간이라는 종으로 일반화되는 그저 그런 생물에 불과하다면.. 꽤 절망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한다. 무언가 특별해지기 위해. 고만고만한 우리들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내 자신을 붙들어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우리 누구나 A이고 X이지만, 그 A와 X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것임을..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존 버거의 글은 언제나 마음 놓이게 하는 편안함이 있고 가끔씩은 눈물이 나오게 한다. 황사 바람 몰아치는 4월에 매우 적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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