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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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그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살았을 뿐인데 어떻게 잘못 살 수가 있지?' 그는 이렇게 스스로 반문했고, 삶과 죽음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유일한 해답인 이 생각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간단히 결론지으며 그 자리에서 떨쳐 내고 말았다. p.131

이 소설에는 평범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그려져있다. 아니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점이 많은 사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명예를 얻었고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직장생활을 한다. 공과 사를 사려깊게 구분하고 예의바르며 명랑하고 철두철미하다. 그런 그에게 불행한 결혼생활이 찾아온다. 아마 이 불행도 누구나의 결혼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삐걱거림일 것이다. 가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이반은 일에 더 열의를 쏟는다. 그리고 병에 걸린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자존감 높은 이반은 자신의 병도 예상되는 죽음도 부정한다. 그리고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고 자조한다. 절친했던 동료들 조차도 그의 죽음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라는 저 말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잘못 산다는 것이 있을 때는 잘 산다는 것이 있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생의 중간점검을 해보아야 할 시기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우리 누구나의 죽음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생이라는 큰 범주안에 나라는 유일성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인생은 이 물음의 답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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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2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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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을 세 달여에 걸쳐 읽었다는데 우선 후련함이 느껴진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늘 그렇듯이 읽고 싶은 신간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를 넘기지 않으려 했으나 2015년이 밝은지 삼일이 지났다. 숫자라는게 무어그리 작년과 올해라는 시간을 구분짓는 것인지..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한스 크리스토프라는 젊은이가 마의 산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 사촌을 만나기위해 우연히 들렀다가 우연히도 결핵을 발견하고 어찌어찌 머물다 보니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요양원에서의 무료한 시간들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고 산 아래 세상과 점점 단절하게 만든다. 요양원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 아픈 사람들의 일상이 집요하게도 묘사되는데 한스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산 아래 살고 있는 나조차도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양 현실 감각을 잃게 되는 묘함이 느껴진다. 하권까지 합해 사분의 일 정도를 남겨두고 사촌 요아힘도 세상을 뜨고 한스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도 자살등으로 떠나고.. 요양원의 사람들은 하나둘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데.. 그 와중에 전쟁이 나서 산 아래로 내려오는 한스의 운명이란.. 책의 말미에는 한스를 두고 인생의 걱정거리 녀석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한스에게 발견된 새로운 병은 어찌 치료할 것인가. 아픈 몸으로 전쟁에 나간다고.. 그야말로 한스의 생사를 우리는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공기가 희박한듯 설원이 펼쳐져있는 배경 속의 요양원을 떠올리며 나는 담요 하나만 덮고 한데에서 안정요양을 하는 사람들을 그려본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사실 끝까지 이해는 안되었지만 그저 가련한 우리 인간들, 내 한치 운명도 내다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픈 마음이 든다. 새해벽두부터 조금 우울한 결론이겠으나 전쟁에 나간 한스가 흥얼거렸던 노래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수많은 사랑의 말을-

그저 읊조린 그의 노래에서 아주 조그만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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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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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이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 늦여름부터 이제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이즈음에 5권을 다 읽었다. 게리 콕스의 <이기적 삶의 권유>라는 책의 서문에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삶과 우주, 모든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슈퍼컴퓨터는 42라고 대답한다. 허.. 참... 허무하기 짝이 없지 뭔가.

 이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뒤로 갈수록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깝기까지 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개연성 없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철학적인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주를 여행하는 주인공 아서의 좌충우돌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이 시기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스케일 작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에서처럼 이렇게 훌륭한 지구가 쥐들이 주문제작한 행성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삶의 스케일을 우리동네에서 우리나라, 전세계로 확장하다 못해 우주라는 공간으로 확장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아서가 그랬듯 어느 행성에 오두막에 정착하여 살면서 샌드위치의 명인이 되어 소소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우리에겐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넓은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살면서 스케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설령 자기위안이라일지라도. 삶의 사소한 문제들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웬만한 것은 털어버릴 수 있는 유머를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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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열린책들 세계문학 121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계동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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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다보면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이렇게 오래전에도 이런 주제를 다루었구나. 어쩌면 오늘날의 모든 주제들은 고전의 변주들이 아닐까하는 깨달음(?)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에는 관념 속에 사는 사람이 나온다. 스스로를 지하에 산다고 칭하며 책으로 배운 세상이 그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유리창 밖 세상에서는 적응할 수 없다. 타인과의 관계를 두려워하며 지하에서의 생활을 안전하다고 느낀다. 지적 허영이 가득한 이 사람의 모습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 서글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또한 안전하고 싶고 밖에서는 상처받기 싫은 것도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주인공이 마지막에 말하듯 도대체 무엇이 실제하는 삶인지 누가 선뜻 정의내릴 수 있을까,도 싶다. 책이 없다면, 관념이란 것이 없다면, 실제라는 것 또한 정의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위로는 책읽기라는 행위자체가 나에겐 온전한 그 자체로의 기쁨이므로, 이 행위 자체가 실제이지 않을까라는 변명..

 유리창안에서 보는 바깥은 평화롭다. 그러나 때로는 문을 열고 나아가 신선한 바람도 쐬고 비바람도 맞고 해야 한다는 것. 세상이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단지 내 인생에서 당신이 감히 절반도 실행할 엄두도 못 낸 것을 극단까지 밀고 나갔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자면, 당신은 당신의 비겁함을 상식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당신 자신을 속이면서, 그것에 위안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신에 비하면, 내가 당신보다 더욱더 <살아 있다>는 결론이 된다. 자세히 봐라! 결국 오늘날 우리는 정확히 이 <살아 있는>삶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며 그것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를 혼자 내버려둬 봐라, 책 없이. 그러면 우리는 곧 혼란에 빠질 것이고 길을 잃을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 합류해야 할지도,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도,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증오해야 하는지도, 무엇을 존경해야 하고 무엇을 경멸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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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들, 사랑 이야기 열린책들 세계문학 14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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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믿지 못하면서도 사랑한다는 게 가능한 모양입니다. 언젠가 어느 동창생을 우연히 만났는데, 자기 마누라가 요즘 다른 남자들과 동거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더군요. 그런 일을 어떻게 참느냐고 물었더니 간단히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질투심도 극복할 수 있더라.> 인간은 죽음 말고는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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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피필름 2014-04-1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여자에 둘러싸인 남자의 엉킨 사랑이야기랄까. 살짝 분통이 터졌는데 시절이 특수한 때였으니 남자가 그렇게 우유부단한것도 이해가 갔어요 몰랐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