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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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 오는 봄이다.

기온은 영상인데 쉽사리 얇은 옷을 입게 해주지 않는다. 봄이 온다고 해서 날씨를 만끽하며 돌아다닐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런 쌀쌀한 날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다.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가끔은 이런 책도 읽고 싶은 법이다. 고민을 상담해주는 잡화점. 과거와 미래와 연결되고 알고보면 내담자들도 서로 다 오묘하게 얽혀있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간다. 이상하게 각인되는 그런 말들은 삶의 지표가 되어 운명까지 바꾸게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고민들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을까. 주변사람들의 조언들이 내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누군가의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손글씨로 쓰는 편지를 얼마나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지. 이 봄에는 누군가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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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
찰스 디킨스 지음, 장남수 옮김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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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어려운 시절이다. 어려운 시절이라니.. 몇년 전부터인가 서민이 살아가기가 팍팍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로 나는 현재의 내가 어려운 시절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들이 취업하기가 어렵고 나이든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대로 길어진 노후에 할일이 없다. 중년은 중년대로 부양가족을 부양하느라 힘들다. 에고고, 정말로 어려운 시절이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 디킨스의 소설에서는 나오는 어려운 시절이 있다. 루이자와 톰은 사실의 제국에서 살아간다. 일체의 상상력과 감정은 배제된, 오로지 숫자와 사실들만을 머릿속에 주입하여 성장하게 된다. 앞부분의 묘사가 제법 독특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자란 주인공들은 결국 행복하게 살았을까. 루이자의 아버지가 루이자의 한마디에 그토록 일관되게 사실적인 자신의 인생관을 바꾸고 용서를 구한 것은 조금 당황스럽지만 결국, 그들은 행복을 찾아 어려운 시절을 잘 견뎌내기에 이른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개성이 강하여 읽는 재미가 좋다. 디킨스의 소설은 우리나라에 잘 번역된 것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두 도시 이야기>를 다음에 읽을 디킨스의 책으로 점찍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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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3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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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몇년 째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다 읽었다. 내용은 둘째치고 내가 끝까지 다 읽었다는데 의미가 크게 부여된다. 까라마조프 씨네 삼형제에 관한 이야기인데 결국 첫째인 미짜가 친부살해의 누명을 쓰게 되고 소설은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결론으로 귀착된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아들사이의 여자문제, 돈 문제까지 개입되어 상황이 복잡해진다. 범인으로 의심받던 스메르자꼬프가 자살해서 결국 미짜가 범인으로 유죄판결이 나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살인이라는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살인과 버금가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미짜가 실제 범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미짜는 그런 마음만으로도 죄에 대한 형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왜냐면 친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그에게는 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짜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미짜의 성장기에 하등 도움이 안되며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이 친부를 과연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생각할 거리다. 그럼에도 그 역시 한 인간이기에 그 존재자체 만으로도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오한 문제들이 소설 곳곳에 숨어있다. 일류사의 가슴 아픈 죽음에서 작가의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미짜의 친부살해사건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읽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동일 인물에 대해 이름이 바뀌는 거야 적응하면 되지만 나는 도무지 그루센까와 까쨔 이 두 여자의 심경이 이해가 잘 안되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한달에 걸쳐 읽고나니 성취감은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철학적인 문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 역시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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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3 - 피오르두르의 은밀한 열정, 완결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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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곳은 1월 초에 거의 한 2주간 영하 15도에서 머물렀던 것 같다. 지금은 기온이 좀 올랐지만 1권을 읽을 즈음만 해도 정말 추웠다. 뉴스에서 냉장고가 바깥보다 온도가 높다고 했으니 할 말 다했지;; 나는 추위를 많이 타서 밖에서 들어오면 아랫목에 똑바로 누워 그대로 잠이 들곤 했다.

오랜만에 정말 재밌는 책을 만났다. 북극 허풍담이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제목처럼 유쾌하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다가 가슴 찡해서 울 뻔 하기까지 했다. 북극에서 살아가는 이 사람들의 직업은 사냥꾼(곰이나 사향소등을 잡는)이다. 그러니까 모두 다양한 이유로 사냥을 업으로 삼는 회사에 취직한 셈이다. 직장이 북극이라니.. 상상도 가지 않는다. 읽는 내내 <남극의 셰프>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인간이 살기에는 극단적인 환경을 갖춘 이곳에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지애다. 모두가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고 주로 실내에만 머물다보니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고는 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말이 필요없다. 한번 읽어보시라는 말밖에... 3권까지 나왔는데 정말 책 뒷날개에 써있는대로 열린 책들 사장님에게 출간 압박용 메일을 보내면 어서 출간해주실까? 잘 부탁드립니다. 4권 이후로 쭉쭉 출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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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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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랭보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시인이라 지칭되는 스물 대여섯에 죽은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어머니가 한 남자로서의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을 자신과 정신적으로 분리시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시에 관한 창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생은 내가 살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여기에도 존재하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이 소설에서는 전망대에서 야로밀의 삶을 조망하고 있기에 우리는 야로밀을 중심으로 한 소설,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또 다른 전망대에서 붉은 머리 여자의 생을 조망했더라면 우리는 야로밀을 배신하고 중년의 애인을 가졌던 붉은 머리여자의 삶을 엿보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생이기 때문에 지금의 내 삶은 내가 결정했고 선택한 것이다. 목표한 삶에 다다르지 못한 미완의 삶이 아니라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완성으로서의 삶인 것이다.

 

생이 다른 곳에 있다고 헤매이지 말지어다. 헤매고 헤매고 돌아온 여기에 당신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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