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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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자기 말에 담긴 진실을 느낀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절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절망이 그토록 무거웠다는 것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들뜨다 못해 현기증이 날 것만 같고,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는 다시 말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 p.264


여기 사람들이 실패라고 규정짓는 한 남자의 인생이 있다. '실패'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에도 너무 평범한 어느 누군가의 인생. 대학을 졸업하고 책과 공부가 좋아 교수가 된다. 잘 맞지 않는 여자와 살지만 이혼은 하지 않는다. 불륜이라 일컬어지는 순간의 사랑으로 잠시 살아나기도 하지만 어느 덧 나이를 먹고 병에 걸려 죽고 만다. 하나 있는 딸은 불행한 가정에서 자라 역시 불행의 시작이 보이는 인생을 걷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면 이렇게 실패한 스토너의 인생이지만 이 인생을 어느 누가 실패라고 함부로 말할 수가 있는가. 책에 대한 조용한 열정. 인생의 순간순간에 보여지는 신중하고 가치있는 선택들. 고통스러운 일상을 하루하루 견뎌내는 강인함.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어느 타인이 알 것이며, 어느 누가 내 행동에 뭐라고 하느냔 말이다. 문장이 아름다워 영문판을 사서 비교하며 다시 읽고 있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만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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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 일본 메이지시대 말기 도쿄의 대학생을 그린 청춘 교양소설 문학사상 세계문학
나쓰메 소세키 지음, 허호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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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잡념을 버리고 도서관에 들어가자마자 즉시 책을 빌렸다. 그러나 잘못 빌려서 즉시 반환했다. 그다음에 빌린 책은 너무 어려워 읽을 수가 없어서 또 반환했다. 산시로는 이런 식으로 매일 책을 8~9권씩 빌렸다. 물론 개중에는 조금 읽은 것도 있다. 산시로는 어떤 책을 빌려도 반드시 누군가가 한 차례 읽었다는데 놀랐다. 그것은 책 속 여기저기에 표시되어 있는 연필 자국을 보더라도 분명했다. 언젠가 산시로는 혹시나 해서 아프라 벤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빌려 보았다. 펼치기 전에는 설마 했는데, 역시 연필로 꼼꼼하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때 산시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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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소설 - 하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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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서두를 읽어주는데 예사롭지 않아 읽게 된 책.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일본 경제호황기에 기회를 잡아 출세한 인물과 잘 살았던 부르주아 계급의 집안이 서서히 몰락해가는 과정에서 전형적인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서늘하게,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썼다. 

 소설의 중간중간에는 흑백사진이 나오는데 가끔은 무척 섬뜩하게도 했다. 실제로 이 사진의 공간이 소설의 공간과 일치하는 것처럼 상상력을 증폭시키게 되고 정말로 작가가 겪은 것인가하는 생각에 이르지만 그것 자체가 독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성공, 출세하기 위한 다로의 몸부림에서는 개츠비가 느껴지기도 했고, 다로를 인간적으로 무시했던 세 노녀가 다로의 성공에 놀라는 장면에서는 은근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제목이 본격소설이라니.. 나는 자꾸 본격적으로 소설을 써본다,는 이미지가 자꾸 떠올랐는데 전형적인 드라마 구조를 흥미진진하게 게다가 약간 무섭기까지 하면서 읽은 것이 어쩐지 4월의 독서에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폭풍의 언덕>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그런지.. 이 책을 계기로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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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1 - 개정판
찰스 디킨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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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주말 아침에 일어나 TV에서 보았던 세계명작만화(?)들은 한결 같이 가난한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당연히 부모는 없고 못된 사람들에게 핍박을 받지만 절대 좌절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소공녀 세라, 빨강머리 앤 등에 얼마나 감정이입을 했던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들에게는 알고보면 엄청 큰 유산이 숨겨져있었고 마음 좋은 후견인까지 짜잔 나타나곤 했다. 불행에 대한 보상이기도 한 그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착하게 산다고 해서 어떤 보상, 행운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오히려 손해를 볼때도 있었으니 착하게 사는 것은 거의가 자신의 양심의 문제이거나 나를 지키기 위한 것들이었다.

 구빈원에서 자란 올리버 트위스트는 이런 인물의 전형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복형이 등장하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사건의 전개는 옛날 작품이어서 그런지 급작스러운 점이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의 다양함과 통통 뒤는 캐릭터가 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이야기처럼 우리 삶도 권선징악이면 좋으련만 대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조금 쓸쓸한 여운이 남는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디킨스의 소설은 재밌다. 어린 시절의 나의 감수성을 떠올리게한 소설이었다.

 

우리는 주위 사람을 대하는 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부주의하게 잃어버린 것들, 못해준 일들, 잊어버린 일들, 보상해줄 일들을 자꾸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회상은 우리에게 가장 뼈아픈 것이다. 속절없는 회한처럼 깊은 회한도 없다. 이러한 고통을 피하고 싶다면, 시간이 있을 때 이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라. 2권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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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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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을 읽기 위해 오래전에 읽었던 <노인의 전쟁>을 다시 읽었다. <유령여단>은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존 페리가 아니라 제인이 주인공이다. 전편에 아내를 닮아 깜짝놀랐다가 알고보니 죽은 아내의 DNA로 만들어졌던 제인 말이다. 이야기는 상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인류를 배신(?)한 샤를 부탱이란 자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소설은 선택의 문제에 대해 말한다. 인간이 정말 육체와 영혼(정신)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부탱의 의식을 이식시키기 위해 디랙이라는 육체가 만들어진다. 아무런 경험이 없이 태어나는 육체는 처음에는 뚜렷한 성격이 나오지 않지만 경험이 축적되고, 기억을 끌어내는 단서들을 조금씩 경험하자 부탱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게 된다. 디랙은 선택했다. 자신이 비록 인류를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어났지만 그런 노예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선택이 실존주의자들이 말하는 적극적인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노예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그 노예의 삶을 기꺼이, 할 수 있는 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정도로 이해된다. 뒷 이야기는 이 재밌는 소설책을 읽어보길 권하며 마지막 3부에서 존, 제인, 조이가 어떻게 만나 해피엔딩이 될지는 읽어봐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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