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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이 단편집에서 읽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나는 '유리방패'와 '무방향 버스'에서 발견되었다. 어딘가의 갈림길에서 여기까지 왔고, 무방향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찾아나서야 할 외로운 인간임을 공감했다. 그리고 방향과 목표를 상실한 세대에게 '콤비'가 되어줄 무언가를 찾아 나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소설 속 인물들은 거울 속의 너와 나가 아니라, 잃어버린 짚신 한 짝 같은 인물들을 통해 결핍에 대한 보상을 받고 성장을 한다. 삶의 일상성에서 특수성을 발견하고, 잡음같은 삶에 화음을 불어 넣어준다. 체제 속의 인간과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거라는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이 가득하다. 그 말에 겹겹이 쌓인 번데기 같은 삶은 '엇박자 D'처럼 화려한 부활을 꿈꾸겠지만...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실이 쏟아내는 소음이 신경을 찌른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루저문화는 새로운 마케팅의 목표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을 박탈당한 체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망만 남겨진 자들에게 희망과 비전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 빈자리에 채워진 허무와 열패감도 상업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열광한다. 대부분의 음치들은 들어서 음치인 것을 알게 된다. 그 전까지 음치는 없다. 음치의 탄생은 불평등한 것이며, 조화롭지 못한 불완전한 세계의 부산물이다. 정해진 음과 율에 벗어나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건만, 세상은 어렵게 그 틀 안에 있기를 요구한다. 화음은 구성원들의 반복적인 훈련에 의해 가능해 보이지만. 결국엔 구성원은 무시되고 그들의 기계적인 소리에 묻히고 만다. 화음과 불협화음은 구성원들이 결정할 문제이고, 좋은 멜로디는 평등과 자유로움 속에서 발현되는 것인데 말이다.
소리의 관계를 화음으로 부르 듯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있어서는 함께, 같이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는 창조적 에너지가 그 역할을 한다. 획일적이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주어지는 사회는 루저만을 양산할 뿐이다. 작가의 시선은 현실을 벗어나지 않은 통찰을 보여주고. 삶의 샘플링들을 리믹스하여 아름다운 앨범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사회 속 인간과 소외된 자들이 내는 깨름직한 잡음으로 가득찬 세계에 발매하였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영역은 제한적이지만, 그 영역 너머의 소리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이 앨범은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아님에도 들을 수 없게 된 소리를 돌려준다. 무한반복, 리플레이는 독자의 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