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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온 소프트웨어 - 유쾌한 오프라인 블로그
조엘 스폴스키 지음, 박재호.이해영 옮김 / 에이콘출판 / 2005년 4월
평점 :
무엇을 함께 하고 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동일한 방향을 바라 보고 있다면 알게 모르게 상당한 연대의식을 느끼게 된다. 패거리주의가 아닌 절대 공감이라는 공통 분모는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힘이 되게 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지식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혼자서 움켜 쥐겠다고, 그것의 권한자로써의 지위만을 유지하려는 자에게는 퇴보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현대의 복잡성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혼자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활발한 소통은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도록 해결점을 제시해 줄 것이며, 비전을 보여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라는 1인 미디어의 위력을 이 책은 충분히 보여준다. 독창적이고, 풍부한 담론들이 광케이블의 전파 속도를 타고 전 세계를 휘젓는다. 결과적으로 먼 타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글이 2만 2천원, 400페이지 가량의 두툼한 책으로 탄생되기까지는 국적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수많은 블로거들의 지지와 관심, 도움이라는 화려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구어체가 많고, 문화의 벽을 느끼게 만드는 많은 요소를 자연스러운 번역으로 문화 충격을 완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의 장점이다. 그러한 사실은 책의 여러 곳에서도 확인 될 수 있고, 웹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개발자들의 공감이 만들어 낸 작품이기 때문에 완성도는 한껏 높아졌다. 또한 책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은 절대 후회 없음이다. 일상의 활력을 불어 넣어줄 정도라면 설명이 제대로 될까.
어떤 글들이길래 이렇게 칭찬을 늘어 놓을까? 개발자의 시선이 담긴 에세이, 기술 동향, IT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개발, 관리, 시스템 운영 등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대한 통찰력, 해석, 정보가 담겨져 있다. 심지어 개발자 면접 방법, 명세서 작성법까지 방대하면서도 구석 구석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CEO부터 말단 개발자까지 대상 독자층은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소프트웨어 공학을 다루는 책들처럼 재미없어 보이지만, 차별성은 몇 페이지만 읽어도 느낄 수 있다. 딱딱하게 타버린 삼겹살 같은 소프트웨어 공학책이 절대 아니다. 재미가 장난이 아니다.
무슨 재미?
씹는 재미.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지적만큼 통쾌한 재미는 없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주는 것만큼 시원한 재미는 없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을 드러내서 알려주는 미덕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것과 같다. 특히 3년간 저자가 일했다던 MS사의 비화는 구경거리 중의 구경거리이다. MS사의 발전 역사와 현재의 MS사의 덜그덕거림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개발자들의 관심을 바짝 당긴다. ‘MS사가 윈도우 API의 지배력을 잃고 있다’라는 한 문장만 봐도 다음 책장을 넘겨 보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저자가 느끼는 MS사에 대한 느낌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표지의 그림처럼 ‘Anatomy of Melancholy이다. 우울의 해부학, MS사에 대한 상당한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이용당한 느낌. 버림받은 느낌. 그것을 낱낱이 해부하여 까발리고 싶은 그 심정. 바로 그것이다. 이전 버전과의 호환성, 대중성의 조화라는 MS사의 최대 강점이자 발전 원동력을 폐기처분하고(얼마전에 떠들썩 했던 VB6.0의 지원 중단), 개발자와의 공생적인 관계를 깨버리는 독단적인 태도는 MS사의 몰락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은근히 내비친다.
저자의 글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더라도, 그러한 환경에 있지 않더라도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의 시나리오와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는게 개발자 아니던가. IT노가다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필독서가 될 듯 싶다. 영양가 있고, 맛도 있고, 즐겁게 요리 방법까지 알려주니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