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 - 자기를 생체실험한 과학자들
레슬리 덴디 외 지음, C. B. 모단 그림, 최창숙 옮김 / 다른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자의 업적과 윤리 문제가 시끄러웠던 것을 계기로 그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성과를 위해서 세상을 기만했던 사건들, 인간과 과학기술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작업들, 과학 만능주의가 가져올 재앙 등 주제는 다양했고, 흥미를 끄는 요소들로 인하여 많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 같은 우려가 대부분이었던 사회적 관심이 과학자에 쏠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오로지 그것의 상업성에 있었다.

특허를 생산하는 과학자, 그들이 돈이 되는 기술을 가져다 줄 것인가. 그 돈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을까. 경제는 어떻고, 세계적 위상은 어떻고 장미빛 환상을 키우더니, 과학자는 사라지고 돈만 남는다. 월화수목금금금, 한 달 월급 백만원도 안 되는 조건에서 젊음과 열정을 태우는 많은 연구원들에게 손을 내미는 짓은 파렴치한 일이다. 물론 열악한 환경이 모든 가능성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환경은 인간을 변화시키고 기력을 쇠진하게 한다. 우리는 그러한 열정을 다시 키울 수 있는 조건과 동기를 부여해 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대중들에게 과학자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책이 될 것 같다. 오로지 열정 하나로 자기 자신에게 실험을 하며, 위대한 성과를 낸 과학자들의 실례들을 나열했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또는 몰라서 자기 자신에게 온갖 실험을 한 사람들, 결국에는 죽거나, 어디 망가짐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들의 희생으로 인하여  인류는 많은 혜택을 받고 산다고 하니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들의 자발적인 희생에는 고개를 숙이지만,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반감을 가진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일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인권이 문제되니까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 보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에 어찌 찬양할 수 있을까. 자신이건 타인이건 연구용으로 쓰여지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신중함이 없이 이러한 예들만 나열한다면, 그것은 과학자들의 당연한 의무라는 인식만 줄 뿐이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결정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존엄성을 헤쳐서는 안 된다. 그들의 희생에는 감사하되, 희생을 즐기거나 요구하거나 반복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희생은 아름답지 않다.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지거나 왜곡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주미힌 2006-04-0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자 크기가 제멋대로네.. ㅡ..ㅡ;

이리스 2006-04-14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워드 프로그램에서 쓰신것을 붙이시고 재편집 하다가 그러신것 아닐까요? ㅎㅎ

라주미힌 2006-04-14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어보니깐 문장이 개판이네욤... 다른 리뷰도 ...헉... (그때는 왜 안 보였을까)
ㅠㅠ;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500년이 지나도 그 화려함이 가시지 않은 책들이 있다.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진귀한 보물, 수서본은 시간마저도 부정하듯 이 책 곳곳에서 위용을 과시한다. 마치 옛 소유주의 분신인 것처럼 화려한 색채와 문양이 책 전체를 휘감는다.


 


화려할수록 그 가치를 인정 받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아 왔고, 그 화려함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값비싼 보석, 흉내낼 수 없는 장인의 유려한 솜씨, 무엇보다도 그것을 제작하는데 들인 공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욕망하는 자, 그의 이름은 부와 권력이니, 그것 자체가 주는 기쁨보다 그것을 소유함으로서 인간 사회에서 자신의 부와 권력을 노출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책인 것이다. 수많은 인간들 틈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에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하여, 물질의 희귀성에 의지하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의 역사이면서, 그들이 남긴 역사를 보여준다.


 


수서본은 그 제작과정과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신구약성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 200마리를 잡아야 하고, 채식사, 필경사들의 작업, 온갖 장식을 하는 데에 그 비용은 장원의 수입에 맞먹는다 하니, 집 팔아도 10권도 못 사는 사치품 중의 사치품이었다. 책은 정신적인 재화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재화였다 (자크 르 고프). 게다가 당시의 뛰어난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기에 책이면서도 예술품에 가까웠다.


 


무엇이 책에 그러한 가치를 부여하도록 만들게 했을까. 이 책에 따르면 기독교의 영향으로 성서라는 한 권의 책에 의한 신의 계시와 믿음의 세계 속에 있었고, 고대 문화에 대한 경외감이 책의 경외감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수서본에는 바로 중세의 망탈리테가 스며있고,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의 수 많은 유물이 그 시대를 이야기 하듯이 수서본은 그 시대의 욕망을 말한다.


 


책 자체의 아름다움, 책 속의 권위에 반해버린 사람들, 중세의 열정의 독특함과 황홀함을 맛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오늘날에 있어서 정보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범람하는 정보, 인터넷 같은 매체의 반격에 추락한 책의 지위와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의 빛 깊은 곳에서 나는 보았노라. 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사랑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것을 <신곡>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03-29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0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0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0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0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0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밀의 계곡 1
차미언 허시 지음, 크리스토퍼 크럼프 그림, 김시현 옮김 / 평사리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곡의 신(谷神)은 죽지 않으니 이를 일컬어 현빈이라 한다. 현빈의 문이 하늘과 땅의 뿌리이며, 이어지고 이어져 영원히 있으니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다.” <도덕경>

계곡은 구멍을 숨기고 있으며, 모든 물이 흘러들고 흘러나간다는 점에서 만물을 낳되 영원히 낳는(마르지 않는) 대지모신의 상징이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중에서…

주인공이 상속 받은 랜즈버리 홀은 인간사회와 경계를 두른 ‘곳’이다. 선택 받은 인간만이 ‘그곳’에 발을 디디고,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는 ‘그곳’은 알 수 없는 존재와 의미로 가득하다. 너무나 비밀스럽고, 은밀한 ‘그곳’. 깊은 비밀이 담겨 있는 ‘그곳’은 바로 생명이었다. 형형색색의 꽃과 식물들, 생명체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그곳’은 풍요롭고도 평화롭다. 

‘그곳’은 마치 현실을 부정하듯이 세상의 중심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 초대되고, ‘그곳’을 둘러본다. 소설은 ‘그곳’의 자연을 보고, 듣고, 먹고, 맡고, 만진다. 생명의 호흡이 원래 그러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듯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이 소설은 환상과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숲속의 정령 코다마로 비유될 수 있는 각종 움프들이 묘한 신비함을 준다. 이야기는 서서히 창을 열어 호기심의 동굴로 독자를 잡아당기며 편안한 생태 탐험으로 이어진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주변을 감싸는 묘한 기분은 뒷일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준다. 결말은 우리의 현실에 맞닿아 있기에 우울하다.

그 우울함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상실감에 기인한다. 아마존의 숨결에 지구는 생명을 얻고 생명을 뿌리지만, 그러한 자연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소중한 것은 그 소중한 이름이 사라진 후에 드러나듯이, 우리의 깨달음은 언제나 후회를 동반한다. 그리고 환상이 아닌 현실 속의 우리에게 곧 절실함으로 다가올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 고대 전쟁사 박물관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9
존 워리 지음, 임웅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치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며, 전쟁이란 피를 흘리는 정치다”라고 한 마오 쩌둥의 말은 전쟁과 정치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의 획득과 배분에 대한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라는 인류의 오랜 고민을 해결하려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폭력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면 그것은 전쟁이 되었고, (대중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는 듯한) 정치구조의 진화는 그 폭력성의 가면이 되어 더욱 집요하고도 견고하게 기득권 구조를 다져왔다. 어찌 보면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 볼 수 있는 전쟁과 정치, 그 둘의 관계는 역사 속의 커다란 흐름을 이끌어 왔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을 읽어내야만 한다.

 

서양 문화의 중심 축인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전쟁사를 다룬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역사적 사료의 방대함과 세밀함에 있다. 신화의 시대 트로이 전쟁에서부터 로마 말기까지 전쟁의 정치적 배경, 전투와 전술, 인물간의 갈등과 야심, 세력의 흥망성쇄, 식민과 반란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아주 오래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부대의 배치, 인원, 전쟁의 과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객관성의 정도는 알지 못하겠지만(이 책에서도 한계와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 책에 남긴 수많은 역사가와 정치가들의 사회적 지위를 감안한다면 사료의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이미 기원전에서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만큼의 정치조직이 확고하게 자리잡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한 시민사회(물론 제한적이지만), 지중해 무역을 둘러싼 이권다툼 등을 볼 때면 기원전이라고 해도 현재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권력의 원천은 군사력과 대중 지배 그리고 돈이었다.>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에는 까다로운 면이 있다. 장대한 역사를 지나치게 축약하였기에 배경지식이 없다면, 책을 덮은 후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역사적인 인물도 단 한 줄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전쟁사이기 때문에 전쟁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게 됨으로써 전쟁의 배경이 되는 사회, 문화에 대한 설명이 빈곤하다. 그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장애를 안긴다. 전쟁 자체만으로는 전쟁을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사는 헐리웃 영화(브레이브 하트, 트로이 같은)의 전투신의 강렬한 인상만을 주게 된다.

 

이 책의 활용성을 보자면 참고문헌으로써는 훌륭하다. 유물에서 복원한 무기, 갑옷, 전함, 전술도 등 다양한 도판이 볼만 하다. 또한 연대기 순으로 이뤄졌고, 전쟁 하나만큼은 많은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영화 볼 때도 즐거울 수가 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까. 이 밖에도 팔랑크스 진형이 로마 보병대에 무너진 이유나, 육군에 미치는 해군의 전술적 의미, 해상전의 변모, 로마는 왜 요새를 중심으로 싸웠고, 그리스 시대에는 평야에서 줄 서서 싸웠는지, 영웅의 활약과 전술 등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영화가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 신화에 숨은 열여섯 가지 사랑의 코드
권혁웅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슈테판 츠바이크의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와 이름이 같은데, 주제도 약간 비슷하다.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인간의 삶을 이끌어가는 잠재된 힘의 근원을 욕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랑임을 고백하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시인이 신화 속의 사랑의 이미지를 색출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신선하고 새롭다.


 


신화와 꿈과 시의 테마는 언제나 사랑이다. 12p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고,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유일한 힘이 사랑이라는 그가 내세운 주제의식은 사뭇 진지하다. 신화를 하나의 주제로 통합하려는 억지가 아니라, 코드 훔치기에 가까운 그의 해석에서 인간의 심연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재미를 던져준다.


 


신화에 숨은 몸의 논리를 분석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신화에 관한 정신분석이라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14p)


 


신화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그렇기 때문에 영웅, 사랑, 모험, 전쟁, 저주 같이 테마별로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신화의 변형과 유산이 현대에 남긴 것들을 역추적하는 책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에 편중된, 어찌 보면 반쪽짜리 책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동서고금을 마구 넘나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일본, 중국, 한국, 인도, 그리스-로마 신화,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까지 그 범위는 지구 전체이다. 세계 곳곳의 보편적인 사랑의 논리를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 보인다


 


보이는 것은 믿음의 표현이었으며, 그 믿음은 주어진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려는 합리적 사유의 결과였다. 9p


 


저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은 없지만, 신화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욕망과 이상, 억압과 자유의 모호성이 만들어낸 환상의 분출구, 그곳에서 펼쳐진 인간을 움직이는 근원에 대한 탐구, 그 중에서 사랑(몸의 논리, 감각의 논리)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토록 흥미롭게 펼쳐 놓다니 만물의 생명력, 오디세우스적 회귀, 영겁의 시간, 진리의 수레바퀴에 대한 저자의 자유로운 시각은 16개의 각 단락 모두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성애를 주제로 한 에로티시즘에 관한 글에서


에로티시즘은 영육과 성속의 경계 역시 무화시킨다. 에로티시즘은 육체로 정신을 초월하는 것이다. 에로티시즘의 문법에 의하면, 사랑한다는 것은 욕망한다는 것이다. 키냐르는 사랑이 젖가슴에서 나온 말임을 지적했다. 사랑(amor)은 젖꼭지(amma), 유방(mamma), 유두(mamailla)에서 유래된 단어다. 아무르(amour)는 말을 하는 입이라기보다는, 배가 고파 입술을 앞으로 내밀어 본능적으로 젖을 빠는 입 모양에 가까운 단어다. 사랑에 빠진 이는 사랑의 지고한 가치를 믿지만, 그걸 달성하는 방법이 육체 바깥에는 없다. 81p


 


창조에 대한 글도 흥미롭다.


신의 죽음이 세상의 탄생을 말하는 부분에서 태초의 살해는, 우리의 삶이 어떤 희생 위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다른 몸을 먹고 입고 디디고 산다. 우리는 삶을 가능하게 한 다른 생명에 대한 경외를 다른 신들의 죽음으로 표현한다. 251p


 


근친상간은 또 어떠한가.
신화에서 근친상간은 여신의 지위 하락과 관계가 있다. 가이아, 헤라, 아프로디테, 티아마트와 같은 대지모신이 제우스, 마르둑과 같은 남신에게 복속되면서, 여신들의 자리가 어머니에서 아내나 누이로 바뀌게 된 것이다.  어머니를 범하는 것은, 자식인 자기 자신을 낳는 행위이다. 이로써 제우스와 호루스는 영원한 탄생의 재귀적 사이틀에 들어가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성적인 욕망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어머니 품에 대한 생래적인 그리움이 모든 여성에 적용될 때 생기는 신화적 비약이다. 어머니에 다른 여성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에 어머니를 적용한 것이다.


 


첫날밤도 자극적이다.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에서는 신데렐라의 신발이 이승과 저승을 잇는 출입구라 해석하였지만, 이 책에서는 '얼굴이 아니라 신발로 주인을 찾는다는 것, 이야기의 핵심은 속궁합에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흡혈귀 얘기에서는 밤에만 돌아다니며 초야를 탐욕하는 욕망의 덩어리로 묘사한다.


 


신화와 관련된 풍부한 도판이 이 책의 곳곳을 장식하고, 다양한 신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몸의 논리, 사랑의 이미지를 캐낸 시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보여지고 있는 것보다 감추어진 것이 나타내고자 하는 진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의 목소리를 담은 신화. 그것을 가까이 하는 우리는 또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를 만나게 될 것이기에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신화는 시적, 초일상적 이미지이다. 모든 시가 그러한 것처럼, 신화는 깊은 차원에서 상상된 것이지만 다양한 수준에서 해석될 수 있다. 아주 피상적인 정신의 소유자는 신화에서 국지적인 배경을 보지만, 가장 심오한 정신의 소유자는 거기서 무의 세계로 통하는 입구를 본다.
<신의 가면> 조셉 캠벨

댓글(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6-02-2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게 읽으셨겠는데요? 음...!

라주미힌 2006-02-2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데, 인용이 너무나 많아질 것 같아 자제 좀 했어요 흐.. ㅎㅎ

2006-02-20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