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2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책, 영화 2편, 핏자, 전철 25회 탑승, 치킨 2마리, 간단하게 맥주 한잔,

참 편리한 세상이다. 돈만 있으면 누릴 기회도 많고 선택은 자유롭다. 그렇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엄연히 존재한다. 인간의 존엄은 물론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고 있는 지구 저편의 사람들. 전쟁과 기아, 질병에 신음하는 저편의 삶은 우리의 경험 밖에 존재한다. 외부의 감각에는 너무나 무딘 우리의 신경망은 죽음을 방관하게 한다. 자연적인 죽음이 아닌 의도적인 살인을…

흔히들 개인의 힘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까짓 것 해봐야…’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랬다. 수많은 죽음, 죽임에서 하나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과연 ‘그까짓 것’이 될 수 있을까. 긴급함은 총력을 요구한다. 작은 것 하나의 힘은 긴급할수록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2만원, 그것은 저편의 사람들에게 1달치 식량 뿐만 아니라, 생의 희망을 안겨준다.
참 편리한 세상 아닌가. 2만원에 사람을 살릴 수 있다니… 죽이기 위해 수십억 짜리 미사일 수천 개를 날릴 수 있는 국가가 있는 이 세상에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긴급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저자의 이책은 선동적이다. 자유로운 선택을 가진 자들의 힘이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얼마나 절실한가를 일깨워 준다. 국경, 그것은 인간과 인간의 경계가 될 수가 없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국경 뿐만 아니라, 개인의 영역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과 타인을 가로막는 무관심의 벽을 허물게 한다.

그까짓 책, 영화, 술 좀 덜하게 하는 것이 한비야씨의 임무.
그녀에게 녹아있는 의지와 실천, 사랑을 나에게도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
충분히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다.

나도 사람 살리러 간다.
이 편리한 세상, 클릭 몇 번으로…

 

한국 월드비전  http://www.worldvis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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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4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6-02-1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감 썼어요... ^^;
님도 월드비젼으로~! 행군하세.. ^_^

2005-10-25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5-10-2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아.. GoGo~!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 역사 모노드라마
하워드 진 지음, 윤길순 옮김 / 당대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모노 드라마를 책으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게다가 위대한 혁명가 마르크스가 주인공 이라니…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을 ‘하워드 진’이 썼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뉴욕에 나타나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왜곡된 사상, 현실, 인물에 대한 변을 늘어 놓는다. 자본주의에 의해 소외된 인간을 대변하며 인간이 꿈꾸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이야기이다. 부담 없는 독백이고, 화자와의 대화이다. 마르크스의 내면은 울림이 되어 언어로써 퍼진다. 그것은 관객, 독자와의 개별적인 결합을 이룸으로써 사상의 전이, 공유를 일으킨다.

이것은 단절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값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의 단절, 미래와의 단절. 오로지 현실적 가치에만 집중하고, 자본의 척도로 측정되어야만 인정 받을 수 있는 조각난 현대에서 그 유효성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는 공산주의의 패배이고 자본주의 승리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몰락한 것은 민중을 배반한 지배층이지 민중의 이상일 수 없다. 그렇다고 득세한 자본주의의 승리는 더더욱 아니다. 고달픈 체제 속에서 자본주의적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인간의 노동이 변질 될 수는 없고, 민중이 희망하는 사회가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이 변화시킬 것이고, 변화하는 가는 이미 우리 자신에게 투영되어 있다.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아마도 삶의 치열함이 아닐까.

마르크스의 사상은 아마 그의 치열한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가난, 그의 가난이 우리의 가난과 같은 의미일지는 모르겠으나 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칼날을 세울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한 인간의 생애에서 가족과의 삶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상적 동지, 민중의 적, 역사적 진실을 입체적으로 담은 이 책은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이다.

책의 편집도 재미있다. 모노드라마답게 임팩트가 있다. 폰트 사이즈가 제 멋대로다. 사람에 따라서는 산만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썩 괜찮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도~~’로 이어진다면 로봇 같지 않을까. 이 책은 아마 독자의 상상에 울림까지도 전해주고 싶어했던 모양이다.  

사상이 탄압 받던 시대가 있었다.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 놈의 나라는 모양새가 후지다 못해 천박하다. 강 교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마르크스 관련 도서가 이렇게 쉽게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할까. 마르크스 만큼의  치열한 사상의 의지, 삶의 투쟁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물음표 하나 달고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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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쿄호^,.^ 모노 드라마는 자칫 졸음을 동반한 나른함을 느낄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마르크스의 연기력이 아주 뛰어났나 봅니다. 리뷰가 전혀 지루하지 않을 뿐더러 웅변까지..

라주미힌 2005-10-1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과 비슷한 발랄한 마르크스를 만날 수 있어요... ㅎㅎㅎ

panda78 2005-10-17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워드 진이 썼다길래 혹-했는데, 서점에서 보니 책이 얇더라구요? 그래서 마음 접었는데, 이렇게 또 불을 지르시누만요... 하여튼.. ㅎㅎ

2005-10-17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학문의 경계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 학문의 구획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우리 인간이 그때그때 편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다. 진리는 때로 직선으로 또 때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학문의 경계를 관통하거나 넘나드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한 부분만을 붙들고 평생 씨름하고 있다.’ (『통섭』 옮긴이의 서문 중에서 )

인간의 경제 활동을 기반으로 한 사회 현상과 질서를 연구하는 경제학이 ‘돈 버는 경제학’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자본주의가 스멀거리며 학문을 좀 먹고, 그것에 부응하여 부흥한 출판가에 넘치는 ‘돈놀이 책들’ 때문에 이 책 또한 처음엔 비호감적인 제목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그런 성향의 책은 아니었고, 오히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괜찮은 책이란 것을 발견하게 되서 다행스럽다. 그리고 책 표지처럼 사과를 깠더니 귤이 나온 듯한 의외성의 기쁨을 살짝 얻어서 기쁘다.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경제학자를 만났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현상들에서 파생된 결과를 분석하여 원리를 찾아내고, 사회통념과 상식을 흔들어 보인다. 흔들바위를 작은 힘으로 흔들며 즐거워 하는 관광객들처럼 저자의 창의적인 연구 논문들은 머리를 흔들흔들 즐겁게 한다. 목차만 봐도 특이하다.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은?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부모는 과연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얕은 물은 물결이 거칠고, 깊은 물은 잔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잔잔한 물의 물결파는 쓰나미를 일으킬 만큼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사회 현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잔잔함에 취하여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 말이다.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 그것은 인센티브와 룰의 배타적 경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센티브 앞에 무력해지는 도덕성과 명예를 그들의 공통점으로 지적한다. 그들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재화 취득이라는 우리 모두와 같은 목표를 공유 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 의해 희석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부도덕한 면이 부각되었을 때 더더욱 커다란 분노를 일으킨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감추어진 것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에 대한 왜곡을 반증한다. 무의식적인 학습과 최면에 의해 감추어진 부분도 상당할 것이다.

부모는 과연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이 도발적인 물음은 우리에게 상당히 낯설고, 비상식적으로 들린다. 환경, 유전자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수 많은 인간의 성향과 능력에서 부모의 역할과 영향력을 부정하는 듯한 저 질문이 무엇을 시사하는가? 그 실례는 우리 사회가 안고 가는 사교육 문제를 강타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질문일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아이에게 쏟아 붓는 과외와 영재교육, 연수 등은 효과가 거의 없다! 이미 그 아이는 그 부모의 성향에 의해 결정되어진다는 결정론은 무책임하면서도 허무하게 들린다. 

KKK와 부동산업자가 갖는 정보독점의 이해 관계와 영향력, 낙태와 범죄감소율의 상관 관계 등은 저자의 참신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가 되풀이 하는 주장이 있다. ‘윤리적 기준이 이상 세계를 그려낸다면, 자신의 연구는 현실을 반영한다.’

가령 낙태 합법화가 범죄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그의 주장을 낙태지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물론 생명윤리의 훼손에 관한 법에 힘을 심어줄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 현상에 관한 연구가 꼭 도덕적인 기준에 부합하고, 우리의 가치관에 불쾌함을 주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의 문제 제기 능력, 문제 의식, 데이터 분석력에 집중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그의 연구가 사회통념과 상식에 저항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그는 더 커다란 사회통념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가령 그의 건조한 자본주의적인 시선에는 높은 학력, 높은 수익, 높은 사회적 지위가 인간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독한 현실의 반영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 체제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통계적인 수치가 일반성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연구 결과를 이끌어낸 데이터의 정밀성과 건전성이 보장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그의 책이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나에게도 질문을 만들어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값어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질문은 언젠가는 답을 던져줄 가능성을 늘 안고 있기에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질문의 힘이 느껴지는 이 책은 그래서 반갑다.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이 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자유 의지의 몸부림과 다시 신에게 돌아가려는 운명적인 믿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사시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 속의 나 자신을 꿰뚫는 보편적인 진리를 찾아가는 노력 즉 통섭의 노력 역시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통섭』 옮긴이의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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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짜 경제학> 리뷰를 읽으며 <통섭>을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갑니다.
ㅎㅎ 농담이고요.
리뷰 단숨에 재밌게 읽히네요.^^

라주미힌 2005-10-1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읽어보세요.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답니다.
사실 더 재미있는 내용도 있는데, 감춰놨어요... 이힛.

가을산 2005-10-1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네요. 보관함으로~
 
여기, 공자가 간다 - 해동 선비가 찾아나선 열정과 수난의 주유천하 14년
진현종 지음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공자 가라사대, “보석은 마찰이 없이는 가공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시련이 없이는 완벽한 사람이 될 수가 없다.”

구도의 과정에 있어서 고행과 시련은 담금질처럼 작용하여 성숙한 인간으로 발돋움하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주어 내밀한 품성을 가다듬게 하고,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의무를 조화롭게 이끌어 낼 수 있는 개인적인 행위로 나타난다. 하지만 개인을 넘는 공공적인 일이기도 하다. 공자를 비롯한 성인이라 불리는 자들이 남긴 사상과 역사는 이미 공공의 것이고, 그것은 치열한 구도의 과정을 통하여 완수된 것이지 않은가.

주유천하 14년, 관직을 찾아 14년을 헤맨 공자의 유랑생활을 담은 이 책이 담아내려는 것은 그것의 맛보기이다. 고위관직에 있으면서도 굳이 다른 관직, 다른 군주를 찾아 나서는 공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공자 가라사대, “가지를 잘 쳐주고 받침대로 받쳐 준 나무는 곧게 잘 자라지만, 내버려 둔 나무는 아무렇게나 자란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남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 주는 말을 잘 듣고 고치는 사람은 그만큼 발전한다.”

공자의 뒤를 따른 자들이 있었으니 그의 제자들은 그의 제자이면서도 스승이었다. 나이는 들어 가고, 제대로 된 관직과 군주를 만나지 못한 공자는 무척이나 흔들림을 보였다. 여기 저기서 뻗쳐오는 유혹의 손길을 내치기에는 아무리 군자라 하더라도 힘든 것이다. 불경한 자에게 가려고 하자 반감을 드러낸 자로에게 늘어놓는 공자의 궁색한 변명을 보라. ‘진정으로 강한 것은 갈아도 얇아지지 않고, 진정으로 하얀 것은 물들어도 검어지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내 어찌 쓸모 없는 박이 되란 말이냐? 어찌 매달려 있기만 학 사람에게 먹히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인가. 성인, 군자라는 완벽한 이미지를 깨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또한 제자가 아니었으면 깨져버린 신화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제자들은 공자의 목숨까지도 보존케 하였다. 수많은 난관과 위협을 제자들 없이 이겨내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자 가라사대, “덕이 높은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그를 따르는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권위적이어서는 안 된다.
공자 가라사대,
“바다와 강이 수백 개의 산골짜기 물줄기에 복종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항상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있기 바란다면 그들보다 아래에 있고, 그들보다 앞서기를 바란다면, 그들 뒤에 위치하라. 이와 같이하여 사람들의 뒤에 있을지라도 그의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하며 그들보다 앞에 있을지라도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나이, 지위를 불문하고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가르침이고 자세 아닌가. 물론 이 책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모습이 보이지는 않으나, 주유천하에 있어서 제자들의 역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훌륭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공자 가라사대, “군자는 세 가지 경계할 바가 있다. 젊었을 때는 혈기가 잡히지 않았기에 여색을 경계하고, 장년이 되면 혈기가 바야흐로 굳세므로 다투는 것을 경계하고, 늙으면 혈기가 이미 쇠하였음으로 탐욕을 경계하라.”

이 책의 저자가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부분은 나이에 굴하지 않는 ‘열정’에 있다. 생명하나 부지하기 힘든 난세를 향하여 던진 출사표에는 대단한 결단과 용기가 서려있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은 ‘노자’가 보기엔 세속적이었을 것이다.(이 책에는 노자와 공자의 세기적인 만남도 있다.) 세상 속에서 사는 이상 능력껏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부질 없을 수도 있고… 방식이 중요할까. 그것이 외적으로 향하던 내적으로 향하던 행위의 주체와 노력은 위대하다.

공자 가라사대, “군자는 말이 행함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지식 사회, 지식 산업, 정보화 시대… 풍족함에 있어서 어느 시대보다 꿀릴 것이 없다지만, 지성의 빈곤함은 감출 수가 없다. 옳은 것을 행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우리 시대의 진정한 지성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강하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움직여라. 아는 것을 행하라.

이 책의 반은 저자의 기행문이다. 공자의 발걸음을 2000년이 지난 후에 밟아 보는 것인데, 사실 쓰러진 비석 또는 반듯한 유적지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행담을 듣는 것이 즐거운 것은 책이 줄 수 없는 무엇인가를 전해주기 때문인데, 교통편과 숙박시설에 대한 얘기들만 있는 것 같아 감흥이 떨어진다. 그것보다는 이 책 곳곳에 있는 공자의 행적을 그린 그림들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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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0-04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등학교 때 도덕, 윤리 책에서 배운 것 이외에는 아는게 없는지라, 많은 도움이 된 듯 합니다. 숨은아이님 잘 읽었습니다. ^^

2005-10-04 0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0-04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의 해석, 인상 깊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근데 저자 기행문의 분량은 절반보다 많이 적습니다. 양념 노릇 정도 하는 것이라.)
 
미운오리새끼의 출근
메트 노가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자기 개발서는 테트리스 같다.
적당한 모양새와 내용을 끼워 맞춘다. 잘 맞아떨어지면 그 줄은 삭제되고, 계속 진행을 할 수 있다. 더 잘하면 레벨(자기 개발)도 올라간다. 그러나 엉성하면 그것이 계속 쌓이게 되어 바로 엔딩을 맞이한다. 독자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느냐, 바로 덮어버리게 하느냐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설득력과 참신함에 있다고 본다.

자기 개발서를 읽는 목적은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해 그것을 이끌어 낼 방법론과 추진해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함일 것이다. 사실 이런 책들 내용은 거의 다 비슷하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주위를 잘 살피고, 관계에 힘쓰고, 자기 능력을 개발하고, 철학을 가지고, 열정을 갖고, 목표와 의지를 지니고, 자만하지 말며, 성실하게, 끈기 있게 등 내가 아는 좋은 말 대부분을 그대로 말하고 있다. .

그래서 날 지루하지 않게 참신한 소재로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를 중점적으로 보는데, 이 책은 나름대로 노력은 많이 한 듯 하다.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는 안데르센 동화가 성인들에게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아이들에게는 삶의 지혜, 꿈, 환상을, 성인들에게는 처세술을 보여준다. 큰 범주 안에 둔다면 같은 말이겠지만…

이 책의 ‘설득을 위한 과정’을 보면, 간단하게 주제를 밝히고, 동화 소개, 저자의 해석을 곁들이는 식이다. 해석이 그렇게 독특한 편은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교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좀더 길고 자세하게 썼다는 점, 직장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정도만이 차이가 날 뿐이다.

사실 수 많은 자기개발서의 역할은 다른 이유가 더 있다고 본다. 각오를 다지는 것,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년 계획 세우듯이 그것이 늘 실패해도 다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을 추스르게끔 만드는 것이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문제집을 사면 처음에는 앞 부분을 열심히 풀게 되나, 점점 손을 놓게 된다. 그럴 때는 문제집을 새로 사서 다음 단원부터 시작하라고~, 그것은 문제집을 새로 산 것이 아니라, 각오를 다시 산 것 이라는 비슷한 의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남들처럼 새로운 생활 태도에 대한 다짐이다.
‘피상적인 것에만 의지하거나 화려한 외양에만 마음이 쏠리면, 현상의 핵심으로부터 멀어지고 만다. 향기 좋은 와인을 마시면서도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병 표면의 브랜드를 먼저 보게 되는 것이다.’
역시 인간은 망각을 달고 다닌다. 저 평범하고도 깊은 진리를 잠시 잊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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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09-2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석이 생각나요. 다른 얘들 것을 보면 항상 '집합' 부분만 시커매요.. 뒤에 확률, 통계 깨끗하고..

stella.K 2005-09-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긴 하죠. 근데 전 이거 참 재밌게 읽었는데...^^

라주미힌 2005-09-2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사실 스텔라님 리뷰 보고 산 책입니다..

stella.K 2005-09-2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러셨군요. 참 잘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