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문인화에서 무엇을 보는가? 작가를 본다. 한 인간을 본다. 소재가 소나무든 대나무든 꽃과 새, 심지어는 소나 말, 그리고 거창한 산수라 할지라도 화폭속의 사물은 그저 보이는 외양의 사물에 그치지 않는다. 언제나 작가 그 사람만의 독특한 내면 풍경으로 환원되는 까닭이다. (93페이지)

이제 고인이 된 그분이 문인화에서 화가를 만났다면 나는 이 책에서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작가 오주석 그분을 만난다. 때때로 책은 기발한 생각이나 상상력,또는 지식을 만나는 장이 되기도 하지만 마음에 담아두고픈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일때도 있다.  단어 하나 문장하나에 자신의 성품이 오롯이 드러나 마치 앞에 두고 가르침을 받는듯한, 스승을 만난듯한 마음이 들 때 말이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 이후에 오랫만에 또 하나의 그런 스승을 만났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을 읽었을때는 내가 아직 철딱서니 없던 시절이라 그 분의 깊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고 그림만을 ?아가기에 바빴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었을 때는 강의용 원고라 그런지 한국미술에 대한 그분의 열정은 느껴졌고, 또 그걸 그렇게 쉽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스러웠고 훌륭한 학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뿐이었다. 세상에 말 잘하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그리고..... 이제야 겨우 스승을 알아보았다.(나의 우매함이라니....)

그림이 기교나 색채를 평하는 또는 미술적 가치를 논하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그 속의 인간과 삶을 만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그럼으로써 인간적인 감동과 삶에 대한 성찰로 다가설 수 있음을 스스로 완벽하게 보여주는 글들이다. 정약용의 <매화쌍조도>는 그림으로서의 기교는 전문화가의 것과 비교할 바가 못되지만 고지식할 정도로 진지한 학자의 면모로만 알려져 있던 정약용선생을 이제 막 결혼한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비의 모습으로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그림은 훌륭하다. 아비가 딸에게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서 그린 그림이기때문이다. 오주석 선생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샌가 딸의 마음 한자락 다칠까봐 온갖 전성을 다해 붓끝을 잡고 매화와 작은 새 한쌍을 정성을 다해 그려가는 정약용 선생을 만나게 된다. 그 붓끝이 혹여 실수하여 획 하나라도 틀릴까봐 같이 마음졸여가며 그 앞에 앉아있는듯하다.

흔히 그림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것이 독자의 감상을 오히려 방해할때가 있다. 하지만 또 역으로 전문가의 설명에 의해 못보던걸 다시 보고 그 깊이의 세계에 오롯이 빠져들 수 있을때도 있다. 이 책에 담긴 김홍도선생의 <마상청앵도>에 대한 오주석 선생의 설명이 그러하다. 그저 말위에서 꾀고리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춘 한 선비의 모습일뿐이다. 오주석 선생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안개비를 맞으며 봄날의 꾀꼬리 소리를 듣고 있는듯하다. 그림속의 선비가 그저 그림의 소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으로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을 경험한다. 자주 보던 그림이지만 전혀 처음 보는듯 새롭게 만난 그림이다.



저 선비의 마음과 저 여백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오주석 선생을 먼저 만나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오주석선생은 그대로 저 그림속의 선비가 되어 내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날에 와서 이런 선비상은 긍정적인 의미도 부정적인 의미도 다같이 포함하고 있을것이고, 또한 선생의 글 역시 긍정적인 부분도 또 약간은 마음이 불편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오주석 선생을 만났다면 아마도 그분은 그 부정적인 마음조차도 다 인정해줄 수 있는 큰 그릇이었으리라는 맘은 분명히 든다.

아! 슬프다. 조선의 그림이 이제 비로소 그 독자적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일본의 학계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누가 그 뒤를 이을 것인가. 그는 모든 조선 그림을 생생하게 되살려놓았다. 늘 중국의 그늘에서 제 모습을 보지 못하였던 조선 그림의 세계를, 뒤에 오는 그 누군가가 그 정신을 이어받아 펼쳐나가기를 마음 깊이 바랄 뿐이다. 역사는 아웃사이더가 엮어나가는 것이다. (강우방 선생의 출간에 부쳐 중..)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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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없는건 아니다. 정선의 <금강전도>에 대한 설명은 솔직히 공감하기 어려웠다. 금강전도에 숨어있는 <주역>의 내용들을 찾아가며 선생이 한 그림설명은 별로 와 닿지 않았다. 좀 과다한 의미부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과연 화가가 이렇게까지 그림하나에 많은 의미와 지식을 풀어넣고 그린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결정적인건 내게 <주역>은 너무 어렵고 머리아프다는 것일게다. 솔직히 금강전도편은 읽어내기도 어려웠고 당연히 감동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건 나의 소견의 짧음이 또한 문제의 대부분을 차지할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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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2-2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참!! 이렇게 좋은 책을 보내주신 진주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진주님 고마워요.

가넷 2006-02-22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일리지로 지를까 생각 중인데... 일단 직접 책으로 한번 봐야겠네요.;

돌바람 2006-02-2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나 이 책 지원이랑 함께 봤거든요. 예상 외로 아이 반응이 재밌어요. 해아랑 예린이한테도 그림 보여주세요. 지원인 <산신도>를 보고 산타할아버지래요. 흑흑흑... 재밌는 건 한 세 번쯤 보여주니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척 하며 다른 말을 하네요. 해아랑 예린이는 어떻게 볼까 궁금해요.^^*

바람돌이 2006-02-23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처음뵙지요. 만나서반가워요. 책은 역시 직접 보고 사는게 최고죠. ^^
돌바람님/어 저는 그런 생각은 한번도 못해봣어요. 내 책을 같이보는거...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근데 이 녀석들이 같이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돌바람님처럼 한 번 해볼래요 재밌을 것 같아요. ^^

2006-03-06 0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07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07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6-03-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상청앵도>저 그림에서 사실은 안 보이는게 있어요.
말을 모는 아해가 저거든요. 남들이 알아 볼까봐 남장했다는^^
<주상관매도>에서도 남장으로 변장해서 주인 나으리께 술 시중을 들잖아요^^

바람돌이 2006-03-09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어쩐지 그림에서 여우냄새가 나더라니....우우웅~~~~ ^^;;

진주 2006-03-2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가 너무 너무 갖고 싶었던 건데 역시 바람돌이님께서 먼저 보내 드리길 잘했어요^^ 1권을 도서관에서 빌려 봤는데 그것부터 사서 갖추려고 아직 안 사고 있어요. 바람돌이님 리뷰만 읽어도 가슴에 불이 확~~~

바람돌이 2006-03-2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덕분에 제가 좋은 책을 빨리 읽을 수 있었어요. 지금 3월이었다면 아마 엄도도 못내고 책장 저쪽에 밀려나 있었을 텐데.... ^^ 선정된 그림들은 1권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
 
오늘 - 생각하는 그림들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몇가지 되는것 같긴 한데 그중에서도 이주헌씨의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이란 책도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그 후로 이주헌씨의 책을 다 사모으는 걸 보면....

그동안 주로 서양미술사에서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해설작업을 해왔던 이주헌씨가 -내가 알기로는 처음으로 -현재 한국미술의 흐름을 한권에 담았다. 주로 동서양의 미술사를 중심으로 책을 보아오던 나에게는 아주 낯선 이름들이다. 이 책속에 나온 화가들 중 내가 이름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신학철, 강요배, 홍성담, 이중섭  달랑 4명이다.
이건 내가 현대미술 자체가 워낙에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보니 우리나라든 다른 나라든 현대미술 자체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는데 1차적인 이유가 있을거고,또 우리나라 현대미술에 대해서 알기쉽게 쓴 책들을 내가 별로 찾지 못한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주헌이라는 아주 친절한 안내자를 만나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아무 생각없음을 약간은 벗었다고나 할까?

그림이나 작품들을 선택한 작가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얘기들을 찬찬히 듣고 있다보면 풍경하나 장면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는다. 서양예술을 볼때와는 다르게 이땅에 오래도록 살아오면서 우리들이 갖게되는 공통의 감성, 생각들, 그리고 오늘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들 이런것들이 겉돌지 않고 마음에 와닿는다. 예술 역시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는게 맞나보다. 그리고 예술의 감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자신이 살아가는 땅을 기반으로 한 예술이 더 감성적으로 와 닿게 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나보다. 그럼에도 그 벽이 뛰어넘어지지 않는건 아마도 이주헌씨와 같은 친절한 안내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겠지....

좋은 도판들과 마음에 와닿는 설명들. 좋은 그림책 한권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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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2-0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도 님이 이주헌씨 책을 포토리뷰로 소개해 주셨었죠.^^ 근데 혹시 "예술가로 산다는 것" 읽어보셨어요? 이 책도 마찬가지로 우리시대의 화가들을 소개해 놓은 책인데 왠지 바람돌이님이 이 책하고 잘 맞으실 것 같아요.^^

클리오 2006-02-0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전에 다른 책도 좋았는데.. 이 책과 펑크님이 소개시켜주신 책도 관심이 가네요...

바람돌이 2006-02-0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예술가로 산다는 것 펑크님이 추천한다면.... 지금 바로 찾아보고 보관함에 집어넣습니다. ^^
클리오님/와우~~ 오랫만에 들어오셨어요. 그래도 요즘은 좀 자주 뵙네요. 몸은 건강하시죠. 이 책하고 <생각하는 그림들 정> <그림속 여인처럼 살고싶을때> 태교용으로 추천입니다. ^^
 
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 - 움막집에서 밀레니엄돔까지 서양건축사
수잔나 파르취 지음, 홍진경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서양 건축사 관련 책들을 읽을때면 제일 괴로운게 용어들이다. 앱스니 트랜셉트니 플라잉버팀벽이니 하여튼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거의 외국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용어들 때문에 늘 당황하고, 또 이게 한번 찾아보고 기억했다해서 다음 번 읽을 때 기억이 나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볼때 마다 용어들이 너무 새로워 나의 머리를 의심케 한다. 건축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깊이있게 공부한 것도 아니고 약간의 호기심으로 서양미술사를 덤비는 나같은 사람에겐 이 건축용어들은 항상 절망을 안겨다 주었다.

그나마 이런 절망을 조금 덜 수 있게 해줬던 책이 이 책의 저자인 수잔나 파르취가 쓴 다른 책 <당신의 미술관>이었다. 그런데 이 작가가 아예 건축에 대해서 책을 썼다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제목도 얼마나 근사한가? <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라니....

책의 처음은 로빈슨에 의해서 인도된다. 갑자기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이 당장의 추위와 비를 피하기 위해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를 추적해가는 형식을 통해 최초의 인류들의 집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쓴 재료들- 황토, 벽돌, 목재와 석재 -과 그 재료에 의해 만들어진 집들을 그림과 사진들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이어서 건축의 부분별로 서양건축의 역사를 살펴본다.

목차 

평면도와 모형 -그리스의 도리아식 신전의 평면도에서 로마 시대 바질리카, 중세의 로마식 바시리카를 변형시킨 초기 중세교회의 평면도를 통해 건물의 기본 구조를 알아보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 다음 모형을 통해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건물의외형을 알아볼 수 있는데 그리스 신전의 모형과 르네상스 시대 대저택의 모형을 통해 건축의 역사를 살펴본다.

기단에서 지붕까지 - 내가 가장 궁금한 부분. 이 책의 제목과도 가장 일치하는 부분이다. 집들이 어떻게 그렇게 높이 올라가면서 붕괴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었는가, 중세 고딕 건축의 원리등이 사실 제일 궁금했다. 근데 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왜냐하면 내가 궁금했던 건 중세건축의 원리 부분이 집중적이었는데 아마도 전체 건축의 역사를 개괄하다보니 내 욕구를 다 채우기에는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기단에서부터 벽과 지붕, 계단까지 건물을 지탱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친절하게 짚어주는 면은 감탄할만큼 친절하다.

단칸집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 이 단락은 주택이 어떤식으로 변천해왔는지를 살핀다. 부촌과 빈곤층의 구분없이 단지 집의 크기만 달랐던 메소포타미아 지역 우르의 주택단지에서, 부촌과 빈곤층의 구별이 생기는 이집트, 그리스의 시민사회를 반영하는 규격화된 주택지역, 세계제국의 중심부로 등장하면서 좁은 땅에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생긴 로마의 연립주택까지의 역사를 쉽게 알려준다.

침실 부엌 욕실 - 이 공간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귀족이나 지배층의 대규모의 저택보다는 일반인들의 주택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중세 농노의 농가에서 산업혁명기의 슬럼가, 현대적인 의미의 연립주택(아파트)의 등장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의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악화되고 혹은 나아져 가는지의 과정을 재밌게 읽었다.

도시의 발전과 도시계획 - 이제 막바지에 다다라 건축의 범위를 넘어서 도시의 등장과 발전, 그리고 도시계획을 주에의 도시에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도시-피렌체 -,  그리고 현대적인 의미의 도시들의 형성과정 -파리, 베를린의 도시계획에 대해서 살펴본다.

재밌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초보자가 보기에 아주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약간의 신경만 기울인다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건축사 입문서라고나 할까? 책의 거의 전 페이지에 걸쳐 있는 도판과 사진들이 책의 내용을 보다 풍부하고 쉽게 만들어준다. 다만 좀더 나아가서 각각의 건축이 가지는 사회사적 의미를 보고자 한다면 이 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생소한 서양건축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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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01-10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비싸죠? 라고 말하려다 책소개를 보니 15,000원. 양호하네.
근데 건축에 관심이 있으신가봐요? 전 워낙 생소한 분야라.....^^

바람돌이 2006-01-10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장본에 빤닥빤닥한 종이에 도판들을 보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죠. 하지만 책의 내용은 좀 개괄적인 편이라서 약간은 비쌉니다. ^^
건축보다는 건축사와 미술사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
 
- 생각하는 그림들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4년 12월
절판


이주헌씨의 그림 이야기는 항상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좋다. 그렇다고 그가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착해라 착해라 늘어놓지는 않는다. 어려움과 고통을 얘기할 때도 그에겐 진한 삶의 냄새가 배어나온다.
이 책 역시 지난번에 읽은 <그림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처럼 두고 두고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이 리뷰는 인상적이었던 그림 몇 점과 그에 대한 이주헌씨의 글 소개로 편하게 쓰기로 하자.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영원한 열정> 1885. 캔버스에 유채

그림의 중심 인물인 존 쿠드는 당대의 저명한 조류학자로 새에 관한 온갖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 어른이 되면 많은 사람이 세상살이에 익숙해져서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거나 신기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이들은 결코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지요. 그들은 끝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합니다. 존 쿠드처럼 말이지요. 존 쿠드의 침대를 둘러싼 아이들은 그런 점에서 이 노학자의 진정한 친구들입니다. (25-26쪽)

윌리엄 퀼러 오처드슨의 <아기 도련님> 1886, 캔버스에 유채

이 그림에서 우리는 영혼의 에너지를 그렇게 풍족히 쌓아가는 한 아기를 봅니다.....바로 그 완전한 만족과 행복이 아기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에서 시작됨을 이 그림에서 우리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어머니의 다정한 눈빛이....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하는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사명일겁니다.(31페이지)

윤석남의 <어머니:딸과 아들> 1992, 나무 위에 아크릴과 파스텔

어머니의 양옆에는 중학생인 아들과 그보다 어린 딸이 짐처럼 서 있습니다. 이 어머니는 자식 농사에 바쁠 뿐 아니라 가정 경제도 챙겨야 하는 고단한 처지에 있습니다. ... 어머니도 소녀 적에는 늘 아리따운 꿈으로 가슴이 부풀었을 겁니다.... 그 감상과 순정을 언제인가부터 마음속 장롱 저 깊은 곳에 쿡 쑤셔 넣은 어머니는 굳건한 느티나무처럼 일어나 세상의 풍파를 헤치고 자녀들을 지키는데 한평생을 보내셨습니다.(51페이지)

모더존 베커의 <누워 있는 엄마와 아기> 1906, 캔버스에 유채

벌거벗은 채 잠이 든 엄마와 아기, 모든 문명의 가식을 벗어버리고 순수한 생명의 연대로 하나가 된 그 모습이 지극히 아름답습니다. 부드럽고 포근한 엄마의 살은 사랑과 믿음, 희망 같은 모든 아름다운 가치를 육신으로 불러낸 것이지요.(62페이지)

라울 뒤피의 <지중해> 1923, 캔버스에 유채

하늘도 바다도 심지어 해변의 모래사장도 새파란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지중해의 푸른 색은 그 어떤 것으로도 침범할 수 없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고 있습니다.... 뒤피의 그림을 보고 왠지 마음의 평화가 느껴졌다면 그것은 그림을 제대로 본 것입니다. 이 지중해 그림을 통해 뒤피가 선물하고자 한 것이 바로 그 평화지요. (88쪽)

앙리 마티스의 <붉은 조화-식탁> 1908-1909, 캔버스에 유채

빨간색 만큼 우리의 눈에 강한 인상을 주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색도 없습니다. 빨간색으로 그린 그림은 그래서 활기와 환희가 넘칩니다.... (이 그림은) 그같은 활기와 환희로 충만한 실내 풍경화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빨강을 사랑한 경험이 있습니다. 빨간 사탕, 빨간 사과, 빨간 색연필... 혹시 빨강이 싫어졌다면 내 안의 열정과 아이 같은 호기심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요? (95-97쪽)

앙리 마티스의 <크레올 무희> 1950, 캔버스 위에 색종이

마티스는 여행 중에 본 크레올 무희(크레올이란 식민지 태생의 백인을 의미함)의 그 열정적인 춤을 결코 잊을 수 없엇습니다. 그 춤의 열정, 아니 열정의 춤으로부터 마티스는 삶의 근원적인 에너지와 살아야 할 이유 같은 것을 발견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자신이 왜 그나이가 되어서도 매일 뜨겁게 새로운 예술 작품을 창조해야 하는지 답을 얻었음에 틀림없습니다. (133쪽)


리하르트 게를스틀의 <웃는 자화상> 1908, 캔버스에 유채

그림속의 화가는 지금 껄껄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가 않습니다. 그림이 보여주는웃음이 밝고 순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노래가사도 있지만, 화가는 지금 웃어야 할 일을 앞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울어야 할 일을 앞두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고 난 뒤 화가는 사랑의 실패로 25살 나이에 자살했습니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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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6-01-0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 보관함에 담습니다. 이주헌 그림책...좋아요^^

바람돌이 2006-01-0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이주헌 그림책 좋죠!! 지금 이거말고 생각하는 그림들 -오늘편 보고 있는데 이 책도 아주 맘에 들어요. ^^

히피드림~ 2006-01-0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입니다. 소개해 주신 그림과 글들이 다 좋아요. 이주헌씨가 현학적이지도 않고 글을 참 다정하게 잘 쓰시네요. ^^

히피드림~ 2006-01-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바람돌이 2006-01-0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이주헌씨 글의 매력이 현학적인 겉 멋 부리기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저는 이주헌씨의 팬!!! 나오는 족족이 사들인다죠. ^^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알렉산더 로슬린<베일을 쓴 여인> 1768, 캔버스에 유채, 65x54cm,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나도 그녀처럼 이런 눈빛을 갖고 싶다. 사랑하고 있는 느낌이 정말로 물씬 풍기는 그녀...

송현숙<9획> 2002, 캔버스에 템페라, 150x120cm,
개인 소장  

어머니의 장맛이 그리울때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  단지 9획만으로 그어진 그림이 그리움을 자아낸다. 이걸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엄마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지 않을까...

카사르 반 에베르 딩겐 <화롯불을 쬐는 여인> 17세기, 캔버스에 유채, 97x81c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추운 겨울 따뜻한 그 무엇이 그리울 때 - 내가 저 여인의 온기가 되어주고 싶다.

커샛<목욕> 1891~92, 캔버스에 유채, 100.2x65.9cm,
시카고,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나는 저렇게 우아하게 아이를 씻기는 것 같지는 않으데.... 엄마의 환상을 만족시켜 주는 그림

오채현<함박웃음> 2002, 화강암, 50x42x20cm,
개인 소장

할아버지 할머니의 옛 이야기가 그리울 때 - 저 호랑이의 함박웃음에 누가 넘어가지 않으랴.

구스타프 클림트 <자작나무 숲> 1903, 캔버스에 유채, 110x110cm,
빈, 오스트리아 미술관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 - 평소에 보던 클림트 그림과는 다른 것 같지만 그래도 알고 보면 아 그렇구나 느껴진다. 이 그림에 붙인 이주헌씨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닿았다.

프레데릭 레이턴 경<타오르는 6월> 1895, 캔버스에 유채, 119x119cm,
폰세, 폰세 미술관테이트 갤러리

낮잠을 자고 싶을 때 - 나도 저렇게 우아하게 자고 싶다.

맘에 와 닿았던 그림들.

그림은 http://www.hamsville.co.kr/gallery/   요 사이트에서 퍼왔습니다. 사이트에 가면 다른 그림들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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