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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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말을 하게 되고 엄청나게 발전했어. 손으로 연장을 써서 발전하기도 했지만, 말은 더 많은 발전을 가져왔어. 소리 내서 말을 하면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이야기하고 정보를 나누었어. 아주 먼 곳은 다른 걸로 신호를 보냈지만. 소리 내 말을 하면 바로 알아들을 수 있지만, 잘못하면 서로 다른 말로 알아듣기도 해. 오래전에 사람은 바벨탑을 쌓아 높이 올라가려 했군. 이 이야기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사람은 높은 탑을 쌓으면 신이 된다고 여겼던 걸까. 그런 모습을 본 신은 화가 나서 사람 말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 버렸어. 그건 벌이기는 했는데, 사람이 서로 쓰는 말이 다르다고 말 안 했겠어.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겠지만, 시간이 가고는 서로의 말을 알려고 애썼겠지. 지금도 다르지 않군.

 

 서로 다른 말을 써도 마음은 나눌 수 있어. 그게 좋은 마음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 다른 나라 말에서 가장 먼저 쉽게 배우는 말이 안 좋은 말이다고도 하잖아. 그런 말은 귀신같이 알아듣지. 안 좋은 말은 좋은 말과는 다른 느낌이 들겠지. 안 좋은 말이 없는 나라 말도 있을까. 알아보면 아주 없지 않을 텐데. 안 좋은 뜻이 없다 해도 말을 아무렇게나 하면 듣는 사람은 기분 안 좋겠어. 고운 말을 써야 마음도 고와지지. 고운 말을 듣는 것도 중요해. 거칠고 자신을 안 좋게 여기는 말을 자꾸 들으면 자존감이 아주 낮아질 거야. 자신은 안 좋은 말을 들어도 괜찮다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고운 말 좋은 말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신도 높여줘. 그렇겠지.

 

 요즘은 인터넷 SNS를 쓰는 사람이 많아. 나도 인터넷 쓰고 블로그에 글 써. 인터넷에서는 사람 얼굴이 보이지 않아선지 안 좋은 말을 더 쉽게 쓰는 것 같더군. 난 얼굴 안 보여도 그런 말 못 쓰겠던데. 그래도 현실보다 말 조금 편하게 해. 말이 아닌 글말이니. 글말에도 마음이 담기면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칼을 품으면 다른 사람 마음을 베고 찌를 거야. 현실에서는 쓰지 못하는 말을 인터넷에 댓글을 써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는가 봐. 그렇게 하면 시원할까. 난 시원해지기보다 기분이 더 나빠질 것 같은데. 이 말하니 미야베 미유키 소설 《비탄의 문》이 생각나는군. SNS에 안 좋은 말을 한 사람 뒤엔 검은 그림자가 따라다녔어. 안 좋은 말을 자꾸 하면 커지고 그게 사람을 안 좋게 만들었던가. 이번에 내가 본 소설은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이야. 이 제목은 SNS 생각나게 하지. 거기에 맞는 이야기는 정해연이 쓴 <리플>이야.

 

 친한 친구여도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도 하겠지. 아니 친구기 때문에 더 지켜야 하는 것도 있는데, 재혁은 친구인 대주 마음을 잘 몰랐어. 어릴 때 자신만 특별하고 다른 사람은 다 별거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재혁이 그랬어. 친구인 대주는 재혁이 말에 기분이 안 좋아졌어. 그러면 그런 걸 말을 하지. 친구가 잘못 생각하면 그게 아니다 말하면 얼마나 좋아. 그런 말 했다가 오히려 안 좋은 말 들으려나. 말을 잘못하면 서로 감정 상하지만 말로 풀어야 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 말하는 걸 그만두지 않아야 해. 말 때문에 전쟁이 나서 인류는 말이나 글말도 하면 안 되는 세상이 올까 봐 무섭군. 최무진이 쓴 <햄릿이 사라진 세상>이 그런 이야기더군.

 

 여기에는 단편 다섯편이 실렸어. 이걸 이제야 말하다니. <햄릿이 사라진 세상>(차무진)과 <별로 말하고 싶지 앟은 기분>(김이환)은 SF야. 김이환 소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에서는 인류가 우주로 나가고 여러 가지 문화를 만들었다는 설정이야. 그런 곳에서 콘트랙트 시티는 무슨 말이든 해도 괜찮은 곳이었어. 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 온 편리는 차표 때문에 콘트랙트 시티에 잠시 머물러. 편리는 친구 마음을 안 좋게 하는 말을 해서 지금은 말을 안 하기로 했어. 그런 것도 괜찮았지만, 나중에는 편리도 말해. 말을 잘못해서 다른 사람 마음을 안 좋게 한 걸 깨닫고 뉘우치는 건 좋은 일이야. 그렇다고 해야 할 말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러면 좀 답답하잖아. 난 해야 할 말도 잘 못하지만.

 

 누군가를 놀리는 말을 하고 그냥 장난이야 해도 괜찮을까. 난 그런 거 정말 싫어. 자신은 장난이다 여기는 말이어도 그걸 듣는 사람 기분이 안 좋으면 그만둬야 하잖아. 누군가는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고는 자기한테 똑같은 말해도 기분 나쁘지 않다고 하더군. 그런 게 어딨나 싶군. 정명섭 소설 <말을 먹는 귀신>에서 성혁이는 자신이 다른 사람 마음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더 많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 조영주 소설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에는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한 오희선이 나와. 이런, 내 이름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나오다니. 이 이야기 보기 전부터 알았어. 난 여기 나오는 희선과는 달라. 이런 변명을.

 

 희선은 초등학생 때 해환을 괴롭힌 건 잊어버리고 중학생 때 자신이 놀림받은 건 괴로워했어. 세상에는 정말 그런 사람도 있을까. 자신이 한 일은 까맣게 잊다니. 해환은 그런 희선을 앞으로도 만나고 소설에 쓰려고 해. 그게 해환이 하는 복수야. 희선 자신이 해환 소설에 나온 걸 알 날이 올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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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8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이 나온 책을 희선님이 읽으셨군요~! 익명성에 숨어서 막말하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실제 생활에서도 그럴까란 의문이 들더라구요. 어차피 말을 하고 싶으면 차가운 말보다는 따뜻한 말을 하는게 그렇게 힘든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말로 상처를 준 사람은 언젠가는 그 말로 본인이 상처 받을거란 생각도 드네요 🤔

희선 2021-07-20 00:03   좋아요 1 | URL
저와 같은 이름이 나온 소설뿐 아니라 동화도 있어요 그건 제목 잊어버렸네요 예전에 보다보니 제 이름이 나와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은 자신을 드러내는 그런 곳도 있지만, 익명성에 숨는 곳도 있기도 하네요 어떻게 하는 말이든 안 좋은 것보다 새파랑 님 말씀처럼 따듯한 말을 하면 좋을 텐데 싶습니다 그런 사람이 더 많기는 할 텐데...


희선

페크pek0501 2021-07-18 1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한 사람은 그 일을 못 잊어요. 깊은 상처로 남기 때문이지요.
사필귀정. 이 말의 힘을 믿습니다.

희선 2021-07-20 00:13   좋아요 0 | URL
괴롭힌 사람은 잘 잊기도 하는군요 학교 다닐 때 괴롭힘 당한 사람은 자라서도 그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던데...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좋을 텐데 싶습니다


희선

thkang1001 2021-07-18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행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자신이 직접 자신이 한 일을 당해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은 전혀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아무리 우겨도 그 말은 모두 쓸데없는 변명일 뿐입니다. 말이라는 것이 아주 고약해서 입밖으로 한 번 내뱉은 말은 절대로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말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해야 합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신 희선 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희선 님, 페크 님 모두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희선 2021-07-20 00:18   좋아요 1 | URL
자신이 같은 일을 겪었을 때 어떨지 생각해 보면, 자신이 한 말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떨지 알지도 모를 텐데... 그나마 자신이 잘못했구나 하는 사람은 다행입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군요 말은 잘 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해도 오해가 생길 수 있군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소나기가 올 때도 있었는데, 며칠 동안은 햇볕이 뜨겁다고 하더군요 며칠일지 이번 주 내내일지... thkang1001 님도 더위 조심하세요


희선

2021-07-20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2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라는 빛

──글

 

 

 

내 마음이 어둠에 빠져

길을 잃어버리면

네가 날 이끌어줘

 

멀리 가지 말고

언제나 가까이에 있어

내가 널 볼 수 있게

 

넌 날 떠나지 않는다고

고마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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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7-18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들 때 누군가가 가까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때가 있지요.

희선 2021-07-19 23:59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 뭔가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130
박시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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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한번 볼까 하고 봤습니다. 시인 이름을 모르는 시집은 거의 제목 보고 고르는군요. 그렇게 만난 시집에 담긴 시가 좋을 때도 있고 무슨 말인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땠을까요. 제가 알아들은 건 얼마 안 됩니다. 아니 알아들었다고 여겼을 뿐 알아들은 게 아닐지도. 급하게 시를 봤습니다. 조금 천천히 봐야 하는데. 시인이 시 한편 쓰는 데 시간 많이 걸리겠지요. 무언가 쓸 게 떠오르고, 한번 썼다가 다시 쓰고 고치고 또 고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쓰고 싶은 거나 쓸 게 떠올랐다고 그걸 바로 쓰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자기 마음에서 그게 익기를 기다리겠지요. 그런 게 많으면 좋을 듯합니다. 시간이 가면 그게 싹을 틔울 테니. 싹을 틔우지 않고 말라버리는 것도 있겠습니다.

 

 앞에서는 시집 제목 보고 이 시집 봤다고 했는데, 시인 이름은 먼저 알았어요. 이름만 알았습니다. 이번이 세번째 시집인데 저는 이걸 첫번째로 만났습니다. 다른 시집 제목도 괜찮아 보이던데, 거기 담신 시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시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시를 쓰는 걸까요. 이런 걸 잘 말해줄 수 있는 시인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는 다가오고, 세상이 말하는 걸 받아적는다고 할 것 같아요. 그런 말 가끔 봤습니다. 소설은 거기 나오는 사람이 저절로 움직인다고 하지요. 그런 거 참 부럽습니다. 시인이나 글쓰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해도. 잘못 말했습니다. 글은 누구나 써도 됩니다. 세상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다. 책읽기든 글쓰기든 안 해도 사는 데는 문제 없어요. 안 하기보다 하는 게 좀 나은 듯해요. 이것도 누구나 그런 건 아닐지도. 자신한테 맞는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꿈이 될까

꿈이 되면

함께 걸을 수 있다

너의 잠에 다가가고 싶다

외로운 꿈으로서  (<존재의 흐린 빛>에서, 22쪽)

 

 

 

 처음 마음에 든 부분입니다. 시 한편은 아니고 <존재의 흐린 빛>에서 2연입니다. 첫연에서는 개가 될까 해요. 2연에서는 꿈이 되어 누군가의 잠에 다가가고 싶다고 하는군요. 이런 생각도 괜찮네요. 자기 꿈에 누군가 나오기를 바라기도 하는데, 꿈이 되는 게 더 낫겠습니다. ‘외로운 꿈’은 어쩐지 쓸쓸하네요. 꿈이 되어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기분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누구.

 

 

 

생존한다는 건 얼마만큼 토 나오는 것입니까

친애하는 사르트르,

당신은 알고 있었던 건가요?

 

11월이 곧 떠납니다

떠나는 건 붙잡을 수 없어요

사르트르, 떠나보낸 것들은

무사한가요

 

나는 다만 울고 있습니다  (<디어 장폴 사르트르>에서, 27쪽~28쪽)

 

 

 

 박시하 시인은 갑자기 사르트르한테 말하고 싶어서 편지를 썼어요. 그게 시가 됐네요. 이런 시도 괜찮네요. 박시하 시인은 십일월을 좋아할까요. 십일월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오더군요. 십일월만 나오는 건 아니지만. 십일월이 가면 십이월이 오고, 십이월은 한해 마지막 달입니다. 끝으로 가는. 떠나는 건 붙잡을 수 없다는 말은 슬픕니다. 떠나는 시간도 잡을 수 없군요. 이 시에서는 마지막 연 ‘나는 다만 울고 있습니다’고 한 말이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을 때 있잖아요. 울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박준 산문집 제목과 비슷한 말이군요). 그래도 잠시 울어도 괜찮겠지요.

 

 이 시집에서 마음에 든 시가 아주 없지는 않은데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시든 소설이든 그걸 보는 데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아주 다르게 보면 안 될 텐데 싶습니다. 박시하 시인 이름은 기억하겠습니다. 지금 보니 이름이 시 같네요. 이름에 ‘시’가 들어간다고 이런 말을 하다니. 박시하 시인 이름에서 ‘시’가 시(詩)와 같은 뜻이 아닐지도 모를 텐데. 제목에 있는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는 <디어 장폴 사르트르>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사람은 서로 주고받는 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그런 거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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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7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보니 저도 무언가 주고 받은 느낌이 드네요. 존재의 흐린 빛에 나온 시구절 정말 좋네요~!! 저도 12월보다는 11월이 주는 느낌이 더 좋더라구요😊

희선 2021-07-18 01:12   좋아요 2 | URL
사람은 다 무언가 주고받겠지요 여기 알라딘에서도 다르지 않네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보고 이런저런 마음이나 생각을 주고받는군요 십이월은 마지막 달이어서, 그전달인 십일월에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달은 마무리 해야 해서 다른 건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희선
 

 

 

 

하늘 높이 떠오른 달은

세상을 내려다 보는 게 즐거웠어요

 

가끔 구름이 앞을 가려

세상이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그럴 때면

구름이 달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자신이 본 걸 달한테 말해줬어요

 

달은 세상을 내려다 보는 것만큼

구름이 해주는 이야기도 좋아했어요

 

달과 구름은

좋은 친구가 됐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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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7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과 구름을 보고 이런 표현을 생각하시다니 완전 감탄합니다 ^^

희선 2021-07-18 01:08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뭐든 좋게 봐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17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 2021-07-18 01:09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희선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 에밀리 디킨슨 시선 4
에밀리 디킨슨 지음, 박혜란 옮김 / 파시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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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디킨슨 이름은 알았지만 이렇게 시집 한권을 보기는 처음이야. 그렇다고 시를 하나도 안 본 건 아니지만. 다른 책에 실린 시 한두편밖에 못 봤어. 그런 시와 여기 담긴 시는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하는군. 에밀리 디킨슨은 시 제목을 안 썼나 봐. 제목이 없다니. 에밀리는 많은 시를 썼지만 책으로 내지 않았다고 해. 그저 시를 쓰고 가까운 사람한테만 보여줬대. 에밀리는 처음부터 자신이 쓴 시를 책으로 낼 마음이 없었을까,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됐을까. 에밀리 이야기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텐데 그건 것도 본 적 없어. 아니 《에밀리》라는 그림책은 봤군. 이웃집 아이가 에밀리를 알게 되고 만나는 이야기. 그리 길지 않지만 괜찮았어.

 

 언젠가 에밀리가 지금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한 적 있어. 에밀리는 좋아하지 않았을까. 실제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만날 수 있으니 말이야. 이건 내 이야기군. 에밀리가 모르는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해도 가까운 사람은 가끔 만났겠지. 에밀리를 만나러 온 사람도 있었을 거 아니야. 에밀리가 늘 집 안에만 있었던 건 아닐 거야. 에밀리한테는 자신이 돌보는 뜰도 있었어. 사람보다 그런 걸 더 자주 만나고 글로도 썼겠어. 여기 담긴 시를 보면 에밀리 자신이 만난 꽃, 벌, 나비, 새, 바람 이런 걸 말하는 것 같은데. 분명한 건 나도 잘 모르겠어. 꽃이름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건 은유로 쓴 느낌이 들기도 해. 에밀리가 가꾼 뜰에는 여러 가지 꽃이 피었을 것 같아.

 

 

 

나의 나라와 ─ 다른 이들 사이에 ─

바다가 하나 있지만 ─

꽃들이 ─ 우리 사이에서 중재하는 ─

직무를 다한다

 

-<나의 나라와 다른 이들 사이에>, 51쪽

 

 

 

 여기에서 시 제목은 첫 연을 썼어. 이건 차례에 쓰인 거고 책속에는 제목 안 쓰였어. 앞에서 에밀리가 가까운 사람한테 시를 보여줬다고 했잖아. 에밀리는 뜰에서 본 걸 시로 썼어. 그게 있어서 에밀리는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 있었겠어. 실제 하는 말이 아닌 글말일지라도. 어떤 책에서 보니 에밀리는 2층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을까. 나도 밖에 나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집 안에만 있지는 않아. 걸으려고 밖에 나가고 나무나 꽃을 보러 밖에 나가. 하늘도 보는군. 에밀리가 살았을 때는 둘레가 걷기에 좋았을 것 같아. 나무 꽃 새와 벌이 많이 보였을 테니. 이제 그런 곳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 아주 사라지지 않아야 할 텐데. 사람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해. 에밀리가 밤에 아주 안 나온 건 아니겠지.

 

 

 

정말 “아침”은 올까?

“낮” 같은 게 있을까

내 키가 산 만하면

산에서는 볼 수 있을까?

 

수련 같은 발이 있을까?

새 같은 깃털이 있을까?

나는 거의 들어본 적 없는

유명한 나라에서 가져온 걸까?

 

오 어떤 학자! 오 어떤 선원!

오 하늘에서 내려온 어떤 현자!

작은 순례자에게 꼭 알려주세요

“아침”이라 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정말 “아침”은 올까?>, 97쪽

 

 

 

 앞에 옮겨쓴 시 잘 모르겠지만 조금 마음에 들었어. “아침”은 올까 하고 생각하는 게. 아침은 늘 오지. 밤이 가면. 밤이 가는 모습을 보고 아침이 오는 걸 보고 잠들 때가 많다니. 이젠 좀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아침이 와서 반갑기는 해. 이 세상에는 아침을 맞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거야.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기쁜 일이지. 세상에는 기뻐할 일 고마워할 일이 많아. 그런 걸 가끔 잊어버리지만. 다른 생각에 빠져서. 에밀리는 어땠을까. 에밀리는 고마운 일 기쁜 일 자주 생각했을 것 같아. 그걸 시로 썼겠지. 시로 쓸 걸 잘 찾아냈을 것 같아. 그런 거 부럽군.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빨강머리 앤뿐 아니라 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에밀리 이야기도 썼어. 그 에밀리는 시인 에밀리와 상관있을까. 앤이나 에밀리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 분신이었겠지만, 이름이 같은 에밀리는 시인 에밀리도 생각나게 해. 언젠가 또 에밀리 시 만나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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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7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왠지 에밀리 디킨스 시랑 희선님 시랑 비슷한 감성이 느껴지네요~!! 저도 이 시집을 읽어봐야 겠어요 😊

희선 2021-07-17 02:39   좋아요 2 | URL
에밀리 시 많은데 별로 못 봤네요 에밀리 시와 제가 쓴 게 감성이 비슷하다니, 부끄럽네요 저는 대충 써서...


희선

미미 2021-07-15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 글의 어감 좋아요!! 어쩐지 발췌한 시 와도 잘 어우러지고요.😉

희선 2021-07-17 02:43   좋아요 3 | URL
미미 님 고맙습니다 에밀리 시 잘 모르지만, 만나 보니 괜찮았습니다 언젠가 또 시 만나고 싶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1-26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에밀리 디킨슨 시집을 두 권 읽었어요. 시집을 읽으면서 희선님을 떠올렸구요. 디킨슨 시가 좀 어렵다? 생각하며 다른 분들 리뷰 찾아 보는데 희선님의 리뷰도 있어 반갑네요^^ 이상하게 희선님과 디킨슨의 분위기나 삶이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희선 2022-12-01 01:26   좋아요 1 | URL
잘 모르면서 에밀리 디킨슨 시집 봤습니다 저는 이거 한권밖에 못 봤어요 언젠가 또 볼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에밀리 디킨슨을 그림책으로 그린 것도 있어요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실제 있었던 일인지 상상인지... 상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거기 나오는 에밀리는 실제 에밀리와 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