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중학생이 되고 제대로 편지를 썼다. 그전에 편지를 아주 안 쓴 건 아니지만, 어버이날에 엄마 아빠한테 쓰는 편지만 썼다. 초등학생 때는 그렇게라도 엄마 아빠한테 편지 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아니면 안 쓸 테니. 부모와 떨어져 사는 사람은 편지 쓸까. 지금은 편지보다 휴대전화기로 연락하겠다.
내가 초등학생 때는 편지를 별로 쓰지 않았다니, 그랬구나. 초등학교 5학년 때 갑자기 학교를 옮기게 돼서 그랬을지도. 먼저 다니던 학교에 죽 다녔다면 좀 달랐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니 정말 달랐을까. 어릴 때 이사하거나 학교를 옮기는 건 내 마음대로 한 게 아니구나.
중학생이 되고 친구와 어쩌다가 편지를 쓰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주 친해져서 쓴 건 아니다. 편지로만 이야기를 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그랬다. 그때부터 난 친구한테 가끔 편지를 썼다. 처음 편지를 나눈 친구뿐 아니라 다른 친구한테도. 다른 친구한테는 편지 오래 쓰지 못했다.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바뀌고는 쓰지 않았다. 친구와 멀어져서 그랬지. 그때 내 편지 받은 친구 기분 괜찮았을까.
처음 편지를 나눈 친구와는 거의 편지만 썼다. 그런 사이도 있을 수 있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랬다(예전에도 이 말 썼는데). 난 말 잘 못한다. 학교 다닐 때도 말 잘 안 했다. 할 말이 없었지. 지금도 할 말 없구나. 말은 바로 해야 하지만, 편지는 바로 쓰지 않아도 괜찮다. 글도 다르지 않다. 편지 이야기 하려고 쓴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예전에도 쓴 거 또 썼다.
편지를 보내려면 주소를 써야 한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내 보겠다. 편지를 잘 안 쓰던 사람이 친구한테 편지를 쓰고 보냈는데, 편지는 친구한테 가지 않고 그 사람한테 돌아왔다. 그 사람은 뭘 잘못했을까. 좀 쉬운 문제구나. 난 한번도 해 본 적 없는 잘못인데, 편지를 안 쓰던 사람은 그런 잘못을 하는 것도 같다. 편지가 편지 쓴 사람한테 돌아간 건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주소를 거꾸로 써서다. 편지 보낼 때 보내는 사람 주소는 위에 쓰고 받는 사람 주소는 밑에 써야 한다. 내가 처음 편지를 쓴 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주소 쓰는 거 학교에서 배웠으려나. 그랬을 것 같다.
지금 보통우표가 얼마인지 아는지. 아직 380원이다. 우푯값은 지난 2019년 5월에 330원에서 380원으로 올랐다. 두 해하고 넉달이 지난 2021년 9월부터는 430원으로 오른다. 규격이 아닌 건 520원이다. 이번엔 좀 빨리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우푯값이 50원 오른다는 거 알고 팔월에 편지 써야 할 텐데 했다. 그 생각하고 편지 한통도 못 썼다. 앞으로 쓰기는 할 거다.
이제는 10원에서 100원, 200원짜리 우표는 찍지 않는다. 우푯값 50원 올릴 거면 50원짜리는 찍으면 좋을 텐데. 이번에는 우푯값이 50원 올랐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100원 오를지도 모르겠다. 아직 오지도 않은 걸 생각하다니. 가끔 난 언제까지 우표를 사고 편지를 쓸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것도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생각하는 거겠지. 그런 생각하기보다 편지든 엽서든 쓰는 게 낫겠다. 우표도 써야 하니. 편지를 쓰려고 우표를 사지만, 우표를 쓰려고 편지를 쓰기도 한다.
*더하는 말
이 글 쓰고 엽서 네 통 썼다. 편지가 아니고 엽서다. 엽서는 쓰는 데 시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이 보는 거 싫어서 엽서에 써도 봉투에 넣어서 보냈는데, 몇해 전부터는 엽서에 우표 붙이고 내용 쓰고 주소 써서 보내게 됐다. 이건 내가 엽서 쓰는 차례다. 우표를 먼저 붙여야 거기 쓸 말이 생각난다. 이상한 건가. 그러고 보니 편지도 편지봉투를 만들어야 할 때는 만들고 우표 붙이고 주소 써둔 다음에 쓴다. 바로 엽서에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쓰면 다른 말 쓸 곳이 많이 줄어든다. 쓰고 싶지만 편지 쓰기 조금 힘들면 엽서 쓴다. 엽서든 편지든 하루에 한통만 쓰면 편할 텐데, 한꺼번에 쓰려고 한다. 다른 거 안 하고 그것만 쓰고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 괜찮기는 하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