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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자신이 사는 곳이 싫으면 다른 곳을 상상하거나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도 바뀌는 건 거의 없다. 잠시 동안 꿈을 꿀지 몰라도. 현실은 그래도 소설속은 조금 달라서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이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을 꾸는 거다. 그렇게 상상해서 이야기 세계는 그곳에 있을지도. 갑자기 사람들이 상상하지 않게 되어 이야기 나라가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것도 이야기지만 실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이야기 세계는 많은 사람 상상으로 있을 텐데, 단 한사람이 바라고 상상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곳은 한사람이 없어지면 아주 사라지겠다. 이 책이 그런 이야기와 비슷하다.
만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건 만화영화도 봤는데 원작은 소설이던가. 이해하기 어려운 만화영화였다. 재미있고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이상했다. 그 세계는 스즈미야 하루히 때문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스즈미야 하루히가 우울해지면 그 세계는 멸망한다고 한 듯하다. 그 세계를 지키려고 여러 사람이 스즈미야 하루히가 지루해지거나 우울해지지 않게 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판타지일까. 잘 알지도 못하는 걸 말했다. 이 소설이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좀 다른 것 같다. 이건 한사람을 지키면 세계를 지키는 게 아니고, 한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한사람이 아주 편하게 여기는 곳은 사라져야 한다. 한사람이 희생하면 많은 사람이 산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구나. 꼭 그걸 나타내는 건 아니겠지만.
스즈가미 세이치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사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을 하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여자한테 사랑을 느끼고 여자를 따라 전철에서 내렸더니, 그곳은 아주 다른 곳이었다. 그곳에서 스즈가미 세이치는 기억을 잊는다. 그래도 자기 이름이나 도쿄는 기억했다. 스즈가미가 있는 곳은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마지막동산역 정령의 숲역이라는 곳도 있었다. 어느 순간 스즈가미는 다른 세계로 빠져든 것 같지 않나. 그곳은 아주 좋았다. 뭐가 좋으냐 하면 그렇게 힘을 쓰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랄까. 사람들은 친절하고 집은 빈 집에 살아도 됐다. 닭산이라는 데서는 보석이나 금괴를 주울 수 있다. 닭산이 그걸 낳는다고 했다. 가끔 거기에는 마물이 나타나지만, 그건 총이 있으면 괜찮았다.
얼마 뒤 스즈가미 세이치한테 편지가 온다. 제대로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았는데 편지가 왔다. 그 편지는 스즈가미 아내가 보낸 거였다. 아내가 사는 곳은 이상해졌다. 알 수 없는 생물이 지구에 들러붙고는 푸니라는 게 나타나고 푸니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죽는 사람이 많았다. 아내는 스즈가미한테 그 세계로 돌아오라 한다. 스즈가미한테 편지를 쓸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보낸 편지도 있었다. 1월 19일에 지구에 우주 생물이 오고 그 안에 스즈가미 세이치가 있다고 했다. 지금 스즈가미 세이치가 있는 곳은 상념의 이계였다. 자신은 만지고 느끼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바로 믿기 어렵겠지. 처음에 스즈가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곳에 마물이 나타나고 현실 세계에서 사람이 와서 스즈가미는 알게 된다. 자신이 있는 곳이 실제가 아닌 자신이 만들어 냈다는 걸. 그렇다고 그걸 없앨 수 있을까.
지구는 멸망이 찾아온 듯했다. 외계에서 이상한 생물이 오고 그 안에는 스즈가미 세이치가 있었다. 이상한 생물이 나타난다. 그걸 푸니라 했다. 작은 건 그렇게 피해가 없지만, 푸니는 서로 먹고 커졌다. 생물이 푸니를 먹거나 저항치가 낮으면 푸니가 되기도 한다. 푸니가 가까이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지는 사람도 있었다. 스즈가미는 그림 같은 세상에 살았는데 지구 사람은 지옥에 살았구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스즈가미가 사는 곳에 나타나는 마물은 지구에서 보내는 사람이었다. 푸니 저항치가 낮은 사람은 상념의 이계에서 힘이 약해지고 사람 모습이 아니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건 달라진다. 상념의 이계와 현실은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책을 보다가 이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했다. 재미있는 부분이 아주 없지 않지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 나온 게 무언가를 상징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뭘지. 스즈가미는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그동안 스즈가미는 지구 바깥에 있었다. 지구에 있던 푸니는 상념의 이계와 함께 사라졌을까. 그런 것도 제대로 나오지 않다니. 스즈가미는 마지막에 다시 꿈꾼다. 아내와 딸이 있는 곳을. 다시 스즈가미 세이치가 그곳에 갔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구도 괜찮기를. 모든 게 괜찮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 많은 걸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