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2022)가 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울한 일이 일어났는데, 그 탓인지 2022년은 그야말로 가장 우울한 해였다. 다른 해라고 그렇게 좋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2022년이 가고 새해가 온다고 달라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이 더 일어날 것 같기도 하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새해가 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져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구나. 좋은 일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번 2022년은 호랑이 해였구나. 호랑이 기운 같은 건 느끼지도 못했다. 그냥저냥 살았다. 그렇게 산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난 어디 아픈 데 없이 지냈다. 게을러서 책을 별로 못 보고 글을 잘 쓰지 못해서 아쉽다. 게으름 부려서 못한 적도 있지만, 다른 일 때문에 하나도 못하기도 했다. 그런 일 또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조마조마하다. 지금 바람은 2022년 마지막 날과 2023년 첫날을 집에서 맞는 거다. 정말 그래야 할 텐데. 집에서 한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을 맞는다고 좋은 일은 없지만. 그저 익숙하게 편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다. 세상 어디보다 자기 집이 가장 편하지 않은가. 어쩌면 나와는 다르게 집보다 다른 곳을 좋아하는 사람 있을지도.
한해는 길면서도 짧다. 2022년에는 한국에 이런저런 일 많았는데, 나한테도 여러 가지 일이 생기다니. 아니 여러 가지는 아닌가. 그저 안 좋은 일이었구나. 2019년에도 많이 우울하다고 했다. 어쩐지 2022년은 정리 잘 못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가겠지.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지금은 좀 낫다. 이 시간이 길게 이어지고 2023년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그저 내가 보고 싶은 책 보고 글을 쓴다면 좋겠다. 다른 바람은 없다. 난 이래도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힘차게 사는 사람도 있겠다. 사는 데 옳은 답은 없다.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면 된다. 난 게을러서 게으르게 살고 싶다. 가난해도. 다른 일이 없으면 그럴 수 있을 텐데. 이것도 큰 바람이겠다.

다가오는 새해 2023년은 육십갑자에서 마흔번째인 계묘년 검은 토끼 해란다. 지난 십이월 첫날에 우표 사러 우체국에 갈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하게도 우체국에 갔다 왔다. 우체국에서 못 샀다면 인터넷 우체국에서라도 샀을 거다. 인터넷 우체국에서 사는 게 우체국에서 사는 것보다 편하겠지만, 우편 요금이 든다. 취미우표로 사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난 못할 것 같다. 휴대전화기 없어서. 지금은 휴대전화기 없으면 못하는 거 더 늘었겠다. 앞으로도 늘겠지. 휴대전화기 없이 살면 안 될까. 친구가 없어서 연락올 곳도 없는데. 또 이런 말을.
토끼는 실제로 귀엽기도 하고, 그림으로 그려도 귀엽다. 우표 그림도 귀엽다. 토끼 좋아하는 사람 많겠다. 2023년 토끼 해여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호랑이가 가면 토끼가 오고, 토끼가 가면 용이 오던가. 아직 토끼도 안 왔는데 다음을 생각했다. 좀 우울해도 새해가 오니 조금 기분 좋게 생각해야겠다. 별 계획 없다 해도 그때 그때 즐겁게 살아야지. 책을 보고 글쓰기. 앞에서도 말했듯 난 이것만 하면 더 바랄 게 없다. 편지도 쓰고 싶다. 요새 편지 못 써서 조금 우울하다. 그것도 잘 쓰지 못하지만. 편지를 쓰면 내가 혼자가 아니다 느끼기도 한다. 내 편지 받는 사람도 기분 좋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건강해야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한다.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2022년 마지막 날 잘 보내고 2023년 첫날 반갑게 맞이하기를 바란다.
“여러분 2022년 한해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