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최근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적어보자




 내가 듣는 노래는 아주아주 많아. 그걸 다 들으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듣는 건 반도 안 돼. 처음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늘었지. 잘 안 듣는 건 빼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해. 그냥. 한번 넣어둔 건 그대로 두고 다음에 음반이 나오면 더해가.


 이건 컴퓨터 쓸 때 듣는 걸 말하는 거야. 음악 듣는 프로그램은 많겠지만, 난 윈앰프로 음악을 들어. 좀 예전 버전이야. 이걸로 듣는 게 가장 좋더라고.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로는 영상(뮤직비디오)을 거의 두해 가까이 봤는데, 이제는 잘 안 보게 됐어. 오래 볼 때는 그만 볼 날 올까 했는데, 시간이 가니 잘 안 보네. 그래도 음악은 여전히 들어.


 라디오를 들을 때는 라디오 방송에서 틀어주는 걸 들어. 이것도 자주 듣는 건 아니지만, 버릇처럼 틀어둔다고 해야겠군. 책을 볼 때는 집중이 안 돼서 끄지만. 어떤 때는 집중 안 되는데도 틀어두고 책을 보다 다시 앞으로 가고, 그러다 결국 라디오를 꺼. 그럴 때 조금 아쉽지만 어쩌겠어. 좀 일찍 일어나서 본방송 듣고 재방송은 어쩌다 한번 들으면 될 텐데. 아니면 재방송 할 때쯤 책을 다 보고 쓴다면 괜찮은데. 뭔가 쓸 때는 음악이든 라디오든 그렇게 방해되지는 않아. 방해되는 건 어쩌다 한번이야. 그건 내 마음이 시끄러울 때일지도 모르겠군.






 노래 목록은 저거야. 저것보다 훨씬 많지만, 그렇게 오래 못 듣는 날도 있어서 앞에 건 뺐어. 노래 제목 다음에 날짜를 쓴 건 그 노래가 나온 날을 적어 둔 거야. 녹음한 거기도 해. 시디에서 MP3 파일로 바꾼 것도 있지만, 시디가 없을 때는 녹음해서 듣기도 해. 시디를 사도 전에 녹음해둔 거 지우지 않아. 어떤 건 두번 나오기도 하지. 여러 번 듣고 싶을 때 넣어서 그래. 한번 듣고 또 들으면 되지만 그러려면 다른 거 하다 멈춰야 하잖아. 그냥 여러 번 넣어두고 듣는 게 낫지.


뭐든 그냥 놔두다니. 지우기도 해야 할 텐데. 음악도 윈앰프 안에 쌓이다니. 언젠가 잘못해서 다 날려버릴지도 모르겠어. 예전에 여러 번 그러고 다시 음악을 찾아서 넣었어.


20230424








60 내 인생에서 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돈은 중요하지요. 사람이 사는 데 아주 많이 돈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조금이라도 먹으려면 돈으로 먹을 걸 사야 합니다. 땅을 파도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땅 파지는 않지만. 꿈처럼 동전을 많이 줍는다면 모를까. 동전 쉽게 못 주워요. 가끔 십원짜리 줍습니다. 십원짜리 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며칠전에 주워서 이런 말을.


 자신이 먹을 거, 벼나 채소 이런 걸 기르려고 해도 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걸 즐기는 사람은 자기 땅을 갖고 텃밭을 일굴까요. 그런 사람도 있고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땅을 살 돈도 없고 농사 지을 힘도 없네요. 농사는 힘도 있어야 하지만 지혜도 있어야 합니다. 저는 땅을 사기보다 그냥 쌀이나 먹을거리를 사겠습니다. 쌀은 그렇게 많이 안 들어가요.


 제가 사는 데는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지만 아주 없으면 안 되기도 합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겠네요. 다른 건 별로 바라지 않습니다. 문구나 책을 사기도 하네요. 예전에도 한번 말한 적 있는데, 빨리 쓰지는 않지만 편지 쓰고 보내려고 우표를 삽니다. 우표 사는 데 돈을 많이 들여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딱히 모으려고 사는 건 아니예요. 그야말로 편지 쓰고 보내려고 삽니다. 저한테 우표는 편지 쓰는 데 있어야 하는 겁니다.


20230425








61 먼 훗날, 인생의 마지막 날을 맞을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




 먼저 지금까지 사느라고 고생했어. 그동안 힘들었지. 그렇게 힘든 일은 없었다 해도 마음이. 이제 이런저런 생각 걱정 안 해도 괜찮겠구나. 다행이야. 많은 사람이 사는 게 더 낫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 많이 했지. 살면서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안 좋은 일도 많았잖아. 그런 거 이제 다 잊어. 잊으려고 안 해도 저절로 그렇게 되겠네.


 살 때 더 자유로운 마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안 되는 거 어쩔 수 없지. 사람은 다 그러지 않을까 싶어. 뭔가에 매이기도 하지. 자기 자신이나 여러 가지에 얽매이잖아. 그래도 아주 자유롭지 않았던 건 아니잖아. 어느 정도는 살고 싶은대로 살았잖아. 그렇지. 돈은 거의 못 벌었지만. 경제 활동이라 해야 하나. 그런 거 안 하면 어때. 누군가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아니 아주 안 준 건 아닌가. 남한테 손 벌린 적은 없다 해도. 없으면 없는대로 살았으니.


 이것저것 많은 거 하지는 못했다 해도 하고 싶은 건 해서 괜찮았지. 책 읽고 글쓰기. 그 글이 아무한테도 도움 안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한사람은 있잖아. 바로 나 자신 말이야.


 마지막 날 잘 보내고 잘 가.


20230426








62 친구에게 어떤 친구가 되고 싶어?




 친구란 뭘까. 마음을 나누는 사이. 마음을 나누는 건 친구만이 아니겠다. 친구뿐 아니라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하고도 마음을 나누지 않나 싶다. 내가 바라는 친구는 어떤 걸까. 내가 바라는 친구를 생각하다니. 바라기보다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야 하는 걸지도.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친구가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사람 사이는 쉽지 않다. 나만 어렵게 생각하는 걸까. 다른 사람은 다 사람하고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어쩐지 난 그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못해서 그런 건지, 마음이 안 맞아서 그런 건지. 내 탓이겠다.


 난 잘 모르겠다. 어떤 친구가 되면 좋을지.




청솔 그늘에 앉아


이제하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오래전에 저 시를 알았다. 난 친구한테 편지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 편지가 조금 재미없기는 하지만.


20230427








63 지금까지 겪었던 실패 중 기억나는 일은?




 뭔가 하고 잘 안 되는 걸 실패라 하겠지. 이 말 보고 가장 처음 떠오른 게 있는데, 별로 안 좋아서 그건 안 쓰기로 했다. 우울해서. 왜 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그냥 좋은 것만 생각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된다. 자꾸 안 좋은 것만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잘 한 것보다 잘 못한 게 더 많다. 아니 거의 다 그런 듯하다. 날마다 제대로 못 살고, 겨우 산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2023년 몇 달 동안 그러니 기분이 안 좋다. 늘 실패하는.


 책도 빨리 봐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보다 하루에 몇 시간 못 봐서 그렇구나. 내가 책을 보고 싶은 시간은 하루에 네다섯 시간 정도인데, 반도 못 보는 것 같다. 한시간밖에 못 볼 때도 많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다 못 본다. 지난 십이월에서 일월까지는 도서관에서 빌린 거 두주 안에 다 봤는데. 바로 돌려주지 못하고 늦게 돌려준다.


 여러 가지 실패. 어쩔 수 없다. 게을러서 하는 실패구나. 조금이라도 잘 하면 좋을 텐데. 책을 빨리 못 본 걸 실패라 했지만, 끝까지 보면 아주 실패한 건 아니겠지. 그러면 좋겠다.


20230428






 이번주 주말만 남았네요. 남은 이틀이 가면 오월입니다. 사월에 뭐 하고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그렇군요. 이건 한해가 끝날 때도 하는 말이네요. 한해 동안 뭐 했는지 모르겠다고. 사월엔 덜 게으르게 지내려고 했지만, 잘 안 됐습니다. 그런 생각 안 하는 게 나을지. 아니 생각하면 조금은 나아지기도 하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며칠전에 라디오 방송에 처음으로 제가 이름을 아는 일본 사람 노래가 나왔습니다. 잘 아는 건 아니고 조금 아는. 영화 <거울 속 외딴 성> 주제곡을 해서 이름을 알았는데, 며칠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노래가 나왔어요. 그 방송에서는 일본 노래를 가끔 틀어주기도 하는데 아는 사람 노래는 한번도 못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노래하는 사람에서 아는 사람 별로 없기도 하군요. 어제는 스즈메의 문단속 노래 스즈메(すずめ)가 나왔어요. 라디오 방송에서 두번째로 들었습니다.


 반려동물 이야기를 하는 노래를 소개한 듯합니다. 優里유리(유우리 유는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가 노래한 レオ(레오)예요. 그 노래 말하면서 동영상을 보면 슬플 거다 했는데, 그날 밤에 찾아서 봤습니다. 레오는 개 이름입니다. 개와 함께 살지 않아도 보면 슬플지도 모르겠군요. 개를 만나고 개와 함께 지내다 헤어지는 모습이 담겼어요.




희선








レオ(레오) - 優里(유리)

https://youtu.be/uxYLXaXtH9I





レオ(레오) - 優里(유리)


작사 작곡 : 優里(유리)




ショーケースの中過ごしていた

誰もかれもが過ぎ去っていた

怖かったんだ あの日君に

連れられるまでは


진열장 안에서 지냈어

누구나 지나갔어

무서웠어 그 날 네가 날

데리고 가기 전까지는


僕と同じの小さな手

転げまわり くすぐりあう僕ら

こんなに君の事好きになってた


나와 같은 작은 손

뒹굴며 서로를 간지럽히는 우리

이렇게나 널 좋아하게 됐어


どんなときでも傍に居て

君が言うなら ああ


언제나 곁에 있어

네가 말한다면 그래


名前はレオ 名前呼んでよ

君がつけてくれた名前だから

嬉しい時も悲しい時も

傍に居ると決めた大事な人


이름은 레오 내 이름 불러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곁에 있기로 한 소중한 사람


君が大きくなるほどに

僕との時間は減るが道理

遠くに君の友達同士

仕方がないよなぁ


네가 자랄수록

나와 지내는 시간은 줄어가는 게 당연해

멀리 있는 친구와 지내는 건

어쩔 수 없지


最近つけるその香水

鼻の利く僕にとっては辛いや

今日も帰りは遅くなるんだろうか


요새 뿌리는 그 향수

냄새 잘 맡는 난 힘들어

오늘도 늦게 돌아올까


君が居ない部屋 夢を見る

あの日のこと また


네가 없는 방에서 꿈을 꿔

그 날 일을 또


名前はレオ 名前呼んでよ

君がつけてくれた名前だから

寂しいけれど 悲しいけれど

傍に居ると決めた大事な人


이름은 레오 내 이름 불러줘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쓸쓸하지만 슬프지만

곁에 있기로 한 소중한 사람


君が誰かと暮らすことを

伝えに帰ってきた夜に

撫でてくれたね きっとお別れだね

最後にさ 会えたから ねぇ幸せだよ


네가 누군가와 사는 걸

전하러 돌아온 밤에

쓰다듬어줬지 분명 헤어지는 거네

마지막에 만나서 행복해


名前はレオ 名前呼んでよ

君がつけてくれた名前だから

もう泣かないでよ 名前呼んでよ

あの日より大きな手で撫でてくれた


이름은 레오 내 이름 불러줘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이제 울지 마 내 이름 불러줘

그 날보다 큰 손으로 쓰다듬어줘


名前はレオ 名前呼んでよ

君がくれた名前で良かったよ

忘れないでよ それでいいんだよ

新しい誰かにまた名前つけて


이름은 레오 내 이름 불러줘

네가 지어준 이름이어서 좋았어

잊지 마 그걸로 돼

새로운 누군가한테 또 이름 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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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4-29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동영상 속에 레오가 새끼 때부터 성장하는 모습이 넘 ㅎ사랑스럽네요
૮ ฅ•ᴥ•აฅ
<거울 속 외딴 성> 원서 출간 되자 마자 읽었는데
이번에 영화로 개봉되는 군요
음악도 넘 좋아서 여러번 반복 (。♥‿♥。)

희선 2023-04-30 00:51   좋아요 2 | URL
이 노래 시작하는 부분 보니 《클라라와 태양》이 생각났어요 클라라가 가게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던 게... 길지 않은 노래지만 오랜 시간이 담겼지요 《거울 속 외딴 성》 책은 일찍 보셨군요 영화가 나와서 책을 보는 사람도 늘어나겠습니다

scott 님 사월 마지막 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3-05-01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플레이 리스트를 보다 첫눈과 밤편지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노래에요^^

희선 2023-05-02 02:32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 님이 좋아하는 노래도 있군요 많지 않아도 두 곡이면 적지 않겠습니다 세상엔 노래도 많고 음악도 많네요


희선
 




아무 걱정없이 스르르 잠들면 좋겠네

쓸데없는 생각은

잠 못 이루게 하고

이상한 꿈까지 꾸게 해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겠지만

걱정 안 할 수 없지


태평한 것도 안 좋지만,

늘 걱정하는 것도 안 좋아


가끔 걱정하기 쉬어 봐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편하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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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8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9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4-28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어서 좋겠네‘ 이 비슷한 말이 생각나네요~!!


희선 2023-04-29 02:20   좋아요 1 | URL
마음 먹어도 걱정은 없어지지 않겠지요 그때 안 해도 될 걱정이라도 안 하면 좀 나을 텐데 그것도 잘 못하네요

새파랑 님 주말 잘 보내세요 주말이 지나면 오월이에요


희선

페넬로페 2023-04-28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들기 전에 이것저것 생각이 많죠!
걱정도 하고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잠자기 전에 오디오북을 들어요.
20분 시간 걸어 놓는데
그게 완전 자장가더라고요.
완전 스르르 잘 자게 돼요.
쓸데없는 걱정 안해도 좋구요^^

희선 2023-04-29 02:24   좋아요 2 | URL
오디오북 듣다가 재미있으면 잠 못 잘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그런 적은 없었는지... 자장가처럼 들려서 다행이네요 그때 잘 못 들으면 다시 들으면 되죠 그게 꿈속에 나오지 않을지... 그런 일은 가끔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라디오를 틀어두고 자다 보면 라디오에 나오는 게 꿈속에 나오기도 해요

곧 오월이네요 이번 주말이 가면, 벌써 이렇게 됐네요


희선

책먼지 2023-04-28 1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불면증 있으신가요?😭 걱정내려놓기 생각내려놓기가 정말 쉽지 않죠!!!

희선 2023-04-29 02:27   좋아요 2 | URL
잠이 빨리 들지 않아도 자려고 해요 그러다 오래 자고 마는... 그럴 때는 그냥 일어나는 게 나을 텐데... 며칠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희선
 
뽀짜툰 3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3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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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 함께 살면 그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는 즐거움이 있겠다. 보기만 하면 안 되겠지만. 놀아주고 밥이나 간식도 줘야겠지. 고양이나 개가 여러 마리면 사람이 놀아주지 않아도 아주 심심하지 않겠지만, 한마리면 놀아줘야겠다. 그런 거 못하는 난 그냥 살아야지. 지난번에도 이런 말 했구나. 동물과 살면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겠다. 내가 나를 잘 돌보지도 못하는데. 바로 《뽀짜툰》 3권을 만났다. 앞으로도 이어서 볼지 잠깐 쉬었다 볼지. 빨리 보면 아쉬울 테니 잠깐 쉬었다가 나머지를 보는 게 좋을지도. 뽀또 짜구 쪼꼬 포비 이야기 재미있다. 책 제목 ‘뽀짜툰’은 뽀또와 짜구 이름에서 따 온 거구나.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책속에선 여전히 살아 있는 뽀또 짜구 쪼꼬다.


 이 책을 그리고 쓴 채유리는 엄마 아빠가 농장을 한 적이 있어서 동물을 좋아했다. 농장을 하다 농사를 짓게 됐나 보다. 채유리는 병아리를 좋아했는데, 병아리가 조금 크면 관심을 덜 가졌다. 병아리가 40~50일 자라면 닭이 되고 팔려도 그렇게 슬퍼하지 않았다. 채유리가 어릴 때는 엄마가 닭을 잡기도 했다. 팔지 못하는 닭이나 남은 닭이었다. 엄마가 닭을 죽이고 손질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고, 엄마가 닭털을 뽑자 채유리도 그걸 따라했다. 어릴 때는 아무렇지 않게 그걸 했겠지. 동물, 고기가 되는 동물도 살았을 때는 괜찮아야 할 텐데. 좁은 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자라는구나. 지금은 고기가 어떻게 사람한테 오는지 잘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른다. 다행하게도 난 고기 거의 안 먹는다. 아주 안 먹는 건 아닐지도. 가공 식품 먹기도 하니. 난 고기 별로 안 좋아한다. 채유리는 고양이와 살면서 동물을 더 생각하게 됐다. 그건 좋은 거겠다.


 겨울은 추워서 별로지만 눈이 와서 좋다. 이젠 지구온난화로 눈이 많이 오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사는 곳은 눈이 많이 오기도 했는데,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부산도 바다와 가까운데. 부산은 눈이 비가 된다. 부산은 여름엔 많이 덥지 않고 겨울엔 많이 춥지 않아서 살기 괜찮은가 보다. 어릴 때 부산에 살았는데, 생각나는 건 별로 없다. 죽 거기에서 살았다면 눈 별로 못 봤겠다. 채유리는 겨울이면 눈이 오길 기다리기도 했다. 부산에 눈이 쌓일 만큼 온 적이 있는데, 포비는 그때 눈을 처음 보고 신기하게 여겼다. 채유리는 베란다에서 포비와 눈싸움을 했다. 포비는 눈을 던지지 못했지만. 그런 기억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 채유리 엄마 아빠가 비닐하우스를 할 때 눈이 많이 와서 식구들이 눈을 치웠는데, 비닐하우스가 내려앉기도 했다. 그때 엄마 아빠는 사람이 다치지 않은 걸 고맙게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긍정스럽구나. 그랬기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집안 형편이 나아진 거겠구나.


 이 책 ‘뽀짜툰’을 보니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하는 행동이 웃겼다. 웃기고 귀여운. 채유리는 고양이 보면서 많이 웃었겠다. 쪼꼬는 방석을 물고 다니면서 자기 마음에 드는 자리에 놓고 거기에서 잤다. 그런 모습 보면 참 기특하겠다. 포비는 낚싯대 같은 걸로 채유리한테 놀아달라고 가지고 왔다. 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치지 않는 포비였다. 뽀또 짜구 쪼꼬는 채유리 식구가 밥을 먹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포비는 관심을 가졌다. 포비가 사람이 먹는 걸 다 먹지는 않고, 생선과 닭튀김은 달라고 했다. 채유리가 과자를 먹을 때면 가까이 와서 ‘나도 줘’ 해서 채유리는 포비가 먹어도 괜찮게 김을 구워서 같이 먹었다. 동물한테는 사람이 먹는 음식 주면 안 되지만, 먹고 싶다고 하면 안 주기 어렵겠다. 처음부터 그런 버릇을 들이지 않는 게 좋겠다.


 고양이 네 마리 적지 않다. 가끔 채유리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어렸을 때를 생각하고 고양이 임시보호를 해 볼까 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해선지 채유리는 진짜 새끼 고양이를 잠시 돌봐야 했다. 채유리가 사는 아파트에서 어미를 잃고 우는 고양이였다. 어미가 다른 새끼는 데리고 갔는데 그 고양이는 데리고 가지 않았단다. 채유리는 엄마 아빠한테 곧 입양 보내겠다고 말했다.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는 병아리 소리 같기도 할까. 채유리는 그 고양이를 삐약이라 했다. 처음엔 다른 애들과 잘 지내지 못했는데 한주쯤 가니 나아졌다. 포비는 삐약이랑 잘 놀았다. 뽀또 짜구 쪼꼬는 새끼 고양이여서 봐주는 듯했다.


 아무리 고양이가 좋아도 다섯 마리는 힘들겠지. 채유리는 마음먹고 삐약이를 입양할 사람을 찾는 글을 블로그에 썼다. 곧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 집에 보내기로 했다. 뭐든 잠시 동안이어도 함께 살면 정이 들겠지. 채유리는 삐약이를 보낸 날 많이 울었다. 들어온 자리는 티가 안 나도 나간 자리는 티가 나겠지. 채유리가 삐약이라 한 고양이는 다른 집에 가고 김호랑이 되었다. 호랑이라니. 호랑이 아직 잘 살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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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4-27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서 이런 귀요미 스러움이 있는 줄 몰랐네요

저도 꼬꼬마 때 삐약이를 키웠었는데 학교 앞에서 사온 삐약이들은 오래 살지 못한채 죽었고 시골 농장에서 태어난 삐약이들은 닭으로 성장 했습니다

삐약이가 다른 집으로 가서 김호랑이 되었다는건 더이상 새끼냥에 깜찍함이 사라져서 겠죠 ^^

희선 2023-04-28 01:17   좋아요 1 | URL
고양이마다 다르겠죠 혼자 있으면서 가끔 사람한테 오는 고양이도 있고 늘 사람한테 놀아달라고 하는 것도 있겠습니다 자기들끼리 놀기도 하고... 8권에서 노는 모습 웃기기도 했어요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다니, 지금 생각하면 무책임한 일인 듯도 합니다 그런 병아리는 오래 살지도 못할 텐데...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몰라요 어떤 사람은 그런 병아리를 닭으로 키우기도 했더군요 닭 수명도 꽤 긴데...

김호랑, 이름 재미있죠 동물한테도 성을 주다니... 지금은 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많은 비를 뿌린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튿날엔 맑았다


하늘이 비를 뿌리고 맑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

하늘을 원망해봤자다


갈수록 커지는 자연재해

그렇게 만든 건 사람이지


더 늦기 전에

마음을 모은다면

참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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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보다

없는 게 많지만,

있어서 무거운 것보다

없어서 가벼운 게 낫지


있으면 잃을 걸 걱정하지만

없으면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


꿈과 희망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겠지

꿈과 희망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누구나 가져도 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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