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린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가노 도모코의 앨리스 시리즈를 즐겁게 읽은 나로서는, 10대 소녀들이 나온다는 이 연작소설에 꽤 기대를 했다. 워낙에 온다 리쿠의 소년소녀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음- 그런데 읽고 난 소감은 글쎄, 뭔가 모호하다는 느낌.  

길에서 어느 남자에게 살해당한 여고생 안도 마이코- 그녀의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 등 주변인들은 그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점차 더 깊이 알게 되고,  그녀의 작은 비밀들이 파헤쳐진다. 그리고 죽음의 이유도. 연작소설이긴 하지만 같은 인물들이 중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장편소설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연작이라고 하면 자체로 완결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해 보이기 때문. 퍼즐처럼 6편의 조각을 맞춰야 그림이 완성된다.  

그 또래 불안한 소녀들의 심리를 잘 묘사한 것 같고, 가노 도모코 특유의 발랄함도 살아 있는 괜찮은 소설. 다만 추리소설 독자로서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뭔가 모호-한 분위기가 좀 별로. 전형적인 코지 미스터리인 앨리스 시리즈가 내 취향에는 더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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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니스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장르는 스릴러 같은데 조금 특이했다. 부드러움에 집착하는 연쇄살인범 에릭 풀레, 그리고 그를 동경하는 소녀 로리의 시점으로 소설은 교차 편집된다. 살인범을 잡거나 뭐 그런 내용이 아니라, 범죄자 관점으로 서술된다는 점도 특이하고, 긴박한 사건이 별로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점이 그렇다. 후반부로 가면 마치 연애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범죄소설이면서도 불우한 환경에 처한 청소년이 어떤 심리에 처하게 되는지, 그들의 불행을 독특한(잘못된) 방식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심리묘사가 섬세하고 몰입이 잘 되어,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성장소설 <초콜릿 전쟁>이 다음 순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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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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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진의 대향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한 필진의 단편추리 선집이다. 여기 실린 9명의 작품을 전부 읽어보았고 선호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이렇게 여러 작가의 작품 모음집은 각기 다른 성향으로 인해 산만해지기 쉽다. '50'이라는 같은 키워드로 어쩌면 이렇게 다르게들 써낼 수 있는지! 분위기도 작품 질도 편차가 심해서 읽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품은 달라질 것 같다.   

별표로 좋았던 정도를 표시해 보려고 한다.

미야베 미유키|도박 눈 ★★★ 에도시대 어느 장사치 집에 전해내려오는 진기한 요괴를 퇴치하는 이야기, 딱 미미여사 작품
미치오 슈스케|여름의 빛 ★★ 아이들은 어떤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따돌리고 행동하는가, 슈스케다운 소년물
아리스가와 아리스|눈과 금혼식 ★★★ 눈 오는 로맨틱한 금혼식, 배경과 주제는 그럴 듯했으나 트릭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오사와 아리마사|50층에서 기다려라 ★★ 스토리가 좀 황당하다. 역시 오사와 아리마사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다나카 요시키|오래된 우물 ★★★★ 외국 배경 괴담인데 꽤 으스스하다. 놀라움을 안겨주는 결말!
요코야마 히데오|미래의 꽃 ★★★★ 이 작가의 장기인 종신검시관 이야기, 너무 늘 비슷한 이야기지만 참 잘 쓴다 싶다
모리무라 세이이치|하늘이 보낸 고양이 ★★ 우연과 우연의 겹침. 시작은 흥미로웠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작품
시마다 소지|신신당 세계일주 ― 영국 셰필드 ★ 이건 뭐지? 영국 배경의 장애인 휴먼 스토리. 이거 추리물 아닌 거 맞죠?
아야쓰지 유키토|미도로 언덕 기담 ― 절단 ★★ 으스스한데 별로 내용은 없다

다 읽고 나서, 왠지 뷔페 음식을 먹은 것처럼 배는 부른데 뭔가 흡족하지 않았다.

외양은 태동출판사 책답게 제본이 소박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도박 눈'을 주제로 한 표지 디자인은 실소가 나올 정도다. 정태원 번역인데 오자가 간혹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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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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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라면 <유리망치>, <푸른 불꽃>의 그 작가. 하지만 사실 단편집은 큰 기대를 안 하게 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이 책은 어, 사서 볼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네 편 모두 밀실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유리망치>의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도둑 에노모토 케이 콤비의 치고 받는 매치가 상당히 좋았다.

책에는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마지막 '개는 알고 있다'는 마치 한 편의 떠들썩한 연극-블랙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소품이므로 논외로 하고 나머지 세 편은 밀실 살인을 제대로 다룬 개성 넘치는 단편들이다.

1. 도깨비불의 집 : 아버지가 최초 발견자인 딸의 시신. 그녀는 착하고 성실했으며, 아버지는 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범죄 현장은 밀실인데, 누가 살인을 저질렀나? 결말이 애잔하고 슬프다.

2. 검은 이빨 : 거미 수집이 취미인 남자가 독거미에 물려 사망한다. 그의 아내와, 남자의 독거미에 집착하는 어떤 수집가. 둘 중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오싹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3. 장기판의 미궁 : 프로 장기 기사가 호텔 방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방은 도어체인이 안에서 걸려 있는 밀실. 그 밀실은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나. 극한에 달한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보여준다.

4. 개는 알고 있다 : 음- 이 코미디는 그냥 패스. 

밀실살인 하면, 밀실을 위한 밀실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기시 유스케의 이번 작품집은 '인간이 꼭 필요해서 만든 밀실'이어서 무척 설득력이 있었다. 거미나 장기, 모두 전문적인 분야지만 작가의 연구 덕에 현실감이 살아났다.  

웅진씽크빅 임프린트인 시작에서 펴냈는데, 표지가 좀 허접하다. 제목도 왠지 고풍스러워서 다른 작품을 표제작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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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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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유럽 소설을 읽고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목소리 등)이 그렇고, 카밀라 레크베리(얼음공주 등)가 그랬는데, 바로 이 작가 카린 알브테옌도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었고 다 읽고 나서도 에스프레소처럼 쓰고 진한 여운에 시달려야 했다.  

소설은 홀로 사는 노인 예르다가 죽고 주택관리사인 마리안네가 사후 처리를 위해 집안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한다. 그녀의 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악셀 랑네르펠트의 친필 사인본이 여러 권 나오고, 이를 이상히 여긴 마리안네가 예르다와 노작가와의 관계를 추적해 나간다. 랑네르펠트의 아들인 얀-에리크는 아버지의 업적을 칭송하는 연설을 하면서 크게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그의 가족 구성원 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 불행하기만 하다. 어릴 적 사고로 죽은 여동생이, 사실은 다른 이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거기에는 놀랍고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소설-문학성을 추구하는 작가를 다루기에 이 작품은 마치 예술가를 다룬 작품(모차르트-살리에르)처럼 보이기도 한다. 악셀 랑네르펠트라는 온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가 죽음 직전까지 껴안고 있는 '추악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알고 나면 머리를 쿵 하고 맞은 것처럼 띵해지게 된다. 음-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일까? 그의 가족의 불행은 어떤 의미에서 독자를 위로한다.   

장마다 각기 다른 주인공들을 교차 서술하는 시점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카밀라 레크베리의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등장인물 수가 좀더 적기에 스토리를 따라잡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순문학에 가까운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소설이 나는 너무나 마음에 든다. 미스터리 형식을 빌렸기에 읽는 내내 긴장감도 있었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의 무거운 감동도 있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P.S. 스웨덴 소설을 읽고 나면 반드시, 잘 구운 계피향의 시나몬 롤이 먹고 싶어진다. 그 나라에서는 거의 주식인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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