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는 좋아하는 작가라서, 거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다. 이 책은 제목도 표지도(저 엑스표, 특히!) 좀 유치하고 출판사도 기존 미미 여사 책을 많이 내던 곳이 아니어서 구입을 미뤘다가 이번에 읽었다. 

'개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추리 단편물이지만 충분히 미야베 미유키의 색깔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긴, 그러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살아 있는 단편들.   

마음을 녹일 것처럼 : 스스로 차 트렁크에 들어가는 깜찍한 소녀, 유괴인가 무서운 사건인가-를 밝히는 탐정 가요코와 탐정사무소에서 기르는 개 마사(늙은 전직 경찰견 마사가 가요코, 이토코와 친해지는 모습을 그린 도입부가 참 흐뭇하다.)
손바닥 숲 아래 : 동네 공원에서 시체 발견, 그런데 뛰어서 달아나는 시체-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없는 마사의 시점으로 그려져서 더 정밀하게 계산되어 씌어진!(여기 실린 단편들 전부 그렇지만)
백기사는 노래한다 : 백기사 하면 술 마시다 도움을 청하는 놀이가 떠오른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백기사를 차용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서는 늘 꼭 만날 수 있다.
마사, 빈집을 지키다 : 동물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다소 진지한 주제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다. 수다스러운 까마귀 캐릭터가 참 우스웠다.
마사의 변명 : 이건 단편이라기도 뭐한 몇 페이지짜리 이야기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주인공을 내세웠다.  

그렇다. 늘 미미 여사는 한결같다. 개의 시점이 더해져서 좀더 가볍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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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뭔가 우아한 분위기를 풍길 것 같은 단편집. 최근 일본 추리물에 좀 질렸지만 이 책의 느낌은 좀 다를 것 같았다. 꽃을 소재로 하는 5가지의 이야기. 

등나무 향기 : 유곽 여인들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남자, 그는 정말 살인을 저질렀을까.
도라지꽃 피는 집 : 손에 도라지꽃을 쥔 남자의 죽음, 그리고 모방살인. 홍등가 여인의 진심과 사건의 진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오동나무 관(棺) : 폭력조직에 속하게 된 남자와 그의 형님의 여자. 그 셋의 미묘한 관계 놀이
흰 연꽃 사찰 : 어렸을 적 목격한 어머니의 살인 장면, 그 어렴풋한 기억의 복원 끝에 다다른 진실은 놀랍다.
회귀천 정사 : 어느 천재 가인의 두 여자와의 두 번에 걸친 정사(情死) 미수 사건. 과연 그의 진심은? 

여기 실린 소설들의 특징은 현재시점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직접적으로 추리하는 형식이 아니라, 과거의 회고담이나 제3자의 관찰자적 시점으로 재구성한 사건이라는 것. 그리고 정취 묘사나 감정 표현이 섬세하다는 것. 결론적으로 말해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그냥 흥미를 갖고 책장을 넘기는 수준이었달까. 5편 중에서는 '흰 연꽃 사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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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유럽 추리소설들이 최근 많이 번역되고 있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카밀라 레크베리 같은 서사의 힘을 갖춘 작가들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이 소설도 독일의 여류작가 작품이란다, 평들이 좋아서 구입했다. 

두 명의 소녀를 죽인 혐의로 10년 형을 살고 나온 청년 토비아스, 그는 정말 그 소녀들을 죽였을까-라고 묻는다. 첫 부분에서 이 소설은. 토비아스는 그가 살던 작은 마을로 귀환하고 마을 사람들은 집단 따돌림을 행한다. 그 마을은 테를린덴이라는 마을 유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마치 스티븐 킹 <언더 더 돔>의 빅 짐 같은 인물, 흥미롭다!) 토비아스 어머니가 괴한에게 떠밀려 죽을 뻔하는 사건, 토비아스에게 호감을 가진 아멜리의 실종 등 마을은 그를 중심으로 또다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사건을 추적하는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 흔히 등장하는 남녀 형사 콤비다. 그들이 알게 되는 진실은 복잡하지만 하나씩 뚜렷이 밝혀진다. 흥미로운 건 이 두 형사의 공으로 사건들이 해결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너무나 매끄럽게 다양한 인물들의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데 마치 롤러코스터 같은 속도로.  

손에 잡고 하루만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토비아스가 죽을 뻔한 고비를 3번이나 쉽게 넘기는 불사신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거나, 너무 아름다운 소녀들(배우 나디야, 죽은 스테파니=백설공주를 닮은 아멜리 등)이 남자주인공에게 홀딱 반하는 모습 등은 너무 영화 같다. 기욤 뮈소의 소설처럼 속도감은 있으나, 내가 선호하는 북유럽 작가들만큼의 깊이는 부족한 느낌. 그래도 뭐 꽤 잘 쓴 오락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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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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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작품을 추리소설로 규정하는 게 맞을까, 라는 의문. 요네자와 호노부는 작품마다 색깔이 확연히 틀린데도 그 수준이 고르게 높은 편이다. 독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가다.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은 제목처럼 상큼한 고교 배경의 코지 미스터리, <인사이트 밀>은 전형적인 밀실 미스터리,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우아한 분위기의 괴담집이었다. 세 작품 다 나름대로의 매력이 넘친다.

그리고 이번 작품 <추상오단장>은 고서점에서 일하는 청년 요시미츠가, 어떤 여자의 아버지가 젊었을 적 발표한 단편소설 5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수락함으로써 시작된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는 걸까 독자 입장에서 궁금해진다. 첫 단편을 찾아냈는데 그 내용이 섬뜩하다. 짧지만 무서운 이야기, 마치 실화 같은, 잔혹한 이야기. 그리고 계속해서 찾아내는 소설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분위기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들은 무명의 잡지에 흩어져 실렸고, 남자는 소설가도 아니었다. 그 남자는 무슨 사연으로 이런 섬뜩한 이야기를 쓰고 몰래 발표했을까? 이 남자의 딸이 가진 단서는 5편의 소설들의 마지막 결말 한 줄뿐. 결말이 없는 이 5편의 소설들을 작중에서는 '리들 스토리'라고 부르는데, 검색해보니 riddle story란 '결말이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라고 한다. 왜 이런 식으로 결말을 따로 남긴 걸까. 남자에게는 아내의 죽음과 관련된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 요시미츠는 의뢰인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큰아버지의 고서점에서 얹혀 지내는 무기력한 그 자신의 처지에도 눈뜨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묘사가 참 와 닿는다.

스토리를 놓고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처럼 고풍스러운 느낌도 드는 이야기 소재다. 전형적인 추리소설로 보기도 어려운데, 참 매력이 있다. 제목처럼 멋들어진 우아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났다.  

사족 : 서점이나 책을 소재로 삼은 추리소설들은 개인적으로 좀더 흥미롭다. 미야베 미유키의 <쓸쓸한 사냥꾼>,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 오사키 고즈에의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도 수작이니 묶어서 읽으면 좋다.

   
 

그리고 요시미츠는 암흑 속에서 자신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곱씹었다. 불황의 여파에 힘겨워하는 생활, 집으로 돌아오라는 어머니와 거부하는 아들의 눈치 살피기가 눈앞에 닥친 최대 문제다. 각 장면은 무섭게 긴박하지만, 그 속에는 한 조각의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아버지의 일주기 전날 밤, 요시미츠는 울었다. 

과연 인간의 생사에 고하가 존재하는 것일까. 한 편당 10만 엔이라는 거금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찾는 동안, 꽃 피는 계절은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지독한 공허감이 가슴을 뒤덮었다. 빗소리만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밤이었다.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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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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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쿠이 도쿠로는 <통곡>에 놀라고 <실종증후군>에 실망하여, 이 책은 중고로 구해 읽었다. 일가족 살해사건을 둘러싼 친구, 지인들의 시선. 그 뒷이야기. '그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주변 인물들에게 던진다고 하자. 위대한 성인이나 고결한 인격자가 아닌 보통 사람의 경우, 좋은 이야기만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사람과 관련된 안 좋은 이야기, 치사하고 더러운 소문들도 모래처럼 서걱거리며 섞여들게 마련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다. 시종일관 죽은 사람(여기서는 어떤 인텔리 부부)은 어떤 사람이었나 하는 주제로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하여 결국 '왜 살해되었는지' 이유도 드러나게 된다. 책장이 잘 넘어간다. 누구든지 남의 뒷이야기 듣는 것은 좋아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처녀작 <통곡> 같은 놀라움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수작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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